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번과 당번
예전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절에서는 학급마다 주번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보통은 반장, 부반장을 제외하고 반 아이들 번호 순서에 따라 아이들이 돌아가며 그 "주"에 반 청소나 학습 준비를 위해 동원된 "당번"을 의미하는데 주마다 돌아간다고 해서 주번이라고 했다. 그런 아이에게는 주번 명찰을 패용하게 하는 학교도 있었다.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한 일종의 완장이다.
주번은 청소와 단속, 준비, 선생님 심부름 등이 주요 임무였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학교에 와서 교실 청소를 간략하게 한다거나 그 날 필요한 학습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선생님 대신에 칠판을 지우는 역할을 가장 많이 맡는데 칠판 지우기 못지 않게 칠판 지우개 털기 역시 주번이 핵심적으로 맡는 역할 중 하나다.
선생님이 무언가 심부름을 시키고자 할 경우 예외 없이 "주번"을 호출하게 되며, 체육 시간이나 미술 시간 등 예체능 시간에 선생님을 도와 준비물을 셋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학급 일이라면 주번에게 시키기도 한다. 단속 업무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교실 앞문과 뒷문의 수문장 역할 역시 주번이 맡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교실을 비우는 체육 시간이 되면 주번은 항상 늘 모든 아이들이 나가고 난 뒤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나간다. 그래서 교실에서 도난 사고가 나면 제일 먼저 불러 나가는 것이 "주번"이다. 용의자가 아닌 의심가는 사람을 봤냐고 묻기 위해서다.
아주 오래 전 교실에 난로가 있었을 때는 석탄(?)을 아침마다 준비해야 했고 난로 주전자를 준비하는 건 물론이요 여린 몸으로 주전자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가득 담아 준비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아 보통은 두 명을 동시에 임명하는데 남녀 짝을 지어 주는 경우가 많다. 힘 쓰는 건 남자 아이 (물건 나르기), 그 외는 여자 아이가 (칠판 지우기) 하게 말이다. 그러나 정작 둘이 동시에 동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이 나르기, 같이 치우기), 우유 배급을 할 때도 지금의 배식 봉사자처럼 배식을 담당한 것도 주번이다.
요즘에는 학급 봉사자라는 말로 대체 되었으나 주번이라는 자체가 봉사 보다는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 거의 사장된 상태. 교직원과 교사가 해야 할 일을 어린 학생들에게 시킨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고 주번 자체가 일제 시대 잔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있다고 하면 대부분 학급 봉사자라는 말로 다르게 쓰며 그 마저도 기존의 주번과 달리 정말 봉사 수준에 맞게 여럿이 역할 분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번의 진짜 핵심 역할은 감시자다. 반장과 부반장이 있지만 주번도 그에 못지 않은 중추적인 역할을 했는데 반장, 부반장과 달리 모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 주번이기 때문에 이 자체가 사실 반장, 부반장의 감시자 역할보다 기능적 역할이 더 중요시 되었다. 감시자가 고정이 아닌 순번제였기 때문에 서로를 감시할 수 밖에 없는 순환고리를 만든 것. 선생님이 자리를 비울 때 아이들 입장에서는 반장과 부반장만 조심하면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서로 믿지 못하게 경계하도록 만든 것이 주번 제도의 핵심 기능이다.
실제로 떠든 아이를 칠판에 작성하는 경우 반장과 부반장이 그 역할을 하지만 가끔 주번이 그 역할을 하게 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교탁에는 반장이 있고 칠판 옆에는 주번이 서서 마치 학급 회의 때 서기가 하는 것처럼 주번이 직접 떠든 아이를 적기도 했다. 물론 작은 움직임이나 속삭임조차 용납하지 못하여 억울하게 떠든 아이로 지목되는 순간 다음 주번 때 "복수"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서로 감시하고 서로 경계하게 만든다. 일제 시대 학교에 주번이 있었던 이유다. 아이들에게 일찍이 "순사" 역할을 시킨 셈. 마치 일본인(선생님)이 없어도 조선인끼리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게 만든 것과 비슷하다. 주번에게 "완장" 개념의 명찰을 따로 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 완장 명찰을 찬 순간 작은 권력이 생기는데 대부분의 학급 봉사와 심부름에 동원되는 심부름꾼 역할이지만 그 심부름에는 감시 보고에 대한 심부름도 포함되기 때문에 약간의 권력 맛도 주어지게 된다. (일종의 선도부 역할을 한 것도 그런 작은 권력의 힘 중 하나)
당번은 말 그대로 순서를 말한다. 당번의 "당"은 당연하다의 뜻과 같다. 즉 어떤 순번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당번이라고 말한다. 그 당번을 하루 맡으면 당번 그대로 부르고 일주일 내내 맡으면 주번이 된다. 대부분 교대자가 있어 다음 순서, 순번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주단위 이상은 거의 없다. 당번과 주번이라는 단어만 쓰인 이유다. 당번의 경우 비슷한 단어인 당직과 어울려 쓰는 경우가 많다. 밤에 당번을 선다는 뜻이다, 밤 시간에 특정 장소를 지켜야 할 때 당번 혹은 당직이라는 말을 쓴다.
