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한가로운 시간대 케이블TV에서는 핵소 고지라는 영화가 방영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이 영화가 나왔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다시 나오고 있다. (유료가입 영화채널이라 그나마 오래되지 않은 신작 아닌 신작을 볼 수 있는데 곧 다른 영화 채널에서 무료 시청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남자들은 안다, 제목에 "고지"라는 말이 들어가면 일단 반타작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을, 단순하게 풀이를 하면 단지 높은 지형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지만 거의 대부분 군대에서 쓰이는 단어이고 또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군사훈련이 이런 고지 쟁탈전에 맞춰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지 쟁탈, 탈환과 같은 스토리는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임에서도, 역사물에서도 공성전 만큼 재밌는게 없는 것처럼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벌어지면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대결은 볼거리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이야 인공위성과 무인항공기(군사드론), 최첨단 전투기와 레이더망이 있기 때문에 고지전이 예전 같이 벌어질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아무리 우리나라가 산악 지대라고 해도) 어느순간 그런 첨단 전투장비가 작동불가나 사용불가, 말 그대로 핵 전쟁으로 인한 첨단 무기의 역파괴가 되면 예전 방식의 전투가 다시 빛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핵소 고지는 세계2차 대전의 일본 오키나와 전투를 기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오키나와에 대해 설명을 먼저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오키나와 전투는 1945년 4월부터 6월까지 이루어졌던 전투로 미국(미군)과 일본(일본군)의 대결에서 미군이 승리를 거둔 전투다, 일본은 이 전투에 제24보병사단, 제28보병사단, 제62보병사단 등 12만명의 보병을 투입했고 미군은 제10야전군단, 제3상륙군단(해병대), 4개 보병사단, 3개 해병사단을 투입하는 등 18만명의 보병과 해병을 투입했다,
미군은 2만명에 가까운 군인이 전사를 했고 일본은 10만에 가까운 병력이 전사했다. 화력의 차이가 분명 있다고 하지만 미군의 피해도 적지 않은게 오키나와 전투다, 일반인들의 피해도 꽤 많았는데 1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제징용된 조선인/조선인 일본군 피해도 상당했을거라고 보고 있다)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석회암이 많은 오키나와는 석회동굴이 많은 편으로 굴안에 들어가 숨어있는 피난민들도 많았는데 영화 속에 화염방사기가 등장하는 이유도 그런 굴에 숨어있는 일본군을 잡기 위함이다, 물론 전부 일본군이 아니었다는게 문제지만 그렇다고 미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대부분이라는 건 아니다. 일본군에 의한 자결 강요와 학살이 대부분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고 패배가 뚜렷해지면 포로도 죽이고 양민도 죽이고 자신들도 할복하는게 일본군의 특징
오키나와는 영화 속 장면처럼 굴에 오래 잠복해 있다가 나와서 싸우는 방식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미군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소모전에서 피해가 컸다, 해군의 함포 공격이 우선시 된 것도 그 때문인데 2달 넘게 전투를 치루고 나서야 겨우 오키나와 섬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도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뿐 아니라 굴이 많은 지형 때문에 두더지처럼 튀어나오는 일본군에게 역공 당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을 연상케 한다)
