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도축? 인천 십정동 축산물시장 (십정동 도살장/도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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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도축? 인천 십정동 축산물시장 (십정동 도살장/도축장)

by 깨알석사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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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람도 잘 모르는 인천 축산물 시장

인천에는 축산물시장이 존재한다. 서울 마장동의 그것과 같다. 하지만 인천 사람들은 축산물 시장 존재를 잘 모른다. 인천 사람인데도 서울 마장동 고기 시장은 알아도 십정동 고기 시장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오죽하면 인천 사람이 서울 마장동으로 고기를 사러 간다고 할까. 그것도 신선한 고기를 찾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따로 후술 하겠지만 이건 정말 쇼킹한 일이다. 인천 도심에 서울 마장동보다 더 신선한 도축 고기 시장이 크게 상설 설치되어 있는데도 그걸 몰라 서울까지 사서 온다. 십정동 도축장, 축산물시장으로 검색을 해봐도 10년 치 검색량이 맛집 1개월 후기보다 적을 정도다. 아는 사람만 가고 모르는 사람은 정말 모른다. 중요한 건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 함정.

서울 마장동과 비교하면 마장동은 서울 사람은 물론 지방 사람도 그 존재를 알지만 인천의 십정동 시장은 십정동 사람 아니면 잘 모를 정도로 역사가 꽤 깊은 시장임에도 인천 사람도 잘 모른다. 일단 십정동 자체가 그렇게 선호하는 지역이 아니다. 십정동 자체는 부평구에 속하는데 부평구의 제일 끝 쪽에 해당되어 길 건너면 서구, 길 건너면 남동구일 정도로 우리가 아는 부평과는 상당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십정동에서 유명한 걸 물으면 "동암역"과 "동암역 굴다리"가 전부일 정도. 물론 십정동 축산물시장이라 불리는 지역은 동암역과 주택 단지와도 거리가 있다. 그래서 동암역이 있는 십정동과 축산물 시장이 있는 십정동은 엄밀히 따지면 동만 같이 불렀지 축산물 시장은 사실상 외곽 지역과 다르지 않게 보았다. 

더군다나 이 축산물 시장은 주안공단의 일부에 속한다. 최근에는 십정동 도심 개발로 주변 낙후 지역이 아파트로 바뀌고 중앙 공원이 설치되면서 꽤 좋아지고 있지만 일단 인천에서 남동공단 다음으로 공업도시 면모를 갖추게 된 주안공단에 포함되어 있고 그 시장 주변이 예전부터 사람이 거주하는 곳과는 거리가 꽤 있으면서 사람이 걸어 다니면서 통행하는 일반적인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여길 일부러 가려고 하지 않는 이상 가지 않게 되는 지역이라 더욱 그렇다.

석바위 시장이나 신기촌 시장, 모래내시장, 거북시장, 신포국제시장, 부평시장, 현대시장처럼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다니거나 모이는 지역이 아니고 걸어가거나 걸어 다닐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한몫을 한다. 십정동 거주자 아니면 차 타고 찾아가야 했다. 그나마 예전에는 이 시장을 이용하지는 않아도 명성만 알고 있는 사람이 그래도 꽤 많았지만 영종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송도국제도시, 논현신도시, 검단신도시 등 인천 주민 수가 늘면서 인천 시민이라 해도 외부인이 많아짐과 함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더 늘고 있다. 인천에는 신도시가 연수동에 크게 있는 것이 전부라 믿고 있었고 끽동을 알고 양키시장을 알고 도봉산을 직접 목격한 세대라면 이 시장을 알 확률이 90%,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면 이 시장을 모를 확률 90%다. 하지만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도 있고 잘 모르는 것도 있고 또 지리적인 문제와 교통 접근성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알고나면 마장동에 갈 이유가 없다. 특히 인천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십정동 축산물 시장이 존재감 없던 이유

십정동 축산물 시장은 원래 부르던 이름이 따로 있다. 십정동 도살장이다. 인천 사람인데 십정동 도살장이라고 부르면 일단 이 사람은 인천 거주 20년 차 이상이라 볼 수 있다. 아님 90년대 이전 인천에 거주했던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건 예전에 쓰던 말이라 최근에 인천으로 전입한 사람이라면 이 말을 잘 안 쓴다. 주변에 이런 말을 쓰는 지인이 있어도 지금은 대외적으로 공식적으로는 축산물시장이라 부르기 때문에 입에 붙지 않아 도살장이라고 하지 않게 된다. 입에 밴 사람만 쓴다는 말이다. 

간혹 십정동 우시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도 인천 토박이가 아니거나 인천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이 아니다. 인천에는 우시장이 없다. 우시장은 살아 있는 소들을 거래하는 시장이지 도축 시장이 아니다. 그래서 십정동 우시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정작 십정동 도축장, 십정동 도살장, 십정동 축산물시장이라고 하니 십정동에서 우시장이 과거 있었나 보다 하고 착각해 부르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자신 주변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상 자기만의 착각으로 그렇게 부르는 경우라 인천에 오래 거주하다 보면 듣고 배우는 명칭이 있기 마련이라 우시장이라는 표현은 안 쓴다. 우시장이라 표현한 건 간혹 예전 공무원들이 남긴 공문 기록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한자어로 우시장이라 표현했던 일부 표현이 와전되어 쓰였기도 하는데 우시장은 살아 있는 소나 송아지를 팔고 사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아무래도 강하기 때문에 소가 아닌 소고기를 판다고 해서 우시장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우시장이 있는 곳이 과거 축산물 시장으로 변한 경우가 많고 고기로 유명한 지역을 보면 다들 예전에 여기에 우시장이 있어서 고기를 많이 팔았다는 말들이 있는데 그런 것 때문에 여기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해서 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십정동의 경우 우시장은 처음부터 없던 것이라 그런 표현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통용은 된다. 일단 십정동이 붙으면 아 거기~ 하면서 의미는 전달되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썼던 표현은 십정동 도살장이다.

문제는 이게 꽤 오래 고착화 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도살장이라는 말이 굳으면서 시장이라는 표현과 거리감이 생겼다. 마장동 축산 시장과 달리 여기는 쭉 십정동 도살장이라 불리면서 축산 시장이 아니라 그냥 소 잡는 곳이라는 편견이 생겼다. 그래서 고기를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도살장이 있는 동네라는 인식이 세다. 이게 십정동 축산 시장의 존재감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없던 이유 중 하나다. 마장동의 경우 도살장의 이미지보다는 정육점이 많은 축산 시장 인식이 강하다. 도살장이 있지만 시장이 형성된 주변에는 서울이라는 특성상 차와 사람이 많이 다니는 주요 번화가이기 때문에 금방 시장으로 자리를 잡아 일반인 접근이 많았지만 십정동 도살장은 일단 직할시(광역시) 시절에도 도매를 위한 고기 도매상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었지 소매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일단 거긴 너무 외져도 너무 외졌다.

