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에 지친 그대에게
명태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명태를 어떤 식으로든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먹으면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추운 겨울 녹였다 얼었다 하면서 말리면 황태, 덕장에서 말리다 색이 바래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먹태, 반건조하면 코다리가 된다. 술안주로 괜찮은 노가리 역시 명태 새끼 말린 것을 말한다. 일본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명태 알로 만든 명란젓도 있고 명태 내장으로 만든 창난젓도 있다. 이름은 다 다른데 결국 다 명태 식구들이다.
어느 날 방송에서 건어물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건어물 장사를 50년 가까이하신 상인이 나와 건어물 잘 고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었는데 어떤 걸 골라야 좋은 건지, 어떤 것이 질이 떨어지는지에 대해 나름의 노하우를 접목해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명태를 말린 황태와 북어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그 상인이 말하길 운동하는 사람이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이 황태와 북어 말린 것만큼 좋은 게 없다며 단백질이 필요한 다이어터와 헬스보이에게는 황태포와 북어포를 꼭 사 먹으라 추천을 하고 있었다.
단백질 함유량이 많은 다른 식품과의 대조 비교에 대한 설명은 없고 이게 그냥 "왔따요" 하기만 해서 궁금하던 찰나 상인이 말하길 자신의 가게에 오랫동안 황태를 주문하는 단골손님이 있는데 하도 많이 자주 사가서 식당 하시냐, 장사하시냐 물었더니 그냥 운동하면서 대회 나가는 사람이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상인이 재차 묻길 황태는 왜 그렇게 많이 사가냐 했더니 단백질 보충에 이만한 것이 없다며 매번 대회를 나갈 때가 되면 황태를 주문해 먹는다고 했다고 한다. 황태국이라도 파는 줄 알았더니 단백질 보충제나 닭가슴살이 아닌 황태로 단백질을 무진장 보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흔히 단백질 섭취와 관련해 떠오르는 식품, 음식은 닭가슴살이 대표적이다.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역시 물으나마나 먹는 식단을 보면 닭가슴살이 항상 있고 일반인들도 체중 감량이나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닭가슴살이다.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할 때는 무조건 먹어야 하는 식품처럼 정형화되어 있는 식단이라 하도 많이 오래 먹어서 지긋지긋한 사람이나 비려서 못 먹는 사람을 위해 다양한 닭가슴살 요리법과 대안법이 등장할 정도다. 그래서 이 정도면 닭가슴살만큼은 단백질 섭취에는 따라올 식품이 없어야 하는데 상인의 말을 들으면 닭가슴살보다 더 강한 녀석들이 존재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더군다나 일반인도 아닌 대회 참가를 하는 헬스보이가 매번 대회 나갈 때마다 무조건 찾는다고 하니 단백질만큼은 최소 닭가슴살과 맞먹거나 그보다 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단백질 함유량이 얼마나 많기래 저런 말을 하실까 궁금해 식약처와 농촌진흥청, 보건 및 식품 영양 관련 오피셜 기관 등의 자료를 찾아 황태와 북어에 대한 단백질 함량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상인의 단골손님인 헬스보이가 황태를 찾는 이유가 분명했다. 다음은 100g당 단백질 함유량의 식품들과 그 함량에 따른 순위다. 참고로 자주 먹거나 쉽게 접하는 식품 위주로 구성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 위주로 나름 정리했다. 100g 당 함량이니 수치를 %로 치환해도 된다. (* 표시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고단백 식품)
식품별 100g당 단백질 함량 (높은 순서대로 정리)
* 말린 명태(황태/북어포) 80g
* 말린 멸치 59g
과메기 36g
파르메산치즈(파마산치즈) 35g
* 마른 생김 35g
탈지우유(탈지분유) 33g
참치 29g
모차렐라 치즈 28g
참치캔 26g
땅콩 25g
소고기 사태(장조림용) 24g
꽁치 23g
닭고기 가슴살 23g
새우 22g
* 녹두 22g
흰살생선류 21g
소고기 등심 21g
돼지고기 등심(돈가스용) 21g
돼지고기 뒷다리 21g
돼지고기 앞다리 20g
돼지고기 목살 20g
소고기 안심(스테이크용) 20g
소고기 우둔살(육회) 20g
해바라기씨 20g
* 검은깨 20g
완두콩 20g
* 말린 미역 20g
연어 20g
동태 20g
* 번데기 20g
조기 19g
* 고등어 19g
대구 19g
참깨 19g
갈치 18g
오리고기 18g
닭고기(날개) 18g
아몬드 18g
오징어 18g
삼겹살 17g
양고기 15g
돼지고기 안심 14g
* 오트밀 13g
* 계란 13g
호밀 12g
홍합 11g
마늘 10g
메밀 9g
두부 8g
우유 3g
단백질 식품의 미친 존재감 명태(황태)
단백질 함량에 대한 식품에서 조사 결과 상인이 말한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황태의 경우 무려 100g당 80g이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백질 식품으로 알려진 닭가슴살에 비하면 정말 압도적으로 높은 단백질 함량을 갖고 있다. 물론 잘 알려진 닭가슴살도 꽤 높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지만 황태에 비하면 그야말로 쨉도 안 되는 수준, 같은 용량을 먹는다면 섭취하는 단백질이 거의 4배 이상 더 많다. 헬스보이가 찾았던 이유가 분명해졌다.
