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본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 - 암수살인 (Hidden 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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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경찰의 본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 - 암수살인 (Hidden Crime)

by 깨알석사 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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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를 하는 이 순간, 케이블TV를 켜면 단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화면 하단에 "암수살인" 영화 홍보 및 시청 광고가 뜬다, 극장 개봉 후 손익분기점을 일찍 돌파하고 관객 및 평론가 모두에게 극찬을 받았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에 주말에 시간을 내어 봐야지 미루다 드디어 이번 주말에 찾아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재미있다.

영화는 암수살인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용어 자체가 낯설어서 암수범죄라고 했으면 비슷한 의미가 쓰인 암행, 암암리, 암표 등과 연관지어 모르게 일어나거나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그나마 특정 범죄에 대한 유형이라고 짐작이 가능하지만 암수살인이라 하다보니 암컷, 수컷 성별이 먼저 떠 올라 제목이 의미하는 걸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암수+살인이라는 두 단어의 이 조합은 그대로 쓰면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는 아닌데 애초에 이 말의 뜻 자체가 인지하기 어렵거나 인지하지 못한 중범죄 사실에 대한 걸 수사 용어로서 주로 쓰고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암수살인은 생소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이 말을 꽤 많이 접하고 있다. 한자어로 된 이 말을 우리는 보통 준말로 쓰는데 [암]수+[살]인, 즉 줄여 부르면 암살이다. 어두울 [암], 셈 [수] 라는 뜻의 암수는 뜻 그대로 어떤 수(수치)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통계에서 빠진 경우를 말하는데 투표에서도 실제 투표는 존재했고 발생 했으나 집계는 되지 않고 투표 현황에서 빠지는 경우 그 표를 암수(표)라고 말한다. 더 쉽게 표현하면 수와 관련한 속임수, 어떤 수치에 속임수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속임수를 경찰이든 일반인이든 인지했다면 암수범죄가 되는 것이고 속임수를 인지하지 못 했다면 (계속 속는다면) 범죄 사실 자체가 없던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범죄 자체가 없는 일이 된다.

암표라는 말처럼 실제 존재는 하나 부정하게 쓰인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암수범죄는 범죄는 분명 발생 하였으나 신고나 피해 사실 조차 없고 경찰조차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해 범죄 통계에서 빠진 범죄를 말한다. 이런 암수범죄에서 살인의 경우 한자 그대로 쓰면 어두울 [암], 죽일 [살] 암살이 된다. 다만 우리가 쓰는 암살은 일제시대에 한정해서 많이 생각하기에 현대 범죄와 연관 짓지는 않지만 북한의 남파공작 관련이나 비밀 정보기관 등의 현대 범죄에서는 (스파이) 교통사고나 질병(약물), 재해 사망 등으로 위장하여 암살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경우 단순 사망, 사고 사망으로 처리되지 범죄에 의한 살인으로 보지 않아 이런 것도 암수살인, 암수범죄라 할 수 있다. 

일반 강력범죄와 암수범죄의 가장 큰 차이라면 피해자에 대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형사 사건은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통보하면 경찰은 피해 사실을 규명하고 가해자를 찾아 엄벌하는 구조인데 암수범죄는 피해자가 없고 (모르고) 피해 사실을 알 수 없는 경우다보니 영화처럼 가해자 스스로의 자백이든 누군가의 밀고든 결국 범죄 가해자를 찾더라도 피해자를 찾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범죄 사실을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라 할 수 있다. 가해자(범죄자)를 찾지 못해 미제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피해자를 찾지 못해 미제사건이 (실종사건) 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암수범죄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주인공 형사는 범인을 쫒는게 아니라 피해자들을 찾아 내는게 수사의 전부다. 

※ 암수범죄(暗數犯罪, Hidden Crime)

실제 범죄는 발생하였으나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거나 인지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나 용의자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

영화는 어느 범죄자가 자신이 그동안 저질렀던 암수범죄(살인)에 대한 자백을 다룬 이야기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2012년 11월 10일(토) 방영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869회차 "감옥에서 온 퍼즐 - 살인 리스트의 진실"에서 서 보여준 내용을 영화화로 각색하였다. (해당 방송은 현재도 SBS에서 다시보기/무료시청이 가능하다)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을 축약해 정리하면 유흥업소에서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죄로 15년형을 받은 수감자가 형사에게 편지를 쓴다. 11건의 살인사건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형사에게 자백한 그는 단숨에 사건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렇게 서슴없이 쭉 내려 쓰는 걸 본 형사는 이게 허풍이 아님을 직감한다. 

