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비평가 위원회에서 작품상, 남우/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더 포스트",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겠지만 그 언론이 여론을 만들고 여론이 다시 언론을 만드는 구조에서 일반인들도 한 번은 꼭 봐야 하는 영화가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 더 포스트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나라 정치 상황과 비슷한 것도 있고 대통령 탄핵과 언론 탄합, 규제, 해직 기자 등의 문제와도 어느 정도 연결되는 것들이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크게 와 닿는 현실감 있는 언론인들의 이야기라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더 포스트" 영화를 보면 "스포트라이트"라는 같은 부류의 영화가 생각난다. (실제로 자주 엮인다) 무대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스포트라이트 역시 그 말이 대중적으로 쓰이는 일반 대명사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인데 보스턴 지역의 신문인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 보도 팀 이름이 "스포트라이트", 카톨릭 사제들의 성추행을 집중적으로 보도 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이들 팀 이름이 대중에게도 각인되면서 무대 용어가 대중적인 용어로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더 포스트"의 각본가와 "스포트라이트" 각본가가 (조지 싱어) 같다. 그가 혼자 다 한 것은 아니지만 두 영화 모두 참여하면서 비슷한 구도와 설정을 잡고 가는데 두 영화 모두 "실화"에 근거한 실제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현재도 존재하는 주요 언론사(신문사)라는 점, 주인공이 모두 기자들이고 절대적인 권력,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상대와 싸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부분은 하단에 별첨하기로 하고 "더 포스트"에 관해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해 본다.
더 포스트는 미국의 주요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신문사를 말하는 것으로 영문 이니셜 약칭 WP로도 많이 알려져 있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영화 제목처럼 "더 포스트"로 불리우는 경우가 더 많다. 포스트지라고 하면 예외 없이 워싱턴 포스트 신문을 말하며 "더 포스트" 역시 워싱턴 포스티지를 말한다. 더 타임즈와 같은 맥락인데 뉴욕 타임즈가 신문사의 이름이지만 "더 타임즈"라고 불리우는 경우가 더 많다. (영국의 더 타임즈가 따로 있어 미국에서만 한정된 사용)
우리나라에서 주요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할 때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글 쓰는 행위를 "포스팅"한다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넓게, 크게 보면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POST 자체는 우편에 (우편물) 해당하고 우리나라 우체국도 코리아 포스트라는 (KOREA POST) 이름이 쓰이는데 단순하게 해석하면 우편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알고 있지만 발송/공고/게시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나만 보는 개인 일기장이 아닌 타인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글을 공개(게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블로그는 글 전송의 개념이 더욱 강한데 내가 누군가에게 쓴 글을 (편지) 아주 멀리 있는 사람에게 보여주려면 우편과 같은 형식이 되기 때문에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인 라이트(글쓰기) 보다는 그 글의 활용과 목적에 더 부합하는 포스트가 (게시) 더 맞는 표현이 된다. 오프라인의 메일과 온라인의 이메일이 같은 맥락이지만 우편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로 다르게 인식하는 것처럼 블로그는 개인이 뉴스그룹과 같은 기사 형식의 정보성 사이트이기 때문에 라이트 보다는 포스트, 그리고 그 글을 쓰는 행위 역시 포스팅이라는 말이 쓰이게 된다. 블로그는 내 개인 사이트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읽히기 위한 게시(포스트)라는 개념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워싱턴 포스트 역시 그런 개념에서 쓰인 신문사 이름이다. 워싱턴DC 정치, 사회, 시사의 주요 소식을 게시(보도)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일반적인 우편 용어가 블로그에서 포스팅하다로 발전한 건 "더 포스트"의 포스트 이미지가 준 것도 없진 않다. 워싱턴 포스트의 그 포스트가 포스팅과 직접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우편물(전송/게시)의 포스트가 블로그의 포스팅 용어로 조금 더 쉽게 발전한 건 워싱턴 포스트의 포스트가 영향을 주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우리 뿐 아니라 외국도 대부분 블로그가 뉴스 매체와 비슷한 기사 형식의 보도문으로 쓰이는 것도 그런 이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개인 뉴스 매체로 활용하기도 한다. 레시피(요리), 여행, 책, 영화, 생활 정보 등 신문사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영역이 블로그에도 있고 다수의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신문이 아닌 블로그를 찾아 관련 정보를 찾아 보는 것도 그래서다. (아마 여행지나 요리 관련 정보는 신문, 방송의 정보 보다 블로그를 찾는 사람이 압도적일 것이다) 참고로 미국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일간지는 뉴욕 타임즈 (더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더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USA 투데이 등이 있다. 미국인이 가장 많이 보는 신문은 월스트리저널, 우리도 많이 이용하는 (절대적인) 증권 지표인 다우 지수 역시 이곳에서 나오고 세계적인 경제지이기도 해서 정치, 사회, 경제를 총망라 하다보니 다른 일간지 보다는 우월한 감이 없진 않다.
