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국가 안보를 외치다 -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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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국가 안보를 외치다 - 공작

by 깨알석사 2018.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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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은 남한의 스파이가 북한에서 활동한 행적을 토대로 만든 스파이물이다, 국정원의 비밀요원(흑금성)이 북한 잡입에 성공하면서 펼치는 대북 작전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반도 같은 땅, 같은 한민족이지만 둘로 나뉜 지금의 우리나라 정세에서 남과 북, 남한과 북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정치, 외교, 안보와 관련한 국가관을 빙자한 추잡스러운 것들과 민주주의라는 걸 빙자한 가면 바꾸기를 여실하게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흑금성 사건이 실제로 존재했고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이 영화의 스토리는 상당 부분 실화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몰입이 더 될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전개되는 사건들이 실제로 우리가 뉴스에서 접했던 북한 관련 뉴스들이기 때문에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이 단순한 흥미가 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꽤 불편할 수 있는 영화로서 가치관이나 국가관이 다르면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느 진영의 입장에서 이 영화 속 이야기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입장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상당 부분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영화에도 나오지만 여론에 따라 안보 상황이 뒤죽박죽 되거나 역전되는 것처럼 현실 세계의 관객도 영화 속 군중과 다름이 없어 실체를 알고 봐도 불편, 실체를 모르고 봐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느 입장에 보더라도 불편하지는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줄거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면 불편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고 그게 맞다. 그런 불편함을 분명 담고 있고 그걸 노골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걸 미처 못 느꼈다면 아직은 이런 남북 관련 영화만큼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알아가며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영화에는 흑금성이라 불리운 한국 정보요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공작원이 되는 과정과 공작을 실행하는 과정은 상당 부분 흑금성 본인의 이야기대로 반영되었거나 흑금성 사건 보고서에 기반하여 나왔기에 알려진 것과 거의 비슷하다. 그가 펼치는 공작의 구체적인 계획은 실제로 우리가 봤던 진짜 뉴스 화면가 겹쳐지면서 이야기의 진실성과 현실성을 많이 부여한다. 굳이 실화라고 말하지 않아도 진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짜임새가 좋다. 그래서...조금은 무섭다. 이걸 다큐로 봤다면 몰라도 상업영화로 보는 건 분명 걸러 듣고 걸러서 봐야 할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인문학을 예능으로 배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주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문학 강의 포맷이 성공하자 너도 나도 인문학 포맷을 메인으로 삼아 예능에서 강사를 초대해 테드 같은 강연쇼를 펼친다. 중요한 것은 인문학에 대해 이런 접근성과 확장성은 좋은 생각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청률에 연연하면서 자질이 떨어지거나 부정확한 강사들의 진입도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지만 필터링을 해서 들어야 하는 수준과 수위도 높아졌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

최근 들어 부쩍 더 한 쪽 일방의 입장에서만 풀어가는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것 같아 아쉽다. 마치 봇물 터진 것처럼, 누가 정말로 억압하고 억제를 한 것처럼 그동안 쏟아지지 않던 이야기가 마구잡이로 쏟아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는데 이 영화도 그 범주에 포함되는 것 같아 약간은 씁쓸함이 있다. 차라리 다큐로 먼저 메인 스토리가 나왔다면, 지난 두 정권에서 영화가 만들어 개봉 되었다면 그나마 선입견 없이 보았겠지만 영화는 "상업"적인 필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결론은 역사와 인문학을 예능으로 배우고 안보와 외교를 영화로 배우면 안되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영화에서 나온 이야기 전부가 실제라 믿고 예능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진짜라고 믿는 경우가 무척 많아진다는 점이다. 명성황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 나라의 국모다"라는 걸 먼저 연상케 하고 실제로 명성황후가 최후로 외친 말이라고 아는 분이 꽤 있을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잘못된 상식이 진짜 상식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공연을 위한 만든 대사가 역사의 진실처럼 왜곡된 케이스) 무엇보다 요즘에는 연령 따지지 않고 텍스트보다는 영상으로 모든 걸 배우고 습득하려 한다 (인강이 그래서 호황일지도..) 그러다보니 고정화된 이미지 없이 사고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텍스트로 먼저 습득하지 않고 일방이 정해진 화면으로 습득한 이야기는 내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져 진실처럼 굳어지게 된다는게 문제다. 

