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 - 멸치국수집의 꼬인 실타래 풀기

백종원의 3대천왕부터 푸드트럭, 그리고 지금의 골목식당까지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 백종원이 따로 진행했던 집밥 백선생 역시 내가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음식카테고리에서 백종원의 레시피나 이야기가 많은 것도 내가 자주 찾아 보고 즐겨보기 때문이다. 내가 백선생을 좋아하는 건 일단 내공이 결코 가볍지 않아서다, 처음에는 분명 와닿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고 내 철학과 상반되는 것이 걸렸는데 그 사람이 진행한 방송을 오랫동안 지켜보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선입견과 편견은 사라지고 그의 팬이 되었다.

음식 장사(사업)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식당 경영 노하우라는게 있다, 그걸 어떻게 전수하고 이어가느냐가 중요한데 백선생은 분명 식당(정확히는 외식업) 운영에 있어서는 경영 노하우가 확실히 있다. 백선생은 평소에도 자신을 절대 "요리사"로 소개하지 않는다, 사업가 또는 외식사업가, 식당 경영주 등으로 자신 스스로를 소개할 뿐이다. 본인이 요리를 연구하고 레시피를 개발하고 직접 조리도 하지만 분명 그는 요리사(요리가)는 아니다. 아마 이 점이 다른 식당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도 할 수 있고 그가 성공한 근본적인 이유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는 외식이라는 외식업에 걸맞는 시스템을 정확히 알고 있을 뿐이고 그 시스템에 요리는 절대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경영적인 부분의 한 영역일 뿐이다. 

집밥 백선생을 보면 분명 요리를 하고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요리사가 진행하는 프로같지만 정식, 전통보다는 초간단 약식, 외식, 간편식 형태의 가공식 요리를 주로 수업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급할 때는 이렇게, 바쁠 때는 이렇게, 혼자 먹을 때는 이렇게, 갑자기 손님이 왔을 때는 이렇게 등등 어떤 급변하는 상황에 맞는 대처법이나 원래 음식의 전통 레시피에서 살짝 벗어나지만 맛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맛나는 정식과 반대되는 약식 위주의 "팁"이 많다는 걸 안다면 그가 외식업에 특화된 케이스라는 걸 알 수 있다. 집밥 컨셉에 맞는 정식 메뉴를 선보일 때도 최대한 원래 조리법대로 하는 편이지만 항상 무언가 초간단 약식 팁이 들어가면서 시간 단축, 노동 단축, 맛의 극강을 추구한다. 집밥에서는 정작 필요가 없고 외식/식당에서 딱 필요한 스킬이다. 그러면서 그는 항상 이런 말을 한다. [저니까 이렇게 하는 겁니다] [급하니까 이렇게 하는 겁니다] [간단하게 먹으려고 그러는 겁니다] 라고 경계를 확실히 긋는다. 

다시말해 원래대로 해야 하는 정통(정식) 방법이 있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약식이 있는데 정식으로 하면 어려워하고 맛내기 힘들어 하니 이렇게 알려주는대로 하면 "비슷하게" 할 수 있다는 컨셉이다. 원래 하던 방식, 해야 하는 방식이 따로 있고 기존대로 하는게 더 낫지만 급할 때, 힘들 때, 바쁠 때 쓸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요리의 기본 개념과 맛의 조합 방식, 요리를 하기 전에 생각거리와 구상하는 법을 연습 시키는 등 정식과 약식 양쪽에 맞는 교육을 항상 챙긴다.

요리사였다면 원래 이렇게 교육을 하진 않는다, 자신이 알려준 레시피가 정식이든 약식이든 상관없이 이 자체가 오리지널 특화된 메뉴이고 특별한 조리법이라고 소개할 뿐이다. 기존의 정통 한식을 알려줄 때는 원칙대로 하고 정통 한식이 아니라면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 아예 새로운 요리를 알려줘 그 요리를 하게 하는게 요리사들의 특징, 알려준 방법대로 똑같이 해야 하고 응용없이 그대로 적용해 따라주어야 하는게 요리사의 요리 강의다.

