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에서 나온 토스트 만들기
얼마전 SBS 스페셜 "설탕" "당" 때문에 곤욕을 치루기도 했는데 집밥 백선생이 나가야 할 방향이 바로 이번 토스트 편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나 싶다. 황쌤이 백쌤을 의도치 않게 디스한 것도 (실제로는 백쌤이 아닌 설탕을 주제로 한 방송 제작진의 문제를 꼬집음) 집밥의 메뉴를 "외식" 메뉴화 했기 때문이다.백쌤은 충청도 사람, 우리집 부모님 모두 충청도, 백쌤이 알려주는 음식의 레시피 중에는 전혀 아니라고 해도 밑바탕에 충청도 스타일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 그래서 더 정겹고 음식 만드는 과정이 익숙하다. (충청도는 충남을 제외하고 바다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고 중심에 위치해 있다보니 다른 지역의 여러 음식을 조합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그것만이 살길이라..ㅠ.ㅠ) 단, 백쌤은 익히 알려진대로 외식 사업가다. 본인도 요리사나 셰프가 아닌 외식 사업가, 요리 연구가로 불려지길 더 원한다. 실제로 그 영역에 더 맞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그런 외식에 어울리고 외식에 맞는 메뉴를 집밥화 하다보면 장정 보다는 단점이 많다. 장점은 백쌤이 말하는 것 처럼 "쉽죠" "간단하쥬" "빠르죠"...말 그대로 인스턴트화. 묵은지에 대한 요리에서도 신김치가 없다면 "식초"를 사용하라고 알려준 레시피처럼 그건 사실 절대로 따라해서는 안되는 레시피 중 하나다. 집밥은 "건강"하고 외식은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은 잘못된 선입견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실. 돈을 받고 음식을 파는 "상거래"에서 제일 우선은 "맛"과 "값"이지 "영양"이 아니다.
집밥은 "영양"과 "건강"이 우선. 그래서 집밥은 맛이 없어도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묵은지 김치찌개를 해먹는다고 하는데 신김치가 없다고 식초를 쓰는 건 외식업자들이 "사기팁"으로 쓰는 걸 역으로 이용하는 건데 그걸 굳이 집밥에서 할 필요는 없다. 백쌤이 방송에서 "사기팁"이라고 간혹 알려주는 것들도 사실 외식업계에서 주로 많이 쓰는 것들로서 이런게 있다라고 외식업계와 집밥의 차이를 설명하는게 아니라 집밥에서도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하는 건 확실히 좋지 못한 모습. 하지만 그걸 분명히 "사기팁"이라고 말해주고 변형하는 포인트를 말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사기팁이라는 말 자체가 원래 방식이 따로 있다는 걸 이중적으로 말하는 것이고 백쌤도 자주 "원래 이렇게 하는거 아닙니다" "전통 방식은 따로 있습니다" 라고 말해준다. 이게 중요!
어디까지나 부모님이 집을 자주 비우거나 1인 가정이거나 모태솔로 남녀, 자취생, 음식 솜씨가 정말 더럽게 없는 새댁이나 주부들을 위해서는 이것보다 좋은 게 없다. 얼마든지 전문 요리책, 레시피 정보를 구할 수 있음에도 음식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건 문제, 그런 사람에게는 백쌤의 정보가 확실히 와따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저건 외식의 기술이야 (알고는 있어도 따라하지는 말아야 할..) 저건 집밥의 기술이야 (할무이, 어무이들이 하던 방식이야, 외워야 해) 이런 걸 구분할 줄 알고 그 기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요리사보다 좋은 선생님이다. 그리고 바깥에서 사 먹는 게 대부분이고 아님 굶는 횟수가 더 많은 바쁜 사람에게는 백쌤의 기술이 백 배는 더 낫다.