일단 영화 속 이야기의 주요 내용과 실체가 있는 정보에 관한 것부터 정리를 좀 해보자. 흑금성은 정보사 장교 출신이다. 정보사는 첩보부대다. [첩]은 간첩, 첩자라는 말처럼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정보사가 나오면 항상 같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건 방첩부대다. 첩보부대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스파이를 보내는 공격수 역할이라면 반대로 상대가 우리의 정보를 캐기 위해 보낸 스파이를 막거나 잡는 것이 수비수인 방첩부대다.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는 우리나라 대표 공격수 첩보부대고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는 대표적인 수비수 방첩부대다. 물론 최근 이슈를 통해서도 잘 알겠지만 국군기무사령부는 국군안보사령부로 해편되었다. (해편이라는 국민에게도 생소한 단어로 이상한 조직이 되었는데 그래도 방첩 업무에는 변함이 없다)

정보사의 해외 공작은 불법이다, 007과 같은 첩보물을 보더라도 첩보원은 군인 신분이 아니고 별도의 공작기관원인 경우가 많다. 정상 국가의 "군인" 군인 신분을 벗어난 해외 공작, 첩보원 활동은 당연히 외교 마찰의 대상이 되고 국가간의 마찰에 큰 원인이 된다. 군인은 그 나라의 군대에 있는 사람이고 그 수나 규모가 크든 작든 군인 신분이라면 군대가 들어와 활동했다는 뜻이 되기에 군인 신분의 정보 정찰은 공식적으로 자국(내부)에서의 정보 수집에 한정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미국도 CIA 요원이 첩보원이 되지 미군이 첩보 활동을 직접 하진 않는다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는) 

해외 정보를 국내에서 수집하는 것 까지는 그렇다쳐도 해외에 직접 나가서 해당 국가의 정보와 기밀을 다이렉트로 입수하는 건 그래서 해외공작을 아예 표방한 정보기관이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정원이 그 역할을 한다.

흑금성은 정보사에서 무능한 장교로 감찰로 걸려 실제로 전역하게 된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지만 북한측이 퇴출로 표현하자 내가 내 발로 사직서 내고 정당하게 나왔다라고 항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무능하고 주변 동료에게 민폐를 끼치는 인물로 그려진 이유가 알고보니 공작을 위한 밑거름이고 국정원으로 적(소속)을 옮기기 위한 술책이라고 하지만 그의 심층 인터뷰를 찾아보면 그가 속해있던 정보사의 해당 공작 사업을 국정원이 턴키방식으로 아예 인수했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영화와 달리 그가 정보사 소속이었거나 국정원 소속이었다는 걸 북한이 알았다고 볼 수 없다. (키를 돌리다, 말 그대로 턴키는 키만 돌리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생산에서 유통, 설치, 완성까지 모든게 이미 완성된 걸 의미한다, 공작 사업 자체가 정보사에 있을 때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섰고 이후 국정원이 진행 중이던 공작 사업을 통째로 정보사로부터 인수했다는 뜻이다)

정보사에서 퇴출 된 것 자체가 북한의 의심을 피해서라거나 정보사의 역할 자체가 해외 공작을 할 수 없는 불법 형태라서가 아닌 자연스러운 공작 임무 관할의 변경으로 군인 신분인 정보사에서 하던 일을 계속 할 수도 있지만 국정원이 하겠다고 나서 인수를 했기에 자연스럽게 신분 변환이 된 것이지 신분 세탁 자체가 공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흑금성 자체가 블랙요원에 해당되는데 정보사의 해외 공작 파트 자체도 "비공식적인 공식 임무 수행자", 즉 블랙요원이기 때문에 정보사에 있어도, 정보사에서 계속 해도 문제는 없다. 블랙요원 활동 자체가 불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보사의 해외 공작이 블랙요원에 의한 것이라면 애초에 군인의 해외 공작 불법 논란을 따지기 어렵다, 들키면 끝장이지만, 블랙요원 자체가 들키는 것이 쉽지 않으니 말이다. 정보사 출신을 알고도 주인공과 김정일이 직접 만나는 장면이 나오지만 아무리 공작대로 퇴출된 퇴물 취급 정보사 인력이라고 해도 김정일을 직접 대면하는 사람이라면 그 배경 자체만으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결국 직접 만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정보사 이력은 물론 국정원 이력도 몰랐다고 봐야 한다. (국정원 요원 신분도 숨기고 만나는데 정보사 요원 신분 숨기는게 어려울까)

