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소나기 소설이 연상되는 미국 영화 - 에브리씽 에브리씽 (Everything,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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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리뷰

황순원의 소나기 소설이 연상되는 미국 영화 - 에브리씽 에브리씽 (Everything, Everything)

by 깨알석사 2018.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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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을 정식으로 접한 건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황순원의 소나기였다. 그 이전까지는 초등학생이라 아동 도서 위주, 과학 도서 위주, 위인전집이 대부분이었고 단편이든, 장편이든 소설이라는 걸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고 국어 교과서에 실린 소나기라는 소설을 짧게 접하면서 소설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점점 조금은 어른스러운 책 읽기에 들어갔다. 

청소년 시기가 다 그렇겠지만 또래 아이들의 순애보 이야기를 다룬 소나기는 나에게 나름 신선한 충격과 즐거움을 안겼다. 사춘기가 시작되던 시기라서 더 그랬는지 모르지만 감정이입도 되고 감성적으로 공감되는 것도 많았다. 주인공들을 묘사하는 장면 하나 하나가 다 머리속에 그려지면서 상당 기간 그 소설에 꽂혀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소개할 "에브리씽 에브리씽"은 그 점에서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케 하는 감성 어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희귀병으로 인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17세 소녀와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소년이 만나 친구가 되고 결국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소나기와 다른 점이 많기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의 풋내기 사랑이 아닌 나름 진지함이 느껴지는 비슷한 면이 있다.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니콜라 윤이라는 작가가 쓴 동명소설 "에브리씽 에브리씽"이 원작이며 거의 소설 원작 그대로를 영상화 했다. 소설은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에 뽑혔고 아마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며 독자들을 순식간에 사로 잡았다, 그리고 출간 후 바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흑인 소녀와 백인 소년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도 쉽게 접하지 않는 애정 구도라는 것도 신선하고 두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가 뻔하면서도 진부하지 않고 나름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도 무척 마음에 든다. 특히 여주인공 아이의 순수함과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인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사랑스러움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생각날 정도로 깊은 인상을 준다.

면역력에 문제가 있어 아기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소녀, 그리고 우연히 옆 집에 이사를 오면서 또래 여자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소년은 각 자의 방이 마주보게 되면서 운명적인 친구로 발전한다. 그리고는 서로의 감정에 따라 결국 이성친구로 이어지며 넘지 말아야 할 여러 선들을 넘게 되는데, 그게 부자연스럽거나 인위적이지 않은 것도 이야기의 특징

벽과 유리라는 장애물이 둘 사이를 온라인 친구로만 지낼 수 밖에 만들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면 그런 장애물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 밖의 세상에 도전하고픈 소녀는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세상 밖의 풍경을 기대하게 되며 소년과 함께 위험한 외출을 감행한다.

소년은 여러가지로 소녀에게 특별한 존재다. 소년이 없었으면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 했을 것이고 또 평생 그렇게 집 안에서 죽는 날까지 갇혀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진실된 사랑조차 경험하지 못 했을 확률도 높다. 

무엇보다 자신이 앓고 있는 희귀병, 면역질환에 대한 극복(?)이 소년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는데 나름 소소한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지만 소녀가 집 안에 갇혀 살게 된 이유조차 납득이 안된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서로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목숨을 걸 만한 상황이었는지, 또는 소녀의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딸을 온실 하우스 속 화초처럼 키워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삶을 망치는 결과들이 연이어 나오지만 그건 이들의 사랑이 풋내기 장난이 아닌 진실된 사랑임을 증폭 시키는 장치일 뿐, 눈살을 짓게 만들진 않는다. 스토리 자체가 해피엔딩을 그려냈기에 불편한 요소들은 순식간에 사그라 든다.

정말로 사랑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가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처럼 되기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더 이런 상상속의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갖고 대리만족을 통한 위안을 삼는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사건이나 화려한 연출 없이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들의 사랑 속삭임에 귀 기울여 엿 듣는 것 자체가 꽤 재미를 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을 것 같고 황순원의 소나기 주인공들이 이랬을 것 같다. 10대 아이들의 사랑치고 어른들의 사랑과 크게 다름이 없다.

