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 협상후보자 공식 선정이 발표가 되었다. 내 예상대로 HDC가 승기를 잡으며 애경과 큰 경쟁 없이 단독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로 부각되면서 사실상 구주 협의만 별 문제 없이 완료되면 연말에는 금호아시아나항공이 아닌 HDC아시아나항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수 주체를 두고 일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부정적 요소가 있었지만 대체로 여론과 시장 반응은 이번 딜이 아시아나항공도 살고 HDC현대산업개발에게도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엄밀히 따지면 이건 누가 사도 승자의 저주라는 표현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삼성이 사도 똑같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승자의 저주는 대형 매물의 인수에서 상투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표현이라 봐야 한다)
나 역시 지난 글에서 이들의 만남을 굉장히 좋은 관계로 예상을 했다. 사람들은 엉뚱하게 SK나 다른 재벌 대기업을 가장 좋은 파트너로 먼저 뽑았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시너지를 가지고 깊게 파고 들어가야지 뜬 구름 잡듯이 추상적으로 접근하는 건 주식투자에서 결코 좋은 분석이 될 수 없다. 실상 주식 투자자들 반응을 보면 그냥 SK가 잘 나가고 큰 기업이니 인수를 하면 좋다는 것이지 왜 SK와 아시아나에게 정말로 득이 되고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근거 제시는 없다. 거론이 되었던 다른 재벌들도 마찬가지, 그들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하는 이유를 제3자 입장에서도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막상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건 보면 단지 대기업 참여라는 희망사항을 가지고 분위기를 잡아 호재로만 접근했을 뿐, 실제 그 기업 입장에서 TF팀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분석하는 사람은 드물다.
주식투자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을 보면 그들도 분명 주주이고 예비주주인데 쏟아내는 인수자 썰들을 보면 결국 주가에는 (주가에만) 도움이 될지 모르나 실제 아시아나항공에 도움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시너지를 가지고 들먹일 때가 많았다. 주가라는 건 실제 아시아나항공이 잘 되고 승승장구를 하면 오르게 되어 있고 실체가 먼저 확실한 실적이나 구조조정 효과, 또는 그것이 기정사실화 될 수 있는 철저한 계획의 실행 구도를 보여야 시세 반영이 되는 것이 정상인데 설레발 치는 사람들의 분석을 보면 하나 같이 아시아나항공 회사 실체에 도움이 되는 건 별로 없고 그냥 주가에만 작용하는 호재, 그 재료 자체에 꽂혀 인수자를 고르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을 재벌 A사가 인수하면 캐시카우 항공사라 A사에게 개이득이 되니 A사도 좋고 A 후원 덕에 아시아나항공도 이득이 된다는 아주 초단순한 결론이 항상 도출 것이다. 정말 근본도 없는 논리.
재벌 A사가 왜 인수를 꼭, 반드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 또는 충분히 인수 가치가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면 몰라도 그런 논리 보다는 투심에 잡혀 수급 재료 찾기에만 바쁜 것이 현실이다. 애초에 주식 투자자가 주가를 예측한다는 건 그 종목에 어떤 이슈와 재료가 있어 그걸 보고 판단한다는 것인데 주식 종목의 매각 인수 매물 거래 역시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뿌려진 자료를 찾아 보고 예측을 제대로 못 했다면 주가 예측 능력도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다른 경우와 달리 답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이 딜에서 매각 인수 주체를 선별해 골라 보는 안목이 없다면 주가 예측 안목도 그렇게 높다고 하기 어렵다. 자신조차 확실한 납득이 되어야 하는데 무논리로 SK에만 꽂혀 희망사항 주식 투자를 했던 투자자라면 아시아나항공으로 주식해 돈을 번다는 건 정말 운빨이고 마이너스 수익률에 되려 손절 당할 확률이 8할 이상이라 봐야 한다.
스스로의 분석력이 다소 미약하더라도 공개된 자료와 실질적으로 연결되는 사업 구조를 면밀히 본 뒤 최소한 뉴스라도 며칠간 꼼꼼히 보았다면 누가 가장 유리하고 누가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알 수 있는데 누가 들어 왔으면 좋겠다라는 풍문이 어느 순간 소문이 그러하듯 번질 때는 희망이 신념이 되면서 누가 들어왔더라로 변질 된다. 결국 이런 초간단 재료 논리로 항상 접근을 하게 되니 막판에 투심에 흔들려 이득을 보기 보다는 손절 할 때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 투기 심리는 결국 욕심을 부리고 잘못된 베팅을 하게 되어 단기적 손실로 이어질 뿐이다. 그래서 개미는 영락없이 개미다. (물론 그 와중에도 현명한 일개미들도 분명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주라는 건 지분 차이일 뿐, 주인이라는 공동의식은 같을 수 밖에 없는데 이걸 주인의식을 갖고 보느냐 투기판의 소로 보느냐 차이가 본질을 꿰뚫고 보냐 헛다리 짚냐로 나뉘게 된다. 가치투자나 장기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현명한 판단을 했을 확률이 높고 단기 매매, 단타 입장으로 단순하게 바라 봤다면 그 때 그 때의 시황에 따라 대응하느라 제대로 수익 내기가 어려웠을텐데 사실 아시아나항공은 수 많은 변수가 얽힌 사례이기 때문에 전체가 움직이는 상황을 인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 단타로 하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걸 알면서도 매각 이슈에 환장이 되어 불나방이 된 개미들이 꽤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투 내지 분할 매수 스윙으로 접근해야지 분할 접근이 아니면 웬만한 고수라도 쉽게 이득 내기 어렵다. 이유는 따로 충분히 설명하겠다.