그러나 외식사업가는 요리하는 방법은 동일하게 알려주되 다양한 팁을 알려준다, 특히 외식처럼 집밥과 달리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인공적인 맛의 연출을 잘 알기에 대중적이면서 인기 좋은 요리를 알려줄 수 있다. 기본 줄거리만 알려주되 나머지는 자기가 응용을 해도 되고 새롭게 구성해도 상관없는게 외식사업가의 요리 강의,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활동하면서 유명한 인물 중, 음식 관련된 외식업 종사자 중에 내가 가장 주목하고 위대하다고 뽑는 사람은 딱 두명, 백선생과 냉장고를 부탁해의 오세득 요리사다. 두 사람의 공통점을 뽑자면 확실히 기본기가 탄탄하고 음식에 대한 지식의 깊이가 크다. 두 사람이 요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 두 사람의 말솜씨와 풀어내는 메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아는 것도 새롭게 들릴 정도로 매력적이다. 말로 요리를 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게 넘볼 수 없는 아우라가 확실히 있는게 이 두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말한 요리사와 외식사업가의 경계에서 요리사와 외식사업가의 쌍두마차라고도 볼 수 있다.

두 사람의 특징을 안다면 , 경계의 포인트를 안다면 내가 원하는 방향도 쉽게 결정이 된다. 오세득 셰프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내가 먹으면 되고 백선생에게는 맛있는 조리법을 배워 남을 먹이면 된다. 내가 먹냐 남을 먹이냐도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둘 다 내가 먹든 남을 먹이든 고급 강의가 되겠지만 요리 자체에 의미를 두고 내가 해먹기 위한 요리법이냐 남을 위해 해주는 요리법이냐도 될 수 있다. 그게 요리사와 외식사업가의 차이다. 가족을 위한 집밥이라면 오선생을 찾고 외식을 위한 식당 메뉴라면 백선생을 찾으면 딱이다. 내가 먹든 남을 먹이든 요리 자체를 배우고 싶다면 오선생이 낫고 요리로 돈을 벌려면 백선생을 찾는게 낫다는 뜻이다.

푸드트럭을 보며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방송의 힘이라는게 있어 어느정도 홍보도 되어 결과는 모두에게 좋을거라고 봤지만 분명 외식업에 맞지 않거나 능력치는 확 떨어지는데 열정만 갖고 덤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거 아예 없이 그냥 돈 벌고 싶어서 도전하는 사람들도 (음식철학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 분명 있을거라고 봤기에 많이 걱정하며 봤다. 실제로 몇 출연자들이 논란이 된 적도 있고 푸드트럭에서도 화를 잘 내지 않던 백선생이 욱하는 장면을 보인적이 있는데 그 만큼 남을 가르치고 솔루션하는게 힘들 뿐더러 배움의 자세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주객전도라 하여 앞뒤 상황이 바뀌는 경우도 심심치 않은지라 보기에 불편할 수가 있다. 아슬아슬하다는 건 가르치거나 배우는 양쪽 중 하나 혹은 둘 모두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 - 그것은 곧 외식업을 하는 양쪽에게 매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골목식당 이화여대편에서도 일부 식당 사장님이 백선생과 트러블이 있었고 이번 충무로 편에서도 국숫집 사장님과 트러블이 생기면서 또 다시 힘든 장면이 연출되었다. 특히 이번에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듯 생각했는지 백선생의 솔루션을 거부하는 형태로 방송이 되고 맛승부의 결과에 따르겠다고 하고서는 결과를 보고 불복하는 모습을 국숫집 사장님이 보이면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백선생은 하시던대로 하라 했고 일단 살짝 발을 뺀 모양새로 2회차가 마무리 된 상황

http://programs.sbs.co.kr/enter/street/clip/51451/22000265492 (백종원 역대급 착잡 심정 - 해당 방송 클립)