물론 영화적인 요소를 위해 공작 스토리의 당위성을 더 현실감있게 그리기 위해 다수의 현지 정보요원들이 피살되는 방식으로 더 비밀스럽게 정보요원을 만들게 되었다는 뉘앙스를 전달하지만 국정원이 모든 걸 처음부터 기획하고 집행한 것이 아닌 정보사의 공작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애초에 다룬 기획 자체가 정상적인 첩보 활동이기도 하지만 국정원만이 이런 걸 한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정보사가 하면 상관없고 국정원이 하면 모든게 다 나쁜 짓이라고 오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영화와 현실에서 약간 다른 점은 핵 개발 사실 및 개발 진척 과정에 대한 첩보 임무는 정보사에 근무할 때로 국정원이 흑금성을 스카웃하고 나서 계획을 수립해 국정원이 만든 공작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정보사에서 미국측 정보요원과 함께 핵 정보 수집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미국이 핵에 관한 정보 수집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핵 정보 수집을 하게 된 걸로 보인다. 영화에 나오는 중국대학 교수를 포섭하고 교섭하는 장면은 국정원 간부인 조진웅이 하는 걸로 나오지만 포섭은 흑금성이 하고 교섭은 미국 CIA가 한 것으로 미국 시민권과 미국에서의 자녀 교육, 현금 지원(달러)이 교수에게 유혹적일 수 밖에 없는 건 그걸 약속하고 제의한 쪽이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공작 침투 과정의 시작점인 대북사업은 흑금성이 실제로 한 것과 같다. 중국산을 북한산으로 속여 포대갈이 사업을 했고 조총련계 사업가와 인연을 맺어 북한 고위직과 사업 진행을 했다. 그 과정에서 장성택 조카와 (장성택 친형의 아들) 인연이 닿고 영화처럼 세관 통관 등에 고의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장성택 조카의 사업에 자금 압박을 일으킨다, 중국 공안에 결국 조카가 잡히고 자금 문제가 일어나자 흑금성은 조카를 구하기 위해 자금 융통을 해준다, 장성택 일가에게 도움을 준 결과로 그의 평양 입성은 수월해지며 대북 공작의 틀을 마련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첫 공작이 이루어지기 전까지의 신분 세탁까지만 정보사가 관여하고 이후에는 국정원이 모든 걸 기획한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여기까지의 진행 과정이 정보사에서 있었던 파트다, 대북사업 및 북한 고위직과의 접촉, 북한 방문 등이 문제없이 진행되자 대북 정보 수집에 안간힘을 쓰던 국정원이 해당 공작 사업을 눈여겨 보게 되고 결국 정보사의 흑금성이 하던 공작 사업 전체를 인수해 국정원에서 활용하게 된다. 이 때 자연스럽게 정보사에서 전역을 하고 국정원 요원이 된다. (물론 전역하는 과정에서 주변인에게 민폐를 끼쳐 불미스럽게 전역하는 모양새를 취한 건 맞는 듯)

이 때부터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이 붙고 공작의 실체가 조금 더 구체화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 조진웅이 하는 말처럼 오로지 이 공작과 흑금성의 존재는 단 세 사람만이 알게 된다고 하는데 조진웅이 맡았던 해당 공작 담당 간부, 그리고 국정원장(당시 안기부장) 그리고 대통령이다. 실제로 국정원의 공식 인가를 받은 작전은 이렇게 세 명 정도가 아는게 전부고 최소가 두 명이 된다 (담당간부와 안기부장) 해당 공작이 벌어지고 있는 당시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인데 김영상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안기부장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는데 이유는 당시 안기부장과 대통령이 그렇게 좋은 사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북 관점도 다르고 서로가 지지하는 다음 대선 후계 세력도 달랐다.

이후 영화에서는 골동품 이야기가 꽤 자주 많이 나온다. 나중에 핵 시설 정보 수집을 위해서도 근거가 되는게 골동품 유적지 탐사였는데 골동품 사업이 흑금성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 실제로 부탁을 받고 처분을 해주기도 하고 감정을 하여 신뢰를 얻었는데 국정원의 도움이 있었기에 일사천리로 문제없이 진행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흑금성은 김정일을 만났고 (공식적인 기록은 없고 흑금성의 주장) 김정일은 비자금 생성에 도움이 되는 남북합작광고 사업과 골동품 관련 사업 관련 이야기를 주고 받다 남한의 대선 이야기를 흑금성에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한의 어떤 인물이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이 크게 좌지우지 되다보니 최대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이 남조선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걸 잘 계획해서 북한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보라는 이야기, 즉 북한의 스파이가 되어 북한의 의중을 남조선에 잘 전달하라는 뜻이었다.

