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알면 알수록 어렵고 깊이 파고들면 파고 들수록 본질을 깨닫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주식이다. 주식이라는 것이 단순한 기업 투자, 지분 참여, 배당금으로 정리하기에는 수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데 경제는 물론 금융 자체에 대한 이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 접근이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주식 재테크다.
재무 전문가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 사람들 다수가 금융 문맹에 속한다는 말을 종종 한다. 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문맹), 컴퓨터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반면 (컴맹), 유독 금융에 대한 건 4년제 대학을 제대로 나와도 잘 모른다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국영수에 대한 공부는 집착하는 반면, 먹고 사는 것의 근간이 되는 기초 경제와 금융 공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인데 어린 나이에 돈부터 밝히면 안된다는 선입견이 (선비정신) 아무래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방바닥에서 맥주 한 캔 먹으면서 뒷사람 발 치는 걱정 없이 편안한 방에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나는 따끈한 극장 개봉작 보다는 약간 늦더라도 IPTV의 신작으로 넘어와 TV로 볼 수 있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데 최근 관심을 갖고 기다린 영화가 있다. 류준열이 주인공으로 나온 "돈"이라는 영화다. 금융과 자본 경제의 중심인 주식투자에 관한 영화로 증권사 브로커인 주인공이 수수료 욕심에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는 스토리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주식 투자 영화는 당연히 "작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나는 3번 정도 봤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무난하게 볼 수 있으면서 재미까지 더해져 꽤 잘 만든 수작이라 할 수 있고, 주식을 좀 안다고 하는 사람이 보면 몰입하기가 더 좋기 때문에 관객 층을 구분 없이 끌어 들인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 이기도 하다.
영화 "작전"이 경기장 밖의 마이너, 음지의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경기장 안의 메이저들 세계를 보여주었다 볼 수 있는데 "작전"과 비교를 하면 일반 개미 투자자와 무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거리감이 약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흘러 가는 이야기와 중심 축이 주식 시장의 앞과 뒤, 옆이 고스란히 나오기 때문에 주식에 관심이 있거나 주식을 부업, 전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꽤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 역시 주식 투자를 오래 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국내 영화판에서 주식 관련 소재의 영화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IPTV로 빨리 넘어 와 나만의 안방에서 보길 학수고대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류준열 숨은 그림 찾기 - 가운데 핑크색의 블라우스 입은 여직원(대리) 우측 끝 자리가 류준열이다.
영화 "작전"은 개인 투자자, 개미들의 이야기라면 영화 "돈"은 브로커(증권사 직원)의 이야기로 판 자체가 다르다. 일종의 작전도 여기서는 레벨이 다른데 위 장면처럼 메신저로 실시간 투자 위임을 받는 사람들 내역을 보면 자산운용사, 보험사, 은행, 증권사의 직원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개미가 아닌 기관 투자자들이다.
우선 주인공이 맡은 브로커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단어로 쓰여 오해하기 쉬운데, 장기 밀매 브로커나 비리, 조작과 관련해 중개하는 사람을 통상 브로커라 하기 때문에 주식 브로커라고 하면 불법적이거나 불량 주식/채권을 중개하는 사람으로 오인한다. 사실 직역 그대로 브로커는 중개인이라는 뜻으로 주식 시장에서는 브로커가 매수, 매도를 대행하는 중개인으로서 나름의 위치를 갖는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직업군이면 "딜러" 이상한 직업이면 "브로커"로 달리 말하지만 딜러는 판매상이고 브로커는 중개상으로 완전 다르다. 중고 자동차 판매상이 딜러이면서 곧 브로커이기도 한데 새 차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딜러에 해당하지만 중고차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역할이 더 크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브로커도 해당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중고차 상사가 매입을 해서 그걸 되 파는 것이기에 브로커가 아닌 딜러가 되지만 누군가 팔아 달라고 하여 차량 매물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중고차 매매상의 역할이니 보기에 따라서는 브로커 역할이 더 클 수 있는 것이 이런 경우다.
