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에게 깊은 상처와 고통으로 인식된 수 많은 역사적 사건들 중 국가 재정과 관련해 "IMF"라는 단어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단어다.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 지원은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대한 재정 구호/구난 지원이지만 실상은 조건부 구호 조치이기에 그 조건부 항목에 따라 피와 살을 깎는 노력과 고통을 수반해야 하는데 아시아의 네 마리 용과 한강의 기적이라는 타이틀로 우리도 잘 사는 나라라 믿는 국민에게는 다시 원조를 받는 나라로 추락하는 순간이기도 했고 대외적으로 신용도가 곤두박질치는 그야말로 신용불량 국가가 되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많은 기업이 부도로 사라졌고 실업자가 급증했고 길거리로 내몰린 집들이 꽤 많았다. 이전에 먹고 살만 해지면서 보기 힘들어진 노숙자가 그 때 다시 생겨났고 지금은 익숙한 말로 쓰이는 노숙자라는 말도 이 때부터 보편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는 말과 단어도 마찬가지, 그 때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명예퇴직이라는 말도 원뜻과 달리 강퇴(강제퇴직)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되어 싹이 자라 났으며 평생 직장은 없다는 말도 역시 그 때 시작되었다.
오늘 날의 대부분 사회 문제가 이 때 불거지면서 후유증을 겪어야 했는데 특히 사회 통념상 정규직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 할 정도로 모두가 정사원이었던 당시와 달리 비정규직이라는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일자리 부족과 실업률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고 많은 가정이 파탄이 되어 뿔뿔이 흩어져 생활해야 하는 고난의 시기이기도 했다. 이 때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이 되어 사회인이 된 사람 중 일부는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 대신 군대를 택해 자원 입대를 하기도 했었다. 물론 대학을 휴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유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웟던 유학생들 일부는 귀국길에 올라야 하는 건 당연,
이런 당시의 모습과 사회 일상을 담은 영화가 있다. 김혜수 주연의 "국가부도의 날"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던 당시 상황을 각색해 그린 영화로 국가 재정 위기라는 팩트와 그 재정 위기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픽션을 담아 그 때 사회성을 담아 냈다. 영어 제목으로는 디폴트(Default)가 붙었는데 국가 부도, 파산, 지불 불가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김혜수가 IMF 구제 금융을 받기 이전 다른 방법으로 모라토리움을 선언해야 한다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이 때의 모라토리움은 지불유예(채무 연기)로 빚 갚는 걸 잠시 미룬다는 뜻이지만 개인이든 법인(기업)이든 정해진 날에 돈을 갚지 않으면 일단 신용불량이 되어 모든 금융 거래가 중단되는 것처럼 로라토리움을 선언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건 없다. 당장 눈 앞의 불은 끄지만 결과적으로 국가가 보증을 할 수 없고 신용을 잃었기 때문에 국가간 수출, 수입에 막대한 지장을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디폴트 상황과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어차피 돌려막기가 안되는 상황인 건 똑같기 때문,
신용 4등급에서 신용 9등급으로 급락해도 파산(디폴트) 보다는 낫지 않겠냐 하겠지만 신용 9등급이나 파산자나 정상적인 금융 거래, 특히 신용 거래는 할 수 없는 건 똑같아서 당장의 어려움은 일시에 해소를 할 수 있으나 신용을 잃는 건 마찬가지라 국가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는 건 똑같다. 자원수급률이 높지 않고 특히 먹거리, 농수산물 수입이 큰 나라에서는 이런 경우 물가 상승 및 식량 부족 사태가 쉽게 벌어지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식료품점에 줄 서는 풍경) 갚을 돈이 없다는 나라에 식량을 수출할 나라가 있을리 없기 때문에 모라토리움을 선언한들 길거리에 내쫒겨 죽나 굶어 죽나 매한가지다. 그래서 디폴트든 모라토리움이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다. 그리고 그런 선언을 한 나라는 실제로 이런 식량 문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식료품 구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에 물자와 식량을 의존하는 비율이 큰 국가라면 이런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근데 1997년 우리나라가 그런 갈림길에 놓였던 것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그 스토리는 픽션(허구)으로 채웠다. 큰 줄기는 실제 IMF 구제 금융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과 관련한 주요 인물과 캐릭터 구성은 실화와 거리가 먼 경우인데 당시 IMF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무엇이 허구이고 실제인지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IMF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잘못된 인식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실제와 허구를 구분하고 봐야 한다. 영화 속에서 외환위기와 관련된 큰 그림, 동남아 경제위기, 한국의 기업 부도, 정부 곳간의(외환보유고) 문제, 은행의 부실 대출, 금융당국의 태만 등은 사실이지만 주요 줄거리가 되는 한국은행과 재경원(재무부)의 싸움은 영화적 요소를 위한 각색일 뿐 절대선과 절대악의 구도가 아님으로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영화 탐구에 있어 영화의 배경이 된 당시 시절 상황을 먼저 간추려 정리해 보자. 