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막걸리 전쟁 (그리고 남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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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주방탐구

골목식당 백종원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막걸리 전쟁 (그리고 남도 음식)

by 깨알석사 2018.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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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요 뉴스 중에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이야기가 꽤 많이 눈에 들어온다. 발효 시간을 거치지 않은 방금 만들어진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나도 의견을 좀 보태야겠다.

약장수는 어디서나 시장에서 약을 팔 때 약발이 서는 것이지 이게 전국구로 활동 구역이 넓어지면 여러가지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동네 마을을 다니며 약을 팔 때는 만병통치약이니 만병장수꾼이니 호응도 받고 반응도 좋지만 제약이라는 이름과 간판을 달고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는 순간 약장수 시절과 같을 순 없다.

나도 그렇다.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 (주방탐구), 음식과 메뉴에 대한 이야기 (음식탐구), 맛집에 대한 이야기 (맛집탐구) 등 음식과 관련해 3개의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내 주관적인 생각과 판단에 의해 자의적인 해석을 보태어 내 마음대로 내 블로그에서 내 의견을 게재하지만 이게 엄청난 파급력이 있거나 그 주제에 대한 모두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오피셜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게 봐주길 기대할 뿐이다)

그러나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활동하는 분들은 그들의 블로그나 SNS가 나와 같은 부류는 아닐 것이다, 그 자체가 칼럼이고 우리나라 맛에 대한 평가이자 심사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나에게 황교익 선생에 대해서는 좋고 나쁘고가 갈리진 않는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몇 가지는 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생이 말하는 전체적인 이야기, 주제의 "맥락",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론"을 이해하고 있기에 전부 틀린 말이다가 아니라 일부는 틀리다가 내가 선생을 보는 잣대다. 그래도 새겨 들을 만한 맛에 대한 이야기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고 참고할 만한 내용이 더 많은것도 사실이다.

대중들은 백종원과 황교익 방식에 있어 황교익 보다는 백종원의 입지를 더 지지하는 모양새인데 나도 황교익 선생보다는 백종원의 방식에 조금 더 가깝다, 백 선생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르는 것에 대한 탐구, 열망, 노력이 엿보이는 건 확실해 보이고 년수가 거듭될수록 발전되고 있는게 눈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 것도 분명하다. 그의 초창기 장사꾼으로서의 삶과 이후 요리연구가의 삶, 그리고 현재의 맛평가자의 삶을 보면 부단히 노력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걸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황 선생은 뭔가 정체된 느낌이 강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에서 더 이상 진보하지 않은, 과거에 알았거나 알던 것을 반복해가며 전파하는 그 자체에 열중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본인이 맛칼럼니스트라고 하면서 음식과 무관한 일이나 활동에 열중하는 경우가 많고 그의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2017년까지만 글이 올라옴) 메인으로 뜨는 프롤로그 글 11개 중에 무려 8개가 KBS에 대한 비난 글이다. http://blog.naver.com/foodi2

꽤 오래전에 찾아갔다가 몇 개 글 읽다말고 바로 나와버렸는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고 그래도 맛칼럼으로 먹고 사는 분인데 대중과 소통하는 블로그가 일반 블로그보다 내용이 알찬 것도 아니고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라서 어느정도 실망한 점도 크다. 자잘한 정치 관련 소식 때문이라도 황 선생에 대해 거리감이 생긴 것도 있지만 맛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이 너무 강해지고 있다는 건 나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보를 보더라도 맛에 대한 본질과 음식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탐독하고 계신건지 의문이 든다. 방송이 아니면 직접 찾아가서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 같진 않다. 백 선생은 여유가 생기면서 더 많은 음식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것 같은데 황 선생은 여유가 생기면서 음식기행 보다는 낚시를 더 즐기시는 것 같다. 그가 말하는 음식에 대한 평이나 칼럼, 비평을 보면 옛 음식에 대한 부분은 고찰과 체험에서 얻은 느낌이 강하지만 근대 이후 음식이나 신세대 음식에 대해서는 평범한 맛블로거 수준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분명 있다. 