영화는 남쪽에서 북풍과 총풍을 가지고 남한이 먼저 부탁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양쪽 모두가 각자 입맛에 맞춰 다 부탁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어긋나는 포인트가 서로가 원하는 대상이 달랐다는 점인데 북한의 의중이 영화에 반영되지 않고 남한의 행적만 영화에 담은 건 그것이 영화의 묘미를 더 강조하기도 하고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서로 바라보는 지향점이 달라 같이 담아내기 어려웠다고 보는게 더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당시의 상황을 현실로 바꿔 보면 남한에서는 북풍을 부탁하는 쪽이 이회장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비추고 있고 흑금성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쪽을 이인제로 봤기 때문에 남한도(이회창) 북한도(이인제) 모두 김대중은 원치 않는 모양새가 된다. 더군다나 북한이 대선 개입을 사실상 원한다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도 이중 스파이로서 공작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고 안기부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당시 안기부장은 이회창을 지지한다고 알려져 있어 북한의 의중을 그대로 전달하기 애매한 시점이었다.

당시 청와대(김영삼 정부)에서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인제 후보를 차기 후계자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한과 북한이 모두 차기 대통령으로 이인제를 선호한다고 하면 오히려 북한의 뜻을 따라주기 좋고 이중 공작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공작원으로서 첩보원으로서 남한의 입장으로 볼 때 적이 원하는 인물은 우리와 겹친다면 그건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북한이 싫어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야 하는 건 이치로 보면 당연한 논리, 북한이 선호한다는 건 자기들 입맛에 그나마 맞다는 걸 의미하기에 반대로 북한이 싫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게 논리적으로 맞다. 이회창과 이인제, 김대중 셋 중 북한이 가장 껄끄러워하고 싫어한 쪽은 김대중,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투쟁인사라고 쭉 선전을 인민들에게 했는데 대통령이 되면 까기 어렵다는 것과 끊임없이 친북 논란이 있던 사람이라 오히려 대통령이 되면 이미지 변화를 위해 강경노선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기에 김대중은 제외, 이회창은 친일 관련 가족문제로 일찍이 아웃, 남은 건 이인제인데 제외하다보니 셋 중 가장 낫다고 북한이 판단한 것이다.

안기부와 미국이 이회창을, 북한과 청와대가 이인제를 선호하니 양쪽 모두의 의중을 안 흑금성은 김대중 라인과 접촉을 하게 되고 김대중도 직접 만나게 된다. 공작 담당인 안기부의 의중을 따르면 이회창이 되도록 판을 꾸려야 하고 북한에게 실망을 안겨야 한다. (동시에 북한의 지령 임무 실패), 북한의 의중을 따르면 북한이 원하는 대통령이 되기에 자신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실망을 하게 된다. (내가 북한 침투요원이지 북한 입맛을 위해 북한이 원하는 대통령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양심에 대한 부분) 결국 양쪽 라인의 이중 공작에 모두 참여해도 둘 중 하나에 참여해도 곤란해지는 건 마찬가지고 대의에 맞지 않는 형국이 된다. 본인만 곤란해지고 입장만 꼬이게 되는 것이다. 자칫하면 정보요원으로서의 삶과 자기 삶 모두 끝장날 수 있는 상황. 그래서 결국 그는 북한이 가장 싫어한다는 김대중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는 북한과 남한 모두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의 위치에 있었고 그런 교섭 자리를 주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흑금성은 북한 고위직과 남한 청와대 간부, 사업가, 정보요원(국정원 관련자)이 만나 남한에서 북한에게 휴전선에서 총을 쏴서 남한을 흔들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는 총풍 사건 실체를 김대중 측에 전달하고 결국 김대중 정권이 성립되면서 이후 총풍 실체 사건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로인해 국정원의 상황은 위태로워진다. 북한과 접촉한 세 사람의 경우, 북풍 작전을 부탁한 곳이 이회창 지지 관련자라 알려졌고 그 부탁을 받고 중국에 가서 접촉한 셋 중 청와대 간부는 당시 라인과 상관없이 어찌되었든 소속이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사업가 중 한 사람은 국정원에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연락책으로 국정원이 일부 개입된 것이 확인되면서 사실상 김대중과 대척하던 모든 세력들이 고스란히 이 사건 하나로 얽히게 된다. 

결국 국정원은 (당시 안기부) 북풍을 덮기 위해 현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이대성 파일이라는 걸 언론에 흘리는데 이대성은 영화 속 조진웅이 맡았던 간부로서 김대중 정권 관련자들이 북한과 관련이 있고 대북 정보요원이 우리 국회의원과 접촉하면서 연락책 역할을 했다는 식으로 해당 연락 요원의 신상을 노출하게 된다. 해당 파일은 당시 정권을 잡은 쪽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역공을 펼치지만 결국 블랙요원 신분만 노출된 체로 국정원의 덮어씌위기 신공은 실패로 끝나고, 흑금성은 정체가 해당 문서로 드러나 국정원을 떠나게 된다. 흑금성과 관련된 모든 공작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종결된다. 

