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멘붕 불렀다는 주유소 출구 깜빡이 문제
얼마 전 점심시간에 식후 간담을 즐기는 때였다. 신박한 뉴스 하나를 들은 후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주유소에서 주유를 마치고 나가는 차량은 깜빡이를 (방향 지시등) 어느 쪽으로 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처음 그 질문을 받고 "그게 질문거리가 되나" 싶었는데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여러 차례 논란이 되면서 점점 퍼져 언론에서도 다루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자리에 있던 여럿이 그 물음에 답을 했다.
나를 포함 4명 중 2명은 우측 깜빡이, 그리고 질문자를 포함한 나머지 한 명은 좌측 깜빡이라고 답했다. 순간 당황했다. 이건 답이 정해져 있지 않냐라고 말하며 투표 아닌 투표를 했는데 이 답에 2대 2로 표가 갈렸다. 이게 의견이 갈릴 문제인가 싶으면서도 이 자리에서 그렇게 표가 갈리니 참 당혹스러웠다. 우측 깜빡이라고 말한 나와 내 동료는 서로 마주 보며 "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동료가 말했다. "의견이 반반 갈린 거 보니 논란 될 만하네"
나와 같이 우측 깜빡이를 켠다고 한 동료가 질문을 한 후배에게 물었다. "아니 왜 좌측을??" 그러자 후배가 말한다.
"진입하려는 도로의 차들에게 내가 들어간다고 알려줘야 하지 않나요?"
후배의 대답을 듣는 순간 동료는 정말로 "헉" 소리를 내며 면허 언제 땄냐고 물었다. 도로주행 시험은 제대로 봤는지, 면허 시험 간소화 이전에 땄는지 이후에 땄는지, 면허는 한 번에 땄는지 심문하듯 캐물었다. 그러자 후배는 "좌측이 맞지 않아요? 그래야 사고가 안나죠" 반박했다.
동료는 면허 시험 볼 때 방향 지시등에 관한 문제가 나온다며 다 공부하고 배우고 면허 딴 거 아니냐.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걸 왜 그걸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느냐 다그쳤다. 그리곤 차가 우회전을 하는데 좌측 깜빡이를 켜는 것이 말이 되냐 되물었다.
별 내용 아닌가 싶었던 이 주유소 출구 깜빡이 문제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동료와 후배는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서로를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동료가 도로에 주행 중인 차들에게 왜 내 깜빡이를 보여주냐 하자 후배는 더 황당해하며 도로의 차들에게 깜빡이를 보여줘야지, 보여주라고 있는 깜빡이를 쓰지 말라는 거냐며 우측 깜빡이를 켜면 도로에 있는 차들은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데 도대체 그건 누가 보라고 켜는 거냐 반박했다.
깜빡이의 원래 이름은 방향 지시등
결국 그 전쟁은 나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후배는 나에게 왜 우측 깜빡이를 켜야 하냐, 그리고 왜 좌측은 안되냐 물었다. 내가 그때 설명한 걸 여기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깜빡이는 방향 지시등의 별칭이다. 깜빡거린다고 해서 깜빡이라는 용어가 대체어로 더 많이 쓰이지만 원래 이름 그대로 깜빡이는 "방향"을 알려주는 지시등이다. 깜빡이 사용에 있어 목적이라 하면 결국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 방향은 당연히 내가 운전하는 차의 "주행" 방향이 된다.
깜빡이 사용이 실제로 어렵지는 않다. 왜냐면 깜빡이 사용은 "무조건" 운전대와 동일한 방향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내가 조향하고자 하는 운전대의 방향과 일치하게 된다. 쉽게 말해 우측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면 우측 깜빡이를 켜고 차를 좌측으로 방향 전환할 것이라면 좌측 깜빡이를 켠다. 이건 아빠 차를 타본 유치원생도 경험적으로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다. 그만큼 반대로 지시등을 켜야 할 상황도 없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면허가 없거나 운전 상식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도 이 질문을 하면 답은 뻔하다. "우측 깜빡이"라고 말하게 되어 있다. 이 문제가 질문거리가 되나 의아했던 것도 바로 그래서다.
