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이 멈추는 그 날까지 사냥은 계속 된다 - 모털 엔진 (Mortal Eng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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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엔진이 멈추는 그 날까지 사냥은 계속 된다 - 모털 엔진 (Mortal Engines)

by 깨알석사 2019.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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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자동차 영화 같다, 마치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제목에 엔진이 들어가니 자동차와 연관된 레이싱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엔진과 이 엔진의 의미가 다르다는 걸 안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한다. 엄청난 규모의 도시가 자동차처럼 통째로 움직인다는 그 컨셉 자체도 놀랍지만 그 도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도시나 마을을 사냥해 도시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 동안 접하지 못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래 세계의 모습이라 흥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영화는 4부로 이어지는 견인 도시 연대기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그 중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모털 엔진, 멈추면 모든 것이 끝장나는 계속 움직여야 사는 도시 사냥에 대한 영화다. 2부 사냥꾼의 현상금, 3부 악마의 무기, 4부 황혼의 들판으로 모두 이어지는 스토리지만 도입부 역할을 하는 1부 모털 엔진만 가지고도 하나의 훌륭한 완성작이 된다.

모털 엔진이라는 말이 흔한 용어는 아니라서 책과 영화의 제목이 뜻하는 걸 바로 캐치하기 어려운데 엔진의 기본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니라서 고차원적인 해석이나 다른 별도의 해석이 있어야 하는 제목은 아니다. 단순 번역을 하면 치명적인 결말을 갖는 엔진 정도라 할 수 있는데 보통의 내연기관, 우리가 잘 아는 자동차, 배, 비행기 등의 엔진은 기름(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을 넣어야 움직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엔진(내연기관) 자체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그 엔진은 가동을 위해 다른 에너지(기름)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 기름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한 번 가동으로 추가 에너지 투입 없이 움직인다는 현대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영구 기관과 달리 일반 상식의 모든 엔진은 외부 에너지를 가지고 동력 자원으로 활용하며 그 힘을 다른 형태로 바꾸어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사람이 밥 없이 살 수 없는 것처럼 엔진은 동력에 필요한 에너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영화에는 도시가 도시를 사냥하는 사냥꾼, 즉 견인 도시들이 있고 이들과 대척하며 반대로 사냥을 하지 않고 정착해 고대인(바로 오늘 날의 우리)들이 했던 것처럼 해야 한다는 반 견인 도시 연맹이 등장하는데 모털 엔진은 견인 도시들의 삶에 대한 방식, 그들의 삶과 생명 유지에 관한 형태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제목이 뜻하는 건 도시가 움직인다는 전제에서 그 도시는 곧 하나의 엔진이기도 한데 그 엔진이 계속 움직이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그게 일반적인 기름이 아닌 다른 엔진(다른 도시)이라는 상황 자체가 이 엔진의 치명적인 운명을 뜻한다. 휘발유(가솔린 엔진)가 없으면 경유(디젤 엔진), 경유가 없으면 석탄(증기 엔진)식으로 동력 자원이 바뀌면 (구하지 못하면) 엔진 형태를 바꿀 수 있고 또 그 바뀐 엔진으로 다시 똑같은 구동력을 가질 수 있어 엔진의 범위는 활용 및 유지가 가능하지만, 영화와 책의 상황은 엔진이 엔진을 먹는 방식이라 (도시가 도시를 먹는) 결국 언젠가는 먹고 먹히면서 더 이상 먹을 엔진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엔진이 움직인다면 마지막 단 하나의 엔진(도시)이 남았을 때 더 이상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결국 당장은 생존을 위해 계속 도시가 도시를 사냥하지만 결국 그 운명은 유지될 수 없는 게임이고 파멸과 종말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원작이 되는 소설에서도 모털 엔진이 의미하는 건 종말, 파멸이며 언젠가는 멈출 수 밖에 없는 엔진의 숙명을 의미한다고 둘러 표현했다. 자동차가 기름을 먹지 않고 자동차가 자동차를 먹어야만 산다는 논리에서, 자동차 수는 한정되어 있다면 결국 자동차라는 건 종말을 맞게 된다. 이게 영화에서 엔진=도시=사람들의 생존지이기 때문에 사냥을 하며 이주해야 하는 견인 도시들에게는 치명적인 생존 방식, 모털 엔진이 될 수 밖에 없다.

