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이해하면 끔직한 악몽처럼 잊혀지지 않는 영화 -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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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스토리를 이해하면 끔직한 악몽처럼 잊혀지지 않는 영화 - 마더!

by 깨알석사 2018.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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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한글 제목 "마더"라는 것과 여주가 지난 번 리뷰했던 "패신저스"의 그 아름다운 제니퍼 로렌스라는 사실만 가지고 봤던 영화, "마더!" 제목 영향으로 엄마이거나 엄마와 딸의 이야기, 혹은 엄마가 되는 과정을 그린 그냥저냥한 그런 영화라 짐작하고 봤던 영화다. 첫 시작부터 음산한 분위기의 화재 현장 잿더미가 빛을 받으면서 재생되는 과정을 그려내는데 침대 위에 아리따운 그녀마저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살아나 아무렇지 않은 아침을 맞는다. 시작부터 상당히 범상치 않은 장르라는 걸 알고나니 나의 예상을 단박에 뒤짚어진다. 이거 공포물인가...스릴러인가...화재범죄물인가...드라마를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난 강렬한 이 영화 첫 장면을 시작으로 쭉 끊임없이 숨 죽이며 봤다. 행복한 부부로 보이지만 뭔가 감추어진 비밀이 있는 것 같고 스산한 집은 귀신의 집처럼 음산 그 자체, 심지어 기괴한 현상이 집안 곳곳에 보이면서 귀신 영화처럼 이야기를 보여준다.

뜬금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느 남자가 집에 찾아오고 또 그 남자를 찾아 온 아내가 들어오고 또 그 남녀를 찾아 자녀들이 찾아오면서 상식 밖의 일들이 갑자기 생긴다. 남편은 손님을 받아 들이고 아내는 불안해 한다. 초반까지만 해도 난 이야기가 말하는 방향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고 더 몰입했다. 첫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의 과정을 보여주는거라 지례짐작 했기에 불시에 찾아 온 어떤 손님들과 벌어진 사건사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하지 않았다. 복잡하면서도 시원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의문이 의문을 낳고 알 수 없는 수 많은 일이 해명 없이 전해진다. 불타버린 집을 복구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고 그녀 존재 자체마저 의구심이 들 정도 (귀신인가), 갑자기 손님이 온 것도 의문이고 이상한데 오자마자 살인이 벌어지고 집은 순식간에 난장판, 그런데 그 상황에서 더 나아가 그 죽은 사람과 가족을 위해 장례식이 그녀의 집에서 행해지고 되고 문상객들이 찾아온다. 막장 드라마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닐텐데 그야말로 하늘의 날벼락,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들어와 마음대로 하는 것도 황당한데 장례식까지 집에서 치루게 되고 문상객은 진상객처럼 행동하며 집안을 온통 어지럽힌다. 

그러나 마치 악몽을 꾼 것처럼 기괴한 일도 잠시, 짜증이 폭발할 때면 어느새 침대에 누운 상태로 아침잠에서 깨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원래 집안 분위기가 된다. 꿈이었나? 착각이었나? 가상의 허구였나 싶지만 방문객은 실제로 존재했고 전날의 일이라는게 함정 아닌 함정, 그렇게 영화는 제대로 설명없이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시를 쓰는 남편은 영감을 얻어 출판을 하게 되고 출판물은 하루만에 완판이 된다. 팬이라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난장판은 다시 시작된다. 영화가 진전될수록 난장판의 규모는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파티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집단 사살 현장의 테러가 벌어지고 순식간에 집 주변이 전쟁터가 되면서 군인들이 쳐들어온다. 집도 폭탄에 맞아 구멍이 뻥뻥 뚫린다. 스릴러 같던 영화는 순식간에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면서 영화를 보는 내 머리속도 난장판으로 만든다, 한국의 아침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

호불호가 갈린다는 내용도 많던데 어떤 점에서는 모호한 포지션으로 후반 결말에 가기 전까지는 제대로 맥 집기가 어려워 보다가 지쳐 버릴 관객도 있을 것 같다. 피를 흘리는 집도 무섭고 벽 속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도 그렇고 남편은 마냥 집에 찾아 오는 손님 챙기기 바쁘고 집도 귀신의 집처럼 이상한데 더 나아가 이상한 손님들이 자기 집처럼 마구잡이로 쓰고 집이 아수라장이 된다면 이 상황을 이해하고 버틸 사람이 아마 없을거다. 그 누구라도 예외없이 아내 입장이 되면 딱 미쳐 버리기 좋은 상황이다.

