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름에 튀긴 첫 닭이 맛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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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주방탐구

새 기름에 튀긴 첫 닭이 맛있을까?

by 깨알석사 201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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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의 신선도와 맛

사람의 입맛이라는 것이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된다는 건 쉽지 않다.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입맛도 당연히 다 다르다. 가족조차 쌍둥이 외모가 아니다. 가족끼리도 입맛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족의 경우 타인보다는 입맛의 범위 테두리가 비슷하다. 그 테두리 안에서는 비슷한 입맛을 갖게 된다. 같은 음식을 매일 함께 먹기 때문이다.

튀김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에 새 기름에 튀긴 첫 번째 음식은 맛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실제로 기름을 교체하자마자 첫 번째로 튀긴 음식은 맛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기는 하다. 이건 특히나 소비자가 아닌 업주들 대부분이 공감할뿐더러 손님은 새 기름인지 사용하던 기름인지 모르기 때문에 기름 상태로 맛 평가는 원래 힘들다. 

손님에게 설명하거나 우리 가게는 기름을 자주 간다는 자랑을 하다 보니 새 기름 튀김에 대해 업주가 잘 알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눈으로 새 기름을 직접 보고 튀겨낸 장본인이라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안다고 새 기름에 튀긴 맛을 가장 잘 아는 건 업주다. 거의 대부분 그렇다더라~ 이렇다더라~의 카더라가 아니라 튀김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새 기름에 튀긴 것보다는 나중에 튀긴 것이 더 맛있다고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외식, 말 그대로 바깥에서 사 먹는 음식의 입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지 실제로 맛이 없는 건 아니다. 입맛이라는 것이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객관적이면서 데이터화되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음~그래 이 맛이야!" "음 바로 이거야!" "나 이 맛 알아!" "이거 먹어봤던 맛인데?" 이런 표현 자체도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인들 중에 장사하는 사람이 꽤 많고 내가 또 호기심이 많다. 궁금한 건 직접 해보고 알아보는 편이다. 난 그들의 주방을 실험실로 쓴다 ^^;; 기름을 직접 갈고 새 기름에 갓 튀겨낸 후라이드 치킨도 먹어보고 그냥 기름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튀김기나 가마솥을 깨끗하게 세척한 뒤에 새 기름을 교체하는 경우, 새 기름을 쓰기 전에 헌 기름의 절반 내지 3분의 1 정도 남긴 후에 나머지를 새 기름으로 채우는 경우(보충의 개념), 반대로 새 기름을 3분의 2 정도만 채우고 나머지를 사용했던 헌 기름으로 보충해서 채우는 경우 등 업계에서 보통 사용하는 기름의 조절 방법 경우의 수를 모두 실천해 봤다.

새 기름을 교체할 때도 사용했던 기름과 섞어서 사용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기름값 때문이라기보다는 바로 새 기름으로 튀기면 맛이 없다는 말 때문에 기존의 기름(일종의 맛기름 역할, 모기름)을 섞어 준다는 건 생각보다 많이들 하신다. (모육수를 가지고 육수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1년 정도 틈틈이 맛 평가를 해봤는데 확실히 맛이 다르다. 그런데 그 맛이라는 것이 내 입맛이냐 사람들의 입맛이냐 아니면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 대중적인 맛이냐 재료의 맛이냐 상업적인 맛이냐 (흔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라는 것들)에 따라 기준점이 다른 건 당연하다. 그래도 절대적인 "맛" 맛이라는 것의 평가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나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 기름에 튀긴 닭이 제일 맛있다! 닭집 하시는 분들 10명 중 9명, 닭고기 관련 사업 종사자들 10명 중 9명은 그건 아니다~ 새 기름보다는 어느 정도 튀김 사용을 한 기름에서 튀긴 닭이 더 맛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손님이 아닌 업주들의 그런 맛 평가에 대해 그럴 것이다라는 걸 충분히 예상하고 공감한다. 무엇보다 경험에서 우러러 나온 맛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고 손님도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 그 맛을 누구보다 더 많이 경험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고기에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염지를 하지 않고 양념을 하지 않고 고기 그대로 먹는다면 어떨까? 맛이 있을까? 밋밋하거나 싱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익숙함의 차이다. 양념된 것에 길들여진 맛은 양념이 안되면 싱겁거나 오히려 "맛"이 없다고 느끼는 반면 양념이 아닌 원재료의 맛에 길들여진 사람은 양념 맛에 가려져 본래 맛이 하나도 안 난다고 투덜대기 쉽다. 이건 양념 맛이야! 하고 평가절하하는 것도 예사다.