영화에서는 당시 우리나라 종합지수가 (코스피) 280포인트까지 내려 갔다고 나오는데 이는 당시 시절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94년에 이미 1,100 포인트를 달성했던 우리 증권시장은 외환위기로 인해 반토막도 아닌 4분의 1토막으로 처참하게 발렸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외환위기 당시 추락한 증시는 1994년에 달성한 1,100 포인트에서 10년이 지난 2005년에야 1,200포인트를 달성하며 겨우 제자리에 돌아가게 된다. (10년을 날린 셈이다) 참고로 종합지수는 (코스피 지수) 1980년을 기준으로 100 포인트로 출발했다. 간단하게 요약을 하면 100 포인트가 기준이니 200 포인트가 되면 2배로 성장했다는 뜻이고 400 포인트는 처음 기준 증시보다 4배로 성장했다는 뜻이 되는데 1994년에 1,100 포인트가 되었으니 1980년에 비해 증시(증권시장)는 11배로 성장했다는 뜻이 된다. 근데 외환위기로 인해 그게 280 포인트로 추락했으니 88올림픽이 열리기도 전인 300 포인트를 달성한 증시 시장으로 돌아갔다는 뜻이 된다. 외환위기로 성장률 10년치를 까먹고 이후 외환위기로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10년치를 허비했으니 코스피 지수만 갖고 따진다면 외환위기 여파로 20년치 성장이 제자리에서 멈췄다는 뜻이다. 참고로 올해 (2019년) 코스피는 2,200 지수로 IMF 구제 금융을 받던 당시의 10배, IMF 외환위기를 받기 이전의 2배다.
멀쩡하던 사람도 이 정도면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다. 대마불사라는 말도 통하지 않는 시대가 바로 이 때로 단일 기업은 물론 그룹 전체가 폭파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고 이 때 사라진 대표적인 그룹이 한보, 진로, 기아, 대우, 뉴코아, 나산, 해태 등이다. 은행 역시 모두 인수 합병되거나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게 되는데 특히 5대 재벌 중 하나였던 대우그룹이 폭망하게 되면서 엄청난 파급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기업 살리겠다고 국민 혈세까지 지원하면서 정부의 추가 부담이 되는 결과를 안게 되는데 현재까지도 대우조선해양(최근 현대중공업이 인수 예정), 대우건설이 여전히 그 때의 상처를 씻지 못하고 어려운 생존기를 써내려 가고 있다.
영화에서는 금융당국, 국가 재정 관리 담당 관료 공무원 등 담당부처의 실책과 고위층 지도자, 공직자들의 무능함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다큐와 상업 영화는 다르다는 걸 분명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자칫 잘못 이해하면 영화의 모습이 실제 이야기로 받아들여 공무원에게 모든 화살을 돌릴 수 밖에 없는데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로 누구의 단일 문제가 모든 원인이라고 콕 찝어 말할 수는 없다. 영화 속 정부는 외환위기의 원인이 국민의 과소비를 문제로 삼으면서 마치 정부가 위기를 은폐하고 원인을 국민들 자신에게 돌려 회피하려는 인상을 주는데 사실 그것도 딱히 틀리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영화에서 유아인과 함께 나온 두 인물 중 노신사와 함께 나오는 10억짜리 통장을 들고 온 오렌지족만 보더라도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를 내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다. 영화 속 캐릭터처럼 실제로 오렌지족은 대중들이 인식하는 존재였고 그게 특별한 소수의 이야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회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국민들의 과소비가 아예 없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금수저, 은수저의 오렌지족들도 꽤 많았던 시절이다)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는 말로 온갖 미사구어를 써가며 병아리 시절 생각 못하고 소비 수준이 급격히 늘어난 건 사실이고 당시 노래방에 방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놀고 먹는데 쓰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IMF 구제 금융을 받기 바로 1년 전 OECD 가입 국가라는 축포를 쏘며 선진국처럼 행세를 했고 경제 성장률은 사상 최대, 실업률은 최저가 되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시절도 딱 이 때였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해외 자유여행 10년차 시기였기에 해외여행객도 늘었고 이 때의 씀씀이에 대한 사회적 이슈거리도 종종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였다. 신세대를 뜻하는 X세대와 함께 풍족한 일상을 보여주는 오렌지족의 출현은 (낑깡족도 있었다) 분명 사회 전반적으로 씀씀이가 늘었다는 걸 반증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다만 이런 소비 형태가 무조건적인 단발성 원인은 될 수 없는 것이 이런 소비 형태는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하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상황이며 이것이 외화반출이나 외화소비에까지 결정적인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봐야 하기에 일부 간접 영향은 있어도 외환과 관련한 직접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럼 국민들의 과소비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과연 외환위기가 생긴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외환위기가 터진 이유는 영화에도 일부분 나오지만 첫 번째가 금융기관의 부실한 대출이 문제가 된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대기업에 대출해 주던 관행, 그리고 두 번째가 그런 대출을 받아 차입 경영에 의존하면서 그 돈으로 문어발식 투자를 했던 대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행태, 세 번째가 은행과 기업의 짬짬이를 관리하지 못한 정부 당국의 무능이 합작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물론 국내 사정에 의한 이것이 외환위기를 자초한 건 아니고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그것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 샌다고 근본적으로 외국인이 이탈하는데 이런 것들이 한 몫을 했기 때문에 일부는 직접적인 발생 원인이라 할 수도 있다.