흑인과 백인 구도를 대립이 아닌 사랑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다. 집주인은 흑인, 가정부 역할까지 하는 간호사는 백인인 것도 이 구도가 쓰였다. 흑인 엄마는 전문직(의사)이고 옆 집 소년의 백인 아버지는 망나니로 그려진다. 흑인 작가가(원작) 시나리오를 쓰고 흑인 영화감독에 의해 만들어지고 핵심 주인공도 흑인이지만 이걸 흑인의 입장에서 그려내거나 흑인 세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구도는 존재하지만 상대적인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도 특징,

작가와 감독, 주인공 모두 여자라는 공통점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여자의 시선에서 여자의 입장만 그려낸 것도 아니다. 비주류, 소외계층, 약자라고 인식되는 구도를 전면으로 내세웠음에도 사랑 이야기에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고 쓸데없는 구도 대립이 없어 관객과 독자들에게 더 사랑 받지 않았나 싶다.  

10대의 사랑 이야기치고 후반에 가서는 두 사람의 애정이 너무 깊게 들어가 잠자리를 하는 것까지 이어지는데 미국 영화라는 기준에서 보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고 우리라고 해서 전혀 말도 안되는 경우도 아니면서 예전과 달리 청소년의 사랑도 어른들의 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둘이 바다 여행을 위해 떠난 곳에서 드라이브 하는 것 자체가 성인들의 데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영화는 국내 미개봉으로 국내 관객은 케이블TV 등의 VOD 등을 통한 영화 서비스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참고로 내가 이용하는 VOD 서비스의 해당 영화 관람료는 6천 5백원이다.


일반인 평점 다음영화 기준 7점대로 준수한 평점을 받았다. 정식 상영관 개봉은 아니라서 전문가 평점은 아직 없다. 내가 평점한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 수우미양가에서 "우"로 보통 이상으로 평가한다. 10대 청소년들의 뻔한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뻔함이 뻔하지 않아서 좋고 뻔하더라도 예쁘게 그려 냈기에 그냥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국내 대부분의 도서출판 사이트에서 원작 소설을 구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그려낸 풍경과 주인공들의 모습이 더 매력적이라 보여 책 보다 나은 영화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데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봐도 무리수가 없을 정도로 괜찮은 영화라고 보여진다.

바다를 한 번도 본적이 없어 바다 구경을 하고 싶다는 소녀에게 소년은 유리창 밖에 온갖 세상 바다 사진을 다 붙이고 바다를 함께 보러 가자고 메세지를 남긴다. 소녀의 입장에서 보면 꽤 감동 받았을 장면,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정서를 보면 비슷한 국내 작품도 흥행은 못 했고 해외 작품도 국내에서 크게 히트를 쳤던 작품이 드물어서 이 영화가 국내 개봉을 하더라도 큰 흥행은 할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는다. 그리고 꼭 큰 상영관을 통해서 봐야 하는 장르도 아닐 뿐더러 VOD 등의 영화 서비스로도 쉽게 안방에서 볼 수 있기에 개봉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다만 개봉을 한 것과 개봉을 하지 않은 것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계기의 차이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 (나 역시 케이블TV 영화 채널 돌려가며 골라 본 것이라 개봉작 카테고리에 없다면 찾기 어렵거나 묻히기 쉬운 건 분명하다)

대략적인 스토리 줄거리만 보면 마치 사랑이 희귀병을 극복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전개 과정에서 결국 희귀병을 극복한 것과 다름이 없다. 사랑의 힘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다면 희귀병은 평생 소녀에게 지울 수 없는 부분이지만 실체가 있든 없든 결국 병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진 건 사랑의 힘이 절대적인 요소다. 첫사랑과 목숨을 맞바꾸는 형태로 액션을 취하지만 결국 첫사랑도 얻고 목숨도 얻고 자유까지 얻는 해피엔딩이라 소나기의 엔딩 아쉬움을 여기서 달래 본다

성인 나잇대의 연인, 부부가 보면 감흥이 떨어질 수 있어도 미성년/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볼 경우 감흥이 남다를 수 있고 자녀와의 대화와 주제 삼기에도 편해 자녀와 함께 보면 나름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원작 소설의 작가는 니콜라 윤이다. 윤이라는 성씨가 외국인에게 흔치 않고 동양인 중에서도 한국 성 말고 잘 쓰지 않는 성인데 짐작대로 남편은 데이비드 윤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계 남성이다. 작가는 남편, 딸과 함게 LA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는 남편이 기여한 것이 없지만 원작인 소설에서는 삽화를 그린 사람이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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