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비법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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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맛집탐구

맛집의 비법에 관한 고찰

by 깨알석사 2018.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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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을 다루는 방송을 보다보면 그 맛집만의 비법이 꼭 등장하기 마련이다. 남들과 다른 이 가게만의 특징적이고 뛰어난 맛의 결정체를 이루는 모든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 그 노력과 정성이 모두 들어간 집약체인 맛의 비법은 맛집으로 등극하게 된 이유이자 맛집이라는 기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맛집 달인들은 이런 맛의 비법에 대해 어떤 기회가 되면 전부 혹은 일부의 비법을 공개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곳이든 맛집으로 소문난 곳은 이런 비법들이 있고 대체로 공개하지 않는게 보통이지만 가끔은 모든 걸 공개하는 맛집도 있다.

나는 이 비법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다. 물론 비법이라 할 수 있는 그 가게만의 비밀 레시피, 그 식당만의 감칠맛 포인트, 그 맛집만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든 비밀이라는게 있어야 그 집이 다른 집과 차별화되고 또 치열한 요식업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기에 맛의 비법이라는게 상당히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관점을 어떻게 놓고 보느냐에 따라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대단해 보일 수 있는거라 생각하기 나름인 부분이 없진 않다.

어떤 재료를 쓰고 어떤 재료를 다듬고 어떤 재료를 가공하느냐에 따라 같은 재료의 음식이라도 완전 달라질 수는 있지만 결과만 놓고보면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어디서" 만드느냐에 따라 (레시피 원천 소유자) 갈림길이 될 수 있는 것도 이 레시피의 전부라 할 수 있어 정확한 포인트를 알고 있다면 사실 비법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독창적인 레시피 수준일 뿐, 엄청나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모두 똑같은 선생님에게서 수업을 받고 교육을 받아도 학생들마다 차이가 생기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초,중,고를 다니고 대학을 다녀 비슷하거나 거의 같은 학벌 수준이 되어도 사회생활에서 서로 극명하게 차이가 나고 갈리는 것처럼 동일한 소스(레시피)를 제공해도 결과는 천치차이가 나는게 현실이다.

레시피를 다 알려줘도 정확히 이해하고 따라하거나 혹은 더 발전 시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의외로 대부분은 응용은 커녕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게 더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애초에 어떤 방법을 스스로 만든 사람과 그걸 단순하게 보고 따라한 사람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만든이가 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타이밍에서 어떤 재료를 왜 가공해야 하는지 자체를 이해하지 않고 따라만 하면 근본적인 맛 탐구가 될 수 없고 조금의 변화나 변수가 생기면 대처는 커녕 이도저도 아닌 뭔가 빠진 맛만 낼 수 밖에 없는게 순리라 공개 여부는 사실 핵심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걸 이해하고 납득한 사람이라면 만든이가 비법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비밀 레시피를 감추더라도 그 결과물인 음식과 음식맛으로 얼마든지 추려내거나 90% 이상 근사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게 대단한 비법이 애초에 될 수 없다.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맛, 태어나서 처음 느낀 맛,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맛이라면 몰라도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매운맛, 감칠맛 범위안에서 인간이 먹는 음식의 카테고리 안의 일이라면 알아내는 건 시간 문제다.

음식을 내어주거나 맛보게 하지 않는 이상 결국 결과물(음식)이 있다면 과정은 얼마든지 추적과 추리가 가능한데 음식을 내어 팔지 않고는 식당이 될 일도 없고 앞 뒤가 맞지 않아 결국 음식(결과물)을 파는 사람이라면 레시피를 아무리 감추어도 시간 문제일 뿐 그것이 큰 의미가 될 수 없다.

생활의 달인을 보다보면 꽤 많은 맛집 스토리가 나온다. 재미있는 건 달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그들이 쌓은 노력과 정성이 깃든 비법을 알아내야 하고 그 비법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남들과 다른 결코 쉽지 않은 고행 수준의 엄청난 고통과 힘이 들어갔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음식점 주인이나 취재를 하는 PD가 인정한 달인이 아닌 시청자 모두가 달인이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 사람이 만든 요리 레시피 과정이 충분히 달인으로서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게 핵심이다. (가게 손님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만드는 과정을 보고 감탄한다)

그런데 이걸 지켜보다보면 세 가지 부류의 달인이 나온다. 레시피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고 그나마 계속된 공개 요구에 몇 가지만 살짝 알려주는 수준의 비밀주의자, 그리고 핵심 한 두가지만 빼고 나머지는 다 공개하는 맛보기주의자, 그리고 모든 걸 다 알려주는 공개주의자