지금이야 상관 없지만 예전에는 밤에 택시 타고 십정동 도살장 가자고 하면 택시 기사가 식겁할 정도. 길 건너 십정동 주택가와 달리 시장이 있는 곳은 오로지 공장과 도살장만 있고 사람이 사는 주택은 단 한 채도 없기 때문에 밤에 거길 간다는 건 손님과 기사에게도 당혹스러운 풍경이 될 수밖에 없다. 주안공단이 넓어 여기도 그곳에 포함이 되는데 공장 야근을 위해 출근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대체로 목적지를 말할 때 도살장 외 다른 말은 기사님도 잘 모를 수밖에 없어 도살장으로 가자는 말이 가장 편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밤에 택시를 타고 도살장으로 가자고 하는 순간 기사와 손님은 서로를 의심하는 순간이 된다. ^^ 동암역 북광장이 위치한 십정동 주택가로 가거나 도살장을 지나 가좌동 진주 아파트 쪽으로 가지 않는 이상 여기에 정차하는 차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그만큼 예전부터 소외된 곳이 여기다.

이후 사람들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말 표현의 변화가 생겼다. 도살장이라는 뜻은 죽인다는 뜻이 아무래도 강하기 때문에 가축을 잡는다는 표현인 도축장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붙게 되는데 십정동 도살장이 입에 밴 사람들과 달리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바뀌는 타임에 유입된 인천 사람들은 여기를 십정동 도축장이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도살장에서 도축장으로 표현만 바뀌었지 소 잡는 곳, 돼지 잡는 곳이라는 의미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축산 시장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여기는 주로 소매가 아닌 도매가 이루어졌다. 순대국밥, 머리 고기, 내장탕을 주로 하는 식당 주인들은 잘 아는 지역, 식당 주인들만 잘 아는 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천에서 먹는 곱창, 순대, 고기 내장, 머리 고기는 거의 십정동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의외로 부산물, 특수부위의 성지) 도화동 제일시장의 곱창골목 곱창도 십정동 물건들이다.

그렇게 십정동 도살장은 십정동 도축장으로 말이 순화되고 이후 인천시와 서구청(십정동은 부평구청인데?)이 지역 개발 및 전통 시장 개발을 위해 노력하면서 축산물시장이라는 말로 완전 바뀌게 된다. 그래서 인천에서 쭉 초중고를 나와 자란 40대 이상 사람은 여길 여전히 십정동 도살장이라 부르고 30대는 도축장, 20대는 축산 시장이라 부르는데 이마저도 부모님 고기 사러 갈 때 따라가거나 부모님한테 들어봤거나 사회생활하고 직장 동료를 통해 알게 된 경우가 아니라면 인천에 사는 30대 이하 연령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마장동은 축산 시장, 고기 파는 시장이라는 인식이지만 십정동은 소 잡는 곳, 돼지 잡는 곳이라는 도살장 이미지만 있었다. 마장동은 시장이고 십정동은 도살장이라 십정동은 시장으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인천에 오래 살아도 여길 모르거나 알아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가좌동 진주아파트 쪽이나 주안공단 북부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이 차 타고 지나가면서 화려하게 밝힌 붉은 조명의 대형 정육점들 때문에 고기를 파는 시장이구나 하는 인식이 좀 생겨서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찾지만 일단 이 길목을 안 지나가거나 갈 일이 없는 사람은 전래동화처럼 구전으로만 듣고 아는 경우가 많다.

인천 십정동의 도살장은 80년대 설치 되었고 이후 도살장 주변에 도매상들이 자연스럽게 생기면서 축산 시장의 형태를 갖췄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그냥 도살장과 중도매인들의 유통 단지 역할이 컸기 때문에 축산 시장으로서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 있는 도살장, 도축장 주변에는 중도매상들이 위치할 수밖에 없는데 도축장이 있다고 해서 다 축산 시장이 생성되는 건 아닌 것처럼 도살장과 축산 시장은 필수 관계는 아니다. 시장은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어야 하지만 도살장은 반대로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이어야 하는 역설적인 관계가 먼저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것에서 벗어난 케이스가 바로 대도시 광역권에 있던 서울 마장동과 인천 십정동(실제로는 가좌동)인 것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이 실제로는 인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인천 사람들조차 잘 찾지 않던 지역이었는데 어느 순간 부상한 것처럼 인천 십정동 도살장이라 불렀던 축산시장은 2000년 이전까지는 소매를 위한 가게도 많이 없었을 뿐더로 개인 손님도 많은 곳이 아니었다. 사실상 축산물 유통 가게들이 모인 축산물 가공 공단이었지 시장은 아니었던 것. 그래서 일찍이 시장이 형성된 서울 마장동과 달리 여기는 시장 형성이 상당히 늦었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인천 지역 활성화와 도심 관광지 개발 목적으로 차이나타운이 공적 관광지역으로 개발되면서 그제야 많이 알려진 것처럼 이곳도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며 소매 역할의 비중을 키웠다.

십정동 도살장 고기 시장의 존재감이 약한 가장 큰 이유는 애초에 여긴 시장도 아니었고 시장 형성도 2000년 들어서야 제대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도살장 주변에서 육가공 업자들, 도매인들만 많던 육가공 공단지역이었던 것이다. 이곳이 주안공단 근방에 위치한 것도 주변에 유독 음침한 공장들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일반인 주차 시설이 부족하고 승용차보다 냉동 탑차가 많으며 쾌적함과도 거리가 먼 것도 마찬가지. 소매점과 소비자가 아닌 도매점과 도매상을 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십정동 도살장의 진짜 무서운 실체 두 가지

인천 사람은 물론이오 서울 사람, 경기도 사람, 더 나아가 팔도 사람이 모르는 비밀 한 가지. 고기는 서울 마장동이 최고라고 하지만 사실 거긴 "도축장"이 없다. 과거 60년대 마장동에 도축장이 생기고 그 주변에 고기 시장이 형성되면서 지금의 마장동 파워가 생겼지만 서울에서 살아 있는 소를 싣고 다니는 트럭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가끔 고속도로나 지방 도로를 달리다 보면 소를 싣고 가는 트럭을 보게 되는데 대부분 도축장으로 가는 소들이지만 서울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이냐. 서울에는 살아 있는 소가 진입을 하지 않는다. 죽은 소와 돼지만 들어온다는 뜻이다. 

