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급한 용무로 대신 야간 근무를 하게 되면서 간만에 낮밤이 바뀐 생활을 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랜만에 백수처럼 낮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막상 평일 낮에 집에 있자니 익숙치 않으면서 딱히 할만한게 없다, 영화를 보려고 TV를 이리저리 돌려 보지만 마음에 쏙 드는 채널이 없다, 잠을 자자니 전에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를 먹어서 그런가 입만 더 심심하다.
그렇게 점심을 어영부영 떼우고 오후로 넘어가자 슬슬 밀린 잠을 잘 준비를 하는데 영화 채널에서 김윤석이 형사로 등장하는 <거북이가 달린다>가 방영 중이었다, 탈주범과 형사의 대결을 그린 영화인데 역시 김윤석의 자연인스러운 형사 캐릭터가 흡입력을 높여준다, 한참 이 영화를 재밌게 다 보고 곧바로 다른 영화 채널로 자리를 바꿨는데 오잉~ 또 김윤석이 나온다. 이번에도 형사다, 어라 김윤석이 또 나오는 영화네~라는 생각도 잠시, 어라~ 김윤석이 또 형사로 나오네~라며 결국 나는 이 채널에 정착하기로 결정한다 (C*V 극장과 이름이 같은 그 영화 채널이다 이전 영화 채널은 수*액*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상단 소제목에 "유해진"의 영화라고도 나오길래 김윤석+유해진의 꿀 조합이라는 건 금방 알아챘다. 2015년작인데 난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봤다 ㅡ.ㅡ;;; (손익분기점도 넘긴 나름 선방한 흥행작이라는데 난 왜 처음 알았징 ㅠ ㅠ)
아동 유괴 범죄물인데 자칭타칭 도사라고 불리우는 점쟁이와 형사가 팀을 이루어 유괴된 아이를 찾는다는게 가장 큰 이야기 줄기다. 일단 김윤석이 형사로 나오고 도사로 유해진이 나오니 선택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재미가 있든 없든 상관치 않고 일단 쭉 지켜본다, 형사와 도사가 만나 사람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흔히 보는 조합은 아니기에 신선함은 일단 먹고 들어가는 셈
어느정도 솔직히 코미디적인 요소를 기대했었다, 형사물에 유해진이 등장하면 보통은 어리숙하거나 재치있는 얍실한 전과자로 나오는게 보통인데 여기서는 동등한 파트너 입장으로 웃음끼 싹 뺀 진지함만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는데 감흥은 남다르다, 어느 경우에나 똑같겠지만 아이를 납치, 유괴 당한 부모의 애절한 모습과 고통을 보는 건 힘든 일이다, 웃음끼가 등장하는게 이상할 정도다, 무엇보다 깜놀 했던 건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형사와 도사는 실존 인물이며 이름도 실명 그대로 썼다는 사실, 그리고 이 두분의 실제 사진과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 역시 실제로 존재한 실화라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이 사건 이후 해당 아이가 또 한번 납치/유괴를 당했다는 사실도 전해주는데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전해주는 실제 사건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
이게 진짜였다구????
