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야? 맨날 풀만 먹게
사람들에게 익숙한 반찬 중 하나가 겉절이다. 김치의 한 종류이지만 즉석에서 만들어 바로 먹는 김치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숙성 김치와는 다르게 취급한다.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사람도 겉절이로 만든 배추 겉절이는 잘 먹는 편인데 김치 특유의 신맛이 없고 배추의 단맛이 강하게 오면서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기 때문에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도 겉절이로 만든 배추김치(배추겉절이)는 잘 먹는다. 김치에 대해 비호감이 강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조차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배추겉절이.
겉절이의 경우 지금은 자주 즐겨 먹는 김치 종류이지만 이건 외식산업의 발전 때문이지 정작 일반 가정집에서는 잘 먹지 않던 김치다. (김치의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겉절이도 김치의 한 종류다) 지역마다 먹는 방식과 형태가 달랐어도 김치의 경우에는 인식은 거의 같았기 때문에 숙성해서 장기간 보관해 먹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예나 지금이나 김치는 겨울 김장철에 담가 몇 년씩 묵혀가며 먹는다는 인식이 있고 동치미를 비롯, 나박김치 등 다양한 물김치 역시 즉석으로 만들어 바로 먹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인데 김치는 자로고 바로 먹기보다는 숙성 발효를 해서 먹는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겉절이는 우리 밥상에서 흔히 접하는 김치는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국밥과 칼국수 프랜차이즈 외식 산업들이 발달하면서 국밥과 칼국수에 어울리는 겉절이가 같이 뜨게 되었다. 실제로 국밥집과 칼국수 집에서는 숙성김치가 아닌 날로 만든 생김치인 겉절이, 배추 겉절이를 거의 내놓게 되는데 기존에는 국밥집이나 칼국수집에서도 숙성 발효된 김장김치를 많이 썼었으나 외식업체에서 겉절이를 김장김치 대신 내놓게 되면서 사실상 국밥과 칼국수에는 일반 김치보다는 겉절이가 더 어울린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정식이 아닌 외식에서 겉절이라는 음식은 일단 조리하는 입장에서 매우 간단하고 만들기 쉬울뿐더러 감칠맛도 더 많기 때문에 외식 산업에 어울리는 김치가 될 수밖에 없다. 맛뿐 아니라 김장김치와 달리 숙성 냉장고나(김치냉장고) 장독이 필요치 않아 공간에 대한 이점, 재료 보관에 대한 잇점, 재료 관리에 대한 용이 등 외식 산업에 더 잘 맞는 김치였기 때문이다.
전라도 김치에는 젓갈이 들어가는데 그 밖의 지역 사람들은 김치에 젓갈이 들어간다고 하면 놀란다, 반대로 전라도 사람들은 서울에서 먹는 김치에 젓갈이 안 들어간다고 하면 놀란다. 김치 역시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확연히 갈리는 것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김치에 젓갈을 쓰는 사람이 있고 쓰지 않는 사람이 있고 쓰더라도 전라도처럼 과하게 쓰는 곳이 있고 새우젓이나 까나리액젓 정도만 쓰는 경우도 있다. 아랫지방에서 윗 지방으로 올라오는 형태를 보면 젓갈 쓰는 비율이 점점 줄어든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이!...잉? 왜 그랴 참말로..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먹는 김치라는 것도 지역에 따라 어떤 요소는 아예 모르거나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겉절이도 그중 하나다. 가정에서 쉽게 즐겨 먹는 김치 같았어도 정작 잘 몰랐던 김치가 바로 겉절이류다. 그런 겉절이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외식 산업의 발달과 미디어의 노출 때문이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각자 자신의 집에서 밥상에 오르는 김치를 볼 때 일반 김치와 겉절이(배추겉절이) 먹는 빈도를 따져봐도 대략 겉절이의 출연 빈도와 일반 김치의 출연 빈도가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365일 끼니때마다 상시 출연하는 김장김치와 달리 겉절이는 매주 밥상에 오르진 않는다. 뭔가 찬이 부족하거나 색다른 맛을 추구할 때, 혹은 칼국수나 국물(전골) 요리를 할 때 주로 찾는다. 김치와 배추겉절이는 같은 김치끼리의 만남이기 때문에 한 상에 같이 오르는 경우가 드문데 일반 김치가 거의 빠짐없이 매회 밥상에 오르기 때문에 배추겉절이는 쉽게 오를 수 없다. 차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게 인식하겠지만 먹는 입장에서는 김치가 2개나 오르는 건 곧 밥투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겉절이는 한반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다 먹는 김치이지만 유독 많이 먹는 지역이 있는데 바로 충청도다. 충청도는 나물무침 등 나물 반찬이 강한 지역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끼고 있지 않는 곳이 바로 "충북"이기 때문에 모든 지역은 바다를 끼고 있는 것과 달리 충북 내륙은 젓갈조차 쉽게 접하기 어렵다. 그냥 풀떼기 반찬이다. (서민 밥상의 경우) 그래서 겉절이가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 바로 충청도, 그중에서도 충북 지역이다. 충남은 서산, 태안 등 바다가 있다. (강경 젓갈도 유명)
