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정말 후계자의 기업 승계에 활용 되었을까
본문 바로가기
사회/사회이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정말 후계자의 기업 승계에 활용 되었을까

by 깨알석사 2018. 11. 22.
728x90
반응형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우리나라 경제 뉴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거대 재벌 "삼성"의 이야기면서 신사업으로 매진하고 있는 주력 회사이기도 하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과거 박근혜 정부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및 국민연금 개입 등과 엮어 단순한 회계 부정이 아닌 정치적인 사안과 맞물려 몰매를 맞고 있다. 현재 경제 뉴스에서 가장 핫한 이슈로 꼽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 관련 삼성 왕좌와 연결 짓는 분이 많은데 최대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풀어보겠다. 잘 아는 사람에게는 복습이 될 수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기존의 영역에서 잘 가르쳐 주지 않는 경영, 경제의 새로운 지식이 될 수도 있다. 

상당히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이 글은 삼바의 홈페이지에 올라 온 공식 해명자료만 해도 글을 꽉 채워 A4용지로 8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자체만 갖고도 그런 분량이 나오는데 그보다 넓은 삼성의 다른 기업 관계까지 얽혀 풀어내려면 상당히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요즘 핫하다는 유튜브 영상처럼 텍스트가 아닌 말로 풀면 짧게 5분 길면 10분, 아주 길어도 15분 내외가 되겠지만 텍스트로 쓰면 유독 더 길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는 시간을 두고 보길 바란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분식회계 자체 논란은 2부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분식회계가 삼성 회장의 승계 작업에 이용 되었는지를 주로 살펴 본다.

분식회계란 말부터 살펴보자, 당연히 여기서의 분식은 떡볶이나 순대, 오뎅을 먹는 분식이 아니다. 가루/분, 꾸밀/식의 분식으로 분필, 분칠, 분장할 때의 그 분이다. 화장할 때 분을(화장가루) 바른다고 하는 것도 같은 뜻이다. 결국 회계에서의 분식은 기업이 주로 자금을 융통할 때 자산이나 이익이 좋게 거짓으로 포장하는 것으로서 부풀려 조작하는 걸 말한다. 대출을 받을 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일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 하지만 신용이 좋지 않고 빚이 많으면 대출 받기가 곤란해 진다. 이 때 그런 부정적인 건 빼고 대출에 용이한 좋은 걸로만 포장하여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과 같다. 

물론 삼성그룹을 등에 업고 있는 삼바(삼성바이오)의 경우에는 자금 융통(대출) 때문에 이런 분식회계를 할 이유는 없다. 뉴스에도 나오지만 주식거래를 위한 상장(상장거래), 즉 금융 증권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요건, 형식을 맞추기 위한 부정회계도 이런 분식회계가 사용된다. 상장 조건이 안되는 경우에도 상장이 되도록 조작할 수 있는 것이고 회사가 대출이든 상장이든 외부에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할 때, 실상은 실속이 없고 알맹이가 없는 경우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려 보여주게 된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기 멋에 고취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SNS에서는 엄청난 인맥과 화려한 인생으로 거짓 포장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특별히 타인에게 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분식회계는 이를 믿고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사기라고 할 수 있다. 증권거래, 주식거래 자체도 지분 투자이기 때문에 거짓으로 뻥튀기한 조작된 회사 자산을 보고 투자하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없는 유령회사에 돈을 투자한 셈이니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뉴스를 보면 사실 감 잡기가 어렵다. 분명 뭔가 문제인 것 같고 조작이나 부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설명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단박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진짜 문제, 분식회계라는 것이 굉장히 나쁘고 악질적인 행위라는 걸 알기에 그것에만 꽂혀 그런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사실 삼성바이오의 문제는 꼼꼼하게 바라봐야 할 구석이 많다. 왜냐면 분식회계라는 것 자체만 가지고도 분식회계가 아니다와 분식회계가 맞다로 이미 시작 전부터 양상이 갈리기 때문, 분식회계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의 상황 전개와 불법성을 따져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이 경우에는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되냐 안되냐부터가 분쟁이다. 답이 뻔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뻔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조금만 더 관심을 두면 제일모직이 나오고 삼성물산이 등장하고 국민연금이 나오며 박근혜까지 연결된다. 그 과정에서 삼성 후계자 계승 문제가 나오고 다시 삼성전자가 나오고 삼성SDI가 나온다. 물론 이런 경우의 수가 나오는 경우 역시 빠질 수 없는 회사가 하나 있는데 삼성생명이다. 결국 하나의 회사를 가지고 단순하게 접근해 뭔가 문제인지 보려고 마음 먹었지만 이내 자칫 삼성 울타리안에서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 될 수 있다. 골치 아파서 그만, 머리가 딸려서 그만, 이해를 못 해서 그만, 너무 어렵게 설명해서 그만, 결국 이 사태를 처음부터 이해하지 않고서는 수박 겉핡기 식으로만 보는 경향이 많아지게 된다

물론 삼성바이오 자체의 본질만 가지고도 충분히 이야기는 할 수 있다. 분식회계 자체의 논란이다. 다만 사람들이 삼바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관점, 그리고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바라보는 시각에는 삼바 내부의 문제 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의 후계자 승계에도 삼바가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삼바의 분식회계는 삼바 자체의 문제가 아닌 후계자 승계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구도를 확고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었다는 시각 접근이기 때문이다. 후자라면 꽤 조직적이고 오랫동안 진행된 족벌가문의 횡포라고 볼 수 밖에 없어 사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시각이 있고 존재하는지를 알아 두면 조금 더 삼바 본질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데 일단 삼성바이오 본질에 대한 걸 다루기에 앞서 한발 짝 뒤로 물러나 전체 "숲"을 바라보자.

A라는 가게가 있다, 꽤 성공해서 큰 사업체가 된다. 결국 나중에 큰 기업으로 발전하고 자식이 물려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반적인 경우 아버지의 사업체를 아들이 물려 받는다. 모든 사람들이라면 예외 없이 비슷한 과정을 밟는다. 그 사업체를 아들이 크게 더 성장시키고 나중에 다시 또 아들의 아들에게 물려준다. 회사가 3대째 이어지며 운영을 지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고 당연하게 여긴 이 세습에는 문제가 있다. 상속세가 50%라면 상속 할 때마다 기업은 절반 규모로 쪼그라들게 된다. 아들이 물려 받기 위해서는 절반만 받고 나머지 반은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 셈인데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자기 노력과 자본으로 돈을 번 것이 아닌 금수저라는 이유만으로 불로소득을 얻은 걸로 보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을 주게 된다. 