예전에는 주식을 할 때 전화로 주문을 했다. 고객이 전화를 걸어 증권사 직원에게 주문을 내면 그 직원이 대신 매수, 매도를 해주었는데 그게 브로커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컴퓨터로 개개인이 할 수 있게 한 것이 HTS (홈트레이딩시스템) 이고 그 브로커들이 매수, 매도를 할 때 썼던 프로그램이 바로 이 HTS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브로커에게 직접 주문 대행을 하기 보다는 집이나 직장, 길거리(스마트폰)에서 직접 HTS를 활용해 주식 주문을 하기에 이제는 브로커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 전화 한 번 걸어 주문 내역만 통보하면 알아서 매도하고 매수를 대신 해 주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더 편리하거나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PC로 들어가 직접 주문하는 경우, 앱이나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로그인부터 시작해 각종 인증을 통과 한 뒤 화면을 보고 일일이 찾아 대응해야 하는 반면 브로커를 통한 전화 주문은 지금도 수량과 종목만 말하면 바로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귀찮거나 직접 접속이 어려운 경우, 의외로 초간단으로 해결할 수 있어 지금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브로커 주문이다. (물론 사람이 대신 해주는 것이니 수수료가 비싸다) 지금 증권사 고객센터에 걸어 전화 주문을 하는 건 영화에도 나오지만 전문 트레이딩 직원이고 브로커는 아니다. 브로커는 객장에 있거나 영업팀으로 따소 배속되어 움직인다. (사실 나날이 발전하면서 경계가 애매한 것도 있다)
계좌를 트고 전화를 걸어 사고 싶은 회사 이름과 종목 수만 말하면 대신 사주고 대신 팔아주기 때문에 고객은 머리 속에서 팔지 말지 고민만 하면 되고 손과 발이 할 일은 브로커가 하기 때문에 고객은 결정만 하면 된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쉽게 주식을 사고 판다고 하지만 초년생과 노년에게는 여전히 복잡한 화면 보는 것이 아찔하고 매수, 매도창 보는 것도 배우지 않으면 이것도 충분히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주식 시세만 보고 산다, 판다만 할 거라면 이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대한 자료 화면이 나오는 경우 지금도 예외 없이 수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전화를 여러 대 받고 전화기에 쏼라쏼라 하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다 주식 브로커,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역할과 기본 시나리오의 중심이 된다.
영화에서 브로커는 생각하지 말고 고객이 주문한 것만 따르면 된다고 나온다. 크게 다른 말은 아니다. 판단과 결정은 펀드 매니저가 하고 실행은 브로커가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영화 초반 해당 증권사의 영업팀이 모두 펀드 매니저에게 알랑방구를 끼며 사바사바 접대를 하는 것도 이들의 손과 발이 대신 되어야 수수료 먹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브로커가 더 많겠지만 어찌 되었든 영화 속 주인공은 운영 펀드의 주문 중개나 개인 주문이 아닌 불법 투자 세력(!)과 결탁해 그들의 손과 발이 되는 역할이 된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주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분들 중 증권사 직원인 경우 대부분 브로커 출신이거나 현직 브로커다. 증권사에서 고객들 주식 관리를 했거나 고객 관리를 했다는 경우 역시 모두 브로커라고 보면 된다. 유튜브 등에서는 개인 방송을 통해 전문가로 많이 포장하지만 사실 머리에 주워 들은 건 많아도 딱히 배울 게 없는 것이 브로커 출신의 한계. 생각하지 말고 주문이 나오면 따르기만 하라고 한 것만 보더라도 그들에게 딱히 전문가로서의 주식 배움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증권사 직원 타이틀이 먹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유튜브 보는 사람에게 약발이 먹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괜히 영업직원이겠는가)
영화에는 다양한 주식 용어가 나오는데 일단 몇 가지는 정리를 좀 하고 넘어가자. 첫 번째는 류준열이 처음으로 맡게 되는 임무에서 등장한 "트리플 위칭 데이"와 "스프레드"다. 어차피 파생 상품에 관한 것이고 일반 주식 시세 위주의 투자자라면 참고 대상은 되어도 굳이 알 필요 없고 몰라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깊이 이해를 못해도 스스로를 탓할 이유가 없다. 그냥 영화 속 등장하는 장면의 진행 과정에서 단지 영화의 전개에서 나오는 상황에 대한 이해력을 갖기 위한 것일 뿐 반드시 알아야 할 건 아니다. 나 역시 최대한 알아 듣기 쉽게 간단 정리를 할 것이니 정말 관련 용어에 대해 깊은 공부를 할 것이면 따로 잘 정리된 것을 찾아보길 바란다.
일단 선물, 선물은 기프트의 선물이 아니라 선행, 후행처럼 앞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래의 것을 미리 선취하는 걸 말한다. 지금 거래되는 주식은 반대로 현물이 된다. 선물을 쉽게 정리하면 금은방에 가서 금을 살 때 현재 금 시세가 10만원이라 가정할 경우 6개월 뒤 13만원에 사겠다고 하고 13만원 거래 약정을 하는 걸 말한다. 금은방 주인 입장에서는 지금 10만원 짜리 금을 13만원에 사겠다고 하니 땡큐 하면서 거래를 맺게 되는데 미래 예측을 할 줄 안다면 꽤 유용한 거래 방식이 된다. 13만원에 선물 형태로 거래를 하겠다는 건 자기가 보기에 6개월 뒤 그 보다 더 높게 금 시세가 적용될 것이라 보기 때문인데 만약 6개월 뒤 금이 20만원으로 올랐다면 이 사람은 13만원에 사기로 했으니 앉아서 7만원을 이득 보게 된다. 반대로 금은방 주인은 7만원을 날린다. 물론 미래 예측을 실패해 금이 그대로 10만원이거나 8만원으로 주저 앉으면 13만원에 사기로 했으니 8만원 금을 13만원 주고 사야 하는데 반대로 이 때는 금은방 주인이 큰 이득을 본다.
