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코미디에 A급 진심을 담다 - 위대한 소원 (THE LAST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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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B급 코미디에 A급 진심을 담다 - 위대한 소원 (THE LAST RIDE)

by 깨알석사 2017.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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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소년이 수컷의 본능을 앞세워 남자로서의 마지막 소원을 친구들에게 말하자 친구들이 협심해서 도와준다는 B급 코미디 영화 <위대한 소원> 사춘기 또래 아이들에게 성적 호기심은 당연한 본능이고 성장하는 과정의 중요한 단계이지만 이게 죽음을 앞둔 경우라면 그 의미가 조금은 다를 수 있다.

편협된 시각으로 바라보면, 또 조금 더 나아가 여성의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면 쓰레기 취급 받을 만한 줄거리지만 하나씩 떼어놓고 인간 본연의 모습에 맞춰 지켜본다면 무작정 선입견을 갖고 볼 영화는 아니다.

15세 이전 (만 13세) 에게는 위대한 소원이 될 수 없거나 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여길 수 있어도 사춘기에 접어 든 육체적으로는 이미 성년의 몸과 다르지 않은 미성숙한 소년들에게는 이것보다 중요한 것도 없다. 인간의 본능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애초에 성별이 나누어져 있고 남자로 태어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 역시 본능에 충실하는 것이고 그걸 우리는 고상한 말로 종족번식이라고 달리 표현할 뿐이다.

억지로 웃기려고 만든 설정이거나 한 쪽 입장만 놓고 만든 (남자의 주관적인 입장) 영화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남자는 애나 어른이나 같다라는 말, 혹은 남자는 다 똑같다라는 말을 흔히 쓰는 것처럼 성에 눈을 뜬 남자에게는 행위의 차이만 있을 뿐 목적 의식 자체는 같다. 

영화가 나름대로 재미를 추구하는 건 보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어느 정도 깊이있는 공감이 가능하지만 여자라면 저게 왜 마지막 소원이 되야 하는지, 그리고 저게 왜 제목처럼 위대한 소원으로 불리우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여자에게는 그냥 남자로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겨 짚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 밖에 없다.

남자는 가끔 무모한 행동을 할 때가 있고 때로는 그런 무모함에 목숨까지 거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지만 남자에게 사랑은 육체적 관계를 동반한 사랑이 가장 크다, 수컷은 원래 그렇게 셋팅되어 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게 생각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도 따지고 보면 중고딩 사춘기 시절의 소년, 소녀가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둘도 없는 각별한 사이가 되는게 주요 이야기며 그 사랑 하나 때문에 수 많은 죽음이 연결된다. 심지어 두 주인공마저 치명적인 사랑과 더불어 운명의 죽음을 맞기까지 한다.

자신의 희생은 물론 타인의 목숨까지도 해를 끼칠 수 있게 만드는게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 많고 이런 사랑놀이, 운명, 본능과 관련이 깊다. 남자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게 자존심이라는 말처럼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남자에게는 이런 행위가 위대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크다.

아이로 죽기보다는 어른으로 죽고 싶다는 소원을 두고 맹목적으로 비난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방식과 과정이 중요한데 성숙한 조언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몰라도 미성숙한 사람들의 협조로 이루어지는 해소 과정은 어쩔 수 없이 부족함이 크다, 다만 그런 미성숙한 조력자들의 활동에서 주는 웃음 소재, 비현실적인 상황은 영화 소재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실 남자 관객 입장에서는 이런 성숙되지 못한 부실한 해소 과정만큼 노골적으로 신나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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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점 4점대, 일반인 평점 7점대로 무난한 점수대를 받았다, 나 역시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로 평이한 점수를 주고 싶다. 특별히 모난 구석 없고 불편한 장면도 없었고 튀지도 않고 모자르지도 않는 딱 중간 정도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스러움 (학교 여자친구들에게 부탁하거나 친누나에게 부탁하는 설정 등) 이 클 수는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너무 현실적인 잣대와 비교해서 보는 건 무리라고 판단된다.