마장동에는 도축장이 원래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서울 도심에 도축장이 있는 것이 아무래도 위생적으로나 도심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다 보니 서울 외곽으로 이전을 하게 된다. 98년 경에 마장동 도축장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학교와 아파트를 지었다. 서울 사람 누구도 자기 집 주변에 도살장이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문화 시민 서울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쓰레기를 버리던 난지도조차 폐쇄하고 서울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모두 인천으로 보낸 것처럼 혐오 시설은 서울에 두려고 하지 않았다. 천만명이 사는 서울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서울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할 법도 한데 서울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난 고향이 서울이다)

마장동도 도축장이 있었기 때문에 축산 시장으로 유명했던 것인데 밀레니엄이 오기 전 폐쇄를 하고 서울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그걸 모를 수 밖에 없다. 거기다 마장동 자체가 축산 시장으로 메이커가 잡히다 보니 도축장이 없어도 신선한 고기가 유통된다고 여겨 도축장 여부와 상관없이, 혹은 관심 없이 그냥 마장동을 찾게 됐다. 바다가 없는 서울에 노량진 수산물시장이 잘 나가고 논밭이 없어도 가락동 농산물시장이 최대 시장이 된 것처럼 마장동도 도살장이 있냐 없냐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서울에서 파는 건 좋다고 여기기에 믿고 사는 분위기가 크다.

연세가 있거나 서울에서 나고 자란 50대 연령 이상은 마장동에 여전히 도살장, 도축장이 있다고 "믿지만" 사실 거긴 그런 시설이 없다. 타 지역에서 고기를 받아 올 뿐이다. 거리 때문에 주로 경기도에서 받아 오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가게마다 거래처가 다르니 경기도 외 타 지역도 있겠지만 일단 거리가 멀면 유통 비용도 증가하는 법이라 경기도에서 도축한 소와 돼지가 서울로 유입되는 비율이 아무래도 높다. 결국 서울 사람은 서울에서 먹는 소고기가 서울에서 도축한 고기라고 생각도 안 하겠지만 일단 서울에서 사 먹는 소와 돼지고기는 서울에서 잡은 고기는 아니다. 육고기 만큼은 마장동에서 잡고 마장동이 제일 신선하다고 믿지만 정작 마장동에서는 고기를 잡지 않는다. 

반면 십정동 도살장은 그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십정동에는 지금도 도살장이 여전히 운영 중이다. 서울특별시에는 도살장이(도축장) 없지만 인천광역시에는 도살장이 있다. 그래서 십정동 고기가 신선한지 마장동 고기가 신선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분명한 건 도축장에서 바로 잡은 고기를 바로 살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신선하다는 건 분명하다. 처음 설명할 때 인천 사람이 서울 마장동으로 고기 사러 가는 건 정말 쇼킹한 일이라고 한 부분이 이제 조금 이해될지 모르겠다. 그것도 교통비 들여 도로 막혀가며 말이다. 정리하면 십정동 도살장에는 도축 후 바로 전일 경매 출하한 신선한 고기가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흔히 아는 마장동에는 십정동보다는 한 템포 느린 고기들이 간다는 것이다. 둘 다 도축장이 있던 시장이지만 한 쪽은 여전히 도축장이 있고 한 쪽은 이제 도축장이 없다. 도축된 고기가 유통되는 시간이 이젠 같지 않다.

인천 사람도 잘 모르는 십정동 도살장 비밀 두 번째. 바로 십정동 도살장이라는 명칭 그 자체가 비밀의 실체다. 이걸 알면 나름 배신감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여전히, 지금도 (나조차) 십정동 도살장 혹은 십정동 축산물시장이라 불렀던 이 동네는 사실 "십정동"이 아니다. 그것도 동만 다른 게 아니라 구까지 다르다. 십정동은 부평구고 가좌동은 서구에 속하는데 축산물시장, 십정동 도살장이라고 불렀던 위치는 사실 부평구 십정동이 아닌 서구 가좌동이다. 축산물 시장을 중심으로 가좌동 주택가는 거리가 있고 십정동 주택가는 바로 길 건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도 십정동으로 알고 있었고 또 십정동과 바로 횡단보도 하나 차이 블록이라 십정동으로 짐작해 불렀던 경우인데 이게 부평구가 아닌 서구청이 전통 시장 개발 및 정책을 집행한 것도 바로 이 지역 소관이 부평이 아닌 원래 서구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식 명칭도 십정동 축산물시장이 아닌 가좌동 축산물시장, 혹은 가좌축산물시장이 된다. 십정동 도살장, 십정동 도축장, 십정동 우시장, 십정동 축산시장에서 이제는 가좌 축산시장까지 명칭이 바뀌다 보니 기존에 알던 인천 사람도 더 모를 수밖에 없던 것. 인천에 오래 산 사람에게도 가좌축산시장이라고 하면 모를 확률이 매우 높다. 40년 가까이 십정동 도살장 내지 도축장으로 불렀는데 그게 가좌동이라 하니 알던 사람도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존재감이 여전히 없는 건 바로 이런 이유도 포함된다. 

인천 사람도 잘 모르는 인천 육고기의 성지

십정동 축산 시장의 경우 일단, 고기의 질이나 상태, 규모는 문제가 안된다. 정육점 몇 개 있다고 해서 축산물 시장이 아니고 큰 정육점들이 많다고 해서 축산물 시장이 아니다. 여기가 축산물 시장인 건 여기에 바로 "도축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정작 잘 몰랐던 가장 큰 착각이 바로 도축장이다. 인천 축산물 시장은 도살장이 바로 옆에 있어 도축한 소와 돼지, 한우와 한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도축 시기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도축 시기를 따져 먹는 사람이라면 이건 분명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몇 달 전 아는 지인의 지인이 송도국제도시에 사는데 경기도에서 살다 인천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고기가 땡겨 마장동에 가서 고기를 사다 먹었다고 하는데 그걸 직접 들은 내가 "인천 사람이 왜?" 라고 하자 서로 갸웃거리며 눈치 작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인천에 축산 시장이 있는데 서울에 있는 축산 시장을 갔으니 말이다. 물론 각자 취향과 생각에 따라 원하는 시장에 갈 순 있지만 인천도 일반 축산물 시장이라면 몰라도 여긴 도축장이 있는 축산물 시장이니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한다. 그런데 십정동 고기 시장을 알려주자 상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십정동 고기는 인천에만 알려진 작은 시장이고 마장동 고기는 전국구로 알려진 큰 시장이니 거길 갔다는 것. 도축장 여부는 몰랐다고 한다.