확실히 나이가 어리거나 젊은 경우, 가게 업력이 오래되지 않은 경우 (경쟁력을 확실히 확보하지 않았다는 뜻), 레시피를 완성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을 경우는 대체로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나이가 많거나 업력이 높거나 레시피 자체가 오래된 경우에는 90% 이상 공개하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상식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뽑을 거 다 뽑고 본전치기가 되었다고 해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를 해도 자신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 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걸 아는 노련미가 있는 사람이기에 갈리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하다면 결국 나이가 있는 사람이 대체로 비법 공개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유와 같다고 볼 수 있는데 같은 레시피라도 "누가 만드느냐"가 무슨 의미이고 이게 얼마나 중요한 핵심 레피시의 한 부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백종원씨의 경우에는 요리사는 아니지만 요리연구가라고 할 수는 있다. 그는 방송에서 자신만의 페스트푸드 스타일 레시피를 많이 공개했고 또 여러 음식 프로그램을 하면서 독창적인 레시피를 알려줬다. 또 맛집 주인들이 녹화장을 찾아 직접 음식을 실현 할 때도 어떤 비법들이 들어가는지 많이 알려주었다. 지금도 그는 몇 가게에 레시피 자문을 해주면서 장사가 안되는 가게들을 돕고 있다. 최현석 세프의 경우도 마찬가지,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방송은 물론 다양한 방송에서 자신만의 시그니처 음식들을 만들어 보여주는데 거의 대부분 만드는 과정은 다 공개된다. 사실 이 중에 몇 개만 잘 추려서 잘 코스화 시키면 음식점 하나 따로 만들 수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자신들이 가진 모든 레시피,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비법 수준의 레시피를 다 공개한다고 해도 이 두 사람과 대적하거나 따라갈 수 있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아는 범위가 다르고 응용의 수준이 다르며 같으면서도 다르게 음식의 변화를 주는 스킬은 쉽게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상당 부분 자신들이 만든 독창적인 요리 레시피를 공개한 것도 이들이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여기서도 통하고 그게 또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라 할 수 있는데 레시피는 만든 사람 옆에서 직접 배우고 따라하고 조언 받고 수정 받지 않는 한 완전한 마스터가 될 수 없다. "누가 만드느냐"라는 것이 바로 중요한 이유다.

비법 레시피가 있다면 물론 아주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로 조금 더 넓게 보더라도 이 음식을 맛 보려면 내 가게로만 와야하고 내가 만든 것만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큰 장점이자 경쟁력이다. 그 누구도 경쟁할 수 없는 오로지 여기서만 먹고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 이는 로또와 다름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비법 레시피를 가진 가게가 서울에 식당을 열었다, 방송에 소개가 되었고 사람들이 몰린다. 서울시민이 한 번씩 내 가게에 온다고 가정할 경우 예상 인원은 약 1천만명 내외, 음식값을 1만원 수준으로 잡으면 대략 전체 매출 예상액은 1천억원, 그러나 현실적으로 테이블 회전수와 가게 방문 인원 가능수가 한정되어 있어 서울시민이 모두 한 번씩 먹어보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 소규모 점포 수준에서 하루에 넉넉히 200명 (일일 매출 200만원) 잡고 따진다면 1년에 받을 수 있는 손님 수는 약 7만명 수준으로 전체 예상인원의 1%도 못 들어온다. 이론상 그렇지 현실상 손님이 지역 따지고 오는 건 아니니 전국구 손님 기준이라면 결국 1년에 10만명 손님 응대하는 것도 쉽지 않고 한계가 있다. 100년을 운영해도 국토의 모든 국민이 다 이 집을 못 찾는다. 또 새로 태어나는 인구 수를 가정하면 또 오는 사람은 계속 오고 못 오는 사람은 평생 못 오는 경우의 수까지 감안하면 2대, 3대로 이어가도 다 맛을 보여줄 수는 없다. 가든이나 24시간 감자탕 수준으로 대형 음식점을 한다해도 그 가게가 위치한 그 지역 행정구 주민 전체 수조차 다 못 받는다. 어떤 가게든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맛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내가 욕심을 내도 어차피 내 손님이 될 수 없다는거다. 전국 방방곡곡 치킨집 브랜드마냥 모든 지역에 밀착해 분점을 내지 않는 한 일반 가게에서는 손님 받는다해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손님수에 비례해 매출(돈)이 뜨니 당연히 내가 돈 욕심을 아무리 내도 버는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내가 더 욕심을 부릴수록 내 몸과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올인해야 한다. 버티기 힘들다. 결국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내 가게만의 독창적인 음식은 경쟁력이 매우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의 퀄리티와 품격을 가진 음식이라면 경쟁자가 없어도 어차피 다 소화를 못한다는 말이다. 누군가가 레시피를 따라하거나 비슷한 음식을 하더라도 바로 내 가게 옆에서 똑같이 하지 않는 이상 절대 영향이 생길 수 없고 나눠 먹어도 서로가 다 먹지 못할 수준이라는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미치지 않고서는 원조가게 옆에 가게를 차리는 사람이 있을 수 없으니 방송에 출연할 정도고 맛의 달인 위치에 오를 정도면 이미 검증되고 사람들의 선택지가 정해져 있다고도 볼 수 있어 주변에 비슷한 맛집이 들어올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방송을 통해 안전구역을 확보했다고도 볼 수 있다.