옵션은 이 선물에 대한 권리를 사고 판다. 다시 예시를 들면 10만원 짜리 금을 6개월 뒤에 13만원에 사기로 했는데 이 사람의 예측이 맞을 것 같으면 이 거래는 이 사람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금은방 주인과 똑같이 같은 거래를 맺지 않은 이상 다른 사람은 이와 같은 이득을 볼 수 없다. 이 때 그 거래를 튼 사람에게 6개월 뒤 13만원에 살 수 있는 그 권리를 나에게 돈 주고 넘기라(팔아라) 하는 것이 옵션이다. 선물은 거래 그 자체이고 옵션은 그 거래의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이다. 선물 투자를 한 사람은 1개월 뒤 시세가 14만원이 되었다면 당장 권리를 팔아도 1만원 남길 수 있고 권리를 산 사람은 앞으로 6만원을 챙길 수 있으니 잘 되면 서로가 이득이 된다. 물론 예측을 잘 했으면서 왜 파냐 물을 수 있는데 기회비용 입장에서 보면 일단 수익이 났다면 팔 수 있을 때 팔고 다시 다른 선물 투자를 해서 추가 수익을 얻으면 되기 때문에 원 거래자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6개월까지 기다려서 원래 수익을 갖나 1개월 만에 비슷한 수익률을(분할) 갖나 달라지지 않는다.
위칭은 우리 말로 "마녀"로 해석되는 단어로서 트리플이 붙는 데이라 했으니 "세 마녀의 날"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식 "지수"의 옵션과 선물이 만기 되는 날, 개별 주식 자체의 옵션이 만기가 되는 날을 의미한다. 지수 옵션/선물과 주식 옵션 세 가지가 같은 날에 마감이 되면서 이 날의 증시를 흔들기 때문에 이런 용어가 붙었는데 일반적으로는 무서운 마녀가 하나도 아닌 셋이나 등장해 동네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과 맞물려 상황적 설명으로 쓰지만 사실 그 의미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굳이 마녀(위치)를 갖다 붙인 이유는 마법+여자가 합친 단어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마술을 동시에 일어나는 날이 큰 의미가 아니라 세 여자가 동시에 출몰하는 날이라는 "녀"에 집중한 표현이 더 맞다고 봐야 하는데 여자들에게 볼 수 있다는 "히스테리"에 관한 것으로 앞뒤 따지지 않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여자들의 상황과 맞물려 마녀들이 동시에 출몰한 날로 인식이 된 것이다. 마법 걸린 여자친구의 분위기 맞춰 주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걸 남자들은 잘 아는데 (아 몰랑~ 다 짜증나!) 마법 걸린 여자 한 명도 아닌 셋이 나를 상대로 히스테리를 부린다면 어떤 상황인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남자 입장에서는 이유도 없고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날이라 엄청 곤혹스럽게 되는데 이렇게 저렇게 감 잡기 힘든 것처럼 이 날이 그런 모습과 같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지수 옵션과 선물, 주식 옵션이 모두 일시에 만기가 되면 물량이 쏟아지게 된다. 이 때는 어디로 튈지, 어떻게 증시가 바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난장판이 되기 쉽다. 마치 여자의 히스테리처럼 말이다. (여자의 상황에 대한 풀이에 대해 오해는 말자, 마법 걸린 날은 어떤 정신 상태가 되는지 상황 설명에 따른 부차 설명일 뿐이다) 지수 선물과 옵션은 369 게임처럼 3월, 6월, 9월, 12월 각 3개월 마다 만기가 돌아오며 주식 옵션은 매월 만기가 돌아 오는데 이게 모두 두 번째 "목요일"로 (두목) 똑같다. 1년에 4번은 세 가지가 다 동시에 만기가 되는 것이다. 이 때가 바로 트리플 위칭 데이다. 현물의 주식판이 미친 듯이 올라갈 수도 있고 미친 듯이 추락할 수 있다. 추세를 예측하기 무척 어렵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특정한 매직에 걸린 날, 종잡을 수 없는 (추세 파악이 안되는) 여자의 마음과 같아 이런 용어가 붙었다. 외국이나 국내나 매직, 마법에 걸렸다는 건 여자들 스스로 표현하는 범위이기도 하다. 그 마법에 상대가 잘못 걸리면 평소보다 수십 배로 혼쭐이 나게 되는 것이다.