본인이 느낀 입맛, 본인이 느낀 맛이 기준인 것처럼 들릴 때가 많다는 것도 맛탐구를 하는 나로서 그를 롤모델에서 점점 배제하게 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난 황 선생에 대해 크게 실망을 한 적이 있다. 유시민 작가가 "남도 음식은 왜 유명하냐, 왜 유독 맛있냐"라고 질문 했을 때 내가 알던 "상식"이 나올 줄 알았건만 황 선생은 "그건 맛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일종의 착각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유시민 작가는 전주에서는 "만화방에서 끓여주는 라면도 맛있다"라는 말로 단순히 맛있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보다는 실제로 맛있다라고 강조 했지만 그건 대중이 만든 정치, 사회적인 용어일 뿐 발전된 도시와 달리 농업화가 아직 남아있는 옛 정취의 지역에서 먹는 음식은 역시 맛있다라는 식의 생각 때문이지 특별히 맛이 정말 좋아서는 아니라는 뉘앙스로 답을 내었다.

난 남도 탐사를 한 적이 있다. 내 발로 직접 걸어가며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고 먹고 자고 쉬는 걸 남도에서 보낸 적이 있다. 나는 어떤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거기에 없다. 다만 유일한 인연이 있다면 남도 지역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점이다. 모든게 낯설었지만 새롭고 신선한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남도 음식의 유명세를 익히 알았지만 정확하게 내 혀로 내 입으로 제대로 느낀 적이 없다. 군대를 거기서 보냈어도 짬밥을 먹었지 사제를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휴가나 외박을 가더라도 터미널로 가서 얼른 집에 가기 바빴고 복귀를 하더라도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건 극히 드물었다. 전우들과 외출을 하더라도 읍내 정도 나가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PC방 가서 컵라면 먹는게 더 많았지 제대로 된 한식당에 가는 경우 역시 드물었기에 제대로 된 남도 음식은 접해지 못했다.

남도 지역 지인에게 나 역시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남도 음식은 왜 유명하냐? 정말 맛있냐? 그가 말한다. 호남평야 학교에서 안 배웠어? 곡창지대, 풍부한 해산물, 그리고 양반 음식(반상)...그리고 보니 우리나라 최대 평야는 호남평야다. 우리 한반도에 있는 주요 평야 항목을 보더라도 거의 대부분이 전라도에 위치해 있고 일부가 강원, 충청, 경기다. 그 중에서 기침 좀 한다는 평야 중의 평야는 거의 대부분 전라도였다.

아무리 못 먹고 못 사는 지역이라도 신선한 식재료를 다른 곳 보다 쉽게 많이 얻을 수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음식 종류와 문화가 발전할 수 밖에 없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전남 음식, 전북 음식이라 하지 않고 남도 음식으로 따로 지칭하며 전라도 음식은 지역에 따른 분류기도 하지만 그 말이 남도 음식을 전부 아우르지는 않는다. 정확히 따지면 남도에 해당하는 지역, 즉 전라도(전남/전북)와 경상도(경북/경남)가 남쪽에 위치한 도, 남도이기 때문에 바닷가를 전면으로 두는 도 지역 음식이 모두 남도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경상도 음식도 그래서 맛깔나다. 

이건 황 선생의 말처럼 맛있다라는 착각이거나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절대 아니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실제로 맛이 다른 지역과 무척 다르며 그 맛의 깊이가 크다. 전통 역사와 식문화에 관심이 많다면 우리나라 전통 한식이라는 것이 거의 대부분 임금 수라상에서 기반을 두고 내려오면서 양반(문반, 무반) 가문에 유입이 되고 그 양반에서 먹는 것이 서민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건 국가라는 틀로 이루어진 사회라면 거의 비슷한 형태로 식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된다. 