웬만한 10대 재벌은 다 거론이 되니 시너지만 갖고 따진다면 혹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재벌 그룹 다수가 문어발식 확장 운영을 하고 많은 계열사를 갖고 있기에 항공사라는 산업 특성상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시너지를 만들 수 있기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억지이고 추상적일 뿐, 확실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은 무엇보다 확실한 한 방이 있어야 하고 그 한 방은 구체화되고 실체화 된 사업 연계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확실하고 구체화 할 수 있는 시너지 항목을 따져 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점에 있어서 거론된 기업 중 가장 큰 시너지는 역시 HDC, 인수 실체가 그나마 드러난 회사 중 가장 확실한 시너지를 갖고 있기도 했지만 설령 막판에 재벌이 입찰 참가를 한다고 해도 기존 재벌 계열 회사 중 확실한 시너지를 갖고 있는 건 소수였기 때문에 호텔신라와 CJ가 아니면 다른 어떤 재벌이 들어와도 쟁쟁한 대결을 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HDC의 시너지는 너무나 명확하게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지난 글을 안 봤던 사람에게는 지난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찾기 1부를 먼저 보고 이 글을 보길 바란다. 전체적인 밑그림을 알면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래 링크)
[금융/증권투자] -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 매각 입찰 결과 최종 낙찰 예상도
시너지 부분에서 일반 사람들은 만약 애경과 HDC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경우 애경에 표를 던질 확률이 높다. 항공사가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이 아무래도 인수하는 쪽이나 인수 당하는 쪽이나 서로에게 도움이 될 항목들이 많고 사업 특성을 서로 잘 이해하는 건 물론 경영 간섭에 대한 오너의 생각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상황만 보더라도 사업을 잘 아는 사람이 인수하는 모양새가 되지 (항공) 사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서 애경이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볼 일반인이 많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생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애경(제주항공)의 경우 본인들 스스로 내세운 장점 자체가 항공사를 이미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인데 (내가 애를 이미 키워봐서 잘 알아, 나에게 입양 보내~) 물론 그 선상에서 놓고 보면 꽤 매력적인 인수 주체인 건 맞으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금 상황에서 애경의 도움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살아 난다는 보장을 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이 경우는 50% 확률로 승자의 저주에 걸릴 확률이라 애경에게도 확실한 리스크가 되는 딜이다.
금호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금호그룹이 어느 정도 와해 되면서 금호그룹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시아나항공 단일 회사가 된 상황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아시아나항공만 봤을 때의 상황이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등)까지 포함하게 되면 금호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입지는 70%가 넘는다. 그래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인해 금호그룹은 대기업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고 준재벌에서도 완전 밀려나 중견회사들로 훅 떨어진다. 생각의 차이겠지만 이 말은 곧 아시아나를 품게 되는 쪽이 금호그룹을 거의 인수하는 것과 비슷한 규모가 될 수 있고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 자체가 금호그룹 절반 이상을 인수하는 꼴이라 굉장히 부담이 될 수 있는 건 당연지사. 시장과 언론이 애경의 인수시 승자의 저주에 무조건 한 표를 던진 이유이고 HDC가 우선협상자로 결정 되면서 애경(제주항공)이 밀리자 정작 애경그룹 주가가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애경의 입장에서는 욕심을 충분히 낼 만한 상황이고 다시는 오기 힘든 딜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무리수를 둘 수는 있지만 매도하는 쪽 입장에서는 정부를 포함해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걸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확실한 승부처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애경은 우선 순위가 될 수 없다. 내가 애경 회장이어도 이번 딜에는 무조건 참가하는 방향으로 잡았겠지만 한 편으로는 그룹 전체의 명줄을 잡는 아주 큰 딜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의 기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 애경그룹 전체가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도 맞지만 반대로 애경그룹 전체가 금호그룹과 마찬가지로 추락할 수 있는 확률도 높은 상황이라 아주 좋은 매수자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더군다나 애경은 입찰 계획 자체에서 이미 인수 자금 중 상당수가 외부 자본이기 때문에 자기 자본보다 많은 빚을 지고 사는 셈이라 아시아나항공은 계속적인 대형 자금 유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애경의 인수 자금이 꾸준히 투입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실성도 역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과 인수 본질은 아시아나항공 그 자체다.