나는 설렁탕에 간을 잘하지 않는다. 소금도 거의 안 넣는다. 그걸 무슨 맛으로 먹냐고 하는데 담백함 맛으로 먹는다. 아주 맛있다. 항상 그러는 건 아니다. 3분의 1은 바탕으로 깔고 그렇게 먹는다. 나머지 3분의 1은 조미를 좀 해서 먹는데 타인보다는 조미료(양념) 양을 좀 조절해 상대적으로 적게 넣을 뿐이다.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남들처럼 똑같이 넣을 거 다 넣고 양도 똑같거나 더 넣어서 완전 초등학생 입맛처럼 먹는다. 대체로 내가 간 조절을 해서 먹는 음식들의 경우 이런 패턴으로 먹는다.

반대의 경우에는 이게 안된다. 자극적인 맛만 좋아하고 양념을 따로 많이 넣어서 간 조절을 무조건 해야 하는 사람들은 내가 3가지 경우의 맛을 모두 즐기는 것에 비해 반대로 나머지 2가지 경우의 수에서는 맛을 전혀 못 느낀다. 아~ 싱거운데.. 맛이 없어!.. 소금 없니?...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ㅠ.ㅠ.... 그러다 결국 반 이상 남긴다.

내 입맛이 특별하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 베이스로 순수하고 담백한 사실상의 "무맛"을 먼저 느끼고 즐긴 다음에 다른 맛에 접근하는 것이지 내 혀가 하늘이 내린 혀는 절대 아니다. 하얀 백지에는 원하는 그림을 마음대로 그릴 수 있지만 처음부터 빽빽하게 그려진 도화지부터 만나고 즐기는 사람에게는 백지의 여백이나 여백을 채워나가는 그 맛을 모를 수 있다. 사실 그게 차이다.

 

새 기름의 맛

새 기름에 대한 과장된 느낌부터 따져보자. 집에서 먹는 부침개, 파전, 배추김치전~, 달걀프라이~ 햄 반찬~ 등등 가공식, 인스턴트, 전통식, 한식, 양식, 일식, 중식 그런 거 안 따지고 집에서 해 먹을 때 생각해 보자. 식용유 안 쓰는 집이 없고 거의 필수품이다. 달걀 프라이에 식용유는 필수! 거기서 식용유 통에 담긴 너무나도 당연한 "새 기름"을 쓰지 않고 사용했던 기름을 모아 쓰는 사람은 없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새기름 맛을 잘 알고 꽤 많이 먹는다. 밖에서 돈 주고 사 먹는 게 아니라면 가정식에서는 백퍼 새 기름 맛으로만 먹는다. 엄마가 해주는 소시지 반찬, 햄 반찬, 계란 프라이, 부침, 튀김, 다 새 기름이고 새 기름밖에 없다. 그런데 밖에서 먹을 때는 새 기름이 맛이 없다? 그건 결국 집밥과 외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밥"을 찾고 "집밥"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 기름이 더 맛있고 원래 가장 "깔끔"한 맛이다. 

집에서 쓰는 모든 기름류, 튀기든 무치든 맛기름으로 넣어주든 모든 기름은 새 기름 밖에 없고 새 기름만 쓴다. 음식을 끼니에 맞춰 새로 하기 때문에 기름을 사용한 음식은 모두 새 기름을 사용한 첫 음식들이다. 그럼에도 치킨집에서 새 기름으로 튀긴 첫 닭이 맛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자극적인 조미, 짠맛, 치킨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덜 있기 때문이다. 원래 그게 튀김 맛인데도 싱겁다고 여기기 때문에 맛이 없다고 하는 이유다. (정작 싱겁지 않다)

분명 첫 닭에도 염지가 되고 튀김옷이 입힌다. 그리고 염지와 튀김옷 각각에도 염분과 수많은 조미료, 향료가 들어간다. 결코 새 기름으로 튀겼다고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모르고 잘 먹는다. 오히려 색감이 더 좋아서 더 맛깔나게 보이는 것도 첫 닭이다. 이건 족발집 육수와 사실 개념이 같다. 30년 된 육수, 10년 된 육수처럼 계속 하나의 육수로 계속 끓이면 진국이 되고 양념이 누적되는데 기름에도 똑같이 여러 마리의 닭이 꾸준히 사용하면 염지와 튀김옷에 들어갔던 여러 가지 조미료가 계속 누적되어 "센 맛" "자극적인 맛"을 만들어 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게 먹는 편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런 짠맛이 누적되면서 기름에 녹아 자연스럽게 첨가되기 때문에 맛이 더 좋게 느낄 수밖에 없다. 새 기름에 튀긴 닭이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짠맛을 즐긴다는 뜻이다. (치킨의 상당량은 짭조름한 맛이 생각보다 크다. 백숙이 아닌 이상 염분 섭취가 꽤 많다)