씨앗호떡의 레시피가 만천하에 공개 되었다고 해서 서로가 따라한다 해서 원조집이 더 장사가 잘되면 잘되지 손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달걀김밥, 당근김밥, 오징어김밥 달인의 레시피가 공개된다고 해서 다 따라한들 원조집 김밥의 명성은 더 유명해지고 공고해지게 되어 있다. 레시피 공개로 인해 오히려 그 레시피의 특정 음식 자체가 유명해지고 더 찾는 손님이 늘면서 기왕이면 첫 맛은 원조집이라는 인식이 강해 원조집을 더 찾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이걸 누가 만드느냐가 핵심이라 같은 레시피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만든게 아무래도 맛이 있고 더 나아가 이걸 아예 연구하고 개발한 사람이 만든게 그야말로 원조의 맛이니 그사람의 음식을 그대로 흉내는 낼 수 있어도 맛까지 고스란히 따라갈 수는 없다. 딸이 아무리 똑똑하고 영리하고 노력해도 엄마의 손맛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이치다. 엄마가 모든 레시피를 딸에게 알려줘도 딸이 "왜 내가 만들면 그 맛이 안나지?"라는 것처럼 방송에서 레시피를 다 공개해도 그걸 그대로 흉내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고 그걸 완벽하게 흉내내도 이미 방송에 소개된 원조를 이길 수는 없다. 완변한 엄마의 손맛을 흉내낸 딸의 음식이라도 아버지가 선택하는 건 원조인 아내의 음식이지 딸의 음식이 우선될 수 없다. 내공의 차이다. 그래서 생활의 달인을 보면 의외로 많은 분이 레시피를 대공개하는 분이 많다. 

비법이 있다는 분들 중 다수는 그 비법이 비법이 아니다. 나도 요식업에 관심이 많고 식재료에 호기심이 많아 음식 관련된 글을 자주 쓰지만 비법이라고 해서 꽁꽁 감추는 경우 알고보면 예외없이 인스턴트나 화학조미료가 핵심 레시피인 경우가 많고 족발의 경우처럼 일부 음식은 비위생적인 환경 자체가 문제가 되기에 그걸 비법이라 하여 감추는 집도 많다. (족발은 수육의 한 형태라 삶은 물을 재탕해서는 안된다. 30년된 씨간장과 30년된 족발육수를 같은 개념으로 놓으면 곤란하다) 비법이라고 해서 감추면 정말 비법이라 감추는게 아니라 남에게 내놓기 부끄러운 행위가 수반되서 그런 경우도 많고 그 비법이라는게 사이다나 소주처럼 너무 보잘 것 없어서 민망해 감추는 경우도 많다. 물론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분들은 대체로 내공있는 비법을 보여주지만 가끔은 너무 오바한다 싶을 정도로 쓸데없는 공정을 비법으로 포장하는 분들도 보인다.


윗대로부터, 시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전수 받았다는 집, 3대로 이어지는 집 중에 레시피를 그대로 공개하는 집들이 있는데 이런 집들은 레시피에 들어가는 식재료 준비 과정과 노하우가 옛 방식이거나 전통방식에 따라하는 경우가 많아 공개해도 어차피 맛 흉내내는게 쉽지 않고 극소수다. 하라고 알려줘도 못할 사람 많다는 이야기다. 아주 작은 감칠맛의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내는 것도 맞지만 방송에 출연하고 방송에서 레시피 공개 부탁을 얻을 정도라면, 또 그게 단순 방송이 아니고 파급력이 크고 영향력이 있는 방송이라면 레시피 공개로 인한 효과는 부정적인 요소보다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따라할 사람보다 그걸 보고 놀라서 찾아올 손님이 수천배 더 많기 때문이다. (이건 쉽게 따라해서 만들 음식이 아니라 저 사람이 만든 저 음식을 먹어야 해!)

