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속이다라는 뜻이지만 쓰임새가 다른 기망 VS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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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어유희

남을 속이다라는 뜻이지만 쓰임새가 다른 기망 VS 기만

by 깨알석사 201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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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개발과 자기계발처럼 개발, 계발이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쓰이는 것처럼 우리가 쓰는 말에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 있다. 오늘은 그 중에 하나인 기망과 기만에 대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리한 기만과 기망의 구분과 표현 차이는 거의 비슷한 공통점을 갖는다. 둘 다 남을 속이다라는 정의는 같지만 기만의 경우 남을 속이다 외 남을 업신여기다, 남을 낮추어 보다라는 뜻이 추가되었다고 정리한다. 또 기망은 주로 법률적인 부분에서 쓰고 기만은 일상 용어라고 구분 짓기도 한다.

실제로 그렇게 쓰이는 부분이 많고 그렇게 사람들이 분류하기도 하지만 원래 뜻인 남을 속이다라는 것 자체는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만약 기망을 써야 할 곳에 기만을 쓰거나 기만을 써야 할 곳에 기망을 쓴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남을 속이다라는 부분만 생각해 쓰는 경우라면 서로 다르지 않고 같다고 볼 수 있어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분명 알 수 없는 찜찜함은 남는다. 

은폐와 엄폐, 전염과 감염, 방제와 방재, 보상과 변상, 배상처럼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단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만과 기망에 있어 조금 더 깊이 알고 들어가면 두 단어는 완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 어떤 단어가 더 적절한지도 알 수 있다. 우선 기만과 기망이 쓰인 실제 기사 한 토막을 살펴보자.

기망이 쓰인 경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미미쿠키는 유기농 수제과자라는 과장, 허위 광고로 소비자들을 "기망"했다. 유기농, 수제라는 말이 없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 중 "한우"로 광고하고 수입 소갈비를 판매한 경우 사기죄에 해당된다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기만이 쓰인 경우

테슬라모터스 CEO 엘론 머스크가 당분간 회사 운영에서 손을 뗀다, 테슬라 상장을 폐지해 비공개 회사로 만들려다 투자자를 "기만"한 이유로 고소 당했기 때문이다. 엘론 머스크와 테슬라에 먹구름이 꼈다.

두 경우 모두 형식만 놓고 보면 틀리게 쓰이지 않았다. 우선 결론부터 정리를 하면 기망은 "법률용어"다. 법률에서만 통용되며 법률적인 설명이나 법률적 해석, 법에 의한 판단 기준에 있어 남을 속고 속이는 "사기"에 해당하는 속임수를 한자로 "기망"이라 한다. 일반 일상에서는 사실 쓸 이유도 없고 쓰지도 않으며 쓸 필요도 없다. 오로지 법전에서만 쓰인다. 다만 사기와 관련된 법률 정보가 일상에서 노출이 잦다보니 일상용어처럼 받아들일 뿐, 변호사 등을 비롯한 법조인이 아니라면 이 말을 쓸 일이 거의 없다. 기만보다 기망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면 당신은 법과 관련된 정보에 더 자주 노출되거나 법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법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기망보다 기만이 더 익숙하다면 법이나 범죄 관련하여 정보를 접하는 비율이 적거나 그런 법률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라 할 수 있다. 

기만은 한자다. 欺瞞 [속일 (기) 속일 (만]으로 구성된 한자어로 기만이라는 말 자체가 속이다로만 이루어져 있다. 넌 나를 기만했어! -> 넌 나를 속였어!

그 속임수나 속임에 해당하는 여러 정황, 근거가 나를 허수아비로 봤어, 나를 속여도 상관없다고 봤어, 내가 속아도 별 상관없다고 봤어라는 식의 낮잡아 보거나 얕잡아 보는 경우가 기반이 되다 보니 그런 부가적인 의미가 기만에 함께 따를 뿐, 남을 깔보거나 무시하는 것까지 완전하게 포함된 단어는 아니다. 속인다는 것 자체가, 또는 상대를 속일 수 있다는 자체가 상대를 깔보거나 무시한 것에 근거하다 보니 그 내용까지 자연스럽게 따라 붙게 된 것이라 그런 뉘앙스도 느낄 뿐, 그냥 속이다가 글자가 의미하는 그대로라 할 수 있다.

