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짱구를 모르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어린 친구부터 40~50대 중장년까지 대중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만화 자체는 잘 몰라도 그 이름 만큼은 우리에게도 원래 익숙한 이름이라 못해도 전 연령대에서 인지도를 쌓은 만화 캐릭터 중 하나는 확실하지 않은가 싶다. TV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또 극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에 요즘에는 케이블 영화채널이나 어린이 채널에서도 볼 수 있는 만화이고 또 워낙 오래전부터 연작으로 나온 만화라서 은하철도999나 아톰과 같이 특정 연령대에서만 아는 만화와는 차원이 다른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는 국민적인 만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짱구라는 이름의 과자 역시 꽤 오랜 시간 사랑 받은 과자인데 손가락에 껴 먹던 이 짱구 과자 역시 짱구 캐릭터가 들어가는 과자라서 아동들에게는 확실한 대중 스타다. 1990년에 만화가 시작해 2010년까지 만화가 출판 되었고 지금까지도 TV용 애니메이션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니 벌써 짱구도 만들어진지 30년을 바라보고 있어 그 역사가 가히 짧다고 할 수 없는 굉장히 오래 된 만화 중 하나다.
짱구 과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재미있는 애피소드를 잠깐 꺼내면 짱구 과자의 원조는 삼양식품이다, 무려 1970년대 부터 만들어진 굉장히 오래된 역사 깊은 과자인데 짱구라는 만화가 나오기 이전부터 머리나 이마가 큰 짱구라는 표현을 그대로 차용해 짱구라는 상표로 과자 이름을 지어 팔다가 짱구 만화가 30년 뒤 국내에서도 히트를 치자 자연스럽게 그 만화와 연동 되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애니에 대한 저작권이나 상표권 인식이 드물던 시절이라 삼양식품은 미처 과자 이름과 같은 일본 짱구 만화에 대한 캐릭터를 과자에 정식으로 인용할 생각을 못 했는데 크라운제과가 짱구 캐릭터에 대한 권리를 사면서 크라운이 만든 과자에 짱구가 들어가게 되고 결국 시장에는 2개의 짱구 과자가 등장하게 된다.
원래 짱구 과자는 이름만 짱구고 포장지는 그냥 과자 사진만 있는 상태로 과자 이름으로 짱구를 어필했고, 새로운 짱구는 과자 이름이 크레용 신짱(짱구의 원래 일본 만화 이름)이지만 짱구 캐릭터를 활용해 짱구 과자라는 걸 사진으로 표현했다. 짱구=큰머리/큰이마 라는 인식 보다는 점점 짱구=만화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과자 포장에 짱구 캐릭터가 들어간 것이 당연히 원조 짱구 과자고 우리가 먹던 그 짱구 과자라고 인식하게 되어 후발주자이지만 크라운의 짱구 과자가 금새 시장을 파고 들게 된다. 그러나 8년 뒤 이번에는 그 캐릭터 사업권이 롯데제과로 넘어가면서 롯데가 짱구 캐릭터를 쓰게 되었고 크라운제과는 신짱 이름만 빼고 포장지에서 짱구 캐릭터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이름만 짱구인 삼양식품 짱구 과자와 이름만 신짱인 크라운제과의 짱구 과자, 그리고 짱구 캐릭터를 가진 롯데제과의 짱구 과자가 각자 이해관계를 갖고 얽히게 되는데 이렇게 우리나라에는 3개 회사의 짱구 과자가 모양까지 동일한 상태에서 시중에 나돌게 된다. 과자 모양까지 그대로 흉내 낸 것에 대해서는 대처가 불가하지만 짱구라는 과자명은 삼양식품이 선점한 상태라 짱구 이름이 적힌 과자는 여전히 삼양식품의 과자였고 신짱 역시 크라운제과가 선점하고 상표 등록을 한 뒤라서 롯데는 짱구나 신짱이라는 이름 사용은 불가능했다. 결국 삼양과 크라운은 각자의 이름만, 롯데는 이름 없이 캐릭터만 갖게 된 셈인데 지금 과자 이름을 보면 삼양식품은 "짱구"라는 단일 과자명칭에 짱구 녀석 비슷한 아이 그림만 등장하고 (누가봐도 짱구랑은 닮지 않음) 크라운제과는 "못 말리는 신짱" 이라는 이름으로 캐릭터 없이 과자 사진만 포장지에 있다, 롯데는 짱구와 신짱 모두 쓸 수 없어 결국 "크레용 울트라짱"으로 우리가 잘 아는 짱구 만화를 포장지에 넣고 판매 중이다.