이 딜은 아시아나항공을 잘 팔았고 (매도 입장) 새 주인도 잘 샀고가 (매수 입장) 입찰 결정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매수자가 (재벌) 누구이고 누가 데려 갈지만 따지지만 이 딜은 매수자의 능력 말고 매물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의 입장도 면밀히 살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에서 바라 봐야 하는 구석이 훨씬 더 많다. 매도자(금호)와 매수자(HDC)의 이해득실을 보고 딜을 실행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매물 자체가 누구에게 갔을 때 얼마나 잘 살아날 수 있고 잘 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집 안의 아이를 데리고 나와 다른 좋은 보호자에게 입양을 보내려 하는데 데리고 가겠다는 매수자(보호자)의 능력과 자질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말로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울 "의지", 사명감을 갖고 있느냐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왜 그런 것이 중요하냐면 승자의 저주라는 것이 기업이나 사회나 그런 것 없이 의지는 없고 단지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데리고 가거나 또는 "돈"이 된다는 이유, 아이가 "돈"이 된다는 목적 하나로 데리고 가서 간 쓸개 빼 먹다가 다시 뱉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물 자체가 매력이 없고 우리 사회에 큰 역할과 기여를 하지 않는 일반 매물이었다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족하는 딜로만 성사를 시켜도 문제가 없다. 다시 키워 줄 양육자를 찾기만 하면 된다. 금호가 먹고 뱉었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도 그렇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매물 입장에서 새 주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 사는 쪽과 팔려는 쪽의 입장만 따지고 들다 보니 결국 다시 내던지고 다시 주인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명분은 두 회사도 사는 길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냥 사겠다는 인수자만 있으면 살 능력 보고 그냥 판 것이다. (그게 빚이든 말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팔려는 것에만 급급했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이 잘 성장할지에 대한 건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애초에 팔 때 충분히 데리고 키우면서 성장할 것이라 딜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 했으면 인수한 재벌이나 그룹이 일시적으로 어려워도 다시 매물로 나오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인수하는 쪽 상황을 완전 이해하지 않고 인수 계획만 믿고 입양 보냈다가 결국 잘 키우지도 못할 거 결국 다시 매물이 되어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대한통운은 이제라도 제대로 주인을 만나 (CJ) 그나마 잘 풀렸지만 승자의 저주는 결국 능력 이상의 과욕, 욕심이 과했다는 뜻이다.
입양을 중재하는 중간 역할자가 아이가 일단 어느 곳이라도 다시 정착할 수 있다는 것에만 포커스를 두었다면 아이를 데리고 가겠다는 사람의 능력만 보고 아이를 보내는 것에 찬성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 매물(아이)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국적 항공사 지위) 또 앞으로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할 것이라 예상이 된다면 입양 보낼 때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의욕 있는 부모에게 보내는 것이 아무래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데리고 갈 사람의 능력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와 새 부모가 될 사람의 매치 포인트를 더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승자의 저주로 나온 매물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매물이 새로 나오면 이번에는 조금 더 확실히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딜의 경우는 매수자가 재력가고 능력자니 알아서 잘 키우겠지라고 단정 짓고 데리고 갈 조건만 되면 무조건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가족처럼(패밀리) 키울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만 아이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데리고 가서 잘 키우겠다고 하는 건 데리고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통적으로 내 뱉는 뻔한 말이다. 다만 단순히 기른다는 입장으로 데리고 가면 그건 그냥 단순한 양육이 될 수 밖에 없다,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의식주만 해결해 주면 그게 최고이고 그게 전부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잠재된 능력이 충분히 있고 또 알아서 척척 자기 몫을 다 하는 친구라면 부모의 역할 범위는 달라져야 하고 달라야 한다. 지금은 아이가 좀 힘들어도 새 가족과 만나 다시 자리를 잡게 되면서 씩씩하고 용감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면야 단순히 양육만 제공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 이번 딜에서의 매수자 "의지"와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 딜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금호 살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살리기가 진짜 명분이기 때문이다. 금호에게 돈이 가는 구주 협상은 더 깍으려 하고 아시아나항공에 돈이 가는 신주는 더 높이려 한 것도 그런 이유.
구주 협상 과정을 보면 애경과 현대산업개발은 정작 큰 차이가 없고 막상 크게 벌어진 계기는 신주 협상과 발행인데 이 자체가 아시아나항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봤다는 뜻이 되기에 결국 이번 딜의 최종 승부는 매수자들의 이익 보다는 매수하려는 매도자의 물건, 매물 그 자체에 얼마나 더 도움이 되는지를 봤는지가 입찰 결과를 결정짓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양보훈교"
내가 가끔 쓰는 말안데 5가지 육이 있다. 양육, 보육, 훈육, 교육은 하나의 셋트다. 그리고 이 순서가 잘 지켜져야 한다. 물론 훈육은 그 와중에도 가장 중요하게 따져 수시로 적용되어야 한다. 인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4개의 육이 적재적소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게 바로 부모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 양육만 포인트를 잡아 매매 딜을 성사 시키려 했다면 애경에게도 충분한 가산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글에서도 (1탄) 밝혔듯이 아시아나항공 자체의 문제는 항공사 운영이나 경영 부실이 원인이 아니다. 부모가 양육을 못 해서 사단이 난 경우가 아니라는 뜻이다. 양육은 되었으나 후속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서다. 지금 필요한 건 그 양육 개념이 아닌 다른 것들이다. 단지 키우는 것 이상의 보육과 훈육, 교육이 필요한 경우인데 잘 클 수 있도록 케어가 되어야 하지만 그런 것이 잘 되지 않았다.
금호가 지배주주이고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이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부채 같은 위험 리스크 재무 상황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 해줘야 하고 (보호 개념/리스크 관리) 올 바르게 성장하고 클 수 있게 지도해야 하며 (경영계획/훈육개념), 경쟁사와 항공업 특수성에 맞게 적절한 대응을 (내재가치투자/교육개념) 실행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속내를 보면 외형적 양육(양성)은 되었으나 양육 효과로 덩치만 컸지 내실은 전혀 없는 부실 전 단계 상황과 다름이 없다. 그나마 자립성이 높아 버틸 여지는 많으나 정확히 자기 스스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치명점을 갖고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 했다가는 국내 대표 대형 항공사임에도 작은 바람에도 쉽게 무너지는 약골이 될 수 있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의 현 상황인 것.