정리를 해보면 단순하게 동남아 경제 위기가 생겨서 난리가 난 것도 아니고 일상적으로 외국인들이 자본 회수를 해서 빠져 나갔다고 난리가 난 것이 아니라 동남아 경제위기가 일단 먼저 터지면서 주변 국가 동향을 살피게 되는데 하필 이 때 국내 기업 중 방만 경영으로 부실 기업이 속출하게 되자 동남아 경제 위기를 먼저 본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도 위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슬슬 빠지기 시작했던 것, 결국 국내외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현해 전반적인 흐름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는데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마치 외환위기 때문에 대기업과 재벌 그룹이 부도를 겪은 것처럼 나오지만 처음 등장한 한보나 기아, 진로는 사실 외환위기 보다는 기업 자체의 부실과 방만 경영이 원인이 되어 스스로 자멸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IMF와 협상을 하기 이전 이미 망하는 길로 접어 들었는데 동남아의 경제위기와 외국인 투자자 외면이 아니었어도 이 정도 국내 대기업 자멸은 이미 경제 상황에 여러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IMF 당시 무너진 재벌과 기업들을 보면 당시 주요 재벌 중 삼성, 현대, LG, SK 등 또 다른 주요 재벌들은 잘 극복하고 견딘 것과 대조적인데 기업 운영 자체에 문제가 생겨 이미 곪아 터진 경우와 외환위기 등으로 나중에 수급 문제가 생긴 기업은 분명 다르다. 진로와 기아, 한보는 이미 경영 문제로 휘청거리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기 쉬운 상황이었는데 영화에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기 이전 이미 무너졌거나 무너지기 시작한 경우로 먼저 쓰러진 이들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받은 건 아니다.
또 하나 하필 왜 외환위기가 1997년에 크게 부각이 되었냐는 점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YS 정권의 임기 말이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덕적 헤이가 나올 수 밖에 없고 쓰러져 가는 기업을 곧추 세우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권력도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정책 지원은 애초에 힘들고 괜히 특정 기업 밀어주다가 다음 정권에서 꼬투리가 잡힐 만한 것이 나오면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는데 YS 정권에서 노태우, 전두환을 구속시키고 사형까지 판결나오게 한 만큼 (이후 사면되었지만) 시기적으로도 청와대와 정부 입김이 가동하기에는 애매한 시기가 바로 이 때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영화에서도 IMF 총재가 선약 조건으로 대선 후보들 각서를 요구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처럼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던 시기로서 국가 지도력이 부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생태 환경이 바로 이 때이기도 하다. 물러나기 직전의 대통령과 쟁쟁한 대통령 후보들이 막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기다 보니 가는 권력은 떨어지는 낙엽이요, 오는 권력은 누가 될지 아직 모르니 정책에 있어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고 밀고 나갈 수 있는 행정력도 부재가 될 수 밖에 없으면서 국가 지도력 전체가 붕 뜰 수 밖에 없던 타이밍이 바로 1997년이었던 것이다.
아마 이게 정권 초중반에 벌어졌거나 대기업이 먼저 쓰러지는 경우가 아니었으면 그렇게 심각한 결과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보는데 한국은행은 물론 경제 금융당국도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기 직전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캐치하지 못했던 것도 국내 문제와 국외 문제가 동시에 터져서 생긴 일이지 이게 국내 문제 없는 순수 국외 문제였거나 (동남아 경제 위기만 존재) 아님 반대로 국내 한정 문제라면 IMF 구제 금융을 받는 일은 아마 없지 않았을까 싶다. 중요한 건 당시에는 국내 이슈가 먼저 터졌고 이후 국외(동남아 경제위기)가 터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도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것, 국내외가 중첩된 복합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국외/외환문제는 애초에 국내 투자 기반의 흔들림을 보고 빠졌을 것이다)
IMF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건 "일본"과 "미국"이다. IMF 구제 금융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두 나라에게서 차관(돈)을 제공 받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부총리가 일본과 협상을 위해 찾아갔던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 결국 미국과 일본 모두에게서 "거절" 당했다.