이 중에서 남도 음식이 유독 특별한 이유를 찾으면 바로 양반 식문화를 배제할 수 없는데 우리나라 대표 한식을 보면 거의 전부가 양반 도시라 불리우던, 옛 고을, 지역의 향토음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평양, 개성, 한양, 충주, 전주, 진주, 나주 등 모두 양반 도시라 불리던 지역은 기생 문화 역시 잘 발달이 되어 있고 식문화가 다른 지역보다 더 풍부하다. 

남도 지역을 보면 지금도 전주=음식의 도시라고 여기는 것처럼 음식으로 예전부터 유명한 지역이 꽤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한양에서 가장 멀리 보내는 귀양살이를 보더라도 전라도와 경상도가 유배지로 활용된 경우가 무척 많은데 여러 선조들이 유배 생활지에서 남긴 기록만 보더라도 해당 지역의 식문화가 유배지 생활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산해진미가 꽤 많다. 조선시대 어류 도감이라 할 수 있는 자산어보 역시 정약전이 흑산도(전남) 유배 생활을 하면 남긴 기록물이다. 남도 음식은 말 그대로 남쪽 바닷가와 마주하는 남도 (전라/경상) 지역 음식을 말하는 것으로 그 중에서 기생, 양반 문화가 많은 곳이면서 해산물과 농산물이 풍부하고 식문화와 식재료가 잘 발달한 지역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맛이 좋을 수 밖에 없는 환경적인 요소가 확실한 건 사실이다. 척박함과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제시대 곡창물 창고 주요 창구로 활용된 것 역시 일본과 가까운 점도 물론 있지만 곡창을 수집하고 관리하기 좋은 지역이기 때문인 것도 그런 이유라 할 수 있다. 남도 탐사를 할 때 대중교통 이용 없이 걷고 또 걸으면서 주변에 보이는 그 동네 사람들이 먹을 만한 작은 식당들을 찾아 남도에서만 거의 한달 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서울 사람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인스턴트 문화에 익숙했고 갈치"조림"보다는 통"조림" 문화가 더 익숙한 세대다. 그런 나도 남도 여행을 하면서 알았다. 음식이 정말 맛있다라는 걸 말이다. 입맛이 까다롭고 초딩 입맛이라 여겼던 나에게 첫 느낌은 "간이 쎄다"였지만 어느샌가 본연의 재료맛에 감탄했고 무엇보다 풍부한 식재료와 넘치는 인심에 놀랐다. 4천원짜리 백반 1인분에 정말 반찬수가 어마어마 했는데 4천원에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미안했고 남도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먹지도 않을, 젓가락 한 두번 갔다가 말 생색내기 반찬수가 아니었다. 대부분 밥그릇은 비워도 반찬은 거의 대부분 각각 남기 마련이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 위에 올려져 있는 반찬들을 클리어 한 것이 이 때가 처음이다. 

나물로 가짓수를 늘리는 충청도 음식과 달리 해산물이 많고 여기에는 어패류 뿐 아니라 해초류 등도 정말 풍부했다. 충청도 역시 양반의 도시라 하여 음식 문화가 꽤 발달한 지역임에도 남도 지역을 따라갈 순 없었다. 전주가 음식의 도시라 하지만 관광지역화 되다보니 비빔밥 말고는 옛 식문화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아 제외를 했었는데 여행 중반에 전주와 나주행을 선택한 것 역시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판단과 확신 때문이었다. 그리고 후회 없이 절대 만족했다.

나는 남도에서 윗 지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충청도와 경기도의 음식을 보며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건 오버였다. 남도에서 느낀 음식의 향과 기분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냥 일상에서 먹던 식당 밥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남도 음식에 대해 "나는 살아오면서 이런 맛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건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다"라고 황 선생의 의견에 반박한 것처럼 나 역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정말 맛이 있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느낀 여행이었다. 황쌤의 고향이 마산이고 방송에서 본인 고향 음식에 대해 호평을 많이 했는데 마산 역시 남도 음식에 들어가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맛있다는 것 역시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 마산 음식 역시 단순히 만들어진 이미지인지 아니면 정말 맛있는지에 대해 물을 수 밖에 없는데 이건 정말 맛있어서라고 답한다면.......ㅠ. 맥락만 보면 마산 음식도 맛있다라는 가공된 이미지라고 해석해야 맞을거다.