이건 인천 사람이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을 두고 노량진 수산물시장에 가서 생선 샀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인천 사람이 삼산동 농산물도매시장,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을 두고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 갔다 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참고로 인천 농산물 시장은 구월동에서 남촌동 쪽으로 이전했다) 도축장이 있는 인천축산물시장을 두고 도축장이 없는 서울 마장동축산시장을 갔다는 건데 서울 사람이 마장동 가는 건 당연하지만 인천 사람이 굳이 마장동을 차 타고 기름 값 써가며 사 올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마장동에서 사 온 고기가 십정동에서 도축한 고기라면??)

서울 사람이라면 완전 도시라 육고기, 바닷고기, 하늘고기가 없어 서울 큰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인천은 바다가 있는 항구 도시이고 육고기를 잡는 도축장이 있는 도시이고 쌀과 농산물을 재배해서 먹을 수 있는 강화군도 가지고 있는 도시라 (인천은 8개의 구청과 2개의 군청이 있다. 강화군/옹진군) 노량진과 가락동을 갈 이유가 없는데 마장동이라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사실상 인천 사람에게는 서구 가좌동과(축산물) 중구 항동(어시장), 부평구 삼산동(농산물), 남동구 남촌동이(농산물)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딱 마침 지나가는 서구청 공무차량, 십정동(부평구) 도축장이라 불렀지만 사실 여긴 가좌동(서구)이다

위 사진은 인천 십정동 가좌동축산물 시장 정문인데 사실 이게 정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위 사진에 보이는 차가 다니는 대로변의 정육점들과 좌측 골목 안 쪽에 보이는 도매상들이 일반인들이 주로 구매하는 축산 시장의 전부다. 물론 그렇다고 하면 되게 작은 시장처럼 보이겠지만 (마장동에 비하면 완전 꼬맹이, 뽀시래기 시장인 건 맞다) 안에 더 들어가면 더 많은 도매상과 정육점이 있다, 다만 평소 거래하거나 자주 찾는 가게가 아니라면 가는 곳은 거의 정해져 있다. 일단 잘 모르면 대로변의 큰 가게를 많이 찾는다. 마장동에 비하면 작다고 할 순 있으나 블럭 전체를 돌아보면 점포 수는 꽤 된다. 고기를 파는 도매 소매 점포 기준 160개 점포 이상이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량 유통, 급식, 축산 가공 등 육가공 업체까지 포함하면 200개 이상 축산 가공 업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사진에서 잘 보아야 할 것이 좌측에는 가게가 많고 확 눈에 띄지만 우측은 담벼락과 창살만 있고 가게는 한참 뒤에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게 포인트이자 핵심인데 저기 하얀 담벼락에 창살이 있는 공간, 서구청 공무차량이 지나는 차량 바로 위 공간이 바로 "도살장", 도축장이 된다. 축산물 시장 안 쪽 구석에 있겠거니 하고 아님 어딘가 있겠지하고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십정동 가좌동 축산물 시장에 있다는 그 도살장은 저렇게 대로변 바로 앞에 있다. 대로변에서 정육점이 쭉 있다 한 곳만 유독 담만 있고 학교나 공장 관공서처럼 생긴 공간이 보인다면 거기가 바로 도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인천, 서울 등 대도시에서 도축장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안은 볼 수 없다) 도축장 외관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름 포인트가 되는 건 분명하다.

위 사진을 보면 인천축산물백화점이라는 상징물이 있는데 이건 축산시장의 상징물이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인천 십정동 도살장의 다른 이름, 또는 공식 명칭 중 하나가 인천축산물백화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곳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구전으로는 십정동 도축장, 공식적으로는 가좌축산물시장이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시장 정문도 가좌축산물시장) 인천축산물시장, 인천축산시장 등 "인천"이 붙으면 그냥 점포명이거나 육가공 업체 상호라고 보면 된다. 시장 이름은 가좌축산물시장으로 동네 명인 가좌동이 쓰이고 인천은 기업 명칭으로 인천축산물백화점은 시장의 다른 이름이 아닌 도살장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 이름이다. 축산물백화점은 대형 건물로 위 시장 안 쪽에 따로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안에는 여러 점포와 식당이 있는데 일반 손님이 가는 곳이라고 하기보다는 관련 업체가 입주한 축산물계의 지식산업센터 건물이라고 보면 된다

인천 서구 가좌동의 축산물 시장이 좋은 점

서울에는 도축장이 없고 인천에는 도축장이 있다고 해서, 또 인천은 바로 옆 도축장에서 잡은 고기를 주변 정육 도매점에서 살 수 있다고 해서 값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로지 고기 값만 따져 생각해 보면 마장동이나 다른 지역 일반 축산 시장보다 싸다고 할 순 없다. 분명 담장 하나 거리라 유통 비용이 많이 빠질 것 같지만 이상하게 여긴 도매 가게지만 일반 손님에게는 FM대로 소매 가격으로 팔기 때문에 (물론 정육점보다는 싸다) 가격 때문에 여길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격만 믿고 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동네 정육점, 대형 마트 정육 코너보다는 직접 고기를 선택하고 조립까지 해서 그래도 눈탱이 맞지는 않고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력이 있는 것이지 가격 자체가 눈이 확 뒤집어질 정도로 도축장 옆이라 해서 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기서 고기를 사는 목적은 일단 대량으로 살 때와 고기를 조립 포장할 때가 가장 가성비가 높다. 흔히 포장 세트라 해서 선물용으로 소고기 세트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 외식 용도나 한 두 끼 용량을 살 목적이라면 그냥 동네 정육점이나 대형 마트 간 김에 거기서 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특정 종목만 파는 전문 시장은 소포장이 아닌 대량 구매할 때 득이 되고 원래 많이 챙길 수 있다. 주부가 저녁거리를 위해 노량진을 갈 이유가 없고 가락동을 갈 이유가 없는 것처럼 전문 특화 시장은 사실 대량 구매할 때 아니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무엇보다 여긴 조립 포장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내가 원하는 부위와 수량, 크기를 골라 어릴 적 먹었던 과자 세트처럼 소고기 세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고기 세트는 이미 만들어져 금테를 두르고 금 보자기에 싸여 있어 만들어진 고기 세트를 그냥 고르는 것이 보통인데 (특히 백화점) 큰 마음먹고 백화점 같은 곳에서 고기 세트를 선물용으로 살 거라면 차라리 여기 십정동 도살장이라 불렀던 가좌축산물시장으로 오는 것이 가성비가 매우 높다.

