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비슷하지만 다른 말 - 중지와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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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어유희

알쏭달쏭 비슷하지만 다른 말 - 중지와 정지

by 깨알석사 2020.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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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재생을 정지 시켰다 VS 음악 재생을 중지 시켰다

정지와 중지, 우리 일상에서 매우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가끔 혼용해서 다르게 쓰거나 잘못 쓰는 경우가 있다. 뜻도 비슷하고 말의 쓰임새도 거의 같기 때문에 쓰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듣는 것이 이 "정지"와 "중지"라는 단어다. 원래의 쓰임과 달리 한 문장에 두 단어가 같이 배치가 되거나 서로 위치를 바꿔 말해도 일상에서는 거의 문제가 안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단 두 단어 모두 뒷 글자로 같은 문자가 들어가는데 중지의 경우 中(가운데 중) 다음에 止(그칠 지), 정지의 경우 停(머무를 정) 다음에 止(그칠 지)가 쓰이면서 둘 다 "멈추다" "그치다" "끝내다" 뜻이 들어가게 된다. 물론 앞 글자의 뜻에 따라 사용처와 방법이 분명 다르지만 둘 다 멈추다 뜻으로는 비슷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잘못 쓰더라도 큰 불편함은 없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정지"의 말도 한자어가 달라 다르게 쓰이지만 가끔 이것을 우리가 흔히 아는 "정지(멈추다)" 단어와 같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정전", "정숙", "정적", "정지위성" 등이 있다. 전기 공급이 중단(정지) 되었다는 뜻으로 전기가 끊겼다(멈추다)가 될 수 있고 정숙, 정적 등도 대화가 끊겼다(멈추다), 말이 없다(끊기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지위성 같은 경우 우주 궤도에서 그대로 멈춰있다 등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그 정지가 이 정지라고 아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중지와 정지에서 쓰이는 "정"은 停(머무를 정)으로 정전, 정숙, 정적, 정지위성에 쓰인 "정"과는 다른 말이다. 여기서는 靜(고요할 정)이 쓰인다. (정적, 정물화, 정숙, 정지위성, 정지궤도, 정맥, 정전기, 정전 등이 머무를 정이 아닌 고요할 정 한자어를 쓰는 단어다)

그럼 어떤 경우에 중지가 되고 어떤 경우에 정지가 될까?

중지와 정지의 가장 큰 차이는 영구적이냐 일시적이냐(잠시)가 첫 번째 차이라 할 수 있고 그 다음 차이는 지속(계속) 가능 여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부가적으로 역할이나 기능, 임무를 상실했느냐 보류(대기)했느냐도 나누는 기준 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 "가운데 중(中)"이 쓰이는 "중지"의 경우 가운데(중간)에서 멈춘다는 뜻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완이지만 그 상태에서 완전 종결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어 있다. 쉽게 말해 역할이나 임무 등이 지속 되는 과정에서 (혹은 움직임이 있는 상태에서) 끝까지 가지 않고 가운데(중간)에서 아예 종결(끝)한다는 뜻이다. 물론 다시 이어 가거나 이어서 지속 가능하게 할 순 있겠으나 대체로 중간에서 끊어지거나 멈춘 상태 그대로 종결 되는 경우가 바로 "중지"

반면 머무를 정(停)이 쓰이는 정지의 경우 일시적으로 멈춘다는 뜻으로 쓰인다. 종결은 아니며 기능이나 역할이 일시적으로 멈춘다는 뜻인데 정지가 되는 사유가 해소되거나 정지 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게 되면 다시 움직이거나 활성화 되는 것이 "정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정지라는 말에는 "일시 정지"와 같이 잠깐만 멈춘다는 뜻으로 "대기" "보류" 개념이 들어가게 된다. 일상에서 쉽게 쓰여지는 주차, 정차, 주정차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차량이 운행을 아예 멈추어 운행이 될 수 없는 상황은 "주차"가 되지만 차는 멈췄지만 운전자가 있고 당장 차가 움직일 수 있는 경우에는 우리는 주차라 하지 않고 정차(정차 중)라고 한다. 움직임이 잠깐 멈췄다는 뜻으로 얼마든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정지" (다시 진행하거나 계속 움직일 수 있는 경우)

이 정도에서 개념을 잡았다면 이 둘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교통경찰관이 단속이나 교통 정리를 위해 나설 때 우리가 듣게 되는 말은 무엇일까. 대부분 이럴 때는 차량을 향해 "일시 정지"를 요청하게 된다. 차를 잠깐 멈추어 달라는 말이다. 반대로 일시 중지라는 말은 쓰지 않는데 차량 운행을 아예 멈춘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차량 주차 개념) "멈추세요"는 정지가 쓰이지 중지는 쓰이지 않는다. 중지는 엑스(불가), 정지는 세모(보류), 진행은 동그라미(계속)이라고 머리 속에 정리하면 쉽다. 