영화는 베트남전과 관련한 비밀 문서를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정부와 신문사의 싸움이 시작된다. 먼저 상대 경쟁사인 뉴욕 타임즈가 해당 관련 특종 보도를 하면서 닉슨 대통령과 마찰이 생기는데 단독 첫 보도는 워싱턴 포스트가 늦었지만 후속 보도를 준비하면서 뉴욕 타임즈의 첫 보도 만큼 강력한 한 방을 만들어 낸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정부의 탄압과 신문사의 경제적 위기를 (투자자 외면) 고뇌하는 임원진들과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더 중시하는 실무 편집인들간의 사투를 그리는데 최종적으로 발행인(사주)이 편집인 입장에 서는 것으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든다.
뉴욕타임즈가 이미 보도를 낸 이후 미 정부의 탄압과 규제(소송)가 시작 되었고 연방 판사에 의해 해당 내용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어 어떤 관련 정보도 다시 보도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후속보도를 준비하는 워싱턴 포스트는 끝내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도를 강행, 언론인들의 심적 고난을 겪는 과정과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고군분투기를 다루게 된다.
외부 투자(기관)와 주식 공개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던 워싱턴 포스트지 입장에서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말년 병장과 같다. 대내외적인 상황 자체가 정부와 기싸움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1면 주요 머릿기사 대부분이 정부를 향한 칼날이고 그 중심에 현직 대통령이 있다보니 더욱 고민의 고민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경쟁사였지만 뉴욕 타임즈가 정부에 맞서다 당한 걸 본 뒤라서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 내부 이사진들이 더욱 그런 환경에 몸을 사리면서 편집국의 입장은 난처해 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탄압을 하려 했기에 자칫하면 이 기사 하나로 신문사가 망하고 직원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오랜 전통을 가진 신문사였기에 (1877년 창립) 사주를 비롯 임원진 역시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경제적 논리와 신문사 존폐를 우선 생각하는 이사진들과 신문사가 보도를 마음대로 못 하면 이미 존재 가치가 없는 사라진 신문사와 다름 없다는 편집국장의 팽팽한 입장이 맞서면서 이야기를 해결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린다.
관객 입장에서는 무엇이 옳고 어떤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고 또 영화 밖의 이야기까지 이미 다 실제 사건이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알고 있어 편집자의 입장이 더 맞다고 볼 수 밖에 없지만 사실 영화 속 내용처럼 이사진의 입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잘 되면 대박, 못 되면 쪽박이라는 말이 딱 이 영화 속 신문사의 입장이라 할 수 있는데 기사 하나가 회사 존폐를 결정할 정도라면 무턱대고 밀어 붙이기 보다는 한 발 물러나 고민의 고민을 하고 보도 취소까지는 아니어도 보도 보류까지는 충분히 검토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외부의 위협이 상당하다면 그 위협이 어느 정도 사라진 다음에 해도 충분히 효과는 생길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현직 지도자의 권력이 특정 신문사를 겨냥하고 있다면 아무리 그게 중요해도 일단 생존해야 더 많은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 지속적으로 언론 역할을 할 수 있기에 타협점을 찾는 게 먼저 우선 되어야 한다.