정리한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여러 사람들이 같이 있는 경우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무언가를 맡거나 해야 할 때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여럿이 아니거나 순번이 없거나 돌아가며 밤샘을 하지 않는다면 그곳에는 당번이나 당직 역시 없다는 뜻이다. 당번은 주번과 유사하게 쓰이기도 하는데 당번은 일일 단위 혹은 물건 단위에 따라 쓰이기도 한다. 주번은 일주일 내내 당번을 하기에 주번이라 하지만 당번은 물 주전자 당번, 칠판 당번, 청소 당번처럼 특정 업무를 부여해 그것만 하게 하거나 오늘 하루는 너가 주번과 같은 일을 하라는 식으로 주일마다가 아닌 당일마다 교체되는 당번제가 시행되기도 한다.
당번(당직)에서 파생된 비번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에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 "비번"이다. 주번이나 당번 개념을 알고 경험을 했다면 대강 눈치로라도 알아 들을텐데 요즘 같이 주번, 당번 개념을 어릴 때 경험하지 못하면 비번 개념 역시 모를 수 밖에 없다. (물론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현장직이나 공무직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알아두면 좋다) 아마 지금 세대에게 비번이라고 하면 비밀번호의 준말, 아이디와 상응하여 같이 쓰이는 비밀번호라는 뜻의 비번이라는 말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비번은 말 그대로 아닐 "비" 한자를 써서 내 순서가 아니다라는 뜻이 된다. 당번은 내 순번(당연히) 이라는 뜻이라면 비번은 당번의 반댓말인 내 순번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주간 근무자, 야간 근무자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쉽게 풀면 "휴무"다. 물론 직장인들이 보통 생각하는 휴일과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휴무가 휴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비번인 사람이 가끔 회사에 불려 나올 때가 있다. 비번은 자신에게 주어진 휴일이 아닌 "휴무"이기 때문에 비상 상황이거나 상사의 긴급 호출에는 얄짤 없이 근무를 해야 할 때가 있다. 형사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나 오늘 비번인데 나왔잖아!" 이런 대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마찬가지로 비번이 존재한다는 건 그 회사와 본인이 속한 업무에 연장 근무 (야간 밤샘 근무) 혹은 교대 근무자가 있다는 뜻이 된다. 취업할 때 비번제가 있다고 하면 대략 야간 밤샘 당직이나 교대 근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장 근무자 중 2교대, 3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이런 비번 제도가 흔하다. 또 사무직과 상관 없는 공장 다니는 직장인에게만 쓰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단어 자체가 관공서, 관청, 학교, 군부대, 경찰서 등에서 지금도 꽤 자주 쓰이기 때문에 교대 근무자가 있거나 공무원 등 관청 근무자라면 비번이라는 단어는 흔하게 쓴다. 야간 근무자를 (야간 경비원 등) 상시 배치하지 않는 관공서 등에서는 일제 시대부터 쭉 야간 당번제인 당직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주간 근무만 하는 공무원 세계에서도 비번 제도는 존재한다. 참고로 관공서나 군부대가 아닌 민간 사회에서는 야간 당직을 당직이라 하지 않고 숙직이라 달리 부른다.
밤샘 근무자의 비번은 근무를 안하는 날이 아니라 이미 한 날이다
주간 근무만 하는 (낮 근무) 경우에는 교대자가 필요 없으니 당번제 역시 필요 없다. 당번제가 없으니 비번제도 역시 없다. 반면 주간 근무자만 있는 곳이라도 밤샘 근무자가 따로 필요한 경우에는 (관청) 주간 근무자가 밤샘 근무도 해야 하는데 이 때는 야간 당번을 해야 하니 당직을 서야 한다. 이 때 당직을 선 사람은 다음 날 아침에 퇴근을 한다.