미군이 1945년 6월에 오키나와 전투를 승리했음에도 그 기세를 몰아 일본 본토 상륙을 하지 않고 핵을 날린 이유는 본토 상륙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전해져 온다, 바로 오키나와 전투 때문인데 최남단 일본 섬 하나를 차지하는데 엄청난 함정과 보병, 해병, 전투기 손실이 있었기 때문에 미군은 일본 본토 상륙전을 꺼리고 있었다. 그래서 실험적인 도구도 활용할 겸 준비된 것이 핵폭탄이었고 결국 실험적인 핵폭탄이 성공하면서 본토 상륙전을 치루지 않고도 일본을 패망에 이르게 했다. 가볍게 이겼거나 충분히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오키나와 전투를 이겼다면 본토 상륙도 시간 문제였지만 두 달 넘게 싸우면서 미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일본군이 주었기 때문에 본진 공격은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오키나와 전투 승리 후 미군은 두 달 뒤 핵을 날렸고 일본은 그대로 패망한 전개 과정을 보면 일본에게 핵을 쏜 가장 큰 이유가 오키나와 전투 후유증 때문이라는 건 단순한 썰로 보기에는 신빙성이 높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최남단 섬이다, 일본 본토 보다는 오히려 대만과 아주 가깝다, 류큐 왕국이 있던 별개의 나라였으나 우리보다 몇 십년 조금 앞서 1800년대 후반에 일본에 식민지화 된다, 본토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어 보급/수송이 쉽지 않았는데도 미군이 힘겹게 탈환한 일본 영토다, 오키나와는 지금도 미군기지가 설치되어 있는데 미군정이 일본을 장악한 뒤 일본에게 다시 반환했을 때도 돌려주지 않은게 오키나와 지역이었다, 오키나와는 1970년대 들어서야 일본에게 다시 돌려주게 되는데 그 이전까지는 미군정이 직접 관할하는 미군 직할이었다. 원래 일본도 아니었고 독립적인 나라였으며 식민지화 되자마자 전쟁에 휘말렸고 전쟁이 끝나고도 미군 직할로 일본 본토와 달리 계속 미군정 아래 있다가 1972년에야 일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일본 본토에 대한 감정이 애틋할 수가 없다, 소수지만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나오는 이유다. 따지고 보면 일본으로서의 역사를 가진 건 50년도 안되는 지역이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80%가 오키나와에 있을 정도로 주둔 비율이 가장 높고 오키나와 전체 면적의 20%가 미군기지에 해당할 정도로 미군의 영향력은 지금도 오키나와에서 막강하다, 주일미군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자주 언급되는 지역인데 아무래도 주일미군의 80%가 주둔하곡 있고 섬 전체의 4분의 1이 미군 지역으로 있다보니 미군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많은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최근에는 오키나와 미군을 미국령 괌으로 이전하도록 일본 정부가 밀고 있는데 (미국령의 괌에 미군기지를 건설하는 비용을 일본이 지원하는 걸로) 우리 입장에서는 이게 남일은 아니다, F-22 랩터가 오키나와에 있지 않고 괌에 배치된 이유인데 오키나와에서 북한까지는 1천킬로 상회하는 수준에서 도달 가능하지만 괌에서는 4천킬로대로 거리가 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에 차이가 있다.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볼 때 미국의 공군력에 어느정도 의지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를 가진 오키나와 전투가 배경이 되는 영화 "핵소 고지"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이야기를 풀어보자
항상 그렇듯 우연히 어느 남녀의 사랑이 시작된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좋은 감정을 가지며 결혼을 약속한다
여자는 자신의 성경을 남자에게 주고 남자는 그렇게 전쟁터로 출발한다
본격적인 신병 훈련이 시작되고 나서 영화의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집총거부, 알고보니 남자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였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보고 많은 미국 청년들이 자발적인 참전을 하게 되었는데 남자 역시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군수공장에서 일하는 덕에 전쟁이 일어난 기간에 강제 징집을 어느정도 미룰 수는 있었지만 친구와 가족들이 참전하는 걸 지켜볼 수는 없었다. (미국은 모병제 국가라고 지금도 알고 있지만 유사시 강제징용이 되는 나라다, 모병제라고 해도 군대를 갈 수 있는 나이의 사람들은 별도로 관리하며 전시가 되면 동원령이 발동된다)
의무병이라면 총을 잡지 않고도 군인이 될 수 있고 또 죽이지 않고 사람을 살릴 수 있어 의무병으로 지원했지만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만 소총수 부대로 결정이 된 상태였다. 훈련을 맡은 교관과 중대장은 물론 부대 지휘관 대부분이 집총거부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총을 잡지 않겠다고 하면서 군대에 들어온 것 자체가 난센스이기는 하다. 군대는 행정병이든, 간호장교든, 군의관이든, 시설관리병이든, 공병이든, 헌병이든, 전투병이 아니어도 사격 훈련과 총기 사용은 물론 각자 개인 총기(화기)를 보유하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고 또 이건 의외로 매우 중요하다. 군번만큼 중요하게 암기해야 하는게 총번인 것도 그렇다.