겉절이의 형태가 고춧가루로 양념을 무친 무침 형태인데 이게 나물무침과 상당히 유사성이 깊다. 방식과 형식이 거의 같은데 재료 몇 가지만 다르기 때문에 나물무침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재료와 양념 몇 가지만 달리하면 수백개로 분할해 김치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나물무침의 변칙이 된다. 특별히 배우지 않더라도 나물무침을 할 수 있다면 겉절이도 뚝딱 만들 수 있는데 지금의 레시피에 연연하지 않고 나물무침 양념에 의존해 만들어도 그 맛이 크게 훼손되거나 달라지지 않고 보통 이상의 맛을 내게 된다. 애초에 양념 자체가 고추가루 빼고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겉절이를 잘 몰랐거나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먹던 집이 아니면 겉절이를 두고 배추 겉절이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만 먹고 그게 겉절이의 전부라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겉절이를 정작 자주 먹는 경우에는 배추겉절이는 물론이고 봄동겉절이, 부추겉절이, 상추겉절이, 얼갈이겉절이, 알배기겉절이, 청경채겉절이, 시금치겉절이, 참나물겉절이, 미나리겉절이, 열무겉절이 등 배추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의 집합체를 모두 겉절이라 부르면서 다양하게 먹는다.
위 이름에서 보듯 대부분 "겉절이" 이름 자리에 "무침"을 넣어도 익숙한 음식이 된다. 나물무침과 유사한 조리방식이기 때문에 나물무침 형태로 먹는 음식들이 겉절이에도 거의 비슷하게 포진해 있다. 결국 채소를 데쳐 지지고 볶거나 무치면 채소무침, 나물무침이 되는 것이고 채소를 데치지 않고 고춧가루에 생으로 무쳐 먹으면 겉절이가 되는 것인데 나물(풀떼기) 반찬을 주로 먹는 지역이 충청도이기 때문에 유독 겉절이도 많이 먹게 된 것이다. (나중에 후술 하겠지만 반찬을 끓여 조림처럼 졸이는 경우를 찌개라 하는데 그 찌개는 삶는 경우이고 무침은 볶거나 찌는 경우라 반찬 유형이 다르다)
겉절이의 신세계
우리 집도 부모님 양쪽 모두 충청도 집안이라 풀떼기는 징글징글하게 먹었는데 상추겉절이라는 요상한 음식이 있다. 지금은 꽤 많이 알려졌고 많이들 알고 있는데 서울 태생인 내가 어릴 때는 이걸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어릴 때 다른 집은 상추를 두고 고기 싸 먹는 용도로 먹는데 왜 우리는 상추를 반찬으로 먹느냐고 부모님께 밥투정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은 원래 이렇게 먹지 왜 쌈에만 먹냐 항변했지만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반 친구 아이들네 집에 가서 밥을 자주 먹었었는데 그 어디에서도 이렇게 먹는 반찬을 본 적이 없었다. 전라도에서 유명한 상추튀김이 전국구로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상추를 튀긴 것이냐고 오해했을 정도로 상추는 쌈을 싸 먹는 경우 외에는 딱히 조리법이 없는 형태인데 이놈의 충청도는 상추겉절이라는 것이 있었고 우리 집은 이게 늘 올라왔다. 바다가 인접한 충남이어도 바다와 거리가 있는 내륙 쪽이면 겉절이는 필수다. 그래서 충청도 사람인 백종원 쌤도 방송에서 겉절이를 자주 한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도 우리 집의 상추겉절이를 보고 꽤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상추를 싸 먹지 않고 무쳐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중학교 때 새로 사귄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저녁밥을 얻어먹었는데 상추겉절이가 나왔다. 그 형태와 모습이 우리 집과 너무 똑같아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때 밥 먹던 중에 친구에게 "너희 엄마 고향이 충청도냐?" 했을 때 친구의 놀란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친구가 밥 먹다가 밥알 튀기며 놀라 내뱉던 그 말 "너가 우리 엄마 고향을 어떻게 알았냐?" ㅋ 그리고 지그시 바라보며 마무리 투수처럼 던진 외마디는 "너네 집도 상추를?" (자식 내가 너의 고통을 안다. 암...이이...그랴...)