맛있다라고 백 번 나에게 말해도 내가 감흥이 없으면 아무 쓸모 없는 것처럼 인식의 문제가 아닌 존재 그 자체가 정말 완벽했고 그 완벽함 뒤에는 그 완벽함을 이룰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생태적 조건과 환경이 기반되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체감했다. 그래서 남도 음식에 대한 그의 평가를 보고 과연 맛칼럼니스트의 평이 맞나 싶을 정도로 크게 실망한 것이다. 물론 평양냉면 관련해서도 양념을 넣지 않는게 맞다라고 한 것 역시 실망감을 준 이유 중 하나인데 냉면 베이스 자체가 동치미, 물김치, 열무김치라는 걸 안다면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없다. 고기육수와 물김치 육수가 나뉘어져 냉면이 분화한 건 알지만 평양냉면 자체가 원조는 물김치고 그게 한양에서는 고기육수로 대체 되면서 양념이 배제되기 시작한 것이지 원칙적인 입장이라면 평양냉면에 양념을 넣으면 안된다는 건 말은 신중했어야 했다. 미원이라는 인공조미료, 화학조미료 MSG가 바로 당시 냉면을 전국구로 만든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데 쇠고기맛 다시다가 육수 베이스로 쓰인 것 자체가 원조 평양냉면 형식과 같을 순 없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에 대한 기원, 설명에 어긋나는 점이 많아진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백종원 쌤과 황교익 쌤의 막걸리 전쟁 역시 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골목식당을 기사로 먼저 보고 "다시보기"를 통해 봤다고 하는데 골목식당 전체를 다 보거나 해당 회차 (청년구단) 모든 방송을 다 봤다면 그런 소리 못한다. 한 회차의 한 장면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그 앞뒤 사정을 따져 봐야 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래서 "맥락"을 따져야 하는 이유다.

누룩과 쌀, 그리고 발효 과정이 물보다 중요하다는 건 나도 같은 생각이다. 다만 그게 수돗물을 썼을 때도 그런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쌀은 시중에서 흔히 사는 일반 쌀이고 누룩도 흔히 구하는 시판 누룩에 물은 수돗물이라면 뭘 해도 까여야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각종 테스트와 시음회는 제조자에 대한 인식 변화와 창의성을 돋구는 차원이지 그 테스트 자체를 논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자극적이고 인위적으로 다그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게 더 낫다. 자기만의 고집, 똥고집이 확실한 막걸리 맛이 정말로 전통적이고 우리 고유의 맛이며 대중들이 언젠가는 알아주고 찾아줄 만한 맛이라면 나도 백종원 선생의 입지를 지지하지 않겠지만 경우가 완전 다르다. 어린 학생 몇 명에게 집중 공부 시켜주고 재료는 시판 쌀, 시판 누룩, 수돗물로 수급 문제가 없으니 이 막걸리는 오로지 양조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입맛에 따라 만들어지고 그건 수시로 변동 가능하며 고정적이 될 수 없다. 그건 1회용 맛이지 절대 맛이 아니다.


12개의 막걸리를 두고 그걸 다 맞추는 사람은 없다고 황 선생은 말한다. 신의 영역이라 말한다. 테스트를 준비한 쪽과 진행한 쪽이 선정된 막걸리를 사전에 알고 있으니 유리할 수 밖에 없고 정당한 테스트가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전 세계 포도주, 맥주를 감별하고 맛을 시음하는 소믈리에만 보더라도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맛 테스터라 하여 요즘에는 각종 생수를 감별하는 감별사도 있는데 막걸리 감별을 못한다는 건 고정관념이다. 막걸리가 한국에서만 유통되고 한국인이 주로 소비하니 세계적인 감별사가 나오기 힘든 여건이지만 충분히 인간 능력안에서 맞출 수 있다고 보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물론 편집 과정에서 백 선생은 다 맞추는 걸로 상대는 틀린 걸로 나올 수 있지만 (기사를 보니 백 선생도 다 맞춘 건 아니라고 한다) 애초에 이 테스트는 누가 더 잘 똑똑하고 막걸리를 잘 아느냐가 아니라 여러 지역의 막걸리 맛을 비교하고 내 막걸리와의 차이를 알아내어 대중적인 막걸리 맛과 전통적인 막걸리 맛의 중간 지점, 상업성 막걸리에 대한 연구 과정이지 단순 게임이 아니다.