충무로 1회차를 보면서 난항을 예상했고 멸치 한 박스를 20인분에 몽땅 사용하면서 원가 관리가 안되는 걸 보며 결코 쉽지 않은 솔루션이 되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바로 터져 버렸다. 시작도 하기전에 개선책과 해결 방안 제시가 안되고 자연스럽게 보류하다 못해 표류하는 형식이 되었다. 3회차 예고편을 보면 국숫집 사장님이 백선생을 기다리는게 나오는 걸로 보아 백선생의 솔루션은 다시 적용될 듯 싶지만 시청자들은 막무가내식 사장님의 행동에 과연 솔루션이 필요한가하는 원론적인 것들로 식당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백종원은 엄숙한 표정으로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신데~"라며 사장님과 선을 그었다. 사장님은 새 메뉴를 위해 비빔국수나 덮밥 레시피를 알려달라 했고 백종원은 레시피를 알려주는 방송이 아님을 확실히 표현했다. (애초에 식당 살리는 취지 자체가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함이고 특정 식당을 띄워주는게 아니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화여대편과 충무로의 다른 식당 상황을 보면 조금 더 확실한데 모두가 자신이 기존에 하던 메뉴 혹은 자신들이 새로 아이디어를 내거나 직접 레시피를 연구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라멘집 역시 새 메뉴가 유일하게 나왔는데 메뉴 아이디어는 백선생이 냈지만 책을 보고 현지답사를 통해 맛을 구현한 건 라멘집 사장 본인이었다. 

잡다한 메뉴를 싹 다 없애고 딱 두개, 순두부찌개와 제육볶음만 하던 백반집도 제육볶음과 순두부찌개를 백선생 레시피에 살짝 의존해 새로 구성했지만 이 메뉴는 이 식당에 원래 있던 메뉴였고 식당 주인이 내오던 음식이었다. 말 그대로 솔루션, "개선"을 통해 새로 구성한다는 취지에 맞게 맛과 서비스를 일부 개선해 극대화 시킨다는 포맷인데 정확한 포인트와 기준을 제시하고 선보였다. 아예 없던 새로운 것도 식당 주인장의 능력치가 8할 이상이 되야 하는거고 (책보고 현지답사 한 두번으로 맛을 흉내 낸다는 것 자체가 기본 스킬 내공이 굉장하다는 뜻) 기존 음식을 보강해 조합을 새로 구성하는 것도 주인장의 역할이 크다. 눈을 가리개로 가리고 걷는 사람에게 손만 잡아주고 이끈다면 해석하기에 따라 손만 잡아준게 별거냐 하겠지만 가이드가 있고 없고와 리드를 통해 자신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눈을 뜨게 해주는 것 만큼 손 내밀기, 손 잡기도 굉장한거다. 백선생은 용기와 자신감, 노하우와 방법을 위해 손만 잡아줄 뿐이고 이후에는 누군가의 손길 없이도 스스로 짚어가며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 직접적인 수술을 통해 눈을 뜨게 해주는게 아니다. (사실 그렇게 직접적으로 해주면 도움이 아니다, 자생력 없이 언젠가 또 쓰러짐)

어느정도 논란이 예상되긴 하지만 국숫집의 주인장 심정은 이해한다. 착각이라는 말이 백선생의 대화에 나온 것처럼 실제로 국수집 사장님이 착각을 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골목상권이라는 주제 보다는 식당 살리기라는 컨셉에 각자 포커스를 맞추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고 사람마다 생각하기가 다 틀리니 그에 따른 오해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실타래가 꼬여도 왕창 꼬였다는거다. 앞서 솔루션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면 한쪽 또는 양쪽 모두 타격이 될 수 있다 했는데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일단 전개가 되었다 (식당을 찾을 시청자와 손님들 마음이 이미 떠날수도)

