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실적보다 이벤트가 우선한다
주식시장에서 단기투자, 즉 단타는 이슈를 먹고 산다. 기업의 미래와 발전성보다는 향후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며 실적이나 매출보다는 기업 이미지나 기업 분위기에 따라 투자 대상으로서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짙다. 알맹이는 필요 없고 내부, 외부에서 벌어지는 대내외적 사건 사고와 이목이 집중될 만한 이벤트 발생 여부에 따라 실적이 우수한 회사보다 기업 가치를 더 부여받거나 기업 가치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대부분 이런 이슈를 먹고사는 단타 종목들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스타트업이나 바이오벤처 등이 대부분이다. 기업 규모면에서나 이슈몰이감 부분에서나 실적보다는 이벤트성 핫이슈가 더 많이 생성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환경 때문인데 그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단타는 중대형 종목 이상보다는 중소형 이하의 종목에서 발생하는 편이다. 일단 몸이 가볍고 움직임이 빠르면서 이벤트에 의한 대응이 빠른 것도 중소형 이슈주가 활개 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가끔 중형 이상, 혹은 대형, 초대형의 기업이 이슈를 몰고 다니면서 단타 대상으로 주목받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통상적으로 몸이 무거운 주식은 잘 움직이지 못하고 설령 움직인다고 해도 그 폭이 제한적이기 마련인데 가끔 중대형 이상 초대형의 경우에도 발생되는 이벤트(사건/사고) 여부에 따라 움직임이 민첩해지거나 중소형주 못지않은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곤 한다.
투자 이벤트의 최고 재료는 기업 승계
지인 중에 롯데그룹에 일찍이 투자를 한 사람이 있다. 상장된 롯데그룹주 전반에 대해 골고루 분산투자를 한 경우인데 유독 롯데그룹주에만 투자를 하고 있었다. 롯데그룹의 상장사가 대부분 알짜이고 그나마 선방하는 편이라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입을 하고 있었는데 이유를 묻자 신격호 회장님의 나이 때문이라 했다. 100세를 넘보는 90대 고령의 신격호 회장이 언젠가는 롯데그룹 전체를 2세에게 완전히 넘겨줄 텐데 아직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불협화음(?)이나 승계 구도에 따른 그룹 재편(분할)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바로 이 사람의 투자 근거이자 종목 선정 이유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투자의 실체가 될 수 있나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의 앞이 아닌 한발 뒤의 상황을 보고 투자를 하고 있었다. 승계에 따른 자식들 간의 분쟁은 기업 입장에서는 악재가 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분 싸움을 의미하는 것이라 배당이 아닌 시세를 보고 들어간 경우라면 이것보다 좋은 이벤트는 따로 없는 것이다. 또한 승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건 그에 따른 세금 문제와 상속세 납부 문제가 생긴다. 작은 기업을 물려주면 자녀는 그만큼 적은 돈을 세금으로 내지만 기업이 크면 클수록 그에 따른 세금 부분도 커지기 때문에 승계가 완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면 기업의 성장성에 의외로 지장을 준다. 아버지의 기업이 크기보다는 자식의 기업이 되었을 때 기업이 크다면 상속세에 따른 문제는 해결되기 때문에 기업이 자녀에게 넘어가기 전까지는 기업 성장을 의도적으로 멈추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악재와 호재가 모두 동시 존재하면서 그 악재(지분싸움)에 따른 시세몰이가 클 수밖에 없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그게 악재지만 투자자, 특히 단기 투자자인 단타 입장에서는 그마저도 강한 호재가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 사실 남는 건 악재와 호재의 동시 존재가 아닌 호재와 강한 호재의 쌍둥이 호재인 경우가 더 많다. 설령 그게 없거나 미약하더라도 지분이 정리되고 자녀에게 기업 승계가 마무리되면 기업 성장에 엔진을 새로 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기업 자체가 이전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건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모 아니면 도가 아닌 뭘 해도 남는 장사가 되는 것이 이런 기업 승계 관련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 LG그룹의 구광모 회장 사례를 보더라도 승계가 마무리되고 난 뒤 성장 속도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보면 그 이전과 이 후가 완전 딴 세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전까지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향했다면 이후에는 꽤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으로 기업(그룹) 성장 속도를 완전히 바꾸게 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기업 가치와 실적도 바뀌게 되면서 시세에 강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결국 지분 싸움이 없더라도 승계와 관련한 이벤트건이 있다면 노려볼 만한 것은 분명해진다. 그렇기에 결론부터 말하면 단타 투자에서 이슈성 이벤트 중 최고의 재료는 특허나 신기술 개발이 아닌 기업 승계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물론 기업 가치의 재평가, 기업의 성장과 미래 발전에 대한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담길 수밖에 없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유일하게 승계 마무리가 되지 않은 그룹
그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그룹 기업들은 기업 승계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을까. 지금 시점에서는 1세대 창업자에서 2세대 후대 경영이 안착되고 3세는 물론 4세 경영까지 나간 상태라 대부분의 기업들인 자녀 승계 문제를 마무리한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승계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 말은 투자자 입장에서의 단기투자 목적에서의 승계 이벤트가 아직 남은 기업(그룹)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재계 서열, 재계 순위를 보면 오너가 없는 공기업성 그룹을(포스코, KT 등) 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롯데,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한진 등이 우리나라 10대 재벌, 10대 그룹이라 할 수 있는데 이중 유일하게 자녀 승계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건 한화와 현중(현대중공업 그룹)이다. 삼성은 이재용, LG는 구광모로 마무리가 되었고 SK는 최태원 회장이 승계 상황과 거리가 먼 일찍 승계가 된 상황이고 현대차도 정의선 체제로, 롯데도 신동빈 체제로 마무리, 신세계와 CJ, GS도 끝난 상황이고 최근에는 한진도 2세 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삼 남매의 싸움에서 오빠가 승리하며 정리가 된 상태인데 그중 종합그룹 형태인 한화만이 유일하게 3세 승계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현대중공업그룹이나 한화그룹 역시 3세에게 일정 승계가 진행되고 정리되고 있기는 하다.
