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이 아쉬운 아동틱 애니메이션 -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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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초심이 아쉬운 아동틱 애니메이션 -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

by 깨알석사 2017.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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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광고의 백곰을 연상시키면서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던 만화 영화 "빼꼼", 빼꼼히 쳐다보다라는 말장난과 이름이 비슷하고 백곰을 발음대로 불렀을 때의 말과도 비슷해 캐릭터 이름 중에 가장 잘 지은 이름이 아닌가 싶다. 빼꼼(히)~ 이름 자체에서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이 보일 정도니 이름값은 톡톡히 하는 몇 없는 성공작 중 하나다.

슈퍼 빼꼼, 스파이 대작전은 빼곰이 똑똑한 스파이로 바뀌면서 악당들과 대결하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테러집단이라 부를 수 있는 악당들이 지구사회를 혼란에 빠트린다. 그러나 악당과 영웅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동물사회와 인간사회의 종의 전쟁에 가깝다, 영화에서 악당은 빼꼼과 같은 곰이 주축이 된 동물집단이고 영웅쪽은 인간들이다. 빼곰은 인간들 편에 서서 악당들과 대립한다.

영화 변호인의 감독이 스토리 감수를 하고 영화 곡성의 편집기사가 편집을 맡아 최고의 제작진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붙었던데 그 점은 딱히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스토리 전개 자체는 무난한 편이지만 구성 자체는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다. 아무리 인간이 만든 사람들 편에 선 동물 이야기라고 하지만 악당의 정체와 지구정복(?)의 이유를 알고 난다면 맹목적으로 악당을 비난하기 힘들다, 어른들이 봐도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구분하기 힘들 뿐더러 누가 먼저 악당짓을 했는지를 따져 보게끔 이야기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사고력이 약한 어린 아이 관객층에서는 오히려 잘못된 편견, 선입견, 오해를 주기 쉽다. 그 점은 무척 아쉽다.

악당 두목의 실체를 알게 된 순간, 황당 그 자체, 두목(!)의 얼굴에 난 상처와 흉터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진다. 실제로 만화처럼 곰들이 생각을 하고 총질을 하고 기지를 건설해서 인간들과 동일하게 대립하는 구성체가 존재한다면 엄밀히 따져 인간쪽이 악당이 되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의 위치가 바뀔 수 있고 심지어 빼꼼 조차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어느쪽인지 구분 짓지 못하는게 아쉽다. 

악당 두목 캐릭터 설정은 굉장히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 북극곰들의 세계에서 꼭 그 "곰"이 두목이 되야 했느냐도 고민거리지만 (악당곰들 대부분이 인간에게 피해를 본 곰들일테니..) 실컷 보여준 캐릭터와 정체가 드러난 이후의 캐릭터간에 이질감이 커서 공감력이 떨어진다. (특히 목소리와 행동) 두목이 아닌 협력자, 혹은 섹시한 곰으로 나오는 그 여자곰 (곰이니 암컷이라고 해야하나...) 자리에 넣었거나 내부 반대세력으로 협력을 거부하다 철장에 잡힌 곰으로 나오는게 이야기 전개에도 무리가 없고 오히려 더 낫지 않았겠나 싶다. (악당도 물리치고 엄마곰도 구출하고 인간사회도 구하고..)

잘못된 곰들의 행동을 바로잡는 건 물론이고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만든 인간사회의 책임자와 관련자를 찾아내어 혼쭐을 내는 모양새로 나아갔다면 몰라도 뜬끔없이 핵 쐈다는 이유로 국방부 장관만 감빵으로 보내고 사건을 종결할 때는 아쉬움이 더 배가 되었다. 진짜 똑똑한 스파이라면 단순하게 사건 해결만 하는게 아니라 그 사건과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나 연관된 사건들을 모두 해결하는게 보통인데 곰(악당)에게 복수하는 것은 나와도 인간(악당짓을 하는 사람)에게 복수하는 건 없다, 같은 동물 영웅 캐릭터로서 인간 사회와 어울리는 닌자거북이와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반인 평점 7점대, 전문가 평점 5점대로 기존의 인기 캐릭터 빼꼼의 능력치고는 조금 약한 평점을 받았다. 후기들을 찾아보면 아이를 데리고 함께 관람한 부모들이 더 특히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는데 아동들이 보기에 너무 폭력적이고 엄마곰이 초반부터 바로 죽는 장면 등 우는 아이 달래기 바쁘고 중간부터는 총질 난무와 폭력성에 흥미를 잃어 중간에 나와 버렸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나도 사실 기대치를 갖고 봤던지라 (빼꼼은 성인이 봐도 재미있다) 어느정도 감흥을 기대했지만 다 보고나니 기대치가 뚝 떨어졌다, 특히 대사가 많아지고 말을 한다는게 쉣뜨, 대사처리로 사건을 이어나가고 상황을 설명하기 보다는 그냥 말 없이도 행동으로 보여주고 상황 자체로 또 다른 상황을 몸짓으로 보여주는 그게 빼꼼의 핵심이라고 봤었는데 이건 그냥 곰 캐릭터만 가지고 만든 평범한 만화처럼 되어 버렸다.

