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 각자가 느끼는 감정의 정도와 범위가 다르며 그 강도가 천지 차이이기 때문에 그 감정을 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 만한 가치를 매겨 실제로 목숨을 건 사랑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그저 감정 소비로 치부하며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우는 것과 다름 없이 Love는 Like의 지속성에 대한 결말일 뿐 단순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처럼 목숨 건 사투를 당연시 하기도 하고 "당장 이혼해" 하는 것처럼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이 쉽게 내팽겨 버려지기도 하는데 사랑이 위대하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한 보물이 되지만 사랑이 밥 먹어주진 않는다라 말하는 사람에게는 인간 본능에 따른 생리 욕구와 탐욕의 부산물이 되기도 한다.
오늘 소개 할 영화는 "베스트 오퍼", 사랑꾼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이 영화가 갖는 의미와 결말에 대한 각자의 생각 차이가 크게 날 수 밖에 없는 영화라고 먼저 운을 떼어야 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정말 좋았다"가 나올 수 있고 "별로였다"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크다. 소재 자체가 관객도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으며 인생을 살다보면 비슷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그 감정이 얼마나 영화 속과 매칭이 되어 녹아드는지, 그 감정에 대한 깊이가 얼마나 공유 되는지에 따라 관객의 입장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서두에 사랑에 관한 극단적인 입장에 대해 간단히 썼던 것처럼 목숨을 걸 만한 사랑을 경험 했거나 그런 만남을 비슷하게라도 느껴 본 사람에게는 영화가 주는 감정 소비 형태가 고스란히 전달되어 공감력이 매우 높을 것이고 깊이 있는 사랑을 아직 못 느껴 본 사람들, 사랑에 절절 매여 가슴을 도려내듯 아파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막장 드라마 속의 그저 그런 사랑 놀이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문가, 일반인 나뉠 것 없이 좋다, 별로다 극단적으로 나뉘지 중간, 미들이 별로 없다.
주인공은 경매사이자 감정평가사다. 예술품을 감정하고 직접 경매장에서 경매사 일도 한다. 예술품의 진면목을 모르는 다른 전문 감정사가 감정한 걸 가지고 경매에 올라 온 작품을 경매하는 일반 경매사라면 그 전문적 중개 역할에만 그쳤겠지만 감정이 가능한 경매사라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 사람의 경매를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경매사 스스로가 작품성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감정 평가 능력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위작 출품이나 문제 소지가 있는 작품이 올라올 확률이 그만큼 덜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감정평가사가 직접 경매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입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믿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는 은퇴를 해야 할 만큼 나이가 든 노년이지만 현역 경매사이자 감정사로 업계에서 꽤 큰 인지도를 갖고 있다. 부와 명예 모두를 갖고 있는 경우로 남 부럽지 않은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도 살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경매장을 찾고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경매 출품을 의뢰한다.
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그이지만 내부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깔끔하게 정돈된 그의 겉모습만 보면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보이지만 그의 사생활은 대인 관계가 없고 냉정하며 차갑다. 가족도 없고 사랑을 해 본 적도 없으며 결벽증도 있다. 초반에 나온 레스토랑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 누군가 생일을 축하해 주어도 그 사실에 대한 기쁨이나 감사 보다는 아직 자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내 생일이 아니라는 식의 매정함이 더 크게 와 닿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치 로봇처럼 인간미는 전혀 없는 그런 사람, 외톨이 생활에 익숙하며 갑과 을의 삶에서 갑의 삶에 익숙해져 버린 오직 예술품과 경매에만 몰두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낙이 있다면 자택 비밀의 방에서 자신이 모은 소녀들의 초상화를 보는 것, 오직 젊은 여자들의 명화만 모으는 그는 이 방에서 이 그림들을 보는 걸 좋아한다. 경매장 밖 사생활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으며 그의 유일한 심리적 안전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변태적 기질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단지 특정 카테고리에 꽂혀 해당 카테고리 작품들을 수집, 소장 할 뿐이다. 애초에 사랑을 해 본 적도 없거니와 역설적으로 현실 속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단지 그림 속 젊은 여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애정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진실된 사랑과 그 미소는 이런 작품에서만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믿거나 만나기 어렵다고 일찍 정의를 내린 듯 하다. 뚜렷한 탐욕이 없어 보이지만 유독 명화에는 큰 욕심을 갖고 있는데 그는 경매장에 나온 작품 중 자기 취향에 맞는 작품이 나오면 직접 사들인다.
