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식 조리돌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 팀추월 스피드 스케이트 논란

연이틀 여자 스피드 스케이트 팀추월 게임의 패배와 관련한 선수들의 인성 논란과 왕따가 올림픽 뉴스를 점령하고 있다. 스피드 기록 방식으로 바뀌면서 상대 팀을 이기는게 아닌 기록만으로 승부하다보니 팀추월이라는 게임명과는 상관이 없어졌다. 상대 팀과의 대결은 아무 의미가 없고 오로지 스피드 기록만을 따지게 된 것이 팀추월의 새로운 방식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노선영과 김보름 박지우 세 선수가 팀을 이루어 출전한 이 경기에서 노선영 선수가 혼자 뒤로 쳐지며 팀이라는 형식 자체가 깨졌고 세 선수 중 한 선수가 뒤에 홀로 남아 피니쉬를 하는 안쓰러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이후 먼저 도착한 두 선수의 인터뷰에서 뒤로 쳐진 노선영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로 논란이 확산, 결국 대국민사과나 다름없는 기자회견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솔직히 이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본다, 왕따 논란까지 확전되며 종 잡기 힘든 모습으로 점점 일파만파 일이 커지는 모양새인데 갑론을박 이전에 하나하나 상황을 짚어 본다면 지금의 대중은 마치 마녀사냥식 조리돌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군대에서는 대부분의 군인들 연령이 비슷하다, 간부를 제외하고 징집된 사병들은 19세에서 21세 범위의 또래들이다, 체력적인 부분에 차이가 있더라도 범위가 크진 않다. 약자와 강자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나 같은 또래라고 해도 체력적 한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성별이 다른 경우, 여군이다.

부사관 혹은 장교는 남녀로 조합이 가능하다. 아침에 구보를 할 때 전투복 하의와 전투화만 신은 상태로 웃통까고 부대 곳곳을 구보하는 건 군부대의 아침풍경 중 하나, 특히 입김이 펄펄나는 겨울이라면 웃옷은 벗어 제끼고 달리는 아침구보가 체력증진 및 체온 상승에도 도움이 되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신체특성상 겨울이든 여름이든 상의를 탈의하고 달릴 때도 여자는 브래지어 및 티셔츠(군용)를 입고 달릴 수 밖에 없는데 여자는 티셔츠 남자는 맨 상체를 드러내고 다 같이 달리는게 이 조합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아침구보 형태다.

뜬금없이 군대 이야기, 남군/여군 이야기를 한 것은 우선 체력적인 걸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녀 합반으로 구보를 할 때 조합을 어떻게 해야할까? 남녀를 줄만 맞춰 (한 줄은 남자, 한 줄은 여자) 다 같이 달리게 할 것인가, 아니면 남자는 뒤에, 여자는 앞에, 또는 반대로 남자를 앞에 여자는 뒤에 그룹으로 묶어 달리게 해야 할까, 아니면 남녀를 넘어 군인 정신으로 다 같은 평등한 자세로 믹스 형태로 무작위로 섞어 임의로 선 줄 상태로 그냥 달리게 해야 할까?

남녀구보를 같이 해보았거나 인솔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 이 문제의 답은 단 하나! 무조건 하나다, 여자를 모두 앞으로 서게 하고 남자를 뒤로 서게 하여 달리게 하는 방식이 유일한 답이다. 