영화는 SF 판타지를 충실히 따른다. 특히 배경은 과거지만 기술력은 미래 수준을 의미하는 스팀펑크(디젤펑크)나 아예 미래 사회를 그린 사이버펑크에서 흔히 보이는 요소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 배경은 과거 이면서 기술은 지금 현재보다 진보한 미래의 기술 사회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장르를 평소에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일본 판타지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관심이 갈 만한 영화라 할 수 있는데 영화 배경이나 느낌, 분위기가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현실판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보면서 일본 애니가 연상 되었는데 언급한 두 애니 말고도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 999처럼 미래 기술인 건 맞지만 배경에 증기 기관차가 나온다거나 19세기 배경을 담고 있는 이런 분위기를 갖고 있어 SF 판타지에 굶주렸다면 이 영화가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도시가 도시를 사냥한다는 방식은 영화 매드맥스의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배경은 과거지만 기술력이 미래 수준이라거나 반대로 배경은 미래인데 기술력은 현대와 비슷하거나 약간 진보한 수준의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라 공각기동대, 트론, 토탈리콜,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닌자거북이, 제5원소, 채피, 마이너리티 리포트, 설국열차, 씬 시티, 퍼시픽 림, 트랜스포머, 로보캅 등을 재미있게 (관심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이들과 묶일 수 있는 경우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 할 것 같다. 이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영화, 애니들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 과거, 현재, 미래의 도시 모습과 기술을 섞어 표현한 영화들이다. 너무 먼 미래도 아니고 너무 먼 과거도 아닌 딱 현재의 관점에서 약간 이전의 과거, 약간 이후의 미래를 담고 있는 경우들이다.

대체로 미래는 홀로그램,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사이보그, 복제인간 등이 등장하는데 미래를 그린 모습을 보면 우리는 밝은 분위기와 어두운 분위기의 양면성을 가진 미래를 거의 주로 보게 된다. 전부는 아니지만 과거만 배경이고 현대적 기술이 통용되는 경우라면 희망 섞인 미래를 담아 밝게 표현하는 반면 배경까지 미래면 어둡고 침울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가 이미 경험을 했고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이 남은 과거 배경의 미래물에는 판타지에 맞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더 많은 반면 오리지널 미래 배경이 되면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하기 때문에 삭막한 미래와 연관지어 어둡게 표현하거나 그렇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아날로그 시대는 무언가 편안하고 감정적인 반면 디지털 시대는 삭막하고 차갑고 냉혈적인 사회 일 것 같은 느낌 말이다. 

도시가 도시를 사냥한다? 영화를 직접 보지 않고서는 상상 만으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도시가 움직인다는 점 자체도 상상 범위를 넘지만 그 도시가 하나의 생물처럼 다른 도시들을 사냥하고 흡수 한다는 것 역시 평범함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이 상상의 나래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곧바로 공상의 세계로 들어가 빠져 버린다. 거대한 도시가 움직이면서 작은 도시를 삼키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면 도시가 도시를 사냥한다는 건 이해 불가가 아니라 새로운 판타지 세계관의 확장이다. 

미래 국가의 모습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기업국가, 도시국가다. 하나의 지구에서 하나의 국가가 되는 연방국가 모습도 있지만 반대로 기술 발달과 환경의 변화로 되려 국가가 잘게 더 쪼개져서 도시 자체가 하나의 국가가 되기도 하는데 미래의 도시 국가를 가지고 움직이는 사냥 도시 기지로 설정했다는 것 자체는 역대 최고의 발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인 스토리 줄기를 가지고 있다.

지하도시, 해저도시, 하늘도시(공중도시), 우주도시(위성도시) 콜로니(식민지)에 대한 건 많았어도 엔진으로 움직이는 도시라는 개념은 아직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도시 형태인데 지하, 해저, 하늘, 우주, 위성, 공중, 식민 등 대부분의 도시 형태는 스토리를 타인에게 설명할 때 별 문제가 없으나 이 이동 도시는 이동의 목적이 "사냥"이기 때문에 모털 엔진 스토리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첫 걸음부터 난관에 부딪힐 정도로 상당히 도발적이면서 낯선 도시 형태다. 누군가 영화나 책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는 대략 스토리는 이해해도 도시가 도시를 사냥한다는 개념을 머리 속에 그리기 어렵다. 그 만큼 독창적인 소재인 건 분명하다.

거대한 도시는 작은 도시 혹은 마을(타운)을 사냥한다. 도망가는 마을과 쫒는 도시

중반까지 가면 영화의 스토리가 마치 과거 약소국, 강대국의 관계를 말하는 것 같고 실제로 사냥꾼으로 등장하는 도시는 런던, 약탈 당하는 건 아시아와 아프리카 쪽이기 때문에 과거 식민지 제국시대를 연상케 하는 것도 있다. 아시아를 대상으로 약탈과 침략을 일삼던 유럽, 특히 그 중에서도 영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 마치 대항해 시대의 영국과 유럽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미래마저도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나 러시아(소련)의 주요 도시가 아닌 영국의 런던이 약탈 도시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정말로 그런 배경과 문화를 담고 있을지도..