가정에서도 양육에 비해 보육과 교육으로 넘어가면 돈이 훨씬 더 많이 들고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부분까지 새 부모, 새 주인이 해줄 수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서는 이 딜을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없게 된다. 그 보육과 훈육, 교육에는 단지 서비스가 투입되는 것만 따져서도 안되고 적절히 잘 실행되고 무리가 없는지를 수시 체크해야 하는데 양육과 별개로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에게 최상의 피아노 과외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컴퓨터를 잘 하는 아이에게 좋은 선생님을 연계해 가르쳐 주도록 해 줄 수 있는지 등의 부가적인 실천 의지 역시 중요하게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경우라 할 수 있다. 잘 키우되 어떻게 잘 키우겠냐는 것이 바로 입찰의 관건이었던 셈
5가지 육이라 했지만 "양보훈교" 하나가 빠졌는데 그건 바로 "사육" 내가 가끔 주변 지인들과 자식 관련 대화를 할 때 당신이 지금 자녀에게 하는 건 "양육/보육이 아니라 사육 방식이야"라고 던질 때가 있다. 키운다는 입장이 동물을 키우는 것과 사람을 키우는 것이 개념에 따라 별 차이가 없을 수가 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주면 사육도 양육이 될 수 있다. 단지 사람들은 동물에만 그런 용어를 쓰고 사람에게는 양육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착각하지만 말이다. 승자의 저주에서 다시 매물로 나온 회사들은 팔려 갈 때와 다시 뱉어질 때 "사육"과 다름이 없다. 사육 개념으로 데리고 갔고 사육 논리에 밀려 다시 나온다. 진짜 가족이고 패밀리라면 시장에 매물로 못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나왔다는 건 다른 형제(범계열사)와 결국 패밀리로 엮이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언제라도 던질 수 있는 회사가 따로 있고 끝가지 가지고 가는 회사가 따로 있다는 건 결국 사육되는 계열과 양육되는 계열이 따로 있다는 말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는 다시 버림 받지 않을 제대로 된 인수자를 찾는 것이 관건이 된다. 잘 키움과 동시에 인수자 쪽에서도 발판을 삼을 수 있는 상황, 결국 이것은 인수자를 볼 때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당위성, 해당 매물(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인수 "의지"가 얼마나 크고 확실한지를 따져야 하는데 이미 그 부분은 예비 입찰에서 바로 선전포고를 했던 애경과 현대산업개발이 확실히 보여 주었기 때문에 사실 다른 기업들이 눈치 작전을 벌이고 시간 끌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두 회사를 뺀 나머지 입찰자들은 내 기준에서 당위성과 신뢰성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초반에 일찍 아이의 성장성과 발전성을 보고 예비 단계에서 뛰어 든 두 회사와 달리 아이를 보고 데리고 갈지 말지를 압박용으로 끝까지 계산기 두드리며 눈치 작전을 벌였다는 건 의지와 당위성은 후순위가 되었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진짜 데리고 갈 의지가 있고 잘 키울 자신이 있었다면 예비 입찰에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고 다른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선전포고를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결국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보면 예비 입찰, 본 입찰 이전이어도 인수자 찾기는 더 쉬워진다. 애경과 현대산업개발 두 회사만 갖고 따지는 경우 양육 관점에서는 두 회사 모두 충분 조건, 실상 어떤 회사가 들어오든 아시아나항공을 가지고 가겠다고 할 정도면 양육 부분은 문제가 안된다고 봐야 하기에 그 항목은 정작 높은 점수가 될 수 없다. 애경은 내가 자식을 이미 키워봐서 잘 알고 (제주항공) 또 기존 자식들도 잘 커서 성장하고 있기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고 (양육 관점) 현대산업개발의 경우에는 자식이 없어 (항공사 경험) 양육 부분에서 가산점을 주기는 어려우나 정작 지금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건 양육 개념이 아닌 나머지 항목이기 때문에 그건 어차피 중요 승부처가 아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시간을 갖고 조금만 도와주고 케어해 주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육 당하지 않고 제대로 "정보훈교"를 받을 수 있는 가족을 만나야 하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이고 그걸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이다.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 신주로 매각 방식이 결정되었다는 것 자체가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살 수 있냐"의 능력이 입찰의 쟁점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을 "잘 키울 수 있냐"가 입찰의 쟁점인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면 돈이 정말로 많아야 하기 때문.
애경이 조금 더 자본이 튼튼하고 규모가 커서 외부 자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입찰에 참여 했다면 애경의 승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규모가 훨씬 작은 저비용 항공사이어도 항공사 운영 경험이 있고 저비용 업계에서는 1위를 달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너지 항목에서도 항공 노선과 운영에 기여할 부분이 많아 자본 투자에 대한 확실한 인식만 주었다면 애경이 오히려 HDC보다 유리했을 수도 있다.