현재 수감되게 된 1건 (유흥업소 종업원) 외 나머지 실제로 그가 적은 살인 리스트 10건을 보면 아래와 같다. 

1. 30대 여성 살해 후 낙동강 유기 (택시)

2. 동거녀 살해 후 암매장 (사실로 확인 됨)

3. 전주 홍사장 (꽁지) 살해

4. 성인용품 매장 여성 살해

5. 연상동 로터리 20대 여성 살해 (택시)

6. 지인 박모씨 살해 후 광안대교 바다에 버림 (택시)

7. 불특정인 흉기 살해

8. 00 나이트클럽 살인 사건

9. 무시한다는 이유로 택시 손님 살해 (택시)

10. 40대여성 택시 손님 살해 (택시)

그가 특정 형사에게만 편지를 쓰고 만난 이유는 영화와 비슷하다. 마수대에 있던 형사는 정보원을 통해 시신 유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고 그 말을 하고 다닌 자를 만나 식사를 한다. 이후 몇 번 더 만나면서 정보를 얻으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는 그가 답을 회피했다. 그러다 대구의 신모씨를 찾아보라고 하고 이후 자취를 감춘다. 그러다 2010년 유흥업소에서 여종업원 살해로 그는 수감이 되고 그 때 이전에 만났던 형사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이다.

리스트를 검토한 형사는 11건의 리스트에서 2번째로 적은 사건이 그의 실종된 동거녀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가 시신 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답을 회피하며 잠적하기 직전 대구의 신모씨를 찾으라고 했던 그 신모씨가 바로 이 동거녀였다. 그는 당시 동거녀 실종과 관련해 유력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지만 물증이 없어 풀려났었다. 리스트에 적힌 2번째 동거녀 사건에 대해 캐묻기 시작한 형사는 그가 건네 준 약도를 가지고 시신 유기에 썼던 가방과 시신 일부를 찾아내게 된다.

그의 암수살인 자백이 실제로 사실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순간, 그가 모든 것을 부인한다. 명백한 증거 (토막난 사체) 앞에 그는 죽이지 않고 누군가의 부탁으로 시신을 옮겨 묻었을 뿐이라며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발뺌한다. 동거녀 사건은 살인사건이 아닌 실종사건이었기에 제대로 된 물증(살해)이 없었는데 그가 직접 죽였다는 증거가 없다는 걸 이용한 것이다. 그의 자백과 약도에 의해 피해자(동거녀) 시신이 나왔지만 그가 살해 하였다는 물적 증거가 없는 형사는 동거녀 살인사건 실마리를 풀기 위해 그를 집요하게 설득하고 수사한다.

그런 형사에게 그는 동거녀 사건 대신 다른 사건의 단서를 다시 또 던진다. 11건의 사건 중 5건에는 택시라는 공통점이 들어가는데 그가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손님을 죽였다는 걸로 실체화된 동거녀 사건으로부터 화제를 돌리며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그가 적은 10건의 암수범죄(암수살인)가 모두 중요하기에 형사는 그가 던진 다른 사건들의 단서들도 챙기게 되고 그가 다시 건네 준 약도를 가지고 암매장지를 찾아 발굴 작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처럼 그가 이후 던지는 단서들은 형사를 헷갈리게 하고 시간만 소모 시킬 뿐 진전이 없었다. 

