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공포 영화 하나 봤다, 꼬꼬마 시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불 구멍 속에서 눈만 보이게 보던 그 시절을 생각하게끔 했던 영화다, 설정 자체가 부검이고 또 부검해야 하는 시체가 나오고 또 부검 과정에서 리얼한 장면이 있다보니 그 자체도 후덜덜 하지만 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죽은 사람에게서 여러가지 생체 반응이 나오면서 공포는 극에 달한다. 제목은 <오텁시 오브 제인 도> 영국 영화다
검안실을 배경으로 시체들로 둘러싸인 부검의와 부검의의 조수이자 아들이 거의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고 장소도 그 시체 검안실이 대부분인 상황이라 몰입도는 높다, 한정된 공간에서 더 나아가 폐쇄된 공간에서 조금 더 나아가 시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닭살 피부를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오텁시 오브 제인 도>라는 제목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 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 오텁시는 "검시"라는 뜻으로 일반적인 사망자가 아닌 경우 사망 원인, 사인을 알기 위해 시행되는 시체 검사를 말한다, 범죄 혐의가 있거나 범행 현장에서 발견되었거나 범죄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 실시하게 되고 육안 검사가 아닌 경우 우리가 아는 부검까지 하게 된다. 경찰과 국과수가 나오는 그런 범죄 영화에서도 흔히 보는 장면속의 검시다.
"제인 도"는 시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개인정보가 없는 경우 누구라고 부를 수 없어 대신 불려지는 서양식 이름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철수(남자), 영희(여자) 혹은 견본양식에서 자주 보는 "홍길동"처럼 이름 대신 사용하게 되며 주로 시체에게 붙는 이름이다, 여자면 제인 도, 남자면 존 도, 제인과 존이 우리네 철수 영희 같은 개념이다. 우리도 이아무개처럼 아무개라는 이름을 대신 쓰는 것처럼 각 나라마다 각각 자주 쓰는 이름을 이런 곳에 활용한다. 영화 제목은 결국 검시 대상자로 불리우는 제인 도의 검시 때 생기는 상황을 다룬다는 직접적인 표현이다.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어느 집에서 범죄사건이 벌어졌고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누군가 묻다 만 시체가 하나 발견된다, 큰 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에서는 서로가 잘 아는 사이지만 경찰은 이 집의 희생자들과 죽은 시체의 연관성을 찾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도망가려 한 듯한 범죄현장과 외부침입이 아닌 내부탈출 정황이 나오면서 사건은 더 미궁속으로 빠진다.
그 집의 사람들을 빼고 전혀 모르는 시체 한 구가 나오면서 영화 속의 주인공에게 그 시체가 넘겨져 검시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검시를 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이상한 현상과 시체 내부가 드러나게 되고 검시 역시 깊은 수렁에 빠져 원인 분석에 애를 먹는다.
시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징그러운 부분이나 발가벗겨진 시체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오는 편이라 영화 보는 것 자체가 불편한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시체를 부검하는 상황과 묘사 자체가 그대로 나오다보니 그걸 지켜보는 상황은 이미 사람 마음을 쫄깃하게 만든다.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에 흔히 나오는 시체실, 영안실 이야기처럼 말로 들어도 무서운게 이런 상황인데 리얼하게 옆에서 부검을 지켜 본다면 그거 만큼 소름 돋는 것도 없을거다. 피부를 벗겨내거나 머리쪽을 절단하는 것도 나오니 이런걸로도 공포와 소름이 나올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아주 평온하게 제인 도 (신상정보가 없는 시체)를 검시한다. 왜 죽었고 어떻게 죽었고 무엇에 의해 죽었는지 진실 규명을 위해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놀랍고 굉장한 일들이 벌어지고 결국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라디오 속에 나오는 노래는 엄숙하고 고요한 검시소의 적막을 깨는 유일한 요소지만 모든 게 다 소름 요소, 공포로 바뀌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한동안 라디오 듣는 것도 무서웠다.
아버지에게 문제가 생기고 아들이 겨우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아들에게 벌어진 건 정말 예상 밖, 뭐 하나 예측하기 힘들고 뒷 이야기를 예견하기 힘들어서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 하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뒤로 갈수록 상황이 주는 공포가 더 무서웠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범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하게 누군지 모르는 시체 한 구, 왜 그 집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는지 알 수 없었고 의문의 시체는 누구이며 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검시를 했다, 그러나 결국 영화가 다 끝나니 검시소에서 벌어진 일 만으로 첫 번째 의문의 사건은 왜 벌어졌고 어떻게 벌어졌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검시소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사건의 실체와 범인, 그리고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검시였던 셈이다. 10점 만점에 7점, 나에게는 전설의 고향이 주었던 공포만큼 무서웠지만 징그럽고 잔인한 장면도 많은 편이라 높은 점수는 주지 못할 것 같다. 딱 중간 점수, 보통,
영화에서 시체 역할을 한 배우는 "올웬 캐서린 켈리 (Olwen Catherine Kelly)" 영국배우다. 극중 캐릭터에서 유독 앞니가 벌어져 있길래 의도한 설정인 줄 알았는데 원래 배우의 앞니 상태, 단 한마디 안하고 대사 한 마디 없고 심지어 육감적인 외모로 매력적이지만 그냥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공포감 조성의 1인자, 한 여름에도 여자가 원한을 품으면 서리가 내린다는 우리말이 그대로 느껴지는 파워 복수다. 현대판 전설의 고향, 귀신인 듯 귀신 아닌 귀신 같은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나오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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