시너지만 놓고 보면 분야는 달라도 충분히 견줄만 하고 아시아나항공 운영에 있어서는 오히려 가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애경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건 "돈", 자본금을 늘리고 부채를 줄여 줄 수 있는 기폭제, 머니붐, 돈 폭탄이 필요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애경은 자본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여력이 안된다면 경쟁이 되기 어렵다. 반대로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정작 항공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겹치는 비용은 줄인다 해도 규모의 경쟁이 아예 다른 상황이라 아시아나항공이 얻는 수혜는 정작 많다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수혜는 애경의 제주항공이 더 얻게 될지도.
한 발 더 나아가 항공서비스 수익 확장 역시 마찬가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시아나항공을 애경이 인수한다고 해서 항공 서비스 수익이 더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 고객이 갑자기 늘어날 이유가 없고 수익 체계가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항공 서비스 안에서 신규 수익 사업을 하더라도 기존의 아시아나항공에서 하는 것 수준일 것이고 그것은 재정 수급에 큰 도움이 될 수가 없어 아시아나항공은 수익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사실상 자체적으로 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는 건 없다. 자본 확충과 부채 비율 감소 등 재무제표의 그림은 인수 과정에서 예쁘게 변화가 되겠지만 외부 자본에만 의지하지 않고 그걸 다 갚고도 남을 만큼의 수익 구조가 더 만들어지거나 추가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수익 모델에 있어서도 매력 점수를 높이려면 오히려 동종 보다는 이종이 더 나을 수 있다.
그게 특히 기내 면세와 연계가 쉽고 항공 서비스 고객들을 그대로 연계할 수 있는 호텔/리조트/면세 사업이라면 말이다. (근데 그걸 하필 HDC가 다 가지고 있다) 최근 여행 어플, 예약 어플 광고를 보면 "호텔 예약과 항공 예약을 한 번에" 등으로 10개 회사면 10개 회사 모두 "항공 + 호텔" 예약으로 구성이 된다. 호텔 예약하는 사람은 항공 예약을 같이 하는 비율이 높다. 항공 예약을 하는 경우 호텔 예약을 병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항공 + 식당, 호텔 + 식당 예약은 별로 없어도 항공 예약에는 무조건 호텔 예약이 필수적으로 붙는다. 항공사 안에서 낼 수 있는 수익 모델 말고 항공사 밖의 시너지 사업 연계를 할 수 있는 것이 추가되어야 수익 모델을 더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종 업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애경과 아시아나의 시너지는 오히려 제한적이다. 애경의 입장이 아닌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 보면 자회사를 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외 제주항공 하나 더 생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지분 구조와 지배는 다른 상황이지만 제주항공이 LCC 저비용 항공사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두 저비용 항공사에서 세 저비용 항공사를 식구로 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아시아나항공을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LCC 업계 1위라 해도 제주항공이 추가된다 한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조삼모사. 신규 수익 모델을 내서 수익을 보전하기 보다는 기존의 수익 모델에서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을 낼 확률이 오히려 더 높다. 그마저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달라 큰 기대를 못한다.
반면 HDC는 파크하얏트호텔, 오크밸리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인 아이파크몰이 있고 신라면세점과 합작한 HDC신라면세점도 있다. 기내 사업에만 기댈 수 밖에 없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연계할 것이 많은 것이 특징, 항공사로서 호텔, 리조트, 면세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 수익 다변화 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HDC 입장에서도 항공과 연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항공 + 호텔 예약 어플처럼 공생 관계가 딱 좋은 것이 바로 이 사업 구조다. 정몽규 회장은 HDC그룹을 성장 시키는데 있어 인수 할 아시아나항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HDC 사업에도 아시아나항공이 도움이 크게 될 수 있고 역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사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걸 되새겨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라 결국 공생과 연계 구성만 잘 구성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아시아나항공 회생 작전은 시간 단축이 될 수 있다. HDC만 좋은 것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에게도 좋은 딜, 오히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 득이 더 많은 경우가 될 수 있다.
항공이 숙박과 유통과 만나면 그것만큼 좋은 시너지가 없는데 숙박과 유통 부분 역시 애경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위치와 규모를 가지고 있기에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성하고 짜느냐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하다, 앞서 1탄에서도 썼지만 면세점(면세사업)만 잘 맞물려 돌아가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신라면세점과의 연계만 잘 해도 사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득이 될 것이 훨씬 많아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우리 HDC에게 반드시 필요한 회사다. 꼭 인수해야 한다."