* 이후 동거녀 사건으로 추가 범죄 사실이 인정되어 그는 무기징역을 다시 받게 되고 교도소에서 자살한다 *

10건 중에 2번 동거녀 살인만 확인되었고 나머지 9건은 암수범죄로 끝내 풀지 못했다. 영화는 서로 다른 여러가지 상황과 사건을 섞었는데 구토를 한 여성 승객과 시비가 붙어 살해하고 낙동강 근처에 유기했다는 사건(리스트 1번)은 동거녀 사건과 마찬가지로 약도까지 받아 내는데 성공 했으나 발굴 현장은 낙동강 주변이 개발 되면서 이미 본래 모습을 잃은 뒤였다. (영화에서는 묘지 주변 택지 개발로 나오고 발굴도 성공함, 또한 동거녀 유해로 바뀜) 

"아무도 모르게 니 손에 죽은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경찰인 내가 쪽이 팔려서 이라는기다 임마"

영화에서 암수살인이 실제로 있었다고 믿고 끝까지 파헤치는 형사에게 자기 돈 들여서가며 왜 이러냐고 묻자 대답한 말이다. 물론 영화적 요소와 창작(허구) 부분과 만나 돈 많은 형사가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 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단편만 보면 그럴 수 있어도 영화 전반을 쭉 이해하고 캐릭터를 이해했다면 그건 돈 많은 자의 허세나 객기 보다는 경찰 본연의 본분에 충실하는 경찰 그 자체의 본 모습이다. 

실제 사건과 그 풀이 과정에서 의외로 불필요한 캐릭터 구성이 아닐까 싶었는데 범죄자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기 소신과 생각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객관적인 이런 주인공의 뒷배경 필요성은 영화화 되면서 의외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측면이지 않나 싶다. 

이런 경찰들만 있다면 주인공처럼 골프를 치든, 좋은 차를 타든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주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이 경찰로서도 쉽지 않지만 그것이 개인 욕심, 먹고 사는데 지장 없고 문제 없기에 진급이나 실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입장에서 주변 시선 따지지 않겠다는 건 느낌이 다르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의 울림이 생각보다 큰데 그게 경찰이라는 캐릭터로 투영되다 보니 그래! 이거지! 라는 생각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주인공 형사의 재력이라는 배경을 떠나 경찰이라는 캐릭터로만 접근한다면 경찰학교에서 수습 경찰에게 한 번은 꼭 보라고 해야 할 추천 영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경찰이 왜 존재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새겨 준다. 자기 신념이든 소신이든 자기가 쪽 팔리지 않게 하기 위한 행동과 자기가 하는 일(경찰)이 쪽 팔리지 않게 하는 건 많이 다르다. 나와 우리라는 차이처럼 나를 위한 것이라면 (진급이든 실적이든) 그건 자기 만족이고 자기를 위한 길이지만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서라면 그건 경찰은 물론 시민 모두를 만족하는 대의가 될 수 있다. 그걸 의외로 멋지게 잘 표현한 영화다.


우리 사회를 보면 생각보다 많은 쪽 팔린 경찰들이 있다. 녹봉 받는 공무원이라면 그 수준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데 마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찰도 있고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민중의 몽둥이로 자기가 권력자인 줄 아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가 아닌 자기(경찰)를 위해 일하는 경찰들이 많은 것도 사실, 그런 경찰에게 자부심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싶을 때 김윤석이 연기한 이 경찰 캐릭터를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영화 속 암수범죄가 꼭 영화 속 이야기처럼 엄청나거나 극히 드문 건 아니다.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에 너무 많고 꽤 자주 일어난다. 암수범죄라는 것 자체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그대로 묻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살인이 아니어도 다양한 범죄 형태에서 암수범죄는 존재했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실종으로 둔갑한 살인이라면 피해자가 몰래 살해 당한 경우이기에 피해 사실이 드러나기 어렵다, 신고 자체가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어도 신고율이 낮거나 신고를 꺼리는 경우 모두 영화 속 암수살인처럼 형태가 비슷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살아 있어도 신고를 제대로 안하거나 티를 안내면 그대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잊혀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이 이런 암수범죄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수치심에 신고를 못 하거나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하지 않는 유형이 성폭력 범죄고 학교폭력 역시 꽤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피해 학생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무척 많아 피해를 입고도 폭력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다. 가정폭력 역시 마찬가지, 아이들과 배우자를 상대로 한 가정폭력도 심각한 범죄지만 신고율이 무척 낮고 신고가 되어도 가정사라 하여 일반 범죄로 취급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보니 2차 피해가 크다. 