휴가기간에 맞춰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남자는 휴가증을 발급 받기 직전에 지휘관에 의해 휴가 불가 통보를 받는다, 훈련을 정상적으로 마친 군인에게만 휴가가 주어지는데 (일종의 포상휴가) 사격과 관련한 훈련에서 낙점을 받은 남자는 훈련을 완수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휴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휘관은 자신 앞에서 총을 잡고 사격하는 자세를 취하면 휴가를 보내주겠다고 하지만 남자는 이건 신념의 문제라며 끝까지 총 잡는 걸 포기한다. 결국 화가 난 지휘관은 휴가 대신 그를 바로 영창에 보내고 아내가 될 여자는 교회 대신 영창에 수감된 남자와 만나게 된다.
전우가 될 동료들에게 왕따 취급을 받게 된 남자, 동기들은 그를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데 적이 총구를 겨누고 죽이려는 찰나에 남자가 충분히 총으로 적을 처리할 수 있음에도 종교적 신념 때문에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내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건 전쟁터에서의 현실이다. 전쟁은 내 전우, 동료, 동기를 믿고 싸울 수 밖에 없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 현장에서 총을 잡지 않는다면 아무 도움이 안되는 건 당연하다, 그는 결국 명령 불복종에 의한 군법회의에 끌려가고 정식 군사재판이 열리기 전 가까스로 아버지의 도움을 얻어 군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오키나와 전투에 총을 잡지 않는 의무병으로 참전하게 되지만 이내 곧 그는 끔살스러운 장면을 보게 된다
전쟁터의 참혹함은 역대 그 어느 영화 못지 않게 리얼하다, 생지옥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신념에 따른 두 가지 행동, 집총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감을 갖고 있지만 그 신념에 의한 의무병으로서의 활약에,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은 그에게 깊은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엄청난 피해를 입고 후퇴를 했다가 다시 재정비를 하고 난 후 고지 탈환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출동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아직 출동하지 않았느냐는 상부의 무전에 중대장이 아직 "그의 기도가 끝나지 않아서요"라는 무전 대화는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다
영화의 핵심은 어느 의무병의 이야기다,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보는 것처럼 공포스러운 일본군의 쓰나미 기습이 일어나는 순간 많은 미군이 죽어나가고 후퇴를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살아남은 의무병은 혼자 돌아가지 않고 죽어가는 동료들을 지켜주며 구해낸다, 혼자의 힘으로 절벽 끝으로 데리고 가서 절벽 아래로 아군을 한명씩 내려주는데 한 명만 더 구하자, 한 명만 더 구하자는 그의 작은 목소리가 보는 사람을 안절부절하지 못하게 만든다.
종교와 관련이 있고 또 종교적인 신념과 관련한 집총거부와 (물론 영화에서는 다른 이유로 집총거부를 한 것도 나오지만) 의무병으로서 군복무의 사명에 대한 것도 다루는데 굉장히 복합적인 이야기면서도 짜임새 있게 다루고 또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제 이야기라는 점이 버무려지면서 스토리의 끝판왕이 된다. 기독교 관련 단체나 신학생,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추천하는 영화로도 많이 지목하는데 종교인이거나 비종교인이거나 혹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생각할 거리, 생각할 고민거리를 주는 영화라 참혹한 영상미만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영화라는 건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영화 포스터 속의 감독 이름을 보면 누구나 아는 그 인물, 멜 깁슨이 만든 영화다
멜 깁슨은 배우로서도 유명하지만 그가 제작/감독한 영화는 더 유명하다 (흥행도 거의 대부분 대성공),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 그가 번 돈은 거의 우리나라 돈으로 "조"단위다. 비록 이혼 하면서 위자료로 거의 다 쓰기는 했지만 배우 중에 부자 리스트에 드는 건 바로 제작/감독으로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총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초반에는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두 번째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서의 집총거부와 신념과의 사투,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의 핵심 줄거리가 되는 부상병 구하기다. 그는 75명의 부상자를 구해낸 걸로 알려졌지만 다른 전투를 포함해 총 200명 넘는 사람을 구해낸 걸로 알려져 있고 (부상자들의 증언) 총을 들지 않은 군인으로서는 최초로 명예훈장까지 받은 최고의 군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게 실화에 바탕한 영화라는 점이 가장 큰데 영화에도 나오지만 심지어 일본군도 일부 치료해 준 걸로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은 본인도 인터뷰에서 정확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가 구해낸 부상병 중에는 일본군도 있었다는 증언이 있어 영화에는 포함되었다)
따지고 보면 악의적인 목적이나 방향을 갖고 약탈, 습격, 기습, 침략을 하는 군대와 그것과 맞싸우는 정의라는 위치의 군대와는 집총 자체를 다르게 볼 소지는 있다, 침략 전쟁의 침략군에게 총과 무기는 살인도구지만 그들과 맞서 싸우는 평화를 위해 싸우는 군대는 살인도구라고 하기 보다는 최소한의 방어수단일 뿐이다.
