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도 마시는 차가 된다 - 자염차 (선운사의 보은염) / 화염(자염) 생산 방식
본문 바로가기
식탐/음식탐구

소금도 마시는 차가 된다 - 자염차 (선운사의 보은염) / 화염(자염) 생산 방식

by 깨알석사 2016. 5. 1.
728x90
반응형

한국인의 밥상에서 잠깐 소개된 소금차, 소금으로 만든 자염차, 오래전 절의 스님이 지역 사람들에게 소금 생산방법을 알려주고 도움을 주었는데 그 덕분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지역 사람들이 소금 시주를 하던 곳이 선운사라고 한다. 녹차에 화염(자염)을 조금 타서 마시는 차로 약간은 짭쪼름한 차가 자염차다.

화염과 자염은 다른 것으로 오해하는데 같은 소금이다. 자염의 뜻이 한자로 끓일 자, 소금 염으로 불로 수분을 날린다. 끓여서 수분을 날린다의 개념은 같고 말풀이만 다를 뿐이다. 가마솥을 보고 만든 이름이 자염이라면 가마솥을 데우는 불을 보고 만든 이름이 화염일 뿐, 같은 소금이다. 부르는 이름에 있어 화염보다 자염이 더 예쁘기 때문에 자염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알려진 건 화염으로 더 알려짐)

하지만 두 명칭에서 약간의 차이점은 있다. (굳이 나눈다면...) 화염은 통상 소금물(바닷물)을 길러서 그냥 데우는 개념(통칭)에 가깝다면 자염은 생산하는 방식이 약간 복잡하다. 바닷물을 증류시켜 소금을 만들어 봤자 바닷물에 포함된 소금 자체는 많지 않아서 나오는 양은 5% 이내다. 땔감을 만들고 그것을 옮기고 불 앞에서 온갖 고생을 해도 극소량만 얻는다는 말이다. 요즘 말로 따지면 가성비 최악, 소비되는 재료(트럭 한대분 이상의 땔감을 사서 넣어도 소금 얻기가 어렵다는 뜻)는 어마어마한데 나오는 소금은 적다. 그래도 원래 소금은 금이랑 맞먹고 귀한 것이라 그만한 가치가 있어 과거에는 경쟁력이 있었다. 

이런 소금 생산방식에서 농축 방법을 쓴 것이 자염이다. 바닷물을 그냥 길러서 데우는 게 아니라 갯벌에 샘을 만들어 천일염처럼 자연증발과 함께 주변 갯벌에 함께 함유된 소금끼를 계속 모아 염도가 높은 바닷물을 만들어내고 (샘에 줄어든 바닷물은 밀물 때 채워짐)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샘 안에 바닷물이 계속 바닷물이 유입되고 증발되는 게 반복되면서 고여있던 바닷물의 염도가 찐하게 된다. 그 상태에서 데우면 소금을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된다.

보은염, 뜻 그대로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다. 1500년 전, 소금을 생산하는 방법을 스님이 알려준 것에 대해 당시 주민들 고맙다는 뜻으로 시주한 소금으로, 우리나라에는 원래 화염(자염)밖에 없었기 때문에 보은염은 당연히 화염이다. 

현재도 시주로 들어오는 것인지, 아니면 스님들이 직접 소량으로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은 안나오지만 화염은 근래 복원되었고 그 이전까지는 천일염 방식에 의해 명맥이 거의 끊어진 상태라 극소수의 화염 생산 경험자와 기록에 의해 복원이 겨우 가능했던 부분으로 결국 선운사의 현재 보은염이라 불리우는 자염은 시주를 통해 받았을 확률은 적어 보인다. (생산방식이 복원된지 얼마 안됨) 

지금까지도 소금 시주를 하신다고 하는데 아마도 시주된 소금들은 조선 말기 이후부터는 천일염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나 싶다.

시주된 소금(천일염)을 스님들이 재가공해서 보은염으로 만들거나 사람들이 시주하는 소금은 화염처럼 수분을 날려 시주를 하고 있지 않나 추측해 본다. 이 천일염을 가지고 더 좋게 만드는 게 바로 똑같이 "화염", 천일염을 그냥 먹지 않고 불판(프라이팬, 솥 등)에서 가열해 수분을 강제로 다 날리는 방법인데 이게 소금의 맛과 향은 물론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더 효과가 좋다. 생활의 달인에서 자주 나오는 음식 달인중에는 이 소금을 남다른 비법이라고 소개하는 분이 간혹 있다. 그 분들 소금 방법을 보면 대부분 "숯"을 이용해 정화하거나 (파김치의 달인) 화염 방식을 통해 정화하는 경우로(떡볶이의 달인) 천일염은 오래 묵혀둘수록, 간수가 계속 빠질수록 (물이 계속 나옴) 좋다고 하듯이 결국 소금은 수분을 완전히 날려주는게 최상급이라고 볼 수 있다. (역시 달인들은 뭐가 더 좋은지 잘 안다)

