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마른체형 중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른 사람이 있다. 본인도 살집을 키우고 싶지만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것이다. 일부러 밥도 세 공기 이상 먹고 세끼는 커녕 하루에 다섯끼 이상을 먹으면서 야식은 필수요, 잠자기 직전에는 일부러 라면까지 먹어도 도저히 살이 붙지 않아서 엄청난 고민이 되는 것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난해한 문제다. 그 정도로 먹으면 살집은 물론 뚱뚱해져야 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데 체중의 변화는 커녕 마른 몸매를 계속 유지하기에 보는 사람이나 당사자나 난감하기 짝이 없다. 유전적인 문제일까? 어떤 특정 질병이 있는 것일까? 이런 사람들은 본인들의 문제점이 희귀병 수준에 가깝다고 하지만 사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지켜보면 그 답이 보인다.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보기에도 굉장히 마른체형인데 살집이 너무 없다보니 남자답지 못하다는 평가와 선입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고 밤마다 폭식은 기본이요, 헬스장도 다니면서 그 죽처럼 생긴 헬스보충제를 택배로 하루 건너 받아 먹을 정도로 단백질 보충량도 어마어마하게 먹었던 사람이다. 한번은 정말로 꽤 진지하게 심각하다며 고민을 털어놓길래 체형이 조금 말라서 고민이 있다는 것 정도로만 알았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수준인지는 미처 몰랐다. 자칭타칭 깨알박사로 알려진 나에게 혹여나 해법이 있는지 자문을 구했던 것,
사실 이런 쪽은 경험도 없을 뿐더러 (아쉽게도 난 어린시절부터 우량아였고 항상 듬직하고 체격 좋다는 말을 많이 듣던 체형 좋은 몸매다. 물론 지금은 심각한 똥배와 B컵 수준의 처진 가슴을 가진 비만인에 가깝지만 ㅋㅋㅋ) 먹는만큼 체격이 커졌던 나로서는 살을 빼야지 항상 고민하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가는 몸무게와 똥배에 주력하던 시기여서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말은 생거짓말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술자리에서 진지한 고민을 듣고 난 뒤에 그 사람의 식생활을 지켜보니 가히 엄청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어디가면 뒤쳐지지 않을 만큼의 대식가로서 보통 혼자서 중국요리를 시켜 먹으면 남들은 짜장(보통) 하나가 기본이지만 난 무조건 짜장 곱배기에 짬뽕 하나, 탕수육 하나 (중) 를 시켜 3가지 음식을 한번에 먹었는데 사실 이것도 좋게 포장한 것이지 짜장소스에 밥을 말아먹는 수준이다.
굳이 라면으로 따진다면 초등학교 시절에 혼자서 라면 5개를 다 먹고도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을 정도였으니 (그렇다고 비만은 아니다. 배만 나왔지 운동은 꾸준히 해서 통통하다는 수준과 체격이 우람하다는 수준에서 왔다갔다한다. 어머님들이 딱 좋아하는 체형이다. ^^) 나도 어디가면 식사량이 뒤지지 않는데 그 사람은 나보다 한 발짝은 더 나아가 먹는 수준이었다. 내 몸무게가 80kg 대에서 90kg대를 왔다갔다 했는데 그 사람이 60kg대였으니 엄청난 차이다. 물론 우리 둘은 키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평균키다. ㅡ.,ㅡ;;;; (깔창 넣으면 180 노려볼 수 있다...ㅋ)
석달 정도 지켜보니 답이 나왔다. 역시 난 똑똑해 (ㅡ.,ㅡ;;)
질병이 있거나 유전적인 요인인가 싶어 가족조사도 해봤지만 이건 그런 것 때문은 아니었다. 오로지 이 사람만의 문제였다. 그건 바로 성격, 성향 때문이다. 이 사람을 계기로 틈나는 대로 업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조사를 해보니 이런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재미있는 건 그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유사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대략적으로 생활 패턴을 추론해 보니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는 것도 알아냈다.
