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에 자주 나오는 어촌계장, 어촌계장은 무슨 일을 하는 분일까?

어촌계장님~ 이라는 단어는 꽤 익숙하다. 이장님~ 하고 비슷할 정도로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분이다. 어촌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어촌계장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어촌계장이 하나의 행정직이거나 어촌지역 관서의 직위로 알고 있다는 것.

수협의 직원으로 어촌계장, 또는 바닷가 쪽의 군청이나 면사무소의 어촌계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공무원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꽤 많다. 지금은 기업 군에서는 계장직이라는 것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있지만 공직 사회에는 계장이라는 직함이 여전히 쓰이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촌계장은 순수한 어민으로서 그 마을의 주민일 뿐이다. 어촌계의 계는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계"를 뜻한다. 어머니들이 친목과 단합, 그리고 푼돈을 목돈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하는 사조직인 친목계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그 계가 어촌지역에서 만들어지면 어촌계가 된다. 그 어촌 마을의 사람들이 만든 "계" 인 셈이다. 일반 계는 계의 수장을 계주 (계주가 도망갔다~) 라고 하지만 어촌계는 계장이라고 부른다. 

삼시세끼를 보면 마을 이장과 마을 어촌계장이 각각 있다. 마을이 작고 어촌의 어업 활동 범위가 (수익사업) 작으면 이장이 어촌계장까지 역임하여 1인 2역을 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마을의 공동 어업 사업이나 활동 범위가 넓고 외부인의 유입이 많아 관광 수입이 (낚시, 민박, 식당, 유통 등) 많다면 어촌계장을 따로 두어 활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장은 도심의 통/반장과 같은 개념으로 행정을 보좌하는 마을의 계약직 관리이지만 어촌계장은 사조직이기 때문에 이장은 반드시 있어도 이장 없이 어촌계장만 존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두 관계가 지위고하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상급자, 하급자의 개념도 아니다. 각자의 역할과 임무가 다를 뿐 마을에서 필요에 의해 행정과 마을 공동사업을 각각 전담하는 매니저의 개념이다

농촌에는 농촌계가 없는데 왜 어촌에만 어촌계가 있을까? 그건 간단하다. 육지는 땅의 주인이 있고 농작물의 주인이 있다. 모든 작물은 주인이 있다. 잡초 역시 누군가의 땅에서 나게 되는데 그 땅 역시 주인이 있는 게 육지다. 그래서 농촌에도 공동 농판장, 공판장이 어촌에는 공동 어판장이 똑같이 있지만 마을 공동 사업을 한다고 해서 농촌과 어촌이 같을 수는 없다. 바다에는 내 바다, 누구의 바다, 구역이 없고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잡히는 물건은 잡는 사람이 주인이요, 내 손에 들어오면 내가 주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집 앞의 어장을 형성해도 남이 침범할 수 있게 된다.

작은 범위로는 마을 주민 간의 이권을 합리적으로 나누기 위해 조직한 것이 어촌계고 넓은 범위로는 외부인이 마을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제도가 어촌계다. 즉 그 지역의 바닷가에서 물고기나 조개, 각종 해산물을 잡으려면 어촌계에 속한 주민들만 잡을 수 있게 하고 외부인은 일절 잡지 못하게 하여 마을 사람들의 생업과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바로 어촌계다. 바닷가에 가면 불법 채취 금지라는 푯말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그 푯말을 세운 사람 대부분이 바로 어촌계다. 갯벌에서 조개를 주워 오는 것은 도시민에게는 재미이자 별미로 채취하는 것이지만 마을 사람에게는 생업이기 때문에 어촌계에 가입된 사람이 아니면 채취는 불법이다.

어촌계는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나 가입을 하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독점으로 소수의 사람들만 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촌계 자체가 생업의 목적이 가장 크기 때문에 마을 주민이 된다면 당연히 어업권을 보장 받을 수 있다. 바닷가 마을에 가서 해산물 채취를 하려면 어촌계장님을 만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바닷가 마을은 주민이 아닌 외부인일 경우 이장을 만날 일이 없고 어업 활동과 관련한 부분은 이장이 아닌 어촌계장의 담당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활동은 이장이 아닌 어촌계장을 찾아야 한다.