왜 하필 여자가 앞쪽에 서서 달리게 해야 할까, 체력적인 부분 때문이다, 동일한 코스에서 동일한 속도로 동일한 구보 속도를 낼 때 남자보다 체력이 약한 여자가 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대라고 해도 체력이 남자 못지 않은 올림픽 선수라고 해도 남자와 여자의 게임방식은 차이가 나는게 보통이다, (이번 스피드 스케이트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종목이 남자보다 여자가 적은 거리 짧은 거리로 되어 있다) 여군을 뒤로 배치하고 남군을 앞에 배치하면 중간 경계가 벌어지면서 여자는 여자그룹대로 뒤로 쳐지고 남자는 남자대로 앞으로 나뉘면서 조합이 깨진다, (이럴거면 애초에 남녀가 따로 달리는게 낫다) 일반 걸음을 걷는 행군을 할 때도 체력이 약한 사람은 앞에 걷게 하는 이유 역시 같은 이유인데 약체를 뒤에 배치하면 마냥 한없이 뒤로 쳐져서 결국 낙오자가 될 확률이 높기에 맨 앞에 두게 된다. 뒤에 붙은 사람들이 도와주거나 밀어주거나 챙겨주어 같이 행군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남녀를 믹스해서 하는 경우는 중구난방식으로 전체 흐름이 깨진다, 앞뒤, 좌우 옆줄이 맞지 않고 줄간격, 열간격 모두 깨지면서 당나라 군대가 되는 건 순식간, 또 열이나 줄로 그룹을 묶는 것 역시 열이나 줄 자체가 간격이 생겨 벌어지기 때문에 체력 차이가 큰 사람들을 섞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결국 가장 효율적이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약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그들을 맨 앞 선두로 배치하는 것 밖에 없다. 그것만이 모두 완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닌 함께라는 것에 의미를 두었을 때라는 차이가 있다, 빨리 통과를 하느냐 정시에 도착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낙오자'없이 모두 함께 "완주"를 하느냐에 목적을 두었을 때 이 방법은 통한다, 애초에 다 같이 낙오자 없이 골인하는게 목표이기에 구보든 행군이든 앞쪽에 약체를 두어 밀어주는 방식은 완주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완주는 기본이요 애초에 목표가 스피드, 속도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두 다 함께 골인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면서 더 빨리 도착해야 한다면 기존의 이 방식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빨리 도착 조건이 성립되지 않음) 어떤 식으로든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결국 모두 완주를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면 빨리가도 모두 들어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요 완주를 느리게 하더라도 속도전에 밀려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역시 무용지물이다, 기록을 측정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기록을 측정한다면 결국 약체를 맨 앞에 둔다는 방식만 믿고 따르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약체그룹의 체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하는게 작지만 큰 차이면서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번 여자 팀추월 스피드 스케이트는 바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가진 경우다, 모두가 함께 들어와야 하는 건 맞는데 빠르게 승부해야 하는 초단위 스피드 레이싱이라는 것이 바로 본질, 늦더라도 다 같이 들어오는게 모양새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근본적인 팀추월 게임의 목적에 맞지 않고 (스피드 게임인데 스피드가 사라지는 꼴) 스피드에 목적을 둘 경우 이번처럼 낙오자가 생겨 결과적으로 기록에 차질이 생긴다면 아무리 스피드를 내고 빨리가도 결과적으로 맨 마지막 완주자의 기록이 팀기록이 되기 때문에 스피드에 주안점을 두어도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다 같이 빨리 달리는게 너무나도 당연하고 너무나도 확실한 경우인데 체력이든 작전이든 무엇이 안되어 결국 최상의 경우 수가 깨진다면 결국 다 같이 느리더라도 모여 들어오는게 유일한 아름다운 모습 (하지만 그럴바에 왜 스피드를 다루는 종목에 나갔는지 의문을 가져야 하기에 모습만 아름답지 스포츠에 대한 본질 역시 깨진다) 

상황을 보면 두 선수는 남은 한 선수에 비해 체력이 높았다, 문제가 된 노선영 선수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일단 문제가 있었고 국대라는 타이틀을 달고 빙상계를 대표하는 올림픽 대표 선수치고 다른 팀원과 격차가 너무 컸다. 초반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서 그런 것이라면 자기관리 부재, 체력조절 실패라 굳이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물론 앞서 군대 이야기처럼 이 체력적인 건 작전(조합형태)으로 어느정도 커버가 된다.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당겨주면 본래의 속도는 줄어도 그룹 전체의 속도는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다. 체력의 한계에 부딪혀 알아서 하길 바란다면 나올 결과물에 비해 작전(조합)만 잘 짜도 원래 속도보다 더 빠르게 (기준보다는 느리더라도) 갈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스포츠 전문지, 정론지, 주간지, 주요 일간지, 인터넷과 방송중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들의 작전을 보면 특별히 문제가 될 곳은 없어 보인다. 박지우 선수는 작전실패가 문제의 요점이라고 했는데 두 선수가 경기를 마치자마자 방송중계로 밝힌 작전 형태를 보면 그것도 크게 문제라고 보이진 않는다. 가장 최악의 경우를 두고 상상하기 힘든 상황까지 고려했다면(노선영 선수가 뒤로 많이 쳐지는 경우) 작전실패가 맞지만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한 건 그들의 인터뷰 당시에도 고스란히 나왔고 어느정도 쳐질 건 예상했어도 그렇게까지 완전히 멀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건 사실로 보인다. 아무리 체력 차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국가대표이고 또 팀까지 이룬 조합인데 격차는 예상했어도 그게 큰 걸음으로 한 두발짝 정도 수준으로 예상했던 걸로 보인다 - (2~3초 정도 손실을 감안한 작전이고 이 정도만 해도 작전 성공이라 본 듯) 이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질거라 예상을 못했기에 작전을 실행한 선수의 해석에 따라 작전실패라고 할 수도 있다. 

