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소래포구는 여전히 호구포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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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래포구는 여전히 호구포구일까?

by 깨알석사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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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항구도시가 아니다

인천은 항구도시다. 그러나 정확히 따지면 울산과 같은 공업도시다. 공업도시답게 중공업과 경공업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많이 자리 잡았는데 남동공단과 주안공단이 대표적이며 항구도시의 이점과 수도권이라는 입지 덕분에 수출이 용이해 공업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공단 때문에 부품 협력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 그 덕에 현대제철 (구 인천제철), KG제철(구 동부제철), 현대두산인프라코어(구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있고 곰표로 잘 알려진 대한제분, 1급 보안시설인 SK석유화학도 인천에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산업의 큰 양대 축인 삼성바이오와 셀트리온 등 신사업 업종도 인천(송도)에 자리 잡고 있는데 린나이나 귀뚜라미 같은 보일러 업체의 생산 공장도 인천에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이 인천(청라)으로 터를 옮기려고 하고 있다.

인천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도시지만 어업보다 공업이 더 발전한 이유 때문인지 인천 사람도 사실 인천을 바다 도시로 인식하진 않는다. 그냥 서울과 같은 도심권이거나 육지로 인식한다. 구도심이라 할 수 있는 동인천역권 정도는 바다와 인접한 도심이라는 인식이 아직 있지만 주안 정도만 넘어오면 그냥 일반 도시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천 사람도 사실 마음먹고 월미도나 연안부도 정도 가지 않는 이상 바다 볼 일이 크게 없다. 무엇보다 서해라는 바다의 특성 때문에 해안가가 모래사장이 없고 해수욕장도 갯벌 때문에 발달하지 못하는 지리적 이유로 바다를 모두 수출항으로 운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인천 사람이 바다를 보러 갈 만한 장소도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육지 쪽인 자유공원 등의 고지대로 올라가 먼바다를 보는 게 전부인데 이 정도면 그냥 강화도나 태안군 가는 게 나을 정도라 바다 도시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이 바다 도시라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3대 포구라 할 수 있다. 일단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이 어촌 마을에서나 볼 법한 포구라는 것이 인천에도 분명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포구라 하면 북성포구, 만석포구 그리고 소래포구다. 물론 이외 화수부두도 있고 지금은 만석포구를 만석부두로 부르기 때문에 실제 포구라는 이름만 갖고 따진다면 북성포구와 소래포구 두 개만 존재하는데 만석부두(만석포구)는 예전에 포구 역할도 했기 때문에 보통 인천에 있는 포구를 말하면 북성포구, 만석부두(만석포구), 소래포구를 의미한다. 용어 정리를 잠깐 하면 항구는 배가 드나드는 일반적인 개념을 말하며 부둣가, 혹은 부두는 사람과 화물들이 드나드는 작은 항구를, 포구는 어민들이 타는 어선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여객선, 화물선, 어선 등 어떤 배가 주로 정박하고 드나드는 곳인지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

여기서 포구라는 말은 입 자를 써서 고기 잡는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작은 부둣가를 말한다. 여객선이나 화물선이 아닌 고기를 잡는 어선들이 주로 정박하고 내항과 외항으로 나가는 어촌 마을의 부둣가를 의미하는데 당연히 이런 곳은 고기를 잡은 배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파시, 난전과 같은 형태의 생선 시장이 형성된다. 파시는 배 위, 선상 위에서 벌어지는 어부가 주축이 된 시장 형태를 말하고 난전은 배 아래, 선상 밖에서 상인들이 바닥에 대야나 가판대를 놓고 파는 임시 시장을 말한다. 당연히 이런 시장은 배가 들어올 때만 열린다는 특성이 있어 상설 시장은 아니고 배가 들어오는 시간, 물 때에만 열린다는 특징이 있다.

인천의 3대 포구

이런 포구는 전형적인 시골 어촌의 풍경이 되는데 북성포구는 여전히 파시와 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어시장이라 상설 시장이라 알고 아무 때나 찾아가면 아무것도 없는 빈 포구를 만날 확률이 매우 높다. 배가 들어오는 물때에 나가야 만날 수 있는데 어민이 주축이 된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배에 실어 파는 형태만 파시인 경우가 많아 어민들이 파는 과거의 모습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물론 배 위나 배 밖의 노상이나 노점에서 파는 것과 다르지 않아 가게 운영비가 빠지는 만큼 일반 어시장보다는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보통 파시나 난전은 방금 잡은 생선들인 만큼 살아 있는 생선들이 많아야 함에도 요즘에는 그냥 배가 싣고 들어오는 형태라 할 수 있어 예전 파시와는 차이가 있다. 쉽게 정리하면 "어민의 어선"에서 직접 생선을 사는 것이 파시라면 지금은 "상인의 상선"에서 직접 생선을 사는 파시 형태의 난전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북성포구는 인천 사람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북성포구라는 이름 자체를 처음 듣는다는 사람도 많다. 이유는 연안부두를 비롯한 인천항 대부분이 어민들이 상주하는 포구가 아닌 대형 여객선과 화물선이 주로 움직이는 거대한 항구로 개발되고 바뀌었기 때문에 인천의 바닷가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연안부두 쪽은 포구가 점점 쇠퇴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북성포구는 상설 어시장이 아닌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만 열리는 난전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구경삼아 여길 찾았다가 허탕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 주민이 아니면 사실 외지인이나 관광객이 여길 찾는 건 무리수가 많다. 또한 바닷가 인접 공장들과 수출공단, 해경과 해군의 출입금지 구역이 주위에 있기 때문에 볼거리도 없고 물마저 빠지면 완전 뻘만 남은 상태에서 그 뻘도 일반 갯벌과 다른 지저분한 형태이기 때문에 데이트 코스로도, 산책 코스로도, 나들이 코스로도 추천받지 못한다.