도로교통법에 그것이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 건 아니다. 물론 법에 정해진 방법대로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법이 그렇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다르게 쓰고 이게 맞다고 하는 것 역시 동조하기 어렵다. 깜빡이 사용 방법과 사용 여부는 법과 상관없이 차의 방향을 알려주는 방향 지시등이기 때문에 차의 방향과 일치하여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상식이라 반대로 법에 그 규정이 없어도 방향대로 써야 하는 것이 옳다. 그 방향에 있어 "예외"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문제를 풀어 나갈 정답이 된다. 애초에 방향 지시등은 예외가 존재하게 되면 그 방향성에 대한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외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고로 정해진 방법 외 다르게 쓴다면 무조건 혼란을 야기하고 사고를 유발하게 되어 있다.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쓰는 것이 방향 지시등인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을 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깜빡이라는 것이 나를 위해 쓰는 장치가 아닌 타인에게 신호를 주기 위한 일종의 신호등 역할인데 그 신호등이 잘못 쓰이게 된다면 당연히 사고가 나게 되어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방향 지시등의 역할이 의미 없기에 방향 지시등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방향 지시등의 사용 방법에는 예외 조건이라는 건 없다. 무조건 "운전대"를 회전시킬 방향과 일치하는 쪽의 방향 지시등을 켜야 한다.
근데 왜 정작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들 다수가 잘못된 방향의 지시등을 켜는 것일까?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었다고 하는데 거기서 투표를 한 결과 50%가 넘는 사람들이 믿기 힘들게도 "좌측"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만큼 다르게 알고 있거나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인데 실체를 알고 나니 운전자들 멘붕 오는 문제라는 것에 공감이 된다.
진입과 차로변경은 다르다
이 문제의 핵심 쟁점은 좌측 깜빡이가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내가 주유소에서 나와 도로에 진입할 것이니 도로에 있는 차들에게 내가 나갈 것임을 알리고 사고를 방지하고자 좌측 깜빡이를 켠다는 것인데 애초에 이 행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운전자가 자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문제다. 상대방에게 주의를 주고 상대방과 나의 안전을 위해 도로에 있는 차들이 보라고 좌측 깜빡이를 켜고 진입한다고 하지만 이건 사실 굉장히 이기적인 발상이고 도로교통법의 전제에도 맞지 않는다.
항상(자주) 했던 말이지만 도로교통법의 핵심 전제는 "다른 차량의 주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이다. 도로교통법의 어떤 항목이든 어떤 조항이든 어떤 규정이든 기본 전제는 다른 차량의 주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로 전제에서 그 발상이 시작하는데 실생활에서 생기는 교통사고 90% 이상은 모두 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발생한다. 음주운전, 자차사고, 정비불량, 운전미숙 등 기타 원인을 뺀 나머지 도로에서 주행 중 타 차량과 생기는 접촉 사고는 모두 다른 차량의 주행을 방해해서 생긴 것이라는 뜻이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도로에 있는 차들에게 내가 진입하고자 하는 걸 알리기 위함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주유소에서 나오는 차들은 내가 진입한다고 알릴 이유가 없다. 진입한다고 깜빡이를 켜고 도로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앞서 말한 것처럼 도로에 있는 차들의 주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된다. 겉으로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배려" 신호라고 생각하지만 근본은 내가 도로에 차가 어찌 되었든 진입부터 하겠다는 생각에서 깜빡이를 켠 것이기 때문에 이건 배려가 아니라 겁박이다. 내가 들어갈 것이니 니들은 비켜나거나 양보해야 한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럼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되면 주유소에서 나가지 말라는 건가요? 언제 나가요? 운전은 제대로 하시고 하는 말인가요?" 실제로 후배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조차 도로 운전 상황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생긴 말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도로 상황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도로 체계 자체는 도심이라면 1킬로 내외로 교차로가 존재한다. 그리고 도로에는 수많은 횡단보도가 있다. 그 교차로와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있다. 운전자라면 주유소를 모두 이용해 본 경험이 있겠지만 주유소에서 나갈 때 러시아워가 아닌 이상 차가 주유소를 못 나갈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깜빡이 사용과 상관없이, 도로의 차량에게 내 진입을 알려 줄 이유 없이 그냥 진입할 수 있다.