결과가 이렇게 최악의 경우의 수로 나왔으니 과거로 돌아가 작전을 변경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리드를 한 김보람이 뒤로 빠지고 박지우가 맨 마지막에 있으면서 노선영을 맨 앞에 두었다면? 모두 6가지 경우의 수를 세 선수가 각각 가지게 되는데 체력적인 부분을 서로가 캐치하지 못할 수는 없을거고 김보람이 50% 이상 리드하고 30% 정도는 박지우가 담당한걸로 봐서 노선영의 체력적인 부분은 세 선수 모두가 공유가 되었던 걸로 보인다. 노선영이 맨 앞에 둔 상황에서 이들이 가진 전제조건을 그대로 도입해 보면 결국 팀 전체가 다른 팀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다 같이 골인은 하더라도 엄청난 차이로 스피드 게임에서 질 것을 뻔하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고민을 세 선수가 했을 것 같은데 체력적인 부분에 문제가 없다면 몰라도 이 조합으로 간다는 것이 확정된 순간 (교체선수나 대체선수가 없다면) 승부는 포기하고 참가에 의미를 두냐 세계대회에서 기록싸움이라도 한 번 해보고 져보느냐 갈림길에 설 수 있을거라고 보인다.

여러 인터뷰를 다시 보면 김보름과 박지우는 기록싸움에 의미를 두었다고 나온다, 어차피 최종 목표가 금메달도 아니었고 잘하면 동메달인 상황에서 그마저도 어렵다면 최고 스피드로 기록을 내어 다음 경기에 대한 목표를 가져보자는 생각인 셈이다. 어차피 이 조합에서는 승부가 안난다는 걸 세 선수가 모두 알고 있던걸로 보이는데 다음 대회에서도 이 조합이 그대로 간다는 보장도 없고 새 팀을 구성해 체력과 스피드가 맞는 새구성을 하면 다음 기회에 다시 노릴 수 있는지라 이번 게임을 그대로 완주하는데 목표로 하기 보다는 체력 승부를 거는 것도 사실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상황이고 대부분 다른 사람도 아마 개인기록에 승부를 걸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두 선수의 인터뷰에서는 체력 안배와 위치 조정에 대한 것도 분명 나왔다, 초반과 중반까지는 서로가 생각한대로 된 것 같다,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긴 시점에서는 서로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막판 스퍼트를 하자는 걸로 최종 작전을 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기든 지든 초반과 중반까지는 팀으로 달리고 (군대 구보 작전과 같은 형태) 후반 막판에는 각자가 골인지점을 향해 알아서 달리자라는게 결론 (다 같이 구보를 하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각개전투 방식으로 모든 체력을 쏟아 골인지점에 각자 알아서 빠르게 가자는 방식)

초반과 중반에 이미 상대 네델란드와 격차가 많이 생겼지만 상대방을 이기는 맞수 대결이 아닌 기록 측정으로 바뀐게 팀추월이다보니 체력적으로 격차가 있다면 이들이 짠 작전이 결코 악수는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모든 작전에서 유일하게 생각대로 되지 않은 건 막판 각자 승부에서 노선영이 예상보다 많이 쳐졌기 때문인 건 분명하기 때문에 작전 자체 구성 자체는 성공이라 봐야 하지만 개인 역량으로 인해 작전이 빛을 바랜 케이스라고 봐야 정확하다.