근데 왜 상급이라면서 화염(자염)을 안 만들고 사람들도 안 찾게 되냐면...생산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리고 화염(자염)이 공식적으로 시장에 나온지도 얼마 안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생산품도 거의 없고 찾는 이도 없어 식품으로서 인정 받지 못했다. (물건이 없으니 기준이 없던 것), 3~4년 전에야 기타소금으로 분류되고 식용 인정 받은걸로 알고 있다. 확실한 소비층, 소비자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무턱대고 생산부터 하면 쫄딱 망하기 쉽기 때문에 생산을 안하게 된다. 요즘에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 경쟁력이 조금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약간 경쟁력에서 다소 밀리기 때문에 (값이 비쌀 수 밖에 없다), 건강과 맛, 최상의 품질 때문에 찾는 것이지 돈만 놓고, 생산단가만 놓고 보면 집에서 천일염 가지고 화염처럼 해 먹는것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가스비와 노동력, 시간 장난아님)

천일염 한 가마니를 화염으로 탈바꿈 한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가스비(과거에는 땔감)와 노동시간, 들어간 투자시간이 천일염 한 가마니 값보다 더 크게 들어간다. 값을 떠나 내 가족, 건강을 위해서라면 모르겠지만 값만 따진다면 찾는이도 고심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마른 갯벌을 뒤집어 주면 수분을 머금은 갯벌이 위로 나오게 되고 그렇게 계속 갯벌을 말린다. 소금끼를 농축시키는 것으로 흙을 뒤집어 주는 밭갈이와 비슷하다. 바닷물을 가져가 그냥 데울 때 보다 농축된 소금을 만들 수 있다. (함토 만들기)

이런 함토로 갯벌에 "샘"을 만들고 새로 유입되는 바닷물은 함토를 거쳐 원래 갯벌(함토-소금끼가 농축된 갯벌)에 있던 소금과 함께 여과되면서 들어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소금(함토)과 새로운 소금(함수)이 만나 농축된 염분이 더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물이 빠지고 조금씩 자연증발이 되면서 샘안의 소금물은 더 강하고 찐한 농축 바닷물이 된다. 이것을 몇일 반복하면 화염, 자염의 기본 재료인 바닷물이 완성된다.

소금이 귀한 시절에는 경쟁력이 있지만 지금은 맘먹고 찾는 사람 없으면 비쌀 수 밖에 없는게 화염, 자염. 소금 몇 가마니 만든다고 하면 동네 주변은 다 민둥산 되는거다. 그만큼 생산이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요즘 시점으로는...)

전통 소금생산 방식에 뜻이 있는 분들이 일본인이 남겨준 천일염 방식에서 밀려 사라진 화염/자염 방식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 화염에 대한 기록물과 한번이라도 자염을 생산해본 경험자들(언뜻 생각해도 완전 고령자)을 일일이 수소문 해서 검증했다고 한다. 

사각형의 저 구덩이에서 나오는 물이 농축된 함수, 소금물이다. 큰 구덩이에서 샘을 하나 따로 만드는 걸로 보아 염도에 따른 농도 차이로 소금물이 이동하게 만든 구조로 보인다. (바닥에 이동할 수 있게 물통로가 있다)

일반적으로 식감과 맛의 특징은 "부드러움" 곱게 갈아서 분말처럼 먹는 경우에는 아주 맛있는 맛소금(?) 같다라고 해야 할까

소금장수로 지냈던 분이 말하길 과거 우리나라에는 해안가마다 가마터가 있었다고 하셨다. 바로 유일하게 소금을 만드는 방법이었던 자염을 만드는 방식, 수 많은 가마터는 다 사라지고 이제는 남쪽 지방에서 소수의 천일염이 나라 전체를 커버하고 있는데 더 좋은 건 알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생산방식을 복원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반도에서 수천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생활하던 전통방식이기 때문이다. 천 년 이상의 유산, 문화, 선조들의 생활방식이 근 100년만에 다 사라진 것이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국가/남남북녀] - 통일한국에서의 태극기 위치와 현재의 한반도기

[교육/전통역사] - 고궁 무료 관람 조건인 한복 규정에 관한 성차별과 정체성 차별에 대한 논란

[교육/전통역사] - 묘금도 유씨 성의 유래와 가문 이야기 그리고 그 성을 쓰는 유명인들 (劉)

[교육/전통역사] - 천방지축마골피 성씨 모여라~ 천방지축마골피 성씨가 상놈, 천민이라고? 웁스~ (천씨, 방씨, 지씨, 축씨/추씨, 마씨, 골씨, 피씨)

[사랑/가족사랑] - 남편의 형제 배우자와 아내의 형제 배우자간 호칭, 가족호칭에 관한 퀴즈

[흥업/패션미용] - 동양 4개국 전통의상 비교 - 중국(CHINA 치파오 旗袍, 한푸 漢服, 汉服), 베트남(VIETNAM 아오자이 Áo dài), 일본(JAPAN 기모노 漢服), 한국(KOREA, 한복)

[건강/건강음식] - 사골국, 사골에 대한 만능 보약 의구심과 효능

[식탐/음식탐구] - 함흥냉면 VS 평양냉면 (회냉면, 물냉면, 비빔냉면, 비빔면, 메밀냉면, 메밀면)

[식탐/음식탐구] - 감자탕에는 감자가 없다? 감자탕에 감자가 없는 이유, 감자탕의 유래와 감자의 뜻

[산업/농수축산] - 무슬림인에게 중요한 식문화, 우리나라 식품 산업이 주목해야 하는 "할랄" (HALAL) 그리고 할랄 인증

[교육/언어유희] - 여자를 무시하는 은어, 갈보, 깔다구, 냄비, 깔따구, 깔치, 깔(여자친구) 속어, 은어 이야기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