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방산비리 내부고발 영화 1급기밀(일급기밀), 세 번의 내부고발이 실제로 있었지만 여전히 뿌리 뽑지 못한 비리 중 하나가 방산비리다, 얼마나 뿌리가 깊으면 방위산업과 무관한 여타 다른 사건에서도(세월호의 통영함 지원 등)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올 정도로 은근히 문제가 많은게 이 방산비리라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애국심과 군인정신으로 나라 지킴이 역할을 해야 하는 그들에게 조국과 동료보다 돈과 가정이 우선시 되는 이기주의가 싹트면 무서운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게 방산비리다.
영화에서는 "식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식구라는 말이 가족과 거의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는 점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는 단순한 뜻을 넘어 한가족의 의미로 등장하는데 밥도 같이 먹고 뇌물도 같이 먹고 나쁜 짓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식구라는 단어를 따뜻함이 아닌 차가운 냉기 가득한 단어로 이들 세계를 표현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일단 크다, 좋은 소재를 너무 다큐처럼 다루었고 실제 모티브로 했다는 세 내부고발자의 사건을 너무 많이 담으려고 했다는게 문제의 발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경우 결말은 충분히 예상되고 줄거리 전체의 흥미 역시 뻔하게 나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계속 자극해야 하는데 그런게 없이 흐지부지 시간이 흐르면 답정너처럼 이야기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이 무척 아쉽다.
의도를 했든 의도를 하지 않았든 포장지에 너무 신경을 쓴 것도 그렇다. 내실을 좀 더 다졌으면 하지만 이야기는 엉뚱한 요소가 더 부각되어 보인다, 김옥빈이 맡았다는 기자는 MBC 최승호 PD를 모델로 삼았고 이름마저 "김정숙" 현재 대통령 영부인 이름이다. 적폐청산이라는 사회적 시기와 맞물려 나름의 시기적절한 포인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노림수, 정치권과 사회적 이슈에 숟가락 얹어놓고 관심 좀 봐달라는 제스처라고도 밖에 안 보인다.
김정숙(기자)이라는 인물이 실마리를 잡고 폭로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기존의 군대를 보수꼴통 집단으로 매도하는 진영싸움의 결과로 내비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실제 남자 PD가 모델임에도 여배우를 쓰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건 파란지붕 아래 그 누군가 꼭 보라는 메세지처럼 들린다. 관객은 2차원적인 존재요 실제로 영화를 밀어줄 양반들은 따로 있다는 느낌, 결과적으로 엉뚱한 곳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실제로 영화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실제 방산비리 사건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보니 맹목적으로 칭찬하는 관객평도 있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보면 불만도 꽤 있는게 사실) 괜찮은 소재이고 또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으면서 실제 사건을 여러가지로 각색해 담아내어 "도가니" 정도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파격적인 이슈 몰이는 가능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런거 없이 영화 자체가 그냥 묻히는 듯한 느낌은 아마 보는 관객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가 아닌가 싶다.
영화의 핵심 주인공이자 내부고발자인 김상경(중령 역할)의 가족사도 그렇다. 딸은 아빠를 보고 군인을 꿈꾼다지만 아내는 군인의 아내다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경찰과 달리 군인은 희생을 각오로 하는 직업이고 집단이라 언제든지 사실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일해야 하는게 군인이다, 남편의 아침 출근길이 오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항상 가져야 하는게 군인 아내의 모습일텐데 꼭 전투기 파일럿 공군 조종사 아내에게만 그런 모습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남편이 조국과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데 나라보다 가정을 먼저 이야기 하는 건 그래서 마냥 편치는 않다. 물론 아내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애초에 남편이 직업군인이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근무하는 군인다운 군인이라면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과 가정의 안녕과 행복은 2순위일 수 밖에 없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비리집단과 다름이 없는데 실제로 방산비리를 저지르는 중심 세력들 자체가 국가, 조국, 국민보다는 자기 가족, 개인 이득, 나라가 어찌되든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기에 주인공의 아내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내부고발을 한 뒤에 딸이 학교에서 배신자 소리를 듣고 학교에서 쫒겨날 위기에 처했어도, 집에 협박 전화가 매일 수차례 오고 집이 엉망진창이 되어도 남편을 믿고 따라 준다면 그보다 더 큰 지원군이 따로 없지만 영화 속 아내는 어지럽힌 집안 꼴을 보며 병나발을 불 뿐이다. 