삼겹살을 기름에 튀겨 먹는 장면이 요리방송에 자주 나온다. 그냥 구워 먹기도 하지만 튀겨 먹으면 나름 색다른 맛이 있다고도 한다. 생고기를 굽는 것도 마찬가지. 고기에 아무 간도 하지 않고 그냥 굽기만 해도 사람들은 침을 삼킨다. 삼겹살을 불판에 올려놓고 잘 구운 다음에 아무 간도 하지 않고 장도 찍지 않고 먹으라고 하면 잘 먹는다. 느끼해서 그렇지 맛 자체는 아주 좋다. (고기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거기에 고추장, 된장, 쌈장을 찍어 먹는 사람이 있고 쌈을 싸 먹거나 버섯이나 고추랑 같이 먹는 사람이 있는데 짠맛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고기만 먹어도 맛이 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 의외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사람들이 많이 느끼고 체험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양념갈비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생갈비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생갈비를 먹을 때 고기만 먹는 사람이 있고 소금에 잔뜩 찍어서 먹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결론은 다 맛있다. 다 맛있지만 그래도 가장 선호하는 건 아무 양념과 간을 하지 않고 고기 그대로 굽거나 삶아서 먹을 때 그 특유의 "고기 맛"만 느껴질 때다. 육즙이 어쩌니, 식감이 어쩌니, 침샘이 어쩌니 사르르 녹는다는 것이 어쩌니 이런 것들 말이다.

기름은 일단 "개봉"을 하면 산패가 시작된다. 부패한다는 뜻이다. 가정살림 잘하시는 어머님 중에서는 참기름이든, 시판용 식용유 등 사용하고 나서 뚜껑을 잘 안 닫으면 딸내미 등짝을 후리며 "이년아! 엄마가 식용유 뚜껑 잘 닫으라고 했어 안 했어! 엄마 말을 허투루 듣는 게냐?" 하면서 스매싱을 날린다. (요즘은 뚜껑 신경 안 쓰는 집이 더 많다)

기름은 공기랑 닿으면 부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온도가 바뀌면 성질이 바뀌면서 급속도로 부패한다. 온도가 올라가 데워지면 본래 기름 성질과 달라지는데 모든 먹거리가 고온에서는 부패가 안되기 때문에 온도가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된다면 반대로 부패를 막는다. 대부분의 치킨집에서 기름을 일주일, 심지어 한 달 가까이 계속 써도 찐득한 오일처럼 변질되지 않고 색만 변할 뿐 멀쩡한 이유다. 

200도 가까운 기름을 계속 유지하다가 영업 종료 후 기름이 식을 때 잔열이 계속 남아 온도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는다. 영업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늦게 닫고 일찍 여는 집들은 그래서 온도 유지가 많이 되어 기름 상태가 결코 나쁘지 않다. 그러나 24시간 매일 튀겨내지 않는다면 이것도 결국 온도의 급변화로 인해 부패가 더 촉진된다. 200도 가까운 온도가 계속 유지되면 온도에 의한 부패는 없지만 그 온도가 150도, 100도로 뚝 떨어지면 큰 온도 차이로 인해 부패가 비례적으로 부패가 된다. 

또한 24시간 사용한다고 해도 그 상태에서 여러 가지 재료가 기름에 들어가기 때문에 잔 부스러기가 계속 쌓이게 되는데 이런 작은 알갱이들이 기름에 남아 계속 타기 때문에 굉장히 안 좋게 기름을 만든다. 탄 기름은 절대 먹으면 안 되는데 치킨집이나 기름을 많이 쓰는 튀김집에서 부스러기를 제거하기 위해 정제기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먹는 식용유류들은 200도 이상 넘지 않아야 하는데 대략 210도가량만 되어도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더 올라가면 기름이 탄다. 탄 기름은 사용할 수도 없고 음식이 잘 튀겨지지도 않을뿐더러 그 상태에서 튀긴 음식을 먹는다면 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걱정 자체를 아예 할 필요가 없다. 암은 100% 걸린다! 암이 걸릴까? 안 걸릴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결국 건강을 위해서도 맛을 위해서도 굳이 기름을 오래 쓸 필요가 없고 쓸 수도 없다. 다만 싱거운 맛을 잘 모르고 짠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새 기름이 맛이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기름에 염도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기름으로 갓 튀겨내면 제일 좋은 건 향이다. 특유의 고소한 기름 향, 저렴한 콩기름이라고 해도 고소한 기름 향이 아주 좋다. 

