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국군 장병과 공무원이 사망하였을 때 상황과 경우에 따라서 부르는 호칭이 다르다. 그건 사망에 따른 보상 절차와 예우 라는 차원에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단지 사람이 사망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었느냐, 아니면 어떻게, 왜, 무엇으로 사망했느냐에 따라 부르는 호칭에 격을 주게 된다.
참고로 국군 장병과 공무원이라고 간단하게 양분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군경이라는 군인과 경찰을 합쳐 부르는 말이 흔한 편이지만 소방 공무원, 경찰 공무원과 달리 군인 공무원이라고 하지 않듯이 사실상 군인을 제외한 다른 공무 집단은 그냥 공무원으로 해도 된다.
일단 보훈 제도에서는 전몰군경이라는 표현이 있다. 전몰이라는 말과 전사라는 말의 뜻 자체는 같다. 전쟁터에서 사망한 사람이라는 뜻인데 전사자라고 하지 않고 전몰자, 또는 전몰군경이라고 하는 이유는 흔히 생각하는 전사자의 개념에 이념을 덧대어 붙였기 때문이다. 전사자라는 건 누구나 쉽게 알듯이 전쟁터에서 사망한 사람을 말한다. 그 이유가 굶어 죽었든, 병에 걸려 병사를 했든, 얼어 죽은 동사를 했든, 총에 맞아 즉사를 했든,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다가 한참 후에 사망을 했든 전쟁/전투와 관련되어 직간접적으로 사망에 이르면 모두 전사다. 그런 전사는 전쟁터라는 장소, 또는 전투 상황이라는 입장에서 그 내막까지는 따지지 않고 단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만 포커스를 둔 것으로 죽음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이다.
다시 말해 죽었는데 왜(전쟁), 어떻게(교전에 의한 사망뿐 아니라 동사, 고사, 병사, 동사 등 모든 사유) 죽었는지에 대한 부분만 따지는 것이다. 결국 전사라는 표현 만으로는 전쟁터, 전투라는 상황에서 군인이 사망한 건 다를 게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고귀한 희생정신이 포함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전쟁터 한복판에서 전쟁이나 전투와 상관없는 어떤 일을 해도 전사자의 상황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귀한 희생정신과 호국영령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분들) 에 대한 부분이 필요한데 교전이나 치열한 싸움 전장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었다는 부분이 강조된 것이 전몰이다.
전사는 전쟁터에서 사망했다라는 것이 전부이지만 전몰은 전쟁터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사망했다라는 이념이 덧붙여진 것으로 예우 차원에서 우리는 전몰이라는 표현을 쓴다. 전몰에는 위령제나 위렵탑과 같은 호국영령에 대한 기념식이나 기념이 행해지게 된다. 간혹 전몰의 "몰"이 몰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전쟁터에서 몰상 당한, 또는 비속어로 개죽음 당한 군경들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전몰자라는 말과 전몰군경이 같이 쓰이다보니 전몰자(앞서 말한 몰살의 개념이 포함됨)와 같다고 보기 때문인데 죽음을 뜻하는 한자어 이면서 단순히 죽음 만을 뜻하는 전사와 구분하기 위함이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같은 뜻이지만 죽었다, 사망했다. 돌아가셨다라고 할 때마다 어감과 느낌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순직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 (요즘의 공무원) 에게 쓰는 표현이다. 이 순직에도 희생정신이 들어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순교와 같은 것인데 나라를 위해 근무(복무)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애도와 함께 예우 차원에서 순직으로 부르는 것으로 직함과 직급을 가진 자가 희생(우리를 위해)되었다라는 뜻으로 전쟁, 전투와 구분해 전시 상황이 아닌 경우에 쓰일 수 있도록 한 게 순직이다.
물론 지금은 순직, 전사, 전몰 모두 희생에 따른 존경심과 예우가 들어가 있는 표현이다. 다만 순직과 전몰은 예우 부분이 강조된 것이고 전사는 죽음 그 자체가 더 강조된 것인데 사실 이게 법과 제도에 따라 희생에 따른 "보상"이 달라지고 예우가 제도에 따라 달라지다보니 마치 격이 생기는 모양새가 되기는 했다.
간혹 뉴스를 보면 순직처리를 했다고 해서 유족이 억울하다며 전사 처리로 해달라고 하는데 말 뜻 자체는 큰 상관이 없지만 제도에서는 순직과 전사에 따라 보상체계가 다르고 보상 수준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보상이 더 좋은 전사로 해달라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어떤 상황에서는 순직이 낮게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순직은 그냥 공무원이 근무하다 사망한 걸로만 보고 전사는 싸우다 사망한 경우로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라를 위해 근무하다 보다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더 좋게 평가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스스로 격을 나누는 것이다.
전몰이라는 표현은 보훈에서만 쓰고 있으며 (국가보훈처의 제도) 전사나 순직은 국방부나 행정부 (군인과 경찰) 에서 주로 쓴다. 다 같은 말이지만 각각 운영하는 제도와 행정 절차 때문에 나뉜 것으로 현재는 전몰군경을 가장 예우하며 전사, 그 다음이 순직이다.