노란색 배경의 "짱구"라는 과자명이 전부인 삼양식품이 아무래도 오래되서 맛이 길들여진 것도 있고 예전부터 손이 가던 과자라서 여전히 인기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캐릭터빨이 아무리 좋아도 떡 하니 큰 글씨로 "짱구"라고 적혀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삼양의 과자를 선택하게 된다. 맛을 보더라도 차이가 분명한데 하얀색의 가루가 보이는 계피맛이 우리가 알던 삼양의 짱구 과자고 검은깨가 붙어 있는 갈색의 조청 맛이 강한 과자가 크라운과 롯데의 맛이다. 연령에 따라 다르겠지만 짱구 과자를 즐겨 먹던 사람이거나 원래 맛을 잘 아는 분은 아무래도 흰색의 삼양 짱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원조이기도 하고..) 맛 (계피맛, 단맛) 그리고 색 (흰색, 갈색) 으로도 과자 업체를 구분할 수 있다.
짱구 만화 이야기로 돌아와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중에서 최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지금도 일본 TV에서는 각 방송국들이 메인으로 삼는 만화들이 있는데 나루토와 명탐정 코난, 포켓몬스터, 도라에몽과 대적하는 경쟁작으로 짱구가 있다. 아직도 그 기세가 꺽이지 않고 여전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에 본 외계인 덩덩이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이야기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이어가서 앞으로 10년 이상은 더 나와도 지루함이 없어 보인다.
기존의 짱구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색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습격 외계인 덩덩이"라는 작품이다. TV에서도 간간히 봤던 짱구 시리즈는 내 취향과 약간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본 덩덩이와 짱구의 케미는 그야말로 꿀재미 그 자체다. 짱구네 집에 외계인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린 내용인데 짱구네 가족이 외계인과 함께 먼 여정을 떠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기대한 것 보다 훨씬 재치있고 유쾌하다.
외계인 덩덩이의 실수(?)로 엄마, 아빠가 어린 아이가 되버린다, 짱구와 짱구 엄마의 춤을 보니 모자지간이 맞다ㅋ
짱구네 엄마 아빠를 원래 모습대로 돌아오게 하려면 외계인 덩덩이와 함께 그의 외계인 아빠를 찾아야 한다
유치원생처럼 작아진 엄마는 귀요미가 되고 아빠는 중2병에 걸린 사춘기 소년처럼 외모가 바뀐다 (외모만~)
피부도 탱탱하고 뽀사시해 지자 엄마는 기뻐 하지만 이내 아이들 걱정과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면 마냥 좋지 않다
엉뚱하고 나약할 것 같던 짱구네 아빠는 이번 여정에서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충실히 보여준다
꼬마 취급을 받으며 어린 아이들끼리(?) 여행 다니는 꼴로 보이기에 온갖 고생을 가족이 하게 된다
짱구네 엄마 졸귀,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보다보면 좋은 엄마, 좋은 아내라는 생각이 팍팍 든다.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평점 8점대로 짱구라는 타이틀 방어전에 성공했다. 짱구를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거나 혹은 기존의 블랙 코미디, 성인용 개그, 그림체 등에 대한 반감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짱구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그런 스토리가 아닌 가족 이야기, 짱구네 이야기로 짱구네 가족 모두가 스토리의 메인 주인공이고 짱구의 비중도 딱 N분의 1 수준이라 기존의 짱구 메인 스토리에서 조금 더 자유롭다 할 수 있다. 외계인 덩덩이와 짱구 둘 만의 모험담이었다면 그저 그런 짱구 만화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엄마, 아빠와 동생, 강아지까지 모두 함께 떠나는 가족 모험담이라 볼거리도 많고 공감되는 구석도 많다.