여기까지가 대충의 논핀셕,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 픽션에 관한 경계인데 사실 그 외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더 따질 것이 있다. 공작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위해 정보사와 국정원의 신분 세탁 과정이 상당 부분 진척되어 보이지만 이건 이후 그가 벌인 대북합작광고 사업 및 구속되는 과정을 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고 그가 정말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철저한 국가관을 가진 민주 정권을 위해 노력한 인사에 해당되는지는 조금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영화를 보면 나쁜 축을 따질 때 공작 대상 자체인 북한은 일단 제외하고 공작 과정에서 남한의 일부가 아주 질이 나쁜 사람으로 포장되고 그 뒷배경에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국회(굳이 표현하면 현 보수정당),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그 대상으로 분류된다. 주인공은 일단 민주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큰 일조를 했고 정체 자체가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 버려진 인물로 그려진다. 국정원에서도 퇴출 당하고 결국 신분도 노출되면서 북한에게 제대로 찍혀 신분 위협까지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되버렸다. 그걸 보는 관객들은 굳이 이분법적으로 양분하지 않아도 누구 편에 서야 하고 누굴 족쳐야 하는지 안다.

그러나 영화 중간 중간 들어간 스토리들, 대사들, 이어지는 연속되어지는 장면들을 보면 약간의 일방통행처럼 정해진 방향으로 그냥 쭉 가게 만든 것이 무척 아쉽고 약간은 걱정도 된다. 다큐가 아닌 영화라서 더 무섭다라고 한 이유도 그래서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거나 사실을 조금 더 각색해 만든 건 이해해도 오해 살만한 내용을 굳이 넣어서 확고한 믿음을 심어 줄 필요성이 있나 하는 우려가 사실 크다.

영화 속 흑금성의 역할은 북한의 핵 개발 사실과 개발 진행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첩보원이 되는게 골자라 할 수 있다. 영화를 그대로 믿으면 오로지, 무조건, 핵 때문에 첩보원이 되었고 핵 때문에 접촉하고 핵 때문에 북한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임무를 받는다. (이게 유일하게 주어지고 실행해야 하는 임무다) 그러나 흑금성은 대북 정보수집 요원이지 핵 하나의 공작원은 아니다. 남북 합작 광고사업이라는게 핵 정보 탐지를 위한 것이라고 영화는 나오지만 바라보기 나름이다. 핵은 이미 정보사 시절에 끝낸 임무다. 물론 영화적인 각색이고 인물의 중요성, 공작 전반의 필요성을 위해 핵 스토리가 쭉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사실상 실존 했던 첩보원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 그대로 보여준다는 방식이라면, 그리고 이야기 줄기 자체에 큰 문제가 없다면 실제 그 사람의 이야기 바탕에서 흐름 그대로 이루어지는게 맞지만 사실 여러가지 정신을 분산시키는 장치들이 많다보니 정작 제대로 된 짜임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걸 눈치채기 힘들고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 본질을 흐리게 된다. 영화 자체에 집중을 한다고 치면

북핵은 그래서 어떻게 했다는건지, 흑금성이 북한 핵과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경로를 구축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생각보다 후반까지 핵 스토리가 중심을 이루면서 이어짐) 북풍 사건이 갑자기 끼어들고 남한의 대선 이야기가 개입하면서 이야기 자체의 흐름은 끊어진 부분이 좀 많다. 애초에 핵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이 붙기 전의 다른 공작 기관 이야기라서 이걸 이어 가기 어렵고 연결 고리가 없음에도 두 가지 서로 다른 흑금성 이전의 공작과 흑금성 이후의 다른 공작을 흑금성 공작 하나로 다 처리하면서 믹스를 하다보니 스토리 연결점이 중구난방인 건 분명하다. 무엇보다 여러가지 분산 장치 (연평도 포격 사건, 북풍 사건, 총풍 사건) 언급을 하면서 사실상 관객들 머리속에는 천안함 사건, NLL사건, 서해교전(1차, 2차 연평해전) 등 상당수의 북한 도발이 모두 이런 북풍과 연관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저것도 설마, 이것도 설마 하면서 영화 외적인 "사실" 팩트, 논픽션 부분에 집중하면서 스토리 자체를 다큐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허구와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영화 모든 이야기가 다 100% 사실인 것 마냥 되버렸다는게 가장 큰 문제.