집에서 부침개 먹을 때 집안에 고소한 기름향이 퍼진다는 걸 기억해 낸다면 그것과 같다. 먹지 않아도 냄새로 오는 기름 향은 부침개를 기다리게 만든다. 그런 기름 향은 새 기름에서만 가능하다. 새 기름에 튀긴 첫 닭을 처음 먹었을 때 찐한 기름 향이 너무 좋았고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오는 고기 맛(동물성) 뒤에 오는 기름 맛(식물성)은 쨉 쨉~어퍼컷~이다.

기름에 잔 부스러기가 없고 기름이 부패하지도 않은 상태이면서 고소한 향미를 그대로 가진 상태라서 원재료에 기름 향이 스며드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런 첫 경험 뒤에 계속 누적되면 향미는 떨어지고 오로지 튀기는 기름밖에 안 되며 재료가 많이 들어가 사용될수록 누적된 조미료들이 기름 성분과 어울려 재료에 달라붙어 재료 맛을 강하게 해주다 보니 강한 맛,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새 기름 맛보다는 일정량 튀겨지고 난 다음에 나온 치킨 맛을 선호할 뿐이다.

나는 이 느낌이 꼭 장남과 차남의 습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첫 애는 경험도 없고 잘 몰라서 잘 챙겨주지 못하지만 둘째, 셋째, 넷째로 증가할수록 요령도 생기고 노하우도 생기고 아이들도 더 잘 챙겨주게 된다. 아이들도 뒤로 갈수록 엄마의 익숙한 손길에 더 잘 자란다. 

그럼에도 막상 부모들이 가슴 한편에 두는 건 장남, 장녀,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걸 부모는 안다. 뒤로 갈수록 자녀를 잘 케어하고 챙겨주고 아이들도 거기에 맞춰 잘 자라지만 잘되든, 못되든 상관없이 가슴 한편에 항상 듬직하게 존재하는 건 첫째. 여러 아이 중에 누가 제일 좋으세요? 누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하면 막내라는 말도 있지만 은연중 "진국"은 첫째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도 부모 맘이다.

셋째. 넷째를 얻었을 때의 느낌과 설렘을 첫 아이를 얻었을 때의 설렘과는 분명 굉장한 차이가 난다. 비교 자체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부모도 미숙하고 아이도 첫 아이라 모든 게 서툴렀지만 거기서 오는 무한한 행복감과 희열은 둘째 이상부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짠~"하고 생겼을 때의 그 희열과 행복감은 모든 부모가 공감할 것이다. 첫째가 있고 둘째가 있는 상태에서 셋째, 넷째가 태어나면 분명 그 전과 느낌이 다르다. 깡충깡충 하늘 높이 뛰면서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은 예전 같지 않다.

 

난 새 기름 실험을 하면서 그런 걸 느꼈다. 아~ 이 맛이야! 첫 기름에 튀긴 첫 번째 음식, 처음이라 뭔가 부족하다고 (기름에 누적된 양념)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싱싱하고 신선하고 깔끔한 맛은 따라올 수가 없다. 노란~ 새 기름에서 튀겨지는 걸 보면 보는 것만으로도 맛있게 느껴지는데 첫 아이가 커가는 모습과 흡사 비슷하다.

새 기름을 쓴다고 표방하고 판매하는 식당들을 가보면 첫 손님의 반응을 보면 안다? 맞는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간 가게라면 상관없지만 자주 오는 사람이라면 맛이 좀 다르거나 싱겁다고 느끼는 게 보통이다. 기름에 누적된 조미료가 아예 없어서 기존에 먹던 치킨보다는 약간 싱겁다고 느낀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펙트이기 때문에 진짜로 새 기름을 매일 쓴다면 첫 손님의 반응은 분명히 존재한다.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은 거의 필수다. 긍정적인 반응은 기름 향, 깔끔한 맛, 느끼함이 덜 한 맛이고 부정적인 반응은 싱겁다이다. 양면성의 장단점을 취합해도 남는 건 좋은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결코 떨어지는 맛은 아니다.