성인이 되고 식당 밥을 먹게 되면서 안 보이던 상추겉절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상추겉절이도 익숙한 반찬이 되었다. 전국이 반나절 시대가 되고 손에 삼성과 애플 벽돌 하나씩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되면서 지역 경계는 무너지고 지역문화의 전달은 급속도로 빠르게 전파된 것이다. 특히 삼겹살 집에서 반찬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삼겹살과 같이 먹는 반찬으로 알려져 그나마 많이 알려졌다. 삼겹살 집에서는 필수 요소인 상추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상추로 만드는 상추겉절이도 삼겹살집에서 많이 활용하게 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배추겉절이에 비해 다른 겉절이는 아직까지는 마이너한 음식인 건 여전하다. 고향이나 시골이 충청도가 아닌 사람도 상추겉절이를 먹는다 해서 물어보면 할머니 시대부터 해주던 음식이 아니었거나 도시로 이사 오면서 엄마가 새로 배워서 해준 경우가 다반사, 어릴 때 조부모 세대부터 쭉 해 먹던 음식이기보다는 요리책이나 아침방송에서 소개한 걸 따라한 경우가 많았다. 배추겉절이를 배우면서 다른 겉절이를 배우던가 하는 식으로 알음알음 알게 된 것이다.
엄마의 손맛은 과학적 접근에 기반
배추겉절이를 담는 모습들이 최근 방송에 자주 나온다. 집에서도 자주 먹고 대부분 해주면 가족들이 모두 잘 먹으면서 칭찬 받기 좋은 김치 반찬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인기가 좋다. 똥손이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다 맛있게 만들수 있을 뿐더러 국물요리나 면요리와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이 되기 때문에 다른 음식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아 만능김치, 무적김치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다. 특히나 차림새(비주얼)와 형태가 뭔가 전통적이면서 어려운 걸 해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겉절이 자체가 김치이기 때문에 "내가 김치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먹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려운 음식이라 생각하기 쉬워 나름 폼내기 좋은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겉절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몇 가지 착각하는 것이 있다. 물론 겉절이 자체는 오랜 역사를 갖는 음식(김치)이 아니고 또 일반 가정에서도 자주 해서 먹던 김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모르거나 착각할 소지가 많은데 일단 배추김치와 배추겉절이 자체는 둘 다 배추로 만든 김치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조리 방식에 차이를 모르거나 착각할 수 있다. 바로 해서 먹으면 겉절이, 바로 먹지 않고 놓아둔 상태에서 나중에 먹으면 배추김치로 아는 경우도 많은데 만들고 나서 언제 먹느냐, 바로 먹느냐, 나중에 두고 먹느냐로 겉절이와 김치를 나누는 사람도 꽤 있을 정도로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원래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야 뭘 해도 눈치가 있고 코치가 있어 요령껏 잘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요알못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나 생애 첫 겉절이를 담거나 요리다운 요리를 직접 한 번도 안 한 사람이라면 눈치코치 따위를 가질 상황 자체가 안된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레시피가 절대적이다. 그런데 이 레시피도 간혹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겉절이를 만들 때 배추를 절이는가 절이지 않는가에 대한 부분도 꽤 큰데 검색창에 무작위로 배추 겉절이를 검색해 찾아본 결과 10건의 레시피 중에서 7건은 배추를 절였고 3건은 배추를 절이지 않고 세척만 한 뒤 생으로 무쳤다.