노선영이 맨 앞에 있을 경우 초반과 중반은 버텨도 결과적으로 막판에 리드가 무너져 팀 전체의 속도가 쳐지게 되고 결국 다음 대회를 위한 개인기록 승부 역시 측정이 불가능해진다. (인터뷰를 보면 이들은 각자 구간 기록 측정을 하고 있었다) 노선영을 중간에 배치하고 박지우가 맨 앞(김보름이 맨 뒤), 혹은 박지우가 맨 뒤(김보름이 맨 앞)로 할 경우 보기에는 그럴싸해도 최악의 배치다, 가장 강한 김보름이 맨 선두에 서서 바람을 맞아야 하는 건 당연, 결국 박지우가 맨 뒤에 있어야 하는데 막내에게 부담되는 짐이 너무 크고 무엇보다 선두 한 사람만 앞서고 둘은 다 밀리는 더 꼴사나운 꼴이 연출될 수 있다. 이건 정말 뒷사람 버리고 제 갈길 갔다는 비난 받기 딱 좋다. 박지우를 맨 앞에 둔다면 팀의 손실은 불보듯 뻔하다. 박지우>노선영>김보름의 조합 구성을 할 바에 노선영>박지우>김보름으로 해서 김보름이 박지우를 푸쉬, 박지우가 노선영을 푸쉬하는 조합이 훨 낫다, 노선영을 맨 앞에 두는 경우의 수 보다 나쁜 조합이라 굳이 김보름이 맨 뒤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결국 노선영을 맨 앞에 두어야 그나마 다 같이 들어오는 수는 맞지만 다음 대회를 위한 보다 더 어린 두 선수의 세계대회 경험과 기록 측정은 물건너 간다, 결국 체력문제가 작전문제가 되고 작전에 따라 개인간 손실차가 커서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이들이 합의해서 낼 수 있는 조합은 실제 나왔던 김보름/박지우/노선영 수 밖에 없다. 노선영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작전은 대성공, 아님 의미있는 성공, 의미있지만 작전은 실패, 완전 대실패로 나뉠 수 밖에 없다. 그 점만 보면 김보름 선수의 인터뷰 태도는 논란이기 보다는 아쉬움에 던진 하소연이라고 볼 수 있다. 

왕따라는 것도 실제 그들의 입장을 모르기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지만 노선영은 20대 후반의 맏언니, 김보름이 20대 중반의 둘째, 박지우가 20대 초반의 막내다, 아무리 실력으로 승부한다지만 나이를 중시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특징, 동생들이 언니를 왕따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실력이나 체력적인 문제로 어느정도 벽이 생겼을 수도 있고 나이에 따른 세대차이와 맏언니라는 타이틀에 대해 격을 두는 건 왕따라고 보긴 어렵다, 직장이든 학교든 어린 친구들이 어울리는 자리에 나이 많은 선임자가 끼는 것 자체는 흔한 풍경, 노선영이 참가자격 관련해 연습시간과 맞물려 말도 많이 나오지만 조금 더 깊게 파고든 언론사의 정보를 보면 그래도 팀웍이 중요해서 꾸준히 함께 연습했다는 기사가 있고 애초에 맏언니 노선영은 개인 종목으로 따로 출전하는 반면에 김보름과 박지우는 같은 종목(매스스타트) 선수라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된 것도 부정하긴 힘들다, 팀과 별개로 개인종목이 서로 다른데 함께 어울리는 시간에 차이가 생기는 건 더 당연한 일, 만약 노선영이 김보름이나 박지우 둘 중 한 사람 혹은 셋 모두 같은 개인 종목을 가졌더라도 이런 분위기에 대한 말은 확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왕따가 있었다 해도 맏언니 입장에서 왕따는 막내나 신입, 또래에 대한 왕따와 다르다고 봐야 하고 때론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어려워해서 벽을 세우는 것과 30줄을 바라보는 맏언니보다 20대 초중반끼리 어울리는 건 어떤 면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여러 언론에서는 노선영이 혼자 떨어져 있고 경기가 끝나고 혼자 슬퍼할 때 동료가 아닌 코치가 다독인 것에 대해서도 연결점을 삼아 모든 걸 다 매도하는데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분명 있다고 본다. 저런 상황에서 다독이고 챙겨주는게 더 지극히 정상이라 볼 수도 있지만 맏언니가 힘들어하고 괴로워할 때 혼자 두게 냅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건 분명하다, 막내가 힘들어하면 다독이는게 보통이지만 야구나 축구에서도 주장이나 나이 제일 많은 선수가 힘들어 괴로워하면 혼자 두게 냅두고 곁에 다가가지 않는게 많다. (그 때도 유일하게 감독이나 코치가 시간을 두고 다가갈 뿐이다)