그나마 여길 가려면 인천에서 볼 수 있는 수협 발행 달력 (물시간이 나옴)과 낚싯배들의 물때 정보를 보고 물 시간에 맞춰 찾아가야 하는데 찾아가는 길목 자체가 대한제분 바로 옆 길이라 초행길이면 100% 여길 찾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도보로 갈 수는 있으나 사실상 사람이 걸어 다닐 만한 도로는 아니라서 (화물차가 많음) 걸어서 가는 건 힘들도 차를 타고 찾아갈 수밖에 없는 상태인데 자가용을 타고 찾아가게 되면 포구로 가는 도로 입구가 딱 봐도 대한제분 공장 정문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초행자면 무조건 밀가루 공장 정문이라 생각해 지나치게 되어있다. 자세히 보면 공장 정문이 아닌 공장과 공장 사이의 도로임을 알 수 있으나 차를 타고 순식간에 지나가게 되면 굽어진 도로의 굴곡진 곳 바로 그 지점이 입구이기 때문에 도로로 인식하지 못하고 공장 출입구로 인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제대로 들어갔어도 남의 공장에 잘못 들어왔구나 싶어 입구에서 후진할 확률이 매우 높다.

아래 로드뷰로 본 북성포구 초입인데 좌측으로 가면 월미도 우측은 인천역과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작은 골목도로다. 지금 정면에 보면 트럭이 하나 있는데 그 도로가 공장의 정문처럼 보이나 실은 그냥 도로. 뒤에 분홍색의 부두창고 건물까지 있어서 저 입구가 더 공장 정문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 도로는 좌굽은 도로 형태라 직진 신호를 받아도 대부분 다 좌회전(월미도 방향) 하기 때문에 직진하는 차량이 거의 없다. (그러나 북성포구 가려면 직진)

우측 흰 건물에 곰표와 곰이 그려져 있고 밑에 가로수를 보면 대한제분이라는 흰 글씨가 보인다. 거기에 도로 차선을 보면 모두 좌회전을 하게 좌로 굽은 도로 형태라 저 가운데 뚫린 도로는 대한제분 공장 입구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저길 살짝 들어갔어도 "어. 대한제분 공장에 들어온 것 같은데!" 하고 놀라 후진하게 된다.

실제로 코 앞에 가면 잘 보이지 않던 조형물 간판이 보이는데 여기에 북성포구라는 글자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차를 타고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글씨를 보는 게 쉽지 않고 저 가운데 트럭이 보이는 입구 좌우를 보면 갈색으로 세워진 벽돌이 있어 정문처럼 보여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게 된다. 설령 간판을 봤어도 이 근처이거나 여기 어딘가보다 하고 넘어가지 저 길이 포구 가는 공도라는 걸 인식하는 건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어렵다. 나 역시 여기서 고등학교를 보낸 친구가 알려줘서 학창 시절 놀러 갔었기에 잘 아는 것이지 (친구는 바로 근처에 있는 해사고를 다녔다) 해사 다니는 친구가 없었다면 나도 여길 몰랐을 거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는 포구로 뭘 사러 가기보다는 워낙 사람이 없어서 친구들끼리 어울릴 아지트로 많이 갔었다)

