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여럿이 지인의 집에 놀러 갔는데 그날 날씨가 꽤 더웠다, 엉덩이가 무거운 우리들은 소파부터 찾았는데 거실 소파에 앉자 지인은 에어컨을 켜주었다. 우리를 위해 에어컨을 켜고 소파에 앉은 지인은 이내 나와 일행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집 에어컨은 오래 틀면 틀수록 전기료가 적게 들어요"
나보다 연배가 있는 분은 그 말을 듣자 이게 무슨 말방구야 하며 레이저 눈빛을 지인에게 쏘았다. 그러자 지인은 "정말이에요" 하며 요즘 나오는 에어컨은 예전과 다르다며 전기료가 적게 나온다는 자신의 집 에어컨 제품 설교를 시작했다. (물론 나는 그것이 인버터 에어컨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품 설교를 듣던 연배가 있는 분은 이내 집 주인에게 "선풍기 1시간 켜는 것과 5시간 켜는 것 중에 어떤 게 전기료 더 나와?" "TV 1시간 켜는 것과 5시간 켜는 것 중에 어떤 게 전기료 더 나와?" 되물으며 에어컨 오래 틀면 전기료가 더 나오지 어떻게 적냐며 연신 고개를 가로 지으셨다.
한쪽은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쪽은 눈앞에 있는데 왜 못 믿냐 억울해하며 논쟁이 오갔다. 이때 내가 나서 양쪽에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사실 이건 정확하게 모르면 오해하기 쉽다. 애초에 "에어컨을 오래 틀면 틀수록 전기료가 적게 나온다"는 말 자체가 절전의 개념에서 벗어난 잘못된 표현이기도 하지만 기준을 일반 에어컨에 두고 설명한다면 틀린 말이라고 확정할 순 없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둘 다 맞거나 둘 다 틀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요즘 나오는 인버터 에어컨이다.
인버터 에어컨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인버터 에어컨을 "맹신"하는 분들을 위해, 양쪽의 시선에서 각각 이해하기 쉽게 기본 정리부터 하고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우선 머리 속에 냉방기와 난방기는 한 끗 차이라는 걸 알아두자, 실제로 냉방기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을 보면 난방기를 같이 취급하고 난방기를 취급하는 분들을 보면 냉방기도 같이 취급하는데 각각 계절용 기기이기도 하지만 "냉/난방기" 자체가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 (업소용이나 사무용에는 실제로 에어컨에서 열기가 나오고 난방기에서 냉기가 나오는 냉/난방기 겸용도 많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제품은 정속형 에어컨이라 부른다. 상대적인 개념으로 인버터 에어컨이라는 녀석이 출현하면서 그것과 다르다는 뜻으로 정속형 에어컨이라 따로 지칭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정속은 압축기의 회전수를 말하는 것으로 그 속도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속도가 최고(FULL) 구간에 고정되어 있다. 반면 인버터 에어컨의 압축기는 정속형과 달리 회전수가 가변형이다. 회전수가 강/약 조절이 되고 회전수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유동적으로 압축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인버터 에어컨과 일반 에어컨 (정속형 에어컨)의 차이는 바로 이 압축기 회전수가 고정되어 있냐 바꿀 수 있냐가 핵심이자 결정적 차이다. 참고로 이 압축기는 에어컨 실내기(집 안에)가 아닌 밖에 두고 쓰는 실외기에 있다.