영화를 보고 저런 범죄는 극히 운이 나쁜 사람이거나 영화 속 이야기로만 치부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이런 암수범죄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표면적인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결국 인지수사가 아니면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없다. 광수대와 같이 인지수사를 할 수 있는 경찰부서가 있지만 모든 사건을 담당하기 힘들고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지를 하더라도 결국 피해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있어야 하고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정보 전달이 제대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 본인이든 주변인이든 어떤 식으로 피해 사실이 드러나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인지수사도 논리적으로 보면 결국 신고 없이 (첩보 없이) 불가능하다.

일반인들도 쉽게 당할 수 있는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외 암수범죄가 쉽게 발생하는 건 성매매, 뇌물, 마약, 도박 등이다. 불법이라는 울타리에서 벌어진 2차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 스스로가 신고를 꺼린다, 피해를 당했어도 신고를 한 자신 역시 처벌을 받기 때문에 모른체 하고 넘어가는 경우다, 폭력을 당했어도 성매매 사실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거나 협박과 폭력을 당했어도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피해 신고는 커녕 가해자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3대 폭력을 뺀 이런 경우 죗값을 받았다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분명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 무조건 자기가 자기 무덤을 팠다고 나몰라라 할 수 없다. 억울한 피해는 없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권리는 모두에게 동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암수범죄에서 가장 치졸하고 유치하고 더러운 건 집단 괴롭힘 (왕따) 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폭력이라는 울타리에서는 폭력이라는 사실과 형사적 사건 요소가 분명하기에 실체가 뚜렷하지만 따돌리거나 단순 괴롭힘 (다만 그게 집단적이면 폭력보다 심하다고 볼 수 있음) 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실체를 규명하기 어렵고 피해 사실을 수치화 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응하는게 쉽지 않다. 학교 폭력으로 신고는 할 수 있어도 왕따 사실만으로 신고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집단 괴롭힘의 경우 우리는 극단적인 최후 결말을 많이 접한다, 이럴 때는 거의 접하기 힘든 아파트 옥상 이야기가 꼭 나온다. 가장 치졸하고 유치하고 더러운 형태가 집단 괴롭힘이라고 한 것은 분명 사람이 죽었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암수살인이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명백한 자살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뚜렷하지 않다. 다만 자살하게 된 경위를 보면 가해한 사람과 가해 사실이 어느 정도 나오지만 그것이 실제 죽음에 이르게 했느냐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고 빠져나가기 쉬울 수 밖에 없다. 

영화 속 극단적인 살인마의 이야기가 암수살인의 전부이고 암수범죄의 모습이라 여기기 쉽지만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에도 이런 암수범죄는 늘상 있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암수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몰래"라는 단어가 그 행동에 개입되거나 개입 시킬 수 있는 경우 암수범죄라고 해도 무방할텐데, 몰래 때리거나 몰래 겁을 주거나 몰래 따돌리거나 하는 식도 당연히 모두 암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암수, 암수범죄에 대해 제대로 다루거나 표면화 시킨 영화가 없기에 이 영화가 주는 체크 포인트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여기는데 극악 범죄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고 그 가해자도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걸 이 영화를 보고 알았으면 좋겠다. 

영화는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7점대, 전문가 7점대로 두 영역 모두 같은 점수대를 가졌다. 영화 평점에서 이런 점수대(7점)가 서로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걸 아는 사람은 잘 알텐데 평론가 점수 7점대를 받으면서 일반인에게도 그 이상 받는 경우가 드물고 비슷한 양상을 띄기 어렵다. 일반인이 7점대면 전문가는 보통 5점대가 기본 패턴, 전문가가 7점대라는 고점수대라면 반대로 일반인은 6점대 이하로 역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전문가만 만족한 비대중적인 영화라는 뜻) 