요리에 대해 정공법을 배우고 싶다면 근본적인 의문부터 가져야 한다. 배추를 애초에 왜 절이는가 하는 것에 대한 통찰 말이다. 배추를 절이는 건 배추에 있는 수분을 빼내기 위함으로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김치의 특성상 배추는 물이 많기 때문에 절이지 않고 생으로 양념해 숙성에 들어갈 경우 수분이 나와 김치가 상하기 쉽다. 발효해서 먹는 특징을 갖는 것이 김치인데 이 발효라는 것이 부패와 한 끗 차이라 잘못하면 숙성되는 게 아니라 그냥 썩는다.
소금에 절여 배추의 물기를 뺀 뒤 절인 배추에 양념을 하면 물이 생기지 않아 김치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절임을 하는 이유다. 그러나 겉절이의 경우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겉절이는 장기간 두고 숙성해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절일 이유가 없다. 즉석에서 바로 무쳐 먹기 때문에 수분이 나오지 않고 입 안에서 씹을 때 비로소 물이 나와 단맛이 증가한다. 절이는 목적 자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절일 이유가 없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절이는 건 시간이 소요된다. 허재네 아들이 처음으로 만드는 겉절이의 경우에도 해당 레시피에 20분 이상 절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는데 어떤 곳은 30분, 어떤 곳은 1시간, 어떤 곳은 2시간 이상은 절여야 한다고 나와있고 대부분은 1시간 내외로 절이는 걸 표준적으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겉절이의 핵심은 "빨리" "바로" 먹는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급하게 무언가를 만들 때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겉절이인데 겉절이를 만들 때 배추부터 절여야 한다면서 절이는 과정에서만 1시간을 소요한다면 끼니를 맞춰 먹을 수 없다. 일전에 어느 방송에서 반찬이 부족하자 급하게 5분 안에 뚝딱 만든 것이 겉절이었는데 요리 솜씨가 있는 경우라면 재료에 따라 5분 안에 만들 수 있는 것이 겉절이이기 때문에 (나물무침보다 빠르다) 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좋은 게 이 겉절이다. 배추를 절이는 건 맛 때문도 아니고 장기간 보관해야 한다는 숙성 과정 때문에 필요한 조리 과정이라 숙성하지 않고 바로 먹는 경우라면 당연히 배제해도 된다.
그러나 이게 꼭 정답은 아니다. 절이든 절이지 않든 시간에 상관없이 먹겠다고 하면 절임배추 자체가 소금에 절여 짭짤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배추를 그냥 먹으면 짭조름해서 맛이 추가된다. 생배추를 먹으면 단맛이 강한 반면 풋내가 있는데 절이는 경우는 풋내는 없고 단맛은 적당하면서 짭짜름한 맛도 생겼기 때문에 맛 부분만 놓고 보면 절임배추가 아무래도 맛은 더 있다. 다만 이건 겉절이가 아닌 김장김치 형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배추 자체의 맛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단점은 겉절이의 핵심인 빠르고 신속한 시간 안에 만들지 못한다는 건. 맛만 따지면 절이는 게 낫지만 겉절이의 의미를 본다면 겉절이에서 벗어나는 것. 형식만 겉절이인 것이 된다.
허재 아들 허웅의 경우에는 인터넷으로 레피시를 보고 했는데 이 경우에는 배추를 절였다. 그 과정에서 배추를 소금물에 담갔고 오래 절였다. 그렇기 때문에 절임배추의 짠맛을 없애기 위해 세척 작업을 많이 했다. 당연히 배추 속은 수분이 덜하지만 겉에는 수분이 촉촉한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 배추를 꾹꾹 짜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배추를 절이는 경우 쭉쭉 짜내면서 씻는다. 그리고 무칠 때도 과감하게 팍팍 무친다. 반면 절이지 않고 생배추를 쓰는 경우는 씻은 걸 툭툭 털어내고 물기를 잠깐 말린 뒤 아기 마사지하듯이 조심스럽게 무친다. 절인 배추와 달리 쉽게 바스러지고 부서질 수 있기 때문에 양 손바닥으로 허공에 헛손질을 하듯이 비벼 섞는다. 반면 절임배추로 하면 무치듯이 조물거린다.