이번 솔루션을 보면 한가지 공통된 내용을 알 수 있다 물론 표본이 적긴 하지만 방송에 나온 상황이 실제 대부분 장사가 안되는 경우와 매출 문제를 겪는 소규모 식당 문제이자 고질적인 병폐라 공통된 내용이라 해도 무방하다. 앞서 이화여대 편에서 어긋났던 경우는 백반집 여사장님, 주방을 책임지는 사람이, 요리를 하는 핵심 인물이 여자이면서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경우였다. 결국 맛대결을 해야했고 생각 깨부수기를 통해 따라오라고 다그쳤다. 이번에도 역시 스테이크집과 떡볶이집, 그리고 국수집이 나왔는데 비슷한 상황이면서 여기에 해당하는 건 국수집이다. 다시말해 10년 이상 음식을 꾸준히 해왔다는 소위 음식 솜씨 좀 있다는 분들이 그동안의 자존심이 있다보니 트러블이 생긴다, 남자(주방장 포함)라면 사실 그런게 없다. 남자라는게 강한 자에게 꼬리를 내리는게 수컷의 본능이다보니 나보다 강한 자가 가르침을 주는 경우 꼬리를 바로 내리고 수긍하며 나이가 많아도 고개를 숙인다, 백반집 역시 부부가 운영했는데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백선생을 믿고 따르는게 맞다고 끊임없이 말했다. (국수집에서도 남자분이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굳이 여자라는 성별을 따로 언급한 건 수석 셰프보다 무서운게 집밖 외식업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는 "엄마손" 스킬 때문이다. (엄마손은 집안에서는 무적이지만 집밖에서는 인위적인 외식과 절대 경쟁이 안된다)

집밥에서는 엄마, 주부, 여자가 손맛이 좋을지는 몰라도 외식은 절대 그렇지 않다, 여자가 주방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지만 식당의 주방장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실제로 식당의 주방 직원은 한식쪽을 배제하면 거의가 남자 위주고 고급일수록 더더욱 여자 보기가 어렵다. 문제는 고집(똥꼬집), 남녀차별적인 발언은 절대 아님을 먼저 밝힌다. 다만 식당 주방에 있어서는 남자인 경우와 여자인 경우 차이가 굉장히 크다, 특히 아줌마 대열에 들어가는 나이 있는 분들 경우 정량화된 레시피나 규격화된 조리 방법 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손맛"과 "감"에 의존해 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렇게 해도 잘 했고 단골도 많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져 누군가의 가르침에 일부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7개의 가게를 보면 남자가 주방에 있는 경우 음식 개선에 별 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두 편 모두 연령대가 있는 여자분들이 문제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방송을 떠나 어느 식당이든 이와 비슷한 구조라면 90%는 다 트러블이 생긴다, 방송에서의 두 집이 유별난게 아니라 앞으로 또 다른 식당을 해도 손맛에 의존하는 아줌마가 주방을 혼자 책임지는 경우라면 100% 똑같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엄마손을 믿는 두 경우가 모두 맛대결을 주인공이었고 다른 가게는 솔루션대로 해결하면서 진행하기 바쁜데 진행은 커녕 엉뚱한 승부를 벌이며 간판 깨부수기를 한 것도 모두 이 엄마손만 믿는 분들이었다.

결국 백선생처럼 맛대결을 통해 깔아 뭉개고 서열을 정리해 꼬리를 강제로 내리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솔루션을 위해서라면 부득이 이렇게 하는게 맞다, 그래야 인정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난 번과 달리 이번에는 맛대결을 통해 승부를 봤으면서도 하루 지나 번복해 맛대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 가장 큰 문제

한 번 말할 때 잘 알아 들어야 한다.

국수집에 대해 말도 많고 앞으로 방송 진행 여부를 떠나 결과가 다시금 화창하게 바뀌어도 마음을 주지 않을 시청자가 꽤 많을 것 같은데 나는 결과만 좋다면, 그리고 시간과 때가 맞아 이 근처를 간다면 여기서 국수를 먹을 의향이 있다. (물론 솔루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전제로)

분명 벌어진 내용은 같은데 서로가 생각하고 바라 본 방향이 다른 건 있다. 백선생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식당이 살아야 하고 장사가 잘되는 식당 몇 개만 있으면 줄 서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골목에 사람들이 많아져 상권이 살아난다고 본 것인데 여기에는 문제가 되는 걸 고치고 개선하는게 핵심이다. 처음부터 다 새롭게 구성해 리모델링 하는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것들만 추려 개선하는게 골목상권 프로그램의 본질!

식당의 음식을 일단 맛보고 맛으로 승부가 가능한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개선할 것을 찾아보는데 음식 맛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고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둘 포함 모든게 전반적으로 문제일 수 있지만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과 식당을 아예 책임지고 리모델링 해주는 건 분명 다르다.