무엇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였는데 우리측 포사격 훈련에 대응하겠다고 이미 선전포고를 한 사례로 갑작스러운 도발이 아닌 사전에 예측된 도발이었고 도발 전에 이미 우리 군에서도 징후를 포착했던 경우인데 이게 여기서는 북풍의 한 예로 둔갑이 되어 버렸다. 당시 연평도 사건의 경우 우리 정부는 이명박 정부이고 흑금성 시기와 (김영삼 정부)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이어 붙였다. 중간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치를 건너 뛰었는데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남북평화 교류 시기에도 북한의 도발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격) - DMZ 도발 다수, 무엇보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아픈 기억을 남긴 연평해전(2차) 발생 - 한일월드컵 기간에 발생

이 영화를 보고 허구와 실제를 구분하거나 전부가 진짜는 아니라고 믿는다면 상관 없지만 전부가 진짜에 근거하여 실화 그 자체라고 여긴다면 영화를 다시 봐야 한다. 내가 우려하는게 바로 그런 것이다. 특히 실화를 모티브로 하였다는 것과 실화에 근거한 영화라는 표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식은 실제 인물이 겪은 일과 그 외적인 사회의 사건사고를 잘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자칫 같은 연장선에서 보면 그냥 다큐로 인식하는 위험한 일이 생긴다.

연평도 포격 하나만 예로 들었지만 이 영화의 큰 줄기를 처음 만든 취재기자 역시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의 절반 정도만이 사실이라 했고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흑금성은 영화를 보고 당시의 상황과 인물 관계가 미화된 측면이 상당하다며 이야기의 실제와 관련된 당사자들 역시 영화와 현실의 흑금성 이야기간의 괴리감은 주의해야 한다는 논지로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 중 상당 부분은 북풍사건, 총풍사건과 얽힌 부분 때문에 더 광분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사건의 실체에 이 흑금성은 있었지만 그는 반대파에 속했고 북한 고위직과 접촉한 북풍/총풍의 설계자라 할 수 있는 당시 여당 국회의원과 안기부 간부는 민주 정권을 막은 친일파보다 더 나쁜 놈들로 간주했을지도 모른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영화에서 다룬 북풍, 총풍 사건은 실제로 영화 속 이야기와 상당히 비슷한 전개를 가졌고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일부 각색해 도입하기는 했지만 북풍/총풍은 어느정도 실체가 있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북풍과 총풍이 비슷하게 설명되고 있는데 굳이 나눈다면 북풍은 그동안 북한이 벌인 무력 시위 등의 불법적인 행태에서 남한의 사주를 받고 했다는 의심이 드는 몇 가지 사건들을 전부 일컫는 말로 정확히 어떤 사건이 부탁 받고 벌어졌는지 실체는 없고 무력시위 중 일부가 그런 경우라 정황만 가진 경우를 말한다. 이 중에는 김정일과 김대중이 모의를 했다고 하여 북풍공작을 따로 언급하기도 하는데 불법 공작으로 인해 당시 안기부장은 징역 5년 처분을 받는다. 

총풍은 실제로 청와대 간부, 사업가, 대북정보원(국정원 개입)이 북한 고위직과 만나 휴전선에서의 무력 시위를 부탁했다는 사건으로 최종 판결을 통해 국가보안법 위반이 사실로 인정되었던 실체가 있는 사건이다. (다만 부탁 받은 쪽과 부탁한 쪽의 관계는 규명하지 못했고 이들 중 일부가 스스로 부탁한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북풍의 실체라서 북풍으로 해도 되지만 이 사건 말고도 여럿 있을 것이다하여 북풍은 그대로 두고 총을 쏴달라 부탁했다하여 총풍이라 따로 부른다. 북풍은 일반적으로 김정일과 김대중이 모의하여 남한을 위협하려 한다라는 국정원의 거짓 공작을 말하고 총풍은 북한에게 총을 쏴달라 부탁해서 남한 정권을 흔들려고 했다는 여럿 실세들의 공작을 말한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정보사와 국정원 요원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그는 영화 속에서 김대중 정부를 수립하는데 일조한 걸로 나온다. 하지만 현실을 잠깐 바라보면 그가 국정원에서 퇴출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 김대중 정부 시절이고 김대중 정부에서 버림 받았다. 그의 공적과 행적이 영화에 나온 것과 다름이 없다면 김대중 정부는 이 사람에게 큰 빚을 졌다고 볼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었을 확률이 크다, 흑금성은 공식 인터뷰에서 김대중 당시 후보를 직접 만났다고 했고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흑금성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 대화가 오고 갔고 또 김대중 후보를 돕다 결국 국정원에 의해 퇴출이 되었는데 그대로 끝?

