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이론이라고 해도 쉽게 알아 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나 용어로 쓰여 있다면 일반 사람은 그걸 좋은지 나쁜지 판가름하기 어렵다. 설령 좋다고 해도 그게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법원의 판결문이나 보험 회사의 약관처럼 말이다.
주식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아무리 쉽게 이해하고 배우려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이 이 세계다. 의무 교육 과정을 훌륭히 받았음에도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금융 용어, 경제 용어 등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특히 단일 정보를 넘어 경제 전반에 대한 흐름으로 넘어가는 순간 단순히 책 하나 사서 독파하는 수준으로는 주식 시장을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깨닫는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경제와 주가의 관계
경제와 주식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주식 입문자들도 이건 안다. 경제가 좋으면 주식이 좋아질 확률이 높고 경제가 나쁘면 주식 시장도 안 좋을 확률이 높다. 둘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둘은 비례적일 때가 많고 같이 움직일 때도 많다. 대체로 그렇다. 당연히 그렇기 때문에 주가의 움직임을 보려면 경제(산업)의 움직임도 봐야 하고 경제의 움직임을 보려면 주가(시장)의 움직임도 봐야 한다.
금융 시장, 경제 시장, 산업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력과 통찰력이 없어도 경제가 좋으면 왜 주식이 좋아지는지 경제가 나쁘면 왜 주식도 안 좋아지는지 설명할 수 있다. 둘은 뗄 수 없는 상호 관계라 한 쪽이 좋아지면 다른 쪽도 좋아지고 다른 한 쪽이 나빠지면 다른 쪽도 나빠지는 순환 고리를 갖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가 아주 잘 나간다면 우리 집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상하는 것,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가 아주 어렵다면 우리 집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상해 보라는 것과 똑같다.
강아지는 주가이고 개 주인은 실물 경기, 즉 경제(산업). 미래수업 강연에서 나온 산책 개 이론이다.
오래 전 어느 경제 신문의 칼럼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글은 경제와 주가의 관계를 산책 나온 개 주인과 개의 관계로 풀어 쓴 글이었다. 경제와 주가는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것은 상호 연동 작용을 하기 때문에 둘의 관계를 반드시 이해하고 통찰력 있게 바라 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걸 산책 나온 개 주인과 개의 입장으로 풀어 쓴 내용이었다.
사람이 경제라면 개는 주가(주식)다. 이걸 산책하는 둘의 상황을 빗대어(비유하여) 설명하면 이렇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아예 사람 이름이 "경제" 개 이름이 "주식"이라고 하자. 내용은 내가 임의대로 더 각색했다. 이 내용을 보고 경제와 주가의 관계, 그리고 둘의 흐름을 완벽히 이해했다면 당신은 큰 고비를 넘긴 것이다.
경제는 오늘 주식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주식이는 경제 옆에서 서서 나란히 걷다가 주변 냄새를 맡으며 탐색을 시작했다. 경제는 그런 주식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주식이를 기다려 준다. 이내 탐색을 마친 주식이는 다른 장소로 옮겨 가며 신나는 산책을 즐긴다. 이 때 경제보다 한참 앞서 나가자 경제가 주식이를 부른다. 그러자 주식이는 경제 쪽을 뒤돌아 본 후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경제가 올 때까지 기다리던 주식이는 어느 정도 경제가 다가오자 다시 산책과 탐색을 즐긴다.
이 때 장난기가 발동한 경제가 갑자기 앞으로 뛰어 나간다. 뒤늦게 경제를 발견한 주식이는 경제를 향해 힘껏 달린다. 경제는 뒤도 안 보고 열심히 달리지만 주식이를 이길 순 없는 법, 이내 따라 잡힌다. 하지만 주식이는 경제를 잡았음에도 더 앞질러 나간다. 헐레벌떡이며 그 자리에 멈춘 경제는 깊은 숨을 몰아가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때 주식이는 경제가 달리기를 멈춘 걸 알고 자신도 멈춘다. 그리고 다시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경제는 조금 더 쉴 생각이다. 주식이를 부른다. 그러자 주식이는 살짝 고민하는가 싶더니 다시 경제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경제 주변을 돈다. 더 놀자고 재촉하는 주식이, 그걸 눈치 챈 경제는 다시 뛰려는 폼을 잡는다. 그러자 주식이는 냅다 다시 힘껏 뛰어 나간다. 하지만 경제는 이번에 반대로 뛰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주식이는 속았다는 걸 알고 다시 돌아와 그를 추격한다. 주식이는 정방향이든 역방향이든 경제를 앞지를 때까지 힘껏 달린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 주식이가 경제 뒤에서 한참 쳐져 동네 구경을 한다. 이내 잘 따라오는가 싶더니 딴짓을 하고 이내 잘 오는가 싶더니 또 딴짓을 한다. 경제는 가던 길을 멈추고 주식이를 향해 손짓한다. 그러자 주식이가 따라 붙는다. 슬금슬금 속도를 내어 뛰는 흉내를 내자 주식이가 그제서야 경제 뒤에 바짝 붙는다. 그리고 다시 경제 주변에서 앞 뒤로 오가며 집으로 향한다. 오늘도 이 둘은 함께 좋은 산책 시간을 보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워런버핏, 조지 소로스, 피터 린치, 칼 아이칸, 존 템플턴, 벤자민 그레이엄 등 우리가 익히 아는 투자의 대가들이다. 하지만 앙드레 코스톨라니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앙드레 김은 알아도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주식을 좀 한다는 사람 역시 다른 투자 대가들은 알아도 앙드레 할배는 잘 모른다.