스프레드는 차이에 대한 투자다. 어떤 것의 가격 차이가 벌어졌을 때 그 중간 마진을 취하는 방식인데 굳이 예시로 간단 정리를 하자면 외환 거래에서도 이런 유형이 많다. 달러를 살 때 우리는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이 다르다는 걸 안다. 일반적으로 어떤 것의 값이 100원이면 100원에 되사고 되팔아야 정상인데 달러의 경우는 환율이 있음에도 살 때와 팔 때의 은행 고시가 다르다. 살 때는 환율보다 더 비싸게 사고 팔 때는 환율보다 더 싸게 판다. 이렇게 되면 중간에 있는 은행은 차액을 남기게 되는데 외환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환전 수수료 명목으로 메꾸고 남기기 때문에 은행은 이 걸로 일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환전도 공항에 있는 은행에서 하느냐 시내에 있는 시중 은행에서 하느냐 같은 은행인데도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처럼 같은 물건인데 가격 차이가 생긴 경우 그 차액을 노린 투자 기법이 스프레드다. 금도 역시 마찬가지, 금 시세가 10만원이면 금은방에서 금을 팔 때 10만원 그대로 다 쳐주지 않는다. 10만원이 시세인데 그 보다 싸게 팔아야 사준다. 살 때는 시세보다 약간 더 비싸게 사고 팔 때는 시세보다 약하게 파는 것 역시 금이다. 이처럼 이런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또 다른 파생 거래가 되는데 이 때 이런 거래를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의 "권리"가 스프레드다. 옵션과 비슷하다. 애초에 옵션 할 때 쓰는 말이다.
옵션 투자 자체가 파생이고 파생이라는 말 자체가 본래의 줄기에서 뻗어 나간 것이기 때문에 본래 줄기가 현물에 근거한 시장이라면 파생은 이 현물을 중심으로 만든 합법적 "도박"이기 때문에 애초에 경제 활동이나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지분 투자가 아닌 오직 투기에 목적을 둔 금융 파생으로 권리를 사고 판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게임이다. (권리를 사고 파는 행위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부동산 딱지처럼) 전업투자자 중 제대로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몰라도 상관 없고 알아도 쓸 이유가 없어 넘어가도 상관이 없다. 파생 자체가 금융 보다는 도박에 가깝기 때문에 (논리적인 수학 도박) 파생을 하지 않는다면 참고는 하되 중요하게 여길 건 없다. 현물 시장(주식)에 파장을 준다고 해도 가치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어차피 실적과 재무제표로 승부하기 때문에 단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더더욱 신경을 꺼도 되는 것이 이것들이다.
영화에서는 이것과 관련해 처음 류준열이 역할을 맡게 된다. 옵션 만기를 바로 직전에 둔 날 임무를 받게 되고 세 마녀가 등장하는 만기 일에 스프레드 주문을 열어 정해진 수량 만큼 사기만 하면 되는 일로 첫 스타트를 끊는다. 간단한 일 같지만 영화처럼 상대방의 누군가가 실수를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작전/조작이 아니라면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실수를 하고 그 실수로 그 소속 회사가 금전적 손실을 봐야 그 손실만큼 이득을 취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되려면 범죄 행위다. 증권사 하나가 파산할 수 있을 만큼 크게 걸릴 수 있는 문제로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상대가 실수했거나 의도해서 손해가 난 만큼 다른 누군가가 이득을 취하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인데 영화에서는 실수인 척 매도한 증권사 직원은 먹튀, 해외로 도피하는 걸로 나오고 류준열은 이걸 사서 큰 수수료를 먹는 걸로 나온다.
영화는 만기 직전 미션을 받고 만기 날에 이걸 실행하는 걸로 나온다. 왜 그렇게 했을까? 왜 그래야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그램 매매로 미친 듯이 쏟아지는 대량 주문과 널뛰기 하는 만기 상품들 덕분에 이 날은 시장이 교란이 되어도 응당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세 마녀의 날에는 평소와 다른 이상 감지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날 자체가 다 이상하게 수치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앞으로 가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뒤로 가도 되고 위로 날라가도 되고 아래로 꼬구라 져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하는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다. 주문이 실수라 해도 의도했다기보다는 프로그램 매매상의 오류로 잘못 쏟아져 나온 걸로 착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엄청난 실수로 맺어진 불행, 누군가는 엄청 운이 좋은 거래가 되었다고 단순하게 넘겨 짚게 되는 것이다. (실수로 버린 것이 금덩이, 그걸 우연히 주운 사람, 이런 모습으로 의도적으로 금을 버리고 운이 좋아 먼저 주운 척) 정신 없는 상황에서 실수를 가장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주문을 넣고 다른 사람이 그걸 받아 먹어 시세 차이를 크게 보는 것이다.