막판 신문 인쇄를 앞두고 끝내 신문 발행을 하느냐 마느냐 마감 직전까지 가서도 결정이 나지 않을 때 타협점 없는 이사진들과 편집자의 입장이 줄다리기 싸움을 할 때도 마찬가지, 사주(사장)는 인생 최대의 난관에 빠져 엄청난 고민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다른 임원의 조언을 듣는다. 그 때 그가 한 말이 가장 인상 깊게 남는데,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양쪽으로 갈라서서 한 쪽은 발행 불가, 한 쪽은 발행 강행을 외칠 때 그 사람은 사장에게 "양 쪽 모두가 일리가 있고 맞는 말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발행 불가라고 최종 조언을 하지만 오히려 그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키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마치, 결혼을 하면 후회하느냐, 결혼을 하지 않으면 후회 하느냐, 음식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걸 먹으면 후회 하느냐, 이걸 먹지 않아서 후회 하느냐의 문제와 비슷한데 어느 일방의 입장에서 각자 주장한다면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 같지만 양방의 입장이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인 경우,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것이 어르신들의 가르침이다. 어차피 후회 할 거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것인데 결혼도 마찬가지, 음식도 마찬가지 이런 고민이 들 때는 무조건 하는 쪽으로 하는 게 덜 후회된다고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인생사가 그렇다.
사주는 오히려 그 직원의 조언을 듣고 "발행 강행"을 지시하는데 한 쪽의 어느 부분이라도 틀리거나 부족함이 있다면 몰라도 반대로 둘의 입장이 팽팽하면서도 상당히 일리가 있는 입장이라면, 그리고 그게 어떤 것의 "실행"에 관한 것이라면 그건 실행, 행동으로 옮기는 게 그나마 더 현명한 선택이 된다. 제3자가 보기에도 양 쪽 모두의 말이 상당히 일리 있다는 전제라면 말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 보도로 인해 당연히 미 정부와 대통령의 탄압을 받고 소송에 휘말린다. 감당하기로 했고 예견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그래도 두렵고 무섭고 고통스러운 건 부정할 수 없다. 자기 혼자만의 고통과 불편이라면 감내하겠지만 정말로 신문사 존폐가 걸린 문제라면 보도 이후 상황 전개는 결국 이걸 강행한 사람들의 책임이고 몫이 된다. 쿠테타에 성공하면 영웅이 되는 것이고 쿠테타에 실패하면 반역자가 되는 것처럼 이 문제가 해결이 잘 되어서 다행이지 썩은 동아줄을 잡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누구의 입장에 섰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무조건 편집자의 입장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면 한 편으로는 그건 꽤 무책임한 생각이다. 그게 개인의 욕심인지, 언론인의 자격인지, 언론사의 사명인지는 나중의 문제고 일보 전진을 위해 이보 후퇴를 하는 건 절대 나쁜 전략이 아니다. 그게 꼭 생존과 회사 존폐의 문제가 아니어도 상황 전개가 그렇게 된다면 후퇴 하는 것도 전진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영화의 후반에 가면 이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이었는지 나온다. 뉴욕 타임즈와 소스(정보원)가 다르다고 맹신 했기 때문에 밀어 부쳤던 것이 가장 큰데 결과적으로 유출된 보고서의 정보 제공자는 동일 인물, 결국 뉴욕 타임즈와 미 법무부의 소송에서 판결난 후속보도 금지는 뉴욕 타임즈 혹은 뉴욕 타임즈의 정보가 쓰이면 안된다는 것이 가장 큰데 결국 소스가 같다는 것이 발행 후 내부에서 밝혀지면서 편집자와 임원 이사진 모두 예상보다 심각해 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다행히 연방 법원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는 뉴욕 타임즈와 다른 결말이 나오고 그 덕에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엔딩은 법원이 만들어 준 결과물이지 이들의 선택이 직접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은 아니었다. 제3자의 입장, 남의 이야기로 단순하게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양심에 따라 이게 옳다고 당연시 여기겠지만 그건 정말 남의 이야기일 때고 이게 내 이야기라면 분명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가치 있고 볼 만하지만 말이다. 