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평이어도 괜찮아 - 어쌔신 더 비기닝 (American Assassin) / 테러소탕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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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악평이어도 괜찮아 - 어쌔신 더 비기닝 (American Assassin) / 테러소탕작전

by 깨알석사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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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더 비기닝은 첩보 영화다, 사랑하는 연인을 테러범들에게 잃게 되는 CIA 요원이 주인공이며 러시아와 중동, 터키 등의 배경, 그리고 핵무기가 등장한다. 핵무기를 가지고 핵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이란 정부의 일부 세력과 해군 및 CIA에서 활동하던 배신한 자국 첩보요원이 악의 축으로 중심축을 이루며 주인공과 대결한다는 뻔하고 진부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여전히 먹힐 수 밖에 없는 아이템의 액션 영화다. 

국내에서는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 하였고 세계적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였다. 공식적으로는 흥행 실패, 또 대부분의 주요 영화평가 사이트와 관객들의 평점 역시 후하진 못했다. 사실상의 킬링타임용 수준으로 평가 받는데 나 역시 그 부분에서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그렇다고 엉망진창은 아니고 나름 볼거리도 있고 몰입감도 있다. 

영화 제목인 어쌔신은 암살자를 의미한다. 뒤에 붙는 더 비기닝은 시작, 발단, 처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영화를 처음 기획하고 만들 때 성공을 나름 확신하고 시리즈로 계획 하였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었다고도 하지만 원제는 아메리칸 어쌔신으로 그 설명과 크게 맞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영화 외적인 이유로 그런 제목이 붙었다기 보다는 영화 내적인 이유, 즉 줄거리 자체에서 그런 제목을 국내 배급사가 바꿔 붙였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평범했던 사람이 최고의 어쌔신으로 변한다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인데 그 시작과 발단이 영화 전반을 이끌고 주인공의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첫 장면이 없으면 영화 자체가 없는 이야기다)

CIA에 포섭되고 스카웃 되는 이유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이 사람만의 고집과 심리 때문인데, 그것이 바로 더 비기닝, 다른이의 시작, 발단이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가상증강훈련을 할 때 바로 그 부분이 가장 확실하게 표현되는 것처럼 첩보요원이 되고자 하는 단순한 목적과 지구의 모든 해충을 없애기 위한 목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거대한 미로에 갇혀 탈출해야 했던 영화, 메이즈 러너의 딜런 오브라이언이 이 영화의 주연이며 나에게는 아직도 배트맨으로 기억되는 마이클 키튼이 공동 주연이다. 주인공이 자력으로 성장하여 나중에 스카웃 되었기에 스승과 제자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는 CIA 비밀 훈련소에서 교관과 교육생으로 만나 훈련 중 갑작스럽게 작전 임무를 수행하기에 둘의 관계는 사제지간이기도 하고 파트너이기도 하다. 

배우만 보면 흥행을 쉽게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다. 화면 연출력이나 배경도 우리가 익히 봤던 대작 스타일이다. 다만 그 액션의 강도가 다소 밋밋하고 자동차 추격 장면 등의 활약이 기존의 액션 영화보다 못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스토리 개연성에 대해 말이 참 많은 영화인데 그 부분에 있어 나 역시 어느 정도 공감이 갈 정도로 주인공 주변과 심리에 미치는 환경, 배경이 다소 뒤떨어지는 것도 흥행 실패의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배우들을 쓰고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결국 그런 점이 흥행에 걸림돌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해변에서 연인에게 프로포즈를 한 주인공은 서로의 사랑과 믿음을 확인한다. 기쁜 마음에 축하주를 가지러 잠시 연인과 헤어지게 되는데 이 때 갑작스럽게 테러범들이 등장해 해변의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한다. 해변의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구잡이식 난사를 했던 테러범들에 의해 주인공은 결국 약혼녀를 잃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은 무차별적인 테러를 저지른 테러조직에 대한 복수심을 키운다. 

영화의 첫 장면이자 시작인 스토리상의 더 비기닝을 보면 딱히 스토리의 개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프로포즈를 했고 그녀는 기쁘게 그의 정식 고백을 받아 주었다. 더할 것 없는 행복함에 빠진 그 순간, 몇 초도 안되어 눈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으니 눈이 돌아가는 건 당연한 법, 무엇보다 해변의 그녀가 겁을 먹고 가장 먼저 찾은 건 당연히 주인공이었고 주인공은 그녀에게 달려가지만 약혼녀는 주인공 바로 앞에서 끝내 죽는다. 그것도 주인공 눈 앞에서 테러범은 확인사살까지 한다. 인생 최고의 기쁨, 행복이 인생 최악의 불행, 분노가 되는 순간이다.

