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피해와 테러 진압 피해의 충돌을 논하다 - 아이 인 더 스카이 (Eye in th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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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테러 피해와 테러 진압 피해의 충돌을 논하다 - 아이 인 더 스카이 (Eye in the Sky)

by 깨알석사 2017.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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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이라는 말이 있다, 다수의 결정에 의해 판단하는 경우다, 그에 반대되는 건 소수결이다, 소수의 의견을 오히려 기준점으로 삼아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불가피라는 단어가 있다,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피할 수 없다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며 어떤 사건/사고에서 상황이 나쁘게 흐르거나 결과가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별다른 해결책이나 묘수가 없을 때,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인 경우, 불가피하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많이 쓴다.

"아이 인 더 스카이" 군사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테러집단과 테러리스트를 처단한다는 이 영화는 소수결과 불가피라는 단어를 연상케 한다. 주요 테러리스트 서열 5위 안에 드는 인물 3명이 모두 집결한 상태에서 자폭 테러 계획을 접하게 된 군사당국은 그들을 체포하기 보다는 제거하는게 더 효과적이라 판단해 공격이 가능한 무인기, 드론을 투입한다. 

주요 테러리스트들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건 흔치 않는 일이다, 무엇보다 테리리스트들은 자신들 머리 위에 무인기가 있다는 걸 모르고 안가에 첩보용 감청로봇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영상을 통해 그들의 계획은 낱낱이 녹화되고 있었고 그들을 제거할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못해 넘쳐난다. 여기까지는 굉장히 단순한 군사작전이다, 그들이 거주하는 곳을 미사일로 공격하기만 하면 미션 클리어~

하지만 뜻하지 않게 안가 주변에 민간인이 아무것도 모르고 자리를 차지하면서 계획은 순간 꼬이고 만다. 민간인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할지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을 피하기 위해서 군사작전을 철회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

영화는 약간 병맛에 가깝다. 상황 자체가 군사작전을 기반하고 있지만 정무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정치인들의 의견과 현장 군인들간의 의견이 갈리면서 영화의 군사작전은 사실상 무기가 아닌 군사작전에 참가한 책임자들의 말싸움으로 바뀐다.

예상대는 민간인 피해는 어린 소녀 1명, 사막이나 외진 곳이 아닌 마을에 위치한 곳이다보니 애초에 민간인 피해를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만 영화는 민간인 피해를 감수하고도 군사작전을 펴야 하는지 민간인 피해를 막기위해 군사작전을 취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를 위해 소녀라는 장치를 주요 포커스로 다룬다.

정황으로만 보면 사실 논란거리가 될 소지는 적다, 감상평들 중에 이런식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는게 오히려 갑갑하다, 답답하다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 역시 민간인 피해를 심각하게 여겨야 할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1명에 준하는 부수적인 피해 상황이라 작전을 시행해 얻게 되는 결과물의 가치와 비교한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테러가 곧 벌어질 걸 뻔히 알고 있고 테러가 시작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더 클 수 밖에 없는데 당장 눈 앞의 피해를 막고자 작전을 취소한다면 추후 더 많은 더 큰 피해가 생긴다는게 뻔한 사실이라 상황 자체는 군사작전을 진행하는게 더 옳다고 볼 수 있을거다.

그러나 영화는 이 상황적인 텐션을 유지하며 끝까지 민간인 1명의 피해를 해결하려고 아둥바둥 하는 모습으로 장기전을 만든다. 만일 생길지 모르는 민간인 피해에 대해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비밀작전이라 민간인 피해 상황 자체가 노출될 확률은 적지만 혹시 모를 유출이 되어 국민적인 맹비난을 받는다면?

영화는 바로 그 책임과 부담감이라는 걸 집단이 아닌 개개인에게 적용하면서 너무나도 뻔한 상황을 너무나도 뻔하지 않게 꼬아 버린다, 인류의 공통된 이익을 위해 범죄집단을 처단해야 하는 건 확실하지만 만약 부수적으로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책임 논란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다. 이게 철저하게 비밀, 기밀로 유지가 된다면 어느 선까지는 실행이 가능하지만 가장 어려운 난관은 그 집단의 누군가가 반발하는 경우, 조직의 지휘체계 어느 포지션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경우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바뀐다.

드론을 조종하는 조종사가 어린 소녀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작전 실행 직전 다시한번의 검토를 요청하게 된다. 만장일치의 결과라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누군가 반대 의견이 나온 만큼 그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을 하게 된다면 결국 강행을 관철시킨 누군가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지휘체계에서 아무 생각 없이, 혹은 당연한 지휘상의 명령체계라고 생각해 자신의 생각은 배제하고 명령대로 하는게 군대와 행정관료지만 법률적인 문제와 맞물리면서 정당한 법집행의 문제점을 들고 반대를 누군가 하는 순간 공통된 책임은 분열되고 끝까지 밀고 나간 그 누군가 한 사람이 몽땅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런 상황이 되면 서로 발을 빼려 하게 되고 정치적인 문제까지 연결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 질 수 밖에 없다. 세계적인 테러리스트 주요 인물 3명이 함께 같은 공간에 있고 추적이 완료 되었으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미사일로 완전 제거가 가능한 아주 간단한 상황 작전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소녀의 민간인 피해 발생 하나로 인해 거시적으로 판단할 것인지 미시적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상충된다.

