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이큰>에서 항상(!) 납치 당하는 딸을 구하는 영원한 아빠 영웅 "리암 니슨"이 나오고 (몬스터 역할) 시고니 위버 (할머니역) 를 비롯한 펠리시티 존스 (로그 원 스타워즈, 아우토반, 인페르노 여주인공) 가 엄마 역할로 나오는 영화 <몬스터 콜스>
약간 환타지풍에 몬스터 (괴물) 이야기에다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니 당연히 어드벤처 (모험물) 영화인 줄 알았다, 꿈 속에서 만나는 동화 속 이야기에서 악당과 괴물을 물리치는 평이한 줄거리의 아동 눈맞춤 영화 그런 영화 말이다. 악몽을 자주 꾸는 아이의 꿈 속에서 기존의 악몽과 다른 특별한 존재(괴물)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게 의외로 볼만하다,
특히 CG는 물론 괴물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장면을 애니메이션 효과로 굉장히 묘하게 그려나가면서 몽환적인 영상미도 갖추었다. 옛날 옛적에~ 옛날 이야기마냥 들려주는 나레이션과 함께 딱딱 맞아떨어지는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은 굉장히 인상 깊다.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전개와 빠른 진행은 괴물이 들려주는 3가지 이야기를 기다릴 만큼 흥미진진하다, 큰 화제거리나 판타지 모험 같은 설정 자체가 아예 없고 아이와 괴물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실상 전부인데 흡입력이 꽤 좋다. 그러나 초반엔 괴물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3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이나 특징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무슨 의미인지도 솔직히 보면서도 잘 몰랐다.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가 어렵고 복잡한 건 아닌데 그 이야기를 왜 해주고 왜 하필 그런 이야기를 아이에게 뜬금없이 해주는지 약간 의아한 마음이 더 컸다. (괴물이 심심한가...이런 생각까지 했었음)
무엇보다 네 번째 이야기는 반대로 아이가 괴물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는 설정 자체도 무슨 뜻인지 단박에 이해를 하지 못해 초반에는 살짝 멍때리고 봤던 부분도 있다. 이대로 쭉 진행하면 성인인 내 입장에서도 네 번째 이야기를 뭘로 만들어야하나 걱정 될 정도, 거짓말은 안되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는 전제조건까지 걸렸으니 3가지 이야기를 괴물에게서 듣기 보다는 아이가 반대로 괴물에게 들려줘야 하는 네 번째 이야기를 무얼로 채워나갈지가 더 궁금했고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잘 나가다가 네 번째 이야기에서 망작 될까봐...)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단 둘이 살지만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많이 아프다, 엄마 병간호를 위해 할머니가 찾아오지만 주인공인 아이와 사이가 좋지 않다. 아이는 외톨이에 학교에서도 왕따, 심지어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는 기댈 곳도 없고 희망도 없다. 가족, 가정, 학교(사회) 어디에서도 마음 둘 곳이 없다.
그런 아이에게 어느 날 창문 밖 나무가 허리를 피고 일어나 나무 괴물이 되어 아이를 찾아온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에게 3개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고 3개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그 다음에는 반대로 아이가 나무 괴물에게 거짓 없는 진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싫다 좋다 할 겨를도 없이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첫 번째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괴물과 아이의 조건 만남(?)은 시작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왕과 왕비 (이후 여왕이 됨) 그리고 왕자와 어느 농부의 딸로 이루어진 옛날 고대 이야기다, 괴물과 싸우던 왕은 왕자들을 잃고 손자만 남게 되는데 그 손자가 결국 왕이 된다는 흔한 이야기, 다만 이 과정에서 나쁜 마녀로 알려진 왕비(새 왕비)는 왕위를 노리고 왕을 독살한 다음에 왕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여왕 자리에 오르게 되고 여왕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성인인 된 왕자(양손자)와 결혼하려고 하는 농부의 딸마저 살해하면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왕)와 예비신부마저 죽임을 당하자 왕자는 나무 괴물과 백성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왕자는 자신의 왕국을 도로 찾는다는 이야기,
그러나 나름 반전이 있는게 왕은 독살이 아니라 원래 늙어서 수명을 다한 것이고 신부는 여왕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을 규합하기 위해 왕자가 신부를 죽이고 여왕에게 누명을 씌운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나무 괴물은 여왕을 죽이지 않고 다른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 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어느 목사와 그 목사의 두 딸, 그리고 천연재료로 약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파는 약제상의 이야기다. 자연에서 나오는 천연 약재로 사람들에게 약을 팔던 어느 사내는 목사가 부정적인 내용으로 설교를 하자 생업에 지장을 받게 되고 결국 약을 만들어도 사주는 사람이 없어 곤란하게 된다. 이 때 목사의 두 딸이 갑자기 아프게 되는데 어떤 약이나 치료법도 통하지 않고 심지어 기도마저 효과가 없자 목사는 약제상을 찾아 치료약을 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약이 쓸모없다며 부정하던 목사가 약을 필요로 하자 목사의 상반된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고 목사는 두 딸이 살 수만 있다면 사람들에게 다시 좋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종교적 신앙으로 자신을 매도했다가 딸 때문에 다시 반대되는 설교를 하겠다는 목사를 보고 종교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목사의 부탁을 거부한다. 딸을 위해서라면 종교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목사의 정반대 행동에 실망한 약제상은 결국 차갑게 돌아서고 목사의 두 딸은 그 날 밤 결국 모두 죽고 만다. (나름 교훈이라면 너 죽고 나 죽자...뭐 이런거...)