완벽한 살인요원의 새로운 탄생이라는 포스터 문구가 바로 이 영화가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반증하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 완벽함이 첩보요원의 스킬, 능력을 말하는 것이라 하겠지만 영화 속 주인공의 그 완벽함은 첫 해변 장면에서 시작 되었고 그걸로 이미, 또 대부분 완성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요원과 다르다고 CIA가 판단한 것도, CIA 간부들이 그를 처음 스카웃 하기를 주저한 것도, 반대로 그가 겪은 훈련의 대부분도 스킬이나 능력에 대한 훈련보다 심리와 정신에 대한 훈련이 더 많았다는 것도 (마이클 키튼에게 훈련을 시킨 이유도) 그런 이유다. 

주인공이 CIA에 들어가게 된 것도 "모집"이 아닌 "스카웃"이라는 점 역시 그가 이미 어느 단계는 자생적으로 완성된 상태임을 말하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그게 정말 가능한가에 대한 첫 번째 의심과 의아함이 생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모두 한 번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반복한다. 부모, 자식의 사랑과 연인과의 사랑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건 그 사랑이라는 실체가 연인의 경우 순간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존재의 의미가 없는 불필요한 것이 될 수 있고 그게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인을 바로 눈 앞에서 잃은 슬픔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를 잃은 사람의 복수와 여자친구를 잃은 사람의 복수, 아내를 잃은 사람의 복수는 분명 차이가 있다. 부모의 원수는 평생 가고 심지어 대를 이어 가기도 하는 반면에 아내의 원수는 그 세대나 남편 당사자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고 "여친"이라는 연인이라는 사이에서는 그 강도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와 아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과 여자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건 바라보기에 따라 개연성의 차이가 매우 큰 건 분명하다.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이 연인과의 사랑이 더 크게 작용되는 것도 있다, 현실에서도 결혼 반대, 교제 반대 등으로 삶을 방향을 틀거나 완전 다르게 바꾸거나 경우에 따라 삶 자체를 비관하여 삶을 내던지기도 하지만 그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 그것에 대한 공감을 얼마냐 하느냐에 대한 것이 문제다. 내 부모, 내 자녀와는 헤어질 수 있는 개념이 아니지만 여자친구는 헤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고 며칠 전만 해도 알콩달콩하다가도 며칠 후에는 완전 남남이 될 수 있는 것이 애인 사이다, 가족에 대한 복수는 타당성이 매우 높지만 친구(여자친구)에 대한 복수는 현실에서 크게 작용하기 어려운 법, 그것도 전 세계 테러조직을 상대로 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동네 조직폭력배들을 상대로 복수하는 것도 어려운 마당에 미국 CIA도 못하는 걸 개인 혼자서 한다? 결국 비기닝이 상당히 부실해 질 수 밖에 없다. 

영화는 그래서 그런 부자연스러운 걸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주인공 부모는 그가 어릴 적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셨다고 하고 사실상의 고아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고백이 성공하자 약혼이라 보여준다. 술을 가지러 간 것도 약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럴거라면 멋진 레스토랑에서 조금 더 멋있게 해야하지 않을까..) 물 속에서 놀다가 반지 주면서 이제 약혼한거다 하는 건 아무리 둘만의 약혼이라도 허술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녀는 단순한 여자친구, 걸프랜드가 아니고 이제는 고백을 했고 받아 들였기에 연인 보다는 약혼녀, 결혼식만 하지 않은 아내와 다름 없다라고 얼핏 감정을 부여한다. 여자친구를 위한 복수가 아닌 내 아내를 위한 복수, 유일하게 남은 내 가족에 대한 복수로 개연성을 조금 더 이해시키기 위한 설정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래봤자 여자친구다.