부침개, 전, 튀김류를 좋아하고 약간은 기름진 맛, 면도 잡채 같은 걸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새 기름의 첫 닭이 바로 그런 맛을 선물한다. 정작 부침개 좋아한다면서 새 기름에 튀긴 첫 닭이 맛이 없거나 별로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맛은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앞뒤 말이 맞지 않는 사람이다. 난 기름진 음식이 좋아! 기름에 튀긴 음식이 제일 맛있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새 기름의 첫 닭은 반드시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 맛도 역시 최고라고 해야 기름진 음식 마니아라고 볼 수 있다.

황교익의 설명 중에서도 이 부분은 중요하다. 염지도 없고 튀김옷도 없이 그냥 고기를 그대로 튀긴 경우에는 기름을 계속 사용하든 하지 않든 사실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그 맛 자체도 고기 맛 밖에 안 난다. 이런 경우에는 첫 닭의 맛이 더 좋고 제일 맛있을 수밖에 없다. 원래 통닭이라는 것(가마솥 통닭)도 따지고 보면 생닭을 그대로 튀긴 말 그대로 통닭인데 프랜차이즈의 닭만 좋아하고 통닭의 맛은 모른다면 닭고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바스락 거리는 튀김옷, 밀가루 반죽 맛으로 먹는다고 봐야 한다.

제대로 먹을 줄 안다면, 제대로 만들 줄 안다면 오히려 염지나 튀김옷(염분)을 입히지 않고 고기만 그대로 튀겨낸 뒤에 간을 손님이 직접 해서 먹게 해줘야 한다. 소금이나 양념장 소스에 찍어서 먹게 말이다. 그걸 고기를 재우고 튀길 때 그 안에 미리 간을 하고 넣어준다는 것인데 그 맛이 튀길 때 기름에 계속 들어가 기름 맛을 바꾸고 무엇보다 기름을 평소보다 빠르게 부패하는 원인 제공(정제기를 쓰는 이유)이기 때문에 정작 10마리에서 30마리 사이의 20마리 정도만이 그나마 맛이 괜찮다고 할 수 있지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업소마다 튀김기 용량이 다르고 기름양이 다르지만 보통은 100수(100마리) 이상을 튀기면 기름은 더 이상 쓰지 않는 게 일반적인 사용법이다. 새 기름을 잘 쓰는 분 중에는 50수 내외로 타이트하게 잡는 분도 있다. 내가 한 달 정도에 걸쳐 새 기름 기준 1 수부터 200수까지 튀기는 집 닭을 모두 한 점씩 먹어봤다. 몇 번째 닭인지 카운트 안 하고 먹으면 맛이 다 똑같다고 느껴진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건네준 닭을 먹은 사람도 모두 그랬다. 

그런데 카운트를 하고 앞 뒤 수 차이가 나는 닭을 비교해서 먹으면 확실히 맛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50수 내외까지는 맛이 일정했고 70수 넘어가니 맛이 큼큼했다. 100수 넘어가니 탄 맛이 느껴졌고 150수 이상부터는 맛이 없다고 느껴졌다. (이건 양념치킨이나 소스가 필수라고 느껴졌다) 200수 이상 튀긴 닭은 시장에서 가끔 사 먹는 딱딱하고 맛없는 기름기 없는 맛없는 녀석들처럼 튀겨졌는데 고기 상태까지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원래 치킨에서 튀김 할 때 초벌을 따로 해서 두 번 튀기는 집들이 많은데 초벌을 하는 이유가 빨리 익혀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도 차이를 두고 식혔다가 다시 튀기면서 바삭함을 만들기 위함이라 150수 넘어가면 이런 게 안 생겨 식감이 떨어진다. 초벌 할 때 튀김옷 안으로 기름이 들어가고 그만큼 수분이 빠지면서 수분을 완전히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 수분이 바로 튀김 할 때 나오는 수많은 기포~(튀김 할 때 보는 튀겨지는 장면은 수분 때문)

수분이 빠지면 파파팍~하던 튀김은 얌전하게 튀겨지는데 이때 걷어내면 수분은 없고 튀김 안에 기름만 존재하게 된다. 이때 식힌 이후에 다시 튀기면 안에 있던 기름이 온도차에 의해 다시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고 고기에는 수분과 기름이 제거되어 깔끔한 맛과 바삭한 맛이 생긴다. 기름이 나오는 과정에서 차갑게 식혀진 튀김옷도 코팅이 되면서 기름이 재침투 되는 걸 막고 튀김옷도 바삭하게 만든다. 치킨을 두 번 튀기는 이유다.