결국 이론만 보면 아들은 2배 이상 기업을 성장 시켜야 아버지가 원래 주려고 했던 자산을 비슷하게 물려 받을 수 있다. 물론 이게 아들이 3배, 또 그 아들의 아들이 2배식으로 최소 배 이상 성장만 한다면 가문의 재산은 큰 감소 없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다. 자본이 남보다 튼튼하고 밑천이 있다보니 불리기도 쉬워 사실 머리만 좋다면 충분히 그 배 이상 벌 수 있기 때문에 상속 부담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세상은 쉽지 않다. 남보다 어려운 생활이나 역경을 경험하지 못해서 쉽게 투자를 단행하기도 하고 돈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물 쓰듯이 쓰다보면 집안을 말아 먹기 쉬운 것도 이 경우다. 삼성 가문이 고조부 이상에서도 지금의 부자였다고 말할 수 없다. 현대그룹 가문의 고조부 이상 조상도 지금의 부자라고 말하기 어렵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역으로 보면 3대 이상은 가지 못한다는 뜻도 된다. 그만큼 부를 지키는 것이(수성) 만드는 것보다(창업) 어렵다는 이유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현실 세계에서는 물려 받은 재산을 그대로 가지고 살면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재산이 줄어들게 되어 있고 (상속할 때마다) 흥청망청 쓰기라도 한다면 부의 세습은 오래가지 못하게 된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상속을 하게 되면 절반을 뚝 잘라 남에게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은 물론 영원할 것 같던 범삼성가 조차 (한솔그룹, 새한그룹) 출발할 때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 차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본다면 부자가 더 부자가 된다는 것도 정답은 될 수 없다.

결국 어떻게든 되도록 많은 재산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넘겨주길 희망하는 것이 사람의 본래 심성이자 심리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누구나 예외는 없다.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 재벌 가문을 보면 이런 일이 생길 때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상속세를 부담하고도 평생 쓸 돈이 있음에도 뭐가 아쉬워서 돈을 아끼고 쟁기려 하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다. 하지만 영원한 부자는 없는 것이기에 또 지금은 수천년간의 세습 구도와 달리 절반을 뚝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기업 지배력을 잃을 수도 있고 기업을 팔아야 할 수도 있어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힘들게 만든 회사를 상속 부담의 이유로 매각해야 할 수도 있고 회사의 가치가 손상될 수도 있어 (다른 주요주주의 경영 개입) 상속을 받아도 상속의 본질이 무너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앞서 대부분의 경우 A라는 회사가 창업이 되면 그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의 관계로 경영 구도가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역설적이게도 (아이러니하게도) 그 회사는 결국 언젠가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어 있다. 시간 문제다. 창업이 아닌 수성을 하는 자녀 세대에서는 회사 지분이 상속 부담에 따라 50%, 다시 또 25%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당은 받을지 몰라도 경영 간섭은 물론 지배력은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하던대로 열심히 기업을 운영했지만 내가 만든 내 회사가 아닌 물려 받은 불로소득이라 결국 남의 기업이 되는 건 3대만 지나도 현실화 된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그래서 훨씬 이전부터 (30년전) 기업 승계를 그대로 하지 않고 인수/합병 방식이나 지분 투자 방식으로 기업 승계를 하고 있다. 지금은 그런 방식이 워낙 대중화되고 상식화 되어 "통행세" "내부거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지분증여" "주식증여" "계열사 지원"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우고 쓰이지만 밀레니엄 이전만 하더라도 이런 걸 문제 삼거나 문제가 된다고 보는 사람이 드물었다. A라는 기업의 경우를 다시 바뀐 경영 세습 과정으로 살펴보면 일반적인 세습 시스템은 이렇다.

A라는 기업이 있다. 자식이 B라는 회사를 만든다. 자식은 자기 돈이 없기 때문에 자본이 넉넉치 않다. 자본이 넉넉하다면 분명 아버지에게 미리 상속을 받은 것이 될 것이고 그건 역시 이전의 세습 문제(상속)를 그대로 갖게 된다. 무엇보다 B를 만들 목적이 사라진다. 본인이 벌었다면 사업소득, 근로소득 등으로 증명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뒷배경의 힘으로 근로/사업을 하더라도 자신이 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치 않는다. B 회사는 생각보다 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금 100만원으로 사무실 하나를 차린다. 이 정도면 사실 일반인도 가능한 수준이다. A라는 회사에 들어가는 원자재 중 일부를 아들이 만든 B가 공급하도록 한다. 생산과 원재료 선택은 A회사의 마음이니 얼마든지 거래처 교체는 가능하다. B는 공장이나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걸 사와서 납품을 해야 한다. A에게 원래 납품하던 회사에게 B에게 납품하라고 하고 하청업체는 B에게 원래 납품가 그대로 공급한다. 그래야 뒷말이 없다. 공급사(거래처)만 바뀌었을 뿐 납품하는 회사는 손해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굳이 따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아들회사 B는 아버지 회사 A에게 마진 20%를 붙여 공급한다. A회사는 원래 납품가를 100원에 받았다면 이제는 B회사에서 120원에 공급을 받는다. 액면만 보면 아버지 회사 A가 20원 손해다. 100원에 받던 걸 120원에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 세습으로 보면 손해가 아니다. 아버지의 몫이 20% 아들에게 합법적으로 증여되는 꼴이라서 아버지에게 올 돈이 아들에게 가게 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득이다. 아버지가 혼자 다 벌고 그걸 자식에게 상속하여야 하는 것이 원래 문제라면 이제는 처음부터 아버지에게 올 몫을 아들에게 가게 하여 아들이 "스스로 벌었다"가 되게 만든 것이다. 아들의 재산은 현재만 놓고 보면 물려 받은 것이 아닌 아버지처럼 스스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상속/증여가 아니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아들회사 B는 역마진을 노린다. 하청회사 납품가를 건드린다. X라는 회사가 원래 A에 납품하던 하청회사라면 그 회사는 100원 가격으로 A에 납품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들회사 B에 100원으로 납품하고 B는 그걸 받아 A에 120원에 납품한다. X 회사는 여전히 납품하는 가격이 동일해 별 문제를 못 느낀다. B는 X에게 납품가를 90원이 되게 하라고 통보한다. X는 A, 또는 B에게 납품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가격 문제로 요구 조건을 거부한다면 납품 자체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최소한의 마진은 있기에 결국 90원이라는 새로운 가격에 B에게 납품한다. B는 X에게 물건만 받아 A에게 건네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납품가로 20원을 중간에서 먹고 역마진으로 하청업체에서 10원을 남겨 이제는 30원을 먹게 된다. 기존보다 수익률이 5% 증가한 셈이다. 이런 유통 구조는 일반 농수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생산지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엄청 싼데 소비자 시장가는 엄청나게 비싼 구조, 중간 유통과정에서 유통 마진이 훨씬 많은 경우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유통업자가 말 그대로 유통의 주요 중추 역할을 하는 것에 비해 기업의 경영 세습의 유통회사는 통행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경영 세습과 상속에만 활용될 뿐, 해당 기업의 발전이나 산업 전체 등에 따른 그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없다. 

이렇게 B의 회사가 아무 걱정 없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자릿세만 받아가며 통행료를 걷게 되면 안정적인 수입이 생긴다. 생산시설도 없고 유통도 사실 X가 A회사 공장으로 직접 배송토록 하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 바뀐 건 별로 없다. 다만 돈의 흐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결국 B는 앉아서 벌기만 하고 돈을 쓸 곳이 없다. 생산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력도 A회사와 X회사 인력으로 충분히 파견이나 지원, 협력 등으로 커버가 된다. 날로 먹는 수익구조에서 나가는 돈마저 없다면 돈 벌기가 무척 쉬워진다.