1906년생, 미술과 철학을 공부한 주식 중개인이다. 우리나라가 IMF로 힘들어 하던 시절인 1999년 생을 마감했다. 93년 삶을 사셨으니 1900년대 사람치고 꽤 오래 산 편이다. 지금까지 살아 계셨다면 113살 정도 된다. 연배를 보면 알겠지만 워렌 버핏 할배가 1930년생이니 버핏 할아버지보다 20살 정도 윗대 투자가다.
미래수업에서 (위 사진) 경제학자 교수님이 언급했던 산책 나온 개와 개 주인의 이야기를 정립한 인물이 바로 코스톨라니다. 단기적 관점에서 "내려다 본" 상황은 (경제가 개가 있는 자신의 발 쪽을 향해 내려보는 좁은 시점) 경제와 주가의 방향이 다를 순 있어도 (개가 나보다 앞서거나 뒷서거나) 장기적 관점으로 "옆에서 본" 상황은 (둘의 관계를 멀리서 지켜보는 넓은 시점) 경제와 주가의 방향은 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산책 개 이론의 핵심이다. 즉 경제가 움직이는 쪽으로 주가도 움직이게 되어 있다는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걸 아주 쉽게 설명한 이론이 바로 이 산책 개 이론이다.
그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경제 전문가도 아니다. 주식 중개인으로서 투자계에 몸 담고 있던 금융 딜러에 지나지 않는다. 주식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주식 일만 했던 주식 쟁이로 소위 말하는 전업 투자자 중 찐 전업 투자자가 이 사람이다. 그는 금융 시장과 경제, 산업 시장이 성장하는 길목에 있었고 그걸 모두 지켜봤다. 투자의 대가라는 사람들과 한 시대를 같이 보내면서 그 역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 인물 중 하나다.
미시적 관점 보다는 거시적 관점을 갖던 인물로 특정 종목이 보다는 경제 자체에 더 주안점을 두었다. 현대 상황으로 따지면 IMF나 금융 위기, 코로나 19 사태 등처럼 주식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그런 타이밍에 역발상 투자를 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매해 자잘한 이벤트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 주식시장이니 매해 그런 역발상 투자는 언제나 가능하다)
이미 당신은 이 사람의 가르침을 받았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할배에 대해 알아보거나 공부할 생각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놀랍게도 당신이 알고 있는 주식 상식, 주식 격언, 주식 명언의 상당 부분은 의외로 앙드레 할배의 격언으로 채워진 것이 꽤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연배가 있는 만큼 조언이 시장에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주식은 금융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고 예술이다라고 주장한 인물로 상당히, 그리고 굉장히 멋진 시각으로 투자 시장을 바라 본 투자자다. 심리가 주식 시장의 본질이라는 걸 꿰뚫어 봤고 그 심리가 재무와 차트보다 우선시 한다는 걸 먼저 깨달은 분이다.
주식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가치투자가의 재무 기술이나 모멘텀 투자가(단타 포함)의 차트 기술이나 결국 대중 심리가 그것들보다 우선해 주식 시장과 주가가 결정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가치투자도 모멘텀 투자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재무 지표가 효력을 잃거나 차트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바로 주식시장의 투자 심리가 결국 그것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와 차트가 아닌 심리로 주식 시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메세지가 바로 주식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고 사기 시작하면 매도 타이밍이다라는 말이다. 역시 코스톨라니의 조언 중 하나다. 학생이나 주부들이 주식 시장에 들어오면 주식을 팔 때다 하는 그 말이 바로 이 분에게서 출발한 격언이다.
실현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 하는 것도 역시 이 분의 가르침, 실제로 소문이 아닌 실제로 벌어진 악재는 악재가 아닌 오히려 호재로 보는 것이 지금의 주식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데 그 기본 개념을 잡은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빚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역시, 공매도를 하지 말라는 것 역시 모두 투자 "심리"에 기대어 만들어진 조언이다. 상환 일에 압박감을 느껴, 혹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평소와 다른 오류를 범하기 쉬운 상황이 유도되기 때문, 역시 심리에 기반한 투자 기술을 의미한다. 주식을 사고 묻어두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 단기적 시황에 심리가 휘말려 실수를 할 수 있는 걸 차단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장기 투자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밖에 없는 주식 시장의 효과를 고스란히 나타낸 대표 조언이라 할 수 있다.
산책 개 이론이 바로 그걸 더욱 상세하게 증명하고 있는데 경제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주가는 "함께" 움직이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주식 시장 만큼 좋은 투자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왜?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은행에 예금한 내 예금 이자가 높아지는 일은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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