1. 인버터 에어컨은 일반 에어컨보다 전기료가 적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인버터 에어컨이 "무조건" 절전, 절약이 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적 개념으로 일반 에어컨과 동일한 조건과 기준에서 사용한다고 하면 절전에 따른 절약이 되는 건 사실이다. 당연히 전기료 차이가 발생하며 에어컨 전기료의 90%에 해당하는 실외기의 압축기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전기료가 적게 나온다. 다만 이는 일반 에어컨에 비해 적게 나온다는 것이지 전기료 자체가 줄어들거나 모든 전기 사용을 통틀어 전기가 절약된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최초 가동 및 설정 온도 (기준 온도) 범위까지는 가동력이 일반 에어컨이나 인버터 에어컨이나 동일하기 때문에 전기료 차이는 없다. 다시 말해 실내 온도가 30도라 하고 에어컨 온도를 25도로 맞췄을 경우 에어컨이 25도까지 온도를 내리는 데는 인버터나 정속형(일반) 에어컨이나 전기료 사용은 똑같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25도에 도달한 이후 온도 감지 변화에 따른 수시 가동의 차이에서 둘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데 이때 일반 에어컨은 계속 틀어두게 되면 전기료가 우리가 아는 것처럼 폭탄으로 다가오지만 인버터 에어컨은 설정 온도에서 오차 범위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가변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전기료가 일반 에어컨보다는 훨씬 적게 나온다.
물론 인버터 에어컨이 일반 에어컨에 비해 전기료 잇점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 전제 조건이 몇 가지 필요하다. 일단 주택 단열 상태가 좋아야 한다는 것과 기밀성(밀폐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냉기가 쉽게 집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 설정 온도의 차이도 중요한 포인트다. 인버터 에어컨을 쓰는 가정을 보면 설정 온도를 25도 이상으로 놓고 쓰는 집들이 많은데 (26~28도) 인버터 에어컨의 설정 온도를 일반 에어컨처럼 16도~23도 수준으로 놓고 (설정) 쓴다면 사실상 인버터 에어컨의 기능과 효율은 제로에 가깝다. 일반 가정에서 그 온도까지 내려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인버터 에어컨이라고 해도 무조건 풀 가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압축기가 계속 돈다.
* 일반 에어컨 사용할 때 끄면 바로 덥게 느껴지는 집의 경우, 냉기가 바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니 이런 집은 인버터를 써도 효과가 없다. 전기료가 줄어드는 건 미비하고 차이도 별로 느끼지 못하면서 일반 에어컨 쓸 때와 다르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당연히 이런 집에서는 인버터 에어컨을 굳이 살 필요가 없고 그냥 일반 에어컨 쓰는 것이 훨씬 낫다. (노후 주택)
2. 에어컨의 바람 세기를 착각하지 말자
인버터 에어컨이 좋은 건 에어컨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먹는 압축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에어컨의 경우 압축기가 항상 "강"으로 회전하게 되어 있는데 실내기의 바람이 강풍이든 약풍이든 상관없이 실외기에 있는 압축기는 항상 "강"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집에서 바람을 약하게 튼다고 해서 전기료가 줄어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에어컨 바람을 줄이거나 약하게 틀면 전기료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집 안에서 보는 실내기는 선풍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실제 전기 소모도 선풍기만큼 전기를 쓴다. 일반 선풍기의 대형 모터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일반 선풍기보다 에어컨 실내기 (벽걸이 등) 바람이 전기를 오히려 덜 쓴다고 이해하면 되는데 정작 에어컨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건 외부에 있는 실외기다.
에어컨을 틀면서 전기를 조금이라도 아낀다고 약풍으로 틀거나 바람을 조절하는 집이 있는데 아무 쓸모가 없다. 밖에 있는 실외기는 항상 "강"으로 돌기 때문에 에어컨을 아예 끄거나 실외기가 멈추지 않는 이상 전기는 에어컨을 강으로 틀 때나 약으로 틀 때나 동일하다. 에어컨의 실내기와 실외기 개념을 반드시 구분해야 하며 실내기는 사실상의 선풍기 수준의 전기 사용이기 때문에 바람 세기를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인버터가 바로 실외기를 자동으로 조절하게 만든 것으로 그래서 전기료가 적게 나온다고 홍보하는 것이다.
