대한민국의 이삿짐 대표 메뉴 짜장면과 탕수육 (짬뽕도 빠지지 않지만 그래도 고유 음식은 짜장면과 탕수육이다) 짜장면만 시키면 뭔가 아쉽고 또 없어 보인다. 요리를 시키면 가격이 부담이 되는데 요리이면서도 대중적이고 값이 저렴한 것이 바로 탕수육, 배 채우는 용도로 짜장면을 시켜주고 대접은 제대로 했다고 모양 내기 딱 좋은 게 탕수육으로 짜장면과 탕수육의 조합은 그렇게 완성 되었다.
탕수육을 먹는데 있어 꼭 2가지 형태로 갈리는 게 있는데 바로 소스다. 소스를 통째로 부어 먹는 사람과 소스는 찍어 먹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간의 의견 충돌로 탕수육이 오고 나면 서로 어떻게 먹을지 상의부터 해야 한다. 서로간에 합의를 하지 못하고 누군가 소스를 통째로 부어버리면 아우성이 쏟아지는 건 예사다. 부어 먹는다고 해서 일명 부먹파와 찍어 먹는다고 해서 찍먹파로 양분 되지만 점점 추세가 찍먹파가 많아지는 형국이다.
부먹파는 탕수육을 먹을 때는 부어 먹는 게 정석이라고 우기고 찍먹파는 부어 먹으면 탕수육이 눅눅해져 맛이 없기 때문에 찍어 먹어야 한다고 대립한다. 사실 이건 원래 답이 뻔하다. 탕수육을 보아라. 원래 탕수육 이라는 메뉴 자체는 물론이고 이런 청요리 스타일의 음식은 소스가 원래 부어 나오는 게 맞다. 다만 값싸고 급이 낮은, 더군다나 배달이라는 이상한 형태로 음식을 인스턴트처럼 청요리를 배달해 먹으니 그 배달 과정에 필요한 추가적인 인건비와 과정, 소요되는 시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되면서 전체적인 음식의 질을 떨어지게 만든 것 일 뿐, 원래 탕수육은 부어 먹는 게 맞다.
정석은 알겠는데 그렇게 먹으면 맛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입맛부터 바꾸고 음식을 바꿔라. 원래 음식은 먹는 방법과 양식이 있는 법, 오리지널 음식을 먹지 않고 짝퉁 음식을 먹으면서 그것에 맞는 해법을 오리지널 음식까지 대입하는 건 오히려 오바다. 찍먹파를 고집한다는 것 자체가 난 계속 그런 음식을 먹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 물론 지금처럼 배달되는 일반 탕수육은 고급 청요리집의 탕수육과는 달라서 찍먹파가 말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배달음식의 경우이고 탕수육은 무조건 찍어 먹어야 한다고 말 할 것은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표현이라면 배달된 탕수육은 찍어 먹는 게 조금 더 낫고 직접 가서 먹거나 제대로 된 탕수육은 무조건 부어 먹어야 한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다, 경우를 달리하지 않고 탕수육은 무조건 찍어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그 음식과 요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수많은 채소와 과일, 그리고 소스가 어우러져 부어졌을 때 요리가 완성되는 것이지 튀김가루에 묻힌 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는 건 분식 밖에 안된다. (분식을 펌하하는 건 아니다, 방식의 차이를 말하는 것) 탕수육 본연의 맛을 모르고 고기와 튀김 맛으로만 먹게 되는 게 찍먹파다. 참고로 제대로 된 탕수육은 소스를 부어도 눅눅해지지 않고 쫀득쫀득하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가끔 보면 원래 그 음식의 먹는 방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아무렇게 먹는 사람이 있다. 물론 나 역시 그런 것은 따지지도 않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 메뉴의 먹는 방법과 기준은 알고 먹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알고 나서도 각자 취향에 맞춰 난 이렇게 먹는 게 더 맛있다. 저렇게 먹는 게 맛있다고 하면 상관없지만 원래 방법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무조건 취향에 따라 먹겠다는 건 요리를 만든 사람에게 그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례한 경우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덮밥, 김밥지옥에 가면 은근히 많이 먹는 게 오징어덮밥이나 김치덮밥류다. 그런데 이런 거 먹는 사람 보면 비벼 먹는다. 카레도 마찬가지다. 카페덮밥이라는 것이 이름 자체가 덮밥의 형태인데 무조건 카레를 밥에 쓱쓱 비벼 먹는다. 덮밥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왜냐면 덮밥이라는 메뉴 자체가 비벼 먹으면 맛이 떨어진다. 카페덮밥을 보자 밥과 카레가 따로 떨어져 살짝 덮어졌을 때는 촉촉한 카레가 항상 유지되고 밥의 윤기도 유지된다. 이것을 한번에 비벼 버리면 밝은 노란 빛은 사라지고 누리끼리한 밥알로 바뀌면서 밥 전체가 푸석해진다. 이럴 때 거의 대부분 카레를 더 부어 조절하는데 밥이 카레의 수분을 쏙 빼가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분이 줄어들어 퍽퍽해지기 때문이다.