주인공 부부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남편이 계단에 서 있는 것까지는 보여주지만 남편마저도 집 밖에 나가 길에 서 있는 걸 볼 수 없다. 전쟁터 한복판이 되기 전까지 이 영화가 무얼 말하고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감 잡기가 어렵다, 그러다 무기를 들고 집 안에 들어와 사람들을 격리하는 무리들이 등장하는데 아내의 입안을 살피며 이 천사는 더러워졌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설마? 했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사실 이 때만해도 난 아내와 집을 화마로 잃은 어느 남편의 이야기로 착각했다. 그 남자를 위해 천사가 내려와 아내로서 그를 보살펴주는데 (남편의 수호천사이거나) 신의 노여움을 사서 징벌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고 봤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이후 벌어지는 아내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보고 이마저도 단순한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남편은 신, 아내는 마리아, 태어난 아기는 예수라는 해석이 있다. 감독 스스로가 열린 결말이라 했고 종교적 색채를 가지고 만들었음을 말했기에 그 해석이 거의 맞을 것 같다. 집은 지구(혹은 세계)라고 볼 수 있는데 가볍게 볼 영화는 분명 아니다. 집에 갑자기 찾아 온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 역시 지구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우리들 본연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재난과 재앙이 벌어지는 참사 현장을 보고 신이 이걸 방치했거나 반대로 의도한 행위라고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던데 감독 자신은 무신론자라는게 어쩌면 하나의 힌트이자 답을 찾는 이정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더라는 제목과 아내의 역할, 아내의 관점, 아내의 시선, 아내의 생각을 보면 마리아라는 느낌 보다는 오히려 아내가 우리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보여지는데 열린 결말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했으니 이것도 어쩌면 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영화의 주요 장면을 보면 사실 "황당" "경악" "놀라움" "어이없음" "당황" 이 연상된다. 객관적으로 벌어지는 내용만 보더라도 황당 아님 당황이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불에 타버린 아내의 모습과 아내의 심장이 나오는 장면 이전까지는 사실 황당과 당황의 연속 그것이 전부다. 남편은 물론 집부터 사람들까지 모두가 의문의 대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의 묘사지만 그녀를 마리아가 아닌 "무신론자"라는 위치에 놓고 본다면 이것도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남편의 행적, 사람들의 이상한 행동, 광기에 찬 남편의 팬들(특정 종교를 맹신하는 부류), 정체를 알 수 없는 집의 기괴한 일들과 벌어지는 상황들은 신에 대한 이야기라고 가정할 경우 이걸 이해 못하는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같은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신이 벌이는 일도, 신이 행하려는 일도, 신을 믿는 사람들의 행동도, 신을 믿는 사람들이 벌이는 만행과 같은 행동도 집에서 벌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내의 모습처럼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남편을 믿지 못하고 남편을 따르지 않는다면 영화 속 집과 상황이 신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라는게 확실해 영화 속 결말과 같은 일을 겪게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첫 장면이 시작되고 다시 아내가 아침잠에서 깨어나는데 이 반전과 같은 결말에서 아내의 모습이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이라는게 아마 이 부분을 더 뒷받침한다고도 볼 수 있는게 아침잠에서 새로 깨어나 다시 시작하는 아내가 "유신론자"가 되거나 남편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따르는 경우라면 결말 역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똑같이 벌어져도)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남편이 했던 것처럼 모든 걸 남편과 집안의 사람들이 했던 걸 그대로 따랐을 확률이 크기에 결국 무신론자 입장에서 만들어진 아내의 모습을 빌려 만든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감독 스스로가 그 부류이고 애초에 그걸 기반으로 종교에 대한 의문과 실망을 일부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말 딱 한장면만 놓고 보면 새로 시작한 스토리, 새로운 모습의 새롭지만 여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지금까지 봤던 영화 속 이야기와 달리 아내가 보였다면 (보인다면) 남편을 의심하지도 않고 찾아오는 사람을 남편처럼 반기면서 환영한다거나 남편의 모든 걸 따르면서 아기에 대한 것 역시 남편의 뜻대로 사람들에게 순순히 넘겨준다면 새로운 아침에 다시 아내가 눈을 뜨면서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일은 없다는 뜻이다.

