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말이 바탕이 되는 우리나라 말은 비슷하게 쓰이면서 다르게 쓰이는 말들이 있다. 그 중 말하기에 대한 그 말하기 방식에 대한 것도 포함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술, 서술, 논술 등이다. 중학교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에서부터 만나게 될 이런 질문 유형과 문장은 무얼 어떻게 말하고 쓰라고 하는지 헷갈릴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말하시오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그것이 "설명"이라는 단어와 만나면 더욱 더 그렇다. 오늘은 그것에 대한 차이와 기준을 알아보도록 한다.
기술하시오, 서술하시오, 설명하시오, 논하시오, 말하시오
일단 가장 헷갈려 하거나 개념 잡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말에 대한 것부터 알아보자.
기술은 테크놀로지의 그 기술을 말하는 건 아니다. (한자 자체가 다르다) 여기서의 기술은 기록하다, 말하다, 쓰다의 의미이며 무언가에 대해 학문적(전문적), 학술적 이론을 근거로 객관적 입장에서 쓰거나 말하는 걸 말한다. 사전에서는 기록하다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대상이나 과정의 내용과 특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서술한다고 되어 있다. 혹은 기록하여 논술한다고도 한다. 사전 풀이부터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기술은 기록하여 "서술"한다, 혹은 기록하여 "논술"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기술이라는 말 안에 이미 서술과 논술이 들어가 있게 된다. 사전 풀이로만 보면 그렇다. 풀이가 이렇게 되면 당연히 기술과 논술, 서술을 더욱 혼동할 수 밖에 없다. 기술과 논술, 서술은 엄연히 다른데 기술은 논술이자 서술이라고 설명하는 꼴이 되니 기술하시오라는 말에 대해 서술하거나 논술하여도 틀리다고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는 다름에도 말이다. 기록이라는 말을 너무 강조해서 분류하려고 하다보니 기술에 대한 개념 잡기가 더 멀어진 경우다.
기술은 사물의 특징과 성질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적거나 말하는 것을 말한다. 어렵게 들릴 수 있으나 이해만 되면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주객이라는 말이 있다. 주인과 객(손님)을 말한다. (주객전도) 주관적의 "주"와 객관적의 "객"도 마찬가지인데 주관적 시점이 아닌 객관적이라는 말 자체가 제3자, 3인칭 시점을 말하기 때문에 내 생각을 (주관적) 배제하고 있는 학문적 사실에 근거하여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 되는 것이 기술이다.
예로 든다면 게보린의 효능에 대해 기술하시오라는 질문에 초간단 개념 풀이만 적용해 보면 - 게보린은 두통, 치통, 생리통에 효과가 있다 - 이렇게 쓰면 이게 기술이다. 또는 - 게보린은 아세트아미노펜, 이소프로필안티피린, 카페인이 주성분으로 해열 및 진통에 효과가 있다 - 이처럼 내 의견(주관적) 없이 있는 사실 그대로 의학적(학문적/전문적) 기반에 근거하여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내용을 나열하면 그게 기술이다.
자동차의 종류에 대해 기술하시오라는 질문이 있으면 자동차의 종류에 대해 각각의 분류 방식으로 나누어 설명하면 그게 기술이다. - 자동차의 종류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내연기관에 따라 가솔린차, 디젤차, 전기차, 수소차, 증기차 등으로 나뉘며 또 배기량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 혹은 경차, 소형차, 준중형차, 중형차, 준대형차, 대형차로 나뉠 수 있다. 차량 형태에 따라서는 승용차, 화물차(트럭), 승합차, 대형승합차(버스)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바퀴 수에 따라 이륜차, 삼륜차, 사륜차가 될 수도 있다 - 등으로 기술할 수 있다. 내 주장은 없으며 있는 그대로의 사물 특징과 성질을 설명하면 된다.
기술하시오와 가장 많이 헷갈려 하는 것이 바로 "서술하시오"다. 어떤 사람은 기술하시오 = 서술하시오라고 아예 단정 짓기도 하는데 사실 두 말은 완전 다르다. 말만 다르지 뜻은 같다라고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서술의 사전 풀이는 (1) 사건이나 생각 따위를 (2) 차례대로 말하거나 적는다인데 여기서 기술과 서술의 가장 큰 차이는 차례가 아니라 "생각"의 포함 여부다. 대부분 서술은 어떤 내용을 차례로 좇아 말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한자 풀이가 이렇다) 이것 때문에 "차례"가 서술의 핵심인 것으로 아나 실제로는 그 차례로 좇는 그 어떤 내용이라는 것이 서술의 핵심 기준이 된다.