* 그래서 일반 에어컨 사용의 경우, 약으로 틀거나 바람 세기를 줄이려고 하는 경우 그냥 끄는 것이 훨씬 낫다. 강하게 충분히 튼 다음 그냥 끄거나 아니면 송풍으로 돌려 맨 바람만 나오게 하여야 한다. 물론 집은 냉기 순환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때의 맨 바람 만으로도 에어컨 효과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단! 습도가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3. 에어컨은 켤 때와 끌 때가 핵심
일반 에어컨과 인버터 에어컨은 최초 가동 중일 때와 이후 온도가 내려가는 과정에서의 전기료 차이는 없다. 어차피 둘 다 최강으로 가동한다. 문제는 스위치다. 집에서 형광등을 계속 켜두는 것과 껐다 켰다를 반복했을 때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것이 더 전기료를 소모한다고 하는 것처럼 (실제로는 큰 차이 없고 미묘하지만 어쨌든 차이는 존재) 에어컨의 바람 세기는 계속 유지되더라도 (실내기 바람) 실외기가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예를 들어 일반 에어컨의 경우 가상의 스위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30도에서 25도로 온도를 설정했다고 치자, 이 때 에어컨은 풀로 가동되며 25도가 되면 가상의 스위치를 터치해 자동으로 꺼진다. (실내기는 작동하고 실외기만 꺼진다) 이후 25도가 27도 정도로 다시 올라가면 다시 가상의 온 스위치를 터치해 다시 켜진다. (실외기가 작동한다) 이걸 무한 반복한다. 결국 에어컨을 켜 둔다는 건 실외기가 무수히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전기 소모가 크고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 시간에 비례해 사용 시간이 늘면 전기는 당연히 추가 소모된다.
반면 인버터 에어컨의 경우 가상의 스위치가 없다. 동일하게 30도에서 25도로 설정하면 처음에는 일반 에어컨과 동일한 조건으로 작동하지만 이후 25도가 도달되면 실외기는 꺼지지 않고 압축기 회전수를 약하게 줄여 냉기를 줄인다. 실외기는 계속 돌지만 실제 전기 먹는 하마인 압축기는 미약하게 돌기 때문에 전기료는 일반 에어컨 대비 확실히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냉기가 아예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미약하게 계속 돌기 때문에 집 안의 온도는 26도 내외에서 계속 머문다. 즉 꺼지거나 다시 켜질 이유가 없다. 압축기 역시 강이 아닌 약으로 천천히 돌기 때문에 일반 에어컨 (압축기가 늘 강으로 회전) 1시간 튼 것보다 전기 소모가 적다. 그래서 인버터 에어컨은 끄지 말고 항상 켜두는 것이 유리하고 오래 틀면 오래 틀수록 전기료가 적게 나온다고 하는 것이다.
4. 에어컨의 성능을 맹신하지 말고 거주 환경을 보자
집집마다 냉장고 없는 집이 없다. 자취생도 에어컨은 없어도 냉장고는 보유한다. 사실 냉장고와 에어컨은 한 끗 차이다. 원리도 같다. 단지 실외기가 있냐 없냐 차이다. 냉장고 안을 집(방)이라 생각하고 냉장고 밖을 외부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때 우리는 냉장고가 항시 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냉장고는 간헐적으로 가동할 분 상시 가동을 하지 않는다. 오랜시간 지내다 보면 냉장고에서 "웅웅웅"하는 압축기 돌아가는 소리가 날 때가 있는데 (에어컨 실외기 소리랑 같다) 이 때 압축기가 가동되고 냉기가 만들어진다. 이후 온도가 유지되면 압축기는 꺼진다.