분명 이들이 도와주면 국제통화기금 지원을 받지 않고 정상 국가에서 정상 신용으로 어려움 없이 극복할 수 있음에도 이들 국가는 도와주지 않았는데 영화에서는 IMF를 이용해 미국이 우리를 이용해 먹으려 한 것으로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적 각색일 뿐, 사실 이 부분은 YS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YS가 남긴 수 많은 업적과 함께 그의 과오도 분명 있는데 분명 가장 멋진 외교 정책을 펼친 건 사실이나 그게 우리 수준과 우리 레벨에 맞지 않는 허세였다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YS 정권은 미국과 일본 모두 사이가 썩 좋은 건 아니었는데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 했지만 미국과의 협력 대신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를 원했고 (미국 배제) 일본의 경우는 "버르장머리" 발언을 통해 자존심이 서로 갈릴 때로 갈린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경복궁의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 역시 YS가 주도한 일인데 역사적으로 보면 YS의 행동은 모두 맞고 옳다고 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두 선진국 대비 힘도(국력)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는 사이를 두려 했고 (백악관) 일본과는 대적하려는 자세를 취하면서 결국 나중에 이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는데는 실패했다. 외환위기를 겪을 줄 알았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결국 과거 외교 관계 처신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김영삼 항모로 (일명 영사미 항모) 불린 우리나라 항공모함 추진 계획만 보더라도 당시 YS는 항공모함을 가지려고 했었는데 독자적 국방 노선에 있어 해군력 증강의 절실함을 느낌과 동시에 버르장머리를 고칠 일본보다 우리 해군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버르장머리를 못 고치니) 우리 수준에 버거운 항공모함을 가지려고 추진 중이었는데 이런 일련의 행동 자체가 북한 뿐 아니라 우방인 미국/일본과도 썩 좋은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항모는 북한 뿐 아니라 독도 문제 등 일본에게도 위협 수단으로 쓸 목적이었기 때문 (결국 자충수) 물론 IMF로 가는 마당에 결과적으로 항공모함 보유 계획은 끝내 거품이 된다. 국제통화기금이 아니라도 그냥 이웃 국가에서 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한 건 결국 이런 문제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동남아는 이미 터진 상황이니 아시아에서 중국과 북한 빼면 손 벌릴 곳이 없음) 먼 미국이 아닌 바로 이웃하는 일본이 OK하고 바로 승인만 하면 IMF가 요구하는 조건을 따르지 않고 일본에서 빌린 돈으로 해결 한 뒤 이자와 함께 일본에 갚으면 그만이라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결국 우리만 똥줄을 탔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끝내 미국과 일본이 도와주지 않아 IMF를 찾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인데 그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과 거리를 둔 YS의 지도력이 일정 수준 관여를 했기 때문에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해 딱히 뭐라고 하기도 애매한 것이 우리다.
IMF가 지원하기로 발표한 구제 금융 대출액은 550억 달러 (현재 기준 60조 정도), 하지만 실제로 지원한 금액은 200억 달러 수준으로 현재 가치 20조 가량 되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크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지만 당시 우리나라 1년 예산이 71조 내외였다는 점에서 한 해 예산 3분의 1 가량이 지원되었으니 당시에는 무척 큰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550억 달러) 거의 우리나라 1년치 전체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셈, 결국 지금 기준에서 보면 겨우 국가부도 막는데 20조 정도 필요했다는 소리로 들리지만 그 돈 빌리려고 영화처럼 별별 쇼를 다 하고 곳간 열쇠 풀고 정보 다 까발리고 하라는대로 해야 했다는 것이 영화의 큰 줄기이자 실제 협상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지금 기준이지 당시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 1년 전체 예산 70조이던 그 시절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1년 전체 예산은 470조다, 복지로 100조 넘게 쓰는 현재 상황에서 20조 빌리는 건 별 무리가 없으나 현재 기준으로 보면 150조 빌린 것과 같기 때문에 당시에는 부담되는 액수가 된다)
우방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 두 나라 중 하나라도 도와줄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있고 당시 우리보다 곱절로 잘 사는 두 나라가 이 정도 금액을 못 빌려줄 형편은 아님에도 끝내 거절한 건 결국 국가간 사이가 멀어졌던 당시 시대 상황을 부정할 수는 없는데 우리는 일본에게는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혼꾸녕 낸다고) 호언 장담한 상황에서 돈을 빌리러 갔으니 문전박대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미국과는 북한 문제로 독자적 노선을 찾으려는 시점의 차이로 사이가 멀어진 상황에서 역시 돈을 빌리는 건 쉽지 않아 결국 남은 건 IMF 구제 금융밖에 없다. 