빨라진 현대重 경영권 승계… 정기선 남은 과제는 지분 확보 (2021)
경영승계 막전막후 현대중공업그룹, 3세 정기선 체제 성큼 (2022)
문제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확실한 승계 구도와 시기 조절이 거의 확정)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아직 견고하게 회장으로 있으면서 자식들에게 지분과 승계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인데 일정 부분 장남과 차남, 삼남에게 지분을 넘기고 그룹 경영권에 대한 정리를 시작하기는 했으나 추세나 상황을 보면 그것의 속도가 아직은 꽤 더디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대교체를 실시하고 준비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그게 아직까지는 자녀들의 그룹 지배력이 약한 까닭에 속도가 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한화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한화생명 등 금융 자회사를 계열 분리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중간금융지주를 도입하면 일정 해소가 되나 불확실한 상황이 여전하기 때문에 좀처럼 속도를 낼 수 없는데 가장 깔끔한 시나리오는 차남에게 금융을 계열을 나누어주고 한화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삼남에게는 리조트와 레저를, 장남은 나머지 모두를 독식하는 것.
한화는 에이치솔루션이라는 회사를 한화에너지에 역합병 했다. 에이치솔루션이라는 회사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전량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장남이 지분 절반을, 나머지는 두 동생이 나눠 갖고 있던 개인 회사다. 이에 한화에너지는 세 아들의 소유가 되었다. 이후 배당에 인색하던 한화에너지는 중간배당까지 실시하며 연 2차례 배당을 실시했다. 몇 년간 없었던 중간배당이 다시 부활했고 결산배당은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었다. 전량 지분을 갖고 있는 자녀들 입장에서는 이 배당금이 고스란히 자녀 몫이 되는데 실탄을 마련해 승계 작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은 승계 작업의 신호탄인 셈이다.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 세 자녀가 받은 한 해 배당금만 1천억 원대
현재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 역할을 하는 한화(주)지분을 사모으면서 2대 주주 자리에 오른 상태다. 승계 시나리오를 예상해보면 앞으로 그룹 지주 역할을 하는 한화 지분을 꾸준히 사모아야 하는데 직접 사모으기보다는 한화를 지배할 수 있는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간접적으로 사모으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한화의 주가는 향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는 1년 전 3만 5천 원을 고점으로 현재는 2만 5천 원대로 약 30% 떨어진 상황인데 지분을 쌓고 모을 때는 값이 싸야 하기 때문에 한화 주식이 높으면 자녀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녀 승계 문제가 확실히 정리되기 전까지는 모회사 주식이 대체로 약세를 보이는데 투자자가 아닌 오너 자녀 역시 주식을 사야 지분을 모으니 주식이 싸야 더 많이 더 싸게 살 수 있어 이 또한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롯데를 투자했던 지인 역시 그런 점 때문에 쌀 때 많이 모아둔 케이스
참고로 롯데에 투자했던 그 지인은 신격호 회장이 타계한 시점에서 큰 폭의 상승 마진을 남겼고 (회장이 사망하고 롯데지주 주가는 붕 날랐다) 이전에 두 형제의 난에서도 재미를 보았다. 현재는 일정 부분 매도를 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최근 롯데도 삼성과 SK처럼 (삼성바이오, SK바이오) 바이오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해 일부는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롯데는 실제로 롯데바이오라는 이름으로 바이오 사업에 새로 진출했다)
현재까지 창업주나 2세 경영자가 있는 재벌 중 회장이 건재하고 여전히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건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다른 재벌은 모두 2진으로 물러났거나 명예회장으로 머물면서 3세, 혹은 4세에게 완전히 대물림을 해주었다. 반면 한화는 아직 김승연 회장 체제다. 이벤트가 남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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