실시간으로 봤던 나는 노선영이 괴로워 한 것은 벌어진 상황에 대한 동생들의 미안함이 커서 그런게 아닌가 했다, 애초에 논란이니 말이 나오기 전에 (언론에서 논란입니다!라고 말해주고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뒤쳐져 팀 전체에 피해를 준 것 같은 마음에 많이 괴로워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거기서 남은 두 선수가 히히덕거리며 썩소를 지었거나 아예 노선영을 투명인간 취급했다면 몰라도 계속 눈치밥 먹는 것 마냥 언니 노선영을 쳐다봤고 고개를 푹 숙인 그녀를 보면 다가가지 못했다. 주장이나 나이 많은 큰 형, 큰 언니가 저러고 있을 때 쉽게 다가가는 건 평소에 가깝게 지낸 직후배가 아닌 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두게 냅두는 건 나이 어린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다

밥데용 코치는 두 선수가 언니를 챙기지 않고 일어서 나가려 하자 그들을 쳐다봤다, 남은 선수를 그냥 두고 가는 걸 봤고 코치는 남아있는 노선영을 다독였다, 물론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도 있을 수 있고 또 선수 및 코치로서 자기 생각과 다른 상황에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여겨 노선영을 챙겼을 수도 있지만 응당 코치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 다만 자국 선수끼리, 같은 한국인끼리 챙겨주는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에 먼저 다가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두 선수가 자리를 벗어난 상황에서 노선영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상황적 전개만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보기에 따라, 논란과 인성 문제가 터진 이후에는 모든 모습이 다 왕따 대하는 걸로 보일 수 있어 오해의 소지가 많은 건 분명하다. 물론 나라면, 내가 김보름이었다면 (팀의 둘째이자 언니 다음의 서열이라면) 옆자리는 아니어도 맞은 편에서 계속 앉아 같이 있어주기는 했을 것 같다, 이 경기는(팀) 이미 끝났으니 다음 경기를 위해 다시 자신감을 갖자하고 새 각오로 자리를 박찰때도 어차피 팀전(7/8위전)이 없다면 몰라도 한 번 더 해야 하는 상황이라 일단 같이 밖에 나가자고 권유하고 같이 나가는 걸로 했을 것 같다. 그 점에 있어서 김보름의 대처가 아쉬운 건 분명하다. (아무리 혼자만의 시간을 둔다는 위로 방식이라 해도 그건 같이 조금 떨어져 혼자 있게 할 때지 정말로 아예 혼자 냅두면 그건 방치다)

위로하는 장면을 보면서 노선영이 많이 괴로워하는 걸 봤다, 사실 게임의 결과가 엉망이었고 확실히 셋 중 둘과 달리 혼자만 너무 격차가 벌어져 넌센스 같은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라 책임감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 뒤에 보여진 모습이 워낙 안쓰러워서 이걸로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다. 저런 모습을 안 봤으면 노선영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라고 나 역시 단언했겠지만 노선영의 모습을 보면 맏언니의 저 상황 입장이 되어 동생들에게 미안하고 코치와 감독에게 미안하고 국민과 응원해준 분들, 더 나아가 가족과 나라에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미안함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 이러쿵 저러쿵 따질 상황은 아니었다, 장자(장남, 장녀)라면 아마 맏이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어떤지 알텐데 실력적으로 팀의 리더는 따로 있다고 해도 패착의 이유가 나에게 있고 그게 하필 맏이라면 그 부담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자기 욕심 때문에 동생들에게 괜히 피해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의 극대화)