딸과 함께 집을 나간 것 역시 크게 놀랍지도 않다. 영화가 단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끄집어 내어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방산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앞으로도 근절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내부고발자에 대한 감정과 주변 상황에 대해 조금 더 많은 각색을 했어야 했다. 이 영화를 보면 내부고발은 정말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고 내부고발을 할거면 정말로 가정도 다 포기하고 가족도 다 버리고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건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은 건 분명한 사실, 보여지는 이미지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생기고 이끌어낼 수 있는 만큼 어떤 어려움과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는 남편 옆에서 묵묵히 믿고 따르는 가족들, 특히 아내의 모습을 더 부각했으면 아마도 많은 미래의 내부고발자에게도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육군의 전차, 해군의 함정과 헬기, 공군의 전투기 등과 관련해 방산비리가 실제로 있었다. 영화는 이 중에서 공군 전투기에만 포커스를 맞췄는데 전차나 함정과 달리 헬기나 전투기는 추락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보니 아마도 이걸 더 크게 부각시킨 듯 하다. 영화와 별개로 방산비리 자체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선다, 뇌물을 받고 주는 단순한 부정행위를 넘어 직간접적으로 여러 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 대상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수물자, 더 정확히는 무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비리의 여파는 생각보다 크다, 영화처럼 전투기 조종사가 순직할 수 있는거고 전투기라는 비싼 무기를 소실하게 될 수도 있다. 사실상 이적행위와 다름이 없어 방산비리자는 단순비리자가 아닌 "적"으로 간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이걸 단순비리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현재는 군형법에 따른 이적행위로 간주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법개정을 앞두고 있다, 방산에서 만큼은 비리를 저지르면 이적행위로 보아 간첩 수준으로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많은 군인들이 방산비리로 인해 다치거나 죽으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적과 싸우다가 다치거나 죽으면 원망이라도 하지 않겠지만 정작 내부의 아군 비리에 의해 싸워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죽거나 다친다면 (그마저도 과실을 잡아 다치거나 죽은 사람의 잘못으로 되버리면) 이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다. 그로인한 박탈감이나 불만의 강도를 보면 비리자에게 사형을 판결해도 모자를 판
군인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건 "돈"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 건 확실하다. 군사기밀이라는 이름으로 그 누구도 쉽게 들여다볼 수 없는 환경이다보니 자기들끼리 꿍꿍짝해도 외부에서는 알 길이 없고 국회나 감사원이 들여볼 때도 군사기밀이라는 이름으로 거절하면 그만인 것이 이들의 세계이다보니 떡밥을 조성하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인 건 분명하다. 그 군사기밀마저 영화제목처럼 "1급" 타이틀이 붙는다면 기밀서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히 제한적이라 1급 딱지는 만능수표이자 돈줄이다. 영화는 그래서 그 1급이라는 부분을 이용해 후반에서 나름의 반전을 기한다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평점 9점대, 전문가 평점 5점대로 평균 이상의 평가 점수가 나왔다. 이 정도면 엄청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관객은 20만명 수준, 나같이 IPTV 위주로 영화를 보는 사람까지 감안한다고 해도 굉장히 저조한 성적인데 실제 관객 평가와 굉장한 괴리감이 있다. 손익분기점은 130만명 수준이지만 그보다 한참 못 미쳤다는 건 파급력이 그만큼 없었다는 이야기고 입소문을 전혀 타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말로 관객평이 저렇게 높다면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역대 박스오피스) 200위안에 들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국내영화로 조건을 더 넓혀도) 유튜브로 사전 무료 공개한 후 극장 상영을 한 "공범자들"보다 저조한 흥행 성적은 이 영화의 평이 영화 자체의 평이 아니라 하나의 다큐로 보고 방산비리 자체에 초첨을 맞춰 "응원"형식의 동조라고 봐야 한다. TV에서 보면 더 와닿을 수 있는 PD수첩을 드라마 형식으로 각색하고 극화한 극장용 PD수첩이라고 볼 수 있다. (썩 좋은 말은 아니다)