다만 어떤 이유로든 어떤 정당한 이유가 있든, 살인이 되는 도구를 쓰지 않는다는 점만 놓고 본다면 그런 논리도 아무 쓸모가 없지만 내가 있고 남이 있어 사회가 구성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남이 있고 내가 있어 사회가 구성된다는 점도 돌이켜 보면 어떤게 정말 제대로 된 정답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도 이 부분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항목인데 모병제의 미군, 자국의 영토 싸움이 아닌 해외파병의 경우라는게 우리와 다르다는 점에서 이게 어느선까지는 가능하다고 보지만 미군도 징집제 제도에서 미국 본토의 자국 전쟁이었더라도 집총거부자에 대한 생각이 영화처럼 동일하게 작용될지는 의문이다.
나는 무교지만 불교인에 가깝다, 집안 어르신도 불교를 갖고 계시고 다른 일가 친척을 보면 기독교나 천주교쪽은 거의 없다. 집안의 남자 중에는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고 직업군인도 있다. 나 역시 군대를 갔다왔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우리 집안은 모두 군대를 가야하는게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아무리 군대에 가타부타 문제가 불거져도 원론은 국방의 의무는 해야 한다는게 어르신들의 생각)
한 편으로는 영화의 힘이라고 해야 하나, 주인공이 신념과 싸우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꼭 이렇게 사회가 원칙과 기준만을 앞세워서 다른 대안 없이 한 가지만 주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해 본다, 사람을 살리는 의무병에게 총을 주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넌센스가 되는데 군인이기에 총을 휴대해야 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보직 자체가 살상 임무나 전투가 아닌 치료와 구난이 주목적이라면 그걸 끝까지 강요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예전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실제로 내 주변에 있다) 훈련에서만 총을 잡고 복무할 때는 안 잡는 방향으로 하는게 낫지 않냐고 한 적도 있고 (쓰지는 않아도 배우는 것 자체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그렇게 요구하라는거) 한국전쟁과 월남전쟁 이후 실제 총을 쏘거나 적군과 만나 교전한 군인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실제 살인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매우 드문데 그렇게까지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실제로 전쟁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살상을 할 확률도 희박한데 꼭 훈련 자체를 거부하며 그렇게 욕심을 부려야 하는지 답답해 한 적이 있다.
총을 휴대하거나 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해군 함정에 복무하거나(함포)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거나 육군의 전차병이 된다면 뭐가 다를까, 물론 총에 한정된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군대에서는 전투병과 비전투병을 행정적인 기준으로 나눌 뿐, 군인은 다 같은 군인이고 전투병으로서의 보병이 기본 역할이기 때문에 (날개가 있거나 아가미가 있지 않는 한) 하나씩 물고 들어가면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어떤 신념과 기준을 갖든 군복무의 원론적인 것과 맞물릴 수 밖에 없다. 살생을 하지 않겠다, 하고 싶지 않다, 하지 않는다라고 해도 직간접적으로 다 할 수 밖에 없는게 군조직이기 때문이다. 단지 서류로 죽이거나 스위치(버튼)로 죽이거나 기계적인 다른 레버를 당겨 화기를 대신할 뿐이다. 내가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해도 나와 관련된 다른 무엇, 기계나 장치가 대신 한다는게 차이라면 차이겠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예 입대를 거부하는게 대부분이지만...
