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국적 논란
지난 썰전에서 다룬 롯데그룹의 정체성 이야기,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를 놓고 말 그대로 설전을 펼쳤다. 물론 어느 관점에서 어떤 기준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는 있어도 롯데그룹이 무조건 일본기업이다라고 하는 건 사실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1인이다. 롯데라는 걸 하나로 보면 당연히 일본 기업에 가깝지만 지금의 구조는 2개의 그룹으로 양분된 것이라고 봐야 하며 이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처럼 서로 다르게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현대그룹과 롯데그룹은 지분상 비교가 맞지는 않지만..
롯데의 사업구조는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다. 사람들은 한국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가 한국롯데의 최정점인데 이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롯데에 있으니 일본 기업이라고 하지만 지분을 가지고 국적을 따진다는 건 너무 앞서나간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중국 공장이나 중국 법인은 한국의 본사와 절대적인 관계로 상하관계가 성립되는 지사나 공장의 형태이니 당연히 회사의 주체는 본사가 되고 그 본사가 있는 곳이 국적이 될 텐데 롯데의 경우에는 한국에 있는 롯데그룹과 그 계열사들 다수가 일본롯데 계열사와는 무관하거나 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독립적인 그룹이라고 봐야 한다. (롯데삼강,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처럼 일본과 관련된 경우에 한정)
일단 회사 소유자들의 국적, 이미 알려진 대로 롯데 회장 일가는 교포다.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일본어를 사용하고 일본 이름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 가서 살면 영어와 미국 이름을 가지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가정에서 영어를 한국어보다 더 많이 쓴다고 해서 한국인이라는 피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러시아 지방에는 고려인이 있고 중국에는 조선족이 있다. 모두 우리나라 민족이고 교포다. 법인을 따질 때 물론 법인만 봐야 하지만 설령 소유자의 국적이나 출신 국가를 본다고 해도 롯데일가는 신 씨 성을 물려받은 한국인이다.
참고로 해외동포의 동포는 국민과 교민(교포)을 모두 합쳐 하나의 민족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동포라는 말 자체가 같을 동, 태보 포로 같은 민족, 같은 태에서 태어난 한 핏줄을 의미, 동포라는 건 결국 부르는 우리 입장에서 우리 땅에 그대로 있는 국내동포(국민이라고 부름)와 해외동포로 나뉘게 되고 자국땅의 사람을 국민, 해외에 있는 사람을 교민이라고 나눠 부른다. 하나의 민족정신을 가지고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게 동포, 거주하는 지역을 기준으로 나눈 게 교포(=교민/반대말 국민)
국민이 아닌 교포(교민)라면 우리말 사용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거주하는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먼저 사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다. 롯데라는 기업의 창업주가 오리지널 일본 사람이고 그들이 만든 일본롯데가 나중에 한국롯데를 차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소유자가 교포라면 100% 그 나라 사람, 그 나라의 기업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그 뒤는 기업의 형태와 구조를 보고 판단하는 게 옳다.
기업의 지분 구조
오히려 난 이런 지배구조 때문이라도 역설적으로 롯데가 100% 일본기업이 아니라고 본다. 지분을 가졌다는 것은 결국 별개의 회사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회사로 보는 것과 두 개의 회사로 나눠 보는 건 차이가 크다. 한국에 있는 롯데는 일본롯데의 자회사도 아니고 계열사도 아니며 서로 연관되는 기업도 별로 없다. 더군다나 양국에 있는 롯데기업 간의 규모도 한국 쪽이 우세할 정도고 실제 롯데의 위상은 한국 쪽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계열사라는 관점에서는 또 아이러니하게 물리고 물린 지분 때문에 일본롯데의 지휘권에 들어가 사실상 일본롯데가 우두머리가 되지만 그 일본롯데의 소유자 역시 한국롯데의 소유자와 동일 인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먼저 시작했냐의 차이이지 두 지역의 롯데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롯데라고 봐야 한다.
애초에 한국에 있는 롯데와 롯데 계열사들이 일본의 자회사나 지사, 해외공장식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롯데라는 이름으로 성공한 기업가가 그 회사의 자본금을 이용해 자본을 들여 한국에 "동일한" 이름을 가진 회사를 차렸을 뿐, 기존에 있던 일본 롯데기업과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 일본 법인이 투자한 게 아니라 기업가가 따로 차린 이종계열, 기업을 따로 만들고 그룹을 아예 따로 하나 더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롯데캐논, 코리아세븐,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은 일본 회사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 조차도 사업과 제품 부문을 공유할 뿐 기업 자체는 완전 별개로 어느 한쪽의 국가에서 양국 계열을 묶어 세금을 매기거나 매출로 잡지 않기 때문에 이것도 분명 다르다.
실제로 태생부터 지금 현재까지 한국에 있는 롯데는 롯데코리아식의 일본롯데 해외지사나 법인으로 시작하지도 않았고 그런 회사도 없었다. 지금 볼보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구글코리아를 보고 어느 나라 기업이냐고 하는 것은 답이 간단하다. 그 회사에 지원하는 사람이나 채용하는 사람이나 "외국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다.