직접 눈으로 골라 여러 부위를 내 마음대로 담아 세트를 조립 포장할 수 있을뿐더러 가격은 백화점에서 그냥 살 때보다는 당연히 매우 싸고 많이 사면 살수록 덤과 서비스로 딸려 오는 것이 "매우" 많기 때문에 많이 사면 많이 살수록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동네 정육점에서 많이 산다고 해서 덤으로 뭘 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대형 마트에서 사더라도 누가 더 챙겨주는 건 없는데 여기서는 말만 잘해도 그냥 덤으로 주고 아무것도 안 사도 시식하라고 육회 같은 건 막 퍼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누가 고기 산다고 할 때 따라가는 건 좋은 선택이다. 육회가 신선함을 대표하기 때문인지 가좌축산시장은 육회 서비스가 많다. 도축장이 있다는 걸 어필하는 마케팅이지만 육회는 실제로도 이 시장 안에 있는 도축장에서 잡은 고기들이 대부분이라 손님에게도 좋을 수밖에 없다. 

신선함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또 간, 생간이 있는데 가좌축산시장에서 육회와 생간은 거의 필수적 아이템이라 주변 식당에 가면 생간을 주는 경우가 많다. 고기를 파는 정육 도매상에서는 육회 서비스가 많고 밥이나 술을 파는 주변 식당에서는 생간 서비스가 많다. 곱창 같은 경우 다른 식당들은 곱창을 받아 식당 안 냉장고에 보관하고 하루 장사를 할 수밖에 없지만 여긴 바로 앞 가게가 돼지 부산물 유통 가게이거나 가공 업체이기 때문에 받아 쓰는 것이 매우 수월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곱창 재료가 다른 식당에 비해 신선한 것도 분명한 사실. 식당에 쟁겨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고기를 5만 원어치 사더라도 김치찌개 끓여 먹겠다고 국거리 5천 원어치 추가 주문하면 비웃음 살 수 있다. 그 정도는 그냥 주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다 덤으로 주는 건 아니다. 질 좋은 고기는 고기 값대로 다 받지만 그냥 줘도 되는 수준의 고기는 돈 받고 팔기보다는 그냥 덤으로 얹어 주는 경우가 많다. 국거리나 자잘한 고기처럼 투플, 원플 찾는 용도가 아니라면 그 정도 고기는 말 하기 나름이라 덤으로 준다. 물론 고기를 어느 정도 샀을 땐 말이다. 사골이나 한우 세트를 좀 많이 사면 저녁에 수육에 소주 한 잔 하라고 수육거리 정도는 충분히 챙겨준다. 

일단 확실한 건 소위 말하는 눈탱이는 없다. 그들 세계에서는 그런 게 있겠지만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기를 사는 곳이 동네 정육점 아니면 대형 마트, 지역 축산물 시장 밖에 없는데 도축장을 끼고 있는 수도권 축산 시장은 인천 가좌동이 유일하기 때문에 가격이 원래 내가 사 먹는 곳과 비슷하면 상대적으로 고기 질이 좋거나 고기 양이 많다. 대형 점포가 여럿 있고 중소형 점포도 안 쪽 골목에 있기 때문에 한 가게에서 승부를 다 볼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가게 가면 된다.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싸게 살 순 있어도 비싸게 살 확률은 없다고 보면 된다. 소량으로 구매하면 딱히 매력, 매리트가 있다고 여기는 분들이 적은데 명절 때나 제사, 가족 행사에 맞춰 여러 식구, 선물용으로 좀 많이 살 때는 확실히 눈탱이 없이 깔끔하게 살 수 있다. 고기를 좋아해 냉장고에 가득 넣어두는 육식 마니아라면 반대로 확실히 포텐 매력 터진다.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멀다고 할 수 있는 것이 간석 홈플러스와 송림동 이마트 트레이더스인데 대형 유통 매장에서 고기를 사 먹는 경우가 잦다면 중간에 여길 들러서 고기 구경을 하는 것도 하나의 쇼핑 노하우가 될 수 있다. 가격과 고기 상태를 비교하는 것도 있지만 일단 여긴 덤이라는 것이 있으니 사기 나름이고 고르기 나름이다. 무엇보다 바로 앞에서 내가 원하는 부위와 가격대로 손질해 팔기 때문에 고기 잘 알고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건 대형 마트에서 사도 고기는 여기에 가끔 들러 구경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인천 가좌축산물시장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삼성 제품

십정동 도살장이라 불렸던 가좌축산물시장에 가면 일단 이 정보는 무조건 알고 있어야 한다. 위 사진을 보면 실제로 십정동 도살장에서 고기를 산 고기 이력 표시를 볼 수 있는데 정보의 정확성을 위해 아주 오래전 구매한 것부터 최근까지 찾아 올려 본다. 위 경우 사육 농가는 인천 강화군이 나온다. 사육 장소는 도축과 상관없기 때문에 사실 중요하진 않다. 전국 어디든 소고기는 다 잘 키우고 등급만 잘 나오면 땡이니 말이다. 사육 농가가 전라도나 강원도로 나왔어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도축장으로 오니 도축장에서 등급이 잘 나왔다면 사육 농가 위치는 큰 시사점이 되지 않는다. 이때 그 사육농가 글자 바로 위를 보면 도축장명이 나온다. 그 도축장 장소가 "삼성식품"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도축장은 모두 민간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지역마다 운영 업체가 다른데 인천에서 도축장을 운영하는 유일한 업체는 "삼성식품"이다. 처음 십정동 도살장이라 알려졌던 그 도살장이 바로 이 회사의 작업장이다. 네비게이션에 삼성식품을 검색하면 그게 바로 십정동 도살장이고 가좌축산물시장 위치다. 그러니까 인천 십정동 도살장 고기, 가좌축산시장에서 산 고기에 도축장명으로 삼성식품이 찍혀 있다면 바로 1분 거리 도축장에서 잡은 고기라는 뜻이 된다. 참고로 삼성식품은 우리가 아는 그 "삼성", 삼성그룹", "삼성전자"와 당연히 상관이 없다. 그냥 이름만 같을 뿐이다. 외우기 쉽고 알기 쉬워 인천에서 방금 잡은 고기인지 알기는 쉽다. 저렇게 가격표와 있을 때 도축장명을 보고 삼성식품인지 확인만 하면 된다. 여기 고기는 웬만하면 다 삼성식품이 찍혀 있다.