이화여대편과 충무로편에서 모두 맛대결 승부를 하게 된 건 "내 음식이 맛있다"는 요리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장사가 잘 되서 손님이 바글바글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면 정말 맛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는게 당연지사, 다른 다섯 가게는 맛이 별로다라는 말에 그럼 어떻게? 라는 인식을 갖고 무얼 고치고 무얼 개선해야 맛을 더 높일 수 있고 추가할 수 있는지 고민했고 그 고민하는 과정에서 대화가 오가며 솔루션이 제공되었다. 그러나 음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끝까지 고집 부린 경우에는 부득이 생각 깨부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바라 본 상황 정리는 이렇다.

국수집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국수가격과(단가) 높은 원가, 멸치국물이라는게 특출난 건 아니라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면 삶기는 아주 좋다고 이미 평가가 나온 상황, 결국 절대적인 맛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지금보단 조금 나은 방법으로 원가는 낮추고 판매 단가도 낮추어 모객을 조금 더 하고 회전율을 높이는게 그나마 나올 수 있는 수단이라 볼 수 있는데 메뉴 개선이나 주방 시스템 개선은 둘째치고 일단 원가부터 정리해야 하는게 급선무라 원가에 대한 재료 문제를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원가를 낮추는데 있어 이게 자존심을 지키는 최소한의 맛을 유지하면서 나온 최저 원가라서 더 낮출 수 없다는게 식당 주인의 입장인데 백선생은 비슷하거나 더 좋은 맛을 내면서도 원가를 낮출 방법이 분명 있기에 그 부분은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20인분 육수를 만들 때 굳이 멸치 한 박스를 다 쓰지 않고 절반만 써도 충분하기에 그 만큼 원가절감이 된다고 봤고 그 차이만큼 판매가를 낮춰 손님이 느낄 수 있는 금액에 대한 거부감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멸치 한 박스를 다 써야만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는 식당 주인과 절반만 써도 된다는 백선생의 입장이 부딪히면서 결국 맛승부를 하게 되었고 결과는 7대4로 예상대로 백선생이 승리했다. 원가는 반으로 줄이고도 맛과 반응을 더 이끌었다면 상식적으로 기존의 방식이 무용지물이라는게 증명된 셈

문제는 여기다.

사실 식당 주인이 그걸 고집한 건 진한 멸치향이 나는 고급스러운 육수를 원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백선생은 그 정도 퀄리티는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커버가 되기에 단가 낮추는데 목표를 두고자 했다, 바로 요리사와 외식사업가의 생각 차이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사실 음식 자체의 입장만 따진다면 식당 주인의 고집이 완전 틀린 건 아니다. 물론 아주 잘 나가는 식당의 멸치육수 비법이 단 네 마리의 멸치로 우린다는게 진짜 비법이다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멸치는 양으로 승부하는게 아닌 것도 있지만 진하면서 담백한 구수한 맛을 내려면 이 주인장의 방법이 꼭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그 원가가 나오는 건 그만큼 재료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비싼 조리과정이 들어갔을 뿐인데 그만큼 상대적으로 국수값을 더 받아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재료의 원가가 높으면 음식값 자체가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다만 그게 납득할만하고 대중적인 서민 국수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가 문제

백선생은 멸치똥(내장)을 제거했고 주인장은 멸치똥 제거 없이 그대로 다 쓴다고 했다. 여기서부터 일단 맛에 대한 철학이 갈렸고 승부를 보기 이전에 백선생은 똥부터 뗄거라고 주인장은 이미 예상을 했다. 결과를 떠나 철학적인 부분에서 어긋나면 사실 결과와 상관없이 그대로 맹신하기 힘들고 100% 다 수용하기 힘든 것도 사실, 그리고 이 분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게 사실 고급 멸치라면 똥(내장)은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30년간 건어물을 파는 멸치상이 진짜 좋은 멸치는 내장 그대로 쓰고 중저가 일반 멸치는 내장을 제거해야 쓴맛이 없다고 할 정도로 아주 잘 말린 좋은 멸치는 그대로 다 쓰는게 맞다. 다만 그런 멸치를 쉽게 구하기도 힘들지만 그걸 집밥이 아닌 외식 재료로 쓴다는 건 사실 불가능, 가격도 애초에 크게 차이가 나지만 덖는다는게 멸치에도 필요한데 한 번 더 멸치를 덖음처리해 육수를 내야 하는 것 자체가 가스값, 노동, 시간 투자가 들어간다, 최고급은 아니어도 고급만 써도 사실 덖음처리까지 해야 그나마 쓴맛과 비린맛을 줄일 수 있지만 집에서 해먹는게 아닌 돈 주고 판매하는 음식이 투자 치고는 무리수가 많다,

