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전, 서로 다른 목적 (혹은 목표) 으로 작게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크게는 두 국가의 여러 사람들에 의해 각자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 싸우는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마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은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와 미국 국경지대의 마약 밀매업자와 마약 소굴의 소탕 작전에 나선다.
여기에는 국방부와 CIA, FBI 등 미국의 여러 기관이 공동작전을 펼치고 그 작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사나이가 용병처럼 합류하면서 각 기관의 이득과 참여한 사람들의 목적에 따라 판이 짜여져 나간다는 이야기다. 물론 결과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모두 취득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그 과정이 씁쓸하고 뒷맛이 개운치 않으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필요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주인공처럼 기분이 상하고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이 옳고 나쁜지를 정의하고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만만한 상대가 아닌 마약조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군대 수준의 화력 지원이 필수다, 국방부를 통해 최정예 부대라고 할 수 있는 델타포스를 동원하고 해외 작전을 위해 CIA가 동원된다. 그 과정에서 국내 작전의 위법성을 감추기 위해 FBI를 들러리로 내세우고 공동 작전을 하게 되면서 주인공 FBI 요원은 감추어진 진실과 만나게 된다.
미국의 마약 실태와 멕시코의 카르텔 (마약조직) 에 대한 기본 정보가 없다면 영화가 주는 메세지에 대해 다른 해석과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저그런 흔한 액션 영화, 군경 합동의 마약 조직 소탕 작전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흔한 범죄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카르텔 조직과 멕시코 마약 실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관련 정보를 습득한 상태라면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파격적이며 리얼 그 자체다.
국내에서 일반인 평점 8점대, 전문가 7점대로 상당히 높은 점수대를 받았다, 해외 평가도 비슷한데 대부분 잘 만든 수작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국내와 해외가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많이 다르다. 국내는 잘 짜여진 각본, 현실감 넘치는 연출 장면, 재미있는 구성요소, 박진감 넘치는 소탕 작전 등에 주된 관점을 두는 반면에 해외는 실제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카르텔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 마약 문제의 본질을 다루다보니 와닿는 느낌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그냥 "남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과 자신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는 반대로 당사자들이 봐도 괜찮게 만들어졌고 무관한 제3자들이 봐도 흥미와 재미가 있는 영화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누가봐도 재미있고 누가봐도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잘 만든 영화라고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영화는 필요악에 대한 부분도 다룬다, 일개 작은 범죄집단이 아니라 멕시코를 사실상 쥐고 흔드는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갖춘 엄청난 범죄 집단이라면 제거 하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 또한 그들 세계가 이런 범죄집단이 정부 위에 있는 상황이라면 그들을 제거해봤자 큰 의미가 없다. 그들 자리는 변함이 없고 제거한 그들 대신 또 다른 자들이 그들 위치에 올라와 똑같은 짓을 할 뿐이다.
결국 단순한 제압과 제거는 무의미한 싸움이 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제거한 범죄조직의 자리에 공권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말 잘 듣는 범죄집단 왕국을 건설하게 "도와주는 것"이 범죄조직을 제거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맹목적으로 범죄조직을 제거하는 것이 당연히 옳고 정당하지만 절대로 뿌리를 완전히 뽑을 수 없다면, 경우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범죄조직을 재구성하게 도와줄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이건 매춘과도 의미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매춘사업에 대해 필요악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의 논리와도 비슷하다. 뿌리를 뽑아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 않게 하는것이 옳다고 하지만 그게 사람들 생각처럼 쉽지 않고 신이 아닌 이상 될수도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법과 공권력이 작용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의 합법적인 형태 운영이 가능하게 바꿔 버린다. 매춘은 불법이지만 뿌리 뽑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컨트롤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인정은 하되 "확장"은 막자는 논리다.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도 그와 비슷하다, 마약을 뿌리뽑고 조직을 와해시켜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멕시코 상황에서는 이게 비현실적이고 쉬운 일이 아니다. 절대 권력자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안되는게 멕시코 상황이다. 대통령이 있고 군대가 있고 경찰이 있고 민주주의가 있어도 제거하는게 쉽지 않다면 결국 제압하려는 쪽의 입맛에 맞는 조직을 키워 가장 큰 조직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적당량을 재량권을 주되 다른 불법조직의 확산을 막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런 불편한 진실에 관한 내용을 잔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구글에 "카르텔"이라는 단어만 입력하고 검색을 해도 멕시코의 마약 조직 관련 글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심신미약자는 절대로 보지 않기를 권한다, 상상 이상이다) 원래는 기업들이 짬짜미를 하는 가격담합과 같은 연맹을 의미하는 단어였으나 범죄조직들이 연맹하는 단어로도 사용되면서 이탈리아의 마피아처럼 멕시코에서는 카르텔이 범죄조직의 구성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구글에서 카르텔로 검색해 멕시코의 마약조직 상황을 직접 찾아보고 실태와 그들의 잔인성에 대해 한번이라도 경험을 했다면 이 영화가 얼마나 심각한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다루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국경지대를 통과해 법원으로 가는 일행들의 장면에서 다리에 걸린 시체들 장면은 실제 멕시코에서 카르텔 조직들이 자주 쓰는 방법으로 대한민국이 정말 살기 좋은 안전한 나라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진짜 현실을 담은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에서는 단순하게 누군가에게 처단 당한 시체들이 다리 밑에 걸려있는 장면만 나오고 어떤 해석도 해주지 않지만 실제 멕시코에서는 주로 그런 방법이 경찰, 검사, 시장, 요원(잠복수사)들에게 행해지는 보복의 형태라 잔인성이 더 가중된다. 멕시코 내부에서도 이런 범죄조직을 소탕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변호사나 인권단체 관계자는 물론 시장도 선출되자마자 개죽음 보다 못한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소탕을 하겠다고 나선 지역의 전담 경찰서에서는 17명의 경찰 중에서 15명이 죽임을 당했고 소탕하겠다고 부임한 서장은 결국 망명했다는 이야기는 흔한 뉴스일 정도다. 영화에서 의문의 사나이로 나오는 콜롬비아 카르텔 사나이도 원래는 검사였다는 부분도 바로 그런 내용과 같다. (검사로 있으면서 아내와 딸이 죽임을 당했고 결국 복수를 위해 암살자가 된 케이스), 시민들 입장에서는 경찰, 판사, 검사와 그 가족들이 쉽게 죽임을 당하는 판에 경찰이나 공무원을 믿고 의지하기 보다는 범죄조직에 가담해 그들과 한 패가 되는게 더 안전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그 만큼 일정 수준을 넘은 범죄조직은 정부와 군대를 동원해도 컨트롤이 안된다는거다. 영화는 바로 그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다룬다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에 대해 UN은 인권문제를 들어 반감을 표시했고 여러 국가에서도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그를 비난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다르다. 물론 그의 잔인한 행정절차와 사법제도를 무시한 즉결심판 (현장 사살)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멕시코와 필리핀은 마약 문제 만큼은 대동소이다.