외모 가꾸는데 의외로 신경을 많이 쓴다.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꾸미기 형태보다 조금 더 나아간 것인데 여자 수준으로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다. 일단 성격이 어떤 점에서는 모난 구석이 있다. 특히 깔끔한 성향인데 이는 다른말로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이다. 성격 자체가 굉장히 예민한 편이라서 본인의 성향이 확실하고 성격이 확실한 편이다. 그리고 더러운 것에 대해 잘 용납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점들이 많았다. 이 더러움의 기준은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남자방의 기준으로 일반적인 남자 기준에서 용납할만한 수준도 이 사람과 비슷한 유형에서는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린다는 것이다. 속된말로 깔끔 떨면서 유난떨고 예민하며 (과민반응 포함)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모 가꾸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호주대표 블레어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패널과 달리 외모에 상당히 신경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귀부터 시작해서 옷까지 꾸밈이 다른 남자들보다 쎄다. 더 재미있는 건 블레어 자리에 있던 원래 호주대표 역시 비슷한 체격으로 마찬가지로 문신을 포함해 패션과 악세사리를 굉장히 많이 꾸몄던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유사한 이미지라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그 사람을 분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체적으로 이런 살 안찌는 유형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 친구도 블레어 수준으로 꾸미고 다녔다)
예민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에 답이 있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에너지에서 가장 먼저 공급받는 장기는 어딜까? 그리고 가장 많이 에너지를 지원받는 장기는 어딜까? 바로 뇌다. 우리 몸의 절반 이상은 뇌가 독점적으로 차지하며 뇌가 최우선으로 공급 받는다. 이것이 뇌 활동이 많으면 그만큼 차지하는 에너지가 더 많은데 신경이 예민하다는 건 그만큼 뇌가 과민반응한다는 것으로 뇌활동이 남들보다 곱으로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깔끔떨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청소도 자주하며 이옷 저옷 번갈아 입으면서 끊임없이 비교하며 따져보고 오늘은 어떻고 지금은 어떻고 굉장히 많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게 몸이 움직이는 것이 둔해도 뇌는 남들보다 몇배로 더 활동하기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뇌가 우리 몸의 에너지를 상당수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뇌의 활동이 직접적인 에너지 소비를 말하는데 남들보다 과민하게 뇌가 반응하고 움직인다면 에너지 소비량과 시간은 남들보다 빠를 수 밖에 없다.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찌는 건 먹어도 먹어도 신경이 예민한 뇌 때문에 뇌 에너지로 모두 쓰이기 때문이다. 뇌가 예민하니 살이 빠지고 (원래 사람은 그래서 고민이 있거나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빠진다. "너 무슨일 있니? 살이 쪽 빠졌어?") 살이 빠지니 더 예민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먹으면 몸이 흡수해야 하는데 몸보다 우선인 뇌가 다시 가져가버리니 몸이 불어나지 않는 것이다.
물레방아처럼, 다람쥐 챗바퀴처럼 돌고도는 악순환인 셈, 뇌가 덜 예민하면 그만큼의 여분 에너지가 다른 장기로 돌아가 축적되고 그러면 살이 되고 근육이 되는데 여분의 에너지를 주기는 커녕 뇌가 독점적으로 흡수하다보니 살 찔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내린 극약처방은 당분간 더럽게 살고 신경을 줄이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것, 머리카락 보인다고 찍찍이 테이프로 바로 떼어내지도 말고 집에오면 바로 씻지도 말고 쉬는날은 하루종일 뒹굴고 양치질도 하지 말 것이며 무엇보다 과민한 신경을 죽이고 완전한 귀차니즘을 도입해 당분간이라도 귀차니즘에 쩔어 살아보기를 권유했다.
결론은 대실패, 헬스 보충제를 퍼먹으면서까지 라면도 일부로 잠들기 전에 3개씩 끓여먹기에 의지가 강해 보여 신경성을 죽이라 했더니 처음에는 따라하다가 결국 제 성격에 못 이겨 원래 생활패턴으로 돌아갔다. 귀차니즘을 못 버텨내는 것, 신경이 계속 쓰이고 그로인해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이다. 그 자체도 신경을 끊어야 하는데 오랫동안 몸과 머리속에 베긴 생활습관과 성향이 쉽게 못 고쳐지는 것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남자..(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자 몸은 원래 금방 살이 붙게 되어 있고 남자 몸은 살이 빠지게 되어 있다. 여자는 신경을 과하게 써도 남자와 달리 어느정도는 먹는 만큼 살로 간다.) 아마 대체적으로 남들보다 예민한 성격이고 깔끔떠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건 물론 눈치도 많이 보는 법, 전부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비슷한 유형이다. 본인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쪄서 고민이라면 과도한 신경과 예민함을 조금 줄이도록 해보자.
사람들이 착각하기 가장 쉬운 게 몸을 많이 쓰면 살이 안 찐다고 생각하지만 머리만 많이 써도 살이 안 찐다. 뇌가 음식의 상당수 에너지를 독점하는 우리 몸은 가만히 누워 있어도 머리만 엄청나게 활동해도 에너지는 금방 소비된다. 이야기꾼들 (소설가 등의 작가) 대부분이 골방에 틀어박혀 신체적 활동하지 않음에도 비만인 사람이 별로 없는 것과 비슷하다. 신경을 많이 쓰면 밖에서 운동하는 것 이상의 에너지 소비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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