어리숙한 모습으로 처음으로 고객 주문을 받은 주인공은 애매한 말투로 주문하는 고객 때문에 엄청 고생을 한다. (위 이미지가 바로 그 장면이다) 매수인지, 매도인지 발음이 이상하게 들려 다시 말해 달라고 하지만 고객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이미 끊은 상황, 급하게 녹음 되어진 음성을 재확인해도 고객이 매로(?)해 달라 했기에 고뇌에 빠지게 되는데 급한 마음에 매수가 맞는 것 같다 하여 고객 대신 매수 주문을 넣었으나 고객은 매도를 요청한 건이라서 결국 류준열 덕분에 해당 팀 전체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직원의 실수이니 고객에게 물어주어야 하는 상황) 참고로 애매하게 말해서 주인공을 고생 시킨 이 고객은 이 전화 목소리로 딱 한 번 나오지만 "황정민"이다.
영화에는 부디끄(부띠끄)라는 말도 나온다. 작은 옷 가게라는 뜻으로 원래 쓰이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소형 사무실을 두고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세력들의 공간을 말한다. 영화 "작전"에서 김민정이 맡았던 역할이 이것과 비슷한데 인수 합병과 같은 큰 거래도 하고 중간에 여러 중개를 맡아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많지만 (제대로 하는 경우) 대부분은 시세 "작전"을 할 때 주로 활용 되기 때문에 부띠끄라는 사무실의 등장 자체가 불법적인 일을 하게 된 다는 걸 암시 한다고도 할 수 있다. 회사를 팔고 사는 경우에 등장하는 부띠끄는 능력이 되는 소수의 우수 인재가 나와 작은 투자회사를 차린 것이라 볼 수 있지만 회사가 아닌 회사 주식을 사고 파는 경우의 부띠끄는 사채업자를 끼거나 불법 시세 조작을 하는 역할이 대부분이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전 세력이 이들이기도 하고 그 세력의 다른 지원 줄이 이들이 되기도 한다. 부띠끄라는 사무실이 제대로 동원된 주식 거래라면 통상적으로 정상적인 거래는 아니라고 봐도 된다.
복분자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증권사 취직한 아들로 나오는데 가만 보면 흙 만지는 장면 자체가 흙수저 인생이 돈의 맛을 알고 탈바꿈 되는 과정을 그린 것 같기도 하다. 차장님이 첫 대면할 때도 아버지 뭐하시노~와 비슷하게 빽이 누군지 묻게 되는데 이번 신입이 아무것도 없는 흙수저라는 걸 알고 막 대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부모님 장면과 사무실의 대사를 보면 캐릭터가 흙수저 출신이라는 걸 은연 중에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영화 속 장면이 비현실적인 건 아니다. 파생 자체가 고차원적인 머니게임이라 일반인은 1000명 중 1명도 성공하기 힘들지만 프로라면 사실 이것만큼 돈을 크게 버는 것도 없다. 아래 작년 기사 중 일부 내용만 보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자기 회사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증권업계이기 때문에 하기 나름인 것이 이 쪽 세계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기업 내 차장·부장의 성공 사례가 공개됐다. 한국투자증권 김 모 차장은 올해 상반기에 월급과 성과급으로 22억여 원을 받았다. `오너`인 김남구 한투금융지주 부회장보다 9억원, 유상호 사장보다 2억여 원을 더 많이 받았다. 김 차장이 받은 보수 대부분은 파생 상품 분야에서 히트 상품을 내놓은 데 따른 성과급이었다. - 매일경제 기사 중 일부 (2018년)
부회장님 연봉도 솔직히 적은 편이 아니고 연봉 1억 수준만 되어도 여전히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기사 속 부회장님 연봉이 13억이다. 사장님은 20억, 근데 차장이 22억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갓 국민 소득 3만 달러에 진입을 했으니 국민 소득 수준이 평균적으로 연 3천 만원 정도 번다는 소리인데 연 3억도 아닌 22억이라니 월급으로 따지면 세전 1억 8천은 받은 꼴이 된다. 하루 일당이 6백 만원 정도 된다는 말이다.
영화에는 공매도가 마무리로 나온다. 주식을 배우고 있거나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매도를 모를 수가 없는데 영화에서는 마지막 반전(?) 요소로 이 공매도를 활용 했다. 공매도라는 건 일반적으로 내가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다음, (산 뒤에 파는 것이 아니라 빌린 건 파는 형태) 그 주식이 떨어지면 돈을 버는 구조다. 주식은 수량만 맞춰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팔 때는 비싸게 팔고 사서 갚을 때는 싸게 사면 돈이 된다. 그래서 주식이 박살이 나야 역으로 돈이 되는 전략 중 하나가 공매도다.