HDC 정몽규 회장이 입찰 준비 인수팀 실무자들에게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의지가 확실히 드러난 항목이라 할 수 있는데 짧은 문장 속에 "당위성"과 "필요 의지" "목적성"이 모두 들어가 있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SK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 관련한 의지, 철학에 대한 느낌과 비슷하다. 비록 많은 정성과 노력, 그리고 큰 돈이 들어가지만 아시아나항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간접적으로 말한 셈.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별 다른 애정을 갖고 있지 않거나 나중에 버릴거면 처음부터 살 생각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우선협상자 선정 공식 회견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사명 변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주 좋은 브랜드이고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어 그대로 쓸 것이라 이야기 했다. 아시아나에 대한 오너의 생각을 볼 수 있는 부분인데 범현대가 입장에서도 현대라는 브랜드가 약한 것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자신은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몽 회장은 회견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전적으로 HDC와 지속 가능한 성장에 부합해 전략적으로 인수하게 되었다고 입장을 냈다. 이 말을 풀어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단순히 계열사로서의 새 식구가 아니라 기존의 HDC와 맞물려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의 파트너로 삼았다는 뜻이 되며 사업을 다양하게 연계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해 진다. 이는 곧 아시아나항공의 수익 모델에도 좋은 변화가 있을 수 있는 힌트가 된다. 또한 그의 입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인해 혹여 잘못된 상황이 생기면 기존의 HDC그룹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기에 그 무거운 책임감은 곧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꼼꼼히 챙겨 문제가 생기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과 다름이 없다. 오너이어도 누군가처럼 땅콩 갑질은 생기지 않을 듯 싶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여기서 살짝 소름 돋는 것이 원래 이 회견장에서 몽규 회장이 그런 말을 안 했어도 사실 난 그 부분에 대해 오늘 소재로 첨부할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육해공에 대한 부분은 추론적이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음 세대에서라도) 육해공을 완성할 것이라 예상 했는데 회견장에서 몽 회장은 그걸 다른 생각과 뜻을 가지고 표면화 했겠지만 난 조금 다르게 보는 측면이 있다. 현대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 회장은 특정 분야의 지배력에 있어 일관된 조직 구조와 수직 계열화를 현대의 마지막 숙원 사업으로 삼았다. 현대제철의 경우만 하더라도 포스코 입김에 휘말려 항상 국내 최고 자동차 회사 지위를 가졌어도 포스코 앞에서는 을이 되어야 하는데 포스코에만 의지할 때의 현대차 위상과 현대제철이 생긴 뒤의 현대차 위상을 보면 정주영 회장의 숙원 사업이 결코 허망된 전략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별건이지만 현대차는 현대제철이 있고 난 뒤의 차량 모델과 있기 전의 차량 모델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다. 현대차는 싸구려, 혹은 값만 비싸다는 인식이 해외에 있던 것도 현대제철이 있고 난 뒤는 많이 사라진 것 중 하나.
강판의 문제가 아니라 단가의 문제가 컸는데 그 만큼 어떤 사업에 있어 연계할 것이 많아지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아주 크게 볼 수 있다는 걸 명확하게 제시하고 증명한 것이 바로 현대의 정주영 명예 회장이다. 유통과 달리 제조업에서는 이런 수직 계열화나 일관 조직 구성이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는데 한화의 태양광이 그렇고 SK의 반도체가 이런 방식을 따르며 선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모빌리티그룹 이야기로 돌아와 몽 회장의 이런 발언은 두 가지 방식에서 접근할 수 있다. 운송 수단과 연결해 HDC그룹이 운송, 수송 전문 그룹이 되겠다는 뜻인데 언론은 육상 운송 수단인 자동차 사업이 그러했듯이 (현대자동차) 항공 분야에서도 항공 운송 분야를 현대가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정몽규 회장의 아버지인 정세영 회장이(포니정) 현대차에 대한 미련을 크게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난 생각이 조금 다르다. 그게 정확히 어떤 뜻으로, 어떤 사업 형태를 말하는지는 정몽규 회장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만 난 이걸 육운, 해운, 항운으로 나누어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생각했다. HDC그룹이 모빌리티 그룹이 "되겠다"는 말은 교통 수단, 운송 수단, 이동 수단에 대해서 HDC가 앞으로 그걸 메인으로 삼겠다고 하는데 단순 논리로 접근해도 자동차는 현대차그룹의 사업이니 HDC와는 차이가 생긴다.
그의 입에서 항공 전문 모빌리티 그룹, 항공을 중심으로 하는 모빌리티 그룹, 항운 위주의 모빌리티 전문 그룹이라는 말이 나왔으면 현대차가 땅에게 왕국을 세웠듯이 하늘에서는 범현대가인 자신의 HDC가 왕국을 세우겠다는 뜻으로 다르게 볼 수 있지만 그는 그냥 모빌리티 전문 그룹이 되겠다고 했지 항공과 연결해 특정지어 말을 하지는 않았다. 언론은 육상에서 현대차가 보여준 것처럼 하늘에서도 HDC가 무언가를 보여주겠다고 뜻으로 그걸 풀이해 설명하지만 오히려 그걸 역으로 생각해 육상과 하늘은 현대가 진출 했으니 남은 해운을 마무리로 해서 육해공을 완성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 내 생각이다.
해운에는 이미 현대상선이 있는 걸? 물론 현대는 일찍 해운업에 진출해 있었다. 또 현대차그룹 안에도 운송, 물류를 담당하는 해운업을 하는 회사가 있다. (글로비스) 하지만 종합 물류 해운업은 아직 없다. 현대상선이 현정은 회장 체계가 되고 난 뒤 아시다시피 폭망해 이름만 현대이지 지금은 완전 별개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육해공 모빌리티 체계만 보면 현대가 현재 소유하지 않는 운송 사업 체계는 해운이다. 정몽규 회장의 모빌리티 전문 그룹 발언이 항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범현대가의 육해공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의 말 속에는 해운업에 대한 의지도 이미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건 추론이다)
그러나 이 추론이 아예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원조 현대그룹에서 현대 계열사들이 나올 때 각자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 이름을 아직까지 달고 있으면서 현대 가족이 아닌 건 "현대상선"이 유일하다. 무엇보다 이 현대상선은 정몽규 회장과 같이 "몽" 돌림을 썼던 정몽헌 회장의 기업으로 (현정은 회장 남편) "몽" 회장님들이 가졌던 회사 중 이렇게 비참하게 버려진 회사가 없다. 또 현대 가문의 특징은 현대그룹 싸움에서 보았듯이 애착이 엄청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통성을 유지하고 어떻게든 지켜내려 하는 것이 현대 가문의 특징, 그 정통성 때문에 정몽규 아버지인 정세영 회장이 현대차를 내어 주어야 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현대는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세운 회사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남다르다. 물론 싸울 땐 현대그룹 왕자의 난 타이틀 답게 남보다 더하게 싸우지만 뭉칠 때는 군대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역시 현대 가문의 특징이다.