이걸 왜 고민해야 하느냐는 것과 (지금의 피해는 더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라서) 사람의 목숨은 누구나 예외없이 평등하게 중요하며 테러리스트가 아님에도 그들과 엮어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건 도의적인 문제를 넘어 윤리적으로도 과연 옳은 것인지 따질 필요가 있다는 부분과 대결 구도가 되면 결코 이 상황은 쉬운 상황이 될 수 없게 된다. 원래대로 강행해야 한다는 조직 내부의 원칙론자와 아무리 좋은 의도의 선행이고 인류를 위한 군사작전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모르고 희생 당하는 소녀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악을 처단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악인처럼 행동하면 안된다는게 바로 이 논쟁의 핵심 줄거리가 된다 

영국의 지휘부와 미국의 작전실행부, 그리고 현장에서 첩보 활동을 하는 케냐 정보국의 요원까지 합세한 3개국 공동작전은 각자의 이익과 각국의 이득도 다를 수 밖에 없어 조금의 이견이 발생하거나 논리에 금이 가는 순간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누가봐도 성공적인 작전일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적 수행 결말은 이 작전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의 개개인에게도 좋은 경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작전으로 인해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연루가 된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 따져가면서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선의의 목적을 가진 집단과 악의의 목적을 가진 집단간의 대결, 선과 악의 대결에서 악이 아닌 선의 결정이 무조건 옳을 수 밖에 없는 건 뻔하지만 빵 파는 소녀 한명의 투입으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선과 선의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스토리를 바꿔 버린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들의 논쟁이 올바른 방향이거나 정당한 합의 도출 과정이라고 보진 않았다, 물론 영화와 현실의 갭을 어느정도 인정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정말 영화적인 요소로만 접근해서 영화에서만 어울릴 만한 상황적인 묘사로 영화 이야기를 이끌었다고 본다.

물론 사람 목숨값이라는게 다를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를 수 밖에 없고 그게 또 진리다, 제 아무리 공자 행세하며 모든 만인은 평등하다라고 외치지만 그런 평등주의가 꼭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인간은 태어나는 그 순간 부터 자연스럽게 서열화 되고 위아래로 나뉘면서 서열화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계급주의와는 다르다) 때론 목숨값이 존재하고 그 목숨값은 천지차이라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소위 말하는 악당 3명이 모인 상태에서 그들을 제거하는데 들어가는 손실은 다양하다, 특전사를 동원해 기습 침투작전을 벌인다고 가정할 경우, 테러집단과 맞붙어서 전투 상황을 벌어야 하는 경우 그에 따른 아군의 피해는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값지다. 때론 그런 피해를 감수하고도 작전을 수행하는게 바로 이런 경우다, (군대나 경찰, 특공대가 대테러 작전을 하는 경우 모두 희생을 감수한다) 물론 군사작전에 동원되는 군인과 아무 상관없는 민간인을 같은 선상에 놓고 줄다리기 한다는 것 자체는 조금 다르게 볼 소지가 있지만 군사작전에 동원되는 군인의 목숨은 충분히 감수해도 되고 민간인의 목숨은 감수하면 안된다는 논리 역시 때로는 맞지 않을 수가 있다. 특히 영화 속 스토리 전개상의 상황은 더더욱이나 추가적인 희생이 발생한다고 해도 강행하는게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아닌 불특정을 대상으로 집단 테러를 하는 대규모 테러단체이면서 주요 지휘관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제거하는게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사람의 목숨값 (미래 값어치) 으로 보나 실보다 득이 더 많다. 여기서의 소녀 목숨은 말 그대로 "불가피"가 된다.

물론 너무나도 당연히 여기고 반대를 할 이유가 없는 옳은 행위라고 단정 짓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제시한 민간인 피해 부분과 맞물린 작전 지체와 보류 역시 온당하지 않다고는 볼 수 없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촉각을 다투는 문제인 만큼 어느 정도는 가이드가 쉽게 잡혔을거라 보지만 영화적인 요소와 정무적인 부분까지 맞물려 이야기가 전개되는 영화 속 이야기 만큼은 충분히 논쟁거리가 되고 논란이 될 수 있는 걸 적절히 끄집어 내어 풀어나간다.