인천역(차이나타운)에서 월미도로 가는 길목은 딱 하나인데 중간에 대한제분 밀가루 공장이 있고 그 다음 월미공원이 나오면서 월미도 유원지를 가는 코스는 초행이어도 쉽게 갈 수 있다. 문제는 북성포구로 가는 도로 경계가 경계석이 좌우로 있으면서 정문처럼 만들어져 있어 잘 모르면 공장 정문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위 사진에서 직진은 월미도 우측이 북성포구인데 저 우측 바로 옆에 대한제분 간판이 떡하니 있어 대한제분 공장 정문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성포구도 예전 같지 않다. 최근에는 유튜버들의 방문이 많아지면서 그나마 전보다는 많이 알려져 찾는 이도 늘었다지만 개발 계획이 잡혀 있다. 인천의 모든 부둣가들의 운명이 그러한 것처럼 여기도 매립이다. (인천항 대부분이 자연스럽지 않은 직각 형태인 것도 이런 이유) 애초에 포구로 개발하기에는 주변 상황이 너무 좋지 않고 (악취와 오염이 심각) 그나마 포구 끝에 있는 횟집들이 영화 촬영지로 소문이 나면서 (신세계) 먹거리 때문에 찾는 분도 있지만 딱히 전망이나 전경(풍경)이 좋다고 할 수 없어 관광지로 키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저녁에 해지는 노을을 위해 사진 촬영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사진은 사진일 뿐, 그것도 엄밀히 따져 어둑어둑해져 주변 볼거리가 좀 없어져야(?) 예쁘게 나온다는 뜻이기에 사진 촬영 목적 아니면 딱히 매력이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시대에 파시와 난전이 수시로 이루어진다면 몰라도 여긴 서해 바다라 밀물 썰물의 차가 심해 배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갈 수 없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아는 정도. 어차피 몇 년 후면 여기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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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만석부두(만석포구)는 포구는 물론 부두로서의 영역도 이미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북성포구 건너편 더 먼바다에 위치하고 있는데 부둣가 화물창고와 공장지대 뒤로 밀려 있어 관광지로서도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지 못하다. 찾아갈 수 있는데 찾아가도 볼 게 없고 출입이 일부 제한되어 본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찾아가면 내가 여길 왜 왔고 뭘 보러 왔나 스스로 자책할 수 있다. (그 시간에 월미도나 연안부두를 가는 게 낫다) 보세창고 구경한다면 몰라도 과거의 포구였다는 의미만 있을 뿐 지금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상실된 상태다. 이름만 있는 곳. 지도로 찾아보는 게 훨씬 이득이고 그걸 추천한다.

SES 바다가 도두머리에 살았다고 하는데 사실 도두머리와 소래는 거리가 있다. 물론 바다가 살았던 당시에는 지리적 상황에서는 같은 권역이라 할 수 있지만 도두머리는 시흥시이고 소래는 인천시이기 때문에 사실 같은 동네라고 하긴 힘들다. 그래도 도두머리에서 바닷가로 나가면 그곳이 소래이기 때문에 소래에 살았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진 않는데 소래포구 바로 건너 편에 있는 시흥시 월곶이 바로 소래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거리로 보면 시흥시의 도두머리에 살았어도 인천의 소래에 산 것과 크게 다르진 않다. 과거 시점에서 보면 소래가 지역만 인천이지 개발되기 전의 생활권은 시흥시와 더 가깝기 때문.

이제 남은 인천의 유일한 포구는 소래포구

소래포구는 과거 파시와 난전이 있었던 전형적인 포구다. 북성포구와 동일한 형태의 작은 부둣가였다. 그러나 서해 바닷가와 인접한 연안부두 지역은 모두 수출항으로 바뀌면서 어민들이 밀려났는데 소래포구는 유일하게 서울쪽에 있어 인천 앞바다 개발에서 일부 자유로웠다. 그 덕에 인천에서 유일하게 바닷가 어촌 풍경의 어시장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다. 연안부두 쪽에도 연안부두어시장이 있지만 연안부두어시장은 항동의 내륙에 있어 노량진수산물시장과 크게 차이가 없다. 바닷가와 멀지 않지만 그 바닷가는 어민들의 어선이 아닌 중국을 오가는 대형 여객선과 여객터미널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어촌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중국인과 조선족 교포들이 오가는 길목이다.

반면 소래는 인천 송도와 함께 어선들이 활동하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인천 바다의 특산물인 새우와 꽃게가 여전히 인기가 좋았다. 지금도 소래하면 떠오르는 대표 해산물이 꽃게와 새우인데 인천은 물론 수도권, 서울 사람들이 새우젓을 사려고 찾는 곳이 바로 인천 소래포구였다. 지금도 백령도 앞바다 꽃게를 중국 배들이 싹쓸이하는 문제로 늘 골치를 썩는데 옹진군(인천광역시 옹진군)과 강화군의 해산물이 주로 집합하는 곳이 이곳이었기 때문에 김장철이 되면 젓갈 사러 가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금은 젓갈보다는 생선을 더 찾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기는 젓갈이 주 품목이다) 젓갈은 강화도도 유명하지만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어 소래가 그 유통창구 역할을 많이 했던 것. 애초에 인천 육지에 있는 포구니 접근성이 좋았다.

그러다 송도 앞바다도 개발 붐에 들어갔다. 송도 앞바다를 모조리 매립하고 거기에 신도시를 새로 구축한다는 계획이 90년대 초에 세워지는데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송도국제신도시. 갯벌을 매립해서 아예 다른 곳으로 바꿨는데 그때 어민들과 어선 보상이 이루어지면서 송도 어민들도 모두 소래로 옮기게 된다. 그래서 소래는 북성포구와 달리 오래 생존할 수 있게 된다. 파시는 북성포구와 다름없이 제한적이지만 난전은 유지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과 주변 환경 때문에 (경쟁 포구들이 사라지고 어민들 판로가 여기로 몰림) 난전이 더 진화해 가판, 좌판을 구성하는 간이 어시장이 꾸준히 운영되게 된다. 대형 난전 형태의 특이한 어시장이 생긴 것이다.

소래포구는 호구포구다?