물론 일반적인 차관(대출)이 아닌 디폴트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급하게 요청한 것이니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그냥 빌려 주는 것 보다는 IMF를 통해 빌려주는 것이 자국에 훨씬 이득이 되는 것도 분명하기에 미국과 일본은 거절하면서도 간접 지원 (IMF) 명분이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말은 안들어도 IMF 말은 반드시 들어야 하는 것이 구제 금융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팀장이 모라토리움(지불유예)를 선언하는 것이 최선이라 하지만 사실 그건 가장 최악의 극단적인 수고 가장 나쁜 수라 모든 것이 좌절되고 IMF마저도 지원이 안될 때의 수이기 때문에 남은 건 다른 나라에서 직접 빌리거나 IMF에서 빌리는 것 밖에 없는데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그 만한 돈을 빌려 줄 나라가 미국과 일본 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나라가 확실히 거절 표시를 했으니 남은 건 딱 하나 IMF행이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 영화는 이것이 마치 잘못된 지도자와 관계자의 무능함으로 선택된 것처럼 보이지만 천 명의 수재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결과적으로 똑같이 IMF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 그 때의 선택지는 그게 최선이고 그게 유일했다. 다른 대안이 있거나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그걸 선택하겠지만 이미 나올 경우의 수는 이미 다 나왔고 남은 것 중 최선의 선택은 이게 그나마 제일 낫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악의 구도로 나온 재경원(현 기재부) 차관이 전적으로 나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난 사실 이 사람의 입장과 방향은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물론 스토리에서는 학연으로 맺은 재벌과의 유착이 함께 그려지지만 그 부분을 뺀 한국은행 팀장과의 마찰 과정에서 그려진 부분은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냉철한 판단과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처럼 사실 이 사람 입장과 당시 시대 상을 보면 부실을 털어야 할 타이밍이 필요했고 근본적인 경제 문제와 자본 시장 문제, 금융 정책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위성이 충분히 있는데 오히려 외환위기와 IMF 구제 금융이라는 외부 요인이 이런 고질적인 병폐와 기존 시스템의 오류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 일부로 이런 일을 만들거나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정말로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형태가 더 맞는 방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불거진 국내 문제가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 그리고 자기 자본에 의지 하지 않고 차입 경영으로 빚 내어 확장하는 기업들에게 우선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걸 쉽게 정리하거나 고쳐 나가는 것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 이 기회에 싹 엎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분명 나쁜 패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후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사정을 보면 영화 속 절대악으로 나오는 차관의 방향과 입장이 오히려 더 효과를 보고 잘 맞아 떨어진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데 제조와 금융을 잃었지만 대신 IT와 벤처를 얻었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이었던 건 분명하나 결과적으로는 손해 난 만큼 더 많은 이득을 창출해 경제를 발전 시켰다고 할 수 있어 꼭 손해가 난 장사라고 할 수는 없다. 1997년 최악의 사태에서 테헤란은 IT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이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 꼽는 대표적인 발전 사례를 보면 대부분 이 때 출발하거나 초석이 다져진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영화 속 재경원 차관이라는 사람이 밀어 부치고 주장한 것들이 실제 IMF 이후 20년 발전사를 보면 그의 말대로 제대로 갈아 엎고 새싹을 키워 새 판을 짠 것이 상당 부분 맞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PC통신이 저물고 인터넷이 퍼져 나간 시대가 이 때였고 엔씨, 넥슨, 인터파크, 네이버, 다음(한메일)도 모두 이 시기에 맞물려 있는데 그 어떤 국가도 하지 못한 전국에 인터넷을 구축한 것도 IT 육성에 대한 의지로 이 때 모두 기반이 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IMF 지원 당시 DJ는 미국의 빌 게이츠와 일본의 손정의에게 쓰러진 한국을 일으킬 것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그 때 나온 결과물이 인터넷과 PC의 대중화였다) 현재까지도 IT 강국으로 한국이 최고 자리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고 외국인들이 가장 부러워 한다는 빠른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 역시 이 때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섰기 때문인데 물론 비정규직 급증, 대량 정리해고와 매서운 구조조정, 외국계 자본에 의한 먹튀 등 부작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에서 보면 잃은 것 만큼 얻었고 어떤 분야에서는 더 많이 얻은 것도 있기 때문에 떡 본 김에 제사를 치룬 것 치고는 꽤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다. (PC방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것도 이런 맥락, 그 결과 세계적 게임 회사와 IT 회사가 탄생)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폭발력이 컸고 한국 사회를 전반적으로 뒤엎으면서 물갈이를 하게 했던 1997년 IMF 금융 지원과 외환위기 사태, 무조건 득은 없고 실만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나중에 이것이 벤처 열풍의 기반이 되었고 IT와 반도체의 새로운 서막을 열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살과 뼈를 내어 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악착같이 살만 내주고 요령껏 발 빠른 대처를 하면서 다른 새살을 얻음으로 인해 조금 더 빨리, 그리고 더 강한 체질로 탈바꿈 하는 기회의 순간으로 