마장동에서 고기를 샀는데 거기 도축장명에 사육농가는 강원도지만 도축장이 만약 지역 없이 삼성식품이 적혀 있다면 그건 십정동 고기다. 가좌축산시장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걸 헛걸음한 셈이다. 지방에서 우연히 산 고기가 삼성식품이라면 인천에서 도축해 내려간 고기를 그 정육점에서 소매로 팔았다고 보면 된다. 도축장명에 모두 회사 이름이 찍혀 나오는데 주요 회사 몇 개만 알고 있으면 어디서 도축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소고기 이력 표시제가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확인이 더 쉬운데 사육 장소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정작 봐야 할 건 도축장명과 도축일자다. 쌀도 어디 지역 쌀보다는 도정한 곳과 도정 일자를 무조건 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단골 되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여기서 질 좋은 고기를 파는 곳, 가게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그건 의미가 없다. 물론 가게 직원이나 사장과 눈도장을 찍고 안면을 트면 좋겠지만 축산시장은 동네 정육점처럼 선택권이 많기 때문에 굳이 단골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신선도와 등급을 중요시 여긴다면 도축일자와 도축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언제 들어오고 언제 잡은 고기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다시 말해 전에 잘 챙겨주고 좋았던 가게라도 해도 그 고기가 3일 전 들어왔던 고기인지, 2일 전 들어왔던 고기인지 상태가 다 다를 수 있다. 회전율이 강한 편이지만 그래도 가게마다 입고된 고기량이 무조건 당일 소진되는 건 아니라서 늘 고기 상태가 내가 선택한 가게라고 해서 좋을 순 없다. 동네 정육점처럼 가게가 하나이고 꼭 사야 한다면 그냥 믿고 사야겠지만 여긴 가게가 수 십 개 이기 때문에 고기 상태를 봐가며 가게를 여럿 다닐 수 있다. 꼭 가던 가게의 고기를 고집할 필요 없이 마침 옆 가게에 오늘 입고된 가장 빠른 도축 고기가 있다면 당연히 내가 찾던 가게보다 고기 상태가 좋을 수밖에 없다. 결국 여기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어류처럼 살아 있는 생선을 수조에 담아 파는 것도 아니고 생물이면서 재고로 쌓아 둘 수 없고 냉동이 아닌 냉장된 고기를 찾는다면 결국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특정 부위를 이미 마음먹고 고르기 위해 찾았다면 그 부위를 찾아 여러 가게를 탐방하면 된다. 냉동된 고기라면 그냥 싸게 부르는 아무 가게에서 사도 되지만 냉장 고기라면 충분히 발품을 팔아 가격 대비 고기 상태와 도축일을 따져가며 고르면 된다는 것이다. 도축 고기가 들어오는 날이 가게마다 다르게 들어오기 때문에 동네 정육점은 단골이 되어도 여기서는 그냥 발품이 최고다. 사람들이 주로 찾는 가게가 8곳 정도 있는데 크게 차이는 나지 않는다. 일단 가게마다 주력 상품(사골, 한우, 돼지, 부산물, 특수부위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 편차가 날 수도 있어 한 가게만 믿기보다는 일단 둘러보고 사는 게 낫다.

요렇게 고기 스티커를 보면 도축장명에 모두 삼성식품이 찍혀 있는 걸 알 수 있다. 십정동 도살장 고기 인증

일반 고기보다는 특수 부위에 강하다. 애초에 도축장이 옆에 있다는 건 생고기보다 상하고 부패하기 쉬운 특수부위에 더 강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도축장이 옆에 있다면 일단 특수부위를 사러 간다고 생각하고 가야 한다. 갈매기살, 새우살 같은 거 말이다. 도축장을 끼고 있는 축산물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특수부위를 신선하게 빨리 살 수 있다는 걸 먼저 염두해야 한다. 그게 도축장이 있고 없고의 사실 전부다. 일반 한우 생고기, 한돈 삼겹살 살 거면 대형 마트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특수부위 먹을 거라면 십정동 도살장이 우선 순위다. 

위에는 삼성식품, 아래에는 도드람엘피씨가 도축장명으로 나온다. 삼성식품은 인천 도축장이고 도드람은 경기도 안성 도축장이다. 경기도 안성도 소고기로 유명한 곳이고 지금도 안성국밥이 꽤 유명한데 경기도에는 총 9개의 도축장이 경기도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육 농가를 보는 분도 있지만 어차피 고기는 등급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 도축 일과 도축장소가 중요하다. 일단 내가 산 곳, 내가 사 먹는 곳과 멀지 않고 가까우면서 도축 날짜가 고기 구매일에서 3일 이내이고 냉장이면 신선도는 일단 OK

당일 도축

우리 동네에 당일 도축 타이틀을 건 대구 뭉티기 가게가 생겼다. 대구에도 도축장이 있고 신흥산업이라는 회사가 유일하게 도축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 분들은 아마 대구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사게 되면 도축장명에 신흥산업이 찍힌 고기를 먹을 확률이 아무래도 높다. 주변에 축산시장이 있거나 정육 도소매 가게가 크게 있다면 말이다. 근데 이 가게는 인천에도 도축장이 있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굳이 대구에서 올라온 육사시미, 대구 소고기를 인천에서 먹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뭉티기라는 대구 특색 음식이 따로 있고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는 건 알지만 결국 육사시미의 조건은 신선도이고 어떻게 써느냐의 차이일 뿐 육회의 한 종류다. 십정동 도살장 가서 그렇게 썰어 달라고 하면 똑같다. 얼마 전에 바퀴 달린 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성동일이 대구 뭉티기를 구했다며 강원도 인제인가 양구인가에 가서 소고기를 게스트에게 대접하는 걸 봤는데 강원도 특산물이 소고기이고 강원도 소고기는 정말 유명한데 그걸 대구에서 받아와 강원도에까지 가서 대구 소고기를 먹어야 했나 하는 웃픈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횡성 한우는 물론이오 양구, 인제, 철원도 소고기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인데 대구 뭉티기가 뭐라고 강원도 소고기 대신 그걸 먹다니.

일단 그 가게 컨셉이 당일 도축인데 예전에는 이걸 믿는 사람이 꽤 많았지만 당일 도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텔레비전에서도 요즘 당일 도축한 최고로 신선한 고기라고 대 놓고 말하는 업주들이 간혹 있는데 절대 당일 도축 고기는 소비될 수 없다. 이건 십정동 도살장 고기 시장도 마찬가지다. 도축 과정을 보면 소가 도축장으로 들어오고 일단 대기를 한다. 오는 족족 잡진 않는다. 인력과 시설이 한정되어 있으니 동시에 진행하진 못한다. 이후 도축이 진행되고 나면 도축된 도체들은 정육점에서 흔히 보던 S 갈고리에 걸려 다시 대기를 한다. 이때 축산물품질평가원에 소속된 축산물품질평가사들이 우리가 아는 고기 등급을 판정하게 되는데 이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하루를 넘긴다. 