감정사라는 지위를 활용, 진품 명작 중 자기 취향에 맞는 소녀 초상화가 나온 경우 위작으로 판별하여 싸게 수집을 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경매 사기는 위작, 모조품을 진품으로 속여 파는 것이 보통이지만 주인공은 위작을 진품이라고 속여 남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진품을 위작으로 속여 그 진품을 소장 목적으로 헐값에 사들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경매 사기와는 다르다. 출품자는 속이지만 입찰자는 무관하기에 경매 사기가 아니라 감정 평가 사기일 뿐이다. 그의 사적 욕망을 채우는 경우에는 이런 위조 진위 여부로 소유욕을 채우지만 물욕, 부의 욕심은 다르게 채운다. 베팅 도우미 친구를 통해 작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이 때는 진품으로만 승부한다.
예를 들어 10억 짜리 작품이 있다고 치자. 고액 입찰 구간이 되면 입찰자가 줄어들기 마련이고 입찰자는 응당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고 한다. 이 때 맞받아 치는 상대 입찰자가 없으면 때로는 적은 가격에 낙찰이 될 수 있다. 수수료 수입으로 먹고 사는 경매사 입장에서는 고액 입찰이 되어야 수입이 크게 나는 구조이기에 경매가가 높아야 좋은데 이 때 쓰는 것이 바로 베팅 도우미, 화가 친구를 통해 베팅 가격을 올려 부르게 하여 마지막 구간에서 상대방의 최고 낙찰가에 넘기는 방식, 즉 영화 제목과 같은 베스트 오퍼를 (최고 입찰가) 유도한다. 영화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만약 베팅 도우미가 부른 베스트 오퍼가 상대 입찰자에게 넘어가지 않고 베팅 도우미에게 유지되는 경우 그걸 결국 도우미가 사게 되는데 (실제로는 주인공이 매수) 어차피 출품자는 신분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 경매장의 룰이기 때문에 가격이 이미 시장에서 평가 받은 상황이라 다시 기간을 충분히 두고 재출품을 하면 그 가격을 그대로 보장 받아 매도할 수 있어 어차피 도우미가 작전 실패를 해도 큰 상관이 없다. 언젠가는 부풀린 그 가격으로 작품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위조가 아닌 진품이 나온 경우, 이미 다른 감정 평가사들의 공증, 인증을 통해 진품이 확실한 경우가 경매장에 직접 출품이 될 수 있다. 이 때는 베팅 도우미가 부른 가격과 입찰이 진짜가 되는데 주인공이 경매사로서 관계자이니 구입이 안되기 때문에 이 경우 화가 친구는 대리 구매자 역할이 된다. 속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구매다. 어차피 주인공이 경매사이기 때문에 베팅 도우미가 낙찰이 되게 카운팅을 하지만 만약 실수로 카운팅에 문제가 생겨 다른 입찰자에게 낙찰이 되면 작품을 가질 수 없기에 최대한 도우미 친구가 가질 수 있게 도운다. (영화에는 돈 많은 부인과 친구가 동시에 베스트 오퍼를 외쳤지만 친구가 먼저 제시했다고 하여 친구에게 낙찰을 결정, 하지만 다른 입찰자들이 부인이 먼저 오퍼를 불렀다고 항의 하면서 곤욕을 치루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살아가는 방식이 영화 줄거리의 한 줄기가 되기도 하는데 가품과 진품의 차이가 명백한 경우는 그 누구도 따지지 않지만 가품과 진품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구분하기 어렵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는 감정사가 아닌 구매자, 즉 구입자의 가치 평가가 메인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영화에서는 이것과 관련해 영화의 줄거리 속 이야기가 진실된 이야기인지, 허구로 만들어진 가짜 사랑 이야기인지 그 사랑의 감정을 관객에게 넘긴다.
인조인간이라는 개념이 막 싹트는 옛 산업시대 시절의 부산물 로봇 작품이 나올 때 실제로는 난쟁이가 들어가 로봇을 움직였다는 가짜 로봇 작품 "멜첼 체스 기사"가 중간 중간 큰 흐름을 이어가는데 여기서 그는 그 작품이 진짜 로봇이라 믿은 배경에 사람들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가짜이지만 보는 사람이 진짜라고 믿으면 진짜가 되는 것, 역시 그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중 똑같은 대사의 반복 사용, "모든 위조품에는 진품의 미덕이 숨겨 있다"라는 말도 있는데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가품과 진품의 평가는 모호한 경계일 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대중 평가가 결국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되어 있다고 정리한다.