같은 남자여도, 남자가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말하지 않으면 모를 때가 많다, 영화에는 주인공들의 아버지들과 여러 성인 남자들이 등장하지만 소년들이 벌이는 작전에 대해서는 눈치를 제대로 채지 못한다. 물론 설마~하는 생각도 있고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고 쉽게 단정짓고 판단하는 것도 있겠지만 주인공이 20대 청년, 혹은 30~40대 나이의 모태솔로로 병상에만 누워 있는 신세라고 해도 그걸 쉽게 캐치하거나 먼저 떠올리는 주변인들은 드물다. 

당사자도 속 깊이 말하기 힘들고 주변인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게 이런 본능적인 부분이라 소년이 아닌 성년이라고 해도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B급 코미디 소재로 소년들의 일탈을 다루었지만 결코 사춘기 소년들의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쉽게 생각하고 넘기기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특히 남자) 영화 속 이야기가 별거인가~하고 쉽게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억지로 어렵게 만들고 힘들게 헤쳐나가는 모양새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험이 무섭다고 경험이 있는 자와 경험이 전무한 자는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는 법, 병상에 누워 있는 친구를 위해 발로 뛰는 두 친구들이 진짜 쌩양아치거나 찐한 연애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가 아니고서는 당연히 영화처럼 쉽게쉽게 해결할 수 없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졌다고 해도 스타트를 끓어 본 자와 스타트도 못 해본 자는 천지차이다. 그래서 영화 속 이야기가 비현실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너무 진지함을 추구하고 눈요기만 추구하면서 볼거리 위주로만 나갔다면 망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영화 속의 위대한 소원은 말 그대로 하나의 계기로만 활용될 뿐 난잡하거나 잡다하거나 복잡하게 그려지지 않고 무엇보다 단순한 쾌락의 장치로 이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큰 차이이자 매력이다. 웃음을 유발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차용했을 뿐 그 본질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막장으로 그려내지 않았다는 것도 나에게는 좋은 면으로 다가왔다.

남자에게는 3S 라는게 있다. 대부분의 남자가 좋아하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눈이 뒤집어진다는 것들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세수(?), 스포츠, 스포츠카(자동차)의 약자로, 여자, 스포츠, 자동차는 남자에게 필수 요소라는 뜻이다.

당연히 영화처럼 이야기가 진행될 수 밖에 없는게 이 3요소 중 하나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는 보통 "아기, 쇼핑, 음식"으로 나눈다. 지나가다 귀여운 아기를 보면 어쩔줄 몰라하는 습성도 그렇고 평생 다이어트를 꿈꾸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는데 남자는 보통 성욕, 여자는 물욕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남녀가 서로 지향하는 목표와 의식이 완전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여자에게는 남자가 필수요소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남자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여기는 여자가 많다, 반면 남자에게는 여자가 필수요소라 여자가 없다면 치명적) 

남자와 여자, 성년과, 미성년, 중2병과 사춘기 등 다양한 입장에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어 나름 쓸모가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교육 자료나 (감상 후 토론) 남자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탐구하는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남자들 보면 가족보다 친구가 우선일 때가 간혹 있다. 이것도 여자와 크게 다른 포인트다. 특히 어린 시절 남다른 우정관계를 맺은 사이라면 가족만큼 소중한게 의리고 우정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친구 때문에 아내의 핀잔을 듣는 부부가 많다. 아내의 친구 때문에 부부싸움 하는 일은 드물어도 남편의 친구 때문에 싸움하는 일은 잦다, 그만큼 남자에게는 단순하게 설명하기 힘든 여러가지 힘이 존재한다.

죽기전에 마지막 부탁을 말하는 친구와 그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친구들의 고난사같은 이야기다,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재밌고 의미를 가지고 봐도 나름 재밌다. 남자라면 99%가 공감하겠지만 결코 남자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세상은 나 말고도 우리라는 형태로 가족을 비롯해 친구라는 단위도 조성해 살아가지만 나와 성별이 다른 다른 친구나 가족의 본능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홀로 되신지 오래된 아버지, 주눅 들어 사는 남편,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아들도 있는 법이라 남자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여자라면 왜 마지막 부탁이 위대한 소원으로 불리우는지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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