백선생은 멸치와 양파, 마늘 정도로 레시피라고 할 만한게 없는 그냥 멸치 우린 국물을 만들어 더 좋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 천연재료로만 구성된 건 아니었다. 인공감미료가 들어가는거 아니냐라고 주인장은 미리 경계를 했고 그 말에 의심의 눈초리를 풀기위해 카메라로 국물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백선생은 육수 뽑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실 이쯤에서 나 역시 약간 어느정도 걱정은 했다. 상대가 아주 찐한 멸치육수에 후추향과 고추씨로 무장한 경우라면 그걸 이 정도로 따라잡기는 어렵고 맛내기 기술이 따로 들어가야 하는데 과연 제대로 될까하는 부분, 그런데 역시 맛내기 기술이 들어갔다. 맛술 말이다. (맛술=굴소스=인공감미료=MSG=미원=다시다)

괜히 "맛"술이 아니다, 식당에서 비린내와 잡내를 잡을 때 소주를 쓰는 경우도 많은데 국내 소주는 알콜 희석액에 감미료가 들어간다, 소주맛을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은 소주에 들어간 감미료 맛을 좋아한다. 소주 역시 맛술 개념으로 쓸 수 있는 이유가 감미료가 들어간 술이기 때문이다. (잡내와 비린내 잡는다고 막걸리 넣는 집은 없다, 향을 떠나 근본적으로 감미료가 막걸리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장이 추구하는 철학과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애초에 이건 주인장이 단가를 낮추려면 인위적인 맛을 내고 그 만큼 가공적인 맛을 내면 가능하다고 본인 스스로가 말을 했다, 방법을 알지만 하지 않는 건 오로지 멸치만을 주축으로 맛을 내고 싶었기 때문, 

원가와 단가 입장에서 보면 백선생의 솔루션이 100% 맞지만 맛대결에서 4:4 동점까지 나올 정도로 주인장의 육수가 확연히 뒤떨어진 건 아니었고 이후 5:4를 시작으로 7:4로 끝났지만 주인장의 4점이 멸치국물을 좋아하는 고연령대가 아닌 대학생층임에도 나왔다는 점, 그리고 결코 그 점수가 적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비겼냐 이겼냐만 따진다면 물론 답은 정해졌지만 멸치국수를 젊은 사람들이 먹는 경우도 드물고 실험 대상을 대학생으로 했기에 아마 40대 이상 연령대를 대상으로 대학교가 아닌 전통 시장에서 장보러 온 손님이나 이런 국수를 자주 먹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승부를 봤다면 7대4 라는 승부 역시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는 여지가 큰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게 바로 또 다른 실타래 꼬임이다, 애초에 맛이 없어서 맛대결을 한게 아니라 원가 낮추기 위한 개선점에서 서로가 상충되는 점이 생기자 어쩔 수 없이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아무리 천연재료와 좋은재료를 고수하고 많이 써도 결국은 남는 것이 있어야 장사고 이윤이 있어야 가게 유지가 가능한 법, 단가를 낮추면서도 맛은 더 낼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는데 그걸 보여준게 백선생이었다, 물론 맛술이 들어감으로 인해 주인장의 철학과 대치되는 면이 있으나 과정을 지켜봤음에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걸 보면 주인장은 맛술이 인공감미료라는 걸 잘 몰랐던 걸로 보인다. 결국 주인장은 똥고집도 정확히 모르고 부린다는 반증이 된 셈인데 현실적인 문제와 지금의 상황을 보면 백선생의 솔루션대로 해야 하는게 맞다. 백선생을 잘 나가는 요리사 겸 사업가로 생각했다면 오산, 자신과 대결하는 상대가 요리사가 아닌 외식사업가임에도 승부에서 졌다면 확실히 요리에서는 하수라고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철저하게 가르침을 순순히 받는게 본인에게도 백 번 이득이다.