오늘 새벽에 들어온 고기를 바로 잡아 도축하고 그걸 품질평가사가 등급 판정을 바로 내린 뒤 경매 시장에 내놓고 중도매인이 그걸 낙찰받아 도매인에게 넘겨 다시 도매인이 소매인에게 넘기고 그걸 소비자가 먹게 된다고 알고 있지만 (이 과정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이 많지만) 일단 이 과정이 짧으면 3일, 길면 일주일이 보통이다. 당일 살아 있는 소를 잡아 당일 먹을 수 있는 구조가 안된다. 흔히 우리는 등급 판정을 내리는 등급판정사들을 공무원으로 보는데 농림부에 속한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공공기관이긴 하나 사실상 공기업이고 준공무원 체계이기 때문에 공무원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순 없다. 그렇기에 이들이 일하는 시간에만 일이 진행되고 평가사들이 쉬는 시간이나 날에는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고기의 출고는 매일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가 안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소속된 품질평가사들은 모두 도축장에 근무하게 되는데 인천의 삼성식품에도 이들이 상주하면서 등급 판정을 하게 되어 있다. 일단 소와 돼지는 등급을 내기 전에는 출고가 안된다. 이들이 아침에 출근을 하게 되면 "전일" 도축된 소와 돼지들이 냉장창고에 보관되어 있고 등급을 매기기 위해 작업을 시작한다. 일단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등급을 매기기 위해 S자 갈고리에 걸려있는 소와 돼지고기는 전날에 도축한 고기로 1일 차에 소와 돼지가 들어와 도축을 하고 창고에 보관, 2일 차에 품질평가사들이 고기 등급을 매긴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이 구조만 보더라도 당일 도축은 벌써 날아갔다.

등급이 나오면 바로 경매로 넘어가는데 이때는 중도매인들이 통으로 사서 유통을 시작한다. 이 때 사실상 고기를 사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중도매인은 일반 도매인과 달리 소매는 하지 않고 업체를 상대로 B2B만 하기 때문에 여기서 낙찰된 고기는 일단 중도매인 손에 있거나 빠르면 도매상한테 넘어간다. 결국 도축장을 끼고 중도매인이 낙찰 받은 고기를 도매인이 소매까지 겸해 빠르게 판단고 해도 3일이 보통이고 기존에 재고로 남아 있는 고기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전일 고기를 먼저 소진하고 오늘 들어온 걸 순차적으로 판다고 하면 실제 소비자가 먹는 고기는 도축된 지 최소 3일이 지난 고기가 될 수 밖에 없다. 

항간에는 수량이 적고 전일 소를 미리 넣어 새벽 도축 작업을 거친 후 바로 등급을 매겨 내보내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수량이 그렇게 적어 빠르게 일이 진행될 정도면 도축장 운영비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규모의 경제에 밀려 그런 도축장은 오래 살아남기 힘들게 된다. 결국 수량을 맞춰 대량으로 도축하는 것이 도축장에게도 좋고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수량이 적어서 가능하다는 건 말장난에 지나지 않게 된다. 시골에서 소와 돼지를 잔치용으로 잡았다는 옛날처럼 내가 직접 소를 잡아 (도축) 내놓지 않는 이상 당일 도축이라는 이름으로 오늘 잡은 고기를 식당에서 먹는 건 절대 불가능. 도축장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잡으면 불법이기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축산물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 중 하나가 월요일에는 마장동에서도 직원들이 가게 앞에 나와 담배나 피고 스마트폰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 고기가 들어오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해 쉬는 풍경이 축산 시장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고기 물량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소비자들이 외면해서가 아니라 도축한 고기는 다음 날 출고하는 것이 보통이라 전일 도축, 다음 날 등급 판정 후 경매가 일반적인 일정이 된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금요일. 금요일 잡은 도축 고기는 토요일에 출고가 불가능하다, 주 5일 근무제를 하는 공무원 세계에서는 토요일 근무는 절대 불가능, 등급을 매기는 품질평가사들도 준공무원이기 때문에 공무원 체계에 맞춰 토요일과 일요일은 절대 근무를 하지 않는다.

재난과 비상사태도 아니기 때문에 주야는 물론 특근도 할 이유가 없다. 결국 금요일 도축한 고기는 토요일에 대기, 일요일에 대기 후 월요일 평가사들이 출근해야 비로소 등급을 받고 경매 시장에 출하가 되는데 금요일 도축했기 때문에 월요일 받아 온 고기는 이미 4일 차 고기가 되어 버린다. 결국 주말에는 등급 받는 고기가 아예 출하되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에 주말에 파는 고기는 당일 도축된 고기라는 말로 파는 것이 완전 불가능하다. 금요일 도축한 고기는 월요일에야 가장 빨리 나가기 때문에 주말에 파는 진열된 고기는 최소 목요일에 도축한 고기라는 뜻이 된다. 금요일 도축된 고기는 도축장에 그대로 보관되게 된다. 그래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 도축 날짜를 따지는 사람은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에만 고기를 사는 사람도 있다. 화요일은 금/토/일에 보관된 고기들이 월요일에 집행이 되고 월요일에는 월요일에 입고 후 도축된 고기들이 있어 딜레이 되는 텀이 생기는데 그만큼 신선도가 밀리기 때문에 안전빵 개념으로 월요일 도축까지 제치고 화요일 도축한 걸 가정해 수/목/금 3일에만 출고된 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생고기의 유통은 냉장 상태와 냉동 상태에 따라 최대 20일까지 보기도 하는데 (숙성이 아닌 생고기) 신선도만 따진다면 최대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신선 도축이 3일 차부터이기 때문에 3일에서 7일(일주일) 이내 도축된 고기를 사는 경우가 가장 많다. 2주가 14일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들이 직접 고기를 사 먹는다면 3~7일 이내 도축한 고기를 사는 것이 가장 좋고 식당에서 파는 고기라면 도축 날짜를 알 수 없어 주인장을 말을 믿는 게 전부인데 당일 도축이 절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일 도축이라고 대놓고 파는 집이라면 시작부터 거짓말을 한 셈이니 믿고 거르는 것이 한결 낫다. 그 식당에 토요일이나 일요일 가서 오늘도 당일 도축입니까? 물어봤는데 "네"라고 하고 그걸 또 믿고 먹는다면 정말 당신은 호구되는 거다. (주말에는 도축장이 일을 안 해요)

물론 최근에는 축산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 일부 도축장에서는 토요일까지 도축이 실시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고 다른 지역은 여전히 금요일까지 도축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일반 소매점에서는 그런 고기를 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 마트나 백화점, 대형 식당이나 대형 정육식당이라면 몰라도.

인천 가좌축산시장에 들어가면 좌측에 가게들이 우측에는 담이 있다가 가게가 뒤에 가야 나오는데 그 블럭을 바로 끼고 돌아가면 이렇게 도축장 정문이 나온다 (위), 오른쪽 파란 천막 온도 측정소 바로 위 간판을 보면 "삼성식품주식회사" 문구가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아래는 도살장의 측면, 흔히 아는 가좌축산시장의 정문 도살장 담장 반대쪽 담인데 여기는 소와 돼지들이 들어가는 입고장으로 여기로 들어간 소와 돼지는 "절대로 다시 살아서 돌아 나올 수 없다". 모든 소와 돼지는 아래 사진 속 입구로 들어가 위 사진 속 냉장 탑차에 실려 나오게 되어 있다. 