그런 냉정함과 가치 평가 기준이 주관적인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된다. 그가 단 한번도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사실 자체가 그걸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데 진실과 왜곡, 허구를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사랑은 너무나 먼 다른 이야기일 뿐 자기 삶의 일부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 근데 그런 사람에게 뜬금 없이 사랑이 찾아 왔으니, 한 젊은 여자의 입찰 의뢰가 주인공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게 된다.
은둔형 외톨이, 가족 없는 외톨이, 대인 공포증과 광장 공포증을 갖고 있어 외부 활동은 일절 하지 않는 묘령의 여인을 알게 되면서 그는 흔들리게 된다. 물려 받은 작품들을 처분하겠다며 갑자기 전화를 건 그녀는 만나야 하는 경우 벽을 사이를 두고 대화를 하거나 전화로 소통하는 것이 전부다, 얼굴도 모르고 정확한 신분도 모르는 그 여인의 출품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가 그녀가 외톨이로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산다는 알면서 동정심이 생기게 된다. 그 동정이 결국 주인공에게는 애정이 된다는 것이 영화의 큰 줄거리이자 슬픈 러브 스토리의 함정이기도 하다.
경매 출품을 이유로 조금씩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고 주인공은 그녀에 대한 호기심도 비례적으로 상승한다. 슬픈 삶을 살아가는 비련의 여주인공과 같은 그녀에게 자신의 비밀 방에 있던 소녀들의 초상화 잔상이 교차되어 처음으로 가상이 아닌 현실 속 여자에게 지적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그녀가 감추면 감출수록 주인공은 더 알고 싶어하는 내면의 욕구를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그녀 앞으로 다가가게 된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의지의 대상이 되거나 기다림의 대상이 된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그녀와 접촉하는 횟수가 늘면 늘수록 무언가 살아 있다는 느낌, 지금껏 갖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감정이 자라는 느낌을 주인공이 가지게 되면서 그녀의 주변을 멤돌게 된다. 외부 활동이 일절 없으니 그녀가 어떻게 식재료를 구해 밥을 먹는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결국 어느샌가 그는 그녀의 의식주를 걱정하며 자기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 은퇴를 고려할 노인이 되어서 말이다.
아마, 펜팔을 하거나 폰팅을 장기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감정이 어떤 기분인지 쉽게 공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교류, 소통이라는 단순 호기심에서 시작해 시간이 쌓이고 상대방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정보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떻게 생겼고 어떤 취미와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자리잡게 되는데 한번도 보지 못한 편지 속 사람, 전화기 속 사람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그 사람의 편지와 전화를 기다리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일적으로 혹은 단순 호기심으로 알게 되었어도 "기다림"이라는 순간과 만나게 되면 그 기다림은 애정으로 쉽게 변화가 되기도 한다. 서신으로 전혀 모르는 타인과 교류한다는 펜팔 자체에 대한 단순 호기심이 편지를 기다리는 감정 변화가 생기면 그 기다림은 그 편지가 아닌 그 사람의 안부, 그 사람의 이야기, 그 사람의 소식, 더 나아가 그 사람 자체의 기다림이 되는데 이 기다림이 증폭되면 결국 보고 싶거나 실제로 만나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욕망이 싹 트기 때문에 사랑으로 발전하는 건 순식간이다. 펜과 폰으로 만났지만 정신적 교류가 먼저 이어진 경우라 최소한의 인물 조건만 맞으면 곧바로 사랑의 씨앗을 만들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도 그것과 똑같다. 단지 너무 늦게, 너무 늦은 나이에 그걸 느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결국 그녀의 집에서 나가는 척 하고 몰래 숨어 그녀가 방 밖으로 나오는 걸 기다리는 주인공, 보면 안되지만 결국 자기 내면의 욕구, 욕망을 참지 못하고 그녀가 너무 궁금해 조각상 뒤에 숨어 그녀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 그녀의 어머니 초상화와 어린 시절 찍은 여권 사진으로 그녀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그려 낸 것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진짜 그녀의 완전체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고객(그녀)과의 룰을 깨고 만다. 마치 오래 펜팔을 한 상대방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 몰래 숨어 지켜보는 심정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에 휘말려 이제는 단순 소통이 아닌 감정 소통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더 커지면서 넘지 말아야 할 룰을 깨게 되고 선을 넘게 되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몰래 숨어 본 미지의 상대 모습이 실망적이 않다면?