생활의 달인을 떠나 일반 생활정보 방송에서도 맛에 대한 여러가지 방송물이 많은데 라면회사의 라면연구소 사람들이 20여가지 이상 라면 맛 구별하는게 그리 어려울까? 맥주회사 연구소 직원이 맥주 맛 10여개 정도 구분하는게 어려울까? 텁텁함과 담담함 맛의 차이를 내는 여러 요구르트 맛도 사람들이 대충 감별하는 세상인데 맛 차이가 많이 나는 막걸리를 구분하는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니라고 보인다. 그 이전 회차에서도 청년구단 스스로 막걸리집 테스트를 하는 장면 역시 3가지를 가지고 나왔는데 맛 차이가 확연히 난다는 걸 알 수 있다. 브랜드 맞추는 건 어려워도 완전 비전문가인 경우에도 맛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다는게 핵심이고 어떤 것이 더 "맛있고" "맛이 없는지"를 다 알아낸다는게 포인트다. 그리고 방송은 그걸 담고 있다.

애초에 이 자체로 막걸리 맛을 맞출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운다면 황교익 선생에게 소믈리에는 모두 사기꾼이고 허세꾼이라는 뜻 밖에 성립이 안된다. (그들이 감별하는 맛의 종류와 술의 종류가 얼마나 될까..10여개 정도는 껌이 아닐까) 무엇보다 이 이전 회차에 방송된 (청년구단 첫회) 정수기 물 방송을 봤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는 것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누룩과 쌀, 발효가 물 보다 중요한 건 인정해도 그건 모든 막걸리의 기본 "기준"이지 그 사람이 만든 그 막걸리, 그 청년구단 막걸리에서는 물이 반전 요소가 될 수 있고 큰 노력이나 수고, 댓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확실히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걸 보여준 실 사례였기 때문에 애초에 논란이 될 수 없다. 수돗물 대신 정수기 물로 그것도 기존의 막걸리에 약간 물을 더 타는 것만으로도 맛의 깊이와 향이 달라졌다는 (웃기게도 긍정적으로) 부분만 보더라도 이건 막걸리 다큐가 아닌 청년구단의 어느 특정 막걸리집 문제에 대한 솔루션, 해결책이라 할 수 있어 청년구단에 도움되는 방향, 방송 후 더 발전될 수 있는 조언을 해야 하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가며 막걸리 본질에 대해 따지는 건 골목식당 취지나 자영업 발전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

기자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 말이나 막 쓰고 논란을 키운다고 하는데 반대로 본인이 그 영상을 보고 화딱지가 날 정도로 이건 아니다 싶으면 대전 막걸리 집을 직접 찾아가 맛을 먼저 보고 판단하거나 백종원에게 연락해 자기 생각과 다른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보던가 골목식당 제작진에게 연락해 막걸리 집에 대해 아는 선에서 자기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물이 아닌 누룩 개선) 도움을 주고 싶다고 연락을 해야 하는 것도 맞지 않을까? 자기에게 찾아오지 않는 건 뭐라고 하면서 자기가 먼저 찾아가 묻거나 따지는 건 안하는 것도 약간 핀트가 어긋난 모양새 같다.