실제로 김수미 쌤의 경우 절이지 않고 생배추로 겉절이를 한다. (수미네반찬) 그리고 빗질하듯이 비벼 무친다. 반면 백종원 쌤은 절임배추를 쓰는데 당연히 물기를 쫙 짜내고 꽉꽉 무친다. 배추를 절이냐 절이지 않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했을 때 (진행할 때) 다르게 해야 한다는 걸 둘 다 잘 안다는거다. 물론 백종원 쌤은 배추를 그냥 절이지 않고 가스레인지에 올린 소금물에 배추를 데치듯 삶는 변칙 조리를 했었다 (집밥 백선생) 시간 단축을 위해서다. 당연히 이렇게 되면 배추가 뜨거운 상태가 되고 그대로 무치면 따뜻한(?) 겉절이가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리 방법대로 하면 망한다. 통상적인 겉절이를 만들 때 배추를 절이거나 절이지 않거나 뜨거운 물을 쓸 이유가 없는데 이때는 익힌 배추가 되기에 찬물에 식혀야 한다.
전문 요리사가 아닌 외식사업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조리법이고 발상인데 이게 바로 눈치코치의 결정체다. 집밥 백선생에서도 늘 말하길 전통방식, 오리지널 방식이 아닌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조리법"이라고 강조를 하는데 마찬가지로 맛은 두 배로 늘리면서 (이쁨 받고 칭찬받으면서) 시간은 일반 겉절이처럼 할 수 있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1시간 2시간 마냥 절이면 겉절이를 바로 못 먹으니 절임 방식을 택하면서도 즉석에서 바로 먹는 일반적인 겉절이와 같게 만든 차선책이었던 것. 이는 결국 대처법을 보면 정확히 재료의 성질과 조리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름이 겉'절이"이기 때문에 겉절이는 무조건 절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런 이유라면 겉에만 절인다는 뜻인데 김장과 달리 배춧잎을 다 따로 떼어낸 배추겉절이의 경우라 겉에만 절인다는 건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겉절이에서의 절이는 소금에 절이는 것이 아닌 양념을 절인다는 뜻으로 겉에만 살짝 양념을 묻힌다는 뜻이다. 배추를 절인다는 건 소금을 뿌려 절인다는 걸 의미하는데 겉절이에서의 겉과 절이는 겉에 양념을 "뿌려" 절인다는 것으로 그 절임의 의미가 다르다. 김장 김치를 담글 때를 보면 배추잎을 하나씩 들어 중간에 엄청 빨간 양념을 가득 넣고 책장 넘기듯 쌓아가지만 겉절이의 경우는 겉에만 양념을 살짝 입히는 형태라 양념 자체가 원래 깊게 배지 않는다. 겉에만 그것도 소금이 아닌 마무리 과정과 다름없는 양념으로 절인다 해서 이름이 겉절이다.
결론은 요리를 원래 잘하거나 이해를 하고 있는 경우라면 절이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절여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응용하거나 변칙 조리에서 눈치코치가 작동해 맛을 증폭시키는 반칙 기술로 활용이 되는데 시간 부분에서는 손해여도 맛 부분에서는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생긴다. 반면 요리를 전혀 못하거나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따라 하다가는 오히려 맛을 해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앞에서 했던 조리 과정을 왜 해야 하고 왜 했는지 모르고 그냥 따라만 했기 때문이다.
절임배추 방식의 경우 배추 자체가 짠맛이 들어있어 양념이 강하면 결과물이 짜게 된다. 유명 레피시를 따라 해도 내 입맛에는 짜게 되었다고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대부분 배추를 절인 경우다. 배추 자체에 짠맛이 있는데 여기에 일반 양념 레시피 용량을 그대로 하면서 절임배추를 제대로 짜내지 않으면 짠맛이 2배가 되기 때문이다. 고로 맛을 증강시키기 위한 변칙 방법은 요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 사람들이 하는 레시피에서 하는 말 토씨 하나라도 무시하면 안 된다. 반대로 절이지 않은 배추라면 짠맛은 아예 없기 때문에 양념 레시피를 그대로 써도 짠맛은 없다. 단 배추 자체의 맛은 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겉에 뭍은 양념 맛이 절대적이라 양념을 잘 따라 만들어야 한다.