소래포구를 두고 호구포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게 외지인이 붙인 게 아니라 인천 사람들 스스로 붙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천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소래포구에 대한 이미지가 "한결같다". 가면 안 되는 시장처럼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소래포구가 큰 불이 나서 소래포구 자체가 거의 운영이 안되고 있을 때 사람들이 해당 뉴스에 수많은 댓글을 달았는데 거의 비난 일색이었다. 보통은 아무리 그래도 재난 상황이 되면 동정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가차 없이 비난만 있었고 동정이 없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대체로 3대 호구지(바가지 지역)로 서해는 소래, 남해는 제주도, 동해는 울릉도를 꼽는데 울릉도도 태풍 피해가 있었을 때 동정론을 받지 못했던 곳이고 제주 역시 태풍 피해 당시 동정론이 많지 않았던 지역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다른 두 곳은 모두 섬이라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의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 높은 요금을 낼 수밖에 없고 또 날씨 등의 변수가 많아 정해진 시간에 나가지 못해 계속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생겨 바가지 요금이 어느 정도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소래는 섬이 아닌 내륙이기 때문에 제주도와 울릉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3대 호구지로 셋이 묶였지만 그중에서도 최강은 소래일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증빙이라도 하듯 사진을 보면 양복을 입은 누군가가 상인들에게 소쿠리를 주면서 안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사진이 언제 찍은 사진인지 눈치챌 수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네요). 어깨에 두른 띠를 보면 "공용 소쿠리 사용" 캠페인을 벌이는 장면임을 알 수 있다. 

해산물, 수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시장을 농산물시장보다 더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소쿠리가 뭘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어시장에서 가장 큰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저울 장난질인데 저울질을 장난칠 때 주로 소쿠리로 장난을 많이 치기 때문에 소쿠리 문제는 어시장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다. 일단 빨간색 저 소쿠리를 양복 입은 분들이 상인들에게 막 나눠주면서 이거 쓰라고 하는데 저 소쿠리는 구멍이 쑹쑹 뚫려있어 저기에 생선이나 해물을 담으면 물이 밑으로 빠지게 되어있다. 고로 저기에 해물을 담으면 저울에 물 무게가 올라가지 않는다.

반면 어시장에서 상인들이 쓰는 소쿠리를 보면 대야처럼 되어 있거나 양재기 형태가 많다. 생선이나 조개, 갑각류를 담으면 물도 따라 담기고 물이 빠지지 않아 물 무게가 고스란히 저울에 잡혀 바가지를 씌운다. 일명 물치기다. 근데 이 물치기는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 요즘에는 많이 사라진 추세다. 동해나 남해 등에서도 이런 물치기는 거의 없고 오히려 내륙에 있는 수산물시장에서 가끔 볼 수 있는데 이게 한 번 발각이 되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기 때문에 상당 부분은 고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물치기가 아닌 다른 형태의 변종 수법들로 진화를 했지만 일단은 대놓고 물치기는 안 한다는 것이 요즘. 그러나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소래는 소쿠리 문제가 아직도 존재한다. 그만큼 깡 있고 막무가내 정신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세금으로 소쿠리를 사서 이거 쓰라고 해도 저걸 안 쓴다.

협회나 수협, 어민 모임이 자정(자체 정화)을 위해 이런 시도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기 상인들에게 알력과 협박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식당 하는 분들이 구청 위생과를 무서워하고 공사하는 분들이 구청 건축과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데 여긴 소래가 위치하고 있는 인천 남동구청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서 소쿠리를 쓰라고 해도 이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아래 소쿠리 주는 흰색 와이셔츠 입는 사람은 구청장이다. 구청도 호구포의 문제를 너무 잘 안다는 반증이다. 근데 이게 마스크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하다는 게 핵심. 예전에 "그런 소문"이 있었다고 상인들이 항변한다면  상황과 시대를 반영한 이 사진은 뭘까....

여러 가지 해산물 제철을 맞아 소래포구를 찾았다. 인천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친구들이 역마살이 끼었는지 죄다 잘 놀았던 녀석들인데 앞서 북성포구처럼 사실 고등학생 시절 3대 포구를 이미 장악해서 놀았던 나로서도 여긴 나이를 먹은 지금도 정말 긴장하게 만드는 곳 중 하나다. 소래포구가 유명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호객행위인데 정말 소심하거나 어패류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휘둘리기 쉽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나야 눈치껏 알아서 잘 보고 뭐라고 말을 걸든 내 갈길만 가고 내 물건만 보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안 썼지만 나와 같이 간 일행은 쫄려서 구경도 못하겠다면서 강남 삐끼들보다 무섭다는 말을 했다.