그럴봐에 아예 비빔밥을 먹어야지 왜 덮밥을 먹는지 모르겠다. 오징어 덮밥을 엄청 좋아하는 후배가 있는데 음식이 나오면 무조건 비빈다. 애초에 긴 접시에 나온 오징어덮밥은 밥과 오징어가 분리되어 나오지 않던가? 기껏 분리한 것을 왜 섞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맛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덮밥과 비빕밥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리고 먹는 방식도 다르다. 비빔밥은 비벼 먹는 것이고 그렇게 메뉴 자체가 짜여져 있다. 덮밥은 밥과 덮어진 소스를 살짝 묻혀가며 먹게 메뉴가 개발된 음식이다. 덮밥을 비빔밥처럼 먹으면 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한번은 동료들과 제육덮밥을 먹고 있는데 흰 쌀밥과 제육을 따로 먹으니 왜 그렇게 먹느냐고 묻는 동료가 있었다. 돌아보니 나 빼고 전부 비벼 먹고 있었다. 이렇게 먹는 게 더 맛있다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 한다. (그렇게 먹어야 한다고 잘난 체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먹는 게 맛있다는 것은 다르다) 따로 먹나 비벼먹나 입에 들어가면 똑같고 배속에 들어가면 똑같은데 맛 차이가 나느냐는 질문에 (이런 생각 의외로 많이들 하신다) 비빔밥은 비벼 먹기 때문에 비빔에 맞게 간이 되어 나오고 덮밥은 덮밥에 맞게 간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방식을 달리해서 먹으면 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 드렸다.
덮밥은 섞어 먹는 음식이 아니라서 간이 쎄다. 밥 한 숟가락 떠서 덮밥재료와 소스를 담가 먹으면 흰밥이 간을 조절해 준다. 하지만 이것을 무시하고 비비면 일단 짜진다. 오징어덮밥이나 제육덮밥 먹는 사람중에는 먹는 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짜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나 짜다고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덮밥을 덮밥으로 먹지 않고 비벼 먹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빔밥을 먹고 짜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간이 그렇게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빔밥을 각각 따로 섞지 않고 먹는다면 아마 100% 공감할 것이 굉장히 싱겁다이다. 콩나물 따로 밥 따로 나물 따로 먹어보면 다 싱겁다. 고추장과 참기름이 섞이지 않아 간이 베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덮밥은 간이 되어있고 흰밥과 따로 먹게 되어 있어서 간도 어느 정도 강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비벼 먹으면 맛이 없다고 느껴지게 된다. 이처럼 덮밥과 비빔밥의 구분을 하지 못하고 그냥 먹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처럼 탕수육도 똑같다. 탕수육은 "무조건" 부어 먹어야 한다. 다만 배달 시켜 먹는 일반 탕수육이라면 예외적으로 찍어 먹는 게 낫다. 그게 아니라면 제대로 된 탕수육은 무조건 부어 먹어야 한다. 앞서 설명처럼 덮밥과 비빔밥처럼 부어 먹어야 탕수육 요리의 본연의 맛이 살아나고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청요리집까지 찍먹파를 고집하는 건 비싼 돈 주고 값싼 튀김 하나 사서 케찹에 발라 먹는 것 밖에 안된다.
탕수육은 부어 먹느냐, 찍어 먹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탕수육은 부어 먹고 제대로 되지 않은 탕수육은 찍어 먹는 게 낫다라고 고쳐 부르는 게 현명하다. 입맛 까다롭다고 자칭 음식 평론가 수준이라며 자랑하는 사람중에 탕수육은 찍어 먹어야 제맛이제~ 라고 하는 사람들 보면 불량 식품만 먹더니 별 소리 다하는가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
전통 청국장의 큼큼한 냄새는 손사래치면서 시판용 청국장이나 청국장맛이 나는 콩 제품으로 청국장 비슷한 음식을 먹으면서 청국장 본연의 맛을 논하는 사람처럼 탕수육은 소스를 부어 먹냐 찍어 먹냐는 탕수육이 값싼 청요리로 품격이 떨어지면서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큰 기대를 하지 않기에 그 수준에 맞게 재료와 조리과정의 질이 떨어진 것일 뿐, 질이 떨어지면 맛도 떨어지기에 눅눅해지거나 딱딱해지거나 부스러지는 부정적인 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 음식에 많이 노출되었다고 해서 그 먹는 방법이 제대로 먹는 법까지 뒤집어 버릴 수는 없는 법, 소스를 부어서 먹냐, 찍어 먹냐를 논하기 전에 제대로 된 탕수육부터 먹는 게 우선이다. 제대로 된 탕수육이라면 부어 먹으면 진짜 맛있고 찍어 먹어도 맛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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