기망도 한자어다. 欺罔 [속일 (기) 그물 (망)]으로 한자와 한글처럼 앞자 "기"는 같은 뜻이고 뒤 "만"과 "망"은 다른 한자를 쓴다. 기망은 일본식 한자다. 기망은 일본식 한자어로 우리나라 법률이 일본 법률에 기초하여 그대로 옮겨지거나 일부만 고쳐 제정된 것이 대부분이라 정확히는 일본 한자어, 일본어가 그대로 법조문에 도입된 부분이 꽤 있다. 그래서 법률에서만 쓰이는 말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원래부터 기만과 기망이 따로 있고 쓰임새가 다르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망은 법조문에 쓰이는 법률용어다 보니 기만과 달리 조금 더 전문적이고 해석이 필요한 속임수와 그 속임수에 해당하는 사기죄에 대한 포괄적인 단어라고 착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쓸데없는 의미고 대수롭지 않은 분류다.

기망은 법률에 근거한 민법의 개념으로 법률에서만 통용된다. 이것은 일본 법에 근거한 일본어이고 그것이 우리 법에 그대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기만과 기망이 혼용 되어 사용될 뿐, 우리가 일상에서 주로 쓰는 "기만"으로 써도 틀리거나 다르게 쓴 것은 아니다. 법률적으로도 기만이라는 단어로 소를 제기해도 사실 문제는 없다고 보지만 법은 법 테두리 안에서 정해진 기준과 규칙, 용어를 쓰다 보니 자기들이 쓰는 기망으로 고쳐 쓰라고 할 뿐, 표현에 문제가 있거나 개념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일제 잔재어라거나 일제시대 유입된 단어라고 하기는 어렵고 우리가 원해서 또는 자연스럽게 유입된 외래어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미 기만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에 기망은 사실 존재 가치가 없다. 기만으로도 법적인 개념은 충분히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기망이 적힌 수 많은 법률과 법조문, 그리고 판례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법률적인 상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귀찮을 뿐이다, (법조인들에게...)

위 신문 기사 예시처럼 고객이 속았다 (이건 사기다) 라고 하여 회사나 점포 주인을 상대로 고소하는 경우 기만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기망은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하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 허위로 말하거나, 허위가 진실인 것처럼 말하여 상대방 착오를 일으켜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라고 멋드러지게 정리하기도 하지만 이건 법에서 법률 용어로서 그렇게 정리한 것이지 우리말에 대한 정리는 절대 아니다. (어떤 우리말에 대한 정의는 당연히 법원이나 국회가 하지 않는다) 다만 그게 일본어이고 일본에서 그렇게 해석되어 쓰이다 보니 그걸 그대로 수입해 따라 부를 뿐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도 기망은 기만으로 순화해서 써야 한다고 설명한다.


[속았지롱~ 헤헤]

내가 우려하는 건 하나, 기망과 기만이 크게 다르지 않고 다른 점이 없으며 구분할 이유 없는 같은 뜻과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이걸 무조건 나누고 다르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사기죄의 구성 요건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기망은 기만과 비슷하게 쓰이지만 전혀 같지 않다라는 식으로 기망이 되어야 하고 그 기망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사기죄 성립조건의 필수라 결국 기망이 사기죄를 구성하고 완성되는 과정이 우리말 해석처럼 정리가 되면서 기만이 틀린 말이 된다는 점이다.


조금 더 쉽게 정리하면 남을 그냥 속이면 기만 (마치 장난으로 속이는 경우만을 의미) 어떤 금전적, 물질적 부당이득을 목적으로 남을 속이면 기망이라는 테두리를 씌워 법률적인 단어가 일상 단어를 대체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말이다. 누군가 사기를 칠 때 기만했다라고 하거나 상대는 속일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속은 꼴이 되었을 때는 기만 당했다라고 할 수 있음에도 기만이 아닌 기망이라고 표현해야 맞다라고 따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라는 것이다. 이게 은근 웃긴 게 기망은 사기죄 성립을 위해 해석이 여러 붙고 정황적인 부분도 따져야 한다, 애초에 법률적인 용어라서 그렇다. 분명 속인 것이 맞고 속은 것이 맞다고 해도 그게 기망이 되면 정말 속인 건지, 속은 건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망 사실에 대한 다툼의 여지 결과에 따라 기망이 성립되기도 아니되기도)

그래서 기망은 대놓고 확정해서 말하기도 어려운 말이다. 쉽게 내뱉을 말이 아니라는거다, 마치 너 사기꾼이지? 너 사기꾼이야! 라고 확실한 의심이 들어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위 테슬라 기사에 쓰인 (기만) 경우를 보면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 기만 행위를 한 당사자(머스크)에게도 큰 문제가 없다. 충분히 기만했다라고 볼 상황이고 그런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상장 회사에 투자를 한 투자자는 지분에 따른 배당금 및 말고도 상장 회사 주가의 시세차익도 상당히 중요하다. 사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런 시세차익을 보고 투자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와중에 상장 폐지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존 투자자들을 속인 꼴이 되고 (기만) 상장 기업의 대표로서 가져야 할 의무를 져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테슬라 전기차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와 말이 끊임없이 나오자 (특히 투자자들) 그걸 차단하기 위해 비상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투자자들을 입막음 하겠다는 건 여러 사람이 주인인 주식회사를 자기 1인 회사처럼 생각해 마음껏 휘두르겠다는 의미가 된다. 