그럼에도 이런 패턴을 보였다면 일반인이 본 시점이나 전문가들이 본 시점이나 크게 다름 없이 영화가 보여주는 그 자체가 그대로 녹아들어 흡수되었다고 봐야 하는데 전달력과 관련된 연출력이나 구성요소, 캐릭터에 대한 부분과 그 캐릭터를 연기한 연기자들에 대한 뒷말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평점 자체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나의 평가 역시 그 선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10점 만점에 8점, 수우미양가에서 "우"로 수준 이상으로 평가하고 싶다. 초반에는 시간의 흐름대로 별 기대 없이 봤지만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흡착되는 수준이 다르다. 아마도 이야기의 뿌리와 줄기라고 할 수 있는 큰 내막이 누군가의 머리 속에서 창작 되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어느 정도 반영하였기 때문에 체감이 완전 다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야기의 큰 중심축이 만들어진 허구의 가상 이야기가 아니다보니 앞 뒤 전개 과정에서 어긋남이 없고 자연스러워 실화가 갖는 힘이 여기서도 크게 발휘한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더라도 누군가가 지어 낸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과 화자가 직접 경험한 경험담을 이야기 할 때의 오싹함이 엄청나게 다른데 바로 그것이 관객이 아닌 구경꾼 (사건 현장의) 일 때의 입장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는 일부 사건 피해자의 유족들이 제기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유족들은 상영 금지 소송을 취하했고 영화는 별 탈 없이 상영 되었다. 영화 속 여러 사건들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일부 쓰다보니 생긴 문제인데 암수살인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밝혀져도 (피해자가 있다고 밝혀져도) 가해자를 찾아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보니 미제사건으로 다시 분류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에서는 길거리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혔다가 계단 아래 버려져 죽임을 당하는 부산의 실제 사건이 나오는데 범인을 찾지 못한 "미제사건"이지 암수살인은 아니다. 피해자도 없어야 암수살인이지 이 경우는 피해자는 있는데 범인을 못 잡은 미제사건일 뿐, 본질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영화적 요소를 위해 부산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섞어서 암수살인 리스트에 차용했다. 상영 반대를 한 유족은 이 사건 유족이다. (부모와 동생)

유족이라고 해서 상영을 모두 반대한 건 아니다. 어머니를 잃은 아들 장면이 영화에 있다. 동거녀 사건으로 나온다. 영화에서는 동거녀 사건과 여러 사건 (리스트 중 택시에서 생긴 사건)을 섞었는데 이 중 상영을 찬성한 쪽은 실제 사건에서 어머니를 잃은 유족이다. (아들) 8년 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인터뷰를 한 것도 이 유족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에서 실제 피해자 유족은 후자이고 상영 금지를 한 유족은 그 사건(범인)과 무관한 전혀 다른 사건으로 영화에서는 모두 범인이 한 걸로 나오지만 실제 이 사건 범인과 연결되는 유족은 어머니를 잃은 유족 뿐이다. 상영 금지 취소를 한 유족측의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유가족이 상영을 원하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암수살인 범죄의 경각심에 대해 취지를 공감한다면서 영화사가 늦게라도 사과한 것에 감사하다고 표현을 했다.

실제 영화 속 범인이 벌인 사건이 아닌 다른 미제사건을 가지고 리스트 속 암수살인의 한 이야기로 넣다보니 엉뚱한 유가족에게 고통을 줄 수 있었던 상황으로 영화사가 미처 능숙하게 대응하지 못한 건 분명하다. A유족은 실제 본인들 이야기로 영화 이야기가 진행되고 또 피해자와 가해자(범인)가 확실하다, 그러나 B유족은 실제 본인들 이야기가 아니고 가해자(범인)가 영화 속 범인이 아니다. A유족은 사건이 사실상 종결된 상황이고 마무리가 되었지만 B유족에게는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제로 남은 상황이라 고통스러운 건 당연한 일, 실화인데 하나의 실화가 아닌 여러 실화를 복합적으로 쓰면서 메인 줄거리 실화만 신경 쓰고 다른 실화의 유족은 신경 쓰지 못한 건 분명 불찰이다. 그나마 서로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잘 풀어나간 건 다행

"내가 이런 악마가 된 이유는, 너희처럼 무능한 경찰들이 그 때 나를 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영화에는 완전범죄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우리는 주변에서 완전범죄는 없다고 믿고 또 그렇게 듣는다. 현실 속의 경찰들도 완전범죄는 세상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 속 범인에게 그건 허풍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내가(범인)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완전범죄가 없다고? 하고 큰 소리 뻥뻥친다. 암수범죄가 존재하는 한 완전범죄는 존재하는 걸 직접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영화에 쓰인 이런 대화는 실제 범인이 남긴 말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실제 그의 육성 녹음으로 완전범죄와 관련한 무능한 경찰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 사실적이고 너무 진짜 같아서 몰입감이 상당한데 알고보면 진짜 사실이고 진짜 있던 이야기이고 진짜 했던 말이라서 더욱 그럴 수 있다, 모르고 듣고 보면 현실감 쩌네~라고 하지만 알고 보고 들으면 그냥 소름이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우려를 한다. 영업용 택시 타는 게 두렵다. 물론 극단적이고 일부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대체로 범죄물에 이런 택시기사 범죄자 이야기가 은근 꽤 많다. 일반 사건사고에서도 여성 손님과 생기는 범죄 이야기가 꽤 많은데 이 영화에서도 여성 손님이 주 타겟이다. (실제 사건에서도 리스트 상 1명을 뺀 나머지 4명이 여성 승객이다)