이 때 퇴근한 사람에게 비번자라고 하는데 이 사람에게 오늘은 일을 안 하는 날이 아니라 이미 하고 퇴근하는 날이기 때문에 (다음 날 근무를 미리 한 셈) 비번자는 당연히 퇴근 후 집에서 쉰다. 사실상 연장 근무로 인해 하루 전체를 전부 근무한 것과 같기 때문에 이 때의 비번자는 휴일을 갖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비번을 휴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당연히 이 경우에는 교대 근무자가 아니다. 연장 근무자다.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하고 동시에 하고 난 다음 날을 비번이라 한 경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교대 근무일 때의 비번과는 차이가 있다. 휴무와 휴일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때의 비번자는 호출 당하지 않는다. (물론 경찰 중 방범 순찰이 아닌 형사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가끔 호출 당한다. 그래서 유독 영화에 짜증내는 그런 장면이 많다)
교대 근무 없이 야간 근무만 갖고 당번제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비번자의 비번 날은 휴일이다. 반면 교대 근무가 있는 사람의 야간 근무 당번제는 비번자의 비번 날은 휴무다. 비번 다음 날이 휴일이다. 과거에는 "주주야야비비"라는 말이 흔하게 쓰였다. 주간, 야간, 비번을 줄여 부른 말인데 주간 근무 이틀, 야간 근무 이틀, 비번 이틀 근무 식으로 일을 한다고 모집 공고를 할 때 쓰던 말이다. (우리 회사는 주주야야비비 입니다) 같은 단어 두 개씩 끊어 부르기 쉬워 자주 애용하던 근무 방식이다. 이 때 알아야 것은 우리가 아는 일주일 단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주주야야비비 자체가 6일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개의 비번이 각각 휴무이자 휴일이다. 그래서 남들처럼 일주일 일하고 일요일 쉰다는 개념을 동일하게 갖으면 안된다.
7일을 일주일로 잡지 않고 6일로 일주일을 잡으면 한 달은 4주가 아닌 5주가 된다. (6일 X 5주 = 30일) 결국 주주야야비비는 한 달에 5번을 비번 휴일로 쉴 수 있고 5번의 비번 휴무가 있으니 남들 한 달 4일 쉴 때 주주야야비비자는 20일 일하고 10일 쉰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비비의 앞 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번(휴무)이고 뒤의 비는 비번(휴일)이라 같은 비번이라고 해도 같은 선상에서 보지 않는다.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그래서 같은 주주야야비비를 주주야야비휴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금방 더 쉽게 이해하고 알아듣기 쉽기 때문이다. 단지 주주야야비비에 비해 입에 붙지 않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비번이 (휴무) 이 비번으로 (휴일) 받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둘 다 쉬는 날이라는 개념으로 비번이라는 이름 하나로 퉁쳤기 때문 (야간 당번이 아니라는 뜻과 근무 일이 아니라는 뜻이 함께 혼용)
교대 근무와 야간 근무 차이에 따른 비번 차이
주야비비가 있다고 하자, (비번이 두 개면 뒤는 휴일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야비휴로 부르기도 한다) 일단 이 사람에게 일주일이라는 개념은 없어진다. 남들은 7일이 일주일이지만 이 사람에게는 4일이 일주일이다. 4일마다 주야비비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요일이라는 것 역시 없다. 그냥 4일마다 한 번씩 평일이어도 쉰다. 4일이 곧 일주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 첫 번째 날은 주간 근무, 둘 째 날은 야간 근무다. 이렇게 보면 이틀까지는 하루에 한 번 일을 한 셈이 된다. 그런데 두 번째 야간 근무는 삼일 째 되는 날의 아침에 퇴근한다. 삼일 째 되는 날만 기준 잡고 보면 이 사람은 근무를 안 한 것도 아니다. 아침까지 일을 하고 오전에 퇴근했기 때문에 회사에 근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사람은 둘 째날의 근무를 마쳤을 뿐 셋 째날은 근무를 하지 않았다.
둘 째날의 야간 근무에는 첫 날의 주간 근무와 둘 째날의 야간 근무 사이의 주간 근무 시간 만큼 공백이 생겼기 때문에 둘 째날은 더 쉬고 나온 상황이 된다. (둘 째날의 야간 근무는 아침에 나와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더 쉬고 야간에 출근한 것이니) 더 쉬고 나온 만큼 뒤로 밀려 늦게 퇴근한 것이라 실제 셋 째날에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단지 전 날의 야간 근무 퇴근이 셋 째날에 포함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분명 비번이지만 휴일이 성립되지 않는다. 전날 늦게 출근하고 그만큼 늦게 퇴근한 것에 대해 휴식을 더 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때의 비번이 휴무가 된다. 그래서 이 때는 불려 나와도 할 말이 없다. 반대로 불리지 않으면 그대로 휴일처럼 쉰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이틀 일하고 이틀 쉬는 꼴이 된다. 대신 그만큼 적게 일하니 급여가 적다. 쉬는 날이 더 많은 만큼 급여가 준다. (물론 비번 호출을 당해 일을 하면 일 한 만큼 돈을 더 받는 건 당연)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앞서 설명한대로 당직 근무자의 비번과 교대 근무자의 비번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당직 근무자는 교대자 없이 내가 주간 일을 하고 야간 교대를 내가 나에게 다시 하는 것이라 교대 근무가 아닌 연장 근무다. 하루에 이틀치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날의 비번은 당연히 휴일이다. 내 아바타가 전날 밤 이미 일을 했기 때문에 난 오늘 쉬지만 난 오늘 출근해 일을 한 것과 같다. 당연히 급여는 줄지 않고 오히려 당직 수당 등이 더 붙어 급여가 높아진다.
