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은 한국전쟁이 만든 이북 음식?
유튜브를 보다 흥미가 가는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음식, 그것도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국밥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국밥이 이북음식, 북한 실향민에 의해 남한에 내려와 정착한 전쟁이 낳은 음식이라는 설명이었다. 그 실향민이 부산에 많았기 때문에 부산 국밥이 우리나라 국밥의 시작이자 원조가 되고 뿌리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난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북한 사람들, 탈북자들 입에서 국밥이 북한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걸 들어 본 적이 없다. 음식의 역사나 밥, 국에 대한 다큐에서도 마찬가지, 북한과 관련해 뿌리가 되는 것이 국밥이라는 걸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북한에서 즐겨 먹었던 것 중 하나가 국밥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아래 영상에서 4분이 지난 시점부터 국밥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국밥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들으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국밥은 조선팔도 어디에서나 먹던 서민 음식이지 전쟁 음식이 아니지 않던가. 크리스는 외국인이고 국밥을 원래 접하던 사람이 아니었으니 국밥의 유래 설명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해도 바로 등장해 국밥의 유래를 똑같이 잘못 설명한 국밥 전문점의 한국인 사장님의 설명은 더 황당함을 추가한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에서 생긴 것이 국밥이라는 설명. 정말 맞을까? 돼지국밥에 대한 설명과 일반 국밥의 설명이 혼재되어 잘못 설명된 경우가. 그러나 크리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특정 개인 한 명이 말한 걸 대신 전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 음식 전문가나 조리 역사와 관련해 어디선가 한국인들에게 들은 게 있으니 이렇게 설명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하단 영상을 보면 역사 논객 유시민과 음식 칼럼리스트 황교익이 국밥과 관련해 전쟁 음식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결국 크리스 같이 외국인들 입장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설명하면 당연히 이게 맞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두 영상만 보면, 그것도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가 국밥은 전쟁음식이라고 콕 집어 설명했으니 나름 학식 있는 분들의 말을 반박하긴 어렵겠으나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것 같다.
조선시대 문신 중 한 명인 유순(1441~1517)이라는 사람이 지은 오언고시인 십삼산도중(十三山途中)에 국밥이 등장한다. 정확히는 탕반(湯飯)인데 그게 그거다. 한식에 들어가는 다양한 음식 중 상당히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것이 국밥인데 국밥 자체가 한식의 핵심인 국과 밥의 합침이라 밥과 국을 먹었던 우리에게는 당연히 오랜 식문화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난 뒤 전쟁통에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다. 가난해서 만들어진 아픈 역사의 음식과 전쟁으로 인해 생긴 아픈 역사의 뉘앙스는 다르다. 가난은 전쟁이 아니어도 늘 있던 상황이고 전쟁은 말대로 특수한 상황이니까.
지금 먹는 국밥이, 콩나물국밥이든, 순대국밥이든, 따로국밥이든 일반적인 "국밥" 자체만 놓고 보면 그 역사는 확실히 한국전쟁 이후가 아니라 이전이다. 왜냐고? 우린 꽤 오래전부터 역사와 관련한 배경이 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항상 이런 장면과 이런 대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바로 국밥이 등장할 때다.
주모~ 여기 국밥 하나 주이소~
조선시대 주막에는 주모가 있고 주모는 별 다른 음식 없이 국밥을 내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막걸리와 김치, 그리고 국밥 하면 주막이다. 한국전쟁 이전 근대화 되기 이전 조선시대에서도 국밥은 소울푸드처럼 이미 존재했었다. 이런데도 정말 국밥이 한국전쟁 때 만들어진 북한과 부산의 음식이라고? 주막은 죄다 이북에만 있었던 말인가. 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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