쭉 둘러본다는 생각을 하면 양쪽 귓구멍으로 자신을 불러대는 엄청난 상인들의 외침을 들어야 하는데 이게 남대문 시장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그냥 외치는 게 아니라 삐끼처럼 타깃을 콕 잡아 손짓 발짓 몸짓으로 언변을 활용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눈이 마주치거나 관심을 보이면 호구되기 쉽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물건이 정말 좋고 가격도 좋다면 굳이 호객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 손님이 바보가 아닌 이상 좋은 물건은 알아서 찾아오기 마련이고 물건들이 다 똑같다면 가격 면에서 매력이 있으면 그만인데 여긴 다른 가게랑 차이 없다면서 굳이 돌아다닐 필요 없다고 유혹하지만 돌아다니면 차이가 분명 있다. 일단 여긴 정신없게 만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요즘은 워낙 호객행위 자체가 손님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시장에서는 이런 게 없는데 여긴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무엇보다 인천의 대표 어시장이자 서울에서도 많이 찾는 같은 인천의 연안부두어시장과 비교하면 그게 더 확 와닿는다. 같은 인천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연안부두어시장은 호객행위가 거의 없다. 입구 쪽 코너 가게들이 약간 호객을 하지만 중앙로 부분은 손님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상 절대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설령 관심을 보여도 설명하는 수준이고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나 전통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상인들과 대화하는 딱 그 수준이다.

몇 달 전 소래에 갔을 때는 흥정을 하다 다른 곳 더 보고 오겠다고 했더니 상인이 혼잣말로 "에이씨" 이러길래 가다가 뒤돌아서 한참 째려본 적이 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위아래 훑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는데 "싸게 해줄게, 다른 데 가도 똑같아" 이러면서 계속 흥정을 하려고 했다. "말장난 하시나" 하며 돌아섰는데 이후 5곳을 둘러본 결과 일단 말들이 짧은 것도 (반말) 굉장히 불쾌한 상황. 반면 그다음 주 연안부두에 갔을 때는 더 둘러보고 오겠다는 말에 구경하시고 다시 오세요 하며 상냥한 말투로 목례 인사를 했다. 손님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일부의 사례, 특정한 경우라고 단정 지을 수 있으나 인천에서 나름 짠맛을 보고 살았던 나로서는 이게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일부라고 오히려 단정 짓기 힘들다. 호구포구라는 악명답게 일단 고객, 손님 대응도 항상 문제였기 때문이다.

연안부두어시장과 소래포구어시장을 자주 가 본 사람이라면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소래포구는 아저씨나 중년 부부들이 주로 많이 오고 연안부두어시장은 가족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 드센 곳에서는 맞상대가 되는 드센 사람들이 주로 갈 수 밖에 없다. 주말에는 두 시장 모두 가족들이 많이 방문하기는 하나 호객행위가 많은 곳에서는 아이들도 불편함을 느낄 소지가 많아 자연스럽게 호객행위가 없는 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 사실 소래가 위치한 남동구 사람들 대부분은 생선이나 조개를 살 때는 코 앞에 있는 소래포구를 가기보다는 그냥 롯데마트, 홈플러스 수산물 코너 가는 경우도 많은데 주변에 인천 사람. 특히 남동구에 거주하는 사람이 지금 있다면 수산물 살 때 소래포구로 가느냐 대형마트에 가냐 물어보면 지금도 호구포인지 아닌지 답이 나온다. (구청에서 최근까지도 소쿠리를 주면서 캠페인을 한다는 게 현실을 말한다)

불이 나기 전에는 해마다 왔었고 불이 난 뒤에는 세 번째 찾는 시장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분위기는 변한 게 없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많이 느낀다. 인천 사람들은 여길 "회식"할 때나 오는 곳으로 인식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내돈내산이 아닌 법카로 돈을 쓰기 때문에 호구를 당해도 치명상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불이 나기 전 해마다 내가 여길 왔던 것도 모두 회식일 때였다. (수도권에서는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인데 최근에는 포구 넘어 같은 상권인 월곶으로 많이 간다)

참고로 올해 방문했을 때 저 구청에서 준 소쿠리를 쓰는 집은 없었다. 모두 각자 준비한 소쿠리들을 썼는데 그래도 소쿠리 부분은 조금 개선된 것이 보였다. 일단 구멍 뚫린 소쿠리들을 많이 쓰는 걸 봤다. 일부는 여전히 고무대야를 썼다. 내가 직접 산 가게도 구멍이 뚫린 소쿠리를 썼는데 문제는 그 소쿠리가 구청에서 준 얇고 가벼운 소쿠리가 아닌 무겁고 두꺼운 소쿠리였다는 게 함정. 이 말은 곧 소쿠리 무게 자체가 더 나가기 때문에 저울치기에 당할 확률이 존재한다. 이래서 보통은 저울 달 때 소쿠리 무게 따로 재달라고 하는데 이게 또 워낙 여기 분들이 눈치코치가 빠르고 정보가 빨라 알아서 소쿠리 무게를 먼저 재고 딜을 한다. 그러나 이것도 완벽하지 않은 게 이상하게 여긴 아직도 눈금 저울을 쓰고 있었다. 