세 번째 이야기이자 괴물이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는 투명인간 이야기다, 존재하지만 아무도 상대하려 하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로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뭔지도 모르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지만 이미 세 가지의 이야기는 끝이 났고 남은 건 이제 아이가 괴물에게 들려줘야 하는 알 수 없는 이야기 뿐이다. 소년은 역시나 이야기가 뜻하는 바를 알 수 없었고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렇게 네 번째 이야기는 오리무중속에 빠져서 흔적을 찾기 힘들 때, 아이의 엄마가 위중한 상태에 빠지고 엄마를 살리기 위해 괴물에게 치료를 부탁하러 달려가면서 네 번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체로 호불호가 확 갈린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재미가 없다/지루하다/기대한 것과 많이 다르다 식의 평가가 의외로 많다, 환타지 모험도 아니고 괴물이 뜬금없이 등장해 소년과 이야기를 주고받는게 전부이면서 주변에 벌어지는 이벤트(사건)라고는 거의 없다. 왜 괴물이 등장했고 왜 괴물이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평점은 일반인 기준 7점대지만 평론 자체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로가 대세다.
나는 그 부분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영화 자체가 아동/청소년을 위한 줄거리라는 건 맞지만 소설(책)이 아닌 영화로 만들었을 때의 타켓, 관객층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원작이 따로 있고 (책으로 나옴) 그 책은 청소년을 위해 쓰여진 성장 드라마다,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책과 달리 영화에서는 이걸 아동 혹은 청소년을 위한 영화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고 봐야 한다..
원래 동화는 아이의 성장 궤도에 맞춰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읽는 아이도 모르게 그 이야기속에 자신을 투영해서 주인공과 동일시 하면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자신과 같은 인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동화가 원래 그렇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동화속의 성장 구도를 가지고 동화처럼 만들지 않고 동화가 갖는 해석을 그대로 까발려 그려냈다. 동화가 왜 아이들에게 좋은지, 동화를 왜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왜 동화는 하나같이 비슷한 설정과 내용으로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나가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본래 뜻을 가지고 성인 눈높이에 맞춰 그려냈다.
똑같은 내용으로 동화처럼 만들었다면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부담없이 봤겠지만 동화 스토리 자체가 아닌 동화가 갖는 의미를 가지고 만든 내용이다보니 끝까지 다 보지 않으면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다. 다만 숨겨진 진짜 의미와 뜻을 안다면 이것만큼 색다르면서도 잘 만든 영화(스토리)도 없을거다.