활용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IMF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8점대, 전문가 6점대로 나름 보통 이상의 점수 평가를 받았는데 연령별에 따른 평가가 많이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시대를 경험했거나 대략적으로 익히 아는 경우에는 후한 평가를, 당시 시대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이런 결과가 어떻게 문제가 되고 왜 이래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일반적인 점수나 혹은 그 이하의 점수를 받을 것 같은데 영화를 통해 그 영화 속 뉴스를 보는 것과 실제로 뉴스를 봤던 사람과는 체감이 다를 수 밖에 없어 기억에 기반하는 사람과 책(텍스트)이나 영상에 기반해 과거를 탐구하는 사람과는 꽤 큰 괴리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 "미" 보통 점수를 주고 싶은데 실제든 픽션이든, 다큐든, 상업 영화든 상관 없이 일단 재미있게 다루거나 깊이 있게 다루거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더 있기에 약간의 아쉬움이 더 있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몇 년치 이야기를 담으려 하니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건 알지만 마치 10부작 드라마에서 1부만 딱 보고 끝난 느낌이 더 강해 뭔가 겉돌아 본 느낌이 있다. 연출과 스토리만 보면 (이게 10부작에서 1부의 영상이라면) 9점 이상을 주겠지만 뭔가 이제 막 터지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끝낸 느낌이 있다. 협상 과정에서 뭔가 암투가 있거나 협상 난항에 대한 과정을 더 깊이 있게 그렸거나 IMF 실무진과 한국 정부 실무진 협상단들의 캐릭터 내면 대결을 더 디테일하게 다루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면 조금 더 재미가 있고 볼거리가 많았을 것 같은데 너무 픽션을 다큐처럼 가지고 가려다 보니 "어차피 다들 큰 줄기와 결말은 알제?" 하면서 기껏 뿌려 놓은 씨는 수확하려 하지 않고 관객에게 마무리 정리를 넘긴 듯한 느낌이 강하다.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가는 건 영화에서도 그대로 연출이 되지만 그걸 조금 더 타이트하게 화면에 녹여 D-7, D-6식의 카운트다운이 되어가면서 긴장감을 갖게 하거나 협상단의 압박감을 느끼게 해주면 좋았을텐데 그런 것 없이 여러 캐릭터들의 시간 순서에 의한 스토리 변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후반에 갈수록 재미가 반감이 되는 것도 없진 않다. 오히려 사람들은 D-1, 협상이 확정되는 순간의 직전 상황과 전날의 상황이 가장 궁금한데 오히려 뒤로 갈수록 런닝타임에 쫒겨 대충 마무리 되어지고 자막이나 자료 화면, 간략한 설정(연출)으로 넘기려는 듯한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아 영화의 8할이 진행될 때까지는 굉장히 좋았다가 나머지 2할에서는 허망함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더군다나 쭉 나름 재미있게 몰입해 보다가 마지막에 그릇 공장 사장이 한국은행 팀장 앞에 등장하는 순간, 그리고 그 때 이후 나머지 뒷부분 모조리가 너무 허무하게 진행되면서 정작 본래 주제와 동 떨어진 다른 식의 전개가 무척 아쉬운데 갑자기 주요 인물들이 모두 언행불일치가 되면서 영화 속 대사처럼 정말 아무도 믿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를 찍는다. 정부는 믿지 않는다는 유아인의 엔딩도 언행일치가 아닌 언행불일치가 될 수 밖에 없어 공감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정부를 믿지 못하면 한탕 하고 믿을 만한 나라로 이민을 가서 다른 투자거리를 찾는 것이 당연함에도 오히려 믿지 못하는 정부에서 돈을 번다는 것이 넌센스가 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유아인처럼 되려면 처음부터 정부를 믿어야 하는 것이 역발상이다.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건 겉으로 드러난 정부의 모습일 뿐 그 내면은 믿어야만 결국 유아인도 성공을 하게 되고 정부는 IMF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와 마찬가지로 정부를 믿어야 자기가 선택한 베팅도 성공하게 되는 것이라 끝에 가면 굉장히 의미 있게 대사를 치지만 결국 그 대사의 진중성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처음 외국인들이 모두 한국에서 발을 빼고 투자를 회수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외환위기) 정부를 믿지 못해서인데 정작 본인도 그 외국인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 했으면서 정작 끝까지 한국 시장에서만 승부를 한다는 건 약간은 언밸런스한 측면이 있다. 리스크를 먹고 살며 그 만큼 위험에 대한 댓가가 커서 오히려 한국 시장에서 투자를 한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상식적으로 상대가 개인이든 법인이든 국가든 신용과 신뢰가 있어야 기본 투자가 가능하고 대량 투자가 가능하기에 그 때는 믿지 못해도 지금도 믿지 못한다는 건 대사를 밀고 나가려는 욕심에서 만들어진 허상일 뿐, 영화의 재미를 반감 시킨다.
사람 좋은 중소기업 사장으로 나온 허준호 사례도 마찬가지, 동업자는 감방 가고 거래처 사장은 자살을 했지만 오히려 무탈하게 IMF 시절을 비껴 간 건 이 사장이었다. 사람을 믿지 못한다고 하고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정작 이를 속인 사람은 없다. 미도파가 부도가 나서 생긴 일이지 사기꾼에 당한 것도 아니고 정작 부도 어음을 돌려 사람 죽게 만든 건 바로 이 캐릭터, 사람은 못 믿지만 돈은 믿는 이상한 사람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여주였던 김혜수도 막장에는 모라토리움 선언을 우선권 두는 식으로 초반과 달리 이상하게 마무리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빚이 있는 사람은 상환 만기일이 촉박해 일시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 급전을 "빌려" 일단 갚고 나중에 천천히 빚을 정리하는 것이 당연한 법, 그러나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팀장은 현재 신용이 더 나빠지지 않으면서 빌려서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서도 바로 개인워크아웃 내지 개인회생 신청을 하겠다는 것 밖에 안되어 이것이 과연 한은 정책팀장으로서의 자질이 맞나 후반으로 갈수록 의심이 가게 된다.