예쁘게 생긴 여자 아이가 하교 하는 길에 유괴를 당한다
역시 아이를 유괴한 범인은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한다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의 생명은 보장할 수 없다는 유괴범의 수작에 결국 수사는 비공개 형식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부모의 요청으로 공길용 형사는 극비수사를 하게 된다, 아이의 생사가 중요한 부모는 이 사건이 장기전으로 넘어가게 되자 유명한 점집을 수소문해 찾게 되고 모든 점쟁이가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아직 아이는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유해진이 맡은 김중산이었다. 그렇게 비공식적인 두 인물의 팀 구성은 아이 부모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사건은 1978년에 실제로 벌어진 정효주 유괴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당시 실제 이 사건을 맡아 해결한 형사와 도사가 등장하고 그들이 풀어낸 이야기를 바탕 삼아 영화화 했다. 사주를 믿고 아이의 생존여부를 파악한다는게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도 있고 또 이게 과학적인 기법 수사가 필요한 형사에게 작용된다는게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당시 배경을 토대로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고 또 실종/유괴 관련한 아동 범죄에서는 여전히 지금도 많은 부모들이 점쟁이에게 의존해 아이의 생존여부를 파악하는게 많은 만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해당 피해 아이는 이후 다음 해 또 한번 납치/유괴를 당하게 되는데 이 영화 속에서 나온 범인이 또 다시 발생한 2차 범행 범인에게 아이를 풀어주고 자수하라고 권유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인신매매 만큼 유명한게 아동 유괴 사건이었는데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이런 형태의 범죄가 생각보다 많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아이를 풀어주면 선처하겠다는 담화까지 직접 내걸었을 정도이니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선처를 하겠다고 하자 그날 밤 아이는 톨게이트에 버려진 채로 발견되어 풀려난다, 선처를 기대했다기 보다는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게 더 무서웠을 수도 있다, 범인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일이 너무 커진거다, 경찰은 오히려 양반이고 당시 안기부 안 끌려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정도)
감독은 곽경택이다. 친구2 영화 시나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부산에서 작업 활동을 위해 여러 사람과 접촉 하던 중 우연히 영화 속 주인공인 실존 인물 공길영 형사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었고 당시 실제 있었던 사건의 해결사에게서 도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화화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라도 이건 영화화 할 만큼 특이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타짜의 아귀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 아직은 형사 보다는 범죄자(!) 느낌이 더 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깔끔하게 양복 입고 다닐 때나 그렇지 추리하게 입는 순간, 누가봐도 동네 아저씨, 집 안들어가고 맨날 잠복 수사하는 형사 모습이다.
영화는 실제 1978년 당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예전 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다, 70년대, 80년대 풍경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또한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는데 최대한 실제 사건과 비슷하게 하기 위해 시대 배경까지 그대로 재현 했다고 하니 사건 외적인 다른 요소도 볼거리 자체는 많다.
추리한 부산 형사 사나이들과 깔끔한 와이셔츠로 통일된 각 잡힌 서울 형사들의 공동 수사
극 중에 유해진의 가족이 등장하는데 (딸 셋) 너무 귀엽다, 영화는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7점대, 전문가 6점대로 일반인은 다른 영화에 비해 약간 낮은 점수대를, 전문가는 다른 영화에 비해 약간 높은 점수를 줬다. 아동 유괴/납치를 다루고 있지만 아이와 함께 봐도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이나 요소가 거의 없고 무기나 잔인한 장면도 거의 없어서 보기가 편한데 한 편으로는 이 자체가 지루함을 유발하거나 평이함도 될 수 있어 호불호 요소가 될 수 있다.
나는 초반 보다 중반이 좋았고 중반 보다는 후반이 좋았는데 점점 뒤로 갈수록 재미지고 흥미를 유발한다는 건 당연히 가점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해피앤딩이 되어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김윤석의 가족과 유해진의 가족이 모두 모여 물놀이를 가는 장면은 누구에게나 있는 추억이자 소환 하고픈 애틋한 장면이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내 기준으로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로 생각보다 괜찮게 본 건 사실이지만 도사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생각보다 별로였고 또 중간 중간 스펙타클한 요소 없이 범인과 형사의 지루한 공방전으로 장기전을 펼치다보니 피로감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으나 뭔가는 약간 아쉽다는 느낌
영화의 배경이 부산이고 또 부산 형사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약간 재수없게 나오고 사건을 방해하면서 정작 성과가 진급은 자기들이 다 챙기는 뭔가 악렬한 느낌으로 나온다. 최근 부산 여중생 사건으로 부산 경찰이 말이 아닌데 이 영화 평을 보면 부산 경찰 까는 건 여전하다, 영화 속 다른 형사들은 극화된 가상의 배경으로 봐야 하겠지만 서울팀과의 공조에서 서울쪽이 아닌 부산쪽이 오히려 그 역할을 한 걸로 보면 부산쪽에 그런게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듯 싶다
실제 관련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정보를 간추리고 마무리 짓도록 한다. 아래는 실제 영화 속 주인공이자 김윤석의 캐릭터였던 공길용 형사의 인터뷰 (부산일보)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706000088
정효주 유괴 사건 (나무위키) goo.gl/5pd15j
마지막에 유해진 가족이 김윤석과 만나 물놀이 가는 장면인데 너무 마음에 쏙 드는 장면이다, 예전에 흔히 보던 풍경인데 이게 뭐라고 요즘에 은근 보기 힘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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