애초에 옵션 투자를 하는 사람 중 양쪽 매수, 매도 포지션을 모두 갖고 오를 때와 떨어질 때를 모두 대비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이게 초반에 잠깐 설명한 스프레드가 된다. 매수 포지션을 취한 경우 반대로 예측이 실패하면 큰 손실이 생기지만 매도 포지션도 따로 잡아 놨기 때문에 매수에서의 손실을 매도에서 보전하고 그 와중에 둘 중 하나는 일단 고고 상태니 그 안에서 더 뽑아 결국 수익을 내는 것이 스프레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매수와 매도 포지션간의 차액, 두 거래의 차이로 벌어진 시세를 먹는 것이다. 다들 양쪽 포지션을 취하면 되지 않겠냐 하지만 애들 장난도 아니고 시간이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50 손실을 50 이익으로 맞장구 치면 당연히 수익은 0, (이럴거면 안 사는 것과 같다) 양 포지션을 취해도 상승과 하락 추세가 다르니 날라가는 걸 더 잡고 떨어지는 건 빨리 처분하게 되는데 초 단위의 순간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말이 쉽지 실제로는 굉장히 고난도의 테크닉이다. 굉장히 보수적이면서 그 안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한 전략 중의 전략인데 애초에 무조건, 무작정 크게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몸을 사리면서 먹을 수 있을 때 크게 먹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설픈 전략으로 양 포지션을 취한다는 건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두 개 모두 실수라도 하면 두 배로 개털이 되기 때문에 이 때는 오히려 안 가도 될 한강 다리를 찾게 되기도 한다. 주식으로 망하는 사람 중 파생 거래 하다 망하면 살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 주식하다 잘못 되어 수년에서 수십 년 고생한 사람은 많아도 죽을 생각은 안하게 되는데 파생은 잘못하면 죽을 생각부터 하는 것처럼 차원이 다르다.
공매도 역시 마찬가지, 사실 굉장히 보수적인 전략이 공매도라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반대로 생각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다. 공매도에 관한 별도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공매도는 역으로 이용하면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지 그걸 무조건 나쁜 것이라 매도할 이유가 없다. 공매도 자체가 남에게 빌린 주식이기 때문에 반드시 되사서 갚아야 하기에 주가를 끌어 내릴 만큼 매도 물량 공세를 할 정도면 살 때도 주가를 끌어 올릴 만큼 물량 공세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공매도의 특징이다, 결국 떨어질 때는 천천히 기회를 보고 추격 매수를 하다 (일단 따라 붙기) 반대로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할 타이밍에 같이 사면 주가는 오르는 타이밍이기 때문에 타이밍만 잘 맞으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 공매도가 많아서 난리를 치지만 반대로 공매도가 적당히 있으면 이것만큼 먹기 좋은 먹이감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착하게도 공매도 정보가 나온다)
주식은 올라야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주식이 떨어져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엄밀히 따져 굉장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의 잔머리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이것도 결국 양쪽 포지션을 모두 취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떨어져도 돈을 벌고 주식이 올라도 돈을 번다면 결국 돈을 벌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인데 그 포지션의 움직임과 모양을 잘 예측해 타이밍 조절만 잘 하면 뛰어 가는 말 위에 올라타 풍경 경치 하면서 눈누난나 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마무리로 이 공매도를 활용 했는데 주인공이 대략적인 과정과 설명은 하지만 영화에서 이걸 보고 선뜻 이해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일단 주식 공부에 대한 개념은 잡혔다고 보면 된다. 영화 자체가 공매도, 통정거래를 몰라도 진행이 되게 만들었지만 번호표라는 인물을 잡기 위해 역공을 하는 것이 류준열이고 그 류준열은 후배와 공매도 작전을 이중으로 펼치기 때문에 공매도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영화의 끝 마무리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 나름의 반전 요소에 대한 주식 상황, 류준열의 공매도 전개 설명은 아래에서 마저 마무리 한다.
작전 영화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마무리는 금감원이다. 주인공과 금감원이 모종의 한 패가 되는 셈
영화에는 비중과 상관 없이 알만한 인물들의 조연이 많이 나온다.
감독은 실제 증권사처럼 보이게 하려고 건물 한 층을 빌려 증권사 데이터룸을 만들었다고 한다.
입사 동기로 나온 저 인물, 은근 비중이 크게 나온다. 영화처럼 정말 저런 캐릭터라면 님 좀 짱인 듯
일단 영화에서 공매도 작전을 세운 건 류준열이 아닌 금감원이다. 번호표가 미끼를 던진 쪽이 금감원이고 이번에 잘못 물었다고 하는 대사 역시 그걸 증명한다. 류준열은 수사 과정에서 조사실의 칠판에 적힌 후배의 아버지 회사 공매도 계획을 봤고 금감원은 번호표를 잡기 위해 유인 책으로 작전 하나를 구상하는데 거기에 공매도가 활용 되었다. 그 공매도의 작업은 (손과 발) 류준열의 몫이기 때문에 미끼에 쓰인 공매도 작업에 자기가 이미 들어간 상황이라 금감원 포위망에서 쉽게 빠져 나갈 수 없음을 눈치 챈다. 마지막에 해피엔딩이 되는 듯한 장면에서 금감원 직원이 참고인 조사만 하고 풀어 줄거라 했어도 끝내 못 믿는 건 자기와 번호표가 앞서 한 미션이 이들 금감원의 미끼라는 걸 조사실에서 알았기 때문에 번호표가 구속 되려면 류준열도 구속 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자세히 보면 번호표의 말처럼 공매도가 중간에 "변수"가 생겨 다른 샛길로 빠진 결과가 나오는데 번호표가 지시한 방향대로 순수하게 공매도 작전을 류준열이 따랐다면 당연히 번호표는 아무 문제 없이 빠져 나갔을 것이다. 류준열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번 공매도는 번호표의 머리가 아닌 금감원의 미끼였기 때문에 번호표 잡으려면 자기도 잡혀야 한다.