칼이 요리할 때와 무기로 쓰일 때 달라도 칼은 다 같은 칼이라는 걸 안다면, 단지 어떤 목적으로 "본인"이 쓸 것인지를 정하고 사용하는가에 따라 용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처럼 칼과 총이 무기체계에서 다르지 않고 군사무기는 물론 휴대무기로서도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걸 안다면 집총에 대한 사고방식은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칼도 어떤 목적이든 만지거나 쓰면 안된다)
영화는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평점 8점대, 전문가 평점 6점대로 나쁘지 않다, 나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푹 빠져서 봤다, 내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로 이게 사실에 바탕한 영화라는 점에서 점수를 조금 더 주었다.
영화 자체가 우리에게는 민감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이야기면서 근대전 전투를 다루고 있고 또 하필 그게 일본군이 등장하는 영화이다보니 쉽게 넘어가기 힘든 요소가 많다. 물론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신념도 중요하고 민주주의 국가의 이념도 중요하다, 영화에서는 분명 개인의 신념도 중요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기 위해 자진입대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낸다, 개인의 신념이 두드러졌지만 결국 개인 보다는 국가, 나 보다는 타인에 대한 걸 기본으로 한다. 맹목적으로 깔 대상은 아니다,
다만 우리네 입장에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안보상황도 있고 또 징집제로 대부분의 남자가 국방의 의무를 지고 군대를 꼭 가야 한다는 제도 하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마냥 이대로 계속 깜방에 넣고 전과자로 만들어 안가도 되게 하는게 옳은 방법인가에 대한 부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총 안들고 그냥 복무하게 하면 되지 않나라고 하지만, 군대에서는 사실 그게 불가능에 가깝고 일부 그런 조직을 따로 만든다고 하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악용이다. 우리가 자주 비교하는 여자들도 군대 간다는 이스라엘도 실체를 보면 병역기피자 문제가 꽤 심각하다, 겉과 달리 우리보다 더 심하다, 총이 없으면 훈련도 예외가 될 수 밖에 없고 기본적인 군복무 형태가 달라진다, 심지어 누구나 하는 야간 경계근무도 못한다, 포복도 총 가지고 하게 자세가 되어있다. 총 없으면 포복이라고 따로 알려줄 필요 없이 그냥 기어가면 된다. 결국 군대에서 딱히 할게 없다, 결국 그런 당나라 조직이 군대 조직화 되면 결국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둔갑한 일부 사람들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결국 이런 현상은 다른 군복무자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그래서 군복무가 아닌 사회복무 등 대안이 나와도 흐지부지 되는 이유다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아닌 양심적 협력자라고 말한다, 총만 잡지 않을 뿐 군복무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휘관이 주인공에게 성경에 총 잡지 말라는 말이 있냐고 물으니 살생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답한다. 다만 그게 일반 군대 상식에서는 얼마나 맞는 논리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영화를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 방식에서 조금 더 넓은 사고를 가질 수 있을거라고 본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반발이 있는 사람에게,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영화이고 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구해내는 살아있는 영웅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문화예술 >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뭐래도 난 강추한다, 잔재미가 풍부한 한국형 누아르 - VIP (브이아이피) (0) | 2017.10.12 |
---|---|
테러 피해와 테러 진압 피해의 충돌을 논하다 - 아이 인 더 스카이 (Eye in the Sky) (0) | 2017.09.15 |
정효주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한 아동 범죄 실화극 - 극비수사 (The Classified File) (0) | 2017.09.08 |
디즈니 만화 영화에서 최고의 명작으로 꼽고 싶은 건 "모아나" (Moana) (0) | 2017.09.03 |
광복절 하루 전에 있었던 일본 이야기 - 일본 패망 하루전 (日本のいちばん長い日 / The Emperor In August) (0) | 2017.08.06 |
언제나 흥겨운 랄랄라 푸른 마을 이야기 - 스머프 : 비밀의 숲 (0) | 2017.08.05 |
한 편의 인간극장 같은 영화 -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A Street Cat Named Bob) (0) | 2017.07.01 |
초심이 아쉬운 아동틱 애니메이션 -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 (0) | 2017.06.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