허웅이 본 레피시에 따르면 배추를 절이고 찹쌀풀 죽을 만들어 쓰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두 개를 모두 따라했다. 문제는 배추를 절이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과 마찬가지로 김치를 담글 때 왜 풀죽을 쓰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두어야 이런 김치류를 담글 때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그걸 모르면 나중에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때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가 없다. 이말은 나중에도 이런 일이 생겼을 때 고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김치를 담그는 어떤 전문가가 나와 김치를 만들고 있는데 게스트 출연자가 풀죽을 왜 넣느냐 묻자 양념이 배추에 잘 묻지 않으니 풀을 써야 양념이 잘 배고 맛이 스며든다고 설명을 했었다. 풀죽을 김치에 쓰는 이유에 대한 설명인데 사실 틀린 설명이다. 아무 상식없이 들으면 그 말이 상식적이로 맞는 말로 들린다. 찹쌀풀의 끈적함이 있으니 당연히 양념이 겉돌지 않고 착 달라붙는다. 그러나 찹쌀풀을 김치 담글 때 쓰는 진짜 이유는 배추절임과 같다. 발효 때문이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자기네 집 겉절이의 킥 중 하나가 찹쌀풀죽이라 하면서 찹쌀풀을 넣은 배추겉절이를 만드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역시 맛은 조금 더 나을지 몰라도 풀죽을 쑤고 식히고 만드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따지면 겉절이의 원래 의미와 상당히 멀어지게 된다. (5분 컷이 안된다)
김치를 담글 때는 유산균이 생성되고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야 하는데 이때 이것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막걸리를 담글 때와 마찬가지로 (김치와 막걸리 모두 담근다는 표현을 쓴다) 발효를 하는 모든 식자재들은 균들의 먹이가 필요한데 김치 역시 균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먹이가 필요하다. 이때 발효가 잘되라고 넣어주는 균의 먹이(밥)가 바로 찹쌀풀이다. 이는 겉절이를 그대로 숙성했을 때의 차이와 같은데 풀죽을 쓰지 않는 겉절이의 경우에는 장기보관이 어렵고 숙성이 되지 않는다. 그냥 무른 상태가 된다. 그러나 겉절이 자체는 바로 무쳐서 바로 먹는 경우이기에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장기보관하고 오래 먹는 김장김치는 풀죽이 필수다. 김치유산균이 만들어지고 자라는데 필수다.
문제는 이 풀죽을 겉절이에 사용했을 때다. 겉절이의 양념은 김장김치의 양념과 달리 그 양념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슴슴한 맛으로 먹는 것이 원래 겉절이의 묘미인데 이렇게 풀죽을 쓰게 되면 양념이 진뜩하게 발라지면서 조물조물하는 과정에서 씻겨 나가기 때문에 배추가 허옇게 된다. 겉절이는 손으롤 비비듯이 무치고 조물조물 휘젓게 되는데 김장김치의 경우는 배춧잎에 양념을 "바르고" 그대로 감싸 장독이나 김치통에 넣는 형태이기 때문에 휘저어 양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빨간 양념이 그대로 묻어있다. 반면 겉절이에도 김장김치와 동일한 풀죽을 쒔는데 그걸 겉절이라 해서 마구 섞는다면 당연히 풀죽이 발라지면서 양념들을 씻어내게 되는 것이다.
겉절이의 핵심은 5분 컷, 똥 손이어도 레시피만 이해하면 10분 컷이 겉절이의 묘미인데 이게 조리과정이 하나라도 잘못되면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다. 겉절이를 만드는데 해가 떨어질 정도니 사실 이건 겉절이가 아닌 그냥 김장김치 담근 것과 같다. 실제로 들어간 재료와 방식(절임배추와 풀죽)을 보면 김장과 다르지 않아 그대로 숙성해서 먹어도 된다. 겉절이가 아닌 김치를 담갔기 때문이다. 수미네밥상에 나온 김수미 쌤의 겉절이도 실제로 완성되기까지 5분이 체 안된다.