반대로 교대 근무자의 비번은 꽁으로 쉬는 날이다. 주주야야비비의 경우 주간에서 야간으로 넘어갈 때 야간 근무 출근 시간에는 주간 시간 만큼 휴무가 더 주어진다. 저녁에 퇴근해 다음 날 저녁에 출근하기 때문에 휴일이 아님에도 주간에서 야간 넘어가는 순간 이미 24시간을 쉬게 된다. 그래서 이 때의 비비 첫 날은 일을 하고 퇴근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은 날이다. 단지 출퇴근 시간이 밀려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래서 반대로 연장 근무자와 달리 일을 한 것 같지만 일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전 날의 출근 야간 근무와 다음 날 오전의 퇴근은 이틀에 걸쳐 있지만 이건 어제 일을 해야 하는 몫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틀치를 한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르지 않고 쉬게 하는 경우 급여를 줄인다.
특수한 경우에는 이 두가지가 혼용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하루에 주간, 야간 이틀치 일을 하고 (연장 근무 형태의 당직까지 포함) 그 다음 비비를 붙인다. 굳이 따진다면 "당비비"가 된다. 이 때의 비비는 휴무와 휴일 각각이 아닌 둘 다 휴일이다. 하루 일하고 이틀 쉬고 하루 일하고 이틀 쉬는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이틀 일하고 이틀 쉬는 것이기 때문에 주야비휴와 같아진다. 단지 근무 날짜로만 따진다면 10일 일하고 20일 쉬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쉬는 날이 더 많음) 꽤 좋아 보이지만 하루에 주야간 24시간 근무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그만큼 쉬는 시간과 휴일이 많아 여가 시간 보내기에는 좋지만 몸 상하기 쉽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20일 일하고 20일 일한 것이라 쉬는 날이 더 많지는 않다. (사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25일 일하고 5일 쉬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그래도 극단적으로 10일 일하고 20일 일했다고 단순 계산하면 곤란하다. 계산상 30일 한달로 따진다면 15일 근무 15일 휴일로 간주할 수 있다. 공항 근무나 경찰 근무지에 따라 종종 볼 수 있는 형태다. (이 때는 급여도 쎄고 휴일도 넉넉한 편. 단지 몸이 망가질 확률이 높을 뿐)
보통 주야비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빼면 주야비휴가 많고 주야비당휴 또는 주야비당비휴로 가기도 하며 주주야야비비가 있는데 주야비당휴와 주야비당비휴의 경우 근무가 좀 빡신 경우에는 급여가 꽤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휴일까지 많아 만족도는 높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한 달 중 반은 일하고 반은 쉬는 경우라 빡세게 일하고 확실하게 쉬는 경우라서 빡세게 일한 대신 급여 보상이 충실하다면 여가 시간 보내기도 좋아 선호하기도 한다. 물론 주야비의 경우처럼 극단적으로 배척해야 하는 형태도 있지만 반대로 좋다고 볼 수 있는 당비비 같은 특별한 경우도 꽤 많이 갖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라고 해서 다 같을 순 없다. 노동 강도와 휴일 수에 따라 체감도가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관직에 있지 않는 한 (소방이나 경찰, 군인 등) 민간에서는 교대 근무로 고졸 사원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고졸 사원에 한정해서 내 주위에 있는 여성 두 명의 사례를 설명해 보면 둘 다 20대 중반이며 미혼이다. 한 명은 220만원에 월 8회 (주5일 근무제) 쉰다. 다른 한 명은 360만원에 월 12일을 (주야야비비) 쉰다. 단 후자는 월차를 무조건 써야 하고 명절 등 공휴일에도 나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월 단위 근무가 주야비비 형태로 돌아가며 360만원에 15일 정도 쉰다. 이 때 단편적으로 보면 후자의 여성은 급여도 상당히 높고 많이 쉰다. 하지만 계산하기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 노동 강도가 완전 다르기 때문에 노동 시간을 분배하고 휴일을 맞춰 급여 계산을 해보면 오히려 전자가 급여가 더 높다. 힘들게 더 많이 일하고 그만큼 돈을 더 벌겠다는 것과 적게 일하고 적게 받겠다는 만족도는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노동 강도 구분 없이 급여와 휴일만 갖고 따진다면 논리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것도 이런 근무 형태다.