새 기름은 이게 가능한데 50수 넘어가면 점점 덜하고 100수 넘어가면 잘 안 된다는 것!! 그게 바로 포스팅의 결론이다.

염지와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새 기름에 튀겨낸 맛, 황쌤과 MC무 이야기처럼 노땅 맛이 바로 이 맛이다. 근데 이 맛을 알면 기름진 맛이 무엇이고 튀김이 왜 맛있는지를 알게 된다. (튀김은 뭘 튀겨도 다 맛있게 해 준다고 하지 않던가)

튀긴 닭에 간을 하느냐 튀기기 전부터 간을 하느냐의 차이, 그래서 기름 사용량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미리 간을 하고 튀겨내는 것이 치킨집 99%에 해당되는 경우라 그 간을 조절한다는 여러 가지 양념들이 기름에 누적되기 마련이다. 맛도 튀기면 튀길수록 변해지면서 처음과 끝의 튀김음식 맛이 전혀 다르다. 물론 기름을 더 빨리 못쓰게 산패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집에서는 100수까지 튀겨도 기름 상태와 기름 맛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닭모래집은 튀김기에, 닭은 가마솥에, 방송을 보니 이 집도 가마솥 닭인데 모래집은 튀김기를 쓴다. 원래 닭모래집과 치킨은 같은 기름에 튀기면 절대 안 된다! 치킨은 살코기고 닭모래집(닭똥집)은 내장, 부속물이다. 고기와 내장은 원래 같이 튀기면 맛이 상극이고 기름 맛도 변질시킨다. 닭똥집과 치킨을 한 튀김 통에서 튀겨주는 집도 사실 거의 없지만 만약 같이 튀긴다면 그런 집은 가지 않는 게....(이건 누가 먹어도 맛이 없어 원래 그렇게 안 함, 근데 기름 아낀다고 같이 튀기거나 치킨 오래 튀겨서 교체할 기름을 닭똥집용으로 쓰는 집이 있음)

닭똥집은 원래 잡내가 나고 내장이라 잘못 튀기면 냄새가 날 수 있다. 손질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하기도 하지만 기름 상태가 안 좋을 때 튀기면 식감은 물론 맛도 확 떨어진다. 닭똥집은 치킨과 반대로 오히려 새 기름일수록 맛이 제일 좋다.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입맛일 때)

무 염지, 무 튀김옷, 새 기름의 통닭은 평양냉면 맛(슴슴)과 비슷하고 염지를 하고 튀김옷을 입혀 맛깔난 양념까지 버무린 양념치킨은 함흥냉면 같다는 MC무의 말을 듣고 비유 참 좋다~ 이것보다 깔끔하게 표현한 것도 없지 않나 싶다.

새 기름에 튀기면 식어도 눅눅함이 덜하다. 치킨이 식었을 때 눅눅함이 강하다면 새 기름이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식용유 말통(사각형의 깡통)으로 12통 정도 써가며 실험해 봐서 안다. 향도 마찬가지, 고소한 기름 향이 사라지고 쾌쾌한 탄내와 잡내가 나는 것도 새 기름에서는 불가능하다. 원재료인 닭고기가 변질된 걸 쓰지 않는 이상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고 사람들도 당연히 "새 기름" "매일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안다.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 확인하기 힘들지만 기왕이면 그날 첫 닭을 몇 번 먹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기왕 먹을 거면 새 기름으로 매일 교체하는 집이 당연히 좋고 될 수 있으면 첫 닭을 먹는 것도 노려볼만하다. 너무 심심하고 담백하다 싶으면 5번째 내외 닭을 먹는 것도 좋다. (절대미각이 아닌 이상 큰 차이는 모를 것이다) 

마지막 깨알 팁, 새 기름을 매일 쓰면 정제기도 딱히 필요가 없다.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ㅋ) 그리고 교체를 매일 하면 매일 튀김기를 청소하기 마련이다. 치킨집에서 정작 기름 맛을 변하게 하고 기름 향을 떨어트리고 기름이 더 빨리 부패하게 하는 건 정제기다. 정제하면서 걸러진 찌꺼기가 기름 안에 그대로 있으면서 기름을 계속 통과시키기 때문에 부스러기를 걸러내어 시간차를 벌지만 그 찌꺼기 맛은 계속 남게 되어 있다. 그래 봤자 탄 맛을 조금 늦추는 것인데 애초에 이게 없다면 맛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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