전쟁터, 적군과 싸움이라는 걸 전제로 전몰/전사와 순직이 나뉘고 사망이라는 자체는 셋 모두가 같다. 예우 차원에서는 전몰, 그 다음이 전사, 그 다음이 순직인데 이건 행정 제도에 따라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판이 만들어지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 진정 예우라는 부분에서는 마찬가지로 사실 셋 모두 같다. (현실은 다름)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전몰군경이라는 표현을 다른 나라에서는 쓰지 않는다. 전몰이라는 부분은 쓰지만 군경이라는 말을 붙여 행정 용어로 (보훈제도) 사용하는 경우가 없다. 그건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 때문인데 전몰군경의 시발점 자체가 한국전쟁이고 그 한국전쟁에서는 군인과 경찰 모두가 국토방위를 위해 적군과 싸웠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경찰의 지위를 군인과 동일 시 하여 본다. (다만 어디까지나 그 당시 기준으로만)
본디 국토방위는 군인이, 치안유지와 예방(방범, 순찰 / 방순대)이 경찰의 핵심 업무인 만큼 나라 자체를 지키는 건 사실 군인의 고유 업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걸 나눠서 따지고 싸우고 할 상황도 없이 모두가 총을 들고 싸울 수 있는 직급과 직책이면 다 싸웠기 때문에 군경을 합쳐 예우한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다른 나라의 보훈제도와 달리 "상이군경" "공상군경" "전상군경"이라는 표현으로 군인과 경찰을 합쳐 부르며 행정 제도 역시 그렇게 짜여져 있다. (물론 통일 이후나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경찰이 빠져야 하는 게 정상, 경찰은 보훈제도의 공무원직 보상체계로 가야 하는 게 맞다, 공상군경이 아닌 공상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전쟁과 전투에 한정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지키다 (호국) 를 강조한 희생정신을 강조한 것이 전몰, 사망 자체 만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전쟁이나 전투로 인한 것이라는 걸 표현한 것이 전사, 공무원이 현직에 근무하면서 사망한 경우, 그 동안의 업무가 곧 나랏일에 큰 보탬이 되었기에 그 분의 사망이 희생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순직
결국 말 뜻 자체는 같지만 의미가 조금 다르며,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제도에 따라 나눠 부르고 자격 요건(사망자의 신분)에 따라 나눠지기에 격이 생겨 보일 뿐이다. (제도 자체가 격이 생기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현직, 군인이든, 경찰이든, 공무원이든 현역 신분일 때 사망한 경우 전몰/전사/순직이며 민간인 신분일 경우에는 동일한 사유라고 해도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전몰군경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주는 정보가 없다. 우리가 쓰고 있고 쓰여지고 있고 중요하게 다룸에도 일반인이 찾기 어려운 용어 이면서 정보다, 전몰군경 위렵탑에 가거나 , 전몰군경 위령제라는 걸 할 때 주위 사람이나 자녀가 왜 전사자라고 하지 않고 전몰군경이라고 불러? 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그냥 다들 그렇게 불러서 부르는거야~ 라고 말할 순 없지 않겠나
전쟁터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우리를 위해 희생 당하신 분들]을 위한 명칭이야 말해주는 게 부모로서도 알고 있음 좋겠다 싶어 포스팅 해봤다.. 그리고 보훈 제도에서만 전몰을, 국방 제도에서는 전사로 쓰며 보훈 제도(국가유공자 신분)와 함께 보상 체계가 다르고 전몰 쪽이 혜택 부분에 있어 더 많다 보니 전몰이 더 좋게 보일 뿐, 제도에서 말하는 전몰(보훈)과 전사(국방)는 제도의 예우 부분 만큼은 같다.
참고로 연평해전 용사들이 순직으로만 처리되고 전사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뉴스는 다들 보았을 것이다. 당연히 교전 중에 사망한 것이지만 법 상 문제가 있어 그렇게 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의 국방법이나 보훈법이 6.25 한국전쟁에 초점이 맞추어져 시작되다 보니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 많다. (물론 근본은 예산, 돈 때문이다. 전사로 처리되면 보상이 몇 배로 늘어나기 때문)
군인의 경우 순직, 전사에 따라 보상이 하늘과 땅 차이다. 대략 알려진 걸로는 병사는 5배, 부사관은 30배, 장교는 7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부사관이어도 하사관, 중사 그리고 상사 이상이냐에 따라서도 다른데 중사 이하는 단기근무라 사실상 병사와 큰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병사 보다는 훨씬 많음) 상사 이상부터는 장교와 같은 수준으로 들어간다. (하사관은 중사 본봉을 기준으로, 상사 이상은 소령 본봉을 기준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같은 죽음이어도 순직보다는 전사로 처리해 주길 원하는 게 군인의 경우다. 이런 돈 문제 때문에 교전 중 사망했음에도 전사자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고친다고 알고 있고 연평해전 관련자들은 구제한다는 말도 있는데 해줘도 이 경우에만 한정할 뿐 모두, 모든 경우에 다 고쳐준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되지 않는 한......)
마지막으로 순직, 전사, 전몰은 모두 현충원 안장 대상이며 국립묘지에 가는 길 만큼은 차별이 없다. 보훈처나 국방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어떤 자격을 주든 상관없이 3개 유형의 사망자는 모두 현충원에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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