냉장고 개념을 이해했다면 사실 일반 에어컨 (정속 에어컨)이 인버터에 비해 효율이 낮다고 할 순 없다. 모든 냉장고, 값싸고 작은 냉장고라 해도 항상 압축기가 도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인버터는 그래도 약하게나마 계속 돌기라도 하지 냉장고는 오히려 압축기가 돌지 않는다. 그래서 냉장고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틀어나도 전기료 걱정을 하지 않는다. 에어컨은 전기 때문에 마음대로 못 쓰는 집이 있어도 (전시용품) 냉장고는 부자나 빈자나 항시 폐가전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끄지 않고 매일 쓴다. 결국 이 말은 사용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인버터 에어컨이 아니어도 일반 에어컨으로 인버터 효과 이상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냉장고의 기밀 상태를 보면 사실상 완전 밀폐다. 아이스박스와 같이 벽체가 냉기 노출이 안 되도록 밀폐되어 있고 문도 바람이 새어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적은 냉기만으로도 냉장고는 차가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당연히 집의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냉기가 세어 나가지 않는 구조라면 (단열) 에어컨을 조금만 쓰더라도 잔냉으로 인해 냉기 순환을 유도할 수 있기에 에어컨 사용 시간이 줄어든다. 강하게 틀고 설정 온도가 되면 끄면 된다. 단지 냉장고는 그걸 자동으로 하는데 에어컨은 사람이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반대로 냉기가 세는 집이라면, 단열이 안 되는 집이라면 인버터가 아무리 잘 작동해도 전기료 효과는 크지 않다. 물론 일반 에어컨보다는 단 돈 얼마라도 적게 나오겠지만 다른 인버터를 쓰는 집보다는 효과를 누릴 가능성은 많지 않다.
제품을 보지 말고 거주 환경을 꼭 봐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A 씨가 연비 9짜리 제네시스 최고급형을 샀다고 가정하자. B 씨는 연비 13짜리 모닝 경차 보급형을 샀다. 단순히 연비만 놓고 보면 제네시스가 좋다. 연비가 좋으니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어디까지나 이론상 수치의 상대적) 하지만 그 제네시스를 비포장 산비탈에서만 쓰고 모닝을 고속도로에서 주로 쓴다고 가정할 경우 연비는 아무 쓸모가 없다. 오히려 모닝이 연비 효과가 더 나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버터 에어컨을 고속도로 정속 주행으로 치고 일반 에어컨을 가다 서다가 많은 시내 운전으로 비교하기도 하는데 (가장 이해하기 쉬운 개념) 차가 아무리 좋아도 운전 환경이 최악이면 아무 효과가 없는 것처럼 에어컨 역시 집의 상태에 따라 완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인버터 에어컨을 사면 무조건 절전에 따른 절약이 된다고 맹신하면 안 된다.
5. 감가상각에 따른 이해득실을 반드시 따져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포인트다. 인버터가 일반 에어컨에 비해 좋다고 해도 값이 일단 나간다. 그리고 인버터 기능에 따른 여러 추가 기능이 들어가 잔고장 비율이 높다. 잔고장이 초기 모델에 비해 덜하다고 해도 단순 기능을 따라잡을 순 없다.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단 한 번의 고장 없이 잘 쓰는 에어컨들의 특징을 보면 모두 단순 기능만 있는 것들이다. 전자레인지도, 전기밥솥도, 텔레비전도 정작 기능이 많으면 많을수록 잔고장도 많은 건 부정하기 힘들다. 보일러 고장도 보면 단순 기능일수록 수리비도 적고 수리도 빠르고 수리도 쉽다. 반면 복합 기능이 있는 보일러는 수리비도 많이 늘고 잔고장도 많다. 중요 고장만 따지는 사람이 많지만 은근 사람 속 긁는 건 잔고장이다.