오세득 셰프나 최현석 셰프나 이연복 주방장이 왔을 때 맛대결 하면서 철학적인 부분을 고수해도 상관없다, 자기 주관적인 입맛대로 결과에 불복하고 승복하지 않아도 솔직히 상관없다, 상대 요리사를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오로지 자기 뜻이고 남이 강제로 주입할 수 없는 법, 자기가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아니라면 승부를 떠나 자기 고집대로 여전히 해도 뭐라고 할 건 아니다, 그러나 상대가 전문 요리사가 아닌 외식사업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주인장은 요리사에게 진 것이 아니라 장사꾼에게 음식 경연에 진거다. 중요한 건 겉으로는 맛대결이지만 이 승부는 원가 싸움이 9할이라는 것이고 그게 원래 승부를 하게 된 이유이자 근본 원인이다. 맛 자체를 가지고 뒤풀이를 할 수는 있겠지만 원가 싸움으로 나온 승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찍소리 할 수 없는 건 분명하다.

마지막 한 번 더 꼬인 실타래

백선생은 이 초간단 육수를 단지 상대방 생각 깨부수기를 위해 만들었다, 레시피라고 할 만한게 없고 단지 상대의 맛 이상만 내면 그만인 생각하기에는 대수롭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레시피, 전수해 줄 레시피가 아니라 상대 맛만 이기면 되고 그 과정에서 재료 원가는 절반으로 내려주기만 하는 승부였다. 누구나 다 낼 수 있고 집에서도 자주 내는 멸치육수는 레시피라고 할 수가 없는게 맞다. 멸치 우리면 그게 멸치육수이지 않던가, 이건 백선생 역시 짚고 넘어간 부분으로 절대국수를 만들어 줄 생각도 없고 이유도 없고 그런 취지도 아니기에 일단 원가 낮추어 이윤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이게 틀어졌다. 

주인장은 백종원이 대결에 보인 육수가 절대국수에 쓰일 육수라고 착각했다. 엄청난 대가의 육수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밍밍한 어묵 국물맛의 평범한 맛에 실망함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백선생의 육수를 더 선택했지만 크게 와닿지 않은 국물맛에 남은 가게의 운명을 걸기에는 무리수가 있다고 보는 것도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그래서였지 실제 솔루션에 실망했다면 무조건 따르는 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기에 지난 2회처럼 반발할 수 있는 여지도 나올 수 있다.

다만 백선생은 방송에서도 말했지만 솔루션으로 이 육수를 제공하지 않았다, 맛대결에 이기기 위해 썼을 뿐 이걸 솔루션의 결과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주인장은 이게(육수) 솔루션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실타래가 제대로 꼬인 셈이다. 개선점을 찾고 도움을 주려 했더만 시작도 하기 전에 단가 문제로 트러블이 생기자 육수 싸움을 했던건데 주인장은 결과적으로 이 육수가 솔루션을 최종점으로 판단했다. 솔루션을 시작도 안했는데 엉뚱한 것이 개선책의 전부라 착각한 주인장이 이걸로 실망감을 표출하고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한 것이다. 그 부족한 걸 다른 메뉴나 레시피로 채워 달라는거였는데 서로가 바라보는 입장과 생각의 방향이 다르다보니 각자 입장에서 보면 뭐가 문제인지, 왜 진행이 안되는지 답답할 뿐이다. 백선생은 요리사가 아닌데 레시피를 달라고 한 것도 그렇고 처음부터 이 방송은 식당을 개선하는게 목적이지 음식을 개선하는게 목적이 아니라서 취지에서도 벗어난 꼴이 되었다.