본사의 업무를 타국에서 위탁 대행하는 역활이 핵심이고 별도로 법인 사업이 없다. 반면 롯데는 그것과 다르다. 일본에 먼저 생긴 롯데의 롯데코리아와 같은 자회사도 아니고 롯데를 예전부터 "외국계 기업"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으며 지금도 거의 대부분 국적논란과 상관없이 "외국계"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처음부터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나라 기업으로 설립된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일본롯데와 엮어서 롯데 전체가 일본 기업이 다하는 건 저런 외국계 기업 형태와 다르지 않다고 말들을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롯데에는 기존에 한국에 있던 토종기업들을 인수합병한 케이스(호남석유화학)도 많고 먹거리, 놀거리, 유흥거리에 주력하던 그룹 사업도 지금에는 화학, 전자, 건설 등에 진출했고 이건 일본롯데와 상관이 없다. 롯데삼강이나 롯데제과처럼 일본 롯데와 연관성이 큰 기업도 해외공장이나 지사의 역할이 아닌 독립된 한국 기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쌍둥이 같은 존재로 봐야 하지 2개를 하나의 동일로 보는 건 무리다.
롯데라는 단일 그룹에서 롯데코리아라는 존재가 아닌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라고 나눠 부르는 것 자체가 창업자에 의해 브랜드를 공유할 뿐 서로 다른 그룹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창업자가 교포라는 신분이고 창업자가 양쪽 모두 동일하니 창업자가 어느 쪽의 나라 인물이냐로 보느냐에 따라 국민이냐 교민이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이견을 보일 수는 있다.
전거성 형님의 비교가 적절하지 않은 건 법인이냐 창업주냐로 보지 않아서다. 삼성전자의 미주 법인이 개념상으로는 분명 한국기업이다라고 할 수는 있지만 (물론 법인 자체만 놓고 보면 미국 법인이지만) 삼성전자가 아닌 이건희 회장,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의 본인 지분과 자본금으로 미국에 삼성이라는 동일한 브랜드의 비슷하거나 다른 사업체를 차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법인이 법인자금으로 세운 자회사가 아닌 창업주 개인이 따로 세운 다른 기업이라는 말이다. 롯데는 창업주가 한국이라는 곳에 따로 세운 경우고 전거성 형님의 말은 일본롯데가 한국롯데를 세운 것처럼 말을 했기 때문에 오해 소지가 있다. 법인이 법인을 세웠다면 논란의 요지가 없고 깔끔하지만 창업주가 사인 자격으로 따로 세우고 기존의 다른 법인을 통해 사업을 공유하고 연계를 했다면 기업 간의 연결고리는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한국롯데의 지분이 신회장과 일본롯데가 나눠 가지고 있고 일본롯데는 다른 소유자가 있거나 일본인 공동 소유자가 있다면 한국롯데는 사실상 일본롯데 지분에 의해 움직이는 일본인의 일본 기업이지만 세금을 회피하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로 지분을 쪼갠 것이 롯데그룹의 구조라 그것과도 다르다.
한국롯데의 지분이 일본롯데가 아닌 100% 신 회장 본인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대부분 이건 한국기업이다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분 구조를 보면 한국롯데의 지분은 일본롯데가, 일본롯데의 지분은 엘(L) 컴퍼니들과 신 회장 개인 회사인 광윤사, 그리고 개인 신 회장 일가의 지분들로 구성되어 있어 100% 신 회장 지분이다. 결국 돌려 깎기 둘러 말하기, 한 바퀴 돌려 꼬았을 뿐, 일본롯데니 뭐니 상관없이 한국롯데의 주인은 신 회장 일가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공장과 롯데를 비교하는 건 무리무리... 공장은 말 그대로 해외 공장일뿐, 독립된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 1 공장, 2 공장, 3 공장, 세계 수십 개의 공장을 다 따로 보는 사람은 없다. 공장은 작업현장일 뿐, 한국에 있는 수십 개의 롯데는 일본롯데의 공장도 아닐뿐더러 서로 연계도 하지 않는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다. 연계를 할 경우 합작회사를 따로 세우고 있다. 같은 회사의 같은 뿌리가 합작을 할 이유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배와 권리 주체
우리나라에 코라오라는 회사가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상장된 회사다. 코라오는 코리아 + 라오스의 뜻을 가진 회사명으로 라오스에서 기반을 다진 한국인이 세운 기업이다. 라오스에서는 대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 IR 활동도 하고 기업설명회도 한다. 창업주는 토종 한국인으로 라오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 언어로 양국 사업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이 사업체의 경우 한국에서 먼저 생겨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 라오스에서 시작해 성공한 단일 그룹이다. 창업주 국적 및 기업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단일 그룹이고 기반이 라오스에 있어 라오스 국민들에게도 라오스 기업으로 인식되며 라오스인들의 그룹이라고도 본다. 이 분이 한국에서 코라오라는 이름으로 롯데급, 삼성급 규모의 그룹을 똑같이 만든다면 이건 라오스 기업일까? 한국 기업일까? 당연히 한국 기업이다. 라오스에서 성공한 한국인이 본토에 와서 세운 새로운 기업이다. 반면 라오스에 있는 코라오가 한국에 진출해 코라오 사업을 한다면 라오스 기업이라고 봐야 한다.