이 때 류준열은 브로커라는 특징을 살려 그 공매도 작전을 역으로 이용한다. 공매도에 쓸 주식을 싹쓸이 해서 매수를 한 상태로 그걸 번호표에게 넘겨야 번호표가 주식을 갚고 수익을 확정 짓게 되는데 류준열은 이걸 몽땅 후배에게 넘긴다. 류준열이 넘겨주지 않으니 번호표는 어떻게든 주식을 사 모아 갚아야 하는데 이 때 류준열이 한 번 더 작전을 세워 다니엘 헤니를 앞장 세워서 외국계 자본의 인수로 주가를 크게 부양 시킬 재료를 터트렸기 때문에 번호표가 공매도에 갚을 주식 사는 건 사실상 어렵다.
상한가 3번 연속만 가도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매수 금액이 되고 애초에 그런 재료가 뜨면 아침 개장 직후 바로 사려고 해도 이미 상한가에 가버리면 살 수 있는 매수 수량이 없기 때문에 번호표는 류준열이 챙긴 걸 주지 않는 이상 앉아서 당해야 한다. 자칫하면 빌려 팔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갚아야 하는 것이 번호표의 상황. 영화에서는 번호표가 결국 200억 가량 손해 본 걸로 나온다. 단순하게 따지면 역으로 류준열이 200억 벌었다는 뜻, 그 주식은 후배에게 가고 후배는 쓰러져 가는 아버지 회사를 살릴 기회를 얻게 되며, 다니엘 헤니는 수수료를 엄청나게 챙기게 되기에 결국 류준열은 마지막에 제대로 번호표에게 한 방을 날린 셈인데 공매도 중간에 변수(대사로 자주 나옴)를 류준열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장식으로 활용이 된다. 후배가 혼자 매수를 하는 건 버겁다 할 때 다니엘 헤니가 등장하게 되는데 후배의 매수 자금과 다니엘의 매수 자금이 모두 류준열의 비자금이기 때문에 번호표를 공격할 완벽할 플레이가 된다. 후배와 헤니에게 주식을 팔았으니 그 대금은 번호표에게 가지만 번호표는 대금이 아닌 주식 자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번호표가 역공을 당하게 되는 셈. (공매도 환매수는 주식 수량을 맞춰야 한다)
대금 역시 공매도 최하 금액대에서 매수가 이루어져 팔고 다시 받은 돈이라 번호표에게 대금이 가도 현 시세(공매도 당한 후배 회사)를 그 받은 대금으로 사는 건 불가능, 100분의 1 정도 밖에 못 살 수도 있다. 헤니(외국계 자본)의 등장이 아니었으면 번호표는 돌려 받은 대금으로 (브로커 관리 계좌에 자동 입금되니) 직접 사서 주식을 갚으면 되나 류준열이 막판 종료 직전 해외 자본 인수를 터트렸기 때문에 다음 날 그 돈으로 살 수 없는 회사가 되어 번호표 발을 묶고 류준열은 번호표 돈을 떼 먹지도 않은 상황이라 일단 더 이상은 문제는 안 생기게 되었다. 이것이 영화 마지막 역공 기술로 쓰인 형태, 영화가 다 보여주고 설명한 건 아니지만 번호표가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후배는 갑자기 이득을 보게 된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제목을 보고 네이밍이 약간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영화 제목치고는 검색할 때도 정확히 이 영화를 찾기 힘든 단어라 이 영화를 대변하는 메인이 될 수 없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약간은 왜 "돈"이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공감이 된다. (아마 몇 년 후만 되어도 "영화 돈"이 아닌 "돈"만 검색하면 이 영화가 바로 뜨진 않을 듯 싶다)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것이 돈이고 누군가에는 아무것도 아닌 재미의 대상이 되는데 (번호표처럼) 돈이 사람을 바꾸고 돈이 사람을 변화 시키고 돈이 사랑도 사고 돈이 웃음도 살 수 있는 걸 중간 중간 잘 보여준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이 아닌 게 아닐 수 있고 주식이라는 것도 결국 지분과 배당이 메인이지만 이걸 그렇게 보기 보다는 돈에 종속된 하나의 투기 수단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돈이라는 제목 역시 수 많은 변수와 탈바꿈이 가능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돈을 뒤집으면 "굳"이라는 단어가 되는 것처럼 보기에 따라서는 "돈"이 되고 "돈"이 아닐 수 있는 것이 돈이다. 어떤 위치에서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따라 제목도 달라 보일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정체성, 주식 이야기를 메인으로 삼는 건 분명 맞으나 정작 거시적 안목에서 보면 그냥 "돈"에 관한 이야기로 주식은 단순한 매개체로 활용 되었을 뿐 진짜 주식 보다는 돈 자체에 주목한 영화라 돈이 뭐길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분명 나쁜 짓을 했고 불법적인 짓을 했고 자본 시장을 교란한 것도 맞지만 결국 자기가 가진 돈의 상당수 액은 번호표의 재산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부정하게 얻은 번호표 재산을 주인공이 가져간 꼴이라 증권으로 돈을 벌었다기 보다는 돈 욕심에 끝이 없는 자의 뒷덜미를 잡아 그 욕심의 정점에서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뺏은 돈을 또 뺏은 놈의 이야기로 종결이 될 것 같다.