인터넷 계정에서도 이 말은 빈도가 높게 쓰여진다. 인터넷 계정이 사용 중지 되거나 사용 정지 되었다는 메세지를 받기도 하고 계정 활동 중 어떤 특정 행위 (위반) 처분에 따라 계정 상태가 비활성화 되면서 계정 사용 중지 혹은 계정 사용 정지를 받기도 한다. 이 때 대부분 중지나 정지가 같다고 여겨 무조건 계정이 잠기거나 해지 되었다고 착각하는데 원 뜻을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알 수 있지만 실상은 이걸 잘 구분하지 못해 같게 보아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걸 혼동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애드센스 광고 프로그램 사용자"다. 애드센스 사용에 있어 위반 행위를 하는 경우 애드센스 계정 사용 정지를 받게 되는데 당연히 "정지"는 그 사유가 해소가 되면 다시 재사용이 가능한 경우이기 때문에 계정 자체가 날라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계정이 "중지" 되었다면 영구적으로 그 계정을 쓸 수 없다는 뜻이지만 (비활성화 계정) "정지"는 어떤 정지 사유가 해소 되기까지 일시적으로 계정을 잠근 경우이기 때문에 여전히 활성화 계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지는 사유 해소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계정이 풀어질 수 있게 된다. 유튜브의 경우 극단적으로 "심각한" 혹은 "중대한" 위반을 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정지" 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에 실수에 의해서든 잘 몰라서 그랬든 정지의 경우라면 얼마든지 다시 풀 수 있다. (내려진 정지 사유를 해소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대전고법은 메디톡스가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상대로 낸 제조 및 판매 중지 처분 집행 정지 신청 항고 사건에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위 신문 기사 중 내용을 보면 제조/판매 "중지" 처분 집행 "정지" 신청 항고 사건이라고 나온다. 법과 상관 없이 문장 자체를 보면 중지 처분 집행 정지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개념만 정확히 잡았다면 어렵지 않은 것이 약 제조(생산) 및 판매(영업)를 중지(생산금지, 판매금지) 처분한 관청의 집행에 대해 (행정명령) 그 집행 명령을 정지해 달라는 말이 된다. 조금 더 쉽게 정리하면 약 생산과 판매를 금지(중지)하라고 식약청이 명령을 내리자 그 "명령" 집행을 법원이 대전 식약청에게 "정지" 하도록 해 달라는 것인데 법원이 그 처분(중지 명령)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식약청의 처분을 정지하였다는 말로 식약청이 제약사에 약을 생산하고 판매하지 말라고 행정 명령을 내렸으나 법원은 그 명령을 정지하였으므로 제약사는 식약청의 말을 따르지 않고 약을 다시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중지 = 사용 중 멈추다, 그 멈춤이 완전 멈춘다는 뜻으로 중간에서 종결된다는 뜻 (해지, 폐지 개념)

정지 = 사용 중 멈추다, 그 멈춤이 일시적으로 멈춘다는 뜻으로 잠깐 멈춤, 종결은 아님 (보류/대기 개념)

사용 권한을 "00" 시키다 - 권한을 영구적으로 박탈하거나 상실하는 경우에는 "중지"가 되고 일시적, 혹은 임시로 못 하게 하는 경우에는 "정지"가 쓰일 수 있다. 식품 위생 관련하여 구청에서 영업 "00"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 역시 대부분 구청의 행정 처분은 영구적일 수 없고 몇 개월 동안 영업을 못 하게 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정지", "영업 정지"라는 말이 쓰인다. 영업 중지의 경우 가게가 아예 폐업을 한다는 뜻이 되므로 업주가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에 쓰일 수 있다.


의사나 변호사 등 자격이 절대적인 전문가인 경우 범죄를 저지르는 뉴스를 보면 "자격 00"라고 쓰여지는데 이 때 변호사 자격이나 의사 자격은 박탈 당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 동안만 자격을 상실(일시)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격 정지"가 대부분이고 그렇게 쓰인다. 자격이 중지된다면 중지라 하지 않고 취소라 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쯤 되면 우리가 지갑에서 흔히 보는 "면허증"의 경우도 쉽게 정리가 된다. 면허 00에서 면허 중지라는 말은 없다. 대부분 면허 정지라고 알고 잘 쓰는데 (이 때는 잘 구분해서 쓰는 것이 신기) 운전면허 정지 처분은 있어도 중지 처분은 없다. 이 때는 면허 중지가 아닌 면허 취소라고 다르게 쓴다. 

공사 중지는 공사 진행을 아예 멈춘다는 말이 되고 공사 정지는 공사 진행을 잠깐 멈춘다는 것으로 철도 운행 중지는 운행을 아예 안 한다는 말이 되고 철도 운행 정지는 잠깐 정지되는 것으로 그 사유가 해소되면 다시 운행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운전면허 정지만 머리 속에 잘 정리해도 어느 정도 구분은 쉽게 할 수 있다. 대부분 운전면허는 정지 기간이 있고 그 정지 기간 동안 정지된 사유가 해소되면 다시 면허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물론 운전 면허 정지 기간 중 운행 등으로 인해 중지(면허 취소)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정지는 정해진 기간에만 그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으로 일단 멈춤, 잠시 멈춤으로 보면 된다. 중지는 관계(계속 여부)가 중간에서 그 자체로 종결, 나중에 다시 처음부터 진행(재취득), 정지는 관계(계속 여부)가 일시적으로 멈춰 (정지 사유가 해소되는 기간까지) 나중에 그 위치에서 다시 진행 할 수 있게 된다.

차량 운행 "중지"와 차량 운행 "정지"의 경우 멈추게 한다는 건 같으나 차량 운행 중지는 차량의 운행을 "금지"한다는 뜻이고 차량 운행 정지는 차량을 "세운다"는 뜻으로 세운다는 건 움직이고 있는 것에 한해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이 다시 재개 될 수 있다는 차이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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