대체로 보면 방송에 나온 사람 중 일식계통에 이런게 많다. 일본에 직접 가서 수년 간 배웠다는 경우도 많고 그 집에서 노하우를 전수 받아 한국에 처음 정착시켰다는 경우도 많다. 간식이든, 분식이든, 전통일식이든, 심지어 초밥이든 일본 가서 돈 쓰고 고생하고 노력한 건 아는데 "일식"쪽만 유독 그런게 있다. 이쪽 종사자들을 보면 또 등장하는 달인을 보면 전통일식을 제외하고는 거의 "젊은" 사람들이 가게 주인으로 나온다. 배우거나 알아낸 것이 레피시 전부라 그게 전부라 생각하고 그게 없음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식의 본고장이나 중식의 본고장에 가서 음식을 배워 차린 경우는 드물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한식, 중식은 그냥 어깨 너머로 배우면 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식은 뭔가 고급스럽고 까다롭다는 인식을 본인들이 가져서인지 가서 많이 배운다. 주변에 흔히 보고 가장 많이 먹는 한식, 중식쪽을 보면 유학이라는 걸 따로 하지는 않는다. 원효대사의 이야기처럼 생각하기 나름이고 내국인을 상대로 자국안에서 할거면 충분히 이 안에서도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식은 꼭 유학을 가야지만 인정 받고 브랜드가 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내가 유학을 해서 배운 정통 레시피니 너가 맛 없다고 하면 너가 문제지 내 음식이 문제가 아니다라는 사고방식도 일부 있다. 

생활의 달인에 한식, 중식 계통 달인은 대부분 레시피를 많이 공개하지만 일식은 비공개를 고수한다. 한식이나 중식의 경우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제 막 뜨는 메뉴, 최근에 각광받는 신메뉴나 여행을 통해 새롭게 알려진 메뉴 등도 비공개가 많다. 선점을 위해서다. 아직 경쟁자가 많이 없어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형태인데 이는 뭔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투자 마인드가 있어서 감추는거다. 음식 레피시는 공개한다고 해서 쉽게 따라올 수도 없지만 따라와도 파이를 키워 서로가 이득이 되는게 요식업인데 일반 경제 관점에서 경쟁력만 따져 보는게 많다. 제과, 제빵의 달인도 대체로 레시피를 많이 공개하는 편에 속하는데 이걸 공개해도 따라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고 따라해도 자기 구역에 와서 덤빌 사람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원조의 자신감)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레시피로 만든 자기만의 음식 브랜드가 더 알려지려면 따라해야 하는 사람이 생겨야 한다. (씨앗호떡이 대표적이다)

어떤 분이 방송에서 레시피를 전부 공개하자 취재하는 분이 이런 질문을 한 걸 본적이 있다. "이렇게 다 공개해도 괜찮나요?" 이 때 주인장의 말이 정말 멋졌다. 대략 어떤 뉘앙스인지만 정리해 보면 이런 말이었는데..

저도 어렵게 개발했고 또 많은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굶을 걱정도 없고 형편도 처음보다 나아졌고 또 이렇게 방송에 나와 소개될 정도로 안정되었습니다. 분명 어딘가에서 힘들게 노력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 분들이 방송을 보고 힘을 얻고 또 제 레피시가 그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굉장히 뿌듯할 것 같습니다. 그 분들도 누군가의 가장일테고 책임감에 힘들 날이 많았을 겁니다.

그 분이 방송에서 그렇게 성공한 분은 아니었다, 여전히 작은 가게에서 단골 손님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레시피 때문에 성공한게 아니라 이 분 자체가 성공의 한 중심축이 아니었나 싶다. 나만 알고 있을꺼야, 다른 사람은 모르게 할꺼야라는 심보와 다른 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분이 공개한 레시피를 보면 특별하다는 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다른 맛을 내는 건 만든이의 마음, 음식을 나눈다는 그 생각과 음식에 쏟는 정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재료 하나 허술하게 쓰지 않고 꼼꼼하게 쓰는 것 자체가 그 분의 레피시 핵심 1번이 아니었나 싶었기도 했다. 감추고 독점하려는 사람이 만든 음식과 나누고 공유하려는 사람이 만든 음식은 분명 차이가 날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과 노력이 들어가는 걸 알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다. 음식점을 똑같이 차리는게 아니라 순수한 손님 입장에서 이런 궁금증은 맛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그 결과물에 대한 보상물을 내가 섭취하는 것이라 그 과정을 알면 매우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걸 조리의 한 과정이라 여겨 레시피 과정을 손님에게 설명하는 요리사도 많다. 포도주가 아무리 특별하고 어떤 브랜드의 고급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는 포도주라 해도 결국 핵심은 원산지다. 포도가 어디에 있고 농장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갈리지 스킬로 포도주가 갈리진 않는다. 음식이라는 것 자체가 숨길 만한 특별한 기술이라 여기지도 않지만 음식도 결국 만든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 결과물이다. 생활의 달인에 나온 두 달인을 위에 사진으로 올렸는데 레시피 공개여부에 관한 것만 다룬 영역이지만 느껴지는 그 차이가 크다, 둘 다 맛의 달인임이 분명하고 또 그렇게 소개되었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답은 이미 나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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