감독이 처음에 빼꼼을 기획할 때 약간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여도 말(대사)없이 진행한 이유가 아동들은 대사 없는 동물 캐릭터 이야기에 더 집중하기 쉽고 더 받아들이기 쉬워서라고 해놓고서는 초심을 버린 듯 하다. 알아 들을 수 없는 괴상한 외계어를 남발하더라도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것도 또박또박) 하지 않는게 은근 매력인데 이번에는 그걸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래도 빼꼼 만큼은 사람처럼 말하진 않는다. (다행이다)

짧은 단편이라도 굵고 짧게 한방 터트리고 치고 빠지는게 빼꼼이었는데 역시 장편은 무리수인 듯..

인간들이 곰에게 한 짓은 괜찮고 곰이 인간들에게 한 짓은 나쁘다라는 구도 설정은 고칠 필요가 있다

물론 마지막에 빼꼼이 사라지는 걸로 해서 곰사회가 나쁘다는게 아니라는 뉘앙스로 마무리 짓지만 그게 그렇다고 인간사회가 싫어서 빼꼼이 떠난 건 분명 아니기 때문에 단순하게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만 기억하는 유아동에게는 먹힐지 몰라도 15세 이상에게는 공감도가 확 떨어질 스토리라 기존처럼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는 빼꼼을 기대하고 봤다면 실망감이 클 수도 있다. 이 정도 이야기라면, 그리고 악당 두목이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알게 된 더더욱 똑똑해진 빼꼼이라면 당연히 여자사람 친구보다 두목 편에 서는게 당연하다. 결국 그런 빼꼼은 곰친구들과 함께 인간사회에 복수를 해야 할텐데...그러다보면 우리의 영웅 빼꼼의 정체가(아이덴티티) 망가지기 때문에 이도저도 마무리 짓기 힘든 내용일 수 밖에 없다. 좌충우돌 빼꼼으로 긴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다 보니 약간 무리수가 보인다

전문가들이 남긴 평점 중에 토종 애니라는 표현이 들어있던데 이미 뉴스를 통해서도 알려진 적이 있지만 빼꼼은 이미 해외(중국)로 팔린 상태로 주인이 바뀐 상태다. 국산 애니라고 하기 어렵다. 물론 쌍용차나 국민은행을 보고 외국기업이라 하지 않듯이 보기에 따라서는 국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본질만 놓고 보면 외국에 팔린 외국인 소유 기업으로 자국 기업이라 하기 힘든 만큼 80억에 팔린 빼꼼 역시 토종 애니라고 하기 힘들다. 제작사와 감독은 여전히 한국이지만 원작 소유권은 이제 중국에 (중국 완구기업 알파그룹) 있다. 만드는 건 여전히 빼꼼 제작자와 한국인들이지만 판권 수입 및 방영수입은 주인이 따로 있다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앤딩 크레딧을 봤다면 알겠지만 스탭 이름 중 절반은 한자(중국어)로 나온다. 빼꼼 영화에 한국인(영어이름)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중국인이 있는 건 흔치 않는데 생각외로 스탭 분량 중에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마치 홍콩영화처럼 중국 사람들 이름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 그 만큼 자국(중국)의 지원을 업고 개봉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빼꼼은 대한민국 대표 애니 캐릭터라고 말하고 싶다, 출생지는 어디가지 않는다, 사람도 국적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처럼 고향마저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는 법, 누가 뭐라고 해도 빼꼼은 한국을 고향으로 하고 있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곰이다.

슬랩스틱 형식의 개그는 여전하지만 장편극으로서는 크게 못 미치는 구석이 있다.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로 평가를 해주고 싶은데 다음 후속작이 딱히 기대되거나 기다려지지 않는다는게 흠

최근 보스 베이비를 보고 후기를 썼었는데 아기곰이나 사람아기나 아기들은 다 귀엽다

초딩 저학년 조카에게 빼꼼 봤냐고 물어봤다. 봤다고 하는데 별로 재미없었다고 한다 (조카는 아빠랑 매주 영화를 보러 다닌다) 웃기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닥~이라고 답한다..(초딩의 답이 더 무섭다) 다른 친구들처럼 뽀로로를 거쳐 대부분의 코스를 거친 아이인데 빼꼼은 코스에 없는 듯 하다. 아이들 눈에도 딱히 그러한데 어른들이야 어쩔....예전 초심 때처럼 좌충우돌 황당 빼꼼이 다시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 둘리하고 빼꼼하고 뭐가 낫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둘리가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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