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 평양냉면 편에서 다루었던 수육 VS 제육 VS 편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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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주방탐구

수요미식회 평양냉면 편에서 다루었던 수육 VS 제육 VS 편육

by 깨알석사 2016.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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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 평양냉면 이야기 중에 나온 수육, 제육, 편육의 차이점

냉면집에서 주로 함께 먹는 수육, 또는 반대로 고깃집에서 함께 먹는 냉면처럼 면과 고기는 짝궁을 이루는 법인데 평양냉면집에서는 수육과 함께 먹어야 한다라는 부분을 소개하면서 아주 잠깐 수육과 제육, 편육의 차이점에 대해 다루고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 간단하게 설명하면서 자칫 잘못 판단할 수 있는 설명이 붙었기 때문에 수정할 필요가 있다.

수육은 삶은 고기인데 따뜻하게 나오는 음식

제육은 돼지고기를 삶고 나서 차갑게 식힌 음식

편육은 삶은 고기를 차갑게 식힌 다음에 눌러서(짜부시켜서) 납작하게 만든 음식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정의만 보고 아하~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아무래도 수요미식회라는 영향력이 큰 매체에서 직접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니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틀리다고 주장할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수육은 숙육에서 온 말이라고 이미 많이 소개는 하고 있는데 말은 비슷해도 한자는 다르다. 한자는 같은데 발음만 달라진게 아니라 음식를 조리하는 방법이나 문화가 바뀌면서 이름 자체가 바뀐 것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숙육은 [익힐 숙, 익히다], 수육은 누구나 다 아는 [물 수]

익혀먹는 고기에 대한 개념은 숙육, 물에 삶아 먹는 것은 수육인데 삶으면 익혀지기 때문에 같다고 볼 수는 있다. 다만 익히는 건 굽거나 볶거나 삶거나 하는 모든 조리법으로 다 가능하기 때문에 숙육과 수육은 차이가 있지 않나 싶겠지만 우리는 대체로 고기를 익혀 먹는 것 자체가 "삶아 먹는 것"이 조리법의 대부분이고 굽는 건 거의 없고 볶는 건 5첩 반상 이상의 양반가문이나 왕가에서나 먹는 조리법이라 대중적인 조리법은 아니다. (귀한 콩기름 식용유를 어쩔?)

그래서 숙육은 곧 수육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삶아 먹는 음식중에 이 "숙"이 들어가는 요리가 있는데 고기 종류만 다르고 삶아서 먹는건 똑같은 백"숙"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생닭을 그냥 삶으면 백숙인데 아직 "숙"으로 남아있다

(백숙이 아닌 백수라고 했으면 이상했을지도 ㅋㅋ)

돼지는 [돼지 저]를 써서 저육(제육)이 되는데 돼지는 사실 우리와 익숙한 동물은 아니다. 물론 멧돼지라는게 있고 제주 흑돼지가 있지만 지금의 핑크돼지,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살구빛 돼지는 개량종으로 1900년대 초 유입된 돼지들 그 이전까지 돼지고기는 잘 접하지 않았고 역시 고기는 쇠고기제~ 하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접하려고 해도 토종돼지가 한정되어 있고 지역도 적어서 대중적인 소와는 달랐으며 소고기의 다양한 조리법과 음식에 비해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조리법이 적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우리는 돼지고기를 집에서 먹을 때는 찌개류에 많이 넣어 먹고 굽거나 볶아 먹는게 대부분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소고기도 집에서 굽거나 볶아 먹는 비율이 높지만 그래도 대체로 가정식에서는 수육(또는 숙육의 개념) 형태가 가장 많고 찌개로 활용하는 돼지와는 달리 국에 많이 쓴다. (여전히 조금 더 고급스럽게 먹는다) 특히 맑은 국이나 깔끔하고 담백한 국요리에는 돼지보다는 소를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제육의 제가 돼지 "저"에서 왔는데 재미있는 건 발음. 한자어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게 저금통이다. "저"금통의 "저"는 쌓을 저, 모으다는 뜻을 가지지만 저금통하면 돼지 저금통이 단박에 떠오르듯이 저축이나 저금은 돼지의 저와 발음이 같다. (발음만 같다!) 돼지가 가축으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돼지는 가축 중에서 돈 되는 몇 안되는 동물이기도 했는데 불어나는 새끼수도 꽤 되서 금방 많은 양으로 불어난다. 지금도 돼지꿈이나 돼지를 돈과 많이 연관짓기도 하고 돈이라는 한자도 "돈"이라는 현금과 발음이 같아서 더 많이 애용되지만 "저"도 만만치 않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저금, 저축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활용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돼지 저에서 따로 떼어내 쌓을 저가 따로 나오지 않았나 하는 개소리 추측한번 해본다. (물론 이쯤되면 왜 서유기의 돼지가 "저"팔계인지 눈치 깠을지도 ㅋ)