중요한 건 정작 이제부터다. B가 그렇게 회사를 차려 돈을 번다고 해도 A회사에 대한 상속은 여전히 고민이 된다. A회사를 고스란히 가지고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절반은 여전히 남의 몫이 된다. 처음부터 B를 만든 건 아들이 상속세 부담을 짓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쓸 수 있게 함이 아니다. 아버지 회사 A, 아들 회사 B를 둔 것 자체가 각자도생이 아니고 각개전투도 아니다. 무엇보다 A회사 없으면 B회사가 유지될 수 없고 X하청회사에 큰 소리 칠 수도 없다. A가 있어야만 B는 존재하는 종속관계다. 물론 B가 남긴 자기 돈으로 A의 상속세를 부담하고 A를 그대로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B로 만든 자기 "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건 같은 상황, 남의 돈을 빌린 것도 아니고 자신이 만든 돈인데 그걸 날려야 한다는 건 (B회사) 아까울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B는 넉넉한 자본을 바탕으로 A회사 주식을 산다. 이게 목적이다. 상황에 따라 아버지가 자기 지분을 싸게 매도할 수 있고 (장외거래) 상장이 되었다고 해도 시간외거래나 전환사채, 증자 참여(제3자 배정 - 그 제3자는 아들이 되겠고)등으로 지분을 넘기게 된다.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 받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회사를 사버리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바로 마지막 포인트, 물려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다른 제3자 (아버지) 회사를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증여나 상속과 다르다. 결국 아들이 B라는 회사를 차린 건 아버지 회사를 인수할 자금 마련을 하기 위한 속셈인 것이다. 지금은 이런 방식이 워낙 표면화 되고 알려져서 "내부거래" "계열사 밀어주기" "통행세" "일감 몰아주기"로 설명하는데 이게 합법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변칙 행위이기 때문에 지금은 내부거래 등의 제한 등으로 규제하여 벌칙 등을 주게 된다.


상속은 재산을 가진 분이 돌아가신 경우, 증여는 돌아가기 이전 사전에 물려주는 경우를 뜻하는데 10대 재벌 중 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통행세나 재벌 2세가 세운 기업을 밀어주는 형식으로 기업 상속을 하려 한다. 내막을 보면 부품이 공급되고 납품되는 구조에서 중간 마진을 떼먹기 좋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기업 자체가 이런 제조업이나 물자 이동이 많은 경우에 쏠쏠한 재미가 있다. 자동차와 같은 거대 회사에서는 수만개의 부품이 활용되다보니 이런 식의 물타기가 오래전부터 잘 먹혔는데 하나의 원청기업이 다 해도 될 일을 지금은 엄청난 협력사를 두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고 그 협력사 중에 상당 부분은 중소기업이 아닌 원청기업의 거대 계열사가 하청 역할을 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전전 대통령인 다스(DAS)의 부품 납품 과정에서도 이런 비슷한 형식을 볼 수 있는데 다스의 계열사가 원래 다른 사람의 회사였다가 대통령 친인척 소유로 바뀐 것도, 다스의 계열사로 편입된 것도 같은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다스가 완성품을 혼자서 다 만들 수 있음에도 납품회사를 쪼갠 건 (계열사를 두는 건) 자동차 기업들이 이런 편법을 자주 썼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등 대부분의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합법 수단이다. 

물론 위와 같은 변칙이 여전히 많이 활용되지만 주식/증권 증여 역시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이건 주식/증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위에 나열한 하나의 기업 승계 예시는 이후 이 문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니 머리속에 일단 집어 넣어야 한다. 삼성의 경우는 회사 주식을 증여하여 지분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세습 구도를 잡았다. 삼성그룹 상황을 보면 사실 이런 중간마진, 역마진으로 통행세를 받는 걸로 거대 삼성 공화국을 갖기 힘들다. 태생적으로 조건이 달라 다른 기업과 달리 일반적인 지분 증여가 주로 쓰였는데 역시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활용된다. (중요한 건 변칙적이라 볼 수 있지만 합법이라는 점이다) 자 이제부터 숲의 생태 환경을 봤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숲속의 상황을 보자, 마지막 우리가 찾는 그 나무(삼바)는 마지막에 다루기로 하고..

삼성바이오를 보면 뜬금없이 삼성물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거기서 조금 더 들어보면 삼성에버랜드가 나오고 제일모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가 이들과 무슨 연관이 있어 같이 묶여 나오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텐데 삼성은 이병철 회장이 만들고 이건희 회장이 물려 받아 키웠다. 지금은 이병철 회장의 손자이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인 수장이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공화국을 만든 장본인으로 누군가에게 물려 받은 회사가 아니다. 자기가 창업한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그 다음 세대인 이건희 회장인데 이건희 회장은 상속/증여를 받으면서 자기 주력 회사를 갖게 된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그룹을 통째로 물려주는 경우는 없다. 특정 회사를 몰아 키우도록 하고 그 회사의 지분을 중점적으로 주고 키운다. 그 회사의 영향력을 키워 그룹 지배력을 갖게 하고 아들의 회사가 그룹의 지배 회사가 되게 바꾸는 작업이 보편적이다.

딱 맞다고 하긴 어렵지만 대중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LG그룹을 갖으려면 LG전자를, SK그룹을 갖고 싶다면 SK C&C라는 회사를 먼저 소유해야 한다는 것처럼 전체 지배력을 갖는 회사를 먼저 소유하여야 하는데 그게 꼭 그룹의 원래 주력사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 위에 통행세처럼 특정 계열사 하나를 잡아 지분을 먼저 주어 그 회사 규모를 키우고 지배력을 높인 뒤에 그룹을 사실상 총 지휘하는 모기업의 위로 올라서면 새로운 혹은 기존의 변두리 계열사가 새 왕좌에 올라 설 수 있게 되기에 모기업을 물려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그룹을 통째로 가질 수 있다. SK(주)라는 지주사가 있음에도 새로 만든 SK C&C가 SK그룹의 실질 지주가 되었는데 삼성의 경우와 크게 다르진 않다. 최태원 회장이 지분을 가진 회사 중 활용 가치가 높은 건 SK(주)가 아닌 SK C&C 였기 때문에 SK C&C가 중심 역할을 하고 모든 지분의 최정점을 만들면 기존의 지주사 대신 지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승계 받은 사람이 지분을 많이 가진 회사가 새로운 지주사가 될 수 있는 건 어디가나 똑같다. (이 회사가 몇 만원짜리 회사였는데 나중에 몇 십만원이 된 것도 왕좌의 게임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무기였기 때문이다) 