가끔 직장에서 이걸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관리자급임에도 불구하고 이걸 모르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당신이 상급자, 관리자인데 연장 근무를 한 비번자에게 나오라고 호출한다면 욕을 먹을 수 있다. 욕 먹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당신이 하급자, 단순 노무자인데 교대 근무를 한 비번자임에도 상급자의 호출에 나 오늘 비번인데요? 이러면 짤려도 할 말이 없다. 이 둘의 비번 개념은 완전 다르다. 그런데 누군 비번은 쉬는 날이 아니야, 그러니까 비번이지 이러고 누구는 비번이니까 쉬는거죠 이럴 때가 있다. 자기 근무 형태가 어떤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서다.
밤샘과 휴일 근무
관청이나 군대에서는 밤샘 근무를 당직이라 표현한다. 반면 민간에서는 숙직이라 한다. 당직은 밤에 당번을 선다고 해서 당직이라 하고 숙직은 밤 근무를 한다고 해서 숙직이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간(낮)에 일을 하기에 주간에 일하는 걸 따로 지칭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자는 밤에 일을 하는 경우에는 당직, 숙직을 붙이는데 이 때의 당직, 숙직은 연장 근무가 대부분이라 24시 근무 형태를 띈다. 즉 야간에 상시 근무하는 (경비원 등) 직원이 있는 경우에는 당직, 숙직이 해당되지 않고 그냥 야간 근무자가 되며 주간 근무자가 야간까지 하게 되는 경우에는 당직, 숙직이 된다.
통상적으로 당직은 잠을 자면 안되고 (당번이니) 숙직은 잠을 자도 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당직은 밤샘 근무를 하여야 하는 것이 맞고 숙직은 자되 일이 생기면 일어나 조치하면 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숙직자는 대부분 잔다. 단지 당직과 숙직을 모호하게 구분하지 않거나 그게 그거라고 상급자가 생각한다면 숙직자도 밤샘을 해야 하는 건 있다. 하지만 당직은 밤에 비상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관청이나 부대에서 사용한다는 점, 숙직은 밤에 비상 상황이 거의 없는 민간 기업에서 사용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회사에서도 숙직할 때 밤새야 한다는 사람은 관료 출신일 확률이 높다. (사람에 따라 행동하자) 그렇기 때문에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담당하는 관공서가 아닌 학교 숙직실에서 숙직하는 선생님들, 병원에서 숙직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잔다. 당직실은 뜬 눈으로 밤새고 숙직실은 자면서 대응한다고 보면 된다. 애초에 숙직이라는 말이 자면서 지키는 걸 (당직) 말한다.
반대로 낮에 근무하는 경우 특이하게 "일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보통은 낮에 일을 하니 낮에 당직을 서는 사람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때 휴일 낮에 일을 하는 경우 "일직"이라 부른다. 군부대에서 중대장과 행보관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낮 근무, 관청에서 공무원이 모두 퇴근하고 쉬는 일요일이나 공휴일 등의 주간 당직자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당직은 주간에도 야간에도 모두 쓸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남자들은 사실 당직과 일직 개념에 대해서는 잘 안다. 군대에는 중대장이 퇴근하고 없는 밤에 일하는 당직사관과 일요일이면 나타나는 일직사관이 중대에 항상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비번 근무 형태에 따라서는 상황과 근무 환경, 근무 형태, 직업에 따라 모두 다르다. 각각 쓰임이 다르고 형태가 다르다. 다만 한 달을 기준으로 전체 근무 시간과 휴일, 급여를 따져 좋고 나쁨을 가릴 뿐이다. 계산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근무 일 혹은 근무 시간을 갖고 총량으로 따져 계산한다면 근무 형태가 괜찮은지 나쁜지는 충분히 가려 낼 수 있다. 당연히 근무 조건이 나쁨에도 급여가 낮다면 급여를 올려 달라 해야 하고 (대체로 이 경우 근무 조건을 바꾸기는 어렵다) 근무 조건이 괜찮음에도 급여도 만족스럽다면 직장 생활을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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