전자저울을 쓰는 집도 있었는데 일부는 아직도 눈금 저울을 쓰고 있었고 전자저울도 저울치기와 바구니 무게 누르기 문제 등으로 다른 어시장에서도 늘 문제가 되는데 여긴 눈금 저울이라 저울 자체의 신뢰성이 크게 가지 않았다. 애초에 여길 왔으니 감안은 했지만 눈 뜨고 코 베이는 건 싫어서 꽤 조심스러웠던 건 사실. 양심 저울이라 해서 수협이나 상인회에서 운영하는 개별 저울이 있지만 안 사면 그만이지 그걸 또 일일이 찾아 재보고 상인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 쉽게 눈이 가지는 않는다. 그 양심 저울이라는 것이 구역마다 잘 보이게 있으면 모를까 어디 구석에 있는지도 모르고 안내판만 있는데 마음먹고 고발 정신으로 구매를 하지 않는 이상 그냥 믿고 사는 건 어쩔 수 없다.

주꾸미철을 맞아 소래를 갔을 때도 가격은 다 동일하게 불렀지만 실제 딜로 들어가면 가격은 제각각이었다. 물론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으면 정작 주꾸미 상태가 별로였고 (분명 좋은 걸 골랐는데 집에 와서 보면 이상한 녀석들) 쭈꾸미 상태가 확실히 좋으면 가격 흥정은 에누리가 없었다. 일단 1만 원 내외는 눈탱이 맞는다는 생각에 구매를 하고 잘 먹었는데 그다음 주에 연안부두어시장을 가서 쭈꾸미를 산 결과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연안부두어시장이 같은 무게의 같은 쭈꾸미 수량이면 훨씬 더 저렴했다. 일주일 차로 가장 바쁜 주말을 택해 1주 차 소래포구, 2주 차 연안부두, 3주 차 소래포구, 4주 차 연안부두해서 한 달 동안 소래포구와 연안부두어시장을 연속 방문했는데 가격 면에서나 서비스면에서나 흥정을 비롯 고객 대응 차원에서도 연안부두어시장은 확실히 갈 만한 시장이지만 소래포구는 외지인 구경시켜 주는 맛에 데리고 가지 않는 이상 딱히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소래는 원래 난전으로 시작한 시장이다. 그래서 불법으로 조성된 간이 시장이라 지난번 큰 불이 났을 때도 보상이나 재건축 문제가 난항을 겪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직전 여길 방문해 불이 난 상인들과 만나 조속한 해결점을 찾아보겠다고 해서 뉴스가 나온 적도 있었는데 정치권에서 나서고 지역 공무원들이 나서서 지금의 형태로 만들면서 불법 논쟁은 사라졌다. 불이 나기 전까지는 좌판이든 가게든 다 불법이고 가건물이고 무등록이었는데 지금은 시장을 새로 만들어주면서 등록하게 했기 때문에 불법 꼬리는 떼게 되었다. 인천 사람들에게 소래포구 인식이 안 좋았던 것도 유일하게 여기가 불법 어시장이었기 때문(물론 그걸 모르는 사람도 많다) 

파시나 난전 자체가 어민들이나 어민 가족의 소상인들이 주축이 되는 형태라 상설 시장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이게 오랫동안 유지가 되면서 더 형태가 커지다 보니 불법 형태여도 손을 못 대고 있었는데 소래포구에 큰 불이 났던 것도 사실 이런 불법 가건물과 좌대에서 쓰는 전기들이 문제가 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안전관리 자체가 안되니 결국 전기 스파크로 인한 화재가 났고 불법 건축물들로 인해 늘 그렇듯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결국 시장 전체가 타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근데 출발 선상에서 보면 이게 여기서 끝났어야 하는데 소래포구라는 인지도가 워낙 있었다 보니 결국 지역 차원에서 새로 개발해 제대로 운영하려고 다시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게 운영 주체가(사람들) 바뀐 건 아니라서 예전 좌대 시절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호객행위가 여전한 것도 그런 이유다.

소래포구에 간다면

소래포구가 무조건 소래호구가 되는 건 아니다. 일단 수산물, 해산물을 잘 아는 사람과 같이 간다면 문제는 없다. 단지 가격 흥정에서 차이가 있는데 일단 물건 보는 눈이 있다면 가격이야 흥정하기 나름이니 소래포구에 가는 건 문제가 안된다. 문제가 되는 건 어패류를 잘 모르는 일반인인데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럴 때는 무조건 특정 생선이나 해물을 콕 집어 방문하는 게 좋다. 오늘은 쭈꾸미다! 하면 쭈꾸미만 보고 오늘은 갈치다! 하면 갈치만.. 오늘은 새조개다 하면 새조개만 보고 오늘은 젓갈이 다하면 젓갈만 구경하는 거다.

가격은 모두 동일하게 부를 것이고 결국 차이는 생선의 상태. 가게마다 분명 차이는 존재하기 때문에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구경하는 마음으로 생선만 보면서 쭉 가되 팔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상인보다는 관심을 보이면 팔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게 주인을 눈치껏 찾아야 한다. 날 부르면 오히려 관심을 끊는 게 낫다. 이게 호객행위를 줄이는 근본적인 행동이기도 하지만 물건이 좋으면 날 부를 이유가 없다. 맛집은 손님이 알아서 가듯 물건 좋은 가게는 손님이 알아서 간다. 보통 사람 심리가 사람이 몰리는 중앙에서 구매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시장 초입과 끝은 패스하는 경향이 많다. 소래포구에 진입하자마자 첫 가게에서 사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그럼 호객행위는 첫 가게와 끝 가게가 가장 심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여긴 첫 가게와 끝 가게는 호객행위가 거의 없다. 어차피 불러도 시장 안으로 들어가 더 구경하고 살 것이니 불러도 소용없는 걸 안다. 