식품별 단백질 함량에 대한 정리를 보고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단백질 함량 상위에 속하는 식품들을 보면 건어물이 꽤 자리를 차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황태 역시 말린 건어물이다. 동일한 식품군이어도 생(날)인 것과 말리거나 발효 등의 추가 자연 가공이 들어간 것의 차이가 있는 걸 알 수 있는데 같은 식품이어도 말려져 있는 것이 단백질 섭취에는 더 도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생선이지만 그냥 굽거나 찌거나 조려 먹는 것보다는 건어물로 된 것을 굽거나 찌거나 조려 먹는 것이 훨씬 더 단백질 섭취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명태에 대한 별도의 단백질 함량 정보는 없는데 비슷한 생선들이 대부분 20g대를 보이는 걸 보면 명태(생태) 역시 그대로 섭취할 경우 단백질 함량은 20g 언저리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겨울에 잡아 그대로 얼리기만 한 동태의 경우 단백질 함량은 100g 당 20g으로 나온다. 똑같은 생선이고 단지 그냥 먹느냐 말려 먹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인데 차이가 크게 생긴다. 명태를 말리면 단백질 함량이 80g대인데 그냥 얼리기만 한 사실상 생태와 다르지 않은 동태는 20g 나오는 걸 보면 건어물이냐 아니냐가 단백질 함량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그냥 먹으면 닭가슴살보다 약간 못 미치지만 말려서 먹으면 닭가슴살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수준으로 단백질을 응축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멸치 역시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건어물인데 단백질 함량만 놓고 따져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를 갖고 있다. 닭가슴살보다 2배 더 많다. 황태 다음으로 많다. 그 다음 많은 3위 역시 생선인 과메기도 마찬가지, 포항의 특산물로 유명한 과메기는 포항 지인이 있어 종종 먹는 편인데 기름이 많아서 그렇지 단백질만 놓고 보면 과메기 역시 어디 가서 기침 좀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과메기 역시 말린 생선이다. 단백질 함량만 갖고 따진다면 1위와 2위, 그리고 3위까지 모두 생선류이고 셋 다 말린 건어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단백질을 정제하거나 가공하지 않고 천연 식품 그대로 먹을 경우 말린 생선이 단백질 섭취에는 가장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외로 참치캔과 꽁치가 닭가슴살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살짝 놀라는 분도 있을 텐데 참치캔의 기름(식용유)은 빼고 참치만 먹어야 한다. 참치의 경우 참치회와 참치캔의 차이가 대동소이하나 그래도 참치캔이 참치보다는 단백질 함량이 다소 낮은데 이는 자연 가공이 아닌 (자연건조 및 발효) 공장에서 인위적인 가공을 하는 공장 제품이기에 가공을 거쳤음에도 오히려 함량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도 참치캔이 닭가슴살보다는 함량이 높은 건 분명한 사실. 여기에 기름과 소금을 첨가하지 않은 말린 생김 역시 상위권에 들어가는데 (이 역시 건어물) 헬스나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식의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단백질 섭취를 위한다면 결국 "김밥"이 상당한 매력이 있는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소고기 김밥보다는 참치김밥을 먹으면 채소까지 곁들여 김+참치+채소+밥을 모두 해결하기에 아이들에게 단백질을 비롯한 고른 영양분이 녹아든 좋은 식단이 아닌가 판단된다.
김치찌개에도 자주 활용되는 꽁치 역시 닭가슴살보다 높은 단백질 함량을 보이는데 앞서 3위에 링크된 과메기가 바로 꽁치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꽁치 역시 높은 단백질 함량을 자랑한다. 이 역시 꽁치를 그대로 먹는 것보다는 과메기처럼 자연 건조를 통해 먹으면 단백질 함량을 더 높일 수 있는데 꽁치김치찌개의 경우 김치까지 함께 먹는 경우라 닭가슴살에 물린 사람에게는 이게 또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찌개 자체가 염분이 많고 국물 요리인만큼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는 가끔 닭가슴살 대용으로 정신 휴양 차원에서 먹는 수준이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된다. 아님 꽁치구이를 먹는다던지 말이다.