주관적인 나의 개인 평가는 10점 만점에 6점, 수우미양가에서 "양" 정도 평가한다.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볼만했는데 후반에 생일 케이크의 촛불 끄는 것 마냥 훅 이야기가 끝나는 건 오히려 나한테 더 큰 반전이었다, 물론 감독의 유작이고 일부 다른 사람들이 마무리를 지었다고 하지만 방산비리라는 타이틀이어도 내부자들의 내부고발이라는 주축은 이병헌의 영화 내부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지는데 그 정도 수준의 영화까지는 아니어도 무척 아쉽게 후딱 끝나버리는 종결 부분은 확실히 아쉬운 결말이라기 보다는 결론은 없고 과정만 있는 하다만 이야기를 본 것 같아 좋게 평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장군님들 골프치는거 보면 군대 체력단련장(군 골프장의 명칭)은 정말 쓸모없다에 더 마음이 간다. 물론 공군에서는 활주로(비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고 실제로 전시가 되면 그만한 야영지와 군수물자 보급기지가 따로 없어 유용할 순 있지만 육군과 해군은 꼭 골프장이 아니어도 상관없기에 군체력단련장은 손을 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사병은 거의 이용도 못하고 할 수도 없는 곳을 체력단련장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난센스
장군님 역할의 최무성은 진짜 장군 보는 것 같았다. 별 하나 준장이지만 가히 별 넷 대장 못지 않은 포스와 분위기가 있는데 특유의 군인 억양과 말투는 비리조직의 우두머리다운 포스를 더 강조하는 듯 하다. 영화에서는 결말에 대해 크게 다루지 않지만 군교도소에서 군납비리로 식사배급 및 보급품이 잘 전달 안되는 형태로 또 다른 비리에 의해 꼴사나운 광경을 연출했다면 극의 재미가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동기지만 대령,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역시 친구 영향이 크다, 영화에서 느낀 교훈 중 하나다.
방산비리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로비스트, 로비스트나 방산비리 자체 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에 더 포커스를 두다보니 이야기 자체는 이들을 크게 다루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해당 배역도 특별출연자들이다.
똑바르고 올바른 사람 하나만 있어도 세상을 고칠 수 있다라는 메세지를 좀 더 확실하게 던져 주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오히려 똑바르고 올바라도 하나 만으로는 역시 무리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결국 영화처럼 누군가 죽거나 다치거나 가정이 망가져야 그제서야 잃을 게 없으니 잃을 게 없는 자의 용기로 나서는 모양새인데 방산비리자를 근절한다는 것 자체가 당장 어렵고 뿌리를 하나씩 다 뽑아 줄기까지 쳐내는게 어렵기에 (군조직은 처리를 한다고 해도 결국 방산업체가 로비를 하면 언제든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비리자를 색출해 혼쭐을 낸다는 평이함 보다는 상업영화에 걸맞는 재미와 감동, 극적인 반전으로 통쾌하게 처단하는 모습을 그렸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앞서 언질을 했지만 방산비리자에게 군납비리를 이용해 역공을 하는 방식, 혹은 자신들이 저지른 방산비리의 결과물로 인해 자신 또는 그 가족이 댓가를 치루는 등의 방식들도 영화적인 요소로만 보면 꽤 쓸만한 내용 같은데 다음에 다시한번 이와 비슷한 방산비리 주제 영화가 나온다면 우울하고 암울한 다큐성 보다는 로비스트가 되어 접근을 한다거나 역로비를 해서 조직을 끄집어내 일망타진 한다는 방식으로 호탕하게 나갔으면 한다.
영화 속 군검찰은 그나마 정의의 편에 선 걸로 나오지만 군조직상 군검찰이 일반 사회 검찰의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텐데 이 점도 무척 아쉽다. 차라리 기무사나 군헌병대가 더 어울렸을지도 (아님 이 정도 비리면 국정원이라도) 중령쯤 되면 군검찰을 의지할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알텐데 징집제를 시행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절반이 군출신인 만큼 이런것도 조금 더 짜임새 있게 꾸렸으면 한다.
식구들의 식사자리,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다 공유하고 다 갖이 나눠먹는 식구들
짬밥이 싫어지면 콩밥 먹으면 된다
방산비리라는 소재로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 어느정도 짜임새는 갖추었으나 이래저래 아쉬움이 매우 큰 것은 맞다. 기승전결에서 기승까지는 있는데 전결이 없는 모양새고 마지막 장면 이후 관련자들이 사무실의 관련서류를 급하게 폐기처분하는 모습이 전부이던데 물론 아직도 척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을 모습을 담은거라 척결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고 할 수 있어도 충분히 상업적인 영화로 발전하지 못하고 리얼 다큐로만 머문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 (어떤 다큐도 재미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차라리 아이리스 같은 시리즈 드라마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 이 영화를 추천해 달라 하면 그냥 방산비리 관련 뉴스와 신문을 찾아보라고 하고 싶다. 1급기밀 제목만큼의 값어치는 부족하고 사건보고서라면 그 이상의 값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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