혹시 기억하는가? 내가 꼬꼬마 시절에는 아침 방송으로 요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도 유명하지만 "한복선" "이종임" "하선정" 같은 분들이 백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시기고 아이들은 뽀뽀뽀 또는 TV유치원, 엄마는 "오늘의 요리"나 "가정요리" 두 방송을 꼭 시청하는게 일상이었다. (무시하지 말자 아침 요리방송은 주부들의 필수 시청이었고 시청률도 당시 대략 40%에 육박했다)
그 분들이 했던 것이 100%..백퍼 오리지널 집밥 방송. 간장 두 큰술~ 소금 반 큰술~이라는 "유행어"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요리방송이다. 물론 여기에 나온 분들은 궁중요리, 전통요리, 한식 전문가로 집밥 그대로의 엄마손으로 외식 메뉴와는 큰 상관이 없다. 그래서 백쌤의 집밥은 여기에 포인트가 있는 것이다. 기존에 나온 고유한 집밥 방송은 전통식을 그대로 구현해 나이가 있는 어무이들도 배울 수 있는 "한식"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백쌤의 집밥 백선생은 외식에 바탕을 두고 집에서 따라하거나 쉽게 해먹거나 아니면 집밥 메뉴 중에서 쉽고 간단하게 인스턴트처럼 해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집밥 컨셉은 같지만 본질은 다르다. (한식 전문가의 한식 집밥 / 외식 전문가의 한식 집밥) 다만 말투나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보면 충청도 음식 스타일이 뿌리인지라 한식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지식을 다 고루 갖추고 있어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배울 게 더 많은 게 백쌤 (양쪽을 다 배우는게 아니라 요즘 한식/외식업계에서 다루는 한식에 대해 잘 알 수 있기 때문)
설탕을 많이 쓰냐, 적게 쓰냐도 문제지만 (얼마전까지 한국인들 짜게 먹는 것 가지고 말이 많더만..이제는 달게 먹는다고...) 본질은 가공식이다. 설탕도 원료가 천연이고 가공식하고는 거리가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천연당하고는 그래도 다른 건 사실.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당"의 최고봉은 역시 "꿀"로 좋은 당, 좋은 염을 찾아 소비하는 것도 좋다. (꿀이 없다면 조청....)
가정에 보면 물엿이 꽤 많다. 물엿은 원래 외식업계를 위한 제품. 가정에서는 조청을 쓴다. 그런데 조청은 안 쓰고 가정에서도 물엿을 쓴다. 이런게 문제...그래서 난 백쌤이 좋다. 왜냐면 다른 사람과 달리 확실히 "외식업계"의 종사자로서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외식 사업가이고 누구보다 "외식"에 대해 잘 안다. 그래서 사기팁도 많다. (그 사기팁은 우리에게 좋은 교육이 된다)
그 외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집밥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과 우리가 집밥에서 먹는 외식자재에 대한 정보를 풀어주게 된다. 그 기준을 알고 본다면 최고의 선생이다. 이번에 나온 프렌치 토스트 편...나는 이걸 보면서 이게 바로 백쌤다운 가장 확실한 방송이 아니었나 싶다.
토스트는 기본적으로 외식,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정에서 먹는 주식이 아니다. 더군다나 토스트는 밖에서 사 먹는 게 보편적이다. 그런 토스트는 외식에 기반을 두고 뿌리 잡은 메뉴라 "설탕"이 듬뿍 들어가도 사실 논란이 안된다. 원래 설탕을 많이 뿌려 먹는 메뉴고 그게 바로 외식 메뉴이기 때문. 그런 외식 메뉴를 집에서도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토스트를 가지고 집에서 해먹는 메뉴로 선정했지만 이건 외식 메뉴 따라잡기라 뭔 짓을 해도 상관없다. (원래 우리네 집밥메뉴에 없는 것이라) 그래서 설탕 뿌리고 각종 인스턴트 가공식 써도 상관없다. SBS 스폐셜 방송 이후, 황쌤의 언론 인터뷰 이후 백쌤이 설탕 사용과 관련한 방송 표현에 신중하겠다고 하고 실제로 설탕 이야기만 나오면 움츠려 드는데 (ㅋㅋ) 이번 토스트 편에서는 그래도 조심하면서도 마음껏 쓴 것도 설탕이다.
황쌤이 지적한 본질은 집밥을 외식메뉴로 덮으면서 자연스럽게 외식에서 많이 쓰는 고당, 고염에 대한 걸 지적한 것이다. 집밥의 본질대로 하면 그런게 없기 때문, 우리네 어머님들은 옛부터 그렇게 하지 않고 많이 남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쓰더라도 매실청(설탕)과 같은 조청의 개념과, 된장, 간장(소금)을 베이스로 한 요리가 집밥의 기본 틀이라면(정제와 발효를 거쳐 당과 염을 그대로 쓰지 않음) 지금은 본색 그대로 "백색설탕"과 "조제소금(맛소금)"을 주로 쓰기 때문에 집밥의 구성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이런 설탕과 소금은 원래 외식업계, 식당에서 많이 쓰는 용도로 처음부터 시작된 것들이라 이런것들이 외식에 머물지 않고 집밥 쪽으로 넘어오는 걸 경계해야 한다.
