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는 절약이다. 이 절약이라는 것의 경계가 있는데 이를 넘어가면 구두쇠가 되는 것이고 경계를 넘지 않으면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절약이라는 것 자체를 구두쇠의 범주로만 생각하고 짠돌이라고 비하한다. 써야 하는데 안 쓰는 것, 써야 할 곳에도 안 쓰는 것은 과소비보다 더 나쁜 습관이다. 써야 할 곳은 반드시 쓰고 쓰지 말아야 할 곳은 절대 쓰지 않으며 쓰더라도 가장 나은 방법으로 심사숙고해서 쓰는 것이 과소비를 줄이면서 구두쇠로 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 가지고는 긍정도 부정도 될 수 없다.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기준이 생긴다. 필요한 것, 내가 아니어도 우리 가족이나 챙겨야 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구매해야 한다. 그것까지 절약이라는 이름 하에 쓰지 않거나 어설픈 소비는 과소비와 다르지 않다.
현명한 소비 습관을 가르는 기준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간단하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소비를 하고 필요하지 않는 건 사지 않으며 생활을 하는데 있어 목적 없는 쇼핑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사더라도 즉흥적으로 사거나 별 고민 없이 사지 말고 세 번, 네 번 여러 번 따져서 꼭 필요한지, 또 다른 물건은 없는지, 가격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발품, 손품을 팔아야 한다. 그 과정 자체가 현명한 소비 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연습이자 교육이다.
단조롭게 보이는 집 안,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알뜰한 공간이다.
절약과 관련한 책을 쓴 주부로 인터넷은 카달로그 보듯이 참고는 하되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본인이 직접 구매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인터넷 시대와 맞지도 않을 뿐더러 인터넷 쇼핑 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어 환영받지 못하는 주장이 될 수 있지만 이 주부의 말은 사실 흠잡을 데 없는 핵심만 있는 말이다.
조금은 주제와 동떨어진 소재로 들리겠지만 오프라인의 제조 라인과, 오프라인의 유통 라인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해야 한다. 그것도 반드시, 우리가 클릭 한번으로 쇼핑을 한다고 하지만 그건 형태의 변형일 뿐 실제로는 오프라인에서 움직이는 것과 똑같다. 이 일본 주부처럼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으면 인터넷 쇼핑몰이 타격 받을 뿐이지 구매 자체를 안 하는 게 아니라서 산업 전체와는 무관하다. 세상에서 명성을 떨치는 떼부자들 다수가 인터넷으로 부를 이루고 컴퓨터로 부를 이룬 사람들이다. 중국의 최대 갑부도, 미국의 최대 갑부들도, 젊은 청년 부자들도 IT로 성공한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성공 뒤에는 반드시 오프라인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잘나서 성공한 걸로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프라인이 받쳐주지 못하면 절대로 온라인은 성공하지 못한다. 무선 통신이 대세이고 이제는 누구나 무선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유선의 시대는 끝났고 심지어 유선의 대표인 집 전화조차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 이런 것이다. 유선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무선이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형태만 바뀌었을 뿐 기본적인 산업은 동일하며 사실 유선은 예전보다 더 많이 발전했고 더 많이 깔리며 더 많이 늘고 있음에도 그건 인식하지 못한다. 인터넷 쇼핑이나 온/오프라인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스마트폰을 걸면 무선으로 걸린다고 생각한다. 이 전화 회선의 80%는 유선 라인으로 걸린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무선으로만 통화한다고 착각한다. 이처럼 우리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다른 방법의 소비 형태를 하더라도 근본 산업은 무너지지 않는다. 주부가 인터넷으로 참고를 하고 매장에 가서 반드시 산다는 원칙은 주부 개인의 현명한 소비 습관과 더불어 근본적인 산업 전체에게도 이익이 되는 소비 습관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갖고 싶은 걸 사지 말고 필요한 것을 사라는 주부 9단의 조언
자기가 좋아하는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고 계절 별 옷이 다르기에 다양한 옷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보면 비슷한 옷만 있을 수 밖에 없다. 여자들이 옷이 옷장에 가득한데도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 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옷을 사고 나서 입을 만한 옷이 없다고 판단이 든 순간 유행이 지나거나 거의 입지 않거나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옷들을 따로 구분해 리폼을 하면 된다. 새 옷을 사지 않고도 새로운 옷을 만드는 그 자체가 바로 현명한 소비 습관이고 자신의 쇼핑 욕구를 해소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더군다나 어디서도 구매할 수 없는 나만의 개인 의류라는 장점도 가질 수 있다.
이 주부는 소파를 사는데도 5년 동안 과정을 거쳐 구매했다고 한다. 보통 이런 경우는 그 만큼 소파도 오래 쓰게 되어 있다. 사는 과정에서 심혈을 기울여 샀으면 당연히 만족감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사고 나서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를 하기 때문에 상태도 좋을 수 밖에 없어 더 오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건을 살 때 애착을 갖고 산 건 원래 오래 쓰게 되어 있다. 1년 동안 용돈을 모아 산 게임기와 누군가 사준거나 준 게임기는 같을 수 없다. 또는 엄마 이거 사줘~, 아빠 저거 사줘~ 해서 얻은 게임기와도 역시 같을 수 없다. 1년, 2년 걸려 내 돈으로 스마트폰을 샀다면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1년 마다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사는 과정도 중요한 것이다.
남들은 통신비 약정이니 공시 약정이니 하면서 스마트폰을 쉽게 구매한다. 분명 지원금 제도가 있고 그건 상당한 메리트이기 때문에 원래 값을 다 주고 사는 것 보다 나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통신비 약정이면 할부로 나누어 사는 것과 다르지 않고 약정을 통한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경우면 결국 고가의 정해진 요금제를 일정 기준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원래 내가 받는 혜택 보다는 차이가 있다. 또 요금제 약정은 몇 달 뒤 변경이 가능하다고 해도 단말기 사용 기간 약정이 되어 있다면 조금 싼 요금제로 바꾸어도 고정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비용 부담이 생긴다. 통신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아무 조건 없이 공짜로 스마트폰을 주고 통신비도 공짜로 쓰게 하지 않는다.
나는 현재 쓰는 스마트폰을 자급제 폰처럼 전액을 주고 샀다. 지원금 그런 거 안 받고 그냥 물건 값 그대로 샀다. 다만 내가 꼭 필요한 기능인지, 불필요한 기능 때문에 전화 가격만 높아진 건 아닌지 여러 모델을 보고 골라 나름 최신형을 골라 샀다. 무약정으로 말이다. 이게 1년 이내로 보면 남들보다 손해를 보고 산 것은 맞다. 하지만 무약정이기 때문에 별다른 조건이 붙지 않아 내가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낼 이유가 없다. 약정이라는 것이 할부 형태로 나누어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결국 돈을 반드시 "회수"하게 되어 있는데 2년 넘어가면 무약정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또 쉽게 사고 쉽게 개설한 것이 아니라서 더 애착을 갖고 사용하게 되는데 남들은 1년 안에도 수시 교체를 한다고 하지만 그건 누가 봐도 낭비다. 처음에 돈을 다 주고 저렴하게 쓰느냐 처음에 돈을 덜 주고 조금 비싸게 쓰느냐의 차이라 할 수 있는데 당연히 "유지비"가 적게 드는 쪽이 현명한 소비 습관이다. 자동차를 살 때도 전액 일시불로 사는 것과 할부로 사는 것의 단가 차이를 알면 구매는 할부가 쉽고 빨라도 지출되는 금액은 클 수 밖에 없다. 폰도 자동차와 다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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