전과 기록이 있으면 운수여객에 종사할 수 없도록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영화를 잘 봤다면 아무 쓸모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암수범죄자인데 전과가 있을 리가 없다. 범죄 자체가 발각이 안되었는데 무슨 전과 기록이 있겠는가. 일반 범죄로 보면 안전 장치가 분명 있지만 암수 범죄로 나누어 보면 안전 장치는 아무 쓸모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암수니 무조건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밤길 택시를 탈 때 기사나 승객이나 그래서 그나마 콜 기록이 남는 콜 택시가 낫다.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에서도 리스트 10건 중 절반이 택시에서 벌어진 내용으로 적혀 있는데 CCTV가 있어도 택시에서 벌어지는 경우라면 무용지물이다. 어디에서 택시를 탔다고 확정되거나 (택시회사명이나 번호판) 기록이 있으면 그나마 암수범죄로 빠지지 않지만 택시를 탄지 모르거나 어디서 탔는지 확인이 안되면 유기 되는 과정까지 고스란히 암수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종 경위는 물론 이동 경로까지 파악할 수 없다.

물론 암수범죄에서 피해자는 고정적이지 않다. 택시 승객이 아닌 기사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차량 자체가 택시라 피해가 생기더라도 차량 인식이 되고 택시에는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장치 등도 있어 범인 검거는 불확실하지 않다. 피해자가 기사인 만큼 피해 사실이 너무나도 뚜렷해 암수범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긴급 상황에서는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자동차 위에 있는 택시 표지 등 전체가 깜박임) 하지만 승객은 탑승여부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전혀 알 수 없다. 특정 직업에 대한 불편한 시각일 수 있지만 반대로 영화 속 이야기처럼 쉽게 채용하거나 스페어 기사로 마구잡이 채용을 하는 관행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허세가 결국 모든 걸 만들었다, 범인의 심리에 있어 실제 그것이 알고싶다 내용과 영화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15년 징역이 상당히 큰 건 맞지만 교도소 생활에서 그 정도는 배경이 없는 사람에게 아무런 과시력이 없다. 또 지루한 교도소 생활에서 면회나 접견이 주는 재미도 무시 할 수 없다. 영치금이 아니어도 잠시라도 수감 생활을 탈피할 수 있다면 충분히 영화처럼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던진 단서를 가지고 상당 기간 아무 문제 없이 놀 줄 알았지만 형사는 추가 범죄 사실을 찾아내게 되고 재미를 보려던 범인은 진짜로 궁지에 몰린다. 이후 다른 범죄의 단서로 시간을 벌고 판을 뒤엎으려 하지만 이미 밝혀진 사건만으로 그는 무기징역을 받는다. 교도소를 빨리 나가려 했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함이든 결국 자기가 놓은 덫에 자기가 걸렸다. 그가 자살을 한 것만 보더라도 이 게임에서 절대 이길 수 없고 점점 수렁에 빠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사람도,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도 그것이 알고싶다 869회차를 참고하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도움이 된다. 약도까지 그려주며 허세를 부린 그는 아직도 물적 증거가 현장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10건의 사건 중에서 한 건에 발목이 잡혀 진실 게임의 패배자가 된 범인, 나머지 9건은 결국 암수/미제사건이 되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 김윤석의 대사처럼 형사가 잘못 짚고 틀렸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9명의 억울한 희생자가 실제 존재한 것 보다는 한 사람이 바보 되는 게 훨씬 나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https://programs.sbs.co.kr/culture/unansweredquestions/vod/55075/22000003389 (869회차 그것이 알고싶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015214 (암수살인 속 그 형사 실제 이야기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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