겉절이가 그렇게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김치가 아닌데 이렇게 되면 김장 담그는 것과 차이가 없다. 배추도 절이고 찹쌀풀도 넣고, 양념도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는 배추겉절이와 배추김치의 차이를 그냥 바로 먹냐 나중에 먹냐로 구분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만드는 방식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다. 그래서 딱 보면 겉절이인지 그냥 김치인지 구분이 된다. 위 사진을 보면 잘 만든 김치처럼 보이고 배추가 반지르르하면서 맛깔스럽게 보이는데 당연히 일반 김치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저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김장을 담그는 날 수육과 함께 그날 담은 생김치를 먹게 되는데 그것도 꽤 훌륭한 김치이고 맛이 있는 걸 안다면 위 사진에 나온 맛이 그 맛과 동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겉절이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김치처럼 만들면 김장 담그는 날 저녁에 먹는 수육과 함께 먹는 맛깔난 그 생김치와 동일하기 때문에 사실 겉절이는 아니게 된다. 당일 만들고 당일 먹는 건 같지만 시간만 같을 뿐 숙성되기 전의 미발효 김치이기 때문에 아삭함과 향긋함에 겉절이"처럼" 먹는 것일 뿐 겉절이와는 다른 종류가 된다. 무엇보다 일반 김치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겉절이류에는 꼭 들어간다. 바로 참기름이다. 나물무침과 상당히 유사하다 설명했는데 이것도 상당히 큰 부분으로 겉절이와 김치의 가장 큰 차이이자 결정체는 참기름이다. 나물무침에도 참기름이 꼭 들어가는데 겉절이에도 참기름이 꼭 들어가는 이유와 같다.
절인 배추를 쓰는 레시피를 보면 참기름을 쓰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레피시 10건 중 7건이 참기름은 아예 쓰지 않았다. (사실상 참기름 안 쓰는 레시피가 과반 이상이다) 반면 절이지 않는 생배추를 씻기만 해서 먹는 경우에는 참기름이 레시피에 꼭 들어갔다. 이것 역시 원래 나물무침을 보면 생나물은 참기름을 쓰고 데친 나물은 들기름을 주로 쓰는데 배추 겉절이의 배추 역시 나물무침 방식과 원래 같기 때문에 생배추를 씻기만 해서 쓰는 경우라 들기름이 아닌 참기름을 쓰게 된다. 즉석에서 바로 무쳐 먹는 반찬 형태의 김치이기 때문에 (원래 김치는 반찬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참기름이 들어가는 것이 오리지널 레시피다. 참기름 대신 혹은 참기름과 함께 겉절이에 참깨를 많이 활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
김수미(수미네반찬), 백종원(집밥백선생), 차승원(삼시세끼)에서 겉절이가 모두 나왔기 때문에 이들의 차이로 마무리를 한다면 가장 오리지널 방식을 추구한 건 김수미 쌤이다. 절이지 않은 생배추에 풀죽도 안쓰고 참기름을 두른 듯 안 두른 듯 살짝 넣어 무쳐 먹는 걸로 나온다. 내가 아는 상식과 내가 쭉 먹던 방식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고 완벽하게 동일한 형태로 만들었는데 전라도 출신이지만 나물반찬에 강자인 만큼 충청도 겉절이랑도 하나 다르지 않고 역시 완벽한 형태로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백종원 쌤도 마찬가지 마무리로 참기름을 사용했으며 풀죽 역시 쓰지 않았다. 배추는 절임형태를 썼지만 이건 원래 케바케라 김치처럼 절여 먹는 경우도 간혹 있다. 시간이 넉넉해서 (절임시간) 많이 만들어 놓고 2~3일 정도 먹을 생각이면 이렇게 하기도 한다. 반면 차승원 쌤은 배추를 절였고 풀죽도 썼고 참기름은 안 썼다. 그냥 김치와 동일하게 만들었다. 풀 죽을 쑬 때 친절하게 자막으로 맛이 아닌 발효에 도움이 된다고 정확하게 알려주긴 했으나 지금 만들어서 10분 안에 먹을 겉절이에 발효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그런 설명 자체는 좋았으나 (의도) 의미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물론 요래 책을 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내공 차이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차승원의 경우 실력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다. 애초에 이상하게 만든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만들어도 간만 잘 맞추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 바로 무쳐 먹는 겉절이의 묘미이자 매력이다.