대부분의 동화는 아이의 성장주기에 맞춰 이야기가 전달된다, 새엄마, 새아빠가 등장하거나 갑자기 집에 문제가 생겨 집을 나가야 하는 식이 가장 흔한 경우인데 아이들은 커가면서 "우리 엄마 정말 맞아?" "왜 자꾸 혼을 내는거지?"라는 의구심을 갖으면서 반항심을 키우게 되고 진짜 엄마 (착한 엄마) 와 가짜 엄마 (동화속 새엄마 같은 존재) 로 양분해 자아정체성과 발달을 동화와 결부시켜 이해하고 풀어나가려고 한다. 진짜 엄마라면 나한테 이럴 수 없어! 라며 분명 새엄마일꺼야! 라는 나름의 동화 속 이야기와 맞물려 해석하면서 혼내는 엄마와 예뻐해주는 엄마를 구분해 엄마라는 하나의 동일인에게 서로 다른 감정으로 풀어나가게 만든게 대부분의 동화다. 혼낼 때 만큼은 새엄마라고 생각하면 엄마에 대한 미움과 자신이 받는 상처를 크게 부풀리지 않고 이해하려고 한다.
영화에서 괴물이 들려주는 3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이 바로 그거다, 세 이야기 중에서 하나씩만 따로 떼어내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면 그게 동화고 그런 동화들을 다 불러들여 들려주고 거기에 숨은 뜻과 의미를 전달해 알려주면서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하는게 네 번째 이야기가 된다. (생각 끄집어내기)
나도 세 가지 이야기를 다 듣기 전까지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 대강 어떤 의미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알았지만 현실 속의 아빠, 엄마, 할머니, 학교 선생님, 학교 친구들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곳과 어느 지점이 연결된 포인트인지 한 번에 이해하는 건 어려웠다. 그러나 네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고 진행되면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아~" 탄식,
첫 번째 이야기에서의 주인공은 왕자다, 왕자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왕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사랑하는 신부를 죽인 당사자다. 반란을 통해 여왕을 내쫒고 다시 찾은 왕국은 평온했고 왕자도 죽을 때까지 평화로운 왕국에서 백성들과 함께 했다. 왕이 되는 과정은 치졸하고 탐욕적이고 저급하지만 결과는 아름답다. 자신의 행복, 자신의 안락함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
소년은 아픈 엄마를 사랑하고 빨리 낫기를 바라지만 한 편으로는 항상 아프던 엄마로 인해 모든 생활 환경이 깨지고 나빠지는 걸 원치 않았고 부정하고 싶지만 속마음 한 켠에서는 차라리 엄마가 빨리 죽기를 바랬던 점이 아이의 진실된 마음에서 드러난다. 왕자처럼 자신의 안락함, 평온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첫 번째 이야기는 흔한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아이의 상황과 같은 설정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 이야기부터는 소년의 현실과 맞물려 조금 더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엄마의 치료약과 목사의 치료약, 약제상이 만드는 만병통치약에 대한 목사의 부정적인 입장과 이후의 상반된 입장, 딸을 위해서라면 종교도 의미가 없다는 그 이야기는 역시 소년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엄마의 치료와 완쾌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낫지 못할거면 하루라도 빨리 죽었으면 하는 상반된 입장은 목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목사가 쉽게 "믿음"을 버리고 약제상을 찾자 약제상은 크게 실망하는데 엄마가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동화처럼 그려낸 이야기가 두 번째다.
세 번째 이야기는 더 현실적이다.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소년은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이제부터는 아예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투명인간 취급 하겠다는 친구에게 엄청난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 이 때 갑자기 등장한 괴물이 세 번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투명인간이 복수하는 이야기와 함께 실제 아이가 괴롭힌 친구를 두들겨 패서 병원으로 실려가게 만들어버리는데 이 역시 아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극복기를 동화 이야기와 맞물려 풀어나갔다.
대부분의 동화는 어린 소년이 의협심, 독립심, 정의감을 포함해 가정형편, 가정문제, 가정폭력, 가정불화 등의 이유로 가출하는 이야기가 많다. 집을 나와 여러 사람들과 만나 대인관계를 맺으면서 고난과 역경을 겪게 되고 성 밖으로 나가 더 많은 지역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 나간다, 그러다가 왕자나 공주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연한 사건이나 사고에 휘말려 그들과 만나게 되면서 왕(왕자,공주)을 구출하는 역할도 하게 되고 결국 마무리는 그들 중 한 명과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귀여운 아이들을 낳고 영원토록 햄볶으며 잘 살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내게 된다.
신데렐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이야기가 다 초반 어려움, 중반 해소, 후반 해피로 이어지는데 동화를 읽다보면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스토리로 만든 것이라 어린 아이일수록 말 그대로 동화속에 동화되어 "자아"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이 된다.