다시 풀어 설명하면 기술은 화자의 생각이 배제된 객관적인 사실만 나열하거나 설명해야 하나 서술은 화자의 생각이 들어가 주관적인 관점에서 사건이나 생각을 차례대로 말하는 것이 바로 서술이다. 무조건 차례(순서)에 따라 말하면 그게 다 서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나 생각을 말함에 있어 상위개념에서 하위개념으로, 하위개념에서 상위개념으로, 시간의 흐름, 사건의 전개를 차례에 의해 말할 뿐 주관적인 해석이 일부 들어가는 것이 서술과 기술의 차이다. 사물의 특징과 성질에 대해 기술하는 건 같으나 (혼동하는 이유) 그것에 더해 내 주장이 일부 포함될 수 있는 것이 서술이다.
앞서 예로 든 게보린처럼 이번에는 기술하시오가 아닌 게보린의 효과에 대해 서술하시오라는 질문에 - 게보린은 몸살 감기 등으로 인한 두통, 충치에 의한 치통, 생리 불순에 의한 생리통에 효과가 있다 - 이렇게 쓰면 서술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몸살, 감기, 충치, 생리 불순이라는 답변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두통은 몸살이나 감기에만 생기는 건 아니고 치통 역시 충치 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며 생리통 역시 생리 불순 외 다양한 이유로 생길 수 있다. 단지 해당 부위 통증이 발생하는 이유를 상황에 빗대어 설명했을 뿐이다. 고로 통증 유발에 있어서는 학문적(의학적) 기준과 무관한 주관적인 판단으로 쓰였기 때문에 기술과 다른 보편적 서술이 된다. 이 주장이 기술이라면 게보린은 소염진통제가 아닌 감기약, 잇몸약으로도 쓸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말하기 방식의 기술이 될 순 없다. 잇몸을 낫게 하거나 감기를 낫게 하는 것이 아닌 통증을 줄여주고 열을 내려주는 것이 이 약의 핵심 기전이기 때문에 그 기술은 사실에 근거한 기술이 아닌 생각이 들어간 서술이 된다.
논하시오의 경우는 많이 아는 것처럼 논술과 같다.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 바람직하다, 바람직하지 않다 등으로 의견을 나뉘어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며 논쟁하는 것이 핵심인데 서론, 본론, 결론의 과정이 들어가며 여기서 결론은 본론을 요약한 뒤 내 생각을 덧붙여 결론 짓는 걸 말한다. 어느 쪽을 주장하든 근거가 되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 논증이 되어야 하며 철학적, 과학적 논리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쉽게 정리하면 내 생각을,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주장하거나 글로 쓰는 경우다. 이 때 사물의 특징과 성질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뒤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여 정리한 후 그것이 옳다, 아니다에 맞게 내 주장과 결합하여 말하면 그게 논하시오가 된다.
그리고 설명하시오는 형식과 문장에 구애받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알기 쉽게 말하는 걸 말한다. 기술과 서술, 논술 모두를 포함하며 설명의 핵심은 상대를 이해 시킬 수 있게 "쉽게" 말할 수 있으면 그게 설명하시오가 된다. 이 글의 첫 문장과 끝 문장에서 이 문단을 뺀 나머지 모두가 바로 설명하시오에 해당한다.
의학 논문은 기술이고 그 논문을 보고 평가 방식으로 칼럼을 쓴 의사의 글은 서술이 된다. 그 논문이나 칼럼을 기반으로 일반 기자가 의학 기사를 쓰면 설명이 되고 그 기사나 논문, 칼럼을 보고 맞다 틀리다 주장하는 사람의 후기는 논술이 된다.
조리법 (조리방법) 예시도 마찬가지, 안성탕면이나 신라면에 대한 조리법에 대해 기술하시오는 라면 뒷면에 기재된 조리 예시가 기술이 되고 그것을 그대로 적거나 주장하면 된다. 반면 안성탕면이나 신라면에 대한 조리법에 대해 서술하시오는 라면 뒷면의 개발자가 적은 레시피(조리법) 외 주위에 잘 알려진 다른 방식이나 자신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추가 방식을 덧붙여 그대로 적거나 주장하면 된다. (김치를 넣거나 치즈를 넣거나 쌈장을 추가하는 식으로) 이 때 안성탕면이나 신라면에 대한 조리법에 대해 논하시오가 되면 앞서 기술과 서술에 대한 부분을 적은 다음 스프와 면의 순서를 논쟁 삼아 결론에서 무엇이 먼저 넣어야 하는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관점에서 주장하면 그것이 논술이 된다. (참고로 라면 회사마다 스프를 먼저 넣거나 면을 먼저 넣거나 스프와 면을 같이 넣거나 하는 식으로 끓이는 법이 모두 다르다)
정리
기술 - 기록, 기록 - 사실에 근거한 것만 해당, 개관적 관점에서 기록 - 실록, 조선왕조실록이 일종의 기술이다.
서술 - 기술에 내 주관적 관점도 기록, 서술 - 저술, 임진왜란 관련 선조실록이 기술이면 징비록은 서술이다.
논술 - 기술과 서술을 바탕으로 동일한 사건이나 사물을 두고 각자 생각한 논리를 주장하는 것이 논술이다.
설명 - 정리하겠다고 쓴 이 마무리 문단, 이게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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