터미네이터 느낌의 슈라이크, 마지막에 딸(?)을 위해 런던 엔진과 싸울 줄 알았으나 중간에 허무하게 죽어 아쉽던 캐릭터다. 책과 달리 영화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다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앞뒤 잘라 급하게 설정된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영화로 먼저 접했거나 영화만 본 사람에게는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등장해 여주를 죽이겠다고 하니 스토리의 개연성을 잡아 먹은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중에는 이 슈라이크가 왜 영화에 꼭 나와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 정도로 책에서는 나름 비중이 있고 중요할지 몰라도 영화에서는 오히려 스토리를 분산 시킨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미래 배경이 밝으면 희망, 미래의 배경과 모습이 어둡다면 절망을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망망대해를 걷고 있는 거미(도시), 상상의 끝은 없다

만리장성 느낌 나는 방어벽, 실제로 벽 뒤에 반 견인 도시 주요 인물은 몽골군 복장이거나 스님이다.

하늘에 떠 있는 하늘도시(공중도시)

보통 여주는 남주의 상대 역할이 전부이고 설정 자체가 남자 상대역 없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면 주도적인 주인공이라 해도 남주에게 밀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모털 엔진의 여주는 원탑으로 등장하며 남주는 단순 상대역에 지나지 않는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 중 여자들도 마찬가지, 이야기 전개의 상당 부분에서 여자 캐릭터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인 것도 이 영화의 특징

생각보다 시시한 미래는 21세기였다, 우리는 20세기에 있을 때 21세기에 대한 동경이 무척 컸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미래에는 (그게 내가 어른이 될 때) 자동차는 다 호버링이 되고 열차는 모두 자기부상열차이며 밥 대신 캡슐 알약을 먹고 모든 집에는 로봇 가정부가 있으며 홀로그램으로 통화하며 손목 컴퓨터로 모든 걸 제어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예전 1970~1990년대 영화에서는 미래라는 시간대를 2022년, 2050년 식으로 2000년 이후는 최첨단 미래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정작 21세기가 되고 나서 바뀐 건 약간의 변화가 전부다. 

은행을 갈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면 서비스를 위해서는 은행을 가야 하고 로봇이 집에 있기는 하지만 단순 청소를 하는 로봇 청소기일 뿐이며 그 마저도 필수품이 되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은 10년차를 넘어서며 이제야 정보통신 혁명이 조금 일어 났지만 여전히 주요 기능으로 쓰는 건 "게임"과 "전화" "문자" "TV"로 기존의 게임기, 전화기, 미니TV의 범주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단지 예전에는 각각 따로 쓰던 것을 이제는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정도인데 가만히 보면 19세기와 20세기 꿈꾸던 21세기의 모습은 생각보다, 기대했던 것 보다 시시한 미래라 할 수 있다. 분명 혁신적이 모습으로 발전 했지만 우리가 꿈꾸던 미래의 모습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과거에는 그래서 21세기 (2000년대 이후 우리 모습) 모습에 대해 다루면 그 자체로 인기가 좋았고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21세기가 되고 21세기에 살아가게 되자 그동안 꿈꾸던 미래의 모습과 공상 속의 미래 모습의 갭 차이가 상당함을 알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여전히 21세기 첨단 미래 모습, 혹은 22세기 이후 더 먼 미래의 모습을 보여줘도 감흥이 예전 같지 않는 것도 있다. 2100년이나 2200년이나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라는 느낌마저 드는데 우리가 꿈꾸던 21세기에서 이미 그게 쉽게 일어나거나 생기지 않는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일 수 있다. 수 십년이나 수 백년은 의미가 없고 천 단위로 나가 천년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는 이상은 예전처럼 무조건 미래상을 담았다고 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지는 않다. (참고로 모털 엔진은 지금보다 3천년 뒤의 미래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는 책의 인기와 달리 제작비 약 1억 달러를 들여, 전세계 대상 흥행 수입으로 약 7천만 달러를 벌었다, 흥행은 커녕 제작비의 70% 정도만 겨우 건지고 3천만 달러 규모의 손해를 봤다. 책을 먼저 보고 영화화를 기다렸던 사람도 많고 스토리 자체가 갖는 힘이 워낙 강해 상당한 흥행을 기대 했지만 본전도 못 뽑고 망한 영화로 기록 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흥행 성적 만큼 당연히 평도 그렇게 좋지 않은데 책의 내용을 한 두 시간 제한 된 영상에 담아야 하고 그러다보면 전개에 필요한 여러가지 설명과 장치가 빠질 수 밖에 없어 책을 먼저 접한 사람이나 영화로 처음 만난 사람이나 어느 쪽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고 도시가 도시를 사냥하는 몇 장면을 필두로 눈요기 영화로 전락하게 된다.