반대로 차가 막 쌩쌩 달려오는 상황에서 도로 흐름이 끊길 걸 기다리지 못해 무조건 주유소에서 나가겠다고 좌측 깜빡이를 켜고 밀고 나가는 건 배려라고 생각한 자신만의 이기적인 착각일 뿐, 오히려 위협 행위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주유소는 입구와 출구가 진입하고 진출하는데 무리가 없는 곳이 많고 설령 도로에 차량이 많다고 해도 도심이 고속도로도 아니고 신호등이 몇 백미터마다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심 전체가 꽉 막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좌측 깜빡이는 사용할 이유가 없다. 도심이 꽉 막혀 주유소 진출로 바로 앞도 막힌 상황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그때는 깜빡이 (좌우측)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수신호로 "양보"해 달라고 신호를 주는 것이 현실적이고 그게 맞는 방법이다. (도로교통법)
진입은 내가 들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변경, 차로 변경은 내가 차로를 변경할 때를 말한다. 단순하게 풀면 쉽게 구분이 된다. 이 때 진입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방향 지시등을 켜고 진로를 변경할 때는 차로 변경에 맞게 방향 지시등을 켠다. 누구라도 이걸 이해하지만 정작 이걸 주유소 출구 상황에서는 헷갈려한다. 주유소에서 도로에 진입하고자 할 때 차는 무조건 "우회전"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좌회전을 하면 역주행이 되고 직진을 하면 중앙선 침범이 된다. 상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우회전"만"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연히 깜빡이 역시 우측 깜박이다. 우회전만 가능하기에 우측 깜빡이를 켜는 것도 맞지만 애초에 좌측 깜빡이는 역주행을 하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쓸 이유가 없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서는 정해진 방법대로 신호를 하지 않는 경우 방향 전환, 진로 변경시 신호 불이행에 따른 벌금 항목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만 (경찰관조차) 경찰관의 단속에 따라 신호를 다르게 주면 그 자체로 단속 대상이 된다. 깜빡이를 반대로 주면 그 자체로도 도로교통법 위반이고 단속 대상이라는 뜻이다. 주유소의 출구에서 이렇게 다르게 신호를 주게 되는 경우 경찰관의 단속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벌칙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방향 전환"과 "진로 변경"시 신호 불이행이라는 단속 규정이라는 말 뜻이다.
방향 전환은 진입을 의미하고 진로 변경은 차로 변경을 의미한다. (흔히 차선 변경이라고도 한다) 이 자체만 두고 문법 풀이를 하면 주유소에서 나갈 때는 방향 전환인 것이고 (상식적으로 봐도) 주행 중일 때 1차로, 2차로 3차로 변경하는 건 진로 변경이다. 우리가 깜빡이를 가장 많이 쓰고 흔히 쓰는 차로 변경은 절대로 방향 전환이 아니다. 옆 차들과 방향이 같기 때문이다. 우회전이나 좌회전처럼, 유턴처럼 차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바로 방향 전환이다. 결국 주유소에서 내 차의 방향과 도로에 있는 차들의 방향 모습만 이해하고 있어도 내가 지금 방향 전환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진로 변경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주유소 내부가 도로가 아니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문제는 사거리 교차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람들은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할 때 우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 횡단 도로에 있는 주행차들, 내가 진입하고자 하는 도로에 있는 차들을 위해 좌측 깜빡이를 켜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깜빡이는 전방과 후방에 있는 차량, 선행 차량과 후행 차량을 위해 방향을 알려 주는 것이지 측면 차량에게 알려주는 용도로 쓰는 것이 아니라서 당연히 측면 차량에게 알려 줄 이유가 없다. 측면에게 알려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혼돈을 야기한다.