결국 <몬스터 콜스>는 그런 동화가 갖는 의미를 가지고 아예 대놓고 동화를 먼저 3개 들려주고 이야기 속의 주인공과 내용이 현실의 문제와 다르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해석해 알려줌으로 인해 속전속결로 깨닫게 해준다. 3개의 동화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야기도 아니며 항상 누구나 주위에서 흔히 겪는 여러 문제들을 다르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갈팡질팡하는 아이의 마음을 다잡아 준다.
괴물은 아이의 머리속에 있는 또 다른 "자아"이고 미성숙함을 성숙함으로 이끄는 선구자 같은 내면의 한 축으로서 모든 인간들이 겪는 문제를 겉모습은 무서운 괴물로 그려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조언자, 조력자의 역할로 그려내고 있다. 어느 사람이든 잘나든 못났든 상관없이 실제 누구에게나 있는 하나의 가치관, 옳다고 믿는 정의, 신뢰, 믿음, 자아성찰의 실체가 괴물인 셈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나쁜 짓을 할 때 마저도 한 편으로 들게 되는 "착한 본능" "착한 생각" "반대 입장의 가치"처럼, 사탕을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할 때 "아무도 모를테니 하나만 먹자"는 자아와 "기다리라고 했으니 기다렸다가 같이 먹어야지"라고 하는 자아의 대립과 같은 상황을 누구나 항상 겪는 것처럼 (아이라도) 어떤 굵직하고 큰 사건과 연관지어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때 등장하는 착한 괴물, 내 마음속에 있는 여러 마음 중에서 내가 아무리 못된 마음(괴물모습)을 가져도 말은 껍데기 괴물처럼 하지 않고 천사처럼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엄마를 어쩔 수 없이 하늘나라로 보내야 하는 것과 내가 힘들어서 엄마가 빨리 하늘나라로 가길 바라는 건 천지차이고 의미가 완전 다르다.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것을 알면서도 괴로워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괴롭다고 엄마가 빨리 죽기를 바란다는 건 옳은 생각이 아니다. 사랑의 정체성이 깨지고 믿음이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네 번째 이야기와 엄마의 병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성인층도 공감이 확 될 것 같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까지는 그렇다쳐도 네 번째 아이가 말하는 이야기가 진행되면 결국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자신이 매우 사랑했던 사람을 하늘로 보내야 했던 경험과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게 더하다. 나 역시 후반에 가서 눈물을 왈칵 쏟으며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을 뿐이다. 가족이 생과 사를 넘나들 때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절대적이었고 아프지 않고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확실히 있었으나 어느샌가 그런 믿음이 사라지고 하늘나라로 보내야 하는 준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소년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 힘들어? 나도 힘들어...아빠 힘들어? 우리도 힘들어...이런 말을 자식된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했거나 속마음이라도 가졌던 사람이라면 더 아프게 다가올 이야기다.
왜 나무괴물인지, 3개의 동화 이야기는 왜 그런 내용이어야 했는지, 괴물은 모습은 왜 그렇게 그려져야 했는지, 그리고 왜 괴물이 "나무"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엄마와 괴물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는 많이 설명하지 않겠다. 영화 속에 충분히 잘 나와있다. (무의미하게 포커스를 잡고 보여주는 것 같아도 연필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 이유다)
엄마의 꿈이 무엇이고 엄마가 왜 꿈을 접어야 했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가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 어제보다 나은 나의 자아발달과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원작 그대로 청소년들이 보면 더 좋은 영화다. 영화 보기전에 책을 먼저 접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BOK0001698859011 (다음 도서 정보의 책 소개 페이지)
http://timesisa.com/news/view.html?section=9&category=108&no=3970 (몬스터 콜스 책 관련 리뷰/소개)
원작은 영국도서관협회 사서들이 선정해서 주는 카네기상을 받았으며 이 상은 아동/청소년에게 좋은 작품에게만 준다. 작가가 영화 각본도 직접 그대로 썼기 때문에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 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영화도 크게 다르진 않다.
내 주관적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 아동/청소년/성인 연령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판타지물이나 어드벤처물로 그냥 보면 별로일 수 있지만 영화는 이야기 자체가 동화이기도 하면서 배움도 있는 이야기다. 다만 아이의 정신 성장과 극복 과정에 다른 사건도 아닌 엄마의 죽음이라는 내용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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