완전 남의 회사로 넘어가는 경우 사명에서 현대가 빠진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증권이다. 현재는 KB증권이 되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롯데로지스틱스로, 이처럼 현대 이름을 쓰면서도 현대 가문의 울타리에 들지 못한 건 현대상선 밖에 없다. 그 현대상선의 정몽헌 회장은 정주영 회장이 후계자로 직접 지목해 그룹을 물려준 인물이다. 현대상선은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해상그룹, 현대그룹 중 장손그룹이라 할 수 있는 현대그룹에 있던 계열사로 대북사업 하는 그 현대그룹이다. 당연히 대북사업에도 현대상선이 관련되어 있었다. 현재는 퇴출되어 현대그룹과 상관이 없게 된 상황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금호 39 회장이 유찰시킬 시 산업은행이 주도권을 갖도록 되어 있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매각 주체로 인식이 되어 있었다. HDC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것도 금호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산업은행이 만족했을 확률이 높다. 현대상선의 현재 최대주주, 지배자는 "산업은행"이다. (어라?) 현대상선은 5조원의 수혈 자금을 받아 회생 중인데 산업은행이 채권을 가지고 최대주주로 있기 때문에 4~5년 후 회생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매각 매물로 나와야 하는 운명을 갖는다.
현대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해상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다른 현대그룹으로 쪼개지기 전, 쪼개지고 난 뒤 역시 다른 그룹이 아닌 메인 현대그룹 시절의 계열사였다는 점 (망하기 전까지도), 몽 돌림 회장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 적통 후계자의 회사였다는 점, 산업은행이 주인이라는 점, 이 회사 역시 매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 현대 이름을 쓰면서도 유일하게 현대 가문이 아니라는 점, 현대의 기존 사업과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육운(육상 운송)은 남한 지역에 한정되어 육상 물류가 진행되지만 해운과 항운, 비행기와 선박은 통일과 상관 없이 해외로 얼마든지 진출이 되고 진출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HDC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건 어쩌면 육운을 뺀 항운과 해운을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현대 가문의 애착증(?)과 몽 돌림 회장의 회사가 비참하게 버려지다 남의 손에 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어차피 매물로 나올 회사, 그걸 염두하고 발언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현대상선이 매물로 나왔을 때 산업은행이 가장 먼저 찾은 것도 현대 (정확히는 현대차그룹), 범현대그룹 중 가장 잘 나가기도 하고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운송 선박 회사가 있어 현대가 사줄 것을 요청 했으나 현대차그룹은 거절을 했었다. 그 때 HDC는 나설 상황이 안되었지만 만약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난 뒤 5년 뒤든, 10년 뒤든 잘 안착해 그룹이 도약하게 되면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현대상선을 팔 때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연을 계기로 HDC에게 먼저 사 줄 것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정몽규 회장에게는 여러가지로 현대상선을 품을 만한 당위성이 많기도 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때의 현대상선은 이미 회생이 어느 정도 진전이 된 상태일 수 밖에 없어 밑 빠진 독이 되지는 않는다.
또 기존의 HDC에서는 현대상선이 그룹 차원에서 인수를 한다고 해도 시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없으나 아시아나항공을 갖고 난 뒤에는 해운과 항운이라는 공통점이 생기고 바다와 하늘 이동 수단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 때문에 없던 연결 고리가 생길 수 있다. 바다 물류와 하늘 물류를 모두 갖는다는 건 분명 상당한 가치가 있고 물류 사업 전체 연계에서도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빌리티 그룹과 관련지어 현대상선이 매물로 나올 때는 현대상선 인수자로서의 HDC를 다시 한번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상선 투자자, 주주라면 실적이 안정화 되고 회사가 정상화 된 이후 HDC 향방을 주목해야 할 수도 있다. 5년 정도 후 현대상선이 정상화 되어 매물로 나왔을 때 이 글이 다시 현대상선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고 경쟁력,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 초우량 항공사가 될 것이다.