맛컬럼니스트 황교익은 맛 탐구자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음식장사를 하는 장사꾼이다. SBS 골목식당은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영업자 솔루션 방송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황선생과 백선생 중 누구의 도움이 더 크고 더 필요할까. 이 방송에는 요리사 대가 최현석이나 이연복 요리사가 나와도 무쓸이다. 쓸모가 없다. 식당 하나는 살려도 골목은 못 살린다. 요리사 입장에서 볼 때 틀에 어긋나고 다르게 보일 경우가 무척 많겠지만 골목 전체를 활성화 시키는 것과 식당 하나를 일으키는 건 다르다. 그래서 사업은 사업을 잘 아는 사업가가 나설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자극적이든 예능적이든 꾸중을 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베팅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백종원 선생은 한식대첩을 통해서도 우리나라 전통음식에 대해 결코 얕은 지식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고 그 부분은 황 선생도 인정해야 한다. (대회 참가자 자체가 정말 수준급이다, 그걸 심사한다는 건 단순 외식 경험만으로 결코 쉽지 않다) 요리사들이 나가는 프로그램과 맛장인들이 심사를 하는 심사 프로그램, 그리고 식재료에 대한 탐구여행 등 다방면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할 만한 것들을 한 사람이 다 하니 때로는 완벽하지 않고 부족해 보이는게 있어도 그게 결코 아마추어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외식사업과 요리연구, 그리고 식재료 연구와 , 전통 한식에 대한 근접을 이렇게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거의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홍석천과 비슷한 레벨로 보는 것 같은데 음식장사 잘 하는 개그맨과 결코 같지 않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면 좋지 않을까.

때로는 나서야 할 때가 있고 나서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나설거면 방송 본질에 맞는 "조언" "도움" "발전"적인 것들이 필요하다. 누룩과 쌀, 발효가 중요하고 물은 중요하지 않다면 수돗물(약품처리 어쩔?) 써도 상관없다는 논리가 황 쌤의 논리가 되는 것이다. 요리와 외식사업은 백 선생의 주무대고 식자재, 식재료는 황 선생 본인이 권위자라고 보는 것도 이제는 달리 봐야 할 때라 보인다. 요리, 외식사업, 식재료까지 식문화와 음식 공부의 폭을 넓혔고 많은 자문과 도움을 얻어 매진하는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래봤자 식재료쪽은 내가 더 전문가야라고 우길 순 있어도 이미 대중들은 거기에 동조할 분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여러 매체와 방송을 통해 식재료에 대한 다양한 상식과 지식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황쌤이 이번 기회에 스트리트푸드를 똑같이 찍어 봤으면 좋겠다, 차이가 날지 비슷할지)

자기가 연구해서 따로 만든 누룩과 특별히 구한 쌀, 그리고 노하우가 섞인 발효 과정이라면 물맛이 크게 좌우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나 역시 같지만 그게 그렇지 않고 흔히 인터넷에서 쉽게 구하는 시판 쌀과 누룩으로 만든 경우에도 물맛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지는 의문이 든다. 이래서 내가 언제부터 수요미식회 대신 맛있는 녀석들을 주로 보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녀석들 개그맨 김준현의 맛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맛 연구자보다 더 와닿는 건 나만 그럴까. 이 정도면 막걸리 전쟁을 빙자한 "맛"걸리 (맛에 대한 휠터링) 전쟁 혹은 누구 입맛이 더 맞는지에 대한 입맛 전쟁 같다. 

앞으로도 백 선생은 황 선생과 대척하며 여러가지 부딪힐 일이 많을 것 같다. 슈가보이 시절에 역시 둘이 붙어 고생을 좀 했는데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어도 분명 황교익 선생에게 새겨 들을 만한 내용과 조언도 분명 있다. 서로간에 상처를 줄 것 같고 껄끄러움이 생길 것 같으면 황 선생도 SNS에서 끄적이지 말고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고 연구했던 것처럼 백 선생을 만나 토의하고 왜 물을 중요하게 여기고 따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거기서 자기 주장이 맞다면 그 자체가 맛에 대한 확신이 되는거고 본인 주장과 달리 물맛도 꽤 중요하다고 여기게 되었다면 또 다른 발전 계기와 연구의 기회니 손해 볼 것이 없다. 무엇보다 황쌤 정도면 백쌤 만나는게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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