처음부터 악인이 나중에도 악인으로 결말이 나면 그 악의 강도가 변화가 없지만 처음에 선인이었던 사람이 나중에 악인이 되면 그것보다 나쁜 악인이 없는데 4명의 핵심 인물 중 선한 3인 모두가 결말에는 썩 좋은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4명 모두 다르지 않음) 오히려 착하게 그려졌던 주인공 3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있다. 영화는 아름답게 포장하고 끝까지 멋지게 그려내려 하지만 속내를 잘 보면 김혜수 캐릭터도 역시 무능한 공무원이고 허준호가 맡은 중소기업 사장도 역시 방만한 대기업(재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유아인의 역할 역시 부실 대출을 일삼던 금융 투자기관의 민낯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감독이 이들을 외환위기 주요 원인 3인방(은행, 기업, 관료)과 묶어 그린 경우라면 천재다, 물론 제작자가 "그게 아닌데 듣고 보니 그러네~" 이러면 영화가 산으로 갔다는 뜻이 된다. 절대악도 절대선도, 피해자도, 가해자도 구분 없는 모두가 다 똑같은 족속들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IMF는 결말이 해피로 끝났기 때문에 추악하고 지저분하게 그리면 그렇게도 가능하고 모두가 잘 극복하고 잘 사는 해피한 걸로 만들면 그것도 가능한 것이 우리나라 실정이라 사실 캐릭터와 스토리를 뭘로 바꿔도 얼추 다 비슷한 부류가 될 수 밖에 없다.
1997년 IMF 지원 협상, 1998년 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 자금 투입, 그리고 3년 뒤 우리나라는 IMF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고 구제 금융 관할에서 벗어난다. 졸업을 하게 된 것이다. 세상이 무너지고 국가가 부도나 더 이상 자립이 어려울 것 같던 그 때와 달리 우리나라는 3년 만에 조기 졸업을 하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이 때의 일로 실체를 표면화 할 수 없는 단순 생각, 마음인 믿음은 사라지고 그 믿음에 대한 실체를 표준화 한 신용은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이 되는데 신용이 곧 믿음이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본디 믿음은 도덕성, 인성까지 감안하고 보는 포괄적인 것이라 단순 지표가 되는 신용(딜)과 같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IMF 구제 금융을 경험하면서 믿음 없이도 신용이 있을 수 있고 신용만 좋으면 모든 것이 만사 OK가 되는 자유 시장 경제를 철저하게 따르게 되는데 그 때의 기억 때문에 쉽게 믿지 말라는 불신을 강조되는 사회가 되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 때 다같이 하나로 뭉쳐 경제 위기와 외환 위기를 극복하면서 똘똘 뭉친 단결심을 배우고 경험했기에 반은 잃고 반은 얻은 값진 경험을 했다.
영화에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사실 금모으기 운동은 우리나라 외환위기 IMF 시절에 절대 빠질 수 없는 큰 중심축인데 그것이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데 금전적으로 엄청 큰 도움이 된 건 아니지만 전 국민을 하나로 모아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 선 나라 정신의 표상이기 때문에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의미의 국민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5천년의 역사처럼 이 땅에서 대한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한 경우인데, 재벌이 쓰러지고 가정들이 파탄나고 길거리에 노숙자가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3년 만에 제자리에 돌아왔고 그 때 기준 10년 만에 (2007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안착, 다시 또 10년 만에 (2018)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도달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때보다 훨씬 더 강한 나라가 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2023년경에 국민소득 4만달러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당시 상황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 상상불가다.