우선협상자 발표 회견장에서 정몽규 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내 뱉은 말이다. 이번 인수가 확정이 되면, 그리고 HDC의 인수자금이 본격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되어 자본 확충과 부채 상환에 쓰이는 경우 아시아나항공 부채 비율은 600%대에서 200%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는 이런 대규모 투자로 인해 HDC그룹 전체가 무리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승자의 저주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대 매물 중에서 이런 매물은 흔치 않다. 더군다나 현대산업개발과 HDC는 처음부터 끝까지 투자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HDC가 위험에 빠질 이유도 없고 아시아나항공에 투자가 제 때 이루어지지 않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 자신감이 정말인지 아닌지는 HDC그룹 각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된다. 알려진 내용대로 HDC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내가 HDC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 재무제표를 보면서 가장 놀란 건 "현금"이었다. 돈이 정말 많았다. (현금 보유만 갖고 따져도 시장 평가가 되는 주식이 저평가라는 뜻이다)
그 때는 아시아나항공과 무관할 때였다. 면세와 주택 건설 사업과 관련해 이 회사를 보고 있던 찰나였다. 지주사 체계가 되면서 일부 계열사간의 구조 정리를 하고 있었던 것도 내 눈에 띈 이유, 그 때 가장 강렬하게 첫인상을 준 건 역시 현금 보유력이었다 (현금성 자산 포함) 언론에서는 현금성 자산만 1조 2천억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진짜 중요한 건 부채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대출을 받기도 수월하다는 뜻이니 돈을 따로 구하는 것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용등급도 좋은 편이다.
나는 일찍이 아시아나항공 예비 입찰이 불거지기 전에 이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금성 자산만 1조 2천억 넘게 가진 회사가 9월 24일 다른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던 것을 갑자기 몽땅 팔았기 때문이다. 돈 많은 회사로 나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준 이 회사. 갑자기 급전이 필요했을까, 회사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빚 갚을 일이라도 생긴 걸까...이 때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야기가 슬슬 수면 위로 나오면서 인수자 공모 분위기가 막 터질 때 였는데 HDC가 이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라면 회사로 잘 알려진 삼양식품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현금화 했다. 1천억원이 조금 안되는 돈이었다. 갑자기 현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관심을 끈 것은 이 지분을 주식 시장에 던지지 않고 제3자에게 전량 매각했다는 것이다. 그 인수자는 바로 "미래에셋",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로 그 커플, HDC-미래에셋의 그 미래에셋증권이었다. 지분을 모두 팔았지만 그 지분은 언제든지 되 사 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누가 봐도 뻔한 일, 미래에셋 역시 HDC가 왜 파는지 알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있어 두 회사가 협력하는 관계로서 진척을 상당히 보고 사전에 치밀히 준비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매각 입찰 참여에 있어 상당한 자금력을 과시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돈이 부족하거나 돈이 없는 거 아니냐는 쓸데 없는 말이 나오는 걸 아예 사전에 차단할 목적으로 현금이 넉넉한 상황에서도 추가로 현금을 보유했다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유동성 자금, 현금성 자산을 현금화 하는데 있어 일말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메세지가 될 수도 있다.
대기업 재벌들이 하나 같이 참여를 하지 않은 걸 보면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이 생각보다 덜한가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런 HDC의 사전 행동을 보면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몽규 회장의 위상이 전혀 재계에서 꿀리는 건 아니기에 대기업 재벌 총수들에게 이 매물은 제가 인수하겠다. 인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 부탁해 HDC의 부담을 덜어줬을 수도 있다. 이게 싸게 사거나 꽁으로 얻으려는 꼼수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몽규 회장의 스타일을 보면 오히려 쓸모 없는 난타전과 소모전을 방지하고자 아예 입찰 예상가를 총수에게 흘렸을 수도 있다. 싸게 사게 도와달라가 아니라 내가 크게 배팅할 것이니 진짜 인수 생각 있으면 더 쎄게 부르라는 뜻. 아니면 몽규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걸 흘려 각 재벌 인수 TF팀들이 자신들의 총수에게 정보를 건넸을 수도 있다. HDC 몽규 회장이 강하게 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사전 단합이라는 건 가치를 떨어트려 싸게 사거나 후려치기 위함이 보통인데 재벌끼리 친목 관계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비싸게 사도 후회는 없으니 비싸게 같이 살 것이 아니라면 덤비지 말라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된다. (가짜뉴스와 혼동하지 말자, 이건 내 개인 의견이다) 물론 정말로 재벌들이 생각한 아시아나항공의 매력 가치가 덜 했을 수도 있고 그것과 상관 없이 인수 검토 과정에서 득보다 실이 많아 스스로 포기했거나 아예 도전 의사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캐시카우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고 항공업이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래 지향성과 만나 발전성이 무척 높은 분야라 10대 재벌이 모두 참여를 안 했다는 건 사실 놀라운 건 분명하다.
어찌 되었든 현재까지 진행된 과정을 보면 매각 본 계약을 마무리 하는 일만 남았고 우선협상자로서 구주 협상만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HDC의 가족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찰이 될 확률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맞지만 그렇게 되면 39 회장이 가지고 갈 돈은 더 줄어들 타이밍이고 매각 주도권마저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어 그건 거의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라 보여진다. 금호그룹의 자발적 매각이라 할 수 없어 주도권이 완전히 금호에게 있는 건 아니라 결국 시장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최종 마무리까지 확정되고 난 후면 내년 부터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씩 갖고 주식 투자를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분기 실적이 나오고 실제로 재무제표가 예쁘게 그려지기 시작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면 안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음은 마지막이자 3탄, 아시아나 항공 주가와 HDC계열사의 주가 대응. 인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 언론에서 나온 부정적 요소들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진단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먼저 소재를 간략하게 선 공개 한다면, 빅 매각 이슈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이 주가 상승이 더딘 이유, 우선협상자 발표가 나오기 직전과 나온 이후에도 상한가를 못 간 이유, 인수 후 지주사 체계로 인한 손자회사, 증손자회사의 지분 문제로 인한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이슈 등에 대해 따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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