나 역시 마음으로는 회사는 다시 만들면 된다라는 생각에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더 중시 했겠지만 분명 머리 속에서는 사무실 밖의 다른 기자들과 직원들을 보며 정말 이게 맞나 하는 고민을 할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것에 휘말리면 더 나쁜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없다라는 뻔하지만 당연한 진리도 한 편으로는 이거 하나로 모든 걸 잃고 오히려 언론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데 상대가 너무 크고 거대하면 일시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상황을 주시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도 분명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타이밍, 모든 건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우리는 잘 된 이야기, 마무리가 잘 되어진 이야기, 선량한 사람들이 이긴 이야기를 (이야기만) 봤기 때문에 이게 맞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게 결말이 달랐다면 그 생각을 고집하기 어렵다.
꼭 신문이 아니어도 기업도 마찬가지, 어떤 상품 개발, 연구, 출시를 결정해야 하고 그게 회사 존립을 결정하는 아주 큰 고민이라면 분명 기업의 존재 이유, 기업이 가야 하는 이유, 기업의 가치를 봤을 때 당장은 무리감이 있어도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게 출혈을 감수해야 하고 자칫 단순 실패가 아닌 회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굉장한 모험이고 베팅이다. 그 결과물로 우리는 잘 된 케이스(대기업/재벌)를 보게 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나게 사라진 수 많은 실패자들과 틀어진 결과물의 잔재는 볼 수 없다. 성공한 회사보다 망한 회사, 사라진 회사가 더 많다. 단지 우리는 성공한 것만 볼 뿐이고 당연히 살아 남은 성공담만 들을 뿐이다.
물론 이게 우리보다 한참 앞선, 그리고 독재와 상관 없는 미국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들의 선택이 더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속 전개가 우리나라의 이야기라면, 그리고 그게 독재, 군사 정부의 이야기라면 난 오히려 이사진들의 입장이 되었을 것이고 영화처럼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앞서 있고 대중과 다른 언론들이 대통령을 충분히 견재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반과 여건이 된 상황, 미국의 이 시대 상황이라면 난 이사진이 아닌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편집자의 입장에 섰을 것이다. 그게 어느 정도 가능했고 또 그게 가능한 시절이며 미국의 이 때는 그게 일정 부분 가능한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그게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영화에서도 연방 법원의 결정이 큰 몫을 했고 그 과정에 미 의회 의원들의 청원도 당연히 중요한 몫을 했다. 이들 언론사들의 단독으로 좋은 결말을 이루어 낸 것이 아닌 입법부와 사법부의 도움이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삼법분리의 입법, 사법이 행정부를 견제하는데 완전하지는 않아도 일정 부분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영화 속에서도 알 수 있는데 입법과 사법이 행정부에 장악된 우리의 예전 시대와 견주어 본다면 그런 환경이 아닌 경우 당연히 이야기 전개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1세기, 2019년에서 바라본 관점은 그것이 양심에 기댄 바른 행동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고 영화 속에서 보여준 기자들과 신문사, 언론인들의 선택과 판단이 무조건 맞다고 볼 수 있지만 무려 50년 전 그 시기에서도 철저히 외부인으로서 (관객) 이게 무조건 맞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윤 추구가 우선인 회사의 존립, 신문사 직원들의 일자리가 먼저라는 게 아니다. 언론의 역할도 존재할 때나 가능하지 자칫 무모한 승부수를 던졌다가 모두 사라지게 되면 그 뒤의 제대로 된 언론 역할은 누가 하느냐의 관점이다. 그래도 끊임 없이 대신할 누군가가 다시 나타난다고 하지만 그들이 쌓은 노하우와 영향력을 모두 잃어 버린다는 게 문제다. 결말이 좋아서 망정이지 자칫했으면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지는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에게는 더 크다. 자유민주주의 미국에서 취재 제한은 가능해도 주요 메이저 언론사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겠나 하는 의문을 갖겠지만 영화는 이미 그런 가능성이 높다는 걸 끊임없이 말한다. 영화 전반에 경영난에 관한 이야기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