더 나아가 비상장을 위해서는 지분 확보를 해야 하는데 그는 현재 시세보다 훨씬 높은 주식 시세로 본인이 전부 비싸게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지금 테슬라 주식을 사면 머스크가 비싸게 사주겠다는 의미와 다름이 없어 지금 테슬라 주식을 사지 않는 것 자체가 바보다, 결국 그의 발언 만으로도 주식은 껑충 뛰었다. 그러나 비상장이 쉽지 않다.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걸 감당하기에는 테슬라 덩치가 너무 커졌다. 결국 비상장이 실패할 경우 주가 부양은 주가 조작 행위로 볼 수 있다. 시장을 교란한 것은 물론 머스크 본인도 이미 지분을 가진 사람으로 말 한마디로 주식 시세 차익을 보게 되었으니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 했다고도 볼 수 있는 거다, 결국 투자자와 거래소 모두를 기만하거나 의도치 않았어도 기만 행위를 했다고 볼 소지가 무척 많은 거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으로 머스크가 기망했다라고 확정하긴 힘들다. 일상 용어가 아닌 법률 용어로 쓰이다 보니 법적으로 따져 묻고 이치를 살펴봐야 할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사기고 부부가 잠적하고 가게를 폐업해 고객들이 멘붕 상태에 놓인 쿠키 가게 이야기와는 달라 법률적으로 접근해 이건 기망이다라고 해도 그 경우 상관은 없지만 일상용어인 기만으로 써도 상관없는 게 포인트다. 그래서 오히려 일반 사람들이 일상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리액션을 할 때 이야기 속 상대를 보고 사기꾼(기망)으로 매도했다라고 역공격 당하기 싫다면 기망 대신 기만으로 쓰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둘 다 한자를 기본 바탕으로 하지만 기망은 일본식 한자어라 기망을 인터넷 사전에서 찾으면 일본어 사전이 항시 따라 붙는다. 물론 우리는 속이다, 속였다, 업신여기다, 낮춰보다, 내려 깔보다, 얕잡아 보다, 무시 하다라는 다양한 표현이 있고 한자어도 일본식 한자 보다는 중국식 한자를 쓰다보니 기만이나 기망 모두 우리에게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다. 기만 당했어라기 보다는 나 속았어! 너 속임수 썼지?가 더 익숙한 표현이다. 

그러나 굳이 한자식으로 써야 한다면, 기망은 꿈보다 해몽이라고 본래 의미보다 확장된 일본식 해석이 붙은 법률적인 말, 전문적인 말, 일반인이 아닌 특정 집단만이 쓰는 말이기에 일상에서는 기만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며 의미 전달에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기망의 같은 말로 기만을 표기하지만 기망의 순화어로 기만을 표기하기도 한다. 기망 대신 기만으로 쓰라는 말이다. 애초에 우리가 쓰는 말이나 글에서 법을 기초하지 못하다 보니 일본식 표기 한자가 생각보다 많이 법에 쓰였다. 그 점만 놓고 봐도 기망은 사실 고쳐 써야 할 단어, 순화해야 할 대상인 건 맞다. 아, 물론 무조건 일본어라고 순화해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외래어라고 해도 마찬가지, 일제시대 강제로 주입된 단어도 아니고 우리가 선택한 용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감(대중적이고 일상적인)과 이질감이 있다면 고쳐 쓰는 게 맞다. 단지 그 때문이지 일본식 한자나 일본어, 일본에서 유래해서가 순화 대상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  

기만과 기망은 다르며 기망을 쓰면 오히려 법률 전문가답고 더 품격 있어 보인다고 착각하는 분도 있지만 그런 말을 일상에서도 쓰는 경우라면 사고 방식의 폭이 좁고 법조문 안에서만 머무는, 법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상에서는 기만을 쓰는 것이 맞고 기만으로도 모든 말을 담을 수 있으며 의미 전달이 다 된다. 내가 법원에 갈 일이 없다면 기망은 쓸 일도 사용할 일도 사실 없다. 상대를(적군) 속이는 작전은 기만전술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익숙한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연 세상 어디에도 기망전술이란 말은 없다. 적을 속이는 건 같지만 사기를 뜻하고 그걸 또 법에서만 통용되는 말로 쓸 경우 기망전술이라는 건 애초에 성립이 안된다. 사실 오래 전부터 쓰였던 기만전술 용어만 알아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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