해물 종류와 제철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첫 가게와 끝 가게라고 해서 패스할 필요 없다. 가운데 더 들어가면 호객행위만 심할 뿐 오히려 흥정하기에는 이런 끝 라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소래포구에 올해 세 번 방문했는데 2번은 끝에서, 1번은 다 구경하고 나오면서 처음 들어갔던 초입 가게에서 구매를 했었다. 물건 차이가 크지 않아서가 제일 컸고 흥정하기에도 딱 좋아서도 상인도 호객행위를 하지 않았고 저울과 소쿠리 사용에도 잘 모르지만 그나마 양심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소래포구어시장은 중앙 통로 말고 양 옆으로 사이드 통로가 또 있다. 가운데 통로가 전부인 줄 아나 뒷골목처럼 뒷라인이 따로 있어 총 3개의 줄(통로)이 존재한다. 거의 대부분 가운데 통로로 다니고 거기가 사람이 제일 많은데 뒷골목도 물건 상태 봐가면서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 다만 가운데보다 사람이 없어 경우에 따라서는 호객이 더 심할 수도 있다.

결론만 말하면 어민이 직접 잡아 팔던 예전 소래포구가 아니고 이제는 어업 중도매인이 단체로 공급하는 일반 어시장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제철" 생선과 해산물을 사러 가는 경우라면 소래포구어시장 전체가 그 제철 생선을 무진장 다 같이 팔기 때문에 가게마다 차이는 크게 없다. 수량과 질의 차이가 다소 있으나 도찐개찐. 가격과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고 제철이라 원래 해당 생물 상태가 다 좋다. 결국 제철에 맞는 어류나 해물을 사러 간다면 여기가도 상관이 없다.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유명한 입질 선생도 소래포구가 호구포구인 걸 알면서도 여길 종종 가는데 "제철" 생선 사러 갈 때라는 걸 알 수 있다.

주꾸미철, 갑오징어철, 새조개철 등 특정 제철을 맞아 파는 시즌이 되면 일반인이 가서 사도 크게 눈탱이 맞을 이유가 없고 차이가 없어 그때는 여길 가도 상관이 없다. 간혹 소래포구 악명을 듣고 갔으나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다는 분도 있는데 제철을 맞아 특정 해물을 사서 그런 거지 제철과 상관없이 그냥 해물을 아무 때나 사러 간 경우라면 불편함의 강도는 생각보다 크다. 무언가 제철 시즌이 왔고 그게 어시장에 쫙 깔린 상태라면 그때는 노량진을 가든 연안부두어시장을 가든 소래포구를 가든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그 제철을 맞은 해산물을 사러 가는 경우라면 말이다.

남동구에서 오래 살았고 (만수동) 소래포구가 정말 작던 시절부터 소래를 잘 아는 친구도 지금의 소래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친구 역시 제철을 맞은 특정 어류를 사러 갈 때는 연안부두가 상대적으로 멀기 때문에 소래포구를 가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한다. 시즌과 상관없이 아무 수산물, 해산물을 사러 갈 거면 비추지만 제철이면 그래도 갈 만하다는 것이다.

인천 사람도 잘 모르고 외지인은 더 모르는 또 하나의 사실. 소래에는 사실 어시장이 총 "3개"가 있다. 위 지도에서 곰돌이들의 위치를 잘 보자. 난전까지 포함하면 어시장은 총 4곳이다. 소래포구하면 당연히 시장이 하나이고 그 하나의 시장이 소래포구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단 깔끔한 건물에서 노량진처럼 운영되는 곳이 가운데 있는데 1층은 튀김가게들이 주로 위치한다. 좌측 "소래포구종합어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여긴 새로 생긴 곳으로 원래 없던 곳인데 노량진처럼 건물을 지어 새로 올린 어시장이다. 연안부두어시장 형태라고 보면 된다. 소래종합어시장과 연안부두종합어시장은 둘 다 종합어시장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 종합어시장은 어시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따로 있어 그 회사가 주체이고 상인들은 임차인들이 된다, 반면 전통어시장은 상인회가 따로 있어 그 상인회들이 주체가 되고 상인들은 임대인이 되어 자기 장사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다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찾는 "소래포구전통어시장"으로 아래 바닷길이 있는 소래포구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부터 사람들이 알던 좌판 깔았던 곳으로 새로 건물을 짓고 올리면서 그 자리 그대로 써서 사람들이 소래포구하면 찾는 곳이 여기다. 불이 났던 곳이 여기다. 둘의 차이는 이름부터 다른데 하나는 "종합어시장" 하나는 "전통어시장"으로 길 하나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그다음은 우측 끝 소래대교 밑에 있는 "인천수협 소래지점" 건물 위치인데 여기는 난전으로 수협이 있다는 건 곧 공판장, 어판장, 위판장이 있다는 뜻이 되기에 여기 앞 쪽은 난전이 생길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이 공판장 뒤쪽에는 난전들이 있는데 길바닥에 그냥 좌대 깔고 파는 곳으로 엄밀히 따지면 여기가 소래포구의 출발점이다.