영화와 달리 실제로는 결말이 썩 시원치 않다. 이 정도라면 국정원 업무를 배제한다고 해도 청와대 근무나 정부산하 기관 자리 하나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을텐데 그냥 방치했다. 무엇보다 그는 구속되어 6년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고 중간에 나온 것도 아니고 만기 출소해서 이제 사회 생활에 복귀한지 2년이 좀 지났다. 이렇게만 쓰면 결국 국정원에서 버려지고 대북 이중 스파이로 몰려 구속되어 6년이나 깜방 생활하다 풀려났구나 싶겠지만 국정원에서 나오고 12년 후에 구속 수감된 경우로 국정원 당시의 행적과 상관이 없고 이후 민간인으로 중국에서 대북 사업을 개인적으로 하다 2010년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다. 12년간은 개인 사업을 하면서 무탈하게 지냈다는 뜻이다. 이게 누군가는 보수정권의 보복이다라고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국정원 퇴직 이후에도 개인 자격으로 중국에서 대북사업을 하고 북한 사람과 교류를 하다보니 실제로 간첩 행위를 한 것이 아니냐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분도 있는데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영화에서처럼 그는 군사교본을 북에 넘겼다, 문제는 2010 구속 당시 죄가 군사교본을 넘긴 부분이 확인되어서인데 이게 영화처럼 당시 공작 시절은 아닌 것 같고 이후 문제로 보인다. 공작 당시 준 것은 안기부의 도움으로 진행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게 죄라면 상급 책임자가 유출 혐의가 있는게 정상이다) - 물론 흑금성 본인은 이 부분에 대해 지금도 억울해 하며 재심을 하겠다고 했다.

영화가 실제 사건 흐름과 전개를 약간 변경하고 영화적 요소와 결말만 다루다보니 실제 결말에 대한 건 많이 빠져 실제 흑금성에 대한 결말은 영화와 많이 다른데 그가 국정원에서 퇴출 되었다는 것도 약간은 다르게 볼 필요성이 있다. 정보사와 마찬가지로 그는 퇴출이 아닌 사직 형태였고 퇴직금이 지급 되었다. 그는 퇴직과 함께 받은 퇴직금에 대해서도(위로금이라고도 하고 보상금이라고도 하고 약간 차이가 있다) 많지는 않지만 나름 넉넉한 수준으로 돈을 받고 나왔다라고 스스로 표현 하였는데 후에 그 금액이 3억원이라 소개가 되었다. 물론 그가 영화 속 인물로만 본다면 활동한 이력에 비해 퇴직금이 많다고 할 순 없지만 국정원이 그를 데리고 간 것이 1995년이고 그가 국정원에서 나가게 된 건 1998년으로 국정원에서 활동한 기간은 전부 합해도 3년 정도, 3년 근무하고 받은 퇴직금이 당시로서도 결코 적은 건 아니다. 쫒겨나거나 버려졌다고 보기에는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고 그래도 챙겨준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공작원 신분이 노출되었을 때는 길지 않았지만 가족과 함께 신변 경호를 해주기도 하였다 (이후 북에서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경호를 철수)

영화를 영화 자체로만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걸 또 실화가 아닌 순수 픽션 영화라고 하면 생각보다 재미 있는 건 아니다. 액션도 없고 스토리도 지금 입장에서는 진부하며 소재도 식상한 건 사실이다. 이런 식의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에서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고 보여지는데 이게 탄력이 붙고 설득력을 준 건 실존인물의 실제 사건을 다룬 실화라는 것일 뿐 실화라는 단서가 없는 누군가의 순수 창작물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심도있게 볼 영화는 아니다. 처음부터 실화가 아니었으면 초반 빼고 핵 스토리 빼고는 대선이나 북풍은 개입할 여지가 없기에 영화 자체가 난장판이 되거나 그저 그런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화려한 배우와 연출진, 그리고 북한과 남한, 김대중 대통령, 북풍사건, 지금의 남북 정치 상황에 과거 정권의 똘아이 같은 형태가 바로 연상되어 이어지다보니 관객들의 주목을 크게 끌지 않았나 싶다. 

다음영화 평가 기준 일반인 8점대, 전문가 7점대로 생각보다 후한 점수를 받았다, 관객 동원 역시 5백만명이 살짝 못 미치는 수준으로 그래도 선방 했다고 볼 수 있는데 내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6점, 수우미양가에서 "양"으로 보통 보다 약간 낮은 부족 수준에서 평가하고 싶다.