나는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기존에 짱구 만화에 대해서는 자주 봤어도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이번 작품 만큼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애니 속에 푹 빠져 보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게, 또 재미있고 유쾌하게 봐서 그런지 이것만큼 깔끔하고 후련한 영화가 없는 것 같다. 몰입하기 좋은 국내 성우들의 목소리 더빙 덕분에 감정이입이 잘 되는 건 보너스~
짱구는 못말려 원작 작가는 2009년도에 자료 사진을 찍다가 산에서 실족해 운명을 달리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사고라서 많은 팬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앞으로 짱구의 이야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컸는데 8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짱구 시리즈가 연재되고 사람들 곁을 찾을 수 있는 건 그의 딸들과 아들 덕분이다. 아버지의 그림체와 자식들의 그림체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매니아가 아니고서는 잘 구분하기 힘들고 (구분할 정도로 정교한 그림체는 아니지 않던가 ^^) 아주 오랜 시간 연재를 했던 만화라 그런지 스토리만 꾸준히 만든다면 그림은 언제든지 다시 그려낼 수 있는지라 아직도 여전히 짱구 시리즈는 현재 진행형이다.
작가가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많이 가지고 있어 짱구 만화에는 한국 여행 관련 에피소드도 담겨 있는데 한류 열풍 이전부터 작가는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짱구 만화에 같이 그려낸 걸로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짱구 시리즈가 있고 또 TV에서도 여러 짱구 만화를 찾아 볼 수 있지만 다시보기를 하더라도 추천하고 싶은 건 외계인 덩덩이와 함께 한 짱구는 못말려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박하지만 알콜달콩 지내는 짱구네 엄마, 아빠 모습도 좋았고 가족들이 외계인과 싸우는 대결 구도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떠나는 여행담이기도 하고 가족의 소중함도 소소하지만 엿 볼 수 있었고 또 어린 아이로 변해버린 짱구네 가족의 에피소드도 무척 재미있던 작품이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엄마, 아빠, 동생, 형, 누나, 언니랑 다 같이 봐도 따분함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엉덩이를 닮은 외계인 덩덩이(이름마저 엉덩스럽다)의 순박함과 짱구 친구들의 기대 이상의 역습 또한 하나의 재미 포인트라 집에 아이가 있다면 꼭 온 가족이 다 같이 둘러 앉아 보는 것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싶다.
짱구하면 역시 성우 박영남을 빼놓을 수가 없다
짱구 성우 목소리만 들으면 딱 그 유치원생, 초딩의 장난꾸러기 목소리 같은데 알고보면 꽤 나이가 지긋한 분이고 (칠순?) 무엇보다 짱구처럼 소년 목소리를 너무 잘 나타내서 알고 들어도 놀라울 때가 많다. 워낙 유명한 분이기도 하고 그동안 목소리를 담당한 만화 주인공들을 봐도 넘사벽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목소리로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둘리(아기공룡 둘리), 손오공(날아라 슈퍼보드/드래곤 볼), 폴(이상한 나라의 폴) 쵸파 (원피스) 등 이 있다. 무조건 주인공 목소리인거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건강상의 이유로 몇 차례 더빙을 하지 못한 적이 있고 또 연작인 짱구 시리즈(TV)에서 더 이상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은퇴 이야기까지 나왔으나 다행히 건강이 회복되고 좋아지셨는지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목소리 관리를 떠나 이제는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나이가 되셨는데 오래 오래 활동해서 어린이들에게 여전히 꿈 같은 목소리로 꿈 같은 이야기를 전해 주셨으면 좋겠다.
외계인 덩덩이 목소리를 맡았던 양정화
이보다 더 섹시할 수 없다. 목소리의 샤론 스톤 강희선 (짱구 엄마)
아래는 우리나라 지하철 안내방송 (출입문 닫겠습니다)에서 짱구엄마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김수희, 이윤정, 한수림, 강희선 순으로 목소리가 나오는데 지하철을 타 본 사람이라면 이 네 명의 목소리 모두 익숙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처음 나온 김수희님 목소리가 굉장히 익숙한데 2000년 이전까지는 이 분의 목소리가 거의 독보적으로 쓰였다보니 환승역과 같이 안내가 길게 나오는 경우에는 이 분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 분이 많을 수 있다. 인천과 수원으로 나누어지는 구로역, 2호선과 갈라지는 영등포역, 기타 서울역, 용산역, 동대문역 등 내리는 문 방향이 다르거나 환승해야 할 곳이거나 문이 열고 닫힐 때 전동차와 역 사이가 벌어져서 위험하거나(!) 하는 등 설명하고 안내해야 할 것이 많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목소리인데 지금도 간간히 지하철에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라고 알고 있다 (지하철 안타고 다닌지 오래되서 지금은 잘 모름)
짱구 아빠 김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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