결론은 수요미식회에서 따뜻한 고기는 수육, 차가운 고기는 제육, 차가운 고기를 누른 건 편육이라고 너무 쉽게 설명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수육은 따뜻함과 차가움 보다는 삶아 먹는 고기 자체를 의미하고 (그래서 이름이 수육/삶기에..) 과거에는 쇠고기 밖에 없어서 쇠고기가 곧 수육이었지만 지금은 돼지고기도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고기라서 수육의 개념은 삶은 쇠고기가 아닌 삶은 고기의 총칭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사전에서도 삶은 쇠고기에서 지금의 사전에는 삶은 고기로 바뀐 상태다)  

소고기만 수육이고 돼지고기는 제육이다라고 하고 싶겠지만 돼지고기가 익숙치 않고 대중적이지 않아서 수육에 미처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지 (1900년대 이후 양돈이 시작)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쇠고기와 함께 했다면 수육은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을 삶은 것이라고 처음부터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네 가축 홈타운을 보면 말은 마굿간, 소는 외양간이라고 따로 있지만 돼지의 홈타운은 따로 없고 (있어도 돼지우리, 이건 집 보다는 가두는 장소라는 개념) 익숙치 않은데 그건 우리 식문화에 밀접하게 연관지을 만큼 보편적인 고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있었다면 돌간, 돝간이라고 해서 따로 있었겠지. 닭계장, 육계장은 있어도 돈계장은 없고 닭육수나 소고기 육수는 많아도 돼지고기 육수가 우리나라 전통식에 거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대중적인 고기이니 당연히 돼지고기도 삶으면 수육~ 김장하고 나서는 꼭 먹어야 하는 것도 돼지고기 수육~ (왜? 소고기 보다 싸니까 ㅠ.ㅠ)

차갑다, 따뜻하다가 반대로 더 중요한 건 편육, 차갑게 식혀서 눌러야 하는 것이 편육의 메인이기 때문에 온도와 모양의 틀은 편육에서 아주 중요하다. 편육은 따듯하게 먹지 않는데 차갑다, 따뜻하다는 기준은 수육과 제육은 상관없고 편육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부분이다.

고로 다시 정리해보면 

수육은 삶은 고기 그 자체를 의미 (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삶아서 얇게 썰어놓은 요리 형태)

제육은 이름 그대로 돼지고기를 뜻하고 볶거나 익혀먹는 요리인데 수육처럼 삶기도 하지만 주로 고추장과 함께 볶아 먹는게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돼지고기의 가장 기초적인 조리법이라 제육은 삶은 돼지고기 보다는 볶은 돼지고기라고 보는게 더 낫다. (그래서 제육은 거의 제육볶음=돼지고기 볶음), 물론 냉면집에서 수육 형태로 나오는 돼지고기를 수육이라 부르지 않고 제육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고 돼지고기 삶은 경우수육=제육이 같다고 보면 된다. 애초에 냉면집에 있는 수육과 제육이 뭐가 달라요? 하는 의구심도 바로 수요미식회에서 제육/수육/편육을 다루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요리는 동일한데 제육과 수육으로 나뉜 경우라면 여기서의 수육은 삶은 쇠고기, 여기서의 제육은 삶은 돼지고기라는 뜻. 그래서 음식값도 수육(주로 쇠고기) > 편육(개고생 인건비와 별도의 노력이 추가) > 제육 (값싼 돼지)

편육은 삶은 돼지고기, 소고기를 차갑게 식혀서 무거운 물건으로 누른 다음 얇게 묵처럼 만들어 얇게 썰어먹는 요리(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주로 편육으로 해서 먹음, 배에 기름칠을 더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기름이 너무 많아 니글니글한 것을 줄여 먹기 위함) 

굳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첨언한다면....계육은....그냥 닭고기....닭은 삶으면 계육이 아닌 백숙~ 

삶은 뭐라고? 삶은 달걀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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