멕시코의 상황 만큼이나 좋지 않은게 필리핀의 마약 문제고 멕시코의 상황을 시라키오 영화를 통해 간접체험을 했다면, 필리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물론 두테르테 대통령이 무조건 잘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법으로 민주주의적 합법절차에 따라 아무리 발버둥쳐도 전혀 효과가 없을 때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잘한다~잘한다~가 아니라 오죽했으면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심정이 바로 내가 느낀 생각이다, 멕시코의 상황을 보고, 멕시코의 치안 상태를 보고 본인이 대통령이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할 것인가에 대해 물었을 때 속시원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많지 않으리라 본다. 시키라오 영화는 실화를 담고 있지 않지만 그 배경과 문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 실제 멕시코의 상황을 담고 있는 다큐와 같은 영화라서 그들이 하는 작전이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도 있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동의 IS 조직에 대해 비난한다. 제대로 된 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IS에 호의적인 사람이 있을 수가 없다. 그들이 받는 처벌이나 그들에게 가해지는 소탕 작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드물다, (미사일을 쏴서 불질러 버리고 폭탄을 투하해 본거지를 제거하는 뉴스는 흔하게 나온다)
그들에게 피해를 보는 일반인들에 대한 동정과 도움의 손길은 많아도 IS를 옹호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들에게서 나올 수가 없다. 결론은 현 시점에서 전 세계에서 이런 문제와 맞물려 동일시하는게 멕시코의 카르텔, 필리핀, 그리고 IS라는거다. 총기, 마약, 매춘, 납치라는 공통점 역시 이들에게 있다.
IS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군사적으로 제압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군대까지 동원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 필리핀은 대통령이 발벗고 나서 현장 사실을 명시하며 폭정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지만 시카리오의 이중작전이나 필리핀의 마약 소탕 작전이나 IS에 대한 폭격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난 그렇게 여긴다. 이미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버리고 미쳐 날뛰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대립 양상이며 정의와 사람답기를 위한 발버둥이자 몸부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말로 할 단계를 넘었고 법으로 해야 할 단계를 넘어 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컨트롤이 되지 않는 단계로 넘어갔다면 극단적인 선택만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마약과 납치, 매춘에 있어 소말리아까지 굳이 이야기 할 필요성은 없지만 시카리오 영화는 필리핀, 멕시코, 중동IS, 소말리아 해적 이야기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불편한 진실을 담으면서도 필요악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비현실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 시카리오는 나에게도 충격적인 영화였다. 제 아무리 잘난 미국이라고 해도 국경 넘어 다른 나라의 내부 문제까지는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남의 나라라고 해서 방치할 수 없는게 미국 마약의 90%는 멕시코를 통해 유입된다. 결국 방치하면 할수록 미국 스스로가 위험해진다. 결국 개입은 하지만 선택권은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서로 공생하는 관계로 위법과 불법을 넘어 무법천지 시대를 만들지만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착한 집단과 생존을 보장 받고자 하는 나쁜 집단의 뒷거래는 무조건 잘못된 거래, 나쁜 거래, 손해나는 거래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영화가 영화로 끝나는게 아니라 멕시코와 미국의 현실이라면 영화가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을 미국 시민들조차 못 본 척할 수 밖에 없다. 서로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을까. 합법이었다는 서류에 서명을 강요당하고 자살위장 협박까지 받으면서도 콜롬비아 카르텔 남자에게 총을 쏘지 못한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이 아마 그걸 대변하는 것 같다. 진짜 수작인 영화,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
무법지대라는 통용된다면 법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말, 여기서 합리적이고 민주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다. 영화에서는 마약에 대해서만 다루었지만 납치(특히 여성) 문제 역시 심각하다는 걸 안다면 만만하게 볼 영화는 아니다. (범죄조직이 공권력보다 위에 있다면 몸값처럼 돈이 되는 모든 범죄는 활개치기 마련이다)
세계 최대의 아름다운 휴양지,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칸쿤"이 멕시코에 있지만 칸쿤에 있는 리조트 밖은 절대 나가면 안된다는 말을 확실하게 이해했다면 리조트 안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걸 확실하게 공감한다면 영화는 비현실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내용으로 탈바꿈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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