아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국 도축장 현황, 도축장 장소와 위치는 물론 도축 처리 능력을 알아볼 수 있다. 그냥 도축장 소재지와 처리 능력, 작업 요일만 보는 자료다. 인천의 경우 도축되는 한우는 생각보다 적었고 거세 소와 젖소, 육우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경매가를 보니 한우 > 육우 > 거세소 > 젖소 순으로 가격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다른 자료) 육우와 거세 소는 가격 차이가 대등한 수준, 젖소는 하품이라 그런지 확실히 다른 소들에 비해 가격이 낮았다.

중도매인들이 경매로 낙찰받은 고기를 주로 어디에 쓰나 찾아봤더니 50% 이상이 대형 육가공 업체, 프랜차이즈 식당 등 대량으로 납품하는 곳에 먼저 고기를 파는 것으로 보였다. 언제 사갈지 모르는 소매보다는 항상 매일 일정 이상 규모로 사가는 고정 납품처에 고기를 판매하는 것이 중도매인에게도 유리할 수밖에 없어 상당량은 항상 그런 대형 유통 업체로 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젖소 도축량이 꽤 많아 이건 정육점에서도 사람들이 잘 안 사 먹는데 속여서 파나 찾아보니 어이쿠.. 급식용으로 대부분 보내지고 있었다. 이래서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 고기, 군대에서 나오는 급식 고기가 껌이었나 싶다.

돼지는 대부분 국산이고 한돈으로 출고가 되는 것 같은데 소고기는 한우 < 육우 < 거세 소 < 젖소 순으로 가격과 비중이 서로 정반대였다. 젖소를 가장 많이 잡고 거세소가 그 다음, 육우 다음 한우였다. 물론 이건 지역마다 다르고 지역에 위치한 도축장 상황에 따라 다른데 확실히 소고기로 유명한 지역 일부 도축장은 한우가 압도적으로 많거나 젖소, 거세소 육우를 합친 것보다 한우 도축량이 많을 정도로 한우만 거의 도축하는 작업장도 꽤 있었다. 사육 농가가 주로 한우를 키우는 곳들은 거의 지역이 몰려 있는 것 같은데 도심권에 있는 도축장은 젖소 도축량이 많았고 소고기로 유명한 도축장 지방은 한우 도축량이 많은 걸로 보아 소비 형태보다는 사육 농장의 위치 때문에 아무래도 영향을 더 주지 않은가 싶다.

젖소 도축량이 많은 도축장은 급식 업체와 육가공 업체와 연계된 중도매인이 많다는 뜻이고 한우 도축량이 많은 도축장은 일반 소비자들이 찾는 도소매나 대형 전문 식당에 납품하는 중도매인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에서 파는 "한우"는 모두 삼성식품에서 출고된 한우들이 대부분이다. 한우 도축량이 많은 편은 아닌데 예나 지금이나 마장동처럼 몰려 와서 사는 곳은 아니기에 매일 도축한 한우 갖고도 충분히 커버가 되는 것 같았다.

가좌동 진주 아파트와 십정동 포스코 더샾 아파트 (건설 중) 중간에 위치해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십정경기장이 생기고 나서 상당히 입지가 개선되었는데 경기장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 인천아시안게임 십정경기장을 찾게 되면 가좌축산물시장은 무조건 접하게 된다. 축산물 시장과 도살장이 위치한 곳이 여전히 공단 지역이고 주안공단 전체가 이전하지 않는 이상 여긴 개발할 상황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가좌축산물시장, 혹은 십정동 도살장이라 불렸던 이곳은 향후에도 계속 운영되고 보전되지 않을까 싶다. 잘 키운다면 마장동 못지않은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조건이 일단 최상이다.

단, 여기를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로변에 있는 대형 정육점을 빼면 정작 시장 안 쪽은 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시장 가운데 사거리까지 가면 정말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는 난감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 원래 시작 자체가 도매업자들이 일반 개인이 아닌 식당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가게가 많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각종 부산물 냄새는 물론이고 길거리 바닥 위생 상태, 가게들의 모습이 마장동의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시장 개척 사업으로 개선할 필요가 상당히 있는데 일단 공장과 도축장들이 함께 있는 상태에서 안 쪽은 도매 위주고 바깥쪽만 소매 위주로 하기에 안 쪽 시장 상황은 일반 소비자가 찾기엔 여전히 무리수가 있다. 일단 시장을 전문 특화 시장, 축산물 전문 시장으로 키울 생각이라면 최소한 마장동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정도로 가게 외부와 길바닥 정리부터 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도심 한 복판에 공단이 있어 국제도시를 여럿 보유한 인천 이미지와 안 맞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인천이 공업도시인 이유도 남동공단과 함께 주안공단이 큰 역할을 하기에 이건 옮기고 자시고 할 문제는 아니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가 주택 개발보다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니 당연히 기업이 들어와 있어야 하는 것이 도시로서는 최우선이다. 십정동 도살장은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이지만 이제는 옛말이고 그 건너편 주택가에는 지도 중앙을 보면 알겠지만 아주 큰 녹색 지대의 대형 공원이 들어서면서 구역을 거주지와 확실히 구분하게 되었고 사거리 주변에 포스코 더샾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동네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만큼 이제는 가좌축산물시장으로 부를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천엽, 생간, 사골, 도가니, 투플 소고기와 비싸게 받는 특수부위 고기를 살 거라면 어느 정도는 추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서 사골을 많이 사는 편인데 몇 십만원어치 사서 선물하기도 하고 직접 해서 먹기도 한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일부는 사골까지 직접 고와서 파는 곳도 있다. PT병에 담아 파는데 가게 안에서 사골을 직접 끓인다. 마트에 가면 사골이라 해서 레트로 식품들이 있는데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그건 다 사골 엑기스로 사골 분말 가루에 물 탄 것이 전부다. 그건 사골 국물맛이지 사골 국물은 아니다. 사골을 사다가 먹고 싶다면 국만 따로 살 수 있으니 그것도 노려 볼 만하다. 다만 직접 해서 먹는 것과 사다 먹는 건 역시 차이가 있어 기왕이면 사골 정도는 직접 사다 끓이는 게 낫다고 본다. 돼지 부산물이 은근 주특기라 소곱창은 몰라도 돼지곱창 살 거라면 발품 파는 만큼 소득이 있을 것이다. 원래 가좌축산물시장은 소보다 돼지 도축량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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