물려 받지 않고 모든 것을 만든 이병철 회장에게는 승계 자체의 문제가 당연히 없다. 그 다음 아들인 이건희 회장은 이걸 물려 받아야 하는데 이 때 그에게 주어진 주력기업으로서의 선택지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의 모태기업이기도 하다, 삼성상회의 출발점) 그가 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보면 동양방송(TBC), 삼성물산, 삼성전자가 전부다. 삼성그룹 총수로서, 또는 총수가 되기 이전의 후계자로서 삼성 그룹의 계열사를 두루두루 경험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주력으로 맡은 회사가 많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물론 부친의 사망으로 40대에 일찍 그룹 총수가 된 점이 영향을 준 것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이전의 상황에서 그가 주력 무대로 삼은 건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모태이면서 그룹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삼성물산행이 그에게 주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병철 회장이 만든 기업 (A)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그대로 (A) 전해지길 바랬던 것 같은데 삼성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고 그 때 그 시절에는 삼성물산을 가지면 모든 걸 갖는다고 생각했던 1차원적인 세습 과정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만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처럼 자신도 직접 무언가를 직접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삼성물산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이 구상한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어 했는데 여기서의 변수가 바로 삼성전자의 등장이다.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하지 않은, 하려고 하지 않은 반도체 사업을 가지고 그가 삼성전자를 가전회사에서 반도체회사로 바꾸게 되는데 이게 처음부터 성공한 것도 아니고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릴 만한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물려주는데 난항이 있을 것이라 예측을 못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남매 모두가 실지배권을 갖지 못한 이유다. 3세가 지분을 갖고 지배를 하기 이전에 삼성전자 덩치가 너무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전 지배구조를 보면 이건희 회장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지배하게 된다. 이건희 회장은 다시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 역시 삼성전자를 지배한다. 물론 삼성전자에 애착이 컸던 이건희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특수 관계인) 직접 삼성전자 지분을 갖는다. (투자한다) 모든 지배구조의 방향이 삼성전자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삼성그룹에서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난데 그 방향의 꼭지점에 위치한 삼성전자가 이제는 삼성물산 대신 삼성그룹의 맏이 역할과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사업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3세,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삼성그룹을 승계 받기 위해서는 대장인 삼성전자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지배구조 상황을 보더라도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다시 이재용 회장으로 삼성물산이 여전히 사실상의 지주사로 역할을 할 것이라 봤고 (물산은 승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상)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여러 계열사 중 하나일 뿐이라고 봤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성장을 하면서 덩치가 커지게 되자 지분을 갖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엄청나 증여가 쉽지 않게 된다. 이때까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은 이건희 회장에게 쏠린 상황이다.

이 때 3세, 이재용 남매에게 사전 증여가 이루어진 건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가 아닌 제일모직이다. 이건희 회장이 한참 활동할 때 자주 보였던 딸들이 제일모직에서 활동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루트 하나로는 자녀들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일단 패션과 함께 그룹내 부동산을 주로 관리했던 회사인데 부동산 관리는 에스원에 넘기고 부동산 지주사(소유)로서 역할이 그룹에서의 위상 전부였다. 삼성은 아직까지도 순환출자 구조이고 지주회사가 없는 상황인데 이런 방식은 여러 곳에서 공격을 받고 있었고 삼성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 했다. 결국 제일모직은 그룹에서 부동산 지주 역할이 있다보니 지주사(홀딩스)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 보여 포지션이 바뀐다. 부동산이 많으면 결국 돈도 많다는 뜻이 될 수 있는데 기업 실적이나 평가는 조금 뒤쳐져도 소유한 부동산이 좀 많으면 기업 평가가 후하게 되거나 부자 회사로 인식되는 것도 주식시장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결국 자본이 충분하고 활용할 사업 부문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신수종 사업에 잘 맞는 제일모직을 승계 작업의 한 축으로 밀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의 제일모직은 더 이상 직물이나 패션만 다루는 회사가 아니었다. 화학, 전자소재 등의 케미칼 및 첨단소재 사업도 하고 있었고 미래 먹거리 기술과 관련한 새로운 분야가 많았다. (나중에 제일모직의 모든 사업은 다 제값 이상 받고 판다) 제일제당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만두나 만들고 설탕, 밀가루 만드는 회사로 제일제당을 많이 알고 있지만 이 회사는 바이오, 사료, 제약 사업도 하고 있고 또 그 비중과 역할이 적지 않다. 식품회사라고 많이 알지만 제약회사, 바이오 회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신사업으로 선정된 주요 회사들이 제일모직 사단 아래 모였고 새로운 계열사가 편입되기 시작했다. 먹거리와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 항목 회사들이 제일모직에 편입되며 자녀들의 회사에 현금이 좀 더 쉽게 흐르게 만든다. (딱히 문제가 된다고 볼 순 없다) 이 때 삼성그룹 전체가 그룹의 신사업 먹거리로 판단한 것 중 하나가 있는데 바로 의약품, 제약사업이다. 미래 의약산업은 성장 가치가 높아 대부분의 재벌,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었고 (LG, SK, CJ, 롯데, 한화 등) 유일하게 삼성이 이 부분에서 힘을 못 쓰는 것도 한 몫 했다. (예상과 달리 막 진입한 삼성만 성공하고 기존 터줏대감인 나머지 재벌 제약사는 모두 힘든 상황이거나 철수를 했다) 결국 삼성이 제약으로 또 하나의 발돋음 하겠다고 하여 만든 것이 바로 삼성바이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그리고 바로 이 삼성바이오를 설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것이다. 

기억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제일모직과 에버랜드가 합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꽤 쌩뚱 맞는 조합으로 사업적으로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이 조합은 생각외로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제조업과 달리 어디가나 현금이 팍팍 도는 건 이런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이 에버랜드를 인수하는 방향이지만 제일모직 자체가 대표가 될 수는 없다. 기업 자체가 그룹을 대표할 만한 기업이라 하기에는 역부족이고 브랜드 자체가 주는 느낌이 상징성을 주기에는 다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제일이라는 상호는 선대 회장인 이병철 회장이 이룩한 삼성의 본래 네임벨류라고 할 수 있는데 제일제당, 제일모직, 제일합섬, 제일기획처럼 삼성에서 뿌리가 깊은 회사들이 먼저 삼성 대신 주로 썼던 상호라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이후 범삼성가로 나뉘면서 제일은 영문 그대로 CJ가 되어 CJ그룹이 되고 새한, 한솔, 신세계 등으로 나뉘어 지면서 이병철의 제일과 이건희의 삼성에 차이를 두는 모양새를 갖는다. 무엇보다 장자이면서 후계자였던 맏이네가 CJ와 제일 (제일제당) 을 쓰고 있기 때문에 기업명을 고수하기 애매한 것도 있다. 삼성이 두각을 보이기 이전의 원조, 원로 기업은 제일이라는 상호를 그대로 쓰다보니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자 삼성 브랜드를 지속 시켜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도 제일모직보다는 삼성에버랜드가 주는 브랜드 가치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제일모직이 에버랜드를 인수하지만 기업명은 나중에 삼성에버랜드가 된다. 그렇게 에버랜드는 테마파크 이름에서 패션과 건설, 리조트, 식음료 등을 하는 복합/종합 기업의 정식 상호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제일모직의(에버랜드) 끗발이 이전과 다른 양상이니 후속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그게 바로 경제에 관심 있으면 누구나 다 한 번은 들어봤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이다.