삼시세끼를 보면 차줌마가 요리만 한다. 바닷가에 나와서 참바다씨와 같이 낚시도 하고 해산물 채취도 하면 좋겠지만 어업 활동은 참바다씨만 하고 차줌마는 집안 살림만 한다. 지나가는 형식으로 짧은 대화 속에 참바다씨가 나는 여기 주민이잖여~ 라는 말이 몇 번 나왔다. 주소지가 여기잖여~ 라는 말도 한번 정도 나왔던 것 같은데 나영석 대장의 스타일로 봐서 허가나 승인 절차는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라 아마 출연 배우 중에서 한 명은 주소지를 아예 옮겨 주민이 일단 되고 (주민이 되면 일단 이장의 관리하에 들어간다) 어촌계에 가입을 한 다음 (그렇다면 주민과 동시에 어촌계원이 된다) 어촌계장에게 허가를 받아 어업 활동을 정식으로 하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는 지나가는 말로 나온 그런 멘트를 여기서 섬 주민처럼 생활해서 주소지가 여기다라는 우스개소리로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상황 자체가 실제 주소지를 옮겼다는 뉘앙스이기 때문에 어촌계의 특성과 어업 활동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면 주소지를 진짜로 옮겼을 확률은 높다.

방송을 위해서라도 어촌계 활동을 진짜로 해야 대놓고 물고기를 잡고 해산물 채취를 해도 불법 어업 활동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삼시세끼 제작진과 배우들 역시 엄밀히 따지면 일반 외부인과 같기 때문에 방송을 위해서라고 해도 마을 주민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예 참바다씨가 정식으로 어업 활동을 하기 위해 어촌계에 가입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 어촌계장님이 꽤 많이 등장하고 도움을 많이 주는데 (이장님은 잠깐씩만 등장한다) 그건 방송국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촌계원인 참바다씨를 위한 특별 배려라고 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호준이나 차줌마가 어업 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물론 하기는 한다. 김, 배말, 거북손 등을 채취하고 심지어 게스트들도 한다) 물고기를 통발로 잡고 낚시를 하는 건 오롯이 참바다씨의 역할이다. 통발은 불법인 걸로 알지만 마을 주민은 써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 참바다씨는 추측대로 주소지를 옮겼다면 실제 마을 주민이자 어촌계원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 - 방송을 위해 주소지를 잠깐 옮기는 건 편법이 아니라 법을 아예 어기지 않고 마을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양해를 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봐야 한다. 그 정도로 정식 절차대로 해서 어업 활동과 방송을 하는 게 오히려 예의다

어촌계장은 공무원도 아니고 직책도 아니다. 수협 직원도 아니고 수협 관계자도 아니다. 그냥 마을의 주민 중 한 사람으로 마을 사업을 담당하는 직함일 뿐이다. 다만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이 이장이라면 마을의 공동 수익 사업을 대표하는 건 어촌계장이다. 마을의 행정은 이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어촌 마을의 어업 활동은 어촌계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어촌계장과 어촌계가 있으나마나 하지 않고 활성화 된 것은 수협 때문이다. 생산과 유통, 판매를 관리하는 수협은 육지의 농협과 같아서 농민에게는 농협이 필수고 어민에게는 수협이 필수다. 그런 수협 역시 어민들의 어업 활동이 보장되고 해산물의 공급이 되어야 수협의 유통과 판매 및 관리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수협 차원에서 어촌계를 지원/관리한다. 어촌계와 수협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어촌계가 활성화 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민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어촌계장이기 때문에 어촌계가 존재하는 게 수협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여기서의 통제는 나쁜 의미가 아니다. 마을 환경 개선 및 바다 오염, 어민들의 폐기물 관리, 양식장 관련 폐기물과 생태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여러가지 사업들을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사람이 누군가 있어야 하기에 그것을 책임져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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