정리
겉절이 - 속전속결, 생야채에 김치 양념을 약하게 묻혀 바로 무쳐 먹는 김치류의 바로무침 찬
김치 - 장기투숙, 절인야채에 김치 양념을 강하게 묻혀 한참 뒤에 먹는 김치류의 숙성발효 찬
정식이 있고 약식이 있고 전혀 다른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데 꼭 무엇이 맞고 어디 지역의 방식이 정답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기본 레시피를 정독한 다음 그걸 만들고 그 뒤에 응용해서 다르게 하는 건 상관이 없다. 문제는 맛을 추구할 것인지 맛은 기본으로 가되 빠른 시간 안에 만들 것인지를 따져야 하는데 라면을 5분 안에 끓이는 것과 라면을 2시간 동안 끓이는 건 분명 다르다. 2시간 끓이는 라면이 해물라면이라 전복 삶고 문어 삶고 조개 삶고 육수를 우려내어 끓이는 경우라면 라면이어도 2시간은 용서가 되지만 일반 라면이라면 당연히 2시간이 될 이유가 없다. 그것과 같다.
생배추는 텁텁할 수 있고 잘게 자르지 않으면 먹기 불편해 절임배추처럼 꺾여도 부러지지 않는 걸 선호할 수 있다. 생배추는 꺾으면 그냥 부러지지만 절이면 구부러질 뿐 부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식감도 좋고 맛도 좋고 먹기도 좋고 입에 넣는 것도 수월하다. 풀 죽을 쑤면 찹쌀 맛도 추가된 셈이고 반들반들 광이 나면서 다른 부재료와도 융합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숙성이 아닌 바로 먹는 경우라서 찹쌀풀 냄새가 날 수 있다. 비주얼은 풀죽을 쓴 게 훨씬 낫기는 하다. 그리고 액젓 등을 쓰면 상쇄되기에 역시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때 본인이 보는 레시피에 액젓이 없다면 문제가 될 순 있다) 참기름도 마찬가지. 없어도 상관이 없다. 다만 맛이 조금 더 보강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만 있고 오히려 참기름은 잘못 쓰면 맛을 변화시켜 전혀 다른 겉절이가 된다.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게 바로 겉절이의 참기름, 그래서 참기름은 조금 쓰면서 맛을 봐야 한다.
처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정공법을 쓰고 나중에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응용한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 응용하는 과정에서 원래 겉절이의 묘미인 짧은 시간에 바로 만들어 먹는다는 즉석 김치 형태에서 벗어나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5가지 이내 조미료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 십여 가지로 늘어나게 되면 겉절이의 경계에서 벗어난 그냥 숙성되지 않은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살펴보면서 강약 조절을 할 필요성은 있다. 나는 분명 오늘 겉절이를 담갔지만 사실은 김장김치를 담근 첫날 저녁에 먹을 요량으로 남긴 첫 김장김치를 먹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겉절이를 김장처럼 담가 김치통에 저장해 냉장고에 보관해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김치통에 담긴 겉절이 양과 그집 식구 수를 보면 한달은 먹을 것 같았다. 담그는 과정 역시 절이는데 3시간 (이것도 약식이라했다) 물을 체에 걸러 빼는데 2시간을 썼고 양념까지 해서 완성하는데 반나절을 썼다고 했다. 배추 숨을 죽이는데 오래 노력했다고 한다. 당연히 김장 담글때처럼 고무 다라이(다라) 사용했다고 한다. 찹쌀풀은 당연히 썼다. (이 정도면 그냥 김치인데?) 겉절이는 바로 무쳐 다 먹고 그때 그때 다시 만들어 먹는 신선식품인데 이걸 발효식품처럼 저장해 먹는다는 게 참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겉절이는 작은 양재기 그릇에 (볼그릇) 나물 무치듯 뚝딱 만드는 게 장점인데 하필 그 분이 요리에는 자부심이 있는 분이라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상추겉절이도 잘 만든다기에 물어보니 상추를 삶아(??) 조사뿐 다음에 만든다고 한다. 상추겉절이는 원래 특이하게 간장 양념이라 어차피 상추 숨이 나중에 죽는데...배추든 상추든 숨을 죽이는데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간만 잘 맞추고 양념만 제대로 들어가면 맛은 있기에 문제될 건 없지만 겉절이의 맛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도 너무 욕심을 낸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마무리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겉절이를 너무 심오하게 복잡하게 힘들게 만들지 말고 그냥 쉽게 만들고 바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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