대부분은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주인공과 비슷하게 나가기는 한다, 다만 세계적인 테러범에 대한 복수 보다는 연인을 잃었다는 그 슬픔을 안고 사는 것이 대부분, 테러에 의해 항공기가 폭파 되고 테러에 의해 빌딩이 무너져도 대다수의 피해자 가족들이 그 슬픔을 간직한 체로 살아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특급 암살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는 경우는 드물다, 극히 드물다, 있더라도 동네 양아치들 모조리 제압하는 것조차 버겁다. 국방력을 갖춘 국가나 국가들의 연합도 상대하기 어려운 걸 개인 혼자서 한다는 걸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걸 가능하다고 했기에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물론 상식이 통해야 스토리도 전개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CIA가 나오는 것이고 개인이 하기 어려운 걸 가능하게 CIA가 도와주는 형식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007 본드보다 더 앞서가는, 미션 임파서블 보다 더 강력한 녀석이 주인공이라고 포장하기에는 보는 관객의 시점에 따라 오지랖이 될 수 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범으로 시작하여 그것이 국가전쟁 (이란과 이스라엘), 더 나아가 핵전쟁으로 이야기가 점점 확대되는데 국내 영화 아저씨의 원빈도 이 정도는 커버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든다.

다만 이란 정보부가 등장하고 CIA가 등장하고 핵무기가 등장하다보니 후반에 볼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있고 그게 액션 영화를 볼거리로 즐기는 사람과 스토리로 즐기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끝까지 별로였다와 그래도 끝에 가서는 나름 재미 있었다로 나뉘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난 후자다. 미6함대의 등장이 말로만 설명되고 말로만 등장해서 별 기대 안 했는데 마지막 라스트에서 핵무기가 6함대 전체로 향한다는 설정, 그리고 대부분 핵무기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름답게 해체 되거나 취소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영화는 뭔 생각인지 핵이 진짜로 터진다는 설정은 눈동자를 분명 커지게 만든다. 미해군 6함대의 항공모함과 구축함들이 핵폭발에 휩싸이면서도 살아 남는 장면은 현실감이 없다기 보다 오히려 생동감 있어 짜릿함과 공포감을 일부 느낄 수 있었는데 함대를 덮치는 쓰나미와 바다의 움직임은 이 영화에서 기대하지 못한 부분인 건 명백하다.

영화는 다음영화 기준 전문가 5점대, 일반인 6점대로 역시 좋지 못하다, 원제 만큼이나 아메리칸 솔져 영화의 아메리칸 어쌔신이기에 미국의 힘이 위대하다라는 걸 보여준 국뽕 영화, 심지어 미국의 아주 평범한 대학원생이 빡 돌면 얼마든지 세계 최고의 암살자가 스스로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역시 미국 최고라는 걸 증명한 국뽕 영화라 볼 소지가 무척 많지만 미션 임파서블이나 영국의 007 제임스본드 시리즈나, 미국의 본 시리즈나 대동소이하고 그 부분만 놓고 보면 영화를 만드는 나라의 입장이 당연히 그대로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그게 미국 스스로나 미국을 바라보는 다른 국가 사람이나 어느 정도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도 않아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불편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인지도 높은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의 개연성과 별개로 확장성은 매우 좋았기에 보통 이상도 이하도 아닌 본전치기는 했다고 보는 편인데 내 개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 수우미양가에서 "미"로 딱 보통 수준으로 평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킬링타임용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래도 이런 캐릭터와 배우들로 색다른 재미를 만든 것 자체는 후하게 쳐주고 싶다. 

포스터에서도 등장하는 검은색 옷을 주로 입은 젊은 여인은 터키에 주재하고 있는 현지 CIA 파견요원이다. 그녀가 이중스파이라는 건 반전도 아니고 놀라운 것도 아니지만 그녀가 보여준 이란 정보부의 방향, 그리고 첩보원으로서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적의 적은 내 친구다라는 것이 여기서도 어느 부분 적용되는데 그녀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그녀의 충성심과 자기 희생 정신은 많은 걸 보여준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좋은 목적과 좋은 방향으로 쓰인다면 저런 애국자가 없겠구나 싶고 나쁜 목적과 나쁜 방향으로 쓰인다면 그게 바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 테러범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 했는데 칼도 어디에 쓰냐에 따라 무기가 되고 조리 도구가 되는 것처럼 방향성이 꽤 중요하다는 생각을 나름 해본다.  

크게 기대하고 볼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하고 볼 영화는 아니다. 그래도 눈 한 번 안 떼고 끝까지 다 보게 될 수 밖에 없고 액션감이 다른 대작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웬만한 국내 영화 보다는 낫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추천, 마지막 미 해군 6함대 "주변"에 핵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은 핵이 바다 속에서 터져도 얼마나 치명적이고 무서울 수 있는지 알 수 있어 볼거리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볼거리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뿐, 나름 볼 만한 장면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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