그렇게 영화는 간질간질 줄다리기를 타다 결국 일을 내게 만든다. 주인공이 숨어서 지켜 봤다는 걸 고백하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주인공의 마음에 그녀는 그 뒤 마음의 빗장을 살며시 열며 그에게 조금씩 의지하게 된다. 그렇게 노인 경매사에게 뒤늦게 "첫사랑"이 찾아오게 되고 그 첫사랑의 결실이 맺어지게 된다. 그리고 둘은 사랑의 힘으로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게 된다. 사랑 자체가 소통, 교류, 만남, 스킨십, 기쁨이 교차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치료 약이 될 수 밖에 없다. 여자는 외부로 나오게 되고 남자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여기만 보면 늦은 나이의 노인이 젊은 은둔 외톨이 여성과 만나 뒤늦게라도 첫사랑을 만들게 되었다는 러브 스토리. 활기차고 밝고 발랄해야 할 젊은 여자가 방에 콕 숨어서 은둔 생활만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늙은 노인, 비록 늙었지만 자기를 예뻐해 주는 남자를 만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참사랑의 러브 스토리. (침대에 같이 누워 자는 것까지 진도가 되니 나까지 기쁘더라)
사랑도 경매가 될까. 영화는 후반에 가면 소소한 반전을 남긴다. 애틋하게 해피 엔딩이 될 것 같은 영화는 잔인한 결말을 보여주며 주인공의 파멸을 보여주는데 이게 참 의미심장한 것이 누군가는 이게 반전이고 슬픈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이게 또 역으로 반전의 반전이고 조금은 덜 슬픈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커서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소녀들의 초상화와 함께 그녀 역시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주인공은 사람과 남자가 되었다는 점이 내가 느낀 부분 중 하나다.
비록 많은 걸 잃고 댓가를 치룬 잔혹사지만 무조건 다 빼앗기고 잃은 것이 아니라 그가 얻은 것도 있고 때로는 그게 가치의 평가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여백이 많다. 사랑이라는 목마름에 대한 욕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점, 특히 그게 첫사랑이라는 애틋한 감정으로 폭발 했다는 점에서 사람으로 태어나 사회적 동물로 인간 사회에서 살아 갔다면 죽기 전에는 꼭 한 번 경험해야 할 감정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진실된 감정은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게 체스 로봇처럼 자기가 진실로 믿으면 진실이 되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는 그 감정에 댓가가 뼈 아픈 상황은 아니라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댓가 중 하나가 그녀 자체라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모조된 작품 속 사랑에서 그 정도 감정 수확이라면 모든 걸 빼앗긴 것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는 획득한 딜이기 때문에 완전 손해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진품, 명품처럼 모든 사랑은 진실 되었다고 믿는 것이 당연하다. 처음부터 그게 진짜라 아니라고 믿는 사람도 없으며 사랑을 하거나 하는 사람 모두는 그 자체는 다 진짜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그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속인 걸 알았어도 말이다) 감정(마음)을 감정(평가)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랑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구분하지 못했지만 "모든 위조품에는 진품의 미덕이 숨겨 있다"라는 평소 주인공의 가치관을 보면 그 가품 사랑 속에서도 일말의 진실은 분명 있을 것이라는 단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영원한 사랑은 있어도 거짓된 사랑은 없을 것이다.