라오스를 일본이라고 바꾼다면 롯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 간 한국인이 성공해서 본토에 다른 사업체를 세웠다면, 서로 다르다고 봐야 한다. 다만,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지분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소유한 일본롯데로 소유를 하게 했느냐 일본롯데를 굳이 활용하지 않고 직접 지분을 가졌느냐의 차이인데, 어떤 경우이든 본인 창업주가 100% 지분을 가지게 되는 경우라 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본롯데라는 녀석이 실제 주인 역할을 하고 있어 헷갈릴 수 있지만 사인이 아닌 법인이 법인을 소유하게 만든 일종의 얼굴 마담일 뿐, 일본롯데도 신 회장 발바닥 아래 있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은 아니다.
한국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가 일본에 배당금을 준 것도 따지고 보면 일본 배당금이 일본 신 회장의 자산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회장 개인이 직접 배당을 받냐, 자신이 소유한 일본 기업으로 받냐의 차이일 뿐,
비밀에 싸인 것이 일본롯데의 구조이지만 누가 봐도 신한은행과 같은 재일교포 집단이 아닌 신 회장 일가의 지분이 절대적인 구조라고 봐야 한다. 설령 재일교포나 일본인 투자자가 과거에 있었다고 해도 롯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넘겨받았을 확률이 크고 일본 계열사든, 일본의 투자자든 다 검은 머리 주식투자자처럼 여러 사람이 전혀 다른 인물들로 투자한 것처럼 보일 뿐 통로는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게 롯데다.
한국롯데가 열심히 장사해서 일본사람, 또는 일본롯데 배만 채워준다는 건 의미가 없다. 일본롯데가 상장회사가 거의 없고 심지어 한국롯데도 상장회사가 거의 없으면서 투자 지분 관계가 비밀처럼 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신 회장 일가가 다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결국 이득이 엉뚱한 사람, 외국인이나 일본인에게 간다는 것도 단정하기 힘들다.
전거성님을 믿고 따르지만 이번에는 거역할 수밖에 없는 게 그 논리라면.. 재미교포, 재중교포, 재일교포들이 본국으로 돌아와서 기업을 새로 만들어도 자라고 생활한 다른 나라의 말은 절대로 쓰면 안 된다는 말로 들린다. 애초에 그런 교포들은 생활 터전과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편하고 즐겨 쓰는 언어와 문화를 선호할 뿐, 그것만 가지고 국적 논란을 따진다는 건 무리다. 롯데 신 회장과 일본 손정의 회장과는 분명 다르고 차이가 있다.
손정의 회장이 한국에 삼성급, 롯데급 규모의 그룹을 수십 년에 걸쳐 반세기 동안 우리 땅에 대기업을 만들었다면 그건 똑같이 한국 기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 오히려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손정의 회장은 한국인이라고 부르면서 롯데 신 회장은 일본인이다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둘 다 동포다
물론 어머니가 다르지만 신 회장에게는 신영자라는 장녀가 있다. 그리고 세 번째 부인과 자녀도 있다. 두 번째 부인의 자녀들인 두 아들과 신 회장은 일본인이다라고 하면서도 또 그 일가의 한 축인 신영자 사장이나 세 번째 부인과 자녀에게는 그런 말이 없다. 따지고 보면 국적 논란을 말하는 분들 자체가 왓다리 갔다리 한다. 자녀들 중에서 사내들은 일본에서 자랐으니 일본 마인드를 가지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똑같은 상황, 비슷한 상황이 수 없이 많다. 추성훈 가족도 마찬가지. 경제적 활동과 주수입은 한국인데 거주지는 일본이다. 가족도 일본어가 더 익숙하고 부모님들도 일본어가 더 자연스럽다. 교포들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추성훈을 일본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추성훈이 과거 방송에서 난 일본인인가, 한국인인가 정체성을 가지고 힘든 시절이 있었다고 밝혔듯이 그런 건 오히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나 가질 법한 이야기다.
행동이나 말투, 사고방식은 일본인에 가깝고 여전히 습관이 남아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롯데 일가처럼 그것까지고 추성훈과 사랑이까지 매도한다면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 토종 내국인이든 해외교포이든 한국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한국인의 뿌리를 가진 교포 2세, 3세라는 게 중요한 것이지 쌩판 오리지널 일본인이라면 신경도 안 쓴다.
사람은 이사를 언제든지 가고 거주지를 옮기는 것처럼 사는 장소와 지역만 바뀌었을 뿐 그 사람의 정체성과 민족성은 변함이 없는 법이다. 내 결론은 이렇다. 롯데라는 하나만을 두고 본다면 국적이 의미 없는 글로벌 회사 (이미 두 나라를 커버하는 세계가 본사인 글로벌 기업)라고 봐야 하며 굳이 국적을 나눈다면 일본롯데그룹과 한국롯데그룹을 서로 나눠보고 각각 그 나라에 속한 국적 기업이라고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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