다음 영화 기준 일반인 8점대, 전문가 7점대로 소수점 반올림하면 9점대, 8점대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정도면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나 역시 그 기대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10점 만점에 10점, 수우미양가에서 "수" 두말할 것도 없이 만점이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며 남는 메세지가 있고 생각할 거리를 주며 살아가는데 여러가지 교훈과 의미를 남겼기 때문에 딱히 부족한 곳을 찾기 힘들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더더욱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것이 미국을 만든 힘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게 미국의 또 다른 힘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한 편으로는 부럽고 한 편으로는 우리도 과연 이런 언론사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방지나 인터넷 신문, 인지도가 약한 경우는 빼고 메이저급의 주요 일간지 중에서 회사 존립 자체를 걸고 기사 하나에 승부를 던질 만한 용기, 무엇보다 사주(사장)가 그런 베팅을 할 수 있는 용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더 큰데 워싱턴 포스트의 이야기도 사주(최대주주)의 결단력이 의외로 중심축 역할을 했고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기에 이건 언론인과 언론사 보다는 언론사를 소유한 사람의 기업가 정신과 기업 운영의 철학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더군다나 자기 눈 앞에서 경쟁사이자 동료인 뉴욕 타임즈가 어떤 일에 처하게 되는지를 목격했기 때문에 사주 입장에서는 더더욱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기업 위기와 난관에 봉착할 때 사주가 갖고 있는 기업 철학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고 그게 또 매우 중요하다는 걸 영화의 숨겨진 메세지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신문사처럼 마지막에 승부수 한 방을 띄운다. 마지막 장면이 바로 그것인데 어느 건물의 경비원이 도둑이 든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신고하는 걸로 마무리 되며 장거리 풀샷으로 건물 내부에 칩입한 여러 명의 침입자 모습을 보여주며 아무 설명 없이 끝낸다. 물론 중간 중간 닉슨 대통령이 통화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암시하지만 영화는 워싱턴 포스트지가 또 한 번 이루어낸 큰 사건, "워터게이트 사건"을 마지막 엔딩으로 활용했다.
워터케이트 사건 (도청) 자체는 사실 별로 파장이 크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단독 보도 했지만 그 건물의 민주당 사무실에는 별 문건도 없었고 중요한 정보도 없었다. 단지 경찰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침입자 중 일부가 전직 CIA 요원이고 그들 수첩에서 최고위층 연락처가 나와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는데 워터케이트 사건 자체가 터졌을 때 닉슨이 재선에 당선된 것처럼 닉슨의 재선 도전에도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바로 당시 사건이다. 구석 지면으로 넘어가 간당 간당 보도가 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다른 언론사는 건질 게 없어 발을 뺐고 유일하게 워싱턴 포스트만 계속 관련 보도를 했지만 그 때까지는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어 가짜 뉴스로 지목 당해 따돌림 당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후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백악관의 도청 이야기가 나왔고 백악관의 대화는 모두 녹음이 된다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뜻하지 않은 전개를 맞는데 대화 녹음이 공개되고 도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때서야 결국 사건이 크게 확장, 결국 탄핵 직전까지 몰린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걸로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우고 쫒겨나는 엄청난 사건이 된다. 결국 초기에 있었던 그 침입 사건으로 (민주당 사무실이 있었던 곳이 워터게이트 호텔) 워터게이트 사건이라 불리우게 되었는데 "더 포스트"에서 닉슨 대통령에게 압박을 받던 워싱턴 포스트지가 결과적으로 닉슨에게 제대로 복수하고 심지어 백악관에서 쫒아내는 계기까지 만든 장본인이라 영화의 마무리 장면으로 멋지게 활용된 부분이다.