영화를 영화로 봐야 한다면 +1점 정도 높여 볼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적정선을 넘었고 쓸데없는 오해와 착각을 선물해준다. 개인적으로 본인들이 관련 사건과 주요 사건의 흐름, 언급된 주요 이슈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고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구분해 정리할 줄 안다면 봐도 무방하겠지만 이게 마치 교과서나 사실로만 각색된 다큐로 인식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보지 않는게 나을 수도 있다. 버려진 첩보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버려졌다고 보기엔 무리수가 있고 그가 벌인 첩보라는게 여러가지 사건을 합친 교집합의 각색된 결과물이라는 점,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과 실제로 벌어질 뻔한 사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으나 추정만 되는 것들이 모두 실제로 보여지고 만들어지면서 누군가에게는 이 모든게 진실된 모든 것을 담은 영화처럼 오해받기 쉬운 건 이 영화가 갖는 유일한 약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호연지기라는 단어를 남북 두 인물간의 중요한 매개체로 자주 쓰고 있지만 호연지기가 뜻하는 떳떳함에서 오는 용기, 당당함에서 오는 용기, 부끄러움이 없는 용기, 진실된 용기가 영화가 말하는 그것과 정말 일맥상통하는지 묻고 싶다. 스토리가 갖는 힘이 강할수록 그 파급력도 크다고 할 수 있고 한 번 잘못 주입된 선입견은 고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데 작전을 기획하고 수립해 실행한다는 공작의 개념이 관객에게는 조작의 실체, 조작의 또 다른 표현, 조작된 국가의 실체를 말하는 것 같다. 대북 공작이라 쓰지만 대북 조작이라 읽는다라는 말로 해석되는 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영화가 무얼 조작했다는게 아니라 영화가 보여준 메세지가 공작은 곧 조작이다라는 걸로 다르게 인식될까봐 그게 우려될 뿐이다.

지금 상황의 보수라도 분명 좋은 쪽이 있고 여전히 나쁜 쪽이 있다. 진보라고 해서 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좋은 놈과 나쁜 놈은 항상 어딘가에 섞여 있는 법, 어느 진영이든 나쁜 쪽만 걸러 처벌 한다면 몰라도 그게 어렵다면 난 어느 쪽 편을 일방으로 들진 않는다. 다만 확인된 나쁜 쪽이 있다면 진영 논란 없이 처벌해야 하는게 옳다. 그래서 살짝 걱정이다. 좋은 사회란 양쪽 균형이 적절하게 맞고 서로의 대치 관계가 어느정도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 쪽의 무게가 완전히 쏠린 지금은 사실 완벽하게 안정된 사회라 할 수 없다. 물론 그럴 상황도 아니고 여건도 아니고 그런 자질도 없어서 문제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로 인해 나쁜 녀석들이 그 진영에 있다하여 진영 전체를 두고 저럴 줄 알았어, 저렇게 할 줄 알았어라고 단정 짓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흑금성이 활동하던 시기에 비해 시간이 많이 흘렀다. 북한과 평화적인 만남을 원했던 정권 모두 북한과 평화회담을 했고 그 때마다 통일이 바로 되는 것처럼 부산스럽게 호들갑 떠는 것도 여전한 듯 하다. 통일이 된다면야 뭘 더 하든 상관이 없고 무조건 지지하겠다만 그 동안의 북한 태도와 행적을 보면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악수를 하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무언가가 오고가도 그 때 뿐이었던 것도 사실인지라 반은 믿고 반은 믿지 못한다. 이번에는 다르겠지가 아니라 이번에도 또? 라는 생각부터 드는 건 그래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아프리카 기아 사진보다 북한 어린이 기아 사진이 더 많이 노출된 적이 있다. 북한의 꽃제비나 궁핍한 생활상이 그대로 보여지기도 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북한 탈북자 현황과 실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확 나아진 것도 아닌 것 같다. 이거 하나만 보더라도 빨리 통일 되어서 아이들 죽이라도 제대로 먹여주고 약품이라도 팍팍 손에 쥐어주고 여유가 된다면 만나는 아이들마다 안아주고 맛있는 분식, 간식도 사주련만 아직도 북한 당국이 하는 걸 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 고모부 처형하고 주변 사람 수천 단위로 처형 했다는 잔인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위원장이라 꼬박 꼬박 부르고 환영해주는 걸 보면 같은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름 끼칠 때가 있다. 

영화에서는 마지막 엔딩 장면으로 이효리와 북한의 조명애가 동반 출연한 진짜 남북합작 광고 촬영장을 마무리 장면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남북합작 광고 사업을 흑금성 시절이 아닌 흑금성 정체 탄로나고 난 이후 민간인 시절에 했기 때문에 실제 애니콜 (삼성전자) 광고 영상이 있는데 그 영상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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