1990년대 중반 이건희 회장은 외아들 이재용에게 60억원 가량을 증여한다. 아직 뚜렷한 후계자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던 아들 이재용씨는 이 돈으로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산다. 참고로 두 회사는 삼성전자와 지배구조에서 서로 영향을 받지 않는 관계다. 에스원과 삼성엔지리어링은 당시 비상장 회사로서 아직 거래소에 상장이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아들 이재용씨가 주식을 매입하고 나서 상장을 하게 된다, 상장이 되고 나서 아들 이재용씨는 이들 주식을 다시 판다. 상장에 따른 지분 가치 증가와 시세 차이로 그가 번 돈은 600억원 가량, 원금 60억원을 빼면 570억원의 현금을 만지게 되었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건 이 자금이 결국 아들 이재용씨가 에버랜드 지분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거의 10배로 크게 불어 났기 때문에 60억원에 대한 증여세 역시 번 돈으로 납부가 가능하여 부담없이 털 수 있다. 

에버랜드는 이후 전환사채를 발행 하는데 8만원대의 기준 가격에서 엄청나게 싼 7천원대로 책정해 발행한다. 발행 규모는 에버랜드 지분의 62%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8만원대인 사채 가격을 7천원대로 살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지만 더 큰 매력은 누구든지 이 지분을 갖게 되면 삼성에버랜드의 실소유자가 된다. 삼성그룹이 어찌되었든 꿈의 나라 에버랜드만은 내 것이 될 수 있다! * 전환사채 -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로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사채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사채발행을 함에 있어 주주에게 우선권을 주었던 이 사채는 이건희 회장 본인조차 배정 받는 걸 포기한다. 에버랜드에 지분을 갖고 있던 나머지 주요주주(법인)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모두 역시 포기한다. 결국 모두 포기하고 받겠다고 남은 사람은 아들 이재용씨, 그는 남은 전환사채를 모두 취득하게 되고 에버랜드의 실소유자가 된다. 물론 이재용씨는 아버지의 돈이나 삼성의 돈, 은행의 돈을 빌려 에버랜드를 사지 않았다, 과정을 보아 알겠지만 자기가 번 돈이고,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으로 10배 정도 번 돈으로 에버랜드를 샀기 때문에 그가 에버랜드를 사는데 든 돈의 출처는 본인이 된다. (비상장 회사의 상장 타이밍을 알았다는 것 자체가 도의적인 문제가 되겠지만) 어찌 되었든 물려받지 않고도 아버지의 회사 하나를 자기 돈으로 인수한 셈이다. 

이후 제일모직을 품은 삼성에버랜드가 되고 나서 여러가지 말이 나돌았다. 에버랜드를 가진 자가 결국 삼성을 갖는다라는 말이다. 아직도 여전히 삼바 관련하여 에버랜드 이야기가 나오면 에버랜드를 가진 자가 삼성그룹을 모두 갖는다라고 말하는 분이 꽤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재용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지분 하나 없던 에버랜드를 확실하게 갖게 된 이유가 분명 있을 수 밖에 없어 (지배구도 활용) 결국 그룹의 최정점에 에버랜드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에버랜드는 잠시 쉬고 삼성전자로 살펴보자


좀 전의 이야기를 잘 기억 했다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건희-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루트로는 이건희-삼성생명-삼성전자다. 결국 여기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실제 지배해야 삼성전자를 가질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역시 삼성전자의 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가 삼성생명이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배를 하는 건 문제가 된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의 지분은 현 시세로 27조라는 엄청난 금액이며 최소 기준 8조원에 맞추려면 (그나마 삼성전자가 더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로) 19조원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지금도 이 문제가 금융당국과 삼성이 마찰을 빚는 원인 중 하나인데 이전에도 이런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가 되었다, 고객의 보험료로 주식투자를 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삼성그룹의 상황을 보면 삼성전자 지배구조에 고객 보험료로 받은 돈이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 구조가 해결 되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연결 고리 자체를 지금보다 축소 시켜야 한다. 전부 팔지 않아도 되지만 오랫동안 묵히면서 공격 당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아예 출자 고리를 끊고 지분을 모두 철수 할 수도 있는 상황. 여기서 삼성전자를 갖기 위해 최종 목표로 삼성생명을 노린 경우 삼성생명을 차지한다고 해서 삼성전자를 가질 수 없다. 가져봤자 어차피 지배력을 가진 지분은 금산분리 정책으로 인해 없어지거나 미비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건 삼성물산이다. 삼성전자를 지배하여야 삼성그룹을 장악한다고 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면서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역시 삼성물산이다. 지주사가 없던 삼성에서 언젠가는 지주사가 나올 것이라 믿는 투자자들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이라 예측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지랖 투자를 하기도 했다. (아직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아들 이재용씨 기업 삼성에버랜드와 아버지의 삼성물산과의 관계 정립이 크지 않다는 점인데 결국 가장 최적의 시나리오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들이 실효 지배를 하는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와 아버지 지분이 있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주식을 희석 시킬 수 있는데 이 때 아들 쪽의 회사가 아버지의 회사보다 더 유리하거나 좋은 상황의 합병 체결이 되면 제일모직의 돈으로 삼성물산을 보다 쉽게 지배할 수 있는 구조와 같게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은 어떻게 어떤 비율로 합병 하느냐에 따라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결과적으로 합병은 시도 되었고 아시다시피 아들 회사 (제일모직=에버랜드) 와 아버지 지분 회사 (삼성물산) 의 합병은 1 : 0.35 비율로 합병이 된다. 아들 회사 주식 1장이 아버지 회사 주식 3장과 같은 비율인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아들 회사에게 무척 유리한 건 사실이고 아들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합병이자 원래 목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 역시 변신을 시도한다.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다시 바꾼다. 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테마파크로 관계가 설정된다. 비상장 시절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관계를 보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순환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제일모직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삼성생명 지분에 투자하고 있던 상황이다. 여기서 제일모직이 상장을 하면서 순환출자를 일부 해소 하게 되고 제일모직 지배구조를 갖고 있던 삼성카드가 제일모직 지분을 전량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가 일단 끊긴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이 기존의 지배구조라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삼성카드에서 다시 제일모직으로 가는 순환 고리가 없어 결국 순환출자는 일단 사라진 셈이다. 결국 제일모직과 관련한 순환 출자 문제에서 삼성전자가 종점이라 하면 남은 건 삼성생명과 제일모직만 남은 상황인데 (삼성카드 자동 탈락) 삼성전자, 삼성생명, 제일모직의 지주 부분만 따로 떼어 이 셋을 하나로 합친 후 그 역할을 제일모직 지주로 몰아주면 제일모직 하나가 두 회사를 모두 지배하는 제일모직-삼성전자(삼성생명) 구조로 지배 구조가 간편하게 바뀌면서 제일모직의 지배력을 완전히 높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워낙 많은 회사와 출자 관계가 얽혀 있고 쉽게 풀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진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삼성SDI를 지배하고 삼성SDI는 삼성물산을 지배하는, 다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또 다른 루트의 관계도 해소를 하여야 하기 때문에 결국 제일모직(=에버랜드/이재용 부회장) 아래 삼성전자를 두려면 삼성SDI와 삼성물산의 관계 정리도 필수 조건이 된다. (참고로 제일모직 패션 외 나머지 화학, 소재를 인수한 기업은 삼성SDI다, 향후 그 사업 부문은 다시 재매각 되어 롯데첨단소재가 된다)