다음 영화 기준 일반인 6점대, 전문가 5점대로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실 이건 내 점수도 크게 다르진 않는데 분명 스토리 자체는 재미있고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건 맞지만 앞뒤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점, 불필요한 장면이 오히려 더 많았다는 점, 뒤로 갈수록 약간 배가 산으로 간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획기적인 컨셉에 기대가 컸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약간의 지루함이 생긴다는 걸 부정하기 힘들다. 시작은 A급인데 뒤로 가면 B급 영화 같다는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까. 후반으로 가면 긴장감과 흥미가 더 높아져야 하는데 반대로 처음에는 상당히 좋았다가 뒤로 갈수록 힘과 맥이 빠지는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 뭔가 보여주려다 만 기분이랄까.

내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 수준으로 내용만 보면 8점 (우) 이상이 되야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영상을 보니 스토리가 아까워 그나마 7점, 각색된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좀 크다. 책의 경우 독자들 반응이나 감상평이 상당히 높고 좋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원작이 훌륭하고 좋은 평을 받았음에도 그걸 영상화 한 영화는 악평을 받았다는 건 좋은 재료를 두고도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지 못한 것과 같아 이럴 바에 그냥 책(소설)으로 남겨 두는 게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라는 생각에 볼거리라도 제공했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있지만 처음부터 모털 엔진은 영화가 아니라 TV 드라마, 워킹데드나 왕좌의 게임과 같은 대작 형태의 드라마로 만들어졌어야 한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니 더 간절해 진다. 영상미의 문제 보다는 원작의 스토리를 너무 가위질 하다보니 원작이 갖는 힘과 흥미를 전혀 표현하지 못 했다는 점이 더 큰데 2시간 짜리 영화 하나로 끝날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2시간 짜리 16부작으로 만든 것과 2시간 짜리 단 편으로 만든 건 아무래도 같은 내용의 줄거리라 해도 담고 있는 내용의 세계관이 방대하고 가지가 많다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영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미드와 같은 연작 드라마로 나왔어야 하는 생각이 더 든다. 만약 그랬다면 워킹데드나 왕좌의 게임 수준으로 인기를 받았을 것 같은데 이후라도 모털 엔진은 드라마로 다시 제작되어 가위질 없는 원래 이야기에 추가된 이야기까지 더해져 새로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엔진과 모터가 없는 것이 미래의 모습일 줄 알았는데 영화처럼 3천년 뒤에도 엔진과 모터가 사용되고 있다면 그것 만큼 불행한 것도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불과 100년도 체 안되게 엔진이라는 동력 장치를 쓰고 있고 이마저도 전기차나 수소차로 대체 되면서 엔진 없는 세상, 내연 기관 없는 세상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모터 역시 바퀴가 없거나 회전체가 없다면 굳이 쓸 이유가 없어 전자기력 등을 이용 이동수단 자체가 비행기처럼 날아다니는 형태라면 의미가 없는데 점차 사라져가는 엔진과 모터가 수 천년 뒤 미래에 보편적인 동력 수단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면 그 세계는 안 봐도 뻔할 정도로 암울한 미래가 된다. 마치 우리가 더 이상 소나 말이 끄는 우마차를 거의 쓰지 않는 것처럼 다시 우마차를 쓴다면 기술이나 에너지 자원의 고갈을 의미할텐데 더 나은 미래가 아닌 지금 보다 못 한 미래를 보는 건 항상 뒷맛이 찜찜하다.  

모털 엔진을 보고 뜬금없이 든 생각은 만약 이게 어느 정도 실제로 벌어지게 된다면 항공모함과 같은 거대 선박도시가 출현할 것 같고 해적단(해적선박도시)을 피해 계속 움직이며 살아가는 모습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핵이나 전쟁으로 인한 문제 보다는 해수면 상승과 화산, 지진 등의 지형 변화, 우주 암석 충돌 등의 환경적 원인이 오히려 더 작용해 육지가 아닌 바다가 지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럴 때는 이미 건조된 대형 선박이나 항공모함 몇 개가 지구에서 살아 남은 일부 사람들의 도시가 될 것이고 아래처럼 해양기지를 건설해 해양도시를 만들어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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