가운데는 식당가들이 위치한 곳인데 소래는 사실 젓갈과 꽃게 등이 유명한 것처럼 여긴 꽃게탕 맛집이 꽤 있다. 그리고 어시장에 장을 보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소래포구는 그냥 먹거리를 위해 먹으러 오는 곳이기도 한데 시장에서 뭘 사다 집에서 먹는 경우보다는 여기 식당에서 그냥 먹는 편이 예전부터 많았다. 그래서 낮에 가는 소래포구와 밤에 가는 소래포구 경치가 완전 다른데 전통어시장 쪽에서도 자리값만 받는 집들. 일명 양념집, 초장집들이 있어 시장에서 산 해산물을 사다 초장집이나 양념집에 주고 먹는 경우도 흔한데 그건 불이 나기 전 풍경이고 지금은 주변이 관광지로 바뀌면서 많이 정리가 되었고 또 시장 쪽의 양념집이나 초장집은 예전 분위기와도 거리가 있기 때문에 경험이나 추억 삼아 가지 않는 이상 가운데 식당가에서 그냥 밥 사 먹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소래포구가 호구포라는 악평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유지하며 오래 남아 유지되는 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꽤 있을텐데 사실 소래포구가 이런 악조건에서도 유지되는 이유는 어시장으로서의 소래포구 보다는 외식지로서의 소래포구가 원래 더 유명했기 때문이다. 즉 밤에 놀러가서 술 먹고 회 먹고 바닷 바람 맞으면서 갯벌 구경하는 재미로 찾기 때문에 사람이 계속 찾는거다. 소래포구를 어시장으로만 알면 낮(주간)의 풍경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소래포구는 90년대부터 일찍 해운대처럼 밤에 더 활기를 띠는 곳이기 때문에 주간과 야간, 낮과 밤의 풍경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소래포구는 시장이 메인이 아니라 시장을 끼고 있는 주변 식당이 메인이다. (지금도 횟집은 물론 꽃게탕집이 꽤 있다)

그래서 서울사람과 인천사람의 소래를 보는 입장도 차이가 있다. 인천사람에게 소래포구는 사실 월미도처럼 구경하러 가는 곳이지 장보러 가는 곳은 아니다. 외지인들은 연안부두와 월미도를 구경하고 소래에서 어시장을 찾지만 인천 사람은 반대로 소래에서 놀거나 구경하고 연안부두 어시장을 찾는다. 물론 서울 사람은 낮에 소래를 찾고 인천 사람은 밤에 소래를 찾는다. 해운대를 낮에 가는 사람과 밤에 가는 사람의 차이와(목적) 같다. 여기에 모텔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 (시설이 참 좋다) 물론 인천 사람 중에서도 소래를 어시장으로만 아는 경우라면 여길 호구시장으로 생각해 손절하거나 낮의 풍경이 전부라고 아는 분도 꽤 있다. 그러나 시장을 보러 가는 게 아닌 술 먹고 음식 먹고 회식(외식)하러 가는 거라면 상황은 다르다. 서울 경기 사람들이 월곶(시흥) 가는 이유와 같은데 소래는 어시장이 따로 있어 여길 월곶처럼 생각 안 하는 게 차이라면 차이. 소래가 유지되는 건 원래 밤 술장사가 더 잘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수협 쪽으로 가서 난전을 먼저 보고 그다음 전통어시장, 그 다음 종합어시장으로 가는 걸 추천한다. 난전은 소래포구임에도 호객행위는 일절 없고 물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데 당연히 물때에 따라 물량과 상인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물때가 맞지 않으면 좌판 몇 개 구경하는 게 전부. 새벽 일찍 배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가면 보는 재미 사는 재미가 있다. 단 노점인 만큼 카드는 안된다. 소래포구의 포구 시장(난전)을 보고 싶으면 아침 일찍 수협 공판장 뒤로 가고 (공판장을 뚫고 가기 애매하면 전통어시장 옆에서 진입할 수도 있다) 예전 소래포구 상인들이 팔던 시장을 가고 싶으면 전통어시장으로, 새로 생긴 건물 속의 어시장을 가고 싶으면 길 건너 튀김집들이 몰려있는 소래종합어시장으로 가면 된다. (연안부두종합어시장과 다른 종합어시장이기에 혼동하면 안 됨)

마지막으로 아래는 화수부두의 모습 (로드뷰) 부두, 포구의 이미지는 많이 멀어졌지만 작은 어촌마을. 뭔가 운치 있는 쌍팔년 감성을 느끼는 동네로 여전히 유지 중인 곳이다. 구경 삼아 놀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화수부두 들어가는 동네 어귀에 유명한 중국집이 있어 (블로거들이 많이 소개하는 곳) 주말 식사 겸 구경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인천 두산인프라코어 공장 뒤에 있어 찾기는 쉽다. (네비에 화수부두로 치면 잘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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