백종원이 한 숨을 쉬면서 말을 잇지 못한 장면, 거기서 그가 나지막히 던진 한 마디가 있다. "내가 뭐 때문에....." 듣기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앞뒤 상황을 보면 이 말은 본 뜻은 단 하나. 내가 뭐 때문에 레시피를 주냐? 내가 뭐 때문에 이거저거 해달라는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느냐? 내가 뭐 때문에 갖다 받쳐야 하느냐? 내가 뭐 때문에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의 표정과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내가 뭐 때문에 이 방송을 하는 건데요, 골목상권이 죽어서 어려워 고생하는 소규모 자영업자 식당 주인분들 도와주려는 건데...." 정도가 맞을 듯 싶다.

아마 맛대결 이후 예정대로 진행을 했다면 단가 때문이라도 육수가 바뀔 것이고 주인장의 걱정처럼 판매가가 낮아지면서 매출 총액이 떨어지는 걸 만회하기 위해 부가적인 메뉴가 붙었을거라고 본다, 주인장이 요구하지 않아도 멸치국수 자체로 승부를 크게 볼 건 아니었던 분위기라 꼬마김밥이나 국수와 어울릴 만한 다른 것이 분명 나왔을텐데 가만히 있어도 요구하고자 했던대로 되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굉장히 크다. 그 와중에 끝까지 재료 원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원가 계산은 다시 해드릴께요라고 하는 백선생을 보며 (이것만 잘 계산해서 적용해도 도움이 될 것을 알기에) 자신도 감정이 있다며 속상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여전히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구석이 보여 애잔해 보였다. 역시 백선생...

실제로 정말로 솔루션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분명 백선생은 이번을 계기로 더 강하게 개입을 할 것이고 기를 확실하게 꺽을 것으로 보인다. 제육볶음과 순두부찌개만을 했던 백반집 여사장님과 똑같다 그 분도 저러다 오히려 망하겠구나 걱정했는데 중반부터 잘 따라주며 결국 멋지게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국수집도 사실 아직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쌩 리얼 방송이 많아도 생계를 걱정하며 밥벌이 걱정을 하는 소규모 영세 식당 사업자들의 리얼 생존기는 느끼는 것이 많고 공감대가 많다. 누구하나 사실 잘못이다라고 꼬집어 단정 짓기 힘들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도움을 주려는데 왜 저렇게 호들갑이고 반감을 들까 의아해 하는 분도 많겠지만 사실 소규모 영세 사업자일수록 그 자존심마저 없이 살면 거지꼴 되는 건 한 순간이다. 마지막 생존의 줄이라고 여기는게 음식에 대한 손맛과 자부심인데 그걸 쉽게 내 던지는 건 여간 쉽지 않은 것도 사실, 결과가 모두 만족하는 좋은 방향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국수집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엄마가 식당을 하거나 아내가 식당을 하거나 딸이 식당을 하는 경우(공히 연령대가 있는 경우), 특히 오랜 경력으로 손맛만을 강조하며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시스템대로 하지 않는 분이 태반이기 때문에 엄마/아내/딸이 여기에 속한다면 남의 이야기로 간주하지 말고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봐야 한다. 예전에 한 친구가 자기 엄마가 식당을 하는데 자기 엄마 음식이 제일 맛난다고 하면서 다른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먹어도 엄마 식당 음식을 따라오기 힘들다고 단언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그 때 같이 밥 먹으면 딱 한마디 했다. 어머니 세 내는 건 힘들다고 하지 않았냐, 20년 넘게 식당 하시면서 장사 안되서 옮긴 것만 수차례인데 맛이 그렇게 좋다면 TV에 맛집으로 나오고 줄 서서 먹는 집으로 성공해도 벌써 성공했을거다,,,엄마 식당 음식이 제일 맛있는게 아니라 너한테만 맛있는거다라고 말이다. 엄마가 20년 동안 식당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고생한 것도 바로 이런 아들내미의 말 한마디가 엄마에게 쓸데없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맛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제대로 해주고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수록 좋다, 이번 국수집 사장님도 백선생과 주변 사람 이야기 많이 듣고 꼭 잘 개선해서 골목상권의 흥행 주자 중 한 사람으로 당당히 올라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