감정사로서의 진품, 가품 평가, 경매사로서의 작품 가치(선호도)는 사랑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예술품에서 감정사와 경매사로서의 삶은 성공적이었고 그의 선택과 안목은 늘 탁월했지만 현실 속 사랑에서는 감정사로서의 전문성도, 경매사로서의 전문성도 전혀 작동을 못했다.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가치를 과대 평가 했고 자신의 사랑과 상대방 그녀의 사랑이 모두 진품으로 감정하는 과오를 범했다. 물론 남자에게는 자신의 사람이 "진품"이 맞고 그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사랑은 "가품"이 밝혀진 상황에서 여전히 남자는 "진품"으로 감정 평가를 고수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는 나뉘어 질 수 밖에 없다. 관객도 그 남자의 입장에서 보면 영화 속 러브 스토리는 끝까지 진품, 남자의 입장과 무관하게 스토리 전개 자체만 보면 "가품"으로 확정할 수 밖에 없어 결국 어느 입장에서 어떻게 관점을 갖냐에 따라 관객도 진품, 가품 결론이 갈리게 된다. 극단적으로 영화가 좋다, 별로다로 나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자는 영화 속 소재로 나온 로봇 같은 인물이다. 차갑고 인간미도 없다. 여자도 마찬가지, 둘 다 로봇 같은 삶과 로봇 같은 가치관을 갖는다. 그러나 영화는 남자가 시간이 흘러 그 로봇 같은 기계적 인간이 인간미를 갖는 "사람"으로 변한 걸 보여준다. 웃을 줄 알고 행복해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비밀의 방에 소장한 애장품을 볼 때도 그런 미소는 없던 사람이다. 로봇에서 사람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는데 가족 없는 기존의 삶이 윤택하고 풍요로울지 몰라도 나를 인간적으로 대해주거나 인간미를 갖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마지막 요양원 시설의 장면이 딱히 슬퍼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 연령의 그 상황에서 그 남자가 가야 할 상황이 거기에 더 현실적으로 맞고 원래 제대로 된 삶을 살았다면 그럴 수 있는 삶이면서 그렇게 주변 또래 분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더 낫기도 하여 나는 조금 다르게 보았다. 또 비서가 찾아 오는 걸로 보면 풍족한 삶은 여전히 유지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시설로 들어간 걸로 보이는데 경매사 일은 어차피 마지막 경매를 통해 해피하게 은퇴를 한 상황이고 잃어 버린 것도 애장품이 (소녀 초상화들) 전부였기 때문에 부동산과 현금성 자산은 거의 그대로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돈과 집, 애장품을 모두 잃더라도 사람, 그녀 만큼은 진짜로 남아 주었다면 그건 잃은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걸 베팅하고 얻은 사랑의 결과물로서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걸 버리거나 모든 걸 맞바꾸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그녀를 잃은 것과 다음 없기에 남자에게는 그 슬픔의 고통을 대신 위안해 줄 소녀 초상화가 더 크게 와 닿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사랑의 감정이라는 단초들은 싹 사라진 셈. 겨우 죽기 전에 나도 사랑이라는 걸 해봤고 사랑이라는 애틋한 감정의 도화선을 붙였는데 그게 점화가 되기 직전 사그라 들면서 너무 고통스럽다면 그 점에서 분명 파멸은 맞다.
영화는 특별하다. 분명 관객은 "저런 사람에게도 사랑이 있을까" "저런 사람도 사랑을 해 봤을까" "저런 사람도 사랑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알까" 하는 편견을 갖게 만든다. 애초에 사랑과는 거리가 먼 무늬만 남자인, 그것도 나이 많은 노인으로 볼 뿐이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저런 사람도 사랑을 할 수 있고 나이와 상관 없이 사랑은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사람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변화된 모습이 로봇미가 아닌 인간미를 얻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사랑은 결과적으로 실패 했어도 인간다움의 인생 종착역은 제대로 갖추게 된 것이다.
막장 드라마처럼 중간부터 예정된 결말, 뻔한 스토리로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이건 알고도 보는 정극이고 반전도 예상할 수 있는 영화다. 진품과 가품에 대한 끊임 없는 단서 제공과 대사들의 복선이 일찍이 드러나기 때문에 오히려 후반에 가서 오는 충격이 크지 않은데 슬프게 마무리 될 것을 미리 감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준비를 하기 때문에 주인공의 마지막 삶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져 후벼 파지는 않는다. "그럴 줄 알았어"로 봤지만 "그래도 괜찮았어"가 될 수 있는 영화. 마지막 결말이 관객의 마음을 흔들고 동조심을 유발하지만 희노애락이 없던 사람에게 희노애락을 느끼게 해준 스토리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후회 없는 삶을 위한 가치, 댓가 치고는 크게 손실이라고 보진 않는다. 사랑을 경험하던 시기에 이미 염색을 무조건 하던 삶에서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노년의 모습을 즐기게 된 것처럼 껍집을 벗고 다시 새출발 하는 과정이 많은 고통을 수반했지만 그건 원래 주인공의 "소유욕"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또 다른 소유욕의 탐욕 댓가로 경험을 치르게 되었을 뿐, 70살 가까이 된 남자가 다른 사람의 복수심으로 인해 왜곡되었지만 진실로 믿는 사랑의 힘으로 죽기 전 아름다운 추억을 가졌다면 그 자체로 난 만족한다.