그런 경계를 쉽게 넘어오는 것도 우려지만 그게 "당연하다"라고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황쌤이 백쌤의 설탕 방송을 문제 삼은 것이지 백쌤 자체를 디스한 건 아니다. 황쌤의 말대로 백쌤은 "외식사업가"이기 때문에 백쌤의 행동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어쩌면 그 영역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 그걸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리집에서도 해먹어야 한다고 "방송"을 하고 "재미와 소재"로 삼은 방송국의 문제가 제일 크다고 지적한 것처럼 본질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봐도 백쌤은 하는대로 잘 할 뿐이고 그걸 방송에서 이용했을 뿐, 잘못은 당연히 방송사가 더 크고 많다)
집밥을 외식처럼 야매(?)로 만들거나 원칙대로 하지 않고 인스턴트처럼 만드는 건 그렇게 좋은 현상은 아니다. 만능간장도 분명 좋지만 만능이기 때문에 주부 입장에서는 요리 솜씨가 더 발전하기는 어려운 법, 요리마다 맞는 양념장을 따로 만드는게 보통의 어머님들인데 만능간장 하나로 내가 최고의 주부라고 말을 한다면 수동기어를 못 만지는 사람이 오토 차량을 타면서 나는 최고의 레이싱 선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수동기어 운전불가 - 만능간장 없으면 요리불가)
그래서 "집밥"이라는 그 컨셉에 없는 외식을 집밥처럼 해먹을 수 있는 이런 토스트 방송편이나 아니면 집밥에 있는 원래 집밥 메뉴를 사기팁(시판용 각종 소스류)으로 "외식"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백쌤의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백쌤은 역대 요리방송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소스류, 시판용은 물론 업계에서 쓰는 여러가지 가공식에 대해서도 방송을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렇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외식 메뉴를 따라할 수 있다(외식메뉴는 이렇게 만들어진다라는 말도 됨)" 이렇게 하면 외식 메뉴의 맛을 흉내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외식처럼 쉽게 할 수 있다"라고 항상 말해준다. 무조건이 아니라 자세히 들으면 구분해서 항상 알려준다. (그걸 모르고 무조건 저렇게 하면 되네~라고 생각하는 수업 덜 받은 아줌씨들이 문제...)
그리고 또 하나..없으면 없는 재료 그대로..있는 것만 가지고. 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항상 주안점을 두고 말한다. 집밥에서 없으면 없는데로 한다는 것과 외식업계에서 없으면 없는데로 하는 걸 보여줄 때도 많은데 외식업계에서는 없는 만큼 가공식과 장난질이 들어가야 맛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장난질 칠 수 있는 가공식 소스나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음식을 알려주고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것 뿐인데 다른 사람하고 달리 "이러다가 식당 사장님들한테 혼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이건 식당 사장님들 특급비법인디" 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외식에 기반을 두고 외식업계에서 쓰는 손쉬운 가공법에 기준을 두었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요리사나 과거 한식 전문가도 이런 표현을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이게 정답이다가 아니라 이렇게 할 수도 있는데 이건 "전통방법" "한식의 기본"이 아니라고 분명히 꼬집어 주고 쉽게 가르쳐 주기 때문에 백쌤은 확실히 다른 사람과 다르다.
쉽게 알려주고 쉽게 따라하게 만드는 것, 집밥 백선생에 요리 못하는 "남자"들로만 계속 진행하는 것도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함으로 딱 적절하다. 남자, 그것도 요리와는 담 쌓고 사는 저런 사람들도 요리를 하면서 그 사람들 스스로가 발전하면서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기고 요리 만들기에 자심감을 갖는다. 그 다음부터는 전통식이든 한식이든 양식이든 본인들이 따로 배워서 도전하기 마련...바로 이게 가장 중요한 결말이다.
집밥이 사라지고 바깥에서 끼니를 떼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서 요리 솜씨가 점점 없어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 (특히 여자들...) 이렇게 쉽게 따라해서 멋드러지게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자체가 요리세계에 입문토록 하는 것이고 시작이 반이라고 결국 결과만 놓고 보면 이것보다 좋은 방향도 없다.
설탕이 과하게 쓴 건 외식에 기반을 두고 설명하고 사기팁을 전수하다 보니 생긴 일...기본 한식, 전통식을 베이스로 한 메뉴는 어쩔 수 없지만 외식 메뉴 따라잡기에서는 설탕에 연연하지 말고 하던대로 하셨으면 좋겠다. 이런 말 있지 않은가..재료는 일본인이 구해오고 요리는 중국인이 하고 맛평가는 한국인이 해야 최고의 요리가 완성된다고..근데 이걸 우리나라 내부로 끄집어 오면 재료는 경상도 사람이 구해오고 요리는 전라도 사람이, 맛 평가는 충청도 사람이 해야 최고의 요리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내 생각
그런 점에서 충청도 맛객 백쌤을 맛 평가 능력을 지지한다. (충청도 사람들..설렁설렁해도 은근히 까다롭고 맛보는게 깐깐함...아니라고??? 이게 시방..누굴.......충청도를 핫바지로 보는거냐? ㅋ.....우리 시골집 가면 깐깐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라...충청도는 양반들이라서...입이 깐깐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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