결국 그래서 결정된 것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를 낳는다), 확실히 과정만 보면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만 되고 있고 모양새 역시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권력과 지분이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권력이 미치는 지분 회사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딱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승계 자체가 불법도 아니고 순환출자 자체도 원래 구시대적 기업 운영의 문제였던 것이라 그걸 해소하면서 가업 승계를 정상적으로 하려면 이렇게 또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고 그게 잘못 되거나 문제 있다고 보긴 어렵다. 모든 주주가 찬성, 환영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회장으로 무사히 넘어가고 안착해 더 크게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 삼성 투자자들이고 주주들이기 때문에 이런 지배구조와 사업체의 변화는 좋은 방향이 될 수도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있어 당시에도 난리, 합병 후에도 난리, 지금도 난리가 진행형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이 두 회사의 합병 문제일 것이라는 말은 국민 대부분이 뉴스를 통해 알고 있고 국민연금이 이 합병안에 찬성 했다는 것 (삼성 부탁을 받은 청와대의 압력일 것이라 추정), 그리고 합병이 마무리 되고 나서 K재단과 미르재단에 삼성이 기부를 했다는 것 등과 엮어 지금도 까이는 항목인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결과적으로 합병이 되었다. 삼성물산은 사라지고 제일모직이 존속 법인이 되어 합병 법인이 되었지만 제일모직이 합병 직후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바뀌면서 삼성그룹에서 제일모직 이름은 또 사라지게 된다.

앞서 제일(CJ) 상호에 대해 제일모직이 에버랜드와 합병하고 난 뒤 제일모직을 버리고 삼성에버랜드로 된 것에 대해 맏이네 가문이 쓰는 상호라 자연스럽게 버렸다고 열변을 토했는데 침이 마르기도 전에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제일모직이 다시 사명으로 환원 되었다. 물론 왜 다시 제일이라는 상호의 사명을 다시 부활시켜 썼는지 회장님만이 아시겠지만 여기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합병 등의 인수 과정에서 이용할 때 썼다는 공통점과 존속 회사의 사명에서 소멸 시킬 때 썼다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제일모직은 에버랜드와 합병 하면서(이용) 존속법인으로 제일모직이 선택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명을 삼성에버랜드로 바꾸면서 역사 속으로 소멸되는 역할을 했다. 이후 다시 갑자기 부활해서 원래 존속법인이었던 제일모직으로 환원이 되는데 이 때 역시 삼성물산과 합병 하면서(이용) 존속법인이 되었고 이후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으로 회사명을 바꾸게 되자 다시 또 역사 속으로 소멸되는 역할을 했다. 두 가지 모두 완전 똑같이 제일모직 상호의 운명이 같았는데 뭔가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특별한 상황으로 제일모직 이름이 활용되었다. 지금의 삼성물산이 만약 다른 회사와 다시 합병을 한다면, 그 때 다시 또 삼성물산이 갑자기 제일모직으로 이름으로 바꾼다면 이건 100% 뭔가 역학이나 역술학자가 개입했거나 CJ에 대한 어떤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숲 속 여행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는데 이제 거의 목표 나무에 다 와간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초간단 정리해 보면 삼성전자에 있어 가장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이 두 회사는 모두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큰 회사로 이 회사를 장악하면 삼성전자를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지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승계 과정에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삼성전자의 지분 활용을 자녀에게 물려주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에 활용된 것이 제일모직, 자녀의 지분이 아버지의 지분보다 높은 제일모직은 여러가지 신사업을 통해 패션 외 다른 사업도 하면서 힘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는 원래부터 제일모직 자회사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후 제일모직이 에버랜드를 합병하게 되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껑충 뛰게 된다. 아버지에게 물려 받지 않고도 에버랜드를 자력으로 갖게 된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제일모직 사업체와 자회사까지 지휘하게 되는데 여전히 삼성전자와의 거리감이 있는 상태,

삼성전자와 밀애 관계로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으로 와야 하는데 삼성생명은 어차피 금산분리 때문에 삼성전자 지배력을 갖기 힘들어 남은 선택지는 딱 하나, 삼성물산이 된다. 그리하여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을 시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 마찰과 논란이 있었으나 무사히 통과되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이 완료된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먹고 제일모직이 에버랜드를 먹었으니 삼성물산 안에는 제일모직과 에버랜드의 흔적이 남게 되는데 현재 삼성물산의 주요 사업은 실제로 에버랜드를 담당하는 리조트부문, 제일모직이 담당했던 패션부문, 그리고 원래 삼성물산이 하던 상사부문, 나중에 편입되었지만 실제 핵심 역할을 하는 건설부문 등 4가지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에버랜드 홈페이지에 가보더라도 에버랜드 회사 기업 이름이 "삼성물산"으로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에버랜드는 테마파크 이름일 뿐 더 이상 기업 이름, 명칭이 아니다. 중앙개발이 운영하던 테마파크(자연농원)에서 에버랜드 리조트로,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가다 제일모직이 운영하던 테마파크에서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테마파크로 바뀐 것이기에 같은 삼성인데 왜 자기 내부끼리 사고 파는지 의아해 할지 모르지만 알고보면 운영 주체가 바뀌고 인수 합병 과정에서 사업체간의 교통 정리와 지분 정리가 된 것이 크다.

반대로 보면 제일모직은 원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일정 부분 지배 권한에 있던 회사다. 그 제일모직과 완전 지배가 완성된 에버랜드가 합병 했고 제일모직으로 통일이 되었으니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 진 건 당연하다.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을 다시 했으니 역시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갖게 된 것도 당연, 삼성물산이 하고 있는 건설, 패션, 리조트, 상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지배, 그리고 삼성물산이라는 법인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으니 삼성전자의 간접 지배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 등의 제일모직 계열사 역시 제일모직과 함께 운명을 함께 하기에 지금은 삼성물산의 자회사가 되고 삼성바이오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지배에 놓인다.