재네들이 날 왕따 시켰고 날 버리고 지들끼리 가서 속상해라고 이 장면을 해석하고 김보름과 박지우를 마녀사냥하는 모습이 솔직히 거북스럽다. 애초에 이 경기는 팀 전체가 다 같이 잘해야 승부가 나는 게임, 같은 종목의 맞수라면 몰라도 팀이 이겨야 내가 메달을 따고 내가 메달을 따려면 팀이 이겨야 하는 팀전이라면 박지우과 김보름이 누굴 방치하고 누굴 제외하는 건 처음부터 생각하기 어렵다, 게임 전체를 망쳐 매장 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초딩 아이를 데리고 하는 것 마냥 출발 직후부터 확 벌어져 망신을 주는게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더군다나 이 종목은 선수가 교대로 위치를 바꾸며 자리를 옮기는 방식이라 셋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자리로 가는게 아니라서 더더욱 팀전의 왕따는 게임이 시작하면 존재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중반 이후 승부(쇼부)를 걸 때 각자 알아서 최선을 다하자는 계획이 원래 작전이라고 했고 셋 중 둘은 예정대로 했지만 남은 선수가 예정대로 실천을 못했다, 결과적으로 나쁜 작전이 아닌데 나쁜 작전이 된 꼴이다, 셋 중 선두가 혼자 앞지르고 두 선수가 쳐졌다면 몰라도 선두와 두번째 선수가 붙어 가는데 맨 뒤 사람이 확 쳐졌다면 이건 체력적인 문제가 원인과 결과이고 그건 그 선수에 대한 문제다. 물론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많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무도 그 전까지는 몰랐다가 나중에야 별별 장면을 다 이어 왕따의 증거다, 팀웍이 깨진 증거다라고 하지만 결과가 나온 뒤 갖다 붙이면 다 그렇게 보이는 것도 함정)

같은 개인 종목을 하고 나이가 20대 초중반으로 어린 선수들이 어울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 개인 종목도 다르고 평소에 친분도 별로 없었다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맏이 역할, 주장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상 주장, 리더 역할을 둘째가 하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승부의 세계란 냉정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실력차이로 갈리는 것도 이 세계라 나이보다 실력이 우선시 되는게 맞다 (양궁은 실력으로 한다고 그렇게 호들갑 떨면서 비교 대상으로 삼는데 경기 장면을 봤으면 이쪽도 실력이 명백한 두 선수가 욕 먹을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세 선수가 못난 모습을 보인 건 사실, 체력이 가장 큰 문제였고 이건 작전으로 어느정도 커버는 하더라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체력과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어떤 작전을 써도 다 소용없다, 당연하다, 다만 체력과 실력을 감안해 작전을 최대한 뽑았음에도 최악의 상황이 그려졌다, 두 선수는 경기를 갓 마친 직후 분명 언니가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몰랐다고 했고 떨어져 있어도 예상치 안에 있을거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막판 승부를 걸 때 체력이 딸린 언니가 어느정도 떨어져 있을 거라는 건 예상 범위에 있었지만 실제 상황을 보고 자신들도 당황했다는 건 분명한 팩트, 결국 상황이 최악의 경우의 수를 모두 뽑아낸 꼴이다.

경기 직후 공동 인터뷰에서 노선영이 인터뷰를 거절한 건 이해한다,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그녀에게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책임전가이자 그녀에게 모든 잘못을 씌우는 행위다, 직접 뛴 선수들의 책임도 크지만 코치와 스탭 잘못도 분명 존재하는게 스포츠이고 특히 이런 광경이 연출되었다면 감독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어서 그녀가 인터뷰를 하지 않는게 최선이자 차선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후 김보름이 기자회견 방식으로 대국민사과하는 꼴이 연출이 되었다, 감기몸살을 이유로 노선영은 이번에도 회견장에 불참을 했는데 근본적으로 동생들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 상황이고 승부에 졌어도 붙어만 갔으면 이 일이 생기지 않았을거라는 점에서 회견장 불참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동생들이 청와대 민원창에 이름이 올라가며 국대 취소 논란까지 일이 커졌는데 정말로 자기는 선의의 피해자라는 식의 언론몰이에 기승하는 것 역시 바로잡을 타이밍을 놓친 꼴이 되었다.

실제 중계를 봤고 직후 인터뷰도 봤고 이후 뉴스와 기사로 안타까운 사실에 대한 소식을 접했지만 갑자기 불거진 인성 논란과 왕따 논란은 사실 언론의 역할이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이라 본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인터넷과 SNS 소셜미디어 활용력이 더 많은 사람일수록 그 사람들의 의견이 대중의 전체 의견처럼 부각되는 면이 상당히 큰데 한발 짝 뒤로 물러나서 전체 흐름을 보고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왜 이 상황을 만들었는지 크게 봤으면 좋겠다.

노선영 선수가 혼자 많이 쳐진 건 분명한 사실, 실시간 중계를 할 때 해설자는 분명 노선영 선수가 많이 지쳐보인다며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하자 지적을 했다. 그리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식으로 응원을 했다. 두 선수가 앞장서서 가고 있는 상황에 뒤에 있는 선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보려면 고개를 돌려 보거나 뒤를 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일본팀의 중계를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돌려보는게 얼마나 무모한 행위인지 안다, 일본 선수(선두)가 고개짓을 하자 해설자는 결승전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꼬집어 질타했다. 사실 국대로 나올 정도로 메이저 선수급이라면 차이가 벌어져도 적당한 수준이라 김보름이나 박지우가 예상한 범위라는게 틀린 건 아닐거다.