교차로 우회전을 상황을 다시 보면 이때 우측 깜빡이를 켜는 이유는 뒤차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좌회전을 하고 있는 차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다. 물론 맞은편에서 좌회전을 하고 있는 차량이 있으면 진입하면 안 된다. 맞은편에서 내 쪽으로 좌회전 중인 차량들의 주행을 방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신호를 받고 좌회전을 하기 때문에 선행 맞은편 좌회전 차량을 선행 차량으로 볼 필요가 없고 알려 줄 이유가 없으나 비보호 좌회전 신호 체계가 존재하는 만큼 맞은편 좌회전 대기 차량이 있다면 사실상 선행 차량이라 할 수 있어 이때의 깜빡이는 선행과 후행 차량을 위해 쓰인다고 할 수 있다.
깜빡이 자체는 앞차와 뒷차 보라고 만든 것이다. 옆 차가 보는 게 아니다. 그러니 옆 차 보라고 신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쓰면 문제가 된다. 옆 쪽에서는 그 신호가 교차로가 아닌 이상 역주행과 횡단 주행을 의미하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모든 운전자가 운전을 못한다. 도로에서 깜빡이만 켜면 다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 되니 난장판이 된다. 주유소는 교차로가 아니기 때문에 출구에서의 좌측 깜빡이는 좌회전이 될 수 없다. 결국 역주행과 횡단 주행 두 가지 만을 의미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대로 "잘" 알고 있는 운전자 입장에서 우측 주유소 출구의 차량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있다면 정속 주행을 할 수 없다.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없다.
이걸 고속도로 IC와 비교해 설명해도 마찬가지. 후배도 했던 말인데 참 기발한 발상이다. 진입과 차로 변경에 대해 구분 설명하자 고속도로 IC 진입할 때 나보고 어떤 깜빡이 켜고 하냐고 묻는다. "좌측 깜빡이"라고 말하자 호탕하게 웃으면 그 때는 진입하는데 왜 좌측이냐고 따진다. 아마 좌측 깜빡이론을 말하는 분도 이 부분에 대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다르지 않다. 왜냐면 고속도로 진입, 진출은 "안전지대"를 통해 직진 중인 선행 차량들과 평행하게 주행하면서 진로 변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좌측 깜빡이가 된다. 애초에 앞서 설명한 것처럼 깜빡이는 운전대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고 하는데 고속도로 진입할 때 운전대는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지 오른쪽으로 꺽진 않는다.
주유소의 경우에는 진로 변경이 아니다. 도로에 있는 차들과 평행하게, 나란히 달리는 상황이 아니라 크로스 십자 형태의 교차로처럼 완전 꺾인 형태이기 때문에 도로 진입은 모든 차량이 무조건 90도 우회전하게 되어 있다. 위 사진처럼 주유소 안의 바닥에 사선 방향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어도 그건 출구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고 문의 위치를 의미하는 것이지 그 화살표 그림대로 사선으로 나가니 고속도로 진입처럼 평행 주행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고속도로와 주유소의 진입, 진출 상황이 완전 다른 건 고속도로의 경우 진입 각도는 비슷해도 실제로는 고속도로에 이미 주행 중인 선행 차량들을 방해하지 않고 진입로를 따로 두어 주행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 주행로는 상당 구간 안전지대를 두어 진입하려는 차와 주행하는 차가 나란히 평행 주행하는 구간이 되면 일반 차선으로 바뀌는데 이 때는 당연히 진로 변경에 해당하니 좌측 깜빡이를 켜고 들어간다. 그러니까 진입 후 진로 변경이다. 반면 주유소는 그런 게 없다. 진입 자체가 바로 주행 중인 차들의 차로가 된다. 나란히 주행 중인 상태가 아니니 진로 변경도 아니고 일단 차를 90도로 우회전하여 꺾은 뒤 나란히 된 뒤에 옆 차로로 옮겨 가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진입 자체에 깜빡이 사용은 주행 차들에게 의미가 없다.
고속도로에 있는 고속도로 주유소라고 해도 마찬가지. 이 때의 주유소들 역시 고속도로 진입과 동일하기 때문에 안전지대를 거쳐 나란히 주행할 수 있는 구간이 되면 진로 변경 구간을 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 진출로 구간에서는 합류 차량이 항상 있기 때문에 4차로 주행 중이다가도 3차로로 옮겨 간다. 어차피 합류하는 차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합류하는 차 때문에 어차피 차로 변경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미리 그런 구간에서는 차로를 비워 둔다. 진입 구간 자체도 마찬가지고 안전지대 이후 합류 구간도 마찬가지고 고속도로 운전자들도 마찬가지고 상황 자체가 다른 차량의 주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상식 선에서 좌측 깜빡이만 쓰게 된다.