국내에서 워싱턴 포스트를 직접 대면하기는 힘들어도 워싱턴 포스트의 간접 대면은 가능하다. 주간지 중 뉴스위크를 한동안 꾸준히 본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워싱턴 포스트보다 뉴스위크 잡지가 더 인지도가 높다. 한국판이 따로 없는 워싱턴 포스트와 달리 뉴스위크는 한국판이 따로 있기 때문, 뉴스위크는 워싱턴 포스트의 자매지로 한국판은 중앙일보에서 담당하고 있다.
일반적인 취재가 아닌 기획취재, 탐사보도라는 말을 낳게 만든 것이 "스포트라이트", 더 포스트 영화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영화로 더 포스트는 대통령과 맞선 실제 사건이라면 스포트라이트는 카톨릭이라는 종교와 맞선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다, 얼핏 보면 더 포스트의 대통령이 더 거물처럼 보이지만 그건 미국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 종교는 세계적이면서 신도가 곧 신문 구독자이기 때문에 이야기 급이 다르다. 더 포스트가 인간계 지도자와의 싸움이라면 스포트라이트는 사실상 천상계와의 싸움이라 정말로 거대한 거물이 된다. 더군다나 이들이 위치한 보스턴 지역은 카톨릭 신자 비율이 높고 종교색이 강한 곳으로 범죄와 묶어 종교와 맞선다는 건 사실상 자살 행위, 그럼에도 언론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두 영화에 같은 각본가가 들어갔다는 공통점 말고 재미있는 건 "더 포스트"에서 톰 행크스가 맡은 편집장의 이야기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더 포스트"에 해당하는 펜타곤 페이퍼 사건 당시 대학생으로 아버지와 동료 분들의 회의가 집에 있을 때 자주 동석해 도와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아들 역시 나중에 기자가 되어 신문사에 재직하게 되는데 그가 다녔던 곳이 바로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였고 "스포트라이트" 영화에서의 카톨릭 사제 성추행 사건 역시 그가 있을 때 다루었던 사건이다. 심지어 그 아들은 이 스포트라이트 영화에도 역할이 등장하는데 바로 아래 사진 속 가장 우측에 혼자 서 있는 "흰색 머리" 아저씨다, 편집장과 탐사보도팀장 사이의 중간 직급으로 (편집주간) 아버지는 더 포스트에서 메인 역할 (주인공) 아들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보고를 받는 상급자로서 등장하게 된다.
스포트라이트 역시 평점은 굉장히 높은 편으로 더 포스트 보다 더 높은 점수대를 받고 있다. 두 영화가 받은 상 역시 스포트라이트와 더 포스트는 차이가 있는데 더 포스트는 비평가들이 주는 상을 받은 반면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시상을 받았을 정도로 더 큰 인정을 받았다. 심지어 영화 속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카톨릭(교황청)에서도 좋은 평가를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로 영화 안과 밖의 모든 대상들에게 두루 좋은 평을 받은 인생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 평가와 영화 출연자들의 상 외 실제 인물(기자) 수상에도 차이가 있다."더 포스트"의 기자들은 해당 보도로 특별한 상을 따로 받지 않았지만 "스포트라이트"의 영화 속 기자들은 해당 보도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탐사 보도만의 능력이 더 많이 발휘한 역량 차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기자 정신과 언론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조금 더 한 발짝 다가가 심도 있게 다루었다고도 볼 수 있다.