1997년은 우리나라의 제2 도약기와 다름이 없다. 갑작스러운 큰 문제로 많이 망가지고 다쳤지만 그 덕에 다시 새로운 것들을 얻게 되었고 기존의 문제를 보완해 더 강한 것들로 만들었다. 쇠락한 재벌이 확실한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재기한 것처럼 국가도 국가부도의 끝장에 내몰렸다가 결국 다시 새로운 대한으로 태어났는데 상처와 그에 따른 흉터가 아직도 산재한 건 있지만 그 아픔과 고통을 토대로 발판 삼아 성장 구도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깔끔하게 상처가 아물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 상처는 훗날 훈장이 되어 우리나라가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혀도 충분히 이결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97년은 우리나라의 제2 황금기이기도 하다. 오늘 주제인 IMF처럼 씁쓸한 기억도 있지만 여러 사건과 더불어 추억과 향수가 많은 시기이기도 한데 97년, 98년만 해도 가장 침울했던 시대 중 하나지만 반대로 이 때 가장 많이 웃고 즐기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지만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한류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 포진한 시기이기도 하다. 골프선수 박세리가 연못에 들어가 샷을 날리는 모습에서 불굴의 의지와 함께 역경을 이겨내는 시대상과 맞물려 국민적 공감과 호응이 많았는데 IMF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화제거리가 되면서 박세리는 물론 국민들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미 휩쓸고 간 시절이었고 터보, 엄정화, 박진영, 핑클, SES, HOT, 젝스키스, 신화, 지오디, 조성모, 업타운, 소찬휘, 김건모, 신승훈, 양파 등은 물론 현재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 모두 이 때 기반한 뮤지션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 가요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부흥시키고 있다. 전 세계 한류 붐을 일으킨 2019년 대중가요는 사실상 이 때 뿌리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1995년 주요 이벤트 - 삼풍백화점 붕괴, 제1회 동시지방선거 실시(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 첫 선출), 전두환과 노태우 구속, 직할시 대신 광역시로 명칭 변경, SBS 모래시계 드라마 방영,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 가수 김성재 사망
1996년 주요 이벤트 - 강릉무장공비 사건 발생, 디아블로 게임 출시,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명칭 변경, HOT 데뷔, 가수 서지원과 김광석의 사망,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사형 선고
1997년 주요 이벤트 - IMF 외환위기 발생, 황장엽 남한 망명, 프로농구 출범, 성혜림 조카 이한영 피살, 홍콩 중국 반환, 파파라치를 피하던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테레사 수녀 사망, PCS 시작(원샷018), 주식 HTS (홈트레이딩시스템) 첫 출시, 드라마 용의 눈물과 별은 내 가슴에, 전두환과 노태우 최종 판결 확정 (연말에 사면), 울산시에서 울산광역시로 출범, 다음 한메일 무료 이메일 시작
1998년 주요 이벤트 - 김영삼 대통령 퇴임 및 김대중 대통령 취임, 구글(Google) 창립, 북한 금광산 관광 개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소떼 방문, 가요톱10 폐지, 스타크레프트 게임 출시, 김훈 중위 사건, 육사에 첫 여성생도 입교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이 히트를 한 것도 이 시대와 맞물린 추억과 또 그것과 상충되는 아픔이 가장 많은 시기여서 그것이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는데 이 때 청소년 시기를 보낸 사람에게는 문화적 황금기를 경험하게 되고 이 때 사회 초년기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바뀐 세상에 대한 새로운 도전 정신을, 이 때 중장년기를 보낸 사람에게는 역경과 고난을 견디는 인내력의 무한을 깨닫게 되는 시기가 된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 1998년 IMF 구제 금융 실시, 1999년, 2000년, 20001년 3년간 빚을 갚고 IMF 빚 잔치를 끝냈다. 이 때 많은 아주머니들, 아저씨들이 집에 있는 금을 가지고 나와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너도나도 나라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며 아기 돌반지부터 결혼반지까지 많은 정성과 노력이 쏟아졌는데 당시 모금 운동에 아무래도 금을 가진 분들이 40대 이상 연령대가 많을 수 밖에 없어 대부분 중장년들이 금모으기에 많이 동참하셨다.
당시 가장 열심히 참여했던 현재 이 분들의 나이를 보면 지금은 60대에서 80대까지 연령 분들이 된다. 그 때 보여준 열정과 열기, 애국심과 나라사랑 정신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위해 펼치던 국채보상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바뀌면서 IMF를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한 20~30대 젊은 친구들은 이분들을 향해 단면만 보고 이렇게 평가하며 말하곤 한다. "꼰대"....물론 그들이 말하는 그 꼰대분들 덕분에 그나마 지금 위기를 극복하고 무탈하게 잘 먹고 잘 산다는 생각은 전혀 못한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씁쓸하다.
마지막으로 추가 추천 영화 한 편이 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외환위기에 대처하는 유아인의 캐릭터가 보여준 설정은 거꾸로 미국 금융위기를 다룬 빅쇼트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 주제도 비슷하고 설정도 비슷하면서 금융 경제 위기라는 것도 같다. 빅쇼트라는 말은 증시에서 공매도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 유아인도 처음 돈을 벌기 위해 증권사에 가서 옵션 상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빅쇼트에서도 주가 하락을 예상한 옵션 구매가 나온다. (유아인이 노신사와 오렌지족과 함께 가장 크게 번 첫 투자는 바로 이 옵션 투자였다) 크리스찬 베일,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가 나오기 때문에 출연자만 해도 볼 만한 가치가 높지만 국내외 평가에서도 뒤떨어지는 것 없이 완벽한 영화이기 때문에 국가부도의 날에서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면 빅쇼트라는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해외에서도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좋은 평을 받았는데 내가 뽑는 몇 안되는 경제 위기 관련 소재의 수작으로 이 영화는 그냥 10점 만점, 백점짜리로 당신의 경제 상식과 경제/금융 위기에 대한 대응과 처세술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도 실화인데 국가부도의 날과 달리 주인공들도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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