요양원에서 회상하는 장면에 나오는 까페, 낮과 밤이라는 상호의 까페는 그녀가 알려준 곳이었다. 아마 이것도 나름 남자의 입장에서 왜 이 남자는 가품, 모조품 사랑을 끝까지 진품이라 믿는지에 대한 해설 부록이 될 수 있는 장면으로 보이는데 모든 것이 가짜, 그녀의 흔적이 새겨진 모든 것이 가짜라면 그녀가 말한 그 까페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이어야 한다. 결과처럼 행동할 것이라면 쉽게 내던지면 안되는 정보였다. 혹시 모를 기대에 그 까페를 찾았을 때, 그녀의 추억이 있다는 그 까페는 정말로 있었다. 그 자체는 진실된 이야기를 남자에게 했다는 것이고 그건 의미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여자의 마음 중에는 진실된 부분도 분명 있다는 이야기, 결국 모든 것이 가짜가 아니라 일부는 진짜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가품, 모조품을 위한 수단이었을 확률이 크지만 그래도 이게 정말로 존재하는 까페라면 나라도 그것에 큰 의미를 새길 것 같다. 까페에 혼자 앉아 기다리자 웨이터가 다가와 묻는다. 혼자세요?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남자가 뱉은 한 마디. 가슴을 때린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 초반, 옆 테이블에서 누가 뭘 먹든, 무슨 대화를 하든, 출입구에 누가 오가던 아무 신경도 안 쓰던 이 사람, 이제는 영화 후반, 옆 테이블 사람들 상황을 보고 출입구를 본다. 누군가 오갈 때마다 고개를 들어 약간의 셀레임과 함께 출입구를 응시한다. 기다림이 사랑이 되고 그 기다림은 설레임이 된다는 걸 아는 사람에게는 그 시간만큼 긴장되는 것도 없다. 이래서 사람은 사랑을 해봐야 하고 사랑의 감정과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확실한 교훈을 준다. 그게 사람이고 그게 삶이다.
포스터 속 문구에도 나오지만 감독이 그 유명한 "시네마 천국" 그 감독이다. 시네마 천국 포함 모두 각본까지 맡았다. 베스트 오퍼 역시 감독과 각본을 직접 맡았다.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평범하고 뻔한데 뭔가 알차고 흡입력이 강하다 느꼈는데 감독의 연출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이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라면 응당 빠질 수 없는 분인데 베스트 오퍼 영화 역시 이탈리아 영화다. 물 흐르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다는 말이 딱 여기에 맞다.
포털 다음 영화 기준 전문가 평점 6점대, 일반인 평점 8점대, 호불호가 확 갈린다고 하였듯 점수차가 있어 8점대로 선방 했다. 10점, 9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지만 반대로 1점, 2점 주는 사람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영역의 소재라 이 정도면 꽤 좋게 나온 경우이고 공감하는 관객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나는 10점 만점에 9점, 수우미양가에서 "수"로 만점은 (최상) 아니지만 그래도 9점 밑은 줄 수 없는 영화라 말하고 싶다. 남자에게 오히려 딱 어울릴 것 같은 영화, 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 20대 남자, 30대 남자, 40대 남자, 50대 남자, 60대 이상 남자들도 각자 보는 관점이 달라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 안에서도 진실된 사랑, 아련한 첫사랑, 고통스러운 사랑, 뼈 아픈 사랑, 잊고 싶은 사랑의 경험에 따라 영화의 흡입 요소도 작동 유무가 갈릴 것이다.
주인공 남배우,다른 영화 어디서 봤더라 했는데
영화 끝난 결말이 아마 이렇게 된 걸로 보인다. 결국 꽃뱀에게 당한 노인은...........
사랑의 슬픔과 고통에 못이겨 캐리이반의 해적으로 살았다는 전설이....
아..이 분이 그 분...어디서 봤지하고 그의 필모를 보다 깜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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