너무나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더 무섭다는거다. 다수의 의견에 의해 소수의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는 민주주의와도 비슷하고 사람 목숨값은 모두 동일하고 만인은 평등하다는 기반에서 자라난 사회주의와도 다르지 않다. 하나의 군사작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의 이념, 개념, 신념이 차이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구도와 크게 달라 보이진 않는다. 바로 이런 생각의 차이, 자기가 위치한 신분과 서열에 따른 차이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싹이 자라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미 공군 드론 조종사, 군인도 사람인지라 군인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갖고 상대를 대하는 것도 맞지만 군사작전에서 자기 생각보다는 공통된 다수의 생각과 이득을 따져야 하는 건 군인의 본분이기도 하다, 테러리스트 3인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피해를 볼 수 있는 소녀에게 주목 하면서 드론의 화면 자체도 어린 소녀를 보는 타임이 꽤 많다. 드론 조종사라면 테러리스트 주요 지휘관 3인에게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너무 감정에 치우쳐 동료와 함께 우는 모습은 찌질이 그 자체

부수적인 민간인 피해가 제로도 아니고 45%~65%로 집계되는 상황인데 그걸 고민한다. 법적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50% 미만으로 나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지만 민간인 피해 0%가 아닌 이상 그게 얼마나 차이가 클까, 애초에 단순 추정치와 예측치에 불가한 가상의 수치일 뿐인데 그 수치대로 죽거나 다치는 것도 아님에도 이 피해량을 분석하고 조사하고 검토하고 시행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한다. 

정무적인 감각으로 작전에 참가한 정치인들과 군사적인 부분만 따져 볼 수 밖에 없는 국방부 군인 입장은 첨예하고 대립한다. 이 때 군 장성은 이 상황을 보면서 한 마디 하는데 "이렇게 매 순간, 매 단계마다 법률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상부에 일일이 보고해서 허락 받고 검토 받고 법리적인 해석을 하면 작전을 어떻게 하느냐"는 말, 난 솔직히 그게 더 와 닿았다. 상대가 일개 범죄자나 경찰 수준으로 진압이 되는 간단한 범죄라면 집행 과정도 물론 중요하고 또 어느정도 신중을 기하면서 시간 싸움을 해도 되지만 지금 이 영화에 나오는 상황과 범죄 집단의 경우는 그렇게 간단하게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부수적인 피해 보다는 그들을 과연 잡거나 죽일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하지 않을까

아이가 빵을 팔기 위해 테러리스트의 안가 담에서 장사를 할 때, 군인과 정치인 모두 숨죽이며 "제발 빵이 다 팔려라" 간절히 소망하는 모습이 이런 난센스 적인 상황을 적절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빵이 하나씩 팔릴 때마다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데 이게 군사작전 지휘부가 맞는 건지, 어느 나라나, 어느 집단이나 책임회피, 책임감 결여가 부른 공무집단의 나태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속전속결로 처단해야 할 타이밍과 사건이 있고 이 상황은 단순한 범죄를 처단하는 간단한 사건이 절대 아니다) 케냐 정보국 요원이 빵을 대신 사는걸로 아이를 피신 시키려 노력하지만 나중에 다른 동네 아이를 시켜 대신 빵을 사오라고 한 것처럼 (결말 부분의 클라이막스) 처음부터 그런 방법이 있음에도 영화가 너무 영화적인 요소를 위해 불필요한 장면으로 사건을 더 혼잡하게 만든게 하는 아쉬움은 살짝 있다.

깡따구가 있고 결단력이 높은 작전 현장의 실무 지휘관 여군 대령, 외무적인 부분이라 영화에는 외무부 사람도 등장하는데 모습이 흡사 우리나라 외교부 강장관과 머리 색이나 스타일도 그렇고 꽤 많이 분위기가 비슷하다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평점 7점대, 전문가 6점대로 그렇게 나쁜 평을 받진 않았다, 소재 자체가 윤리적인 책임과 군사적인 책임의 충돌을 다룬 이야기고 한 편으로는 충분히 논쟁할 수 있는 소재면서 과연 무엇이 옳고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맞는 선택인지 정답을 도출하는게 어렵다는 걸 설명하는 영화라서 부담없이 보더라도 좋고 생각할 거리를 염두하고 봐도 무난하다 할 수 있겠다. 

나는 10점 만점에 8점, 수우미양가에서 "우"로 보통 이상으로 평점을 하고 싶은데 현실과는 약간 괴리감이 있으면서 아쉬움도 있지만 (애초에 그런 최정상급 테러리스트 3인이 모일 일도 없지만 모인다면 당연히 제거에 올킬 하는게 맞을거다) 전반적으로 지루할 수 있는 걸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 나갔고 인물들이 내뱉는 주장이나 의견이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고 단정짓고 볼 수 있는게 없다보니 상황적인 설정에 따라 입장이 바뀌었다가 돌아오기도 해서 이런 설정 구도 자체는 마음에 든다.

고뇌라는 표현이 있는데 과연 무엇이 옳은지, 이게 과연 정답인지, 지금의 행동이 선의가 맞는지 앞으로도 따져 볼 소지가 많아 토론 주제로도 적절할 것 같고 생각할 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어 관객에게 무언가 뇌 활동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과거에는 이런 설정이 미래에서나 가능하고 (무인기로 군인들 없이 침투하지 않고도 안방에서 TV를 보듯이 공격) 비현실적이라 상황 자체의 논쟁만 다루겠지만 지금 입장에서는 이게 미래의 모습이 아닌 지금의 모습이라고 보기 때문에 논쟁의 결과와 입장 역시 변수가 많을 것 같다. 비현실적인 소녀의 상황이 지금은 현실적으로 "내"가 충분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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