명태(황태)의 놀라운 능력
단백질을 먹는다는 건 대부분 근육 생성과 활성화 때문일텐데 이와 관련된 연구에서도 명태는 확실히 단백질 보충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증명했다. 명태(황태)의 경우 여러 연구 자료에 의하면 운동을 하지 않고도 근육량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발표가 있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증가시키려면 운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명태의 경우 섭취만으로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동물 실험에서도 동일하게 근육량이 늘어나는 걸 확인했고 사람을 상대로 비교 실험을 통해 명태를 매일 꾸준히 먹게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 실험한 결과에서도 명태를 꾸준히 먹은 그룹의 실험자 모두 근육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인 경우 하루 약 3.3g 이상의 명태 단백질을 먹으면 운동을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근육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360589#home "명태 먹으면 운동 안해도 근육량 늘어" (중앙일보 2019.2.12)
이게 확실하다면 성장 발육에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들과 근육 감소로 인한 노인들의 건강 유지 식단에 명태(황태/북어)가 아주 좋은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즉 다이어트하는 분들, 운동을 해서 근육을 늘려야 하는 분들, 성장 발육이 필요한 아이들, 근육량 감소 방지와 유지가 필수인 노인들까지도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면서 단백질 보충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명태를 말린 황태나 북어다. 단백질 함량에서도 이미 증명되었지만 확실히 단백질 보충만큼은 명태(황태)를 따라 올 식품이 없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가끔 술 안주로 먹는 번데기, 미래 식품 대안으로 곤충이 대두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번데기를 잘 활용해 먹는 편이라 여러 가지 목적에서 단백질 섭취 품목으로 이만한 대안 식품도 없지 않나 싶다. 다만 국내 누에 산업이 거의 사양길이라 99%가 중국산이라는 것이 약간 흠인데 번데기(누에) 자체가 워낙 위생과 독성에 민감한 편인지라 그래도 나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대안 식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번데기는 경동시장(약령시장/약제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시장에서는 거의 찾기 힘들지만 경동 약제시장에 가면 이곳이 한약을 파는 곳인가 번데기를 파는 곳인가 헷갈릴 정도로 번데기를 정말 많이 판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종이컵에 담아 파는 완전체의 간식이 아닌 번데기 그 자체를 망에 담아 파는데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번데기는 시장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경동시장의 또 다른 대표 상품이기도 하다. 작년 물가라 지금은 정확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1망에 3천 원 정도로 1년은 먹겠구나 싶은 양이 5천 원이 체 안된다. 인터넷으로도 번데기 자체를 비닐팩에 포장되어 팔고 있는데 2kg을 사도 7~8천 원 수준이라 1만 원으로 반년은 번데기 걱정 없이 매일 먹을 수 있을 만큼 살 수 있다. 아래 사진이 바로 망에 파는 번데기들 곰탕 냄비에 넣어 만들면 5천 원으로 100명은 먹겠더라. (순간 번데기 장사하는 분들 마진이 꽤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사진을 보면 오세훈 시장의 경동시장 선거 유세 현장에서 뒤에 깨알같이 "번데기" 간판이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약령시장인데 번데기 간판이 쉽게 눈에 띈다. 좌대 앞에는 약제시장인 만큼 수삼과 각종 한약재가 있는데 여기가 약령시장인가 번데기 시장인가 할 정도로 이런 언발란스한 풍경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경동시장에는 번데기가 정말 많다.
마지막으로 닭가슴살에 비하면 점오 수준으로 함량은 적은 편이지만 여러 가지 영양과 건강 측면에서 의외로 마늘 역시 빠지지 않는 단백질 함유 식품인데 생마늘과 장아찌류, 구운 마늘과 흑마늘 등에 대한 비교 결과는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늘은 100g 당 10g으로 퉁쳐서 정리를 했다. 굽거나 찌거나 말리는 등 자연 가공, 천연 가공을 통해 단백질 함량의 변화가 있을 법도 한데 한편으로는 동물성 단백질과 달리 식물성이라 차이가 크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마늘 자체가 워낙 몸에 좋고 건강식품이라 마늘도 자주 챙겨 먹으면 단백질 보충에 좋은 식단 구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단백질은 표준체중 1kg당 1g이 권장되는데, 이 요구량은 활동량이나 운동량에 따라 달라진다. 또 남자와 여자의 체격과 체중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는 있다. 그래도 통상적으로 몸무게 1kg당 1g의 단백질을 섭취한다고 보면 되고 근육량을 많이 증가시켜야 하는 운동선수의 경우에는 더 많은 단백질 섭취량이 요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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