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최고의 소금이라고 하면 대부분 천일염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천일염은 다른 나라의 천일염보다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정제 소금과 같은 일반 소금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그야말로 천연 자연 그대로의 소금이다. 천일염은 염전에서 햇빛에 의해 수분이 증발하면서 생기는 소금이 일반적인데 염전 바닥을 보면 매끄러운 걸 알 수 있다. 보통은 장판을 깔거나 두꺼운 비닐 등으로 소금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바닥으로 흡수되는 소금양이 없기에) 만든 소금을 효율적으로 수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보편적이다.
여기에 이런 장판이나 비닐 자체도 깔지 않고 갯벌의 흙 상태 그대로 아주 단단히 다져 흙 바닥 위에서 그대로 천일염을 만드는게 토판염으로 갯벌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용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 안다면 그 갯벌 위에서 만든 소금도 천일염보다 몇 배 더 좋다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토판염은 흙바닥에서도 일부 천연 광물이 포함되기에 영양면에서도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일부 흙이 포함될 수 있는데 염전에 쓰이는 바닥은 단단하게 여러번 메꾸어 놓았기에 생각만큼 많이 들어가지도 않고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통 소금이 천일염으로 알고 있다. 물론 지금 관점에서 보면 염전의 소금 생산 모습 자체가 전통방식과 천연방식으로 보여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생산 방법이자 양식으로 알고 있는데 원래 우리나라는 천일염의 개념이 없던 나라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줄기차게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천일염 염전의 모습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이 도입(?) 생산된 것은 일제시대로 일제에 의해 기술 전수가 되어 대량 생산을 위해 시작된 것이 지금의 천일염이다.
지금도 전라도 지역의 유명 염전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소금창고들이 있다. 아주 오래된 건물로 보통 3세대 이상의 100년 가까이 된 가옥 형태의 창고들인데 그 양식을 자세히 보면 모두 하나같이 일본풍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염전이라면, 그리고 그곳에 있는 오래된 소금 창고라면 예외없이 일본식 건물이 창고들의 모습이다. 이처럼 천일염은 일제시대 이전에는 거의 없던 방식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소금 생산은 화염, 즉 천일염과 같이 대량으로 바닷물을 끌여들여 햇빛에 말리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을 커다란 쇠판에 부어 아궁이에 불을 떼어 증기로 날려 버리는 말 그대로 불로 만드는 방식이 우리나라 전통 고유의 소금 생산이다. (물론 지금도 화염은 소규모지만 만들어지고 있다)
마치 도자기를 굽는 것과 비슷하기도 한데 소금을 만드는 방에는 천장에 매달려 있는 쇠판 (흔히 생각하면 떡볶이 파는 집의 떡볶이가 있는 큰 사각형 틀) 이 있고 그 아래 아궁이에서 불을 지핀다. 당연히 화염은 대량 생산방식이 어렵다. 더군다나 불 조절을 잘해야 하기에 어려움도 많고 물론 더 비싸다. 예전에는 금과 같은 존재로 소금을 대우해줬다. 이런 소금을 대량 생산해서 일본으로 가지고 가거나 무역으로 매매를 하기 위해 일본 사람들이 조선에 와서 조선인들에게 일을 시켰던 것이 천일염의 시작이고 그들이 물러가면서 (도망가며서) 남긴 방식이나 물자, 건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화염이 일반적으로 천일염 보다 더 한수 위라는 평가가 있다. 빛이 아닌 불로 수분을 날리는 방식이 나쁘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사람의 힘, 특히 오랜 경력의 소금 장인이 만드는 것이기에 실패란 있을 수 없다.
보통 천일염은 하늘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지만 화염은 오로지 사람의 손길과 정신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하늘에만 기대어 농사를 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천일염은 빛이 모든걸 하지만, 화염은 추가적으로 뗄감이 필요한 것은 물론 엄청난 화력 앞에서 강한 노동을 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고 생산 비용이 비싸다. 단지 전통 방식이어서 생산하는 게 아니라 짠맛은 적고 단맛이 강하면서 끝맛이 좋은 게 화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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