이때 그런 안전지대나 합류 구간 없이 직빵으로 90도 꺾여서 도로에 진입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고 치자, 이때 누군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서 있다고 하면 그걸 멀리서 본 사람이라고 해도 후덜덜 할 수밖에 없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원칙은 우측 깜빡이지만 사실 이건 논외로 따진다면 깜빡이 자체를 켜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일방통행로와 상황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주유소 밖의 도로 차량들을 선행 차량으로 볼 이유가 없고 주유소 안의 차들이 내 후행 차량이라고 해도 (뒤에 차가 붙었을 때) 어차피 주유소 차들은 모두 우측, 우회전으로 합류하게 되어 있어 모든 차들은 우회전만 가능한 상황이 된다. 1차로 좌회전 2차로 직진 3차로 우회전의 도로와 달리 주유소 진출로는 모두 우회전 단일 체계이기 때문에 후행 차량에게 신호를 주지 않아도 모두 우회전만 하는 상황이라 깜빡이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깜빡이 없이 그냥 진출하는 차량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삼거리가 아닌 좌로 굽은 도로 우로 굽은 도로에서 깜빡이를 잘 쓰지 않는 것도 동일한 이유다. 깜빡이 신호와 상관없이 어차피 방향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차들에게 신호를 보여주겠다는 발상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본 원리를 모르고 오히려 내 입장에서 이기적인 발상으로 (무조건 진입) 신호를 보여주겠다, 신호를 주겠다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1. 핸들, 운전대 방향과 깜빡이 방향은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
2. 진입과 변경은 상황이 완전 다르며 진입은 차량의 방향 전환이며 변경은 차량의 진로 변경과 같은 말이다.
3. 진입 할 때 우회전 및 우측 깜빡이 이후 차량 방향 전환이 완료되면 이후 좌측 깜빡이가 되어야 한다.
4. 좌측 깜빡이가 맞다고 하는 사람은 3번에서 말한 연속 행위를 하지 않고 마지막 행위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5. 대부분 주유소에서 나가면 차를 옆 차로와 나란히 맞추고 바로 차로 변경을 하게 되는데 이때 좌측 깜빡이를 쓰게 되며 그 깜빡이는 도로에 있는 차들에게 주는 신호이니 주유소에서 나갈 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6. 차는 우회전을 하는데 깜빡이는 좌측을 켠다는 뜻이니 교차로에서도 이렇게 할 확률이 분명 있어 그런 운전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 주변인들은 이 운전자의 운전 방법에 주의하며 탑승해야 한다. (사고 유발 확률만 놓고 본다면) 실제로 좌측이 맞다고 한 사람 2인 중 1인 후배가 주유소뿐 아니라 사거리 교차로에서도 자신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것이 맞다고 사례를 증명했다. 이유는 뒤차의 경우 같이 우회전하니 안 알려줘도 되고 옆에서 오는 차들은 알아야 하니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해야 서로가 안전하다는 주장.................(소름) 이렇게 되면 1차로 좌측 깜빡이, 3차로 좌측 깜빡이를 켜고 있는 상황이 된다. 2차로에 있는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들지 생각해 보자.
사실 별 내용 아님에도 글이 길어졌는데 혹여 좌측 깜빡이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면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고 납득할 만한 상황 묘사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길이 길어졌음을 양해 바란다. 물론 이 글로 인해서 본인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이건 법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그게 맞다가 아니라 원래 상식에서 바라 봐도 이게 "무조건" 맞는 것이라 틀리고 맞고의 논쟁이 아니라는 걸 꼭 알았으면 좋겠다. (내 동료는 끝내 설득되지 않는 후배에게 너 좌측 왜 이렇게 좋아해, 너 좌파야? 이러더라 ㅎ 그 말에 다 같이 빵 터지고 좋게 헤어졌지만 씁쓸한 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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