가성비 역시 마찬가지. 30만 원짜리 일반 에어컨과 60만 원짜리 인버터 에어컨을 보면 일단 차액은 30만 원이다. 여름에 에어컨을 풍족하게 쓰기 위해 인버터를 구매했다고 하면 일단 일반 에어컨에 비해 30만 원을 추가 부담한 꼴이 된다. 이걸 절전에 따른 절약된 전기료로 상계했을 때 얼마의 이득이 생기냐를 고려해야 하는데 정작 이걸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전기료가 적게 나온다고 하지만 정작 제품 값이 높다. 인버터 에어컨이 일반 에어컨과 동급으로 판매가 된다면 모를까 잔고장률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에 고장이라도 나면 본전 뽑기도 전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내 주위에 인버터 에어컨을 쓰는 사람 5명 중 3명은 이미 수리 경험이 있다. 이 중 1명만 거의 본전 치기를 했고 2명은 본전도 뽑기 전에 수리로 인해 오히려 마이너스를 봤다. 수리 기간 및 고장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오히려 일반 에어컨 대비 손해가 더 생긴 케이스다. 물론 그 외 2명은 아직까진 잘 쓰고 있다. 이것도 케바케라 할 순 있지만 그래도 냉/난방기는 생산자, 판매자 말보다는 수리 기사 말을 더 듣고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 점에 있어 인버터 에어컨에 대한 수리기사들 평판은 아직까지는 좋다고 할 순 없다. 고장은 많고 고치기는 힘들도 수리비는 일반 에어컨에 비해 많이 나오니 욕도 더 많고 시간도 더 써야 하니 당연히 부정적 인식이 아직은 있다. (물론 조금씩 제품이 더 좋아지고 개선되어 줄어드는 추세지만)
자동차 중에서 평판이 좋고 장수 모델인 차량들의 공통점은 "정비사"에게 환영받았다는 점이 매우 크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고장은 나기 마련인데 이때 수리하는 입장에서 잦은 고장이 나는 차량은 정비사는 물론 해당 고객에 의해 당연히 소문이 나기 마련이고 모델 판매가 오래갈 수 없다. 에어컨도 똑같다. 매장에서 제품을 파는 판매 직원은 해당 제품의 대한 장점만 열거해 당연히 좋은 제품이라고만 말을 하지 단점을 말하지 않는다. 반면 수리 기사는 출동하는 목적 자체가 고장에 의한 수리 방문이기 때문에 늘 단점을 볼 수밖에 없고 그것에 대한 개선점이나 문제점을 잘 안다. 센서가 많고 각각의 "제어"가 필요한 기능, PCB가 늘어날수록 진단도 어렵고 즉각 수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6. 인버터 에어컨은 만능이 아니다
양문형 최고급 냉장고라고 해도 냉기가 줄줄 새는 경우라면 단문형 저가 냉장고와 다르지 않다. 즉 겨울철 단열이 안되어 보일러 가동에 늘 스트레스받고 도시가스 비용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에어컨이라고 다르지 않다. 즉 고급 제품은 아무 쓸모가 없다. 집을 수리하거나 단열 공사를 먼저 하지 않고서는 아무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반면 단열 상태가 좋고 보일러도 예약이나 상시 온도 설정으로 놓고 지내도 도시가스 비용이 다른 가정에 비해 많이 초과되는 집이 아닌 경우라면 냉방기 역시 난방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집은 인버터 에어컨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남들보다 많이, 편하게 쓰면서도 돈은 생각보다 적게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27도 내지 28도 수준으로 설정하고 에어컨을 24시간, 여름 내내 틀어나도 다른 집 에어컨 쓰는 비용과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비용 (냉방병, 제습, 쾌적함, 스트레스 관리)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효과는 더 높다.
결국 인버터 에어컨 기능과 능력만 믿고 이것만 사면 우리 집도 남들처럼 에어컨을 펑펑 쓸 수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이럴 때는 그냥 일반 에어컨 쓰고 3시간 강하게 튼 다음 송풍으로 3시간 (맨 바람) 틀고 환기를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무턱대고 집의 환경도 안 따지고 제품만 좋으면 냉방 효과도 클 것이라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거기다 비용 감가상각을 고려해 5년 안에 고장이 나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에 수리에 대한 고찰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버터 에어컨이 일상적인 시대가 되기 전까지는 어찌 되었든 AS망이 충분히 잘 되어 있고 수리 기사의 자질이 높은 대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브랜드라고 해서 다 같은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기술력의 차이도 있지만 인버터 에어컨 자체가 고장이 나면 진단은 물론 수리도 일반 에어컨에 비해 쉬운 건 아니라 기왕 살 거면 AS망이 잘 되어 있는지 검토하고 사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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