누구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비교를 하기도 하는데 (특히 위 포스터만 보면 노린 것일 수도..) 싸구려 잡주와 가치가 없는 쓰레기 주식을 파는 사기꾼 브로커 이야기와 옵션 위주로 개인이 아닌 시장 자체와 장난질을 한 이야기가 같다고 보긴 어렵다. 애초에 수수료만 수억원대, 몇 십억원대, 나중에는 백억대 단위로 한탕을 하는 것 자체가 개인 상대로 하면 이게 안된다. 소형 증권사 하나 파산 시키는 수준으로 시장에서 기관 대 기관으로 머니 게임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런 장난은 레벨이 다르다. 임무를 맡아 브로커 매매를 할 때도 초반에 나온 사람은 다른 증권사 직원 (해외 도피), 나중에 또 한탕 할 때 임무도 모두 주식 운용팀의 기관 담당자들이기 때문에 기관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 다수를 포섭하여 증권사가 손실을 보는 형태로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 두 영화는 분명 다르다.
영화는 다음 영화 기준 6점 후반대로 썩 좋은 점수는 받지 못했다. 영화 "작전"에 비하면 무대가 달라 호감도가 떨어지는 있으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작전 영화나 다루는 판만 같지 세부적인 건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각자 다르게 판단하고 해석할 뿐, 비교 우위가 따로 있지는 않다. 그래도 3백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겨 나름 흥행은 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3백만 영화다. 이 영화를 본 사람 중 주식을 전혀 모르거나 주식에 관심이 없거나 주식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전개 자체가 주식 시장에 대한 것이라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영화 "작전"과 달리 증권사 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개미투자자 입장에서 봐도 자기들 입장과 판이하게 다른 이야기라 크게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최소한의 흐름만 알아도 넘겨 짚을 수 있는 항목들이고 어렵지 않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재미와 공부를 겸비해서 본다면 썩 별로라고 단정 짓기 힘든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주식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일반인 평점처럼 10점 만점 기준 7점이 한계치이고 그 아래가 되겠지만 주식을 오래 했거나 주식에 관심이 무척 많거나 주식을 현재 하는 사람이라면 최대 9점, 최하 7점으로 무난하게 줄 수 있는 것이 큰 차이가 된다. 나는 10점 만점에 8점, 수우미양가에서 "우" 정도로 평가를 하는데 주식 자체만 보면 난해 한 걸 다루면서 복잡하게 끌고 나가긴 하지만 집중을 해칠 만큼 어렵게 나온 것도 아니고 어리석은 한 인간이 화려한 인생으로 변해 가는 그 자체를 보는 재미와 돈 맛을 알고 즐기는, 또는 타락하는 그 인생 엿보기도 괜찮았기에 보통 보다는 약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중간에 맥이 끊긴다거나 흐름을 방해 했다면 몰라도 주연, 조연 모두 나름 만족스러운 캐릭터와 연기를 보였고 스토리 자체도 충분히 가능성 있게 그려졌기에 잔재미가 있다. 대단할 것 같은 사람들이 사실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고 엄청난 두뇌 싸움, 지적 대결처럼 보여도 손가락 클릭이 좌우 되는 세상이 또 이 쪽 세계이기 때문에 똑똑한 것 보다는 정보 싸움, 누가 빨리 정보를 얻고 누가 빨리 손가락을 움직이냐가 더 크게 작용되는 세상의 이야기라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보면 나름 충족할 만한 구석이 많다.
다니엘 헤니가 중간에 잠깐 나왔다가 허무하게 빠지길래 아쉽다 생각했는데 마지막 한방에 나 역시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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