여기서 문제, 삼바의 경우다. 이제 최종 목표 나무 이야기다. 여기까지 봤으면 기업 승계 과정에서 삼성이 시점에 따라 불편한 행동을 했다고 볼 수도 있고 문제가 있는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삼바와 연결지어 보면 내용이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위 과정과 개요를 이해 했다면, 삼성의 후계자 승계 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았다면 삼바의 분식회계는 상장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일 뿐 이재용 부회장과는 오히려 관계가(기업 승계 활용) 없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제 정확하게 따져 봐야 할 것은 과연 이재용 부회장은 정말로 기업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시도 했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자로서의 입지는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간의 합병 과정에서 확인 및 마무리가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고 실제로 그 합병 후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확실히 굳어졌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그가 후계자로 지목 되었다는 걸 알 수 있고 제일모직과 에버랜드의 합병을 통해 후계자의 실체를 완성 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더 나아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사실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등으로 이루어진 관계를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의 후계자로서의 입지와 삼성그룹 총수로서의 역할 부여는 이미 완성된 걸로 볼 수 있다. 사실상 회장으로서의 공식 취임 등 요식 행위만이 남아 있고 실제로는 마무리가 된 상황이라 봐야 하는데 그가 삼성공익재단 이사장으로 공식 취임, 등재가 되었다는 것 역시 병상의 아버지를 대신한 사실상의 회장 취임이다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것은 내부 정리와 상황 정리는 거의 마무리 되었고 병상의 아버지가 생존하신 동안은 부회장으로만 남되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겠다는 건 재단 이사장의 취임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석이 되고 무엇보다 제일모직을 완전 매각하는 과정에서의 화학, 케미칼 사업 완전 정리, 삼성의 방산에서 주력사업체였던 테크윈까지 한화에 넘기면서 화학과 방산을 모조리 정리하고 롯데와 한화에게 넘겨 버리는 건 총수가 아니면 불가능하고 부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섰다는 걸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해당 사업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고 단지 방향이 맞지 않아 갑자기 이루어진 예상 밖의 삼성 그룹사 정리인데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있어 더 이상 삼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 회사들을 과감하게 털어내고 신속하게 정리한 걸 보면 총수로서의 입지를 완성 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까지 나름 고민하면서 달려왔지만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한 원래 목적지일 뿐 삼성물산 자체가 삼성전자에 대해 더 지배력을 갖거나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이미 기존의 지배구조 상황에서의 삼성물산 입지나 지금의 합병 삼성물산 입지나 삼성전자 지배에는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요한데, 삼성물산을 누가 갖느냐는 것이 쟁점이지 삼성물산의 회사 운영 상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은 모두 비상장 회사였다. 이후 상장이 되면서 제일모직은 얼마 못 가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I가 (패션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문) 흡수하게 되고 에버랜드가 에버랜드+제일모직 역할을 하게 되자 에버랜드가 실질적인 지주라고 투자자들은 판단 하였는데 지금와서 봐도 그게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에버랜드를 갖는 사람이 삼성의 왕이 된다는 내용), 그 에버랜드가 다시 제일모직 이름이 되고 삼성물산과 합병하면서 마찬가지로 삼성물산을 가진 자가 삼성의 왕이다라는 공식이 시장에 흘러 나오는데 진행 과정을 보면 마지막에 여러 회사가 버무려져 하나의 비빔밥으로 완성된 것이 삼성물산이라는 결과기 때문에 역시 틀린 말이 아닌 실체가 있는 말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최종적으로 삼성물산=에버랜드=제일모직이기 때문에 결국 제일모직(최대주주)을 비롯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을 모두 가졌던, 혹은 갖게 된 이재용 부회장의 왕좌 탈환은 당연히 시장에 퍼졌던 말처럼 모두 소유한 최종 우승자가 되었기에 마무리가 되었다고 봐야 한다. 더 이상의 왕좌 승계 작업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어차피 삼성전자의 주주 50%는 외국인들의 차지며 지분을 1% 확보하는데도 이제는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기존에 지분을 가지고 있던 지배회사들을 소유하는 것이 훨씬 득이 되는 건 사실이고 그것으로도 최종 목표인 삼성전자 지배에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누가봐도 이제는 삼성 그룹의 총수고 아버지의 지분에 따라 달라질 포인트도 많지 않다, 아버지가 있어도 없어도 그의 총수 역할에는 지장이 크게 없다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다면 그 자체가 세습이 되었다는 걸 의미하기에 더 이상의 승계 작업은 불필요한 의미 밖에 안 남는다. 더 이상의 출자 해소와 지주사 만들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시장에 도는 것도 그런 이유. (물론 법에 문제가 되고 정부에서 문제 삼는 순환구조는 개선하겠지만)

이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물산의 자산이나 회계에 포장을 한다고 하여, 또는 삼성물산의 계열사인 삼바의 자산이나 회계를 포장한다고 해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에 도움이 된다는 건 기존의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삼성바이오, 삼바는 신수종 사업으로 5가지 핵심 사업 중 하나일 뿐이고 그룹 차원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사업이니 당연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 부문이기는 해도 그게 승계 구도 작업을 위해 동원 되었다고 보는 건 삼성에서의 이재용 부회장 지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너무 가볍게 본 것이거나 무조건 삼성은 때려야 한다는 억지일 수 있다. 삼성에서 벌어진 모든 일 중 특히 비리, 부패는 모두 승계 작업을 하다 생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인데 분식회계도 기업 뻥튀기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모기업인 삼성물산을 띄워주기 위함으로 보는 시각은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시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 이상의 아버지 지분이 필요치 않은 그가 일부 계열사의 분식회계를 통해 지분 확보에 애를 썼다? 상당히 위험하고 그룹 전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그런 회계 부정을 왕좌의 게임 마무리를 코 앞에 두고 벌였다? 과연 그게 합리적인 발상일까..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 해도 실수는 나오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시장과 외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많은 변수가 작동 될 수 있는 여건에서 분식회계 등의 방법이 왕좌의 게임에 사용 되었다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자칫하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굉장한 리스크다. 이걸 이건희 회장이 사전에 준비했다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이재용 부회장이 단독으로 생각했다고도 볼 수 없고 삼성 계열사 대표(사장)나 임원이 자의적으로 했다고도 볼 수 없는데 오히려 왕좌에 오르는데 있어 불필요한 위험 요소가 될 뿐 그게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바의 회계 분식이 이루어졌다면 그건 삼성바이오의 해명 그대로 삼성바이오의 상장 과정 그 자체의 문제에서 불거진 내용이라 봐야 하는데 삼바의 분식회계가 있어야만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왕좌에 올라 설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굉장한 난센스이며 삼성바이오 자체는 이재용의 회장 자리에 어떤 영향을 줄 위치가 아니다. 삼성물산의 지배를 받는 회사라 하여 삼성물산과 엮으려고 하지만 삼성물산에서 바이오 빼고도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배력이나 삼성물산 자체의 입지가 달라지는 건 없다.