신과 마리아 예수의 각 캐릭터를 그대로 구현 했다기 보다는 주인공이자 그녀의 시선이 되는 아내 만큼은 오히려 이 상황에서 벗어난 경우라고 봐야 하는데 모든게 말이 안되고 모든게 상식에서 벗어나는 이상한 일이지만 연속적으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과정에서 내가 미친거야, 사람들이 미친거야, 남편이 미친거야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종교가 평화의 근간이 된다고도 하지만 종교가 없다면 오히려 평화의 새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종교 때문에 수 많은 전쟁과 고난을 겪은 건 지구 역사에 분명한 사실이고 지금도 변함없이 동일하게 그 이유로 수 많은 전쟁과 범죄, 테러가 발생하는데 심지어 종교가 같아도 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엄청난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중동지역)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모든게 상식 밖의 일이고 이해하기 힘든 영역일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면 딱 그 상황이다.

남편은 신이고 아기는 예수라는 건 명확하지만 정작 아내이자 주인공의 캐릭터는 캐릭터 자체가 열린 결말이다.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있지만 보자마자 난 이건 100% 인간이면서 무신론자의 입장과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것을 아내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상황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신론자인 감독 스스로가 바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기도 하고 며칠만에 몰아서 만든 각본이라고 하는데 밑바탕에 깔고 시작한 상황 자체가 신이 있다면서 왜 이런 재난과 재앙이 벌어지는건가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고 했기에 출발 자체가 무신론으로 접근했다고 볼 여지가 더 많다.


남편(신)을 믿는다면 다시 깨어나 다시 이 고통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보지도 않을 것) 영화처럼 남편과 아내의 모습이 그려진다면 반대의 아내 모습이 나올 때까지 영화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무한정, 무한대로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첫 장면과 새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기존의 해석이 맞겠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모습의 다른 아내가 똑같은 장면을 시작한다는 건 1호, 2호, 3호, 4호.....언젠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아내(유신론자)가 나올 때까지 무한 반복한다는 것이다.

원래 제목이 여섯째 날이였는데 나중에 마더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이 모든 걸 창조하는데 걸린 날과 같다. 오히려 원 제목이 영화의 강력한 힌트가 될 수 있어 잘 바꾸었다고 보인다. 포스터 중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 포스터를 보면 지구를 받쳐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영화를 보고 포스터를 다시 보면 이야기가 무얼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는 힌트라는 걸 알 수 있다.


영화는 다음영화 기준 일반인 5점대, 전문가 기준 7점대로 전문가에게 후한 점수를 받았다. 리뷰 점수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이 역전되는 경우는 확실히 호불호가 많다. 논쟁과 논란거리가 많은 마이너한 경우라고 봐야 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복잡한 구조를 갖고 혼란과 분란을 끊임없이 창출하고 보여준다. 집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면 사람에 대한 의문으로 시선이 옮겨가고 다시 사람들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 집에 대한 의문으로 시선이 수시로 옮기면서 어느 시선 하나에 고정을 못하게 흔들어 버린다. 정신없어 보이지만 혼란과 고요가 공존한다.

나는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로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 쓸 수도 있구나 하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남편,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 아내의 각 입장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고 스토리 하나로 수 많은 곁다리 이야기를 재생산할 수 있는 이야기라 마치 잘 조화롭게 응축된 이야기처럼 보인다.

점점 뒤로 갈수록 미친 폭주 기관차마냥 광기가 화면 전체를 감싸고 돌면서 모두가 미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을 필름에 담아 보여주는데 제정신 차리고 봐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중심점을 잡기 어렵다.

종교를 가진 사람과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의 시선에서도 끊임없는 논쟁과 뒷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

불에 타 다시 잿더미가 된 집의 결말에서 남편은 아내의 심장을 꺼내어 부셔버린다. 그리고 부셔진 심장에서 다시 새 조각으로 모든 걸 다시 재시작한다, 이건 분명 "리셋"이다. 결국 영화 속 아내는 신의 입장에서 실패작, 자신이 만들었지만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을 믿고 따르지 않는 것에 슬퍼하며 실망한다. 이 상황이라면 믿음을 저버린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믿음을 갖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남편에 대한 신뢰와 믿음 = 종교적인 믿음)

이 영화와 관련해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리뷰가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동진의 어바웃 시네마 리뷰를 보는 걸 추천한다.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와 인물들이 성경의 어떤 점과 같고 무얼 묘사했는지 손쉽게 설명도 하고 영화가 이야기하는 근본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http://magazine2.movie.daum.net/movie/40928 (거대한 이야기를 한 손에 쥐고 폭주하다) - 별 다섯 중 별 넷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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