체력이 문제가 되어 작전으로 커버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작전도 체력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애초에 팀전이라 개인 각자 체력으로 승부를 할 수도 없고 작전으로 팀을 이끌어도 이기지 못하는 게임이라면 작전은 의미가 없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최고 스피드와 개인 역량을 발휘해 다음 경기의 검증으로 활용하는게 어쩌면 나라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유일한 계획일지도 모른다.

이후 불거진 논쟁에서 김보름이 계정을 삭제한 건 아쉽다, 인터뷰 논란과 상황에 대해 욕을 좀 더 먹더라도 상세하게 설명해 오해를 풀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예 발빼기식으로 소통을 끊어버리니 사람들이 생각한게 맞네~하는 꼴이 되버렸다. 리더 역할을 꼭 경기장 안에서만 해야 하는 건 아닌데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한게 가장 큰 아쉬움, 졸지에 중간에 낀 막내 박지우 역시 마녀사냥이 된 것도 무척 아쉽다.

기자회견장에 노선영이 나와 상황이 어찌되었든 원인 제공을 한 것은 본인이라고 하면서 동생들의 남은 경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응원을 해달라고 부탁해도 아쉬울 판에 노선영은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았다. 김보름은 울었고 감독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

노선영에게는 안타까움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 그래도 수고했고 고생했다라는 생각은 많이 든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포기한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이렇게 된 건 어쩔 수 없다, 김보름은 리더로서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게 아쉽다, 진 경기는 진 경기고 남은 경기가 있으니 거기에 승부를 걸겠다는 마음으로 아쉬움과 새각오를 말한다는게 꼴사나운 인터뷰가 되었지만 비아냥거렸다기 보다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 연출에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나온 것 같고 박지우는 모자름 없이 다 좋았는데 어쩌다 상황에 휘말려 또 다른 마녀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정작 이번 사태를 겪고나서 진짜 인성과 국대 이미지에 먹칠한 사람은 따로 있다. (위 SNS 글의 주인공) 저게 정말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의 글인지,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분들과 뭐가 다른지 정말 안습이다. 노선영과 김보름, 박지우에 대해서는 일말의 질타를 할 생각은 없지만 장수지는 정말로 개과천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맞춤법도 그렇고 정말로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라는 사람 입과 머리에서 나올 이야기인지 끔찍함마저 느꼈다.

빙상계의 고질적인 문제와 빙상연맹의 여러 논쟁이 엮어 이야기가 더 발전되어가고 있는 듯 한데 연맹과 일부 선수는 확실히 정리를 해야 한다고 나 역시 생각한다. 마녀사냥식 조리돌림이 올림픽에서, 그것도 우리나라 첫 동계올림픽에서, 무엇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로 인해 발생했다는게 정말 안타깝다, 얼마나 조리돌림을 당해야 사람들의 울분이 사그라들까, 짱돌이라도 던져야 마음이 편해지는걸까, 잘못했다면 셋 다 잘못한거고 잘못이 없다면 셋 다 조리돌림은 그만하자, 

백 감독은 "팀 내에서 가장 어린 (박)지우는 원래 기자회견에서 오려다가 선영이가 안 가면 자기도 못 가겠다며 벌벌 떨었다"며 "아직 매스스타트라는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는데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안 되고 있다. 언론에서 많이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보름은 10분 넘게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고,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20살 어린 친구가 대중의 뭇매를 맞고 무서워 벌벌 떨고 있다니 가슴이 편치는 않다. 메스스타트 게임에 출전하는 박지우가 만약 좋은 성적을 내도 돌을 던질 것이고 성적이 나쁘면 벌 받은거라고 통쾌할지도 모르겠다, 올림픽이라는게 인생 최고의 순간일텐데 인생 최악의 순간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맏이는 모습을 감추고 리더는 울고 막내는 벌벌 떨고, 국민청원 20만 돌파로 이미 선수들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선수생활에 희망을 걸지 않을텐데 사람들이 더 노력하지 않아도 국가대표 생활은 스스로 나락이 될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