지금까지 삼성이 어떻게 할 것이고 어떻게 움직일 것이다 하는 건 시장에서 벌써 예측이 되고 있었고 수 많은 언론에서 가장 근접한 경우의 수를 모두 뽑아 유추를 하고 있었다. 실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과 언론이 예측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지배구조가 뻔하고 지배현황을 모두 알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귀신이 아니고서는 누구라도 그 범위 안에서 합법적인 승계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어 예측이 틀릴 수가 없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경우에는 수 싸움에서 제외 했던 내용이라 당혹스러웠던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없는 수도 아니었고 그게 가능하겠냐는 인식이 더 강해 제외수로 되었던 경우인데 그래도 이게 가능하다면 이것 만큼 나름 확실한 수도 없다고 봤던 수라서 예측과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이건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가지고 지주사로 만들어 SK그룹을 지배하는데 쓸 것이라는 예측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10대 재벌만 따로 떼어내어 재벌2세, 3세 승계를 보더라도 삼성이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누구도 분식회계 등을 가지고 승계 작업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마찬가지지만 일반인이 10대 재벌가문 위치에 있더라도 그건 최악의 상황에 따른 (먹튀, 해외도피 생활 작정) 악수지 승계 작업의 선행 조건이 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삼성에 대해 이중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것도 별로 달갑지 않은데 치킨회사가 갑질한 것도 못 참아 불매를 하는 사람들이 삼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불매를 하지 않는 것도 보면 솔직히 약간 우습다. (물론 LG로 바꾼다 식의 가전 등의 불매는 하지만 에버랜드는 잘만 가더라) 내가 필요할 땐 취하고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매도하는 그런 모습은 누구에게나 볼 수 있고 나라고 다르지 않지만 무조건 매도와 상황을 보고 매도하는 건 다르다고 본다. 삼성의 잘못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국정농단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설령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최고 지도자의 말 때문에 했다고 "해명"해도 결국 협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건 사실, 끝까지 자기 소신대로 일본과 맞서 싸우고 투쟁한 사람과 살기 위해 친일 했다고 하는 사람, 원래 자기가 욕심이 있어 스스로 친일한 사람은 분명 다 다르다. 하지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친일행위를 했다고 하는 건 다른 독립운동가 사례가 없었다면 몰라도 결코 변명이 될 수 없다. 결국 나쁜 대통령에 의한 요구라고 해도 동조하고 협력 했으면 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만 보더라도 무죄로 결론이 났지만 아직도 말이 많은 이 사건은 내가 보기에도 무죄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집행유예든, 벌금이든 실질적인 징역살이는 하지 않게 해주더라도 유죄로 일단 봐야 하는 부분이 있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분명 있기에 그게 설령 실정법에 위반되지 않고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주주들간에 생긴 정당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도의적인 부분까지 합당하게 되는 건 아니고 도덕이라는 것을 사회생활에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라 그런 과정과 결론(무죄)이 좋게 보이는 건 아니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의 합병, 그리고 거기에 찬성한 국민연금 문제 역시 이 합병 자체가 왜 해야 하고 왜 하려고 하는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오로지 후계자 승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준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어 특정 주주를 위한 다른 주주들이 이용 당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역시 잘못이 있다고 봐야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걸로 사회는 사태를 마무리 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문제는 엘리엇 해지펀드의 국가 소송전에 이용 당하여 한국 정부만 막대한 비용을 물어주어야 하는 지경까지 만들었는데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축소한 것이 없는 건 아니기에 삼성에 대한 비판은 어느정도 타당하지만 무조건 때리기와 무조건 잘못이고 망하고 없어져야 하는 기업으로 매도하는 건 너무 앞서 나간 어리석은 생각이 아닌가 싶다. 절세와 탈세의 개념과 비슷한데 절세 과정에서 깔끔하지 못하거나 일부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있지만 결과적으로 절세로 규명 되었다면 탈세 개념으로 끝까지 따지고 물을 수도 없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들 반응 때문이다. 폭망해야 하는 기업 1순위, 없어져야 할 적폐기업이라는 글이 베스트 댓글에 엄청난 추천을 얻고 올려져 있는 걸 보고 뜨악했던 것이 가장 큰데 삼바에 투자한 국민연금 투자액이 7~8천억원대 (더 투자하면 1조원도 가능) 삼성 전체 그룹사에 투자한 돈만 따져도 우리나라가 삼성에 기대고 있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개인투자자는 얼마 없고 다 기관투자자랑 외국인이다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기관도 기관 나름이다. 연기금이라는 말이 있는데 연금과 기금을 합친 말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금도 (재난기금, 구호기금 등) 외부 기관투자자에게 위탁하여 기금액을 일부 운영토록 한다는 걸 안다면 그것이 결국 "기관"이라는 이름으로 투자되고 있다는 걸 안다면, 연기금이 투자한 종목들에 대해 그렇게 쉽게 말을 하면 안된다. 물론 잘못된 것에 대한 비판, 문제에 대한 잘잘못 그 자체의 표현은 상관이 없으나 국민연금도 8천억원이나 물린 상황에서 그 연금은 국민 모두의 돈이고 피 같은 돈인데 거래정지가 잘 되었다거나 무조건 상폐해서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표현은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만 연금도 잘못 되기를 바란다는 것 밖에 안되어 생각을 갖고 말을 했으면 좋겠다, 

삼성이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지만 공적과 과오는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주식투자를 꽤 오래 하면 기업에 대한 생각과 판단이 달라지는 것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도 주식투자자다. 상폐나 부정, 비리, 분식회계, 주가조작 등으로 피해를 많이 보는 것 역시 일반인이 아닌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하는 투자자라면 보는 관점에 있어 무엇이 핵심이고 본질인지 보는 시각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다행인지 운인지 나는 작년 연말까지 삼바에 투자하고 올해는 삼바에 투자를 아예 안했다) 나는 삼바의 분식회계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연관성은 극히 낮다라고 보고 있고 삼바의 논란과 문제 본질 자체도 삼성바이오의 문제라기 보다는 금융당국의 문제라고 보는 편인데 삼바의 잔혹사 1편에서 다룬 과연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삼바의 분식회계는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해 내 의견에 동조한다면 남은 2편 삼바의 분식회계 이야기를 봐도 좋다, 반대로 삼성에 가족 다니냐, 삼성과 연줄있냐, 어디서 수작이야라고 생각한다면 2편은 굳이 보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연결고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룹"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되는 그룹사끼리 연결 고리 자체가 없을 수 없고 그룹 총수의 지분이 직접, 간접 모두 포함해 제로인 회사가 있을 수가 없다. 본인이 아니면 본인 회사가 투자할 수 있는 것이고 하나의 그룹으로 묶이면 어떻게든 연결 고리는 나온다. 그걸 가지고 엮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10년 역사가 못되는 신생 회사가 키맨 역할을 해야 할 경우 반드시 지분 자체로 부각되게 되어 있고 문제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어 있다. (바이오젠이 삼바와 엮인 것도 나중에 삼바가 말해서 아는 것과 대조) 모든 재벌 기업들이 승계하는 과정을 보면 키맨으로 쓰여진 회사나 지주사는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안방마님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밖에 없는 법, 그걸 삼성이 실수했다? 아직 삼성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삼성은 좀 맞아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매질의 강도가 쎄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앞으로 삼성의 4세 승계 역시 내가 죽기전에 보게 될 확률이 높은데 이런 식이면 이 집안의 사람들은 이 집에서 태어난 죄로 무조건 감옥살이 해야 하는 운명이 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어릴 때 감옥살이를 할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을텐데, 할아버지(이건희), 아버지(이재용) 생활을 쭉 본 지금 삼성의 4세는 미리 감옥살이에 대한 연습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려 받으면 어떻게든 무슨 이유로든 감옥가게 되는 것이 이 그룹의 운명인데 내 자식의 일이라면 끔찍할 것 같다. 누구는 잘못을 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고 감옥을 간다라고 하겠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과연 일반 범죄자와 같은지,한진이나 한화와 달리 특별히 사생활과 엮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집안으로 유명한데 재산 물려 받은 죗값 치고는 너무 가혹한 것도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삼성 4세도 언젠가 차가운 방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라 충분히 예견 되는데 그게 더 무섭다. 연좌제도 아니고 아무리 클린해도 삼성 가문 상속자라면 예외는 없는 것 같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 나름의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별 짓을 해도 다 불법으로 보니 말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