탐사보도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얼마큼 힘들며 어떤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지를 보여준 영화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공중파 방송 중 추적 60분, 피디수첩(PD수첩)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다루는 소재가 워낙 민감하고 또 그게 성직자에 관한 범죄라 해당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심적 고통이 클 수 있는데 성적 유린을 자행하여 고발 당한 성직자만 250여명, 피해자는 천 명이 넘을 정도라는 사실은 (이게 보스턴에 한정된 숫자) 영화 메인 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최근 교황청에서 수녀원 한 곳을 폐쇄한 사실과 일부 수녀가 성노예로 고통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사과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그래도 어른들간의 이야기, 영화가 다룬 건 "아동 피해"라 본질이 많이 다르다. 영화 속 사건의 계기가 된 게오건 사건의 게오건 신부는 해당 사건으로는 처벌을 받지 않아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다른 아동 추행 사건으로 수감이 되었고 결국 교도소 안에서 다른 재소자에게 피살되어 사망하게 된다. 끝내 하늘의 노여움을 사서 인생의 끝을 비참하게 마무리 한 경우다. 신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주요 일간지, 방송사에서 "끝까지 판다"라는 형식으로 탐사 보도 형태의 취재나 깊이 있는 보도가 많아졌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 탄핵과 그 과정의 언론사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국민들도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는데 아직은 우리에게 "더 포스트" 혹은 "스포트라이트"에 등장하는 언론사 보다는 국내 영화 "내부자들"의 언론사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에 아군 보다는 적군 이미지가 있다.
여론을 조작하고 잘못된 여론을 조성하는 역할로 오히려 언론사가 주요 범인이 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 과거 총과 칼에 대응해 펜으로 싸운다는 기자 정신은 많이 사라지고 "기레기"라는 말이 대중적인 언어가 될 정도로 저급한 이미지가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두 영화와 달리 우리나라의 언론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민망함이 더 크다. 그래서 우리나라 관객들이 더 관심 있게 보고 이게 진정한 언론사라고 치켜 세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청소년 시절부터 신문을 구독하고 탐독하며 정독했던 나로서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의 문제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진보, 보수 상관 없이 고르게 보고 되도록 양 쪽 의견을 다 듣고 보려고 노력한다. 방송도 마찬가지,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이 구분되는 방송을 모두 보는데 내가 원하는 한 쪽만 보면 오히려 편견과 선입견, 잘못된 사고 방식을 갖기 쉽다. 학창 시절 선생님도 신문은 반드시 성향이 다른 양 쪽 포지션의 신문을 모두 봐야 한다고 했고 거기서 같은 공통점은 그대로 보되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만 따로 떼어내 분석해 보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것이 정 어렵다면 중도에 가까운 다른 신문, 정치색이나 색깔론과 상관 없는 다른 중간 성격의 신문을 보고 같은 이슈를 떼어 그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삼인삼색처럼 진보, 중도, 보수 모두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 했는데 요즘 느끼는 건 제대로 된 진보지가 없고 제대로 된 보수지가 없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중간의 중도 성향 신문들마저도 급이 많이 떨어진 걸 느낀다. 사설이나 칼럼 수준 자체가 예전 같지 않다.
방송도 마찬가지, 요즘 가장 많이 보는 건 오히려 EBS (다큐 등) 방송이다. 아님 그냥 예능만 골라 보고 뉴스는 골고루 보되 꼭 선택해야 한다면 그나마 연합TV나 YTN을 보는데 이것도 최대한 오피니언은 거르고 팩트만 있는 기본 뉴스만 골라 보는 편이라 새겨 듣는 것 보다는 걸러 들어야 하는 게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 다수가 아직까지 참된 언론인 보다는 기레기로 바라보는 관점이 더 크기 때문에 여러가지 아쉬움이 큰데 아직 내 눈에는 기자 정신이 투철한 참된 언론인